조금 있으면 봄이 가고, 여름이 옵니다. 아니, 사실 날씨만 보면 벌써 여름이죠. 여름이 오는 기념으로 여름에 대한 이야기를 해볼까 해요. 사실 저는 여름을 굉장히 싫어했습니다. 여름엔 개구리가 나오잖아요? 제가 개구리를 무서워하거든요. 그냥 무서워하는 정도를 넘어 개구리 사진도 못 보고, 개구리 보고 기절하기도 하고… 제가 이상심리학 수업을 들으면서 알았는데, 전 개구리 공포증입니다. 다행이더라고요. 어렸을 때, 전 굉장히 비웃음 받았어요. 사람들이 뱀 무서워하는 건 이해해도, 개구리 무서워하는 거? 이해 못 하거든요. ‘그게 뭐가 무서워, 징그럽긴 한데.’ 제 책상 위에 개구리 가져다 놓은 친구도 있었고, 개구리 사진을 잘라서 절 쫓아오며 사진을 보여주는 친구도 있었어요. 그냥 놀림감이었던 거죠. 주변 반응이 그러니까 저도 사실 제가 유난이라고 생각했는데, 유난인 게 아니라니 얼마나 다행이었던지. 하여튼 개구리가 무서워 주로 집에만 있었기 때문에, 여름방학에 대한 기억이 별로 없는데, 이번에 제가 가제본 서평단 신청을 해서 받은 ‘우리 지금, 썸머’는 기억나지 않던 여름 방학을 떠올리게 해줘 느낌이 색달랐던 작품이었습니다. ‘우리 지금, 썸머’는 8명의 작가가 자신의 여름방학을 이야기해 주는 앤솔러지입니다. 이번 책은 책폴 출판사에서 나오는 ‘위 아 영’시리즈 두 번째 작품인데요. 첫 번째 책인 ‘좋아한다고 말할 수 없었어’(겨울 방학 이야기)를 ‘책읽아웃’에서 소개받고 꼭 봐야겠다고 생각했는데, 운명처럼 2권이 서평단 모집하길래 냉큼 신청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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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례-
‘우리 지금, 썸머’는 여름 방학 이야기입니다.
김다은의 '나의 지나간 여름에 대하여', 류시은의 '더 깊은 곳으로 풍덩'
장경혜의 '여름의 끝과 시작', 박다해의 '여름을 걷는 시간',
박산호의 '여름 그리고 사람', 이병윤의 ‘무지개가 피었다’,?
이현석의 '우리가 함께 보낸 여름', 하고운의 ‘렘브란트의 여름-부산 덕천동 이야기‘?
등의 작품이 과거의 나에게 보내는 편지와 함께 수록됐고, 마지막에 그림작가 양양의 말이 수록되어 있습니다. 이번 작품을 읽기 전, 저는 어렸을 때의 여름 방학만 떠올렸었는데요. 막상 보니 ‘어렸을 때’라기보단, 아주 어렸을 때부터 현재를 아우르는 이야기였습니다. (물론 어렸을 때의 비중이 압도적이지만요. 또한 어떤 작가님은 기승전결로 글을 쓰셨지만, 어떤 작가님은 관련 없는 과거의 파편들을 같이 넣어두신 분도 있습니다. 전체적으로 일기장 느낌)
-예비 독자들에게-
모든 작품을 소개하기엔 좀 부담스러워서 일부만 소개해 드릴까 하다가 4가지 경우로 나눠 예비 독자분들이 어떤 작품의 어떤 부분을 집중하면 좋을지 말하려 합니다.
