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튼,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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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튼, 여름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리뷰 총점 9.2 (126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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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여름을 향한 마음 열어보기 - [아무튼, 여름]을 읽고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k*****o | 2022.06.23 리뷰제목
여름을 향한 마음 열어보기 <아무튼, 여름>을 읽고             여름을 좋아, 하지 않는다. 사계절 가운데서도 제일. 수만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하나만 들어보자면, 가장 좋아하는 겨울은 아무리 추워도 옷을 껴입으면 그만이지만 여름은 덥다고 무한정 옷을 벗을 수도 없을 뿐더러 다 벗는다 하여도 샘솟는 땀을 어찌할 방도가 없어서이다. “메뚜기도 ‘여름’이 한 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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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을 향한 마음 열어보기

<아무튼, 여름>을 읽고

 

 


 

 

 

  여름을 좋아, 하지 않는다. 사계절 가운데서도 제일. 수만 가지 이유가 있겠으나 하나만 들어보자면, 가장 좋아하는 겨울은 아무리 추워도 옷을 껴입으면 그만이지만 여름은 덥다고 무한정 옷을 벗을 수도 없을 뿐더러 다 벗는다 하여도 샘솟는 땀을 어찌할 방도가 없어서이다. “메뚜기도 ‘여름’이 한 철이다.”는 말처럼 메뚜기도, 여름도 제때가 정해져 있고 그때도 지나가기 마련이라지만, 기후변화로 인해 한 철이 길어지는 것도 여간 걱정스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무튼, 여름>을 집어든 까닭은 여름이니까, 도 맞는 말이지만, 과연 왜 저자가 여름철 메뚜기마냥 그토록 여름을 좋아하는지가 궁금했다. 어쩌면 나도 여름을 향한 내 마음을 조금씩이나마 열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책장을 넘겨본다.

 

내게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여름날의 추억이 있다. 여름이 그 추억만큼 나를 키운 것이다. 여름은 담대하고, 뜨겁고, 즉흥적이고, 빠르고, 그러면서도 느긋하고 너그럽게 나를 지켜봐준다. 그래서 좋다. 마냥 아이 같다가도 결국은 어른스러운 계절. 내가 되고 싶은 사람도 여름 같은 사람이다.

(14~15쪽, 「이야기의 시작」 중에서)

 

  영화 『기쿠지로의 여름』을 다시 보면서 초록초록한 한여름을 떠올리고, 여름이 생각날 때마다 피아노로 영화 속 삽입곡인 「Summer」를 똥땅거린다는 저자가 인사를 건넨다. “나는 여름을 좋아해. 너는?” 내 목구멍 아래까지 “아니요!”라는 말이 차오르는 걸 간신히 억누르며 “이제부터 좋아해보려고요.”라고 답하고서는 책장을 계속 넘긴다. TV 코미디 작가이자 에세이스트인 저자답게 마치 잘 짜여진 개그 콩트를 보는 듯한 기분으로 술술 읽히는 필력을 선보인다. 

  첫 번째 이야기에서 ‘여름 한철 사랑, 혹은 휴가지에서 하는 짧은 연애’를 뜻하는 ‘플링(fling)’을 처음 알게 되었다. 여러 차례의 플링 끝에 남은 건 여름이 오면 백지영의 「사랑 안해」를 부르며 인생이 코미디임을 자각하는 일뿐이라는 저자를 보면서 누군가 여름을 좋아하는 데에는 내가 감히 생각지도 못한 이유가 있을 수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이어서 여름하면 떠오르는 먹거리들, 이를테면 초당옥수수, 샤인머스켓, 옥천냉면에 관한 에피소드도 읽는 맛이 난다.

 

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세계는 그 하나보다 더 넓어진다. 그저 덜 휘청거리며 살면 다행이라고 위로하면서 지내다 불현 듯 어떤 것에 마음이 가면, 그때부터 일상에 밀도가 생긴다. 납작했던 하루가 포동포동 말랑말랑 입체감을 띤다. 초당옥수수 덕분에 여름을 향한 내 마음의 농도는 더 짙어졌다.

