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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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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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한국/동양철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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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당신을 아껴요 평점10점 | k**u | 2020.08.09 리뷰제목
"일체가 모두 고통이다."라는 싯다르타의 가르침인 일체개고(一切皆苦)로 시작하는 이 사랑의 인문학은 시(詩)와 불교와 철학이 어우러져 행복하게 산다는 것, 대체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기쁨인지, 그것에 이르는 지혜들, 그 사유와 행동을 배우도록 돕는다. 그것은 바로 모두 고통인 것을 아는 것, 그래서 타인의 불행이나 고통을 아파하고 그 고통을 어떻게든 완화시키려는 자비(
리뷰제목

 "일체가 모두 고통이다."라는 싯다르타의 가르침인 일체개고(一切皆苦)로 시작하는 이 사랑의 인문학은 시(詩)와 불교와 철학이 어우러져 행복하게 산다는 것, 대체 어떻게 사는 것이 진정한 기쁨인지, 그것에 이르는 지혜들, 그 사유와 행동을 배우도록 돕는다. 그것은 바로 모두 고통인 것을 아는 것, 그래서 타인의 불행이나 고통을 아파하고 그 고통을 어떻게든 완화시키려는 자비(慈悲)의 마음이 곧 사랑임을 깨우치는 것이다. 이 책은 내게 지금까지 읽었던 여느 책이 아니다. 생의 전환을 야기한 어떤 사무침, 생의 독본이기에 자성에 대한 쓰기를 피할 수 없을 듯하다.


1.  고통, 무상(無常), 무아(無我)


아마 나라고 일컬어지는 존재자는  "사랑은 타인의 고통을 완화시키려는, 타인의 행복을 증진시키려는 의지이자 감정"이라는 이 가르침의 정의 만큼 '사랑'을 알았던 적이 없다. 여기에는 그릇된 앎이 진실을 보지 못하게 했던 오만과 자기기만이 있었음을 고백하지 않을 수 없다. 텅 비었음에도 마치 앎이 그득하다고 착각했던 그 천박한 지성의 무지말이다. 인생의 무상(人生無常)함을 고작 공허와 의미없음으로 받아들였으니 , 정작 무상(無常)에 직면한다는 것이 무엇인지도 몰랐으며, 도처에 모든 것이 무상함을 분출하는 것 - 언젠가부터 눈가에  주름살이 얼핏 스치는 아내의 얼굴, 갓난아이 티를 벗은 손주의 언행 ... - 을 알아차리지 못했다. 무상을 느끼지 못했으니 내 마음에 사랑이 싹트지 않았음을 말해 무엇하겠는가!


세상의 무상함에 마음을 여는 것, 일상의 작은 변화에 주목하는 것, 타인의 무상함, 그 보이지 않는 고통에 사무치는 아픔을 느끼지 못하며, 자신의 번뇌와 망집에 매달려 고통스러워하곤, 세상과 관계하지 않으며 그저 무덤덤하게 풍경으로만 바라보는 습관으로 스스로를 마비시키고 있었음을 와락 깨닫는다. 그리곤 고집스럽게 굳어져있던 마음의 벽이 무너져내린다. 아~ 내가 사랑할 줄 모르는 이유가 있었구나! 


"본래 아무것도 없는데(本來無一物), 어디에 때가 끼겠는가(何處惹塵埃)! "  - 선종 육조, 혜능선사


현재의 희생과 소비를 통해 미래의 행복과 구원을 향해 달린다는 변명으로  "불꽃의 무상함에 하염없는 아름다움을 느끼는 아이"의  감탄하는 그 직면을 알지 못했다. 그리곤 자기 동일성, 본질이라는 허깨비에 집착해서 존재하지도 않는 '나'를 얼마나 핥아대며 자기 연민에 사로잡혀 의미의 부재를, 공허만을 축적하여 왔는가를 이제야 알아 차린다. 본질에 대한 집착, 그래서 항시 구속된 듯한 감정에 휩싸여 옴짝달싹 하지 못했다. 혜림사(寺) 목불(木佛)을 태워 추위를 벗어난 단하소불의 일화로부터 선종의 여섯 번째 스승이 되는 혜능 스님의 지수(止水), 그 대비(大悲)의 한 가르침은 그릇된 내 마음의 둑을 일거에 무너뜨린다. 배고파 밥 달라고 엄마에게 칭얼대던 아이가 아파 누운 엄마를 보곤 혼자 라면을 끓여먹을 때, 자신의 배고픔이 아니라 엄마의 아픔에 사무쳐 수고스러움을 자신이 할 때, 그 아이에 깃든 부처의 모습, 그것이 자비이며 사랑인 것을.




