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어령, 80년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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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80년 생각

‘창조적 생각’의 탄생을 묻는 100시간의 인터뷰

리뷰 총점 9.7 (55건)
분야
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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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한국인 백락을 말하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h******7 | 2021.02.13 리뷰제목
창조적 파괴를 반복한 용기,한국인의 말과 자기 생각을 지킨 자존,자신에 대한 용비어천가를 거부한 겸손,천재와 재능을 부러워하며 널리 알린 안목을 지닌 이 시대의 어른을 말하고 있다.'라떼는 말이야'가 금기어가 된 듯한 시대에 어른의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80년 동안 어린이처럼 물음표를 던지고, 연구자로서 느낌표를 그려낸 학자만이 선물할 수 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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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조적 파괴를 반복한 용기,
한국인의 말과 자기 생각을 지킨 자존,
자신에 대한 용비어천가를 거부한 겸손,
천재와 재능을 부러워하며 널리 알린 안목을 지닌 이 시대의 어른을 말하고 있다.

'라떼는 말이야'가 금기어가 된 듯한 시대에 어른의 이야기가 이렇게 재미있을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80년 동안 어린이처럼 물음표를 던지고, 연구자로서 느낌표를 그려낸 학자만이 선물할 수 있는 지혜와 식견, 여유와 웃음이 담겨 있다.

이 책은 '글'이기에 앞서 '말'로 독자를 청자로 만들고 있다. 이어령 현재와 미래의 한국인에게 소개팅해준 작가에게 꾸벅 인사를 드린다.

자칫 답답할 수 있는 코로나 설날에 맞은 좋은 책은 오랜 지혜를 선사해 주었다.

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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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이어령, 80년 생각으로 100년 앞을 내다보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d*****2 | 2023.07.24 리뷰제목
이어령! 교수, 장관, 작가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이다. 타계하기 전까지도 늘 민족과 국가의 앞날, 그리고 사람들에게 생각의 깊이, 사유를 이야기하던 사상가였다.    이어령 교수가 자신의 마지막 제자라 할 수 있는 김민희 기자에게 솔직하면서도 진솔하게 풀어놓은 이야기들을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은 이어령 교수와의 5년여 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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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교수, 장관, 작가 등 다양한 직업군에서 한국을 대표하는 지성으로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물이다. 타계하기 전까지도 늘 민족과 국가의 앞날, 그리고 사람들에게 생각의 깊이, 사유를 이야기하던 사상가였다. 

 

이어령 교수가 자신의 마지막 제자라 할 수 있는 김민희 기자에게 솔직하면서도 진솔하게 풀어놓은 이야기들을 정리한 책이다.

이 책은 이어령 교수와의 5년여 세월, 100시간이 넘는 인터뷰를 통해 이 시대 최고 지성이라고 한 시대를 이끌었던 노교수의 생각을 함께 이야기하고 있다.

“물음표가 있었기 때문에 느낌표가 생기는 거예요. 목마름 없는 지식은 고문이야.”

 

그는 어릴 때부터 늘 호기심에 가득차서 세상을 향한 질문을 던지고, 스스로 그에 대한 답을 찾으며 살아왔다. 

한국은 평전, 즉 한 개인의 삶에 대하여 자신의 생각을 더해 평하는 월터 아이작슨의 『스티브 잡스』이나 슈테판 츠바이크의 『발자크 평전』 같은 책들의 출간이 매우 적은 편이다.

김삼웅 전 독립기념관장님이 이 문화를 개탄했다. 그래서 조금 다작이라고 할 수 있을 정도로 엄청난 평전을 집필했다. 

 

우리나라는 평전보다는 자신의 삶을 되돌아보는 자서전이나 회고록이 더 많다.

평전이 많지 않은 것은 아마도 탐구할 만한 특별한 인물이 많지 않아서 일테고, 특히 정치 논리 등에 갇혀 인물에 대해 제대로 평가하기 힘든 경우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이어령 선생님도 기실 그런 면에서는 자유롭지 못하다. 군사정부의 후속격인 노태우 정부 초대 문화부장관으로 봉직했고, 그로 인한 진영논리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 분명 있다. 

그런 진영 논리를 넘어 이어령이라는 한 인물이 걸어온 치열한 80년의 인생을 있는 그대로 보여주는 것은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어령은 서울대 재학 시절부터 우상의 파괴, 분지필화사건, 불온 논쟁 등으로 당시 문학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장본인이었고 흙속에 바람속에, 축소지향의 일본인, 올림픽 개폐회식, 굴렁쇠 소년, 디지로그, 지성에서 영성으로, 생명 자본주의 같은 사상으로 시대의 화두를 던지는 반항아, 참지식인, 논쟁가 등의 이명을 달고 살았다. 

