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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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

어제와 오늘, 그리고 꽤 괜찮을 것 같은 내일

리뷰 총점 9.7 (33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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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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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 : 사진, 시 그리고 에세이 평점9점 | l*****0 | 2022.01.20 리뷰제목
빨리빨리. 우리나라 국민 속성을 대표하는 말이라고 하지요. 저도 기왕 할 일이라면 빨리 해 놓고 쉬는게 좋습니다. 그런데 빨리 처리하면 더 빨리 일이 생기네요.     '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 시와 같은 문구의 책 제목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요즘같이 빠른 변화의 시대에 속도는 장점일 듯 싶은데 슬프다니 그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책은 소소한 일상의 풍경을 담은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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빨리빨리.
우리나라 국민 속성을 대표하는 말이라고 하지요.
저도 기왕 할 일이라면 빨리 해 놓고 쉬는게 좋습니다.
그런데 빨리 처리하면 더 빨리 일이 생기네요.

 


 

'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
시와 같은 문구의 책 제목에 마음이 끌렸습니다.
요즘같이 빠른 변화의 시대에 속도는 장점일 듯 싶은데 슬프다니 그 내용이 궁금했습니다.

 

책은 소소한 일상의 풍경을 담은 사진과 시, 그리고 에세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일상은 '평범'한 우리네 생활입니다.
평범하기에 특별하지도, 유별나지도 않습니다.
그런데 그 '평범'은 누가 정한 걸까요?
이 책을 보면서 그 답을 찾을 수 있었습니다.

 


 

책은 위처럼 멋진 사진과 짧은 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글을 보고 사진을 보면서 글에 대한 나만의 생각을 정리합니다.

 

'쉬는 시간 개론'같은 정규 교과목이 생기면 좋을 텐데요.
'노는 시간'이나 '운동 시간'과는 구별된 진짜 '쉼의 시간'을 위한 학문 말예요.

쉬는 시간 개론.
이름만으로도 꼭 청강하고 싶어지는 과목이네요.
요즘은 휴식에 대해 제대로 설명하고 알려주는 강의들이 간혹 보이곤 합니다.
한 때 '일(공부)을 하지 않는 시간'-인터넷 서핑, TV 시청 등-을 모두 휴식으로 치부하던 시기가 있었습니다.
아닙니다.
휴식도 올바른 방법으로 해야 합니다.
자신에게 맞는, 모든 것을 내려놓고 몸과 마음을 리셋할 수 있는 방법을 찾아야 합니다.

 

소리 내어 읽을 때 빛나는 시가 있습니다.
사진은 소리를 품을 수 없다고 생각해왔어요.
하지만 그건 완벽히 틀린 생각입니다.
사진을 보면서 가만히 귀 기울여보시기를.

눈꺼풀이 깜박이는 소리, 창문 밖으로 차 지나가는 소리, 여린 콧바람의, 전류가 흐르는, 지구가 도는, 반달이 빛을 머금는 소리가 들리시나요.

사진과 나 사이에 세상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것이죠.

동영상의 시대입니다.
너무나 많은, 그리도 다양한 동영상으로 사진의 자리가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사진만이 주는 느낌이 있습니다.
순간의 찰나의 정적인 화면이지만 때로는 수십분의 동영상보다 많은 것을 느끼고 생각하게 합니다.

 


 

정말 멋진 사진이지 않나요?
위에서 말한 사진만의 느낌을 온전히 느낄 수 있습니다.
저물어 가는 노을, 갈대를 휘날리게 하는 바람...
확실히 이런 풍경 사진은 동영상보다 훨씬 큰 울림이 있어 좋습니다.

 

다름이 다름으로 이어지는 물결의 출렁임에는 포말이 일었고,
이내 사라진다 해도 그것이 아름다움일 수 있겠다는 몽상적인 생각을 여러 날 했었다.

다름이란 같지 않음이 아니라, 같을 수 없음을 인정하는 말이라는 걸 늦게 안 후였다.

'다름'에 대해서 오랫동안 생각하게 되네요.
'다름'을 '틀림'으로 보지는 않지만, '같을 수 없음을 인정한다'라고는 생각해 보지 못했습니다.
'다름'을 '인정'으로 바라볼 수 있는 저자의 생각이 부럽네요.

 

이 책을 보면서 평범에 대해, 일상에 대해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그건 결국 '내'가 그렇게 정한 것이였습니다.
조금만 다른 관점에서 바라보고, 조금 더 관심을 기울이면 결코 평범하지 않은 것들이였습니다.
일상에 지치거나 힘들때 가끔을 들쳐보고 싶은 책이네요.