(32~33쪽, 「알중 아니고 옥중」 중에서)

 

  한없이 가볍지도 또 무겁지도 않은 톤을 유지한 채 웃음과 슬픔을 한가득 넣어 치댄 여름 이야기들을, 그리고 그것들을 안주 삼아 본격적으로 맥주를 애정하는 저자의 이른바 <아무튼 술(집) 외전>이 펼쳐진다. 대한민국 비공식 지정 여름 음료인 만 원에 네 캔 하는 수입 맥주에서부터 임창정의 「소주 한 잔」만 들어도 속이 뒤틀릴 정도로 맥주파인 저자가 제주도 한여름 안에서 다시 소주를 맛보게 만든 레몬 소주, 어느 여름날 일본에서 낮술하면서 찾아낸 인생 생맥(주), 한국과 일본을 가리지 않고 혼술하면서 (씹어먹을 용도는 아닌) 책을 안주로 한 책맥의 경지까지, 그의 바람대로 중쇄가 나온다면 <아무튼, 여름>의 부제를 “내가 그리워 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술’이었다.”로 고쳐도 괜찮지 않을까 싶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내 마음을 알아주고 다독여주는 술친구와도 같은 책, 여름밤 즐기는 치맥도 좋지만 올 여름에는 책맥을 하면서 여름과 조금 더 가까워지고 싶은 마음이 일렁인다.

 

문고본은 여행의 필수품이다. 특히 나는 대체로 혼자 여행을 떠나 시간이 넘친다. 그러니 가져간 책은 마치 함께 여행하는 친구 같은 존재다. 그 책이 나에게(혹은 여행하는 장소에) 맞지 않으면 약간 비참한 기분이 든다. 방대한 시간, 나 홀로 남겨진 것 같은 불안과 고독이 뒤섞인 기분을 계속 질질 끌고 가게 된다.

-가쿠타 미쓰요, 『보통의 책읽기』에서

(99쪽, 「책은 일종의 안주다」 중에서)

 

  여름은 휴가(여행)의 계절이기도 하다. <아무튼, 여름>에는 아무튼 시리즈에서 언젠가 출간되리라는 합리적 의심을 품게 만드는 <아무튼, 여행>의 (여름)향기가 물씬 난다. 어릴 적 가족과 제대로 된 여름휴가를 보낸 적이 없었다는 저자는 어쩌면 그때의 결핍이 어른이 되고나서 여름만 되면 기를 쓰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은 욕구로 표출되는 것 같다고 고백한다. 아무리 먹고살기 바빠도 부모님처럼 여름휴가를 놓치지 않겠다고 다짐하면서도 그때 그시절에 부모님의 마음을 헤아리는 것 역시 잊지 않는다.

  각 시대마다 여행에도 트렌드가 있는 법, 펜데믹 시대에는 더워서가 아니라 바이러스와의 접촉을 피하기 위해 비대면(언택트) 관광이 각광을 받았는데 그 중 호텔에서 하는 바캉스를 뜻하는 호캉스가 여전히 인기를 끌고 있다. 저자 역시 유행에 발맞춰 낯익고도 낯선 서울로 호캉스를 떠난다. 나중에서야 같이 간 친구들을 통해 호캉스가 호사스러운 바캉스가 아님을 알게 된 저자는 쿨하게 인정한다. 비록 호텔에서 잠만 자고 하루종일 찜통 더위 속을 헤맸던 호환마마 같은 바캉스였지만, 그의 곁에는 늘 변함 없는 친구들이 있고 또 그들과 함께 다시 진정한 여름 호캉스를 떠날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하는 모습을 보인다.

 

그 시절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여름만 되면 스스로를 마음에 들어 하는 나, 왠지 모르게 근사해 보이는 나, 온갖 고민과 불안 따위는 저 멀리 치워두고 그 계절만큼 반짝이고 생기 넘치는 나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겨울인 사람은 여름 나라에서도 겨울을 산다. 손 닿는 것 모두 얼음으로 만들어버리는 <겨울왕국>의 엘사처럼, 싸늘한 마음은 뜨거운 계절조차 차갑게 만들어버린다.