2.  연기(緣起),애(愛),생(生)


어떤 존재가 만들어지려면 복수의 연(緣)들이 화합하거나 마주쳐야 한다. 그러니 여기에 무슨 '나'라는 실체가 있다는 말인가?  "니 뭣고?"라며 "너는 무엇이냐?"고 묻는 큰스님의 저자 강신주를 향한 당혹스런 질문에 나라면 무어라 답했을까를 생각해 본다. 그는 "저는 지금 방을 휘돌아 나가는 바람이 좋아요. (...) 스님은 연세가 드실수록 귀여우세요."라고 답한다.  바람이 좋다고, 스님이 좋다고 한다. 


그는 나가 아니라 너에 대해 생각한다. 상대방이 좋아하는 것, 그가 나와의 관계에서 행복을 느낄 가능성을 크게 하려한다. 세상에! 사람 사는 이치가 이것인 것을. 나를 이루는 작은 '나'들, 너를 이루는 작은 '너'들, 너가 좋아하는 것들,  좋은 연, 긍정적인 연을, 새로운 마주침을 향하는 이의 마음이란 것을 넌즈시 넘보게 된다.


내 고통에 관심 없는 아내, 아이들 ...이라며 타인의 사랑없음을 비난한다. 내가 사랑하는 만큼 너희들이 사랑하지 않는다고. 이제 나는 그들을 진정 사랑하고 있는 것인가를 자문하게 된다. 인간 정신의 항목들인 "용기, 자유, 사랑, 지혜 ... 모두 몸으로 증명되어야만 의미가 있다."고 한다. 위험한 상황에서, 풀리지 않는 난제에서, 억압적인 상황에서와 같이 위기가 찾아올 때 증명의 의무가 수면위로 떠오른다. 부모님이 치매에 걸렸을 때, 배우자가 실직하였을 때, 아이의 성적이 추락하였을 때와 같이. 자신의 사랑이 진정인지, 아니면 거래관계에 불과했는지를.  "상대의 고통을 덜어 내게로 가져오는 일을 행복으로 느끼지 않는데 그것이 어찌 사랑이겠는가?" 라는 물음에 다시금 내 마음은 천길 낭떠러지로 추락한다.


【본문 287쪽에서 발췌】


사랑 '애(愛)'에는 '아낀다'는 뜻이 있다. 즉 너를 아낀다!, 나는 너를 함부로 부리지 않는다. 나는 너를 쓰지 않고 모셔두겠다는 아낌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한다. 내 곁에 오래 있어주기만 하는 바람, 너의 무상함과 너의 고통을 보았으며 덜어주고 싶고 그저 아껴주고 싶기만한 그런 마음을 언젠가부터 잃어버렸는지 기억조차 나지 않는 나를 이제사 되돌아본다.


총 8개의 챕터로 나뉜 이 책과 조응하는 김선우 시인의 시집 『녹턴』에서 인용된 8개의 시(詩)중 「花飛,그날이 오면」은 마지막 장인 '생(生)'의 의지가 어디서 오는 것인지를 가슴 시리게 깨닫게 한다. "꽃의 은하에 무수한 눈부처와 / 당신 눈동자 속 나의 눈부처를 / 눈 속에 모두 들여야지", 라는 대목은 눈에 밟히는 무언가를 아무것도 뗘 올릴 수 없는 내 메마름, 무덤덤함, 공허의 현주소를 말해준다. "그날이 오면 / .... / 당신뿐 / 대지여 " 라고 나는 쓸 수 없음을 발견하는 것은, 걸어 온 삶의 길 전반의 경로를 바꾸어야 함을 가리킨다.  