 

  • 이 리뷰는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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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오성은 사진 에세이,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 평점10점 | k*******7 | 2022.01.28 리뷰제목
사진은 거슬러 오르지 못하는 과거의 시간에 머물러 미래의 나의 눈을 추억에 머물게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진이 미처 담아내지 못하는 것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글로 적어 내는 작가의 글은 사진을 보는 또다른 시각을 자극하고 때로는 청각과 미각까지도 끌어들여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어쩌면 사진 에세이는 사진을 찍은 이와 나만의 사소하고도 은밀한 소통일지도!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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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은 거슬러 오르지 못하는 과거의 시간에 머물러 미래의 나의 눈을 추억에 머물게 하고 많은 생각을 하게 한다. 사진이 미처 담아내지 못하는 것들을 발견하고 그것을 글로 적어 내는 작가의 글은 사진을 보는 또다른 시각을 자극하고 때로는 청각과 미각까지도 끌어들여 혼란스럽게 만들기도 한다. 어쩌면 사진 에세이는 사진을 찍은 이와 나만의 사소하고도 은밀한 소통일지도!

사진이라고 하면 멋진 풍광을 떠올리겠지만 작가는 일상의 조각들을 담았다. 늘 지나다니는 길목, 혹은 스쳐지나가던 건물이나 계단, 삐죽이 자라는 화분, 얼기설기 얽힌 전선줄, 어슴프레한 풍경이나 한줄기 빛등 그냥 그런 사진들인거 같지만 짤막한 작가의 글을 읽으며 새롭게 바라보고 나만의 추억이나 생각들을 떠올리게 된다.

‘바다처럼 살자. 흐르는 물이 되자.

추억하는 마음이 그때로 데려다 주기도 해요.
추모하는 마음이 그대를 데려다 주기도 해요.
잠깐이지만 나는 우리로 돌아가요.‘

작가의 발걸음을 멈추게 하고 사진기를 들게 만든 풍경이지만 전혀 낯설지 않다. 아니 오히려 친근하게 여겨지는 사진들이다. 그리고 뭔가 여운을 주는 듯한 문장들이 그럴듯하게 들리고 혹은 아리송하게도 들리고 때로는 전혀 다르게도 들린다.

‘사진과 나 사이에 세상의 소리가 들려오고 있는 것이죠.‘

사진으로 소리를 듣는다는 문장을 보고 고개를 끄덕이다 이 문장에 덜컥! 그저 멈추어버린 사진이라고 생각했는데 그 사진과 나 사이에 분명 존재하는 세상의 소리들! 왜 나는 그 소리를 듣지 못하고 살았을까 하고!

좀 긴 문장의 에세이는 글을 읽는 즐거움을 주는 이 책, 속도가 너무 빨라 어느새 기억속에서 사라져버리고 있을지도 모를 그때의 흔적들을 따라 천천히 걷게 만드는 책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쓴 후기입니다*
#에세이
#속도를가진것들은슬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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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에세이 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 평점10점 | m*****i | 2022.01.24 리뷰제목
에세이 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 사진에세이, 오성은, 오도스   오랜만에 사진 에세이를 읽어보는 것 같다.  <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라는 문구가 가슴에 콕 박히면서도 아스라한 필카 느낌의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읽게 된 책. 저자 오성은은 책도 쓰고 EP앨범도 내고, 단편영화도 만든 이를테면 종합예술인으로 보여진다. 그는 왜 이 책을 만들었을까? 왜 속도를 가진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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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
사진에세이, 오성은, 오도스


 

오랜만에 사진 에세이를 읽어보는 것 같다. 
<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라는 문구가 가슴에 콕 박히면서도 아스라한 필카 느낌의 사진이 마음에 들어서 읽게 된 책.
저자 오성은은 책도 쓰고 EP앨범도 내고, 단편영화도 만든 이를테면 종합예술인으로 보여진다.
그는 왜 이 책을 만들었을까? 왜 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는 제목을 달았을까.
에필로그에서 바로 답을 준다. 어느 정도 예상한 대답이지만 대충 가늠했음에도 이렇게나 공감이 갈까.

"중요한 건 속도를 체감하는 사적인 슬픔이다. 이를테면 어머니의 흰머리가 하루하루 늘어가는 게 보일 때, 
주름이, 통증이, 힘없음이 빠르게 진행된다는 걸 알아차릴 때 나는 슬픔을 감당하기 힘들다. 
속도를 가진 것들은 과연 슬프다. 속도가 당신을 자꾸만 앞으로 밀어붙이기 때문이다."

