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초등학생들은 매일 같이 일기를 쓰거나선생님께 검사를 받지는 않지만내가 어릴 때만 하더라도일기는 매일 꼭 써야 하는 의무 같은 과제였다.아침에 학교에 가서 가장 먼저 하는 일은전날 쓴 일기장을 교탁 위에 올려놓는 것인데그렇게 쌓인 아이들의 일기는선생님께서 확인한 후띄어쓰기나 맞춤법 등의 교열 작업을 거쳐빨간색 볼펜으로 체크해 주시곤 했다.선생님의 확인했다는 도
#엉망으로열심히살고있습니다, #천선란, #윤혜은, #윤소진, #한겨레출판, #하니포터, #하니포터7기
초등? 아니 국민학교 때 숙제로 썼던 '일기' 외에 자발적으로 일기를 쓴 기억은 첫아이를 임신하고 낳고 키우면서 썼던 2년여의 태교?육아일기가 전부다. 그래서 '일기'로 소통하는 세 여자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끌렸다. 어떤 사이길래 일기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일까? 일기를 소재로
초등? 아니 국민학교 때 숙제로 썼던 '일기' 외에 자발적으로 일기를 쓴 기억은 첫아이를 임신하고 낳고 키우면서 썼던 2년여의 태교?육아일기가 전부다. 그래서 '일기'로 소통하는 세 여자의 이야기가 궁금하고 끌렸다. 어떤 사이길래 일기를 공유할 수 있는 것일까? 일기를 소재로 한 팟캐스트를 진행할 생각을 어떻게 한 것일까? 꼬리에 꼬리를 무는 물음표들을 느낌표로 바꾸기 위해 책을 펼쳐 들었다.
녹색 계열의 색감이 감싸 안은 차분한 표지 안에는 세 여자를 나타내는 듯한 토끼와 개 그리고 고양이가 서로를 의식하는지, 눈길을 주고받는지 모르겠는, 적당한 느긋함을 드러내고 있다. 왠지 피식 웃음이 삐져나오게 만드는 그림이라 손으로 쓰다듬어주고 책장을 펼쳤다. 읽기 전에는 좀 더 밝은 색감이면 좋겠다 아쉬웠지만, 후에는 차분한 색감이 책이 전하는 질감과 잘 어울린다 느꼈다.
- 일기 쓰는 세 여자의 오늘을 자세히 사랑하는 법 -
세 여자 중 한 여자를 알고, 그 이름에 이끌려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바로 소설가 천선란이다. 소설로 형성된 소설가 천선란이 아닌 보통 사람 천선란(필명이라는 걸 이 책을 통해 알았네요. ^^;)을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막연한 기대감이 있었다. '일기'로 '수다떨기' 포맷인 팟캐스트인 만큼 내밀한 이야기가 펼쳐질 거니까.
소설가 천선란,
일기 인간 윤혜은,
편집자 윤소진.
같은 학교 동문이며 글과 관련된 직업군 안에 있다는 공통분모로 팟캐스트 '일기떨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세 여자 중 꾸준히 일기를 써왔던 혜은 외에 선란과 소진은 새로운 시도를 한 덕분에 30대 여성들이 내밀한 이야기를 허심탄회하게, 편안하게 꺼내 보일 수 있는 공간이 마련되었다. <일기떨기>의 인기가 그 증명일 것이다. 이 시대를 지금 각자의 공간에서 열심히 살아가고 있는 우리들의 소소한 일상을 공유하면서 자기 홀로 감각하고 있지 않다는 동질감을 나누기에 기꺼이 그 수다에 발을 담그는 게 아닐까.
솔직히 수다 떠는 거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는데 세 여자의 정돈된 '일기'보다 순간의 느낌과 감정이 교차하며 엮어지는 '수다'를 읽으면서 저릿저릿 해지는 경우가 많았던 걸 보면 밖으로 털어낼 수 있는 자리도 필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깨달았다.