 

또한 문화부 장관으로 한 일 중에 가장 유명한 것이 외국어인 '로드 숄더'를 '갓길'로 바꾼 일이다. 애초에 '갓길'이라는 말이 이어령이 창시한 단어다.

원래는 노견(路肩)이라는 심히 어려운 한자어를 사용하고 있었다. 지금도 노견이라는 말을 사용하기도 한다.

한국예술종합학교 설립, 국립국어연구원(현 국립국어원) 발족, 조선총독부 청사를 철거하는 경복궁 복원 계획 수립 등이 그의 재임 중에 실시되었다. 문화 바로 세우기 운동 전도사 같은 일이었고, 일을 벌이기 좋아하는 그만이 해낼 수 있는 일이었다.

 

조정래의 태백산맥 3부작도 그의 후견이 있어서 탄생했다. 조정래 선생은 그의 수필집 <황홀한 글감옥>에서 밝히기를 1989년 10월에 소설 태백산맥을 탈고한 뒤 아리랑을 집필하기 위해 1990년 당시 중국으로 취재를 떠날 때 소설 태백산맥에 대한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에 대한 내사 문제로 안기부에서 막아 출국에 문제를 겪을 때 이어령 장관이 먼저 조정래에게 전화를 걸어 만나자고 부른 뒤 출국문제를 해결해 줬다고 한다. 

태백산맥의 국가보안법 위반 사항도 그가 의견을 내주어서 불온서적이 되지 않을 수 있었다.

 

세상이 아무리 디지털화되더라도 인간의 신체에는 사이버 세상의 논리가 그대로 통용되지 않습니다.

디지로그는 단순한 감성공학을 의미하는 것이 아닙니다. ‘생명의 속도와 정보의 속도를 어떻게 조정하고 조화시킬 것인가’가 디지로그 이론의 최종적인 해답입니다.

그의 사상이 곧 디지로그였다.

 

고인의 영면을 바란다. 나 역시 그의 저서를 읽으며 대학시절을 보내왔고, 지금도 읽고 있다. 

뛰어난 글솜씨에 지금도 글이 촌스럽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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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어령 저의 『이어령 80년 생각』 을 읽고 평점10점 | m***3 | 2021.03.05 리뷰제목
이어령 저의 『이어령 80년 생각』 을 읽고 개인적으로 그 동안 많은 책을 대해왔다. 70을 바라보지만 변함없이 매일 책을 대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 만큼 한 번 머리에 각인된 좋아함은 어찌할 수 없는 평생으로 이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 많은 책들과 달리 이 한 권의 책은 나에게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그 동안 대해 온 책들은 솔직히 대부분이 지나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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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저의 『이어령 80년 생각』 을 읽고

개인적으로 그 동안 많은 책을 대해왔다.

70을 바라보지만 변함없이 매일 책을 대하는 마음은 변함이 없다.

그 만큼 한 번 머리에 각인된 좋아함은 어찌할 수 없는 평생으로 이어지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그 많은 책들과 달리 이 한 권의 책은 나에게 특별함으로 다가왔다.

그 동안 대해 온 책들은 솔직히 대부분이 지나간 작가들이나 저자들의 이야기나 작품들이었다.

작품들도 지상에 발표되었거나 작가들에 대한 내용도 이미 공표된 내용들이기 때문에 정형화된 내용들이어서 우리 독자들이 직접 개입할 여지나 좀 더 가까워질 수 있는 기회는 거의 차단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저 단순한 독서를 통해 작가와 작품에 대한 접근으로 창조적으로 가까워질 수 있는 장치는 미진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해본다.

그런 면에서도 이 한 권의 책은 우리 한국의 대표적 지성 이어령 교수를 인터뷰 전문가이자 그의 제자인 김민희 작가가 100시간 넘게 인터뷰를 통해 새롭게 탐구한 창조적 생각의 지도를 그려온 한국 최고의 석학 이어령, 그의 80년 삶! 이 고스란히 들어있다.

