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의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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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의 끝

리뷰 총점 8.9 (2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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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영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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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장편소설 『여름의 끝』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b********5 | 2017.08.17 리뷰제목
Love and Summer  다 읽었다. 책장을 덮고 나서 깊게 한숨 쉬었다.그래, 이런 소설이 필요했어.아일랜드 Ireland의 윌리엄 트레버의 장편소설이다. 원제 Love and summer.《여름의 끝》이라는 작품을 여름의 끝자락에 읽었다.시대와 공간 배경은 1950년대 아일랜드. 작은 시골 도시 「라스모이」가 배경이다.첫 장에서 노년 여인의 장례식 미사가 거행된다. 관에 누인 그녀의 이름은 아
리뷰제목

 Love and Summer

 


다 읽었다. 책장을 덮고 나서 깊게 한숨 쉬었다.
그래, 이런 소설이 필요했어.

아일랜드 Ireland의 윌리엄 트레버의 장편소설이다. 원제 Love and summer.
여름의 끝이라는 작품을 여름의 끝자락에 읽었다.

시대와 공간 배경은 1950년대 아일랜드. 작은 시골 도시 라스모이가 배경이다.

첫 장에서 노년 여인의 장례식 미사가 거행된다. 관에 누인 그녀의 이름은 아일린 크널티 부인이다. 그녀는 라스모이의 명망있는 지역 유지였다. 유가족으로는 딸 크널티 양과 아들 조지프 폴 크널리가 있다.

작가는 크널티 양의 심리 묘사를 첫 부분에 할애한다. 엄숙한 장례식이 모두 끝나고 라스모이 마을도 크널티 양도 자잘한 일상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부모의 삶을 회고하고 자신의 과거를 반추한다. 놀랍게도 크널티는 노모의 죽음에 슬퍼하지 않는다 작가의 글을 통해 그녀가 어머니가 죽기 전까지 사이가 좋지 않았음을 암시한다.

크널티 양은 50대 중후반으로 현재 싱글 여성이다. 쓰라린 과거가 있는데 차차 밝혀지게 된다.

이제 소설의 시선은 젊은 사람들에게 향한다. 장례식에 참여했던 이들은 라스모이 사람들 대부분이었다. 그중에 젊은 부인 엘리 딜러핸이 있다. 그녀는 딜러핸의 아내이고 딜러핸이 재혼한지 3년이 조금 안 되었다. 딜러핸은 3년 전에 아내와 어린 아기를 한꺼번에 잃은 비통한 일을 겪었었다.

장례식에서 조금 이례적인 풍경이 있었다. 사람들은 대부분 눈치를 채지 못했지만 몇 사람이 그 남자를 봤다. 사진사 플로리언 킬데리. 서른 안 팎의 젊고 세련된 차림새의 남자였다.
크널티 양은 그를 의아하게 여겼지만 조문객으로 여겼다.

플로리언 킬데리는 사진을 들고 라스모이 시내를 여기 저기 찍으며 돌아다닌다. 굉장히 한가로워 보인다. 외지인으로 보이기도 한다.

시내의 한 중심인 광장 4번지. 그 곳에 항상 출현하는 허름한 사내의 이름은 오펀 렌. 그는 노인으로 말하자면 거렁뱅이다. 여름의 끝에서 참 따스했던 게 그 사람에 대한 묘사였다. 그는 걸인이고 정신도 살짝 온전하지 못하다. 그렇다고 사람들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하는 건 전혀 아니었다.
사람들은 그에게 오히려 친절을 베푼다. 과도하지 않으면서도 그 사람을 소외하지 않는 마을이었다. 이런 묘사 때부터 나는 이 도시가 마음에 들기 시작했다.

여기까지 너무 잔잔하다고? 그럴수도 있겠다. 전쟁을 막 마친 50년대의 아일랜드의 소도시는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고 평화롭다.

