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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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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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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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k*****3 | 2022.05.15 리뷰제목
종일 부모의 수발을 드는 건 자신인데 환자가 다른 자식들을 더 반기고 챙길 때, 잘 차려입은 형제들이 고생 많다는 형식적인 인사나 하고 서둘러 병원을 빠져나갈 때, 다른 자식들 앞에서는 강하고 고상한 척 품위를 지키던 부모가 자기 앞에서만 엄살을 부리고 짜증을 낼 때, 그들의 입에서는 작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23) “죽은 부모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나도 내 부모를 그리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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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일 부모의 수발을 드는 건 자신인데 환자가 다른 자식들을 더 반기고 챙길 때, 잘 차려입은 형제들이 고생 많다는 형식적인 인사나 하고 서둘러 병원을 빠져나갈 때, 다른 자식들 앞에서는 강하고 고상한 척 품위를 지키던 부모가 자기 앞에서만 엄살을 부리고 짜증을 낼 때, 그들의 입에서는 작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23)

죽은 부모를 그리워하는 사람들. 나도 내 부모를 그리워하고 싶은데, 보고 싶다고 눈물짓고 싶은데 내 부모는 살아 있고 난 그 사람들이 지긋지긋해. 지긋지긋해서 미치겠어. (41)

나한텐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게 가족이에요.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이 가족이라고요!“ (194)

 

나는 오래 전부터 나이 듦에 대해 생각이 많았었다. 울 시어머님의 어머님. 그러니까 시 외할머니께서 104, 장수하셨는데 그 과정이 3자가 봤을 때 결코, 좋아 보이지 않았다. 막내에게 재산을 주는 조건으로 함께 사셨는데 막내의 사업이 망하면서, 막내 외삼촌은 미국으로의 이민을 택했고, 그렇게 되자 시 외할머니는 낙동강 오리 알 신세가 되었던 거다. 재산을 받지 않은 자식들은 아무도 그 어른을 모시려 하지 않았고, (사실. 모실 수도 없었던 이유 중 하나는 자식들도 모두 노인이 되었다는 사실. ㅠㅠ 노인이 노인을 모시는 구조니 모두가 힘들 수밖에.) 둘째 딸 집에 사셨는데, 딸도 힘드니 결국엔 요양원으로 가셨던 걸로 기억한다. 엄마의 사랑을 받았지만, 아무도 책임질 수 없는 상태. 결국, 104세에 돌아가셨는데 모두 호상이라며 좋아하셨다. 사람이 죽었는데 어떻게 호상이 되는지, 호상이라는 말은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하는 위로의 말 같은 것일까?

 

이렇게 말하면 너무 개인주의적인 생각일지 모르겠지만, 나는 가족이라도 적당한 거리 두기를 해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다. 가족이라는 이유로 내 안에 들어오는 것도 싫고, 가족이라는 이유로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는 것도 싫어한다. 각자 인생은 각자 알아서. 이게 내 생각인데, 가족은 그 묘한 경계를 아무렇지 않게 넘는 존재이기도 하다. 그래서 누군가에게는 질긴 족쇄, 지긋지긋한 족속인지도 모르겠다.

 

소설의 첫 장면은 노부모의 죽음으로 시작한다. 어머니는 찹쌀떡이 목에 걸린 채 죽어가고, 아버지는 칼에 찔려 죽어가고 있다. 아버지와 어머니 모두 죽는 순간까지 자식을 생각하지만 네 명이나 되는 자식 중 누가 더 불효자인지, 그리고 효자인지 답을 내릴 수 없다. 키우는 내내 자랑이었던 자식들은 어느 순간 부모의 뒤통수를 친, 자식이 되고, 부모의 늙고 병듦을 자식들에게는 짐이 되고 만다. 서로가 피해자인 동시에 가해자가 되는, 끊을 수 없는 굴레가 끊어지는 건 결국 죽음뿐일까 

 

가족이라도 결혼하고 출가한 자식들의 삶을 일일이 다 알 수 없고 간섭할 수 없다. 하지만 부모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하나부터 열까지 자식에 대해 알고 싶은가 보다. 품 안의 자식은 아니지만 그래도 내 품 안에 있었던 아이들이니 궁금할 수도 있겠지만, 그 궁금함이 때론 불편함이 된다는 걸 인정해야 하지 않을까? 안다고 해서 부모가 다 해결해 줄 수 없으니까. 곁에 두고 싶어 안달할 필요도 없는 것 아닐까?