(116쪽, 「여름을 완성하는 것」 중에서)

 

  어느 유행가 가사처럼 '나(그)는 여름(너)을 사랑하지 않아'라는 나의 외침을 듣기라도 한 것일까. 저자가 한동안 방황하던 시기를 회상하며 쓴 글이지만 왠지 여름을 대하는 내 마음에게 건네는 말 같기도 하다. 굳게 닫혔던 여름을 향한 마음을 서서히 열어보는 게 어떻겠냐고. 그 역시 여름 덕분에 깨달았다. 여름을 완성하는 건 계절이 아닌 마음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제 곧 장마를 시작으로 여름 한 철이 시작되려 한다. 벌써부터 가을이 기다려지는 게 솔직한 내 심정이지만, 올 여름은 지난 여름들과는 아주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기대하게 된다. <아무튼, 여름>을 통해 여름을 즐기는 데 필요한 건 조건이 아니라 마음이라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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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휴가, 수영, 낮술, 머슬 셔츠, 전 애인... 나는 남산[아무튼, 여름]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l*****j | 2022.01.22 리뷰제목
매일 반복해서 하는 나만의 루틴이 있다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려고 애쓴다면 그건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일까? 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서 해내고 있는걸까? 어제 대화를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한파로 온몸이 얼어붙는 날이나 남산을 오른 이유를. 나는 아침마다 남산을 올라간다. 그냥 그러고 산다. 그게 어쩌다 바뀐 자연스러운 일상이라 여겼지,
리뷰제목

매일 반복해서 하는 나만의 루틴이 있다면,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려고 애쓴다면 그건 내가 좋아서 하는 일일까? 하지 않으면 안 될 거 같아서 해내고 있는걸까? 어제 대화를 하다가 문득 깨달았다.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바람이 부나 한파로 온몸이 얼어붙는 날이나 남산을 오른 이유를. 나는 아침마다 남산을 올라간다. 그냥 그러고 산다. 그게 어쩌다 바뀐 자연스러운 일상이라 여겼지, 나는 왜 비오는 날에도 눈이 내리는 날에도 우산을 들고 남산을 올랐는지에 대해선 생각해본 적이 없었다. 그 이유를 번쩍 깨달은 것이다.

 

내 주변 일상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그랬다. 남산이 좋아서 간 것도 아니고, 오르는 과정이 즐거워서도 아니었다. 평지에 익숙한 몸을 경사로에 올려놓는 일은 어느 정도의 결심이 필요한 일. 그걸 해내려고 했을 때는 이유가 분명 있었을텐데, 거기까지 생각이 미치지 못한 것이다. 남산을 걷는 게 너무 좋다고 말해준, 지금은 퇴사한 직장 선배가 있었다. 매일 남산을 오르며 그 시간이 너무 행복하다고 하신 분. 그때도 시도하지 않은 남산 오르기를, 언제부턴가 나 스스로 하고 있었던 것이다. 왜 그렇게 됐는지 이유도 모른 채.

 

묘하게도 , 그때 그 선배가 있던 자리에서 내가 똑같은 업무를 보고 있다. 그러고보니 남산 타워 아래서 만난 또 다른 직장 선배 분이 건네 주신 말의 의미도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너도 왔구나'. 남산을 수 개월 간 오르고, 때론 심장이 터져라 오르막을 전력을 다해 뛰었던 건 잘 버티는 몸을 만들기 위해서였던 것이다. 심란했던 마음, 편안하지 않은 마음이 산을 오를 때는 더 이상 나를 괴롭히지 않는다는 것, 남산을 다녀왔을 때 기분이 전환되는 그 느낌이 좋았던 것이다. 다른 사람이 된다고 느꼈던 거다.

 

대체 그때 나는 뭘 원했던 걸까. 그 시절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여름만 되면 스스로를 마음에 들어 하는 나, 왠지 모르게 근사해 보이는 나, 온갖 고민과 불안 따위는 저 멀리 치워두고 그 계절만큼 반짝이고 생기 넘치는 나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116쪽)

 

내가 그리워한 건 남산이 아니라 남산을 걷는 나였다. 이 책 <아무튼, 여름> 의 김신회 작가 말을 살짝 내 이야기로 돌리면 이렇다. 평소에 이유도 모르고 해내는 일, 혹은 매달리는 일들이 있다. 거기엔 나름의 이유가 다 있을텐데 당시엔 그걸 감지하지 못 하기도 한다. 수 개월, 혹은 수 년이 지나고 나서야 왜 그랬는지 알게 되는 숨은 의미들도 있지 않을까? 내가 남산을 반복해 오르는 이유를, 시작하고 몇 개월이 지나서야 깨달은 것처럼. 그것은 번쩍하고 순간에 오기도 한다. 누군가와 대화를 하거나 혹은 글을 쓰다가도 알게 된다.