저자의 에필로그 속 독자에 대한 기대말 처럼, "최소한 하나의 타자에게 만큼은 시인이었으면, (...) 부처였으면, (...) 철학자였으면 좋겠다는 마음", 그것의 행동이 얼마나 커다란 세상의 변화인줄 알기에 아마 지금 나는 아내의 무상을, 좋아하는 것을 적어내려 갈 것이다.  그녀의 눈동자 속 눈부처를 볼 것이다. 사람이 가진 사랑의 뿌리, 그것, 고통의 감수성이 무엇인지 내게 지속하여 말 할 것이다. 세상에, 일체개고인 것을!  온 몸을 다시 만드는 일, 심장과 머리를 통째로 바꾸는 일이 바로 내게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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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아낌으로 한 공기의 사랑의 전하다. 평점10점 | n*****9 | 2020.09.15 리뷰제목
코끝이 시리도록 맹렬하게 부는 강바람을 맞으며 학교를 다니던 겨울, 어머니는 군불 지핀 방 아랫목 이불 아래 밥공기를 묻어두었다. 찬밥을 먹으면 마음까지 시려진다며 고이 담아둔 밥에 무국을 데워 먹으며 행상 나간 어머니를 기다렸다. 온몸을 꽁꽁 얼려버릴 추위에도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발품을 팔며 이 동네 저 동네로 장사를 다니느라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지만 자식이 배
리뷰제목

   코끝이 시리도록 맹렬하게 부는 강바람을 맞으며 학교를 다니던 겨울, 어머니는 군불 지핀 방 아랫목 이불 아래 밥공기를 묻어두었다. 찬밥을 먹으면 마음까지 시려진다며 고이 담아둔 밥에 무국을 데워 먹으며 행상 나간 어머니를 기다렸다. 온몸을 꽁꽁 얼려버릴 추위에도 어머니는 생계를 위해 발품을 팔며 이 동네 저 동네로 장사를 다니느라 끼니를 거르기 일쑤였지만 자식이 배곯지는 않은지 염려하였다. 대가 없이 베푸는 어머니의 사랑 덕분에 오누이는 걱정 없이 생활하며 자신의 일을 도모하며 살아갈 수 있었다. 어머니가 배고플 딸을 위해 준비한 공기의 밥은 자식을 아끼고 사랑하는 실천의 그릇이었다. 두꺼운 양말도 귀하던 시절 발 시릴까 밥을 짓는 가마솥 위에 양말을 얹어 따뜻하게 데워주던 어머니의 마음에는 자비의 감수성이 함께하였다.

 

   죽을 때까지 감당해야 하는 삶의 원초적 진상인 고통을 자기 나름대로 완화함으로써 행복을 느끼며 살아간다. 기본적인 삶을 유지하며 존재하는 동안 어떤 식으로든 다른 존재에게 폐를 끼치고 있음을 기억하고 나와 타자의 고통을 최소화할 수 있는 균형을 찾아내야 한다. 상대방의 고통을 느끼는 순간 그 고통을 잠시 완화하려는 감정 의지와 실천이 사랑으로 귀결된다. 최소한 나로 인해 타인의 고통이 가중되는 일은 없도록 하겠다는 생각이 심장을 가득 채울 때, ‘한 공기의 사랑은 아낌의 인문정신을 만나 인간에 대한 사랑과 연대로 발화할 것이다.

 

   세상의 모든 것은 무수히 많은 존재와의 관계 속에서 항상 변하기 때문에 고정된 실체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제행무상(諸行無常)의 가르침은 내일의 행복을 위해 오늘의 행복을 희생하는 삶을 정정한다. 미래라는 목적을 위해 현재를 수단화하여 재미없는 노동을 계속하며 시간을 소진한다. 어떤 존재, 현상 등을 고정된 실체로 보고 집착하며 무상을 직면하지 못한 채 일상에 매몰되어 살아갈 뿐이다. 수단과 놀이가 일치하는 놀이의 즐거움을 찾아 기적 같은 오늘 하루를 완전히 향유하는 일은 순간을 영원처럼 살아가는 일이다.

 

   모든 개체나 사건은 여러 인연의 마주침으로 발생한다는 싯다르타의 가르침은 다른 것들에 의존하여 일어나는 연기(緣起)의 의미로 모아진다. 억겁의 인연으로 만들어진 존재들은 영원하지도 순간적이지도 않음을 알고 어느 한쪽에 쏠리지 않아야 한다. 영원히 존재하는 것은 없을진대 영원한 사랑을 약속하고 영원한 행복을 다짐하며 삶의 균형을 잃고 지낼 때가 흔하다. 편견 없이 세상을 보면서 살아야 한다고 여기면서도 우주에 존재하는 어떤 대상을 볼 때면 그동안 경험과 언어적 사유가 발동해 그 대상을 있는 그대로 볼 수 없게 한다. 따라서 주어진 세상에서 타인과 새로운 관계를 맺고 살기 위해 기억으로 가득 차 있는 의식을 비워내야 한다