어릴 때는 그렇게 지나갔으면 했던 시간이, 나이를 먹을수록 내게서 도망치듯 빠르게 스쳐가버린다.
일부러 되짚지 않으면 나에게서조차 잊혀지는 시간들이 되어버린다.
그래서 그는 사진을 찍어 일상을 뷰파인더에 붙잡고, 슬픔을 다시금 들여다본다고 한다.
기억하고 싶은 시간과 추억들. 
왜 굳이 남의 일상을 엿보고 추억을 듣는걸까 싶다가도 읽다보면 절로 알게 된다.
그럼으로써 나의 일상을 떠올리게 되고, 나의 추억도 끄집어내게 되는 것이다.
잊고 있던 기억들. 어쩌면 잊혀지길 바랬던 기억들까지.
 


 

저자의 일상적인 사진들이 담겨져 있고, 그의 생각을 엿볼 수 있는데,
시작도 그렇고 고양이 사진이 몇몇 들어가 있어 애묘인인가 싶었다. 
어릴 적 이야기부터 삶의 무게, 이별의 아픔이 묻어나는 글들인데
덤덤하게 뱉는 말이 더 쓸쓸하게 느껴졌다.

'하지만 아무래도 어디로 가야 할지 잘 모르겠다.
그러니 누군가 내게 이런 방식으로 말해준다면 참 고마울 것 같다.
계단의 단계란 없다고. 
거기에는 올라도 좋을, 내려가도 괜찮을 계단이 있을 뿐이고,
계단은 계단일 뿐이라고.' -p.25

'어쩌면 문제는 '잘' 인지도 모른다.
있어. 
잘 있으려 너무 애쓰지 말고 그냥 그렇게
있어.' -p.47

'가끔 깜빡하고 살 때가 있습니다. 
기억해야 합니다. 남김없이 사라진다는 것을.' -p.109


내게 신선한 다른 시선을 느끼게 해준 글. 사진에서 소리를 느껴보기.
웬만해선 사진은 한 번 스윽 쳐다보고 말 뿐이었는데 말이다. 
사진은 보는 것이다 라는 어떤 편견을 깨고 새로운 인식을 심어주었다.
이젠 소리 말고도 다른 것들까지 상상하며 보게 될 것 같다.

'사진은 소리를 품을 수 없다고 생각해왔어요.
하지만 그건 완벽히 틀린 생각입니다.
사진을 보면서 가만히 귀 기울여보시기를.' -p.57


그리고 책에 관한 이야기들도 공감이 꽤 가는 문장이 많았는데,
그 중 무릎을 탁 치게 만든 것은 전에 읽은 기억나지 않은 책을 또 읽어야 하는 물음에 대한 답이었다.
'책은 기억력에 대한 의심을 판단하는 물성이 아닙니다. 책은 그저 된장찌개입니다. 
오늘의 책은 오늘의 양분이 되고, 내일의 책은 내일의 양분이 됩니다.'

그저 한 번 읽힌 채 쌓여가는 책들, 하지만 시간이 지나가면 내용이 기억나지 않을 때가 많다.
어쩌다 다시 꺼내보게 되지만 그것도 빈번하지 않으므로 자리만 차지하는 것 같아 고민이었는데
나의 그런 죄책감?을 좀 덜어주었다.
 


 

저무는 풍경, 아스라함과 연결되는 어머니의 장바구니,
할머니의 목소리 '오야',
'모두의 시장이었고, 모두의 젖줄이었는걸'

고향과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절절히 느껴지는 부분들에서 더욱이 나의 것들로 바뀌어 생각하게 만들었다.
<고양이 로쟈 님의 발을 밟다> 이야기는 너무 귀엽고 재미있게 느껴졌다.
이제 로쟈의 저주는 풀어지지 않았을까.

너무 빠르게 지나가는 시간, 속도에 지쳤을 때
이렇게 자신의 일상을 살피고 때론 추억이며 슬픔을 꺼내어 다시금 마주하는 것이
의외로 다시 살아갈 이유가 된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시간이었다.
속절 없는 속도에서 한 번씩 빠져나와 일상의 흔적을 되돌아보며  잠시 시간을 멈춰보자.
모든 것은 언제나 변하고 사라질테니까.