 

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세계는 그 하나보다 더 넓어진다. 그저 덜 휘청거리며 살면 다행이라고 위로하면서 지내다 불현듯 어떤 것에 마음이 가면, 그때부터 일상에 밀도가 생긴다. 납작했던 하루가  포동포동 말랑말랑 입체감을 띤다. (33쪽)

 

매일 보면 익숙해지고 점점 가까운 사이가 된다. 환경도 사람도 마찬가지다. 매일 보는 사람과는 친한 사이가 될 수 있는 것처럼 이유가 있어 오르기 시작한 남산은 처음 오를 때보다 훨씬 가까운 사이가 됐다. 남산은 아무 말 않지만 남산 덕분에 나는 매일 아침 다른 생각을 하는 사람이 됐다. 이제는 좋아하게 된, 즐기는 한 가지가 생긴 것이다. 작가의 말처럼, 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일상의 밀도가 높아지고 포동포동 말랑말랑 입체감을 띤다. <아무튼, 여름>을 읽으면서 저절로 이 말에 공감했다. 좋아하는 게 많을수록 내 일상도 그럴 거라 기대하게 된다.

 

글을 쓰며 알았다. 나 역시 좋아하는 게 참 많은 사람이라는 것을. 그저 유난히 내성적인 여름 덕후였다는 것을.(170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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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가을을 시작하며 '여름' 이야기_045 (아무튼 여름) 평점8점 | w*****y | 2022.09.09 리뷰제목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눈 처럼 깨끗한 나만의 당신    겨울에 태어난 사랑스런 당신은    눈처럼 맑은 나만의 당신   추운 날씨는 질색을 하면서도 겨울에 태어난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이유가 있다면 단연 이 노래 때문일 것이다. 삼복 더위에 땀을 삐질거리며 생일을 맞이하는 나로서는 눈처럼 깨끗하고 맑은 아름다운 그들이 부럽지 않겠는가.   두 번째 만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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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겨울에 태어난 아름다운 당신은

   눈 처럼 깨끗한 나만의 당신

   겨울에 태어난 사랑스런 당신은

   눈처럼 맑은 나만의 당신

 

추운 날씨는 질색을 하면서도 겨울에 태어난 친구들을 부러워했던 이유가 있다면 단연 이 노래 때문일 것이다. 삼복 더위에 땀을 삐질거리며 생일을 맞이하는 나로서는 눈처럼 깨끗하고 맑은 아름다운 그들이 부럽지 않겠는가.

 

두 번째 만나는 아무튼 시리즈, 이번 주제는 여름이다.

안 그래도 숨이 턱턱 막히는 날씨, 열대야로 잠 못 드는 요즘 같아서야 이 책을 펼치고 싶은 마음이 쉬이 들지 않았으나 이열치열(以熱治熱)’이라고, 더운 여름날 제목만 봐도 쨍한 여름 햇빛이 느껴지는 책, 아무튼 여름을 만나보기로 했다.

 

   왜 그렇게 여름이 좋냐는 질문 앞에서는 늘 대답이 궁해진다. 그렇지만 그냥, 이라고 얼버무리기에 여름은 그렇게 단순하게 넘겨버릴 게 아니어서 그럼 한번 써볼까, 했다. 마치 여름에게 보내는 러브레터처럼, 여름이 좋은 이유에 대해 써보는 거다. 나는 너의 이런 점이 좋아. 별로일 때도 있지만 결국은 좋아. 1년 내내 여름만 기다리며 사는 사람으로서 내 여름의 기억과 취향에 대해 이야기하고, 비슷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과 공감하고 싶었다. pp.6-7

 

1년 내내 여름을 기다리며 산다니, 나로서는 다소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저자의 여름어()’를 마주한 순간, , 어쩌면? 슬몃 고개가 끄덕여졌다.