 

   살다 보면 고유한 독자성을 유지하며 자기만의 계통을 지키기란 쉽지 않음을 통절히 느낄 때가 있다. 타인이 원하는 것을 따르기보다는 자신이 원하는 것을 찾아 나서는 삶의 주인으로 서지 못할 때 회한에 젖곤 한다. 이익과 이해의 관계에 치우쳐 타인이 원하는 것에 복종하는 경우 자유는 힘을 발휘하지 못한다. 마음 가는 곳에 몸이 가고, 몸이 가는 곳에 마음도 가면 좋을 텐데 몸만 가 있을 때가 늘어난다. 부부로 함께 살면서 선배를 만나는 자리에 함께 가자는 남편의 말에 어쩔 수 없이 함께하여 무의미하게 보낸 시간을 안타깝게 여긴 적도 있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면서 상대의 의중은 헤아리지 않고 요구에 응해주기를 바라는 일들이 우호적 관계 증진이라는 목적 아래 이뤄지는 일들이 흔하다.

 

   상대방의 고통을 관심사로 여기며 아무런 대가 없이 베푸는 보시는 사랑과 자비행의 결정이다. 상대방을 아끼므로 함부로 부리지 않고, 귀하고 무겁게 여겨 가볍게 대하지 않게 된다. 자신은 배가 고프더라도 상대방의 배를 불리고, 스스로 힘든 쪽을 택해 수고를 마다하지 않는다. 아낌없는 사랑을 전하는 이들은 자신의 가진 것을 더 주지 못해 아쉬워하며 자신의 사랑이 부족하다고 여긴다.

   ‘사랑은 우리에게 자유를 요구하고, 자유는 우리에게 사랑을 가능하게 하는 법이다.’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은 그를 자유롭게 한다는 의미이다. 하지만 우리는 사랑이라는 이름을 걸고 상대의 마음을 아랑곳하지 않은 채 의무에 충실할 것을 요구할 때가 있다. 아끼는 대상이 기쁨을 유지하며 지낼 수 있게 배려하는 일은 상대방을 부처처럼 존중할 때 가능해질 것이다.

 

   타인의 고통을 느낄 수 있는 고통의 감수성을 고양하는 공동체로 나아가 사회에 만연한 불안과 공포를 덜어주는 사랑이 필요하다. 모든 생명의 고통을 알고 자기만큼이나 타인의 고통에 아파하는 일이 늘어날 때, 불행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는 일을 막을 수가 있을 것이다. 언젠가 이 세상을 떠날 순간이 예고 없이 올 수 있음을 염두에 두고 한 번뿐인 인생을 고마웠다 인사하며 마감할 수 있기를 발원한다. 김선우 시인의 花飛, 그날이 오면에서 말하는 눈부처를 그대의 눈에서 보며 마주치는 사이 서로를 무시하지 않고 자비를 실천하는 부처처럼 존중하며 아끼는 삶의 진수를 확인하며 기적 같은 오늘을 향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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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넘치지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그만큼만~ 평점10점 | c****g | 2020.08.17 리뷰제목
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그만큼만"사랑은 한 공기의 밥과 같은 것이다"는 말이 프롤로그에 담겨있다. 배고픈 이에게 한 공기 만큼의 밥은 힘이 되겠지만, 나의 사랑을 준다 하여 세 공기, 네 공기의 밥을 주면서 그에게 사랑이 아닌 강요를 하고 그 강요를 사랑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처럼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태어날 때의 울음을 기억할 것웃음은 울음 뒤에 배우는 것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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넘치지도, 모자라지도 않게, 딱! 그만큼만


"사랑은 한 공기의 밥과 같은 것이다"는 말이 프롤로그에 담겨있다. 배고픈 이에게 한 공기 만큼의 밥은 힘이 되겠지만, 나의 사랑을 준다 하여 세 공기, 네 공기의 밥을 주면서 그에게 사랑이 아닌 강요를 하고 그 강요를 사랑이라 생각한다면, 그것처럼 안타까운 일은 없을 것이다. 