언제나 그렇듯 변화의 물결은 젊은 사람들에게서 시작된다. 앨리 딜러핸. 그리고 플로리언 킬데리 말이다.
엘리는 여느 때처럼 매주 화요일 정해진 시각에 읍내로 나갔다. 장을 보고 돌아가다가 낯선 사람이 말을 걸었다. 어떤 물건을 어디서 파는지 아시냐는 물음.

라스모이에서 살아온 그 누구라도 이방인에게 이런 정도의 친절은 베풀었을 것이다. 아니 그 이상도 가능하다. 사람들은 순박하고 서로 돕고 살아왔으므로.

엘리는 물론 그 물건의 상점을 알고 있었다. 그리고 자신이 직접 가서 그 물건 위치를 알려주겠다고 플로리언에게 말했다. . 엘리는 그래서는 안 되었다. 그냥 무심하게 가게 이름만 말해주면 되었다. 엘리는 플로리언에게 사랑의 감정에 빠지고 말았다.


윌리엄 트레버는 노련한 작가답게 사람들의 시점을 옮겨 가면서 이야기를 전개해간다.

딜러핸이 나오고, 조지프 폴 크널리가 나오고, 크널리 양이 나온다.

그들 자신의 시점으로도 이야기를 하고 전지적 작가 시점으로도 진행한다.

, 오펜 렌의 시선도 중요하다. 그가 기억이 뒤죽박죽이긴 하지만 허황되거나 거짓된 이야기를 한 적은 한번도 없음에 밑줄 쫙.

윌러엄 클레버는 단편소설들로 명성을 얻었다. 그가 쓴 장편은 18편으로 여름의 끝은 그 중 하나. 2009년 발표되었다.

약간 느낌은 어톤먼트 Atonment> 영화를 보고 났을 때 기분이다. 속죄에는 전쟁이 중요 모티브여서 많이 다르지만 가장 가까운 유사작이 그 작품이어서 떠오른다.

애잔하다. 통한. 이런 표현이 맴돈다.

맴돈다. 이 말이 정말 적절하다. 소설이, 이야기가 전하는 엔딩의 여운이 지금 내게 맴돈다.
왜 서양 애독자들이 윌리엄 트레버 윌리엄 트레버 했는지 알았다.
비로소.

앞으로 작가의 전작주의 애호가가 될 느낌을 물씬 주었던 작품
여름의 끝이다

by William Trevor

 

9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9 댓글 8
종이책 이 여름도 끝이 있을 테지 [외국소설-여름의 끝]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j***6 | 2021.07.30 리뷰제목
끝이 있다는 건, 끝을 내야 한다는 건, 끝을 봐야 한다는 건, 그게 어떤 형태의 끝이든 위로가 되기도 하고 포기가 되기도 할 것 같다. 내게 위로가 되어 주는 게 남들에게는 포기처럼 보일 수도 있을 테고 내가 포기한 것에 사정을 다 모르는 남들이 위로를 해 줄 수도 있을 것 같고. 끝은, 아무려나, 이래저래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이 작가의 글, 읽기 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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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이 있다는 건, 끝을 내야 한다는 건, 끝을 봐야 한다는 건, 그게 어떤 형태의 끝이든 위로가 되기도 하고 포기가 되기도 할 것 같다. 내게 위로가 되어 주는 게 남들에게는 포기처럼 보일 수도 있을 테고 내가 포기한 것에 사정을 다 모르는 남들이 위로를 해 줄 수도 있을 것 같고. 끝은, 아무려나, 이래저래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원하든 원하지 않았든.

 

이 작가의 글, 읽기 참 좋다. 나쁜 사람이 나오지 않는 소설이라는 것, 나쁜(잔인한) 사람이 나오지 않아도 나쁜(끔찍한) 상황이 벌어지지 않아도 지겹기 짝이 없는 갈등이 전개되지 않아도 소설이 된다는 걸 알겠다. 다들 착하고, 착해 보이고, 성실하고, 제 할 일 다 하고, 특별히 누군가를 시기하거나 질투하거나 모함을 하지 않는데도 긴장된 상황은 일어난다. 누군가 다치거나 누군가를 해치는 식의 위험한 긴장이 아니라 이 다음에 이 사람들에게 어떤 일이 벌어지려고 이러나 하는 정도의 궁금증과 호기심 같은.   