'당신은, 당신은 어떠한가요.
바깥으로 나갈 준비가 되어 있는가요.
어디에서든 당신이 조금 덜 외롭고 그러하기를 바랍니다.'-p.155

 

 


- 리뷰어스클럽 소개로 출판사로부터 책을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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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잠시 멈춤의 위로 평점10점 | k****k | 2022.01.22 리뷰제목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 준, 그 계기를 마련해준, 선배와 스승들은 무수히 많다. 오늘 그 중 한 분이 입적하셨다. 한 삶이 사라지면 그에 상응하는 우주가 하나 닫히는 기분이다. 처음의 조우로 기억은 빠른 속도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제목처럼 속도를 가진 모든 것이 슬프다.   “나는 본래 슬픔을 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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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살아가면서 크고 작은 변화를 만들어 준, 그 계기를 마련해준, 선배와 스승들은 무수히 많다. 오늘 그 중 한 분이 입적하셨다. 한 삶이 사라지면 그에 상응하는 우주가 하나 닫히는 기분이다. 처음의 조우로 기억은 빠른 속도로 시간을 거슬러 올라갔다. 제목처럼 속도를 가진 모든 것이 슬프다.

 

나는 본래 슬픔을 잘 견디지 못하는 사람이다. 그러므로 더더욱 슬픔을 들여다봐야 한다는 걸 깨닫는 중이다. 슬픔도 잘 씻길 수 있도록 속도를 잠시 버려둔 채 오래 들여다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20대였고 무지하고 건방지고 말은 분명하고 똑똑하게 하는 거라 믿었다. 모를 뿐 세상만사 다 이유와 논리와 답이 있다고 믿었다. 모두 다 다른 우리들이 같고 다른 고민을 하며 같고 다른 역할을 하며 존재하는 모든 것들을 만들었다는 것도 몰랐다. 그러면서 학위도 있는 과학 전공자였다.

 

이제는 그 시절을 사진처럼 필름처럼 다시 열어보아도 심하게 부끄럽진 않다. 여전히 그런 태도라면 문제였겠지만 보고 싶지 않아도 알고 싶지 않아도 살다보니 절감하게 되는 것들이 적지는 않다. 가장 생생한 기억 중 하나는 4대 생불 중 한 분이라는 분께 대든(?) 순간이다.

 

명상이니 참선이니 내가 가진 가치 기준에 미치지 못하면 무가치한 혹은 그릇된 사기가 아닌가 해서 분명한 공격성을 띈 질문이었다. 결과적으로는 참 잘한 일이었다. 그 덕분에 나는 세상에는 여러 종류의 명상법이 있고 내가 가진 이미지만 잘못되었다는 걸 알게 되었으니.

 

가장 마음이 가는 명상법은 걷기 명상과 먹기 명상이었다. 발을 딛는 땅을 느끼며 걸어가는 시간에 그 길에 존재하는 모든 다른 존재들을 가능한 많이 느끼는 일. 그래서 친구도 생기고 이웃들도 만났다.

 

빛과 빛 사이로 주름진 세월이 가득 녹아 있다. 세상 풍파에 휩쓸리기 쉬운 지형이지만 눈앞의 드넓은 바다가 마을을 버티게 한다. (...) 그곳에는 누군가의 유년이, 과거가, 시간이 숨어 있다. (...) 사람은 오가고, 마을은 변하고, 아이는 자라고, 바다는 여전히 버티고 있다.”

 

내게는 프랑스 플럼 빌리지의 승려이고 내 학교에서 연이 닿은 영국에서 만난 스승이셨다. 어떻게 지내시는 지 안부를 종종 찾아 보다, 2018년 베트남으로 영구 귀국하셨다는 소식을 들었다. 오래 전 그를 추방한 세력은 스러지고 사라졌다. 고향으로 돌아 가셔서’ ‘돌아 가셨다.’

 

이 책의 저자는 특수성을 노골적으로 드러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자신의 고향을 가득 담아 놓았다. 골목이며, 기차역이며, 배들, 바다 그리고 책들. 오래 된 귀한 것들, 애정을 쏟고 추억을 담지한 것들을 사진으로 글로 기록하는 일이 부럽다.

 

나와 동생은 호떡 냄새를 귀신같이 알아맞혔고, 어머니는 뜨거운 호떡을 손으로 북북 찢어줬다. 설탕물이 뚝뚝 떨어지면 단박에 입가에 침이 고였고, 나는 입천장이 델 것도 모르고 덥석 물기 바빴다. 아스라함이란 제법 뜨거운 단어다.”