태어날 때의 울음을 기억할 것

웃음은 울음 뒤에 배우는 것

축하한다 삶의 완성자여

장렬한 사랑의 노동자여

-김선우 시인, 고쳐쓰는 묘비-

김선우 시인이 소설을 쓰기 시작한 뒤로 최근에 쓴 소설이 <발원>이었다. 원효의 이야기를 다루어 불교에 관련된 소설이었고 불교신문에서 독서감상문 모집을 하기도 했었는데, 이후에 나온 <녹턴>이란 시집의 시가 강신주 님의 책에 실려 있으니 참 반갑다. 그 시에서 시인의 불교 철학을 발견하고 시를 앞세워 이야기를 풀어가는 글쓴이의 솜씨도 대단하다. 

이 책은, 솔직히 좀 어렵다. 앞에 나온 시도 그리 쉬운 시는 아니거니와, 그 시를 통해서 풀어간다고한들 불교 철학이 쉽게 와 닿을리 없다. 그럼에도 글쓴이의 글은 물 흐르듯 흘러간다. 물이 흐르듯 술술 책을 읽어갔는데 물과 달리 나의 시선은 다시 되돌아온다. 물처럼 쉬이 이해가되지 않는다. 그냥 느낀대로 느껴야겠다 싶다. 


"한 공기의 사랑"이란 말이 참 좋다. 


배고픈 사람에게 밥을 먹여 배고품의 고통을 완화하는 것은 사랑이자 동시에 선한 일이다. 그렇지만 배고픈 사람에게는 한 공기의 밥이면 충분하다는 사실이 더 중요하다. 고통에도, 고통의 감수성에도 중도가 필요한 이유다.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 이야기를 나누다 정말로 즐거워 이렇게 말헀다. "너랑 있으니 너무 좋다" 외로움의 고통이 충분히 완화되었다는 뜻이다. "그럼 나 너희 집에서 일주일 동안 같이 지낼까?"하면 어떤가. 그 순간 막막해질 것이다. 모든 것은 딱! 그만큼이 좋다. 그리고 그만큼을 알려면 그 이전에 상대방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있어야 한다. 


고통의 감수성, 사랑의 바로미터. 

사랑하는 사람이 배가 고프면 그에게 밥을 해준다. 

그가 배고프면 나도 배고프기 때문이다. 

사랑하는 사람이 외로워하면 그와 이야기를 나눈다. 

그가 외로우면 나도 외롭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리의 태도는 어떠해야할까? 글쓴이는 [착수처]를 제시한다. 어려운 불교 철학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더라도 이렇게 해야겠다는 방향을 알려준다. 


가족과 이웃의 고통을 통과의례라도 되는 듯 당연시하지 말고, 

어떤 위로의 말도 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자. 


고통을 느끼는 사람 옆에 가서 "화이팅!"해서 될 일이 아니다. 그것은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이 아니라 전가하고 넘기는 것이다. 사랑한다면 우리는 상대방의 고통을 사무치게 느껴야한다. 

그러나, 그 고통의 감수성에는 중도가 필요하다. 이것이 '일체개고(일체개고)-일체 모두가 고통이다'의 고(苦)에서 철학자가 우리에게 해주는 말이 아닌가 싶다. 


이처럼 불교의 가르침을 크게 8가지 주제로 우리에게 이야기해준다. 어려운 불교 철학이지만 철학자의 유수한 말솜씨로 쉽게 읽힌다.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이해는 어렵다. 딱! 한 공기 만큼만, 넘치지 않게 이해하고 넘어가면 좋을텐데. 


1강 고(苦) 아픈 만큼 사랑이다

2강 무상 무상을 보는 순간, 사랑에 사무친다

3강 무아 영원에도 순간에도 치우치지 않아야 비로소 보이는 세상

4강 정(靜) 맑고 잔잔한 물이어야 쉽게 파문이 생긴다는 이치

5강 인연 만들어진 인연에서 만드는 인연으로

6강 주인 무엇이든 할 수 있는 것, 아니 그만둘 수 잇어야 자유다

7강 애(愛)  이렇게 피곤한데 이다지도 충만하다니

8강 생(生)  아끼고 돌볼 것이 눈에 밟힌다면


8가지 주제에서 옆에 붙인 제목만 보아도 어떤 느낌이 올 듯 싶다. 하지만 그것이 몸속에 스며들지는 않는다. 한글자씩 자세히 보아야 알 듯 싶다. 철학자의 강연과 함께 한다면 좋을텐데, 언젠가 시간이 될지 모르겠다. 


그렇습니까?

나는 있습니까?

나는 무엇입니까?

혹시 나는

나에 대한 습관 아닙니까?