 

   오랫동안 나의 여름어()기대였다. 늘 여름을 기다렸고, 그 계절에 벌어질 일들을 기대했다. p.9

 

나의 여름어()여행이다. 첨벙첨벙 물놀이를 좋아하던 나는 겨울방학 보다 여름방학을 기다렸고, 한달 남짓 유럽으로 떠나 새벽까지 이름 모를 골목들을 헤매고 다녔던 때도 여름이었다. 직장인이 된 이후에는 나의 1년을 보상이라도 하려는 듯 여행이 끝나기 무섭게 그 다음 여름휴가를 어디로 떠날지 계획하며 설레곤 한다. 이쯤 적고 보니, 그러게? 나도 여름을 기다리고 있었네? 저자의 여름어()와 나의 것이 그리 다르지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여름휴가는 나에게 주는 선물이다. 그건 나머지 세 계절을 어떻게든 버텨온 스스로에 대한 예의이기도 하다. p.71

 

이 책에 여행만큼 많이 언급된 것들이 있다면 여름과 어울리는 음식들인데, 맥주, 초당옥수수, 샤인머스캣, 물냉면 들이 그것이다.

 

   “요즘 맥주 너무 마셔.”

   “괜찮아, 운동하면 돼.”

   여름에는 모두가 맥주로 하나가 된다. 나와 지인 대부분은 맥주 마시려고 운동을 가거나 맥주 마시려고 운동 갈 계획을 취소한다. p.17

 

   여린 채소처럼 보드라우면서 알알이 톡톡 터지는 아삭한 식감과 달콤함을 가졌다는 초당옥수수의 매력에 대해서는 진작 들어 알고 있었지만, ‘옥수수니까 당연히 맛있겠찌라고만 생각했다. 하지만 온라인 마트에서 호기심으로 주문한 두 개에 4,800원짜리를 맛본 이후로 세계가 뒤집혔다. 옥수수와 초당옥수수는 아예 다른 것이다. 대한민국에 여름이 존재하는 이유 중 하나는 초당옥수수 때문이다. p.13

 

   아니, 이 맛은... 이 세상 맛이 아니다...! 그동안 내가 먹어온 포도는 포도가 아니었다! 거봉도 물러가라! 샤인머스캣은 과일의 혁명이다! 나 열심히 살게! 돈 많이 벌게! 이런 거 계속 먹기 위해서 최선을 다할게!! p.26

 

   맨 처음 을밀대에서 먹었던 물냉면은 이거 왜 먹는거야? 이었는데, 육수는 금방 미지근해지는 데다 싱거우면서도 느끼했다. 면은 텁텁하고 툭툭 끊겨서 씹는 맛이 없었다..(중략)..식초와 겨자를 잔뜩 넣고 곁들여 나오는 무절임을 한 젓가락에 하나씩 올려 먹는 사투 끝에 한 그릇을 끝내는 데 성공했다. 억지로 비운 냉면 그릇을 내려다보면서 생각했다. 평양냉면은 인내의 맛인 걸까.’ p.46

 

맥주를 그리 좋아하지는 않지만 나 역시 편의점에 들를 때면 내가 가보지도 않은 나라의 맥주를 호기심 어린 눈으로 바라보다가 몇 캔 사들고 온다. 이번에는..하는 기대를 품으며 한 모금 들이켜 보지만 아직까지는 그 맛을 잘 모르겠어서 나의 세계맥주여행은 한동안 이어질 듯도 하지만 말이다.

 

아삭하고 달콤한 초당옥수수를 처음 먹었던 날, , 이런 옥수수도 있네...입에서 톡톡 터지는, 이제껏 찰옥수수에 길들여져 있던 나는 옥수수의 신세계를 만나기도 했었다. 그리고 긴 말이 필요 없는 샤인머스캣은 단기간에 내가 좋아하는 과일 중 하나로 급부상했지만 저자의 말처럼 쉽게 손이 가지 않는 가격에 몇 번을 망설인 끝에야 장바구니에 넣곤 한다(올해 첫 샤인머스캣이 냉장고에 들어 있는 지금, 이 글을 적으며 급군침이 돈다).

 

그러고 보면 저자만큼이나 내게도 여름을 떠올리면 미소 짓게 하는 기억들이 제법 있었다. 저자의 글에 고개를 끄덕이며 읽었던 여행, 그 여행을 함께한 친구, 여름에만 먹을 수 있는 과일(아무리 기술이 발달한다 해도 제철 과일이 주는 계절을 담은 그 맛을 따라잡기는 힘들 듯 하다) 그리고 겨울아이처럼 멋들어진 가사의 노래는 아니어도 여름에 태어난 친구를 만나기 위해 땀을 뚝뚝 흘려가며 만나러 와 생일축하 노래를 불러주는 친구들, 무엇보다 이 더운 날씨에 나 때문에 고생했을 사랑하는 엄마.