 

나는 매일 짐정리를 할 궁리를 한다. 예전엔 큰 가방 하나 만큼의 꼭 필요한 물건만 갖고 살다 죽으면 좋겠다 했는데, 한 집 가득 내 물건들이다. 가장 쉽게 할 수 있는 책들을 덜어내고 사지도 않았는데 점점 늘어가는 굿즈들을 일단 작은 상자 안에 모아본다. 메모지, 공책, 엽서, 책갈피, 필기도구들이 대부분이니 무선별로 누군가들에게 선물로 보내고 싶다.

 

내가 부르지 않아도, 간절히 바라지 않아도 그 소리가 어딘가를 통과해 우연히 내게 도착한다면 얼마나 좋을까 싶었다. 바람이 나를 스쳐 갔고, 해는 저만치 기울어버렸다. 누구도 응답하지 않을 것만 같은 오후가 흐르고 있었다. 오야, 오야. 내 부름에 답하는 할머니의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었다.”

 

다정한 표정, 차분한 목소리, 작고 확실한 방법을 알려 주시던 그 방이다. 그날 이후로 어떻게 삶이 바뀔지 전혀 모르던 내가 여전히 단단한 얼굴로 그래도 잘 알아듣고 있다. 육신 밖으로 나가신 스승은 무엇이 되실까, 어디로 가실까. 천천히 쉬엄쉬엄 걸어가시길. 언젠가 어떤 형태로든 다시 만나 뵙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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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속도를 가진 것들은 슬프다 평점9점 | y*****e | 2022.01.26 리뷰제목
IT 최전선에서 아직 현역으로 뛰다보니 맨날 보는 거라고 인간미 하나 없는 공학적인 느낌 물씬나는 것들이다보니, 아주 가끔은 머리도 식힐겸 큼직한 사진과 간결한 문체로 구성된 사진 에세이를 보기도 한다. 사진을 통해 글로 그려지지 않는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도 좋고, 이미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메시지가 글로 표현되는 것도 좋고... 서로 다르지만 조화를 이룬다는 것, 우리내
리뷰제목

IT 최전선에서 아직 현역으로 뛰다보니 맨날 보는 거라고 인간미 하나 없는 공학적인 느낌 물씬나는 것들이다보니, 아주 가끔은 머리도 식힐겸 큼직한 사진과 간결한 문체로 구성된 사진 에세이를 보기도 한다.

사진을 통해 글로 그려지지 않는 이미지를 전달하는 것도 좋고, 이미지에서는 느낄 수 없는 메시지가 글로 표현되는 것도 좋고... 서로 다르지만 조화를 이룬다는 것, 우리내 인생과도 겹쳐지는 이 느낌, 이 기분이 좋다...

사진 에세이를 보는 것이 진짜 오랜만인 것 같다.

자고 일어나면 새로운게 나오는 IT 그중에서도 인공지능 관련일을 하다 보니 요즘의 변화 속도는 따라가기 버겁기만 하다... 더군다나 요 몇년간 계속된 주경야독, 특히나 박사과정에 들어가면서는 관심분야, 연구분야와 관련된 부분까지도 쫒아가야하다 보니 더더욱 그런것 같다...

그리고 새해가 밝았고 한달남짓 새로운 계획과 목표에 다다르고자 스스로를 다그치다 보니 잠깐이나마 쉬어가고 싶었나 보다... 그래서 사진 에세이를 들었나 보다... 속도와 슬픔에서 오는 동질감에 끌려서...

 

이 책을 쓴 오성은 작가에 대해서는 어떠한 형태로든 아는바가 없었다, 작가 소개에는 책도 쓰고 영화도 만들고 음악도 하시는 다방면에 재주가 있으신듯 하나 미안하게도 전혀 아는 바가 없다...

하지만 선택된 사진 그리고 여백에 메워진 글귀들을 보고 있자면 은근히 동화되는게 그가 해왔던 여러가지 일들의 다른 결과물도 꽤 괜찮지 않을까 생각을 해본다.

책은 속도전쟁에 내몰린 내게 잠깐의 쉬어감을 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 좋은 사진들 그리고 그에 대한 글귀들은 충분히 내게 휴식과 마음을 재정비 할 수 있는 여유를 주기에 충분했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책이 문고판 사이즈라는 것과 내지가 내게는 조금 걸리긴 하다... 저자와 출판사가 따로 의도한 부분이 있었을 수도 있으나 사진을 좀더 잘 볼 수 있게 책의 크기도 좀 키우고 내지도 조금 번들번들한 재질로 했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살짝 드는건 어쩔 수 없나보다...

 

그리고 단숨에 읽어내려간 오늘 이 페이지가 참 마음에 든다...

 

P.S : YES24 리뷰어 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글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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