 

솔직히 지긋지긋한. 에 방점을 찍고 싶다. 결혼하고 지금까지 나는 홀 시어머님과 살고 있다. 누군가는 모시고에 방점을 찍을 것이고, 누군가는 얹혀사는 것에 방점을 찍고 싶을 것이다. 어디에 방점을 찍든, 나는 시어머님과 살고 있기에 사람들이 내 앞에서 자신들의 시댁 이야기를 할 때, 뭐든 웃어넘길 자신이 있다. 아무리 힘들다 말해도 여태까지 같이 사는 나와는 비교도 안 될 테니까. 가족이라는 그 바운더리가 누구보다 지긋지긋한 사람은 나다. 그나마 이십 년 넘게 시어머님과 함께 살다 보니 내 나름의 비책(?)이 있어, 큰 소리 한번 난적 없고, 남편과 주말 부부임에도 자유로울 수 있었다.

 

나에게도 이제 시작일, 부모님 돌봄의 시간이 남아 있다. 그 과정에서 형제자매끼리 싸울 일이 없길 바란다. 그리고 나는 생각한다. 아이들 고민하지 않게 내가 먼저 요양원에 들어가겠다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노인이 되고 싶다. 가족끼리의 돌봄은 누구 하나 죽어 나가지 않으면 지긋지긋해질 게 뻔하니까. 너무 오래 살아 슬픈 오늘날의 늙음이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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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가장 질깃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m****h | 2022.05.27 리뷰제목
질긴 족쇄, 지긋지긋한 족속, 그 이름 가족   이 소설은 참으로 안타깝고도 사실적이어서 아픈 기록이다. 네 남매를 둔 전직 시청 국장 출신의 아버지와 뇌졸중으로 쓰러져 몇 년째 자리보전하는 어머니, 큰딸 인경의 초등학교 평교사, 둘째인 현창은 유명한 대학교수이며 의사, 셋째는 부모가 기를 쓰고 결혼을 반대했던 남자와 결혼했다 이혼했다. 중학생인 아들과 방 두 칸짜리 원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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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긴 족쇄, 지긋지긋한 족속, 그 이름 가족

 

이 소설은 참으로 안타깝고도 사실적이어서 아픈 기록이다. 네 남매를 둔 전직 시청 국장 출신의 아버지와 뇌졸중으로 쓰러져 몇 년째 자리보전하는 어머니, 큰딸 인경의 초등학교 평교사, 둘째인 현창은 유명한 대학교수이며 의사, 셋째는 부모가 기를 쓰고 결혼을 반대했던 남자와 결혼했다 이혼했다. 중학생인 아들과 방 두 칸짜리 원룸에 살면서 보육교사로 일한다. 막내 현기는 10년째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지만, 늘 낙방이다. 아버지와 다투고 집을 나와 택배 물류센터에서 일한다.

 

아버지는 말한다. 걱정마, 우리한텐 자식이 넷이나 있어

 

자식들 넷의 저마다 사정은 한 곳으로 향한다. “가족”이란 이들 네 남매에게 어떤 의미로 와 닿는가, 생애주기에 따른 돌봄, 이는 가족이란 공동체의 세대 간 영속을…. 정은 위에서 아래로 부모에게서 자식에게로 자식은 또 그 자식에게로 마치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물이 흐르는 이치와도 같다. 그러나 돌봄은 공동체의 의리라고 해야 할까, 어린 자식이 네발로 사방을 기어 다닐 때는 부모가, 세월이 흘러 부모가 네발로 기어 다닐 때는 다 큰 자식이 부모를 돌봐야 한다. 정은 위에서 아래로 흐르듯, 거꾸로 올라가지는 않는다. 애정과 정성이 빠진 그저 세대 간의 의리를 지키기 위한 의무일 뿐이다. 이런 냉정함의 질서를 유현재 작가는 그의 경험을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그리고 있다.