이번 생에 임하는 자신의 현 모습을 이야기하고,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방법을 나누면서 마음을 다독이는 모습에 괜스레 나도 울컥했다. 혜은처럼 위기 대처 능력이 취약한 나에게 선란의 테트리스 이야기는 속을 시원하게 해주는 청량함이었다. 판이 망했다 생각들 때 막대기 하나만 들어가면 클리어 되는 테트리스를 상상하면서 미소 지었으니까. 위기나 난관은 우리의 삶에 언제나 존재하고 어떻게 받아들이느냐가 중요한 포인트이기에, 유연하게 대범하게 편하게 게임처럼 깨는 기분으로 한걸음 뒤에서 바라보는 여유를 부려야겠다.
알지 못했던 한 사람을 알아가는 일은 단순히 한 사람만큼의 공간이, 세상이 확장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 곳곳에서 느꼈다. 혜은을 알게 되면서 혜은의 부모님과 J를 알게 되고, 선란을 통해 선란의 가족들을 알게 된다. 또 소진을 통해 소진의 가족과 남자친구를 알게 되었다. 모든 부분을 알게 된 것은 아니지만, 세 여자가 지금 서 있는 곳에서 말한 만큼 그들을 알게 된 것이다. 과거에는 어땠을지, 미래에는 어떨지 모르지만 지금 세 여자의 마음이 닿아 표현한 그만큼 그들을 보고 세 여자를 더 알게 된 것 같은 기분이다. 그들은 나를 모르는데 나만 넓어져가는 앎이 오지랖이 되어 세 여자를 그냥 응원하게 되니 참 묘한 인연이다.
엄마 이야기가 많이 나온다. 혜은과 선란은 긴 간병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한다. 딸을 키우기에 엄마이면서도 딸인 나는 두 마음 모두 짊어지고 읽었다. 부디
그들의 상처가 아물어가기를, 그들이 언제일지 모를 마지막 순간까지 지금처럼 행복과 사랑과 위로를 잊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
자신을 가장 사랑하는 게 아니라고 믿었던 엄마가 발병 후 자신의 이름만 기억한다는 사실에 만감이 교차했을 선란을 꼬옥 안아주고 싶었고, 자신을 두고 죽고 싶다고 할 만큼 아픈 엄마의 고통을 뼈저리게 느끼고 울었을 혜은의 눈물을 닦아주고 싶었다.
"이제 나도 다 컸고 나라도 좀 자유롭게
엄마가 원하는 거, 하고 싶은 거 해도 돼.
나 그런 거 안 해봐서 몰라."
<엄마의 지구는 우리가 사는 지구보다 작다>편을 읽으면서 어느새 '엄마'에 맞춰진 나의 지구를 감각하게 되었다. 나이가 들수록 좁아져가는 지구를 내년에는 좀 더 의식적으로 넓혀봐야겠다. 제빵도 좋고 캘리그래피도 좋고 배움의 재미를 누려야지.
"아무런 이유 없이 순한 마음으로 좋아하는 것.
이제 더는 그 마음에 조급함을 느끼지 않기로 했다. 모든 것을 '그냥' 하다가
'그냥' 그만두어도 좋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하니
그냥 하고 있다는 것, 그냥 좋아한다는 것,
그냥 그만두어도 된다는 것이 참 근사하게 여겨졌다.
그 무수히 많은 '그냥'이 나를 상상도 하지 못한 장소에 데려다주곤 할 테니까."
세 여자는 돌아가며 일기를 쓰고 관련된 주제로 수다를 떨면서 일상의 모든 것을 덜어내고 나눈다. 글을 쓰면서 새로운 시도를 멈추지 않는 그들의 행보는 '엉망'이지만 '열심히' 살아가고자 하는 마음이 짙게 묻어난다. 그들이 다른 이의 행보를 보며 위안을 얘기했던 것처럼 오늘 다른 누군가는 세 여자의 행보로 행복과 기쁨 그리고 희망을 꿈꿀 수 있을 테다.