 

작가가 묘사하는 방식에 점점 더 빠져들게 된 것도 내가 이 작가의 글을 좋아하는 이유다. 천천히, 하나하나 빠짐없이, 보이는 풍경은 보이는 대로, 생각하는 바는 생각하는 대로, 등장인물 중 어느 한 사람 놓치는 일 없이 다 보여 주는 서술방식, 어느 한 대목 지겹지 않다는 게 놀랍다. 천천히 말해 주는 방식이 마음에 들지 않아 접었던 소설이 얼마나 많은데, 차이가 무엇인지 이건 좀더 궁리해 보기로 하고. 

 

아일랜드라는 곳이 괜히 우리나라의 어느 섬처럼 그리워지려고 한다. 마음만 먹으면 가 볼 수 있을 것 같은 곳으로. 우리네 사는 모습과 전혀 다르지 않은 것처럼 보이는, 마치 우리의 이웃이나 우리 자신과 같은 사람들이 살고 있는 이전에 가 본 적 있는 익숙한 땅인 것처럼.   

 

강한 스포일러 하나, 

 

 

 

- 매디슨 카운티의 다리가 떠오르고 말았다.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0
종이책 여름의 끝 - 윌리엄 트레버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s*******e | 2017.11.08 리뷰제목
5월 출장가는 길 비행기 안에서 읽었던윌리엄 트레버의 여름의 끝.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 대신 선택했던 책은처음에는 지루한듯 했지만 조명 꺼진 기내에서잠을 물리치고 읽을 만큼 놀라운 흡입력을 보여주었다.이야기는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의 장례식에서 시작된다.이 마을에서 떨어진 농장에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엘리는코널티 부인의 장례식장에서 처음 만난 낯선 청년에게
리뷰제목

5월 출장가는 길 비행기 안에서 읽었던

윌리엄 트레버의 여름의 끝.

흔들리는 비행기 안에서 영화 대신 선택했던 책은

처음에는 지루한듯 했지만 조명 꺼진 기내에서

잠을 물리치고 읽을 만큼 놀라운 흡입력을 보여주었다.


이야기는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의 장례식에서 시작된다.

이 마을에서 떨어진 농장에서 남편과 함께 살고 있는 엘리는

코널티 부인의 장례식장에서 처음 만난 낯선 청년에게

난생 처음 사랑이라는 설레이는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녀의 남편은 착하고 좋은 사람이었지만

전처와 아이를 떠나보낸 아픔이 있는 사람이고,

그녀는 수녀원에서 나와 처음 만난 남편과

운명에 순응하듯이 결혼해 살게 된 거라

낯설지만 매혹적인 사랑의 감정에

자신도 모르는 사이 깊게 빠져든다.


순수하고 아름답게 그려내고 있는 엘리의 감정이지만

엄연히 그녀가 느끼는 사랑은 남편에 대한 배신이고

사회에서도 존중받을 수 없는 불륜의 감정이다.

그러나 작가는 이 감정을 엘리의 순수함에 초점을 맞춰

예쁘고 설레이게 묘사하고 있다.

그녀를 응원할 수 없지만 그 감정은 안타까운,

그러면서도 그녀의 마음이 이해되는

복잡한 감정으로 책을 끝까지 읽었던 것 같다.

그리고 그 여운이 아쉬워 책을 들고

한참을 바라보고 있었다.

왜 윌리엄 트레버를 아일랜드 문학의 거장이라 일컫는지

알게된 아주 소중한 작품.