 

리뷰를 쓸때는 한여름이었는데, 게으른 덕에 가을, 그것도 추석연휴를 맞아 마무리를 지으려니 살짝 계절이 어긋나 버렸지만, 오히려 한풀 꺾인 날씨 앞에 지난 여름의 무더위가 살짝 미화되는 듯도 하다. 그러고 보면 덥다덥다 하면서도 나는 여름을 제법 좋아한 것 같다는 자기암시와 함께 말이다.

 

   여름은 매번 내게 대단한 걸 가져다주지 않는다. 덥고, 지치고, 체력은 점점 후달리고, 흥미롭거나 재미있는 사건도 딱히 일어나지 않는다. 그치만... 계속 여름이 좋으니 어쩜 좋을까. 짝사랑도 이런 짝사랑이 없다. 그 마음을 글로 써온 시간 역시 여름을 기다릴 때처럼 설레고 가슴 벅찼다. p.73

 

2022년 더운 여름날 만난 책^^
 

 *기억에 남는 문장

내게도 언제든 꺼내 볼 수 있는 여름날의 추억이 있다. 여름이 그 추억만큼 나를 키운 것이다. 여름은 담대하고, 뜨겁고, 즉흥적이고, 빠르고, 그러면서도 느긋하고 너그럽게 나를 지켜봐준다. 그래서 좋다. 마냥 아이 같다가도 결국은 어른스러운 계절. 내가 되고 싶은 사람도 여름 같은 사람이다. p.7

 

언젠가부터 코미디 프로가 재미없어지기 시작했는데, 인생이 코미디라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p.11

 

모든 과거는 추억이 된다지만 모든 추억이 그리움이 되는 건 아니다. 이제는 여름이 와도 그때의 내가 그립지 않다. 더 이상 못 그러겠으니까. 체력이 달려서. 열정이 바닥나서. 그리고 더는 그런 걸 원하지 않게 되었으니까. 그래서 그만큼 여름에 실수를 덜 하게 됐고, 이제는 이런 여름이 좋다. p.11

 

좋아하는 게 하나 생기면 세계는 그 하나보다 더 넓어진다. 그저 덜 휘청거리며 살면 다행이라고 위로하면서 지내다 불현 듯 어떤 것에 마음이 가면, 그때부터 일상에 밀도가 생긴다. 납작했던 하루가 포동포동 말랑말랑 입체감을 띤다. p.14

 

욕망당하지 않아도, 아름답다고 인정받지 않아도 나는 나라는 사람으로서 충분하다는 것을 이제야 조금씩 알아간다. p.20

 

누군가의 조언이 곱게 들리지 않는 이유는 몰라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알지만 하기 싫어서 혹은 못 해서 괴롭기 때문이 아닌가. p.23

 

어렸을 적, 여름방학을 앞두고 가장 설렜던 순간은 하루 일과표를 만들 때였다. 8절 스케치북에 커다란 동그라미 하나를 그리고 칸을 나눠 할 일을 적는 시간 말이다. 이렇게 말하고 나니 자연스레 연식이 나오는데, 내가 초등학생 때는 초등학교를 초등학교라고 불렀고, 방삭을 앞두곤 그런 식의 계획표를 만들어 학교에 제출해야 했다. p.29

 

슬픔은 대출금 같은 것이다. 애써 모른 척, 괜찮은 척해봐도 그 자리에 그대로 있다. 그렇다고 해서 자꾸 외면하거나 도망치기만 하면 이자는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그저 실컷 슬퍼하는 것으로 착실히 상환해나갈 수밖에 없다. p.37

 

그 시절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여름만 되면 스스로를 마음에 들어 하는 나, 왠지 모르게 근사해 보이는 나, 온갖 고민과 불안 따위는 저 멀리 치워두고 그 계절만큼 반짝이고 생기 넘치는 나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하지만 이미 마음이 겨울인 사람은 여름 나라에서도 겨울을 산다. p.50

 