<여름 방학 때, 바다로 놀러 갔던 경우>
혹시 어렸을 때 여름방학마다 어디로, 누구와 놀라갔던 기억 있으신가요? 친가나 외가에 놀러 갔거나, 바다에 놀러 갔거나 아니면 방학마다 같이 놀던 친구가 있으신 분들! 김다은의 '나의 지나간 여름에 대하여', 류시은의 '더 깊은 곳으로 풍덩'을 추천드립니다. 그중 특히 어렸을 때 바다에서 일어난 일을 집중적으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나의 지나간 여름에 대하여'엔 저자님이 여름방학에 바다가 코앞인 외갓집에 놀러 갔던 이야기가 담겨있고, '더 깊은 곳으로 풍덩'엔 저자님이 같은 아파트에 살았던 c와 바다에서 놀던 이야기가 담겨 있어 어렸을 적 바다에서 여름 방학을 누군가와 보낸 추억을 떠올리기 좋습니다.
'물을 무서워한다는 사실이 알려져 겁쟁이가 되는 게 싫었던지라 바다에 나가기를 게을리하진 않았다. 물론 어떻게 해야 내뺄 수 있을지 늘 핑계를 찾아 두리번거리곤 했지만'p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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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동네가 좋았다. 줄과 몽둥이를 들고 개를 잡으러 돌아다니는 아저씨들 대신 바구니를 들고 전복 껍데기를 수거하러 다니는 아주머니가 있는, 창문을 넘어온 강도가 식칼로 엄마의 목을 겨눌 일 같은 것은 없는, 안전하고 쾌적한 그 집에 오래 머물렀으면 했다.' p56
<어렸을 적 어딘가에 소속되지 못하고
배제당한 기분을 느낀 경우>
어떤 무리에 속하지 못하는 기억은 참 슬픕니다. 저도 초등학교 때 부탁을 거절했다는 이유로, 팀에서 괴롭힘당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팀이 금방 바뀌어 벗어날 수 있었지만, 아주 잠깐 경험했는데도 불구하고 평생 제 마음속에 남아 안 좋은 버릇으로 나타났어요. 저와 같이 소속되지 못하고 배제 당한 기분을 경험했던 분들! 장경혜의 '여름의 끝과 시작', 박다해의 '여름을 걷는 시간’을 추천드립니다. 그중 특히 배제 당했을 때의 감정과 고민, 그를 이겨내는 모습을 집중해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여름의 끝과 시작' 속 저자님은 중학교 때, ‘액취증’으로 갈등을 겪었는데, 직접 해결하지 못하고 졸업으로 그 상황에서 벗어났다고 합니다. 하지만 그 후 고등학교 시절엔 땀 냄새가 나지 않도록 자신을 검열했고, 결국 대학교 시절엔 액취증 제거 수술을 했지만 감정만큼은 해소되지 못했기에 일의 끝을 스스로 잘 매듭짓지 못하는 버릇이 생겨 고민이라고 합니다. '여름을 걷는 시간’ 속 저자님은 학창 시절, 잦은 이사로 9년 동안 다양한 학교를 다녔는데, 영동대교 북단의 중학교의 친구들과 영동대교 남단의 친구들은 매우 달랐습니다. 저자님은 두 곳에 적당히 적응할 수 있는 존재이면서 완전히 스며들 수 없는 경계에 서, 그 시절 고민을 많이 했다고 합니다. 세상엔 '힘내'라는 말보다 '나도 그랬다'라는 말이 더 위로될 때가 있습니다. 이 작품을 읽을 여러분에게도 위로가 됐으면 좋겠습니다.