-김선우, 지옥에서 보낸 세철-


나라는 정체성이나 나라는 자의식은 과거 외부 대상과 마주쳐서 생긴 습관일 뿐이라 이야기해준다. 이런 일체의 습관에 우리가 파묻힐 때, 우리는 세상과 제대로 관계를 맺을 수 없게 된다. 명경지수의 이야기, 나는 나의 습관이라는 이야기 등 어려운 이야기를 건너 착수처에 이르면 다음과 같이 말해준다. 


타인의 희노애락이나 계절과 풍광의 변화에 과할 정도로 반응하자. 


잔잔하고 고요한 물만니 작은 꽃잎 하나, 작은 바람 한 줄기에도 섬세하게 반응하는 법이다. 마찬가지로 마음이 안정되고 평화로우면 외부 대상에 민감하게 반응할 수 있다. 

무언가 불편하고 우울한 사람들, 그런 사람들에게 과할 정도로 반응하자. 그렇게 반응해서 그 사람들이 바깥에 반응할 수 있다면, 그들은 조금씩 없음에 대한 경험과 상실에 대한 경험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을 위해서는 우리 마음이 잔잔하고 고요하여 작은 변화에도 과할 정도로 반응할 수 있어야할 터이다. 


[EBS BOOKS 유튜브에서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이 인문학' 예고편 중 리뷰를 위해 가져왔습니다]


이 책은 강신주 님, 글쓴이의 인문학 강의와 함께 시작했다. EBS 방송에서 계속해서 강의를 하고 있고 과거의 것은 유료로 봐야한다는 것이 조금은 아쉽다. 예전보다 더 마른 철학자의 모습이 안스럽지만 그 열정은 여전한 듯 싶다. 인문학 붐을 일으켰던 철학자의 말씀이니만큼 글은 부드럽고 한편으로 깊이가 느껴진다. 이해가 안된다면 시인의 시와 함께 다시 한번 되새겨봐도 좋을 듯 싶다. 강의를 들으면 더 좋겠다 싶다. 


그렇게 8가지 불교 철학을 읽다보면 철학자의 바람대로 글을 읽는 독자들이 최소한 하나의 타자에게만큼은 시인이 되고 철학자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최소한 "가슴으로 애절하게"에서 시작해서 "머리로 냉정하게"를 거처 "착수처"같은 굵은 글씨만 눈여겨 보아도좋을 듯 싶다. 그렇게 보고나서 다시 시인의 시를 읽고 또 보다보면 새로운 깨달음이 올지도 모를 일이다.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0
종이책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 평점10점 | l*****5 | 2022.09.16 리뷰제목
너무 많이 사용해서 닳은 말이 있다. 그래서 가치가 떨어지고 흔한 가벼운 말이 된다.  '사랑'이란 말은 가볍지가 않은데 삶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말이 된 것 처럼 안타깝다. 겉만 그럴듯하고 실천하지 않는 말은 생명력이 없다.  철학자 강신주의 사랑에 대한 담론이 지금 여름과 가을 사이에서 아련하게 스며든다. 그 사랑은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는 한 공기의 밥으로 표현된다.
리뷰제목

 

너무 많이 사용해서 닳은 말이 있다. 그래서 가치가 떨어지고 흔한 가벼운 말이 된다. 

'사랑'이란 말은 가볍지가 않은데 삶의 중심에서 멀어지는 말이 된 것 처럼 안타깝다.

겉만 그럴듯하고 실천하지 않는 말은 생명력이 없다. 

철학자 강신주의 사랑에 대한 담론이 지금 여름과 가을 사이에서 아련하게 스며든다.

그 사랑은 덜하지도 더하지도 않는 한 공기의 밥으로 표현된다.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있다면, 우리는 다른 존재에게 있어 한 공기의 밥만큼만

사랑해야 한다. 스스로 사랑이라고 믿지만 두 공기, 세 공기의 밥이 되는 순간,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 밖에 없기 때문이다. 아니 어쩌면 우리 존재 자체가 한 공기의 밥과 같은 존재인지도 모른다. 그러니 이 한 공기의 밥으로 누군가를 행복하게 만들었다면 고마워해야 할 일이다. (47쪽) 

 

상대방의 고통과 힘겨움을 내가 짊어져서 그대가 덜 아프다면 그것으로 됐다는 아낌으로 완성된다. 