그러면서 알게 되었다. 용기는 나와 전혀 다른 이들에게서 얻는 것이 아니라 나와 닮은 사람들에게서 얻는 것이라는 사실을. 내가 그들로부터 힘을 얻은 것처럼, 나 역시 누군가에게 힘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p.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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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나의 여름은 시작되었다.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d****i | 2020.06.22 리뷰제목
관심 주제나 작가님의 책이 출간되면간간히 보곤 하는 "아무튼 시리즈".이번에는 "아무튼 여름"이라는 제목으로 김신회 작가님의 책이다.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여름에 대해서 작가님이 담아 놓은 글이 궁금했고,결과적으로 읽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이 여름이 더 좋아졌으니 말이다.열정적인 여름에 빠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휴가철답게 여행이야기,맥주, 혼술, 낮술, 레몬소주
리뷰제목

 

관심 주제나 작가님의 책이 출간되면
간간히 보곤 하는 "아무튼 시리즈".
이번에는 "아무튼 여름"이라는 제목으로 김신회 작가님의 책이다.
가장 좋아하는 계절인 여름에 대해서 작가님이 담아 놓은 글이 궁금했고,
결과적으로 읽기를 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이 여름이 더 좋아졌으니 말이다.


열정적인 여름에 빠질 수 없는 사랑이야기,
휴가철답게 여행이야기,
맥주, 혼술, 낮술, 레몬소주 이야기,
여름을 알리는 덩굴 장미이야기,
시원한 옷 이야기,
초당 옥수수, 냉면, 샤인머스캣 이야기등
여름을 흠뻑 느낄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했다.


시원한 맥주 좋아해서 술 이야기 나올 때마다 "맥주 사올까?"싶은 욕망을 누르느라 힘들었고,
초당옥수수는 나도 먹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굴뚝같았고,
나도 잘 보고 있는 "삼시세끼" 이야기도 반가웠고,
특별한 날에 나를 조금 더 위해주어야겠다는 생각도 했고,
빨리 여름휴가 가고 싶다는 생각도 들고,
새로운 운동을 시작해볼까, 또 다른 취미를 가져볼까 하는 생각도 드는등
격하게 공감하면서 웃기도 하면서 기분좋게 읽었다.
여름밤에 읽으니 더욱 금상첨화!!


"여름" 가득한 글을 읽으니 '나는 왜 여름을 좋아하나"라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막연하게 내가 태어난 계절이라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나는 여름의 그 열정적인 분위기가 좋다.
해가 지는 빨간 노을도 열정적으로 보이고, 하물며 깊은 밤이 되었어도 뭔가 밝고 열정적인 느낌이다.
여행을 좋아해서 신나고 즐거운 여름 여행 추억도 많고,
많은 것을 할 수 있는 낮이 긴 것도 좋다.
그래서 나도 여름이 돌아오면 괜히 기분이 좋아지고, 들뜨게 된다.


과연 이번 여름에는 또 어떤 일들이 벌어질지,
어떤 추억들을 쌓게될지 기대된다.
이제 본격적으로 무더운 여름이 시작되겠지만
난 변함없이 올 여름도 즐겁고 신나게 잘 보낼 것이다.
편의점 시원한 맥주 4캔을 사는 것도, 한여름밤에 공포영화를 보는 것도,
여름 과일을 원없이 먹는 것등 하나하나가 즐거움이 될테니 말이다.


작가님의 말씀처럼 근사한 여름 추억이 없어도,
여름을 좋아하는 이유가 특별히 없어도 여름을 사랑할 수 있다.
"아무튼 여름" 이 책으로 본격적인 나의 여름은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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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여름아, 부탁해!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8 | 2022.10.12 리뷰제목
‘여름은 늘 그런 식이다. 부푼 가슴으로 기다리면서도 정작 다가오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입맛만 다시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예상보다 많은 추억이 쌓여 있다.’- 본문 중, ‘이야기의 시작’ 중에서여름을 향한 무한한 예찬으로 가득한 김신회 작가의 에세이 <아무튼, 여름>은, 그간 읽어왔던 ‘아무튼’ 시리즈 책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그 결이 다르게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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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은 늘 그런 식이다. 부푼 가슴으로 기다리면서도 정작 다가오면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입맛만 다시게 되지만, 시간이 지나 되돌아보면 예상보다 많은 추억이 쌓여 있다.’
- 본문 중, ‘이야기의 시작’ 중에서