'열다섯의 나는 늘 생각했다. 누군가에게 미움받는다는 것은 얼마나 슬픈 일인지에 대해. 내가 남을 해하거나 잘못을 저지른 게 아닌데 존체 자체만으로 누군가에게 경멸의 대상이 되고 사랑받지 못하다는 것은 얼마나 불합리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일인지에 대해. 그리고 그런 불합리한 시선을 받았을 때 왜 나는 당당할 수 없는지에 대해.' p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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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씩 한강을 건너며 열다섯 살에 처음 서울에서 만난 인연들을 곱씹곤 했다. 이미 성공을 보장받은, 안전한 울타리 안에 사는 고등학교 친구들에 견주면 한없이 불안한 삶이라고 사회는 평가할 것이다. 하지만 이는 우연한 차이였을 뿐, 어른들이 보지 못한 세계의 이면엔 이곳 친구들만의 따스함과 포용력, 이타심이 존재했다. 어른이 되어 갈수록 그 가치만큼 제대로 평가받지 못할 것들이었다.' p132
<학창 시절 선생님에게
체벌과 언어 폭행을 당한 경우,
혹은 본인이 선생님인 경우>
선생님. 참으로 좋은 단어이지만, 세상에 좋은 선생님은 흔하지 않죠. (스승의 날 이런 이야기를 하는 게 좀 그렇지만) 저는 학교를 다니며, 선생님도 학교란 직장을 다니는 나이가 어른인 사람일 뿐, 선생님이란 직함이 성숙함을 보장해 주진 않는다는 사실을 체벌과 언어폭력을 경험하며 느꼈습니다.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신 분들이라면, 혹은 본인이 선생님이라면, 박산호의 '여름 그리고 사람', 이병윤의 ‘무지개가 피었다'에서 선생님 관련 부분을 집중적으로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선생님은 학생들에게 굉장히 많은 영향을 주잖아요? 이 두 작품에서 성숙지 못한 사람이 선생님이 될 경우, 학생들이 어떤 일을 겪는지 학생의 입장에서 볼 수 있습니다.
'담임은 나에게 했던 것처럼 반의 모든 아이들에게 무례했다. 아이들을 철저하게 성적으로만 평가했으며, 10개 반 중에 항상 9,10등을 해서 자신을 망신시킨다며 우리들을 증오했다. 월말고사가 끝날 때마다 모두 책상 위에 올라가 무릎 꿇게 한 후 허벅지를 회초리로 두들겨 팼다. 그런 분위기 속에서 우정이고 뭐고 싹틀 수 있겠는가. 그토록 외로웠던 한 해가 다시 있을까 싶을 만큼 나는 처절하게 고독했다.' p8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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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는 불량 학생과 문제 아이들을 따로 모아서 교화하는 'Peak'라고 불리는 교실이 있었는데, 나는 항상 폭행을 당한 피해자 입장임에도 'Peak'에 보내졌다. 왜 그랬는지 지금도 이해는 잘 가지 않는다.'p167
<좋은 어른이 되고 싶은 경우>
누군가에게 좋은 어른이 됐으면 좋겠다고 자주 생각합니다. 그래서 전 어린이에게 존댓말 하는 것부터 연습해요. 한두 살 차이 나는 경우는 쉽지만, 너무 나이차가 많이 나면 '안녕하세요'가 어렵더라고요. (저도 참 편견이 가득한 사람입니다.) 여러분도 좋은 어른이 되고 싶다면, 이현석 '우리가 함께 보낸 여름'의 국어선생님과 하고운의 ‘렘브란트의 여름-부산 덕천동 이야기' 속 예정 언니를 유심히 보면 좋을 것 같습니다. '우리가 함께 보낸 여름'에선 국어선생님이 여름방학에 학생들이 만들고 싶은 문지를 전폭적으로 지지해 주는 모습이 나오고, ‘렘브란트의 여름-부산 덕천동 이야기'에선 저자의 요구를 거절 없이 존중하며 받아주는 예정 언니의 모습이 나와 존중의 자세를 배우게 됩니다.
'옆에서 방법은 제시했지만 방향은 제시하지 않았다. 무슨 주제를 택할지는 전적으로 우리 몫이었고 선생님은 우리를 지켜보다가 꼭 필요한 때만 말을 거들었다.' p102
'언니는 언니 뜻대로 내게 뭔가를 요구하거나 해 준 적이 없다. 다만 내가 뭔가를 하고 싶어 할 때, 옆에서 그걸 같이 해주었다. 생각해 보면 한 번도 거절한 적이 없었다. 어른의 태도가 무엇일까 생각할 때 나는 때때로 예정이 언니를 떠올린다. p157
-이 책은 책폴 출판사에서 제공받아 제 사견대로 작성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