노부부, 아내를 돌보다가 지친 남편 그 역시도 말라 죽어간다. 내가 쓰러지면, 자리에 누운 아내를 누가 돌볼 것인가라는 생각에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아내를 죽였다. 그리고 그도 죽으려고…. 신문 지상 한 귀퉁이 올라온 가슴 아픈 사연은 그저 남의 일이 아니다.

 

가족, 애증이야기, 돌봄의 끝

 

돌봄의 지옥 속에 경제적으로 풍족하지 못한 그렇지만 아들과 함께 맘 편하게 살아가던 셋째가 부모 돌봄을 떠안게 된다. 아버지는 시가 20억 하는 집을 주겠다는 말로 딸을 조종하려 하고, 맏이 딸은 나 역시 지금 힘들거든, 명퇴한 남편과 자동차 음주운전으로 임산부를 친 아들, 둘째는 어떤가, 지긋지긋한 부모한테서 되도록 멀리 떨어지려는…. 그리고 아내에게는 ‘시’ 자로부터 받을 스트레스를 받지 않게 하려고, 노인과 질병 그리고 병원의 역할이라는 칼럼을 신문에 썼다가 병원 동료에게 따돌림을 받고, 환자들로부터 왜 병원에 입원해두게 하는 거냐며, 그리고 아버지는 칼럼에 댓글로 불효자라고 비난을….

 

우리들의 일상과 조금도 다르지 않은 삶을 투영한 소설, 저마다 다들 가진 특별한 사정 또한 함부로 비난할 수 없는 상황이다. 우리 사회에서 무급노동으로 그저 젠더적인 노동이 돼버린 ‘돌봄’ 요양원에 대한 상반된 시각들, 가족이 돌봐야 할 부모를 요양원에 맡기면 불효가 되고, 자식이 부모부양책임으로 유기하는 것으로…. 어릴 적 네 남매가 살았던 동성빌라, 이제는 낡고 허물어져 재개발을 기다리는 흉물스러운 곳, 하지만, 그곳에 부모와 함께 지냈던 어린 시절, 왁자지껄했던 그 시대의 추억의 한쪽에는, 현실로 다가온 돌봄의 절벽이….

 

누가 부모를 죽였을까, 아버지를 칼로 찌른 이는 우리 가족 중에 누구?, 어머니의 입에 들어있는 찹쌀떡, 우리에게 즐겨 만들어주었던 그 찹쌀떡이…. 그렇게 두 사람은 죽었다. 과연 범은 네 남매가 공모한 걸까, 돌봄으로 심신이 피폐해진 셋째?, 아들의 음주운전 사고로 피해자와 합의를 해야 하는 처지의 맏이…. 어찌 보면 모두에게 범죄 혐의는 있다. 모두가 공범이다. 하지만 이들은 누구도 죽이지 않았다. 다만, 가끔 죽이고 싶었을 뿐이다. 가족인데 왜? 라는 물음과 함께….

 

이 소설은 돌봄의 국가 책임론을 직접적으로는 말하지 않는다. 다만, 현재 우리 사회의 가족 돌봄이란 뭔지, 어떤 일이 벌어지는지, 한번 들여다보라며 돌봄 문제를 제기한다. 우리는 노인의 심리적 변화에 대해서 너무도 모른다. 그저 우리의 어린 시절, 자상했던, 그리고 모든 걸 희생해서라도 잘 되길 빌어주는 그런 성스럽고 자애로운 이미지만이 남아있는 건 아닌지, 그러나 돌봄이 필요한 상태가 되면, 지겨워지고…. 그래서 이 때문에 내 남은 인생을 쓸데없이 보내야 하나라는 생각이…. 이런 모든 것을 떨쳐낼 방법은 없는 것인가…. 작가는 말한다. 고령사회, 저출산초고령사회다. 이제는 누가 돌봄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할 것인가. 일본의 초고령사회의 문제를 2050문제라 했다. 우리에게도 거의 같은 맥락으로 다가온다. 2050년 아이들이 줄어들고, 이제는 초고령의 노인들만의 나라가...인구가 갖는 함의는? 우리 사회의 존속은?, "가족"이란 이름으로 언제까지 도덕적 의무만을 강요하는 사회가 될 것인가?