‘창조’라는 키워드를 통해 이어령의 80년 인생을 돌아보는 것은 맞지만, 고정불변의 과거가 아니라 아직도 팔딱거리는 생각들에 대한 ‘꿈틀대는 현재’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이어령 교수는 “나는 내가 과거에 저지른 일에 대한 확신범이 아니여. 확신범이라면 유언밖에 더 남겄어?”라고 말한다.

독자들이 이 책을 읽는 것이 과거의 기록이 아닌 “80여 년 동안 온리원의 사고를 해온 한 인간의 머릿속을 탐색”해보는 시간이 되길 바라고 있는 교수님! 책을 눈으로 보고 있지만 교수님의 생생한 목소리가 바로 곁에서 귀로 들리는 듯 하다.

그래서 이 책과 만나는 순간 특별한 경험의 시간이다.

여섯 살 질문쟁이 꼬마가 디지로그와 생명자본주의라는 거대한 패러다임을 제시하기까지‘생각의 성장과정’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이어령이라는 한 사람이 어떻게 창조적 생각의 지도를 그려왔는지, 그만의 지도를 그리는 방법은 무엇인지를 직접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인상적인 대답은 ‘나를 키운 건 팔할이 ‘물음표(?)’였지’라는 말이었다.

‘물음표(?)’를 통해서 ‘느낌표(!)’를 만들어내는 그 자체가 바로 ‘창조’가 아닐까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해본다.

나 자신도 교사직에 있을 때 앞 목걸이에 빨간색으로‘?’표지판을 걸고, 등에는 파란색으로 ‘!’표지판을 걸고 학생들에게 수업시간마다 강조하곤 하였다.

의문을 갖고 질문을 통해서 자기 것으로 만드는 “아하!”의 쾌감을 느끼도록 주문한 것이다.

가장 효과적인 학습법이기 때문이다.

창조적 생각에 대한 생생한 대화는 책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모두가 꼭 읽어야 할 소중한 책이다.

쏘옥 들어온 세 가지 말만 소개한다.

“나는 천재가 아니야.

창조란 건 거창한 게 아니거든.

제 머리로 생각할 줄 안다는 게 중요한 것이지.

누구나 나처럼 생각하면 나처럼 될 수 있어요.

진짜라니까.”(9p)

“물음표가 있었기 때문에 느낌표가 생기는 거예요.

목마름 없는 지식은 고문이야.”(56p)

“좋은 아이디어는 엘리베이터에 타서 내리기 전까지 말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해요.

또 만인이 납득하는 아이디어는 아이디어가 아니지.

낡은 생각이라는 증거니까.”(15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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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어령 교수님을 만난 나의 40년을 생각하며.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y********0 | 2024.01.31 리뷰제목
(1) 물음표가 씨앗이라면, 느낌표는 꽃이지. ..40여년간 품어온 의문이 풀리는 순간,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 온몸에서 전율이 흐르지....나는... 40여년간... 아니... 단 일년동안만이라도 물음표를 생각하고 지냈는지 뒤돌아본다... 없다! 있었어도.. 생각했다가 잊어버렸을 수도.., '목마름 없는 지식은 고문이지...' 라는 말씀에.. 나는 어떤 목마름의 지식을 갈망했는지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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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물음표가 씨앗이라면, 느낌표는 꽃이지. ..
40여년간 품어온 의문이 풀리는 순간, 물음표가 느낌표로 바뀌는 순간 온몸에서 전율이 흐르지....
나는... 40여년간... 아니... 단 일년동안만이라도 물음표를 생각하고 지냈는지 뒤돌아본다... 없다! 있었어도.. 생각했다가 잊어버렸을 수도.., '목마름 없는 지식은 고문이지...' 라는 말씀에.. 나는 어떤 목마름의 지식을 갈망했는지 생각해본다.. 얘들을 양육하고 지금은 교육을 시키면서 어떻게 하면 지금 얘들의 시간을 알차게 모낼 수 있을까 생각을 하며 한시간, 한시간 하루, 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보낼려고 노력중이다. 잠깐의 시간을 활용해서 책을 보거나 단어를 외우고 수학 연산을 하며 오늘도 뜻깊게 보낸 나와 아이들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다.
목마름 없는 지식.... 우리 얘들은 어떤 목마름의 지식을 생각하며 갖게될지 궁금하고 목마름 또한 가지고 지식을 채워가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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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80대 노인과 이야기하며 가슴 설레 본 적이 있는가?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e********n | 2021.05.08 리뷰제목
이어령 교수에 대해 아는 바가 딱히 많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문화부장관, 교수, 논설위원, 문화평론가 등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그를 교수라고 칭하는 게 적절한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아는 이어령 교수란 이상문학상의 심사위원,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의 작가 이 정도였으니 그에 대해 몰랐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어령, 80년 생각>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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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령 교수에 대해 아는 바가 딱히 많은 것은 아니었다. (그런데 문화부장관, 교수, 논설위원, 문화평론가 등등 다방면에서 활약한 그를 교수라고 칭하는 게 적절한 건지 모르겠다.) 어쨌든, 내가 아는 이어령 교수란 이상문학상의 심사위원, <축소지향의 일본인>, <디지로그>의 작가 이 정도였으니 그에 대해 몰랐다고 보는 편이 맞을 것이다. 그렇기에 <이어령, 80년 생각>이라는 책을 내가 어떤 경로로 주문해서 왜 읽게 되었는지는 스스로도 정말 모를 일이다.