여름을 향한 무한한 예찬으로 가득한 김신회 작가의 에세이 <아무튼, 여름>은, 그간 읽어왔던 ‘아무튼’ 시리즈 책들과 비교해보았을 때 그 결이 다르게 느껴졌다. 예컨대 요조 작가의 <아무튼, 떡볶이>를 놓고 본다면 책이 품은 이야기의 주제이자 소재로 삼은 떡볶이를 향한 작가의 예찬이 떡볶이를 제외한 다른 음식들을 향한 비예찬이나 부정을 의미하지 않지만, 사계절 중 여름 하나만을 두고 굉장한 예찬을 벌이는 <아무튼, 여름>의 경우는 네 가지의 계절 가운데 여름을 중심으로 호와 불호가 명확하게 갈린다는 점에서 여타의 아무튼 시리즈들보다 의미심장하게 다가온다. 즉 여름이 아닌 다른 계절을, 특히 김신회 작가가 ‘구리다’고까지 표현한 겨울을 선호하고 예찬하는 이에게 <아무튼, 여름>은 어쩌면 불편하거나 아쉽게 다가올지도 모른다.

개인적으로 겨울을 사랑해마지않기에 나 역시도 여름을 향한 예찬을 넘어서 겨울을 향한 저주(?)까지 내 비친 <아무튼, 여름>이, 그렇게 호와 불호가 명확하게 구별되어 있는 이 책이 처음에는 까슬까슬하게만 느껴졌다. 그런데 <아무튼, 여름>을 다 읽고 난 후, 나는 무더위와 장맛비가 번갈아가며 기승을 부린 변덕스러운 계절을 오롯이 견뎌냈기에 이후에 찾아오는 겨울을 기꺼운 마음으로 맞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사실을 비로소 깨닫게 되었다. 미국의 문학가 헨리 데이빗 소로(Henry David Thoreau)가 “한겨울에도 우리의 마음속에 여름을 조금이나마 간직해야 한다”고 말했던 것처럼, 겨울이 찾아와도 내 마음속에 여름을 나도 모르게 조금씩 간직해왔기에 나는 겨울을 애정할 수 있었나보다. 반대로 김신회 작가는 여름 안에서 알게 모르게 겨울을 조금씩 간직하듯 감내해왔기 때문에 여름을 향한 무한한 애정을 품을 수 있었나보다.

결국 내가 애정하고 선호하는 계절과 그렇지 않은 계절 간의 상호보완적 관계맺음을 통해서 우리는, 나와는 대척의 관계에 것들을 마음으로 품을 수 있는 여지를 갖출 수 있게 된다. 여름을 사랑하는 이는, 자신이 그다지 마주하고 싶지 않은 겨울을 필연적으로 감내해야만 재차 여름과 조우할 수 있다. 반대로 나처럼 겨울을 애정하는 이에게 여름은, 꺼려지더라도 필히 마주해야하는 관문과도 같다.

난생 처음으로 여름을 제대로 즐겨보겠다는 결심을 안고 올해 여름을 맞았다. <아무튼, 여름>을 읽기 전부터 이미, 내가 선호하지 않는 것을 감내할 수 있을 때 비로소 내가 선호하는 것을 더욱 의미 깊게 마주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을 깨우쳐준 사람 덕분에 가능해진 결심이자 준비였다. 여전히 나는 여름보다 겨울을 훨씬 더 애정하고 앞으로도 계속 겨울이 오기만을 고대하겠지만, 이제는 겨울 이후의 여름도 더불어 고대하며 기다릴 수 있는 마음가짐이 가능해질 것 같다. 덕분에 그간 알아차리지 못했던, 아니 알아차릴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여름의 근사한 면들이 하나 둘 씩 솟아오르고 있다. 이제는 나에게 여름과 같은 하나의 계절은 독립적인 계절이 아닌, 봄이 먼저도 아니고 겨울이 마지막도 아닌, 모든 계절이 시작과 끝을 이루는 하나의 거대한 순환으로 다가온다.

‘그 시절 내가 그리워한 건 여름이 아니라 여름의 나였다. 여름만 되면 스스로를 마음에 들어 하는 나, 왠지 모르게 근사해 보이는 나, 온갖 고민과 불안 따위는 저 멀리 치워두고 그 계절만큼 반짝이고 생기 넘치는 나를 다시 만나고 싶었다.’
- 본문 중, ‘여름을 완성하는 것’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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