 

 

<출판사에서 받은 책을 읽고 쓴 리뷰입니다>

 

#가장질긴족쇄_가장지긋지긋한족속_가족#류현재#장편소설#가족#돌봄#우울,애증,#새소설,#자음과모음#자음모음서평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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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도서 리뷰]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h*****3 | 2022.05.23 리뷰제목
# 예쁜 표지에 그렇지 못한 제목 (p194) "나한텐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게 가족이에요.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이 가족이라고요!" '가족'이라는 단어만큼 마음이 찡해지고 눈가를 촉촉하게 만드는 단어가 있을까.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들에게 '가족'이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진절머리가 나는, 무거운 족쇄처럼 느껴지는 단어이다. 어쩌다 그들은 서로에게
리뷰제목

 

 

예쁜 표지에 그렇지 못한 제목


(p194) "나한텐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게 가족이에요.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이 가족이라고요!"


'가족'이라는 단어만큼 마음이 찡해지고 눈가를 촉촉하게 만드는 단어가 있을까. 그러나 이 책의 주인공들에게 '가족'이라는 단어는 듣기만 해도 진절머리가 나는, 무거운 족쇄처럼 느껴지는 단어이다. 어쩌다 그들은 서로에게 지긋지긋한 족속이 되어버렸나. 가족의 비극이 누구나 한 번쯤은 품어 봄직한 불만에서 비롯되었다는 사실이 너무나 현실적이라서 더욱 더 슬프게 느껴지는 노란빛의 표지.

 

 

# 부부와 사 남매


(p50) 살아 계실 때 효도해라. 그런 말 하는 사람들은 죄다 효도라고는 눈곱만큼도 안 해본 사람들이야. 해봤으면 그게 얼마나 징글징글한 건지, 기약 없는 지옥인지 아니까 그런 말 못 하지. 그래서 세상에는 효도하는 사람들보다 후회하는 사람들이 더 많은 거야. 그게 효도보다 훨씬 더 쉽고 짧으니까.


이야기는 늙은 노부부의 간병을 두고 시작된 가족 간의 갈등을 그리고 있다. 갈등 상황을 두고 차녀 김은희를 시작으로 장남 김현창, 장녀 김인경, 막내 김현기, 그리고 김영춘과 이정숙의 시선으로 차례로 옮겨가며 각 인물들의 속사정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하는 점이 몰입도를 높여준다. 어느 누구 하나 이해되지 않는 인물이 없었다.

그러나 동시에 스스로 생각하는 '나'와 다른 가족 구성원이 생각하는 '나'의 간극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부모 부양을 맡게 된 김은희가 스스로를 비운의 효자로 여기지만, 언니 김인경의 시선에서는 여전히 철부지 동생인 것처럼 말이다. 이러한 시선의 차이는 소통의 부재에 더해져 비극을 심화시킨다.

 

 

# 피는 아래로, 화살은 위로 향한다


(p161) 핏줄이라는 말은 사기다. 진짜 피로 연결되어 있지도 않은데, 연결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하니까. 혹시라도, 눈에 보이지 않아도 핏줄이 연결돼 있다면 그건 아래로만 향해 있을 것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핏줄이 이어져 있는데, 자식의 핏줄은 부모가 아니라 자신의 자식을 향해서만 뻗어 있을 테니까. 그리고 자식을 향한 핏줄이 연결되는 순간, 부모 쪽에서 온 핏줄은 막혀버린다. 거추장스러운 넝쿨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비극의 족쇄는 쉽게 끊어지지 않고 되물림된다. 그들이 부모를 벗어나 새로 꾸린 가정의 상황도 별반 다르지 않다. 특히 장녀인 김인경 편을 읽다 보면, 그녀는 그녀의 아들에게 '거추장스러운 넝쿨 취급'을 받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병든 노부모가 그녀에게 그런 의미였던 것처럼 말이다. 또, 차녀 김은희의 아들은 노부부의 죽음을 두고 조부모의 뜻을 알아채지 못한 사남매를 원망한다. 부부는 죽음으로 이 비극을 끝맺고자 했지만 갈등은 여전히 가족 안에서 자라고 있다.