 

 

이 책은 이어령 교수의 마지막 제자이자 그의 열렬한 팬(?) 중 한 사람인 김민희 편집장이 쓴 책이다. 그녀는 도대체 이어령 교수는 어떤 생각을 하기에 그토록 많은 창의적 결과물을 낼 수 있었는지, 그의 머릿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매우 궁금했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녀는 그가 80년간 살면서 남긴 창의적 산물, 그러한 산물이 탄생하기까지의 뒷이야기 통해 이어령 교수의 창의적 발상법을 파헤쳐 본다.

 

 

그렇다면 과연 그는 어떠한 창의적 유산을 남겼다는 것일까. 몇 가지만 예로 들면 ‘갓길’이라는 낱말, 한국예술종합학교, 마을 곳곳에 자리 잡은 공원들 (이러한 공원을 ‘쌈지공원’이라고 하는데 이러한 공원의 시초가 이어령 교수이다.), 찾아가는 음악, 미술 등 예술 공연 (이 역시 지금은 흔하지만 시초는 그였다고 한다.), 88올림픽 굴렁쇠 소년 퍼포먼스, 이상문학상, 백남준?김승옥?박완서 등의 발굴 등이 모두 그의 작품이었다.

 

 

약간 옆길로 새는 이야기이지만 김승옥 작가를 여관방에 두고 글을 쓰게 한 사람 역시 바로 이어령 교수였다. 나의 최애 소설 중 하나이자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사랑 이야기는 바로 김승옥 작가의 <서울의 달빛 0장>이다. 절필하려 했던 김승옥 작가를 그의 천재성을 알아본 몇 명이 너무 아깝다고 생각하여 여관방에 가둔 뒤 글을 쓰게 했다는 일화는 유명하다. 그리고 그렇게 탄생한 작품이 <서울의 달빛 0장>이었다는 사실도. 그런데 김승옥 작가를 여관방에 가두고 몇 사람을 보초 서게 하여 도망가지 못하도록 한 사람이 이어령 교수였다니.

 

 

다시 원래의 이야기로 돌아와 그렇다면 이어령 교수는 이 많은 일들을 어떻게 생각해낼 수 있었던 것일까. 그는 끊임없이 질문하고, 호기심을 갖는 태도, 그리고 틀에 갇히지 않은 사고를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이야기한다. 남들이 모두 이해하고 수긍하는 것은 결코 아이디어라고 할 수 없다고. 남들이 모두 의심하고 안 될 것이라고 이야기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아이디어라고.

 

 

“남들이 그건 다 안 된다는 거야. 그래서 나는 확신했지. 이거 되겠구나.”

 

 

그는 인터뷰 도중 이러한 이야기를 자주 남겼는데 나는 이 부분이 매우 인상 깊게 다가왔다. 머릿속으로 상상한 언뜻 보면 불가능해 보이는 것들, 남들에게 이야기하면 모두 코웃음을 치는 아이디어, 이런 것들을 치밀하게 계획하고 연구해서 결국 되게 해 보이는 것. 대부분의 것들을 실현시키는 데까지 이어령 교수는 수많은 의심과 다수의 반대에 맞서야했지만 결국 자신의 뜻대로 만들어냈다. 그리고 그것은 결국 혁신이 되었다. 이러한 태도가 진심으로 와 닿았다. 나 역시 마찬가지로 내 속에 잠자고 있는 다양한 생각들을 기꺼이 언젠가는 풀어보고 싶다.