정해진 틀 없이 자유롭게 그들이 짊어진 고민과 걱정뿐 아니라 성취와 감격 그리고 꿈꾸는 내일까지 방사형으로 뻗어나간다. 그들이 겪은 다채로운 경험들과 느낀 깊은 감정들이 말과 글로 바뀌어 우리에게 닿아 결국 우리의 것과 어울려 불타오르거나 소멸되거나 몽글몽글해진다. 그리고 내일을 바라보는 다정하고 따뜻한 시선 속에서 위로받고 치유받는다.
다른 듯 닮았고, 닮은 듯 다른 세 여자의 목소리가 궁금해지는 책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이다. 정리된 글, 활자 너머 생생한 현장의 숨이 녹아있는 <일기떨기>가 궁금해졌다. 유독 듣기에 메마른 나이지만 꽂히면 직진뿐이다.
혼자서 잘, 바르게 살기를 바라는 이에게 기대도 좋은 어깨가 있으면 기댈 수 있어야 진정 건강한 상태라는 걸, 괜찮다는 걸 느끼게 해주는 책, 이 한 권으로 따스한 겨울의 문을 열어보기를 추천한다.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지구가 궁금해진 호기심 가득한 외계인이 소풍 가듯 이곳에 와주었으면. / p.5
이 책은 천선란 작가님, 윤혜은 작가님, 윤소진 작가님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이다. 내용보다는 작가님의 이름만 보고 선택했다. <천 개의 파랑>을 인상 깊게 읽었기에 천선란 작가님의 에세이가 참 궁금했다. 거기에 소장하고 있는 <아무튼, 아이돌>의 저자 윤혜은 작가
우리의 이야기를 듣고 지구가 궁금해진 호기심 가득한 외계인이 소풍 가듯 이곳에 와주었으면. / p.5
이 책은 천선란 작가님, 윤혜은 작가님, 윤소진 작가님의 이야기가 담긴 에세이이다. 내용보다는 작가님의 이름만 보고 선택했다. <천 개의 파랑>을 인상 깊게 읽었기에 천선란 작가님의 에세이가 참 궁금했다. 거기에 소장하고 있는 <아무튼, 아이돌>의 저자 윤혜은 작가님까지 너무나 궁금한 이야기가 많았다.
팟캐스트 <일기떨기>의 내용이 단행본으로 실린 책이다. 사실 라디오를 참 좋아하는 사람이지만 팟캐스트는 조금 낯선 프로그램인데 책이 만족스럽다면 팟캐스트로 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특별하게 어떠한 사건을 다룬다기보다는 마치 일기처럼 세 작가님의 과거, 현재, 미래의 일들과 그것에 대한 생각들이 활자로 쭉 펼쳐져 있다.
술술 읽혀졌지만 그것보다 엿보는 듯한 느낌을 받았던 책이다. 각자의 일기가 실려 있고, 뒤에 다른 두 분의 작가가 코멘트를 달았으며, 마지막에 하나의 대화 형식처럼 이어지는데 초반에는 개인의 일기를, 중반에 이르러서는 마치 학교 선생님께서 학생의 일기를 보고 그에 대한 멘트처럼, 마지막에는 세 사람의 대화를 하나의 관찰자 시점에서 보고 있다는 착각이 읽는 내내 들었다. 전반적으로는 가볍게 읽기 좋았지만 그만큼 흥미로웠다.
개인적으로 결혼에 대한 생각과 어머니에 대한 일화들이 참 인상적이었다. <결혼식 프로 참석러>라는 이름의 윤소진 작가님의 일기로부터 시작되는데 청첩장을 받는 일이 많아지면서 결혼식에 참석하는 일이 많아졌다고 한다. 결혼에 대한 생각, 과거 교제하던 이성 친구와 함께 결혼식에 참여해 싸우던 일 등 결혼이라는 주제로 꼬리를 무는 이야기들이 실려 있다. 그밖에도 독신에 대한 의견, 하고 싶은 결혼식 상상들에 대한 세 사람의 대화로 마무리가 된다.