 

 

# 피하고 싶지만 언젠가는 맞닥뜨릴 이야기


(p214) 하지만 빈집은 다르게 생각했다. 그들을 죽인 그놈은 '가족'이었고, 노부부는 희생자이자 가해자이기도 했다. (중략) 이 집의 주인들이 늙은 고아로 이 세상을 떠난 것처럼, 이 집의 자식들도 이제 고아의 삶을 살게 될 것이다.


여느 인간관계처럼 가족 간의 갈등도 필연적인 것이겠지만, 가족이란 유독 서로를 상처입히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 관계이기도 한 것 같다. 가족이라는 이름 아래 행해지는 폭력. 우리는 노부부처럼, 그들의 아이들처럼, 희생자도 가해자도 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쉽사리 끊어낼 수 없는 이 '가족'이라는 고리를 어떻게 보듬어 살아가야 하는 것인가. 생각이 많아지는 이야기였다.

 

 

이 리뷰는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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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가족이란 무엇인가? 평점8점 | r*********s | 2022.05.27 리뷰제목
세대 간의 갈등은 봉합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사회 어디에서나 가장 힘든 문제가 되었다. 경험을 토대로 건네는 조언은 잔소리가 되었고 자신의 상황이 제일 어렵고 중요할 뿐이다. 그건 가족 간에도 마찬가지다.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극복하기 힘든 관계 일지도 모른다.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다. 가족이라서 그렇다는 근본적인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가장 질긴 족쇄, 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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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대 간의 갈등은 봉합하기 어려운 지경이다. 사회 어디에서나 가장 힘든 문제가 되었다. 경험을 토대로 건네는 조언은 잔소리가 되었고 자신의 상황이 제일 어렵고 중요할 뿐이다. 그건 가족 간에도 마찬가지다. 가족은 세상에서 가장 극복하기 힘든 관계 일지도 모른다. 어디서 잘못되었는지 알 수 없다. 가족이라서 그렇다는 근본적인 대답만 돌아올 뿐이다.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란 제목만으로도 충분히 내용을 예상하게 만드는 류현재의 소설 속 가족도 그러하다.

 

거동이 불편한 어머니는 입에 든 찹쌀떡 때문에 숨이 막혀 죽어간다. 그 곁에 아버지도 칼에 찔려 죽음을 맞는다. 부부는 한날한시에 세상을 떠난다. 부족할 것 없는 부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과연 이런 참혹한 사건의 범인은 누구일까. 뉴스에 등장하는 존속살해인 것일까. 제목을 떠올리면 그게 정답일 것 같은데. 이 비극의 시작은 어디서 시작된 것일까?

 

아버지가 모임에 나가고 어머니 혼자 산에 오르다 쓰러지는 사건이 발생하다. 요양원이 아닌 집에서 지내기를 원하는 엄마. 아버지 혼자 엄마를 감당하기는 어렵고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하다. 부부에게는 아들 둘 딸 둘 자녀가 있다. 큰 아들은 의사, 큰 딸은 선생님, 이혼해 아들을 키우며 어린이집 교사를 하는 둘째 딸, 부모와 함께 살면서 공무원 공부를 하는 막내. 이미 익숙한 전개로 느껴지는 건 나뿐일까. 둘째 딸이 아들과 함께 집으로 들어와 부모를 모신다.

 


 

돌봄은 어렵고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다. 자신의 입장과 처지만 생각할 뿐이다. 돌봄을 받는 부모는 둘째 딸이 마음에 차지 않고 딸은 그런 부모가 서운하다. 모든 걸 자신에 맡긴 형제에게도 마찬가지다. 소설은 둘째 딸을 시작으로 가족 가족 저마다의 속마음을 보여준다. 그들에게 어떤 사정이 있는지 가족에게 솔직하게 터놓고 말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인지 말이다.