한여름이 지나고 난 뒤 허전하면서도 아쉽고

안도감이 느껴지는 우리의 감정 같은 작품 '여름의 끝'이었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종이책 구매 지극한 감정을 무심한 문체에 살짝 올려 놓은 채로... 윌리엄 트레버, 여름의 끝 평점6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i | 2018.07.28 리뷰제목
눈에 선한 감정이나 손에 잡힐 듯한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어렵다. 눈에 선하지만 눈앞에 있지 않고, 손에 잡힐 듯 하되 손 안에서 살펴지는 법은 없다.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가 깃들어 있는 무수한 오브제들의 탄생은 그래서 가능하다. 게다가 사랑은 언제나 역사를 지닌다. 어떤 사랑이든 그 사랑을 말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되돌려 보아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한 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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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에 선한 감정이나 손에 잡힐 듯한 감정을 표현하는 일은 어렵다. 눈에 선하지만 눈앞에 있지 않고, 손에 잡힐 듯 하되 손 안에서 살펴지는 법은 없다.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가 깃들어 있는 무수한 오브제들의 탄생은 그래서 가능하다. 게다가 사랑은 언제나 역사를 지닌다. 어떤 사랑이든 그 사랑을 말하기 위해서는 시간을 되돌려 보아야만 하고 그러기 위해서 시간이 필요한 법이다. 아일랜드의 라스모이 마을의 그해 여름, 이 우리가 책에 실린 사랑을 들여다보기 위해 필요한 시간이다.

 
  “그 남자가 다시 라스모이에 나타나면 길 반대편으로 갈 것이다. 말을 걸면 가봐야 한다고 말할 것이다. 고해성사에서 이런 얘기를 하면 창피하겠지. 바보 같은 짓이니까. 그 사람이 머리에 떠오르면 생각을 다른 데로 돌리기만 하면 되니까. 하지만 그렇게 하려 해봐도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pp.74~75)


  이제 막 죽은 아일린 코널티 부인의 장례식에서 소설은 시작된다. 그 장례식의 주인공, 그러니까 죽은 사람을 비롯해 코널티 부인의 딸인 코널티 양이 있고, 그 장례식에 참석한 동네 사람들이 있고, 그 사이에 덜러핸의 집에 가정부로 왔다가 이제 그 부인이 된 엘리가 있고, 우연히 그 마을에 들렀다가 장례식을 보게 된 플로리언이 있다. 아직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지 모르는 이들이 거기에 모두 있다.


  “그녀가 말하는 동안 프롤리언은 엘리 딜러핸이 자신을 사랑한다는 사실을 깨달았고, 그래서 주춤했다. 셜해나 하우스는 이제 팔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여권은 벽난로 선반 위에 있었고 남은 일은 짐을 꾸리는 것뿐이었다. 그는 시작하지도 않은 일을 끝내는 것이 좋겠다는 말을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했다...” (p.164)


  마을에는 정신이 조금 나간 듯한 오펀 렌도 있다. 오펀 렌은 알 수 없는 말을 끊임없이 뱉어내고, 누군가를 기다리며 서류들을 간직하고 있다. 엘리의 남편인 덜러핸은 사실엘 리가 오기 전에 실수로 자신의 아내와 어린 아들을 죽음으로 내몰았다. 죽은 코널티의 많은 것을 물려 받은 코널티 양은 사실 오래 전 유부남과 사랑에 빠졌고 낙태의 경험이 있었다. 죽은 코널티는 코널티 양을 몰아붙였고 죽음의 순간까지도 그녀를 인정해주지 않았다.