가장 인상적으로 남는 문장이 하나 있는데 '결혼보다는 타인의 삶에 무임승차를 하고 싶다.'는 것이다. 지극히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독신에 가까운 편이어서 결혼 자체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어떻게 보면 무임승차라고 표현할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나이가 먹으면 먹을수록 결혼식 청첩장을 받고 생각이 많아지는 시기였다. 독신을 추구하는 작가님들의 식에 대한 내용을 흥미로웠고, 초대된 사람보다는 초대한 사람의 취향에 맞춰진 뷔페 이야기는 생각하지도 못한 부분이어서 머리를 탁 치고 지나가는 느낌을 받았다.
또한, <엄마의 지구는 우리가 사는 지구보다 작다>라는 이름의 천선란 작가님의 일기는 가장 공감이 되었던 부분이다. 작가님의 어머니께서는 뇌출혈로 휠체어 생활을 하시는 분이라고 한다. 꽤 오랜 시간동안 작가님과 자매인 언니분께서 간병을 해오셨는데 아무래도 활동에 제한이 있다 보니 경험하는 세계가 작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더불어, 아프셨던 어머니에 대한 일화나 명절에 어머니의 노동을 당연시하게 여기는 친가와의 이야기들이 등장한다.
아무래도 딸의 입장이다 보니 많이 울었던 내용이었다. 엄마가 음식 만드는 것을 좋아하는 줄 알고 있었는데 잠시 병원에 입원했을 때 명절 음식 걱정을 하던 고모의 이야기를 듣고 크게 화가 났었다는 일화는 가장 크게 공감이 되었다. 어떻게 보면 자연스럽게 어머니의 희생에 대한 편견을 가지게 된 것은 아닐까. 말로 표현할 수 없는 감정들이 소용돌이처럼 휘감았다.
그밖에도 많은 내용들이 현재의 삶에 비추어 생각을 들게 했다. 너무 완벽하기 위해 지레 겁을 먹고 직면한 문제들을 피하면서 살아온 것은 아닐까. 작가님들은 일기를 통해 꿈을 가지라고 응원해 주었고, 불안해도 괜찮다고 위로해 주었으며, 엉망이지만 열심히 살고 있으면 그것만으로도 충분하다고 어깨를 토닥여 주었다. 책을 덮고 나니 단 하나의 문장만 남았다. '완벽하지는 않지만 모두 나름 잘 살고 있어.'
SF 소설가 #천선란
참된 일기 인간 #윤혜은
취미 부자 편집자 #윤소진
#엉망으로열심히살고있습니다
취향, 성격, 일상 등 모조리 제각각인 세 사람이
서로의 에세이를 읽고 생각을 나누는
팟캐스트 〈일기떨기〉가 책으로 출간됐다.
@illki_ddeolki
(이분들의 인생네컷 부럽다!!!)
일기는 근래의 힘듦을, 내가 주로 느끼는 복합적인 어려움을 빼돌리지 않고 붙잡아둔 최초의
취향, 성격, 일상 등 모조리 제각각인 세 사람이
서로의 에세이를 읽고 생각을 나누는
팟캐스트 〈일기떨기〉가 책으로 출간됐다.
@illki_ddeolki
(이분들의 인생네컷 부럽다!!!)
일기는 근래의 힘듦을, 내가 주로 느끼는 복합적인 어려움을 빼돌리지 않고 붙잡아둔 최초의 기록인 셈이다. 여기까지 쓰는 낯은 꽤 부끄러웠지만 깨끗하게 인정하고 나니 '뭐 어쩌겠어'라는 생각이 든다. 나를 정면으로 마주하지 않고서는 지나갈 수 없는 날도 있으니까.