 

둘째 김은희는 일을 그만두고 엄마를 간호하는 게 당연하다고 여겼다. 잘한 선택이라고 말이다. 하지만 부모님의 요구 조건과 잔소리는 혼자 감당하기 어려웠다. 뭔가 탈출구가 필요했고 그건 술과 동생 친구인 세탁소 아들 광수였다. 의사로 성공한 큰아들 김현창은 부모가 환자처럼 여겨진다. 어머니가 위급할 때마다 자신을 찾는 아버지와 가족들이 부담스럽고 힘들다. 가족으로부터 도피처로 결혼을 선택한 큰 딸 김인경은 일을 하면서 시부모를 모시고 살았다. 겨우 끝났다고 여겼는데 엄마가 쓰러진 것이다. 둘째가 모시기로 했으니 경제적으로 보태면 된다고 여겼다. 막내 김현기는 자신을 향한 기대와 염려가 벅차다.

 

어쩌면 부모의 죽음은 소설 속 모두가 바라는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이제는 말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어머니는 가족의 짐이 되기 싫었고 아들의 교통사고로 인해 막대한 합의금이 필요했던 큰 딸은 부모의 집을 둘째에게 줄 수만은 없었다. 자신을 무시하는 언니와 싸우고 집을 뛰쳐나간 둘째 딸은 가족이라면 지긋지긋했다. 시도 때도 없이 전화를 걸어오는 아버지와 형제들 때문에 막내는 일터에서 집중할 수 없었다. 둘째 딸의 말을 한 번쯤 들어보고 한 번쯤 해 본 이들이 많을 것이다.

 

“나한텐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게 가족이에요. 가장 질진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이 가족이라고요!” (194쪽)

 

범인이 누구일까 찾아가는 과정은 흥미롭지만 헛헛함과 쓸쓸함을 감출 수 없다. 가족이라는 게 무엇일까. 부모는 무엇이며 자식은 무엇인가. 누구도 막을 수 없는 늙음은 어떻게 받아들이고 대처해야 할까. 오랜만에 가족이 모여 앉은 명절이나 가족 행사에서 말다툼이 싸움으로 이어지는 건 그만큼 소통이 없었던 때문일까. 사느라 자주 만나지 못한 탓일까. 여전히 모르겠다. 그러니 막내 김현기의 말처럼 핏줄이라는 게 과연 의미가 있을까 싶은 마음이 든다.

 

핏줄이라는 말은 사기다. 진짜 피로 연결되어 있지도 않은데, 연결된 것 같은 착각을 하게 하니까. 혹시라도, 눈에 보이지 않아도 핏줄이 연결돼 있다면 그건 아래로만 향해 있을 것이다. 부모는 자식에게 핏줄이 이어져 있는데, 자식의 핏줄은 부모가 아니라 자신의 자식을 향해서만 뻗어있을 테니까. 그리고 자식을 향한 핏줄이 연결되는 순간, 부모 쪽에서 온 핏줄은 막혀버린다. 거추장스러운 넝쿨 취급을 받게 되는 것이다. (161쪽)

 

부모 없이 존재하는 이는 없다. 설령 그 부모가 누구인지 알 수 없을지라도. 끝까지 참담함을 걷어내지 못하는 소설의 마지막 작가의 말에서 순간 울컥하게 된다. 이제 내게 부모가 없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앞서 떠난 형제의 얼굴이 떠오르는 건 앞으로 고아로 살아갈 내 삶이 서글퍼서 그런지도 모른다.