아픔을 모른 채 하지않는 그 곳에서 사랑은 꽃 피운다. 책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이다. 

내가 애정하는 것일수록 함부러 하지않고 애지중지 아끼게 된다는 말이 딱이다. 

사랑이란 단어는 여기저기서 남발하는 흔한 말이 아니다. 

 

어렸을 때 본 부모님은 항상 위풍당당 크게 느껴졌다. 도깨비 방망이, 요술램프를 가진 것 처럼 뭐든지 뚝딱! 지금 부모님은 늙고 작아지셨다. 오히려 도움이 필요한. 

한 공기의 사랑을 주시고, 없는 것까지 보태서 아낌없이 주셨는데..... 시간이 흘러도 부모님의 자식에 대한 사랑은 줄어들지 않았다. 더 못 줘서 안타까워하신다. 아끼니까. 

딸네 살림에 우욋돈 들어갈까봐 매번 참기름, 참깨, 고춧가루를 사주신다. 

얼마 되지 않는 것처럼 보여도 뚝 떨어지면 아쉽기 마련인지라 그 고마움을 이젠 안다.

 

책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은 사랑하는 사람에 대해서, 어떻게 사랑하는게 진짜 사랑인지

사랑과 아낌이란 의미에 대해 철학자의 생각을 펼쳐놓았다. 불교적인 관점에서 풀어놓았는데, 

의미 면에서는 어려워 깊이 와닿지는 않았다. 그러나, 철학자가 어떤 마음으로 다가가는지는 이해된다. 여덟 챕터로 이뤄져있는데, 챕터마다 김선우 시인의 <녹턴/문학과 지성사,2016>에 실린 詩

여덟 편도 싣었다. 불교적 사유와 불교의 핵심을 녹여낸 시집은 그 바탕에 '자비'(사랑, 아낌)가 깔려있다.

 

'너를 아낀다!'는 말은 '나는 너를 함부러 부리지 않는다'는 의미.

극단적으로 말해 '나는 너를 쓰지 않고 모셔두겠다'는 의미다.

너를 부리기보다는 나 자신을 부리겠다는 것! 너를 수고스럽게 만들기보다는 나 자신을

수고스럽게 하겠다는 것! 너의 몸을 움직이게 만들기보다는 나 자신의 몸을 움직이겠다는 것! 너는 쉬고 내가 움직이겠다는 것! 그래서 너의 수고와 고통을 내게로 고스란히 가져오겠다는 것! 바로 이것이 '아낌'이라는 개념이 말이나 정서에만 머물기 쉬운 '사랑'이라는 개념과 달라지는 지점이다. 아낌은 그 사람 대신, 혹은 그 사람을 위해 기꺼이 감당하는 수고와 노동, 즉 사랑을 증명하는 행동이기 때문이다. (288쪽)

 

아낀다는 것과 소유물의 개념은 완전 다른 개념이다. 아끼니까 내 마음대로 하겠다는 것은

폭력이다. 데이트 폭력과 그루밍과 가스라이팅을 예로 들 수 있을 것 같다. 

본연의 사랑과 아낌의 의미가 퇴색되어져가는 요즘이다. 

명절 이후 부부간의 이혼이 가장 많다고 한다. 옳고 그름을 따지기보다 많은 대화가 필요할 것 같다. 

서로를 안쓰럽게 여기는 마음에서부터 시작될 것 같다. 아껴줘서 고맙고, 덜 아껴줘서 미안하고.

사람 사이, 부모와 자식 사이, 부부 사이 관계에 대해서 폭넓게 일깨워주는 책이 아닐까!

뜬금없이 정현종 시인의 詩 '방문객'이 불쑥 내 마음에 들어온다. 

 

사람이 온다는 건

실은 어마어마한 일이다.

그는

그의 과거와

현재와

그리고

그의 미래와 함께 오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일생이 오기 때문이다.

부서지기 쉬운

그래서 부서지기도 했을

마음이 오는 것이다 ㅡ 그 갈피를

아마 바람은 더듬어볼 수 있을

마음,

내 마음이 그런 바람을 흉내낸다면

필경 환대가 될 것이다.

 

아낌은 다른 말로 반갑게 맞이해 후하게 대접하는 '환대'가 아닐까!

밥 한 공기 후하게 내어주는 마음으로 살아낸다면... 삶이 각박해지지 않을테니까. 