일기를 쓴다는 건 지난 하루를 되돌아보고 나에게 질문하는 행위다. 일정으로만 채워질 때도 있다. 특별한 감정이 없는 날도 있었으니까. 바쁘더라도 질문을 했어야 하는데..
스스로 질문하기를 멈추지 않고
마음을 잘 쓰는 사람이 되고 싶다.
작가들도 에고서치를 한다.
출간직후 자주 하다가 지나면 덜 한다는 분도 있었고
피드백이 무서워 초반에만 하는 작가도 있었다. 안좋은 평이 나오면 그때부터 멈추는 작가도 있었다. 하물며 흐리게 보려고 실눈뜨고 본다고.
(누군지는 밝히지 않겠다. 책으로 확인해보길)
나의 존재가 부담일까 봐 혼자서만 감당하는 제가 썩 보기 좋지는 않아요. 그렇게 되면 '나는 결국 나밖에 이해 못 하는 사람이야, 나라는 인간은 나만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이야'라고 굳어질 것 같아요. 그래서 조금 도 유연해지고 타인에게 저의 정리되거나 단정된 모습이 아닌 것들을 조금씩 보여주는 사람으로 나이들고 싶어요. 자연스러운 제 모습도 타인과 나눌 수 있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에요.
무엇이 자연스러운 걸까. 당최 그걸 모르겠어서 연습하고 있다. 어색하고 서툴더라도 나란 사람이 당신에게 관심이 있고 마음을 나누고 싶다는 것을조금이나마 알리려는 것이니 이해해줬으면 좋겠다. 그니까 막 들이대도 그냥이 아니라는 것만 알아줬으면 한다.
혼자 있는 시간을 확보하는 동시에 자기효능감을 부여할 수 잇는 것은 제빵이다.
빵이 발효되기를 기다리고 구워지기를 기다리면서 아기 낳은 것처럼 잘 나왔는지 살펴보는 과정이 좋아 제빵을 끊지 못한다는 소진 님은 빵은 언제나 미덥다고 한다. 멤버들에게 미더운 존재를 물어봤다. 선란님은 자신과 일기떨기 멤버들이라고 답했고 혜은님은 식물이라고 했다. 손톱 같은 아이가 점점 손바닥만 해지는 물리적인 성장을 볼 때 미덥다고. 그것을 보며 나도 잘 살아야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식물킬러인 나는 공감이 잘 안되지만 충분히 그렇게 생각이 들 수 있겠다. 자꾸 죽이는 내가 식물을 데려오지 않는 이유와 어찌보면 비스무리하다.
엄마가 아픈 이후에는 아빠가 그 말을 자주 한다. 참는 건 없다. 참는 건 병이다. 참지 마라. 뭐든 참지 말고 슬프고 답답하면 그곳을 벗어나라. 그렇게 살아도 된다.
선란 작가의 어머니 이야기에 자주 뭉클했다. 우울해서 살기 싫다는 딸에게 물인데 소주라며 속이고 건네고는 쓰지않고 밍밍하다고 하니 '그만큼 지금 네 삶이 쓰다는 거야. 너 정말 힘들구나' 라고 공갈 아닌 공감을 해준 엄마.
작가가 21살 때 뇌출혈로 아이가 된 어머니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하면서 '사랑해'라는 말은 잘 했다. 엄마의 뇌는 잊었을지언정 엄마의 몸이 기억하고 있었다.??
참지 말자고 몇 번을 다짐해도 자꾸 참는다. 이러다 괜찮아지겠지.. 하고 싶은 건 참지 않고 하는데 내 몸 돌보는 것은 자꾸 참아진다. 아..진짜 더 늦기전에 관리해야겠다. 90살에도 책 읽어야 한다.
가볍게 읽었는데 공감되고 위로가 많이 되었던 에세이.
역시 남의 일기는 재밌다.
글을 업으로 하기에 책은 술술 읽힌다.
천