 

 

그렇다면 이어령 교수의 창의적 발상의 두 번째 비법은 무엇일까? 바로 우리나라의 전통이다. 그간 우리는 ‘한국적인 것이 세계적’, ‘우리 고유의 문화를 알아야 다른 문화를 이해한다’ 식의 이야기를 숱하게 들어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에게는 사실 이러한 말들이 쉽게 와 닿지 않았다. 하물며 지금 나고 자라는 아이들에게는 어떨까.

 

 

그가 남긴 것 중 우리나라의 전통에서 영감을 얻은 것이 다수 있지만 그 중 나에게 큰 영감을 준 것은 바로 굴렁쇠 소년에 관한 에피소드였다. 올림픽 개회식은 보통 어마어마한 기술을 투입하여 화려하게 치르기 마련인데 이어령 교수는 이와는 상반된 굴렁쇠 퍼포먼스를 기획했다. 당시 세계는 한국에 대해 후진국이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었고 한국에 대해 소개하는 기사엔 어김없이 기아가 등장했다고 한다.

 

 

우선 이어령 교수는 세계 사람들에게 우리나라의 경쟁력을 보여주기 위해 최첨단 기술을 택하기 보단 사람을 택했다. 1981년 9월30일, 독일 바덴바덴에서 차기 올림픽 개최지로 ‘서울’을 발표했던 정확한 그 순간 한국에서 태어난 아기 중 한 명을 골라 굴렁쇠 소년으로 택했다. 그리고 그 아이가 그 후부터 지금까지 얼마나 건강하게 자랐는지를 보여줌으로써 한국의 경쟁력을 보여주고자 했다. 또한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 정적인 상태에서 드넓은 운동장에 점처럼 나타나 조용히 굴렁쇠를 굴리는 아이를 등장시킴으로써 온 세계를 집중하게 만들었다. 사람들은 오히려 아무 것도 없는 상태, 아무 것도 들리지 않는 상태에서 세상을 더욱 뚜렷하게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 퍼포먼스는 세계적으로 화제가 되었고 서구의 기자들이 어떻게 이런 발상을 했는지 인터뷰를 했다고 한다. 그 때 그가 남긴 발언은 또 얼마나 멋지던지.

 

 

우리 선조들은 여백의 미를 강조하는 민족이었다고. 서양은 화폭을 전부 색과 형으로 채우는 문화이지만 우리 동양의 문화는 화폭을 전부 채우지 않고 비워두고 여백을 남겨둔다고. 굴렁쇠 퍼포먼스 또한 그러한 선조들에게서 영감을 얻었다고.

 

 

이제 세상은 인공지능을 향해 가고 있다. 인공지능 기술을 잘 사용하기 위해선 인류의 지혜가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하다고들 이야기한다. 인공지능 기술을 인류를 위해 잘 활용할 수 있어야만 이 기술로 디스토피아가 아닌 유토피아를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것이 최첨단을 향해 가는 이 시대에 아이러니하게도 감성, 휴먼터치, 인간만이 가질 수 있는 온기 등이 그 어느 때보다 강조되기도 한다.

 

 

나는 이러한 문제들을 우리나라 전통에서 힌트를 얻어 교육할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처음으로 한국적인 것이 왜 세계적인 것이라는지, 현재를 살아가는 데 왜 그 나라의 역사와 전통이 중요하다는 것인지 제대로 이해가 되었다. 우리나라 전통에 대해 제대로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도 든다. 이를 통해 다른 나라에서는 할 수 없는 것, 우리나라 사람들이 미처 생각하지 못하는 것을 생각해서 좋은 아이디어를 낼 수 있겠다는 생각도. 수업에 대한 새로운 아이디어 역시 샘솟는 기분이다.

 

 

여러분은 80대 노인과 이야기하며 가슴 설레 본 적이 있는가? 책을 읽는 내내 나의 마음은 그와 함께 펄떡이는 느낌이었다. 나이가 들수록 자기 얼굴은 자기가 책임져야한다고 한다. 내 생각에 동안과 노안을 가르는 기준은 피부 나이도, 머리카락도, 몸매도 아닌 유연함과 호기심 그리고 상상력이 아닐까 한다. 새로운 생각으로 머릿속이 바쁜 사람은 결코 나이가 들 수도 꼰대가 될 수도 없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80대인 그 또한 여전히 젊게만 느껴지고 멋지다고 느껴지는 것이 아닐까. 그런 그가 암에 걸렸다는 사실은 진심으로 안타깝다.

 

 

부디 꼭 건강을 회복하여 앞으로도 우리들에게 많은 혜안과 지혜를 제시해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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