나와 대상을 포함한 모든 존재가 사랑의 대상이 되느냐, 관조의 대상의 되느냐를 구별할 수 있다면

사랑과 아낌의 의미는 허공에 맴도는 메아리가 아니다. 

아끼니까 자꾸 뭘 더 챙겨주고 싶다.... 찐 사랑이다!

아끼고 사랑하는 걸 미루지말고 지금 시작하기!^^

당신도 행복하고 나도 행복해지는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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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아낌 없는 사랑을 위한 한 공기의 사랑이여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h*******c | 2020.08.14 리뷰제목
이 책은 사랑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강신주 작가의 이번 신작은 그간 EBS [CLASSⓔ]에서 총 16회에 걸쳐 방송된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저자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있다면, 우리는 다른 존재에게 있어 한 공기의 밥만큼만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두 공기, 세 공기의 밥이 되는 순간,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
리뷰제목

 

이 책은 사랑한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생각해보게 한다. 강신주 작가의 이번 신작은 그간 EBS [CLASS]에서 총 16회에 걸쳐 방송된 [한 공기의 사랑, 아낌의 인문학]을 책으로 묶은 것이다.

저자는 타인의 고통에 대한 감수성이 있다면, 우리는 다른 존재에게 있어 한 공기의 밥만큼만 사랑해야 한다고 말한다. 두 공기, 세 공기의 밥이 되는 순간, 우리는 타인의 고통을 가중시킬 수밖에 없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한 공기의 사랑이다. 그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는 한 공기의 사랑을 할 수 있느냐가 문제다. 한 공기를 넘어서는 모든 사랑은 정말 사랑했다!”라는 나의 정신 승리는 가능하게 하지만,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그에게 온갖 고통을 가하는 끔찍한 일이다. - 프롤로그에서

 

책은 (), 무상(無常), 무아(無我), (), 인연(因緣), 주인(主人), (), () 등 불교 철학의 여덟 가지 키워드로 한 공기의 사랑과 아낌의 정신을 다룬다. 특히 애()와 생()은 앞에서 다룬 여섯 챕터의 지혜를 모아 본격적으로 아낌의 인문학을 모색한다.

각 챕터에 김선우 시인의 시 8편을 실어, 싯다르타와 나가르주나, 임제, 백장 등 불교 사유와 함께 동서양 과거와 현재의 중요한 철학적 사유를 종횡으로 아우르며 주제의 핵심을 관통한다.

누군가를 정말로 소중하게 여기는 것, 즉 아낌 없이 사랑한다는 것은 무엇을 말하는지, 이를 실천하려면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 어려울 때가 많다.

 

너의 몸을 움직이게 만들기보다는 나 자신의 몸을 움직이겠다는 것!
그래서 너의 수고와 고통을 내게로 고스란히 가져오겠다는 것
!
바로 이것이 아낌
이라는 개념이 말이나 정서에만 머물기 쉬운
사랑이라는 개념과 달라지는 지점이다.

 

저자는 불교 철학의 핵심을 담은 여덟 단어와 동서양 철학, 문학을 통해 우리로 하여금 사랑에 관한 질문을 스스로 던져보게 하고, 사랑과 아낌의 의미를 되짚어보게 한다.

 

불행히도 누군가를 사랑한다고 말하고 심지어 스스로도 그렇게 믿고 있지만, 사랑하는 사람의 고통을 제대로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있다. 이것이 바로 관념적 사랑’, ‘말뿐인 사랑’, 혹은 가짜 사랑이다. (중략)

가짜 사랑이 진짜 사랑 혹은 행동을 낳는 사랑과 같을 수 있을까? 타인의 고통을 온몸으로 느껴 어떻게든 그 고통을 완화시키려고 즉각적이고 자발적인 반응을 하지 않는다면 사랑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가짜 사랑 혹은 형식적인 사랑은 상대방을 낙담하게 만든다. 상대방의 고통을 사무치게 느끼지 못하기에, 상대방의 고통을 완화시키려는 모든 노력은 표적을 맞히지 못한다.” - 40

 

나는 이 책과 더불어 강신주 작가가 이끄는 흐름에 따라 불교 철학의 동서양의 철학적 사유를 통해 타인과 자신을 진정으로 아끼는 한 공기의 사랑아낌의 정신을 배울 수 있었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한 한 공기의 밥이 되도록

온몸을 다시 만드는 일,

그것은 감성과 지성, 혹은 심장과 머리를
통째로 바꾸는 일이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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