 

부모가 늙고 병들게 되면 어느 가족이나 거처야 하는 고민과 선택의 순간들, 길고 긴 간병의 세월 동안 겪게 되는 고립감과 외로움. 다른 형제, 자식들에 대한 서운함과 원망, 죄책감, 분노, 가족들이란 말만 들어도 치밀어 오르는 피곤과 싫증에 대하여. 당신만 이기적이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당신네 가족만 이상해서 그런 게 아니라고 따듯한 위로의 말을 전하고 싶다. (작가의 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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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서평]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 - 류현재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b***8 | 2022.05.12 리뷰제목
리안 모리아티의 신간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에서도 네 명의 자녀가 등장을 한다. 핸드폰도 두고 사라진 엄마. 엄마의 실종에 관해서 자녀들은 모여서 대체 엄마가 어디로 간 것인가 혹시 아빠가 죽인 것은 아닌가 하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하게 된다. 이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에서도 마찬가지로 네 명의 자녀가 등장을 한다. 아들 둘 딸 둘이다. 남들이 본다면
리뷰제목

리안 모리아티의 신간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에서도 네 명의 자녀가 등장을 한다. 핸드폰도 두고 사라진 엄마. 엄마의 실종에 관해서 자녀들은 모여서 대체 엄마가 어디로 간 것인가 혹시 아빠가 죽인 것은 아닌가 하면서 별의별 생각을 다하게 된다. 이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 가족]에서도 마찬가지로 네 명의 자녀가 등장을 한다. 아들 둘 딸 둘이다. 남들이 본다면 참 완벽한 그런 구성이네라고 할 수도 있지만 남들이 보는 것과 가족의 구성원이 보는 것은 사뭇 다르다. 인생이 멀리서 보면 희극이지만 가까이서 보면 비극이라는 말과 동일하다. 사과는 떨어지지 않는다는 그나마 해피한 엔딩을 맞이했지만 이 이야기는 다르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죽음을 맞이한 아버지와 어머니. 엄마는 입에 찹쌀떡을 물고 아빠는 칼에 찔려서. 누가 이 부모를 이렇게 만들었나,

 

나한텐 세상에서 가장 끔찍한 게 가족이에요. 가장 질긴 족쇄, 가장 지긋지긋한 족속이 가족이라고요!

194p

 

평온할 것만 같던 한 가족의 일상은 엄마가 아프면서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요양원에 보내자는 다른 자녀들과 절대 안된다는 아버지. 그렇다고 아버지가 모든 것을 다 해줄 것도 아니면서 말이다. 아버지가 음식도 하고 목욕도 시키고 모든 병바라지를 할 수 있다면 자식들도 그렇게 반대를 하지는 않았을 것이다.요양원에 가지 않는다는 것은 자식 중 누구 하나의 희생을 필요로 하는 것이기에 말이다. 큰딸은 교사 큰아들은 의사이기에 돈 걱정은 하지 않아도 되는게 이 가족의 그나마 좋은 점이랄까 했지만 사람의 인생은 그리 순탄치마는 않다. 생각지도 않았던 큰 돈 들어갈 일이 생기니 말이다. 결국 이혼한 작은딸이 들어와서 살게 되면서 일단락 되어지는 것 같다.

 

정말 자식들을 위한다면 그냥 조용히 자식들이 하자는 대로 해주시기만 하면 돼요.

아직 숨도 안 넘어갔는데 왜 우릴 시체 취급해!

그런게 아니라 , 저는 순리에 대해서 이야기 하는 거예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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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 사람에게도 그렇지만 한국 사람에게는 집이라는 존재는 상당히 크다. 더군다나 이 가족처럼 부모가 살고 있는 집이 10억이 넘어가는 그런 경우라면 더욱 그렇다. 만약 부모님이 집을 남기고 돌아가신다면 이것은 정확히 사등분해서 자식들에게 돌아가야 하지만 그렇게 되면 그동안 부모를 돌봐온 작은딸이 너무 불쌍하지 않은가. 엄마는 작은딸에게 집을 물려준다고 하지만 그렇게 된다면 또 다른 자녀들의 반발이 일어나는 것도 사실이다. 부모는 어떻게 현명한 선택을 해야만 하는 것일까.

 

아주 현실적인 문제들이 곳곳에 도사리고 있어서 지극히 사실적인 그런 이야기라 할 수 있겠다. 어느 집에서나 한 가지쯤은 가지고 있는 문제일 수도 있다. 병간호와 유산 그리고 자녀와 부모 사이의 갈등들. 이 모든 것의 완벽한 해결책은 존재하지 않는다. 가정마다 처한 상황이 다르기에 말이다. 다만 자신들이 잘 조절하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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