  『“나도 미안해요.” 그가 말했다. “내가 일을 이렇게 만들었어요. 너무 늦게 깨달았어요.”
  앨리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그가 따라준 차를 마셨다. 아무런 맛이 없었다.
  “나한테 그런 성향이 있어요.” 그가 말했다. “입 다물고 있으면 안 되는 때 말을 아끼는”』 (p.251)


  라스모이 마을에 들렀다가 엘리를 발견하고 연민의 감정을 느낀 플로리언 또한 이탈리아의 친척인 이사벨라를 사랑했던 기억이 있다. 그 사랑은 아직도 유효하고, 그런 채로 엘리를 만난다. 고아로 수녀원에서 자라난 엘리는 자신의 마음에 생긴 사랑의 감정에 당혹스럽다. 자신이 배운 사랑이라는 것과 배치되는 사랑의 감정에 온전히 예속될 수도 없지만 그렇다고 확실히 빠져나올 방법을 알고 있지도 못하다.


  “... 엘리는 자신을 집으로 들인 이 남자의 비극은 거절당한 사랑보다 훨씬 끔찍하다는 서늘한 진실을 깨달았다. 그것은 혼란 속의 한 가닥 선명한 빛처럼 그녀를 찾아왔다. 확실했다. 이제는 너무 늦었다. 엘리가 깨달은 또 하나의 서늘한 진실은 그의 괴로움을 덜어주기 위해 사실을 말한다면 그것은 자신이 줄 수 있는 가장 큰 고통을, 아무런 잘못이 없는 사람이 겪어서는 안 되는 그런 고통을 불러일으키리라는 것이었다.” (p.273)


  작가의 문체가 너무 무심해서 잠깐씩 이 소설이 사랑 이야기라는 사실을 잊곤 한다. 하지만 바로 다음 순간 등장 인물들의 감정이 눈에 선하고 손에 잡힐 듯 하여서 놀란다. 이러한 환기가 윌리엄 트레버의 장점이라고 생각한다. 지극한 감정을 무심한 문체에 살짝 올려 놓고 있는 형국이다. 그래서 깊게 휩쓸려 가지 않고 사랑을 바라볼 수 있다. 사랑을 느끼기보다 생각하기에 좋다.

 


윌리엄 트레버 William Trevor / 민은영 역 / 여름의 끝 (Love and Summer) / 한겨레출판 / 297쪽 / 2016 (20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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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절제의 미학 평점10점 | m******4 | 2022.04.17 리뷰제목
이웃님 덕분에 윌리엄 트레버의 작품을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의 작품 중 호평이 나있는 장편소설 <여름의 끝>을 읽게 되었다. 보통 요 정도 두께의 책은 집안일하며 읽어야 해서 이틀 정도에 걸쳐 읽게 마련인데, 읽다 보니 무작정 빠져들어 하루 만에 완독해버렸다. 이 책은 1950년대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라스모이가 배경을 이룬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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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웃님 덕분에 윌리엄 트레버의 작품을 접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어 그의 작품 중 호평이 나있는 장편소설 <여름의 끝>을 읽게 되었다. 보통 요 정도 두께의 책은 집안일하며 읽어야 해서 이틀 정도에 걸쳐 읽게 마련인데, 읽다 보니 무작정 빠져들어 하루 만에 완독해버렸다. 이 책은 1950년대 아일랜드의 작은 마을 라스모이가 배경을 이룬다.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을 것 같은 조용한 마을이라지만 사람 사는 곳이 어찌 평온한 일만 있겠는가... 작가는 등장인물들에게 제각기 자신만의 상처와 아픔이라는 사연을 부여해 준다. 다만 그들은 자신들의 처지가 어떠하든 묵묵히 각자의 삶을 영위해 나가고 있다. 수녀원에서 자란 엘리는 불의의 사고로 아내와 자식을 잃은 딜러핸의 집에 가정부로 들어갔다가 그와 부부의 연을 맺고 살게 된다. 엘리는 코널리 부인의 장례식에서 우연히 마주친 사진사 플로리언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되고, 남편 딜러핸에 대한 감정이 사랑이 아니었음 깨닫고 플로리언에게 빠져들수록 남편을 바라보며 느끼는 생소한 감정에 어색해 한다. 둘은 우연찮게 자주 동행하게 되고 엘리는 자신의 유년기에 대해 질문해주고 그의 이야기도 서슴지 않고 이야기해 주는 플로리언의 모습을 보며 그를 더욱 사랑하게 된다.

그녀는 동생의 등 뒤에 대고 말했다.

그는 고개를 돌리지 않았다.

한동안 엘리 딜러핸이랑 어울리다가 결국 떠나고 말 거다, 그녀가 말했다.

엘리에게서 과거 상처 입은 자신의 모습을 투영시키는 코널리 부인의 딸인 노처녀 코널리 양의 추측은 마치 엘리와 플로리언의 미래를 예고하는 복선 구실처럼 느껴졌다. 사실상 플로리언은 아일랜드의 집을 빚 청산을 위해 정리하고 스칸디나비아로 떠날 예정이며 마음 한편에 사촌 이사벨라를 사랑하는 감정을 품고 있었다. 여름 한 철의 서로를 향했던 감정은 엘리에게는 첫사랑이었고 플로리언에게는 우정이었던 것이다. 떠나려 하는 플로리언을 따라나서겠다고 결심하는 엘리. 그러나.....

"울고 있었군요, 엘리."

"벌써 가버린 줄 알았어요. 둘러보고 아닌 줄 알았지만,

그래도 너무 조용해서 당신이 가버린 것 같았어요,"

"아직 안 갔어요, 여기 있잖아요."

그리고 오늘 하루도 많이 남았다, 플로리언은 그렇게 말했다.

내일도 하루가 다 남아 있다고.

그는 그녀를 안았다.

그녀는 내일을 생각하면 견딜 수가 없다고 했다.

"엘리....."

"제발." 그녀가 속삭였다. "제발, 내가 이렇게 왔잖아요."

아........ 정말, 엘리에게 가장 감정이입이 많이 되었던 장면이다. 읽으면서 나도 모르게 '엘리, 울지 마요.'라고 속으로 응원을 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플로리언은 또 이런 이야기를 엘리에게 한다. "좋은 여름을 보냈잖아요. 엘리." 이 대사는 작가 윌리엄 트레버가 매우 신중하게 고심하여 썼을 거라 생각한다. 아주 간결하지만 임팩트 있는 한 줄에 온갖 감정의 물결이 출렁인다. 엘리가 자신을 사랑한다는 것을 눈치챈 플로리언의 부담스러워하는 모습에 당황스러웠던 것은 나도 마찬가지였다. 엘리에게 보였던 호의는 단지 일종의 썸일 뿐이었단 말인가... 진정한 사랑이란 무엇일까? 사랑이라는 감정을 정의하기엔 사람마다 느끼는 폭의 간극이 너무 크고 다양하기 때문에 사실 나도 잘 모른다. 인생은 늘 선택이라 하듯, 엘리의 마지막 선택이 진정한 사랑의 의미를 찾아 나서는 데 일조하리라는 희망을 걸어본다.

예술가의 절제된 감정이 창조해 낸 여백에 나의 감정을 채울 때 비로소 그들과 공감하게 되듯, 윌리엄 트레버의 작품 속 엘리와 플로리언의 대화 속에 극도로 절제된 감정의 여백에 자연스레 내 감정도 스며들었던 점이 참 좋았던 것 같다. 이런 것을 두고 절제의 미학이라 일 컷 나보다. 책을 읽는동안 자꾸만 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의 시마무라와 고마코가 오버랩이 되었는데, 두 작품의 제목이 계절 중 가장 강렬한 시기를 상징하는 것과도 무작정 연관 짓고 싶어졌다. 겨울이 되면 꼭 꺼내어 보는 <설국>처럼, 올여름에 <여름의 끝>을 다시 만나보고 싶다. 불륜을 소재로 한 소설이 이토록 담백하고 소박할 수 있다니 작가의 저력을 다시금 깨닫게 된다. 나도 모르게 자꾸만 책을 뒤적거리며 인상적이었던 구절들을 반복해서 읽고 있다. 이 여운은 또 언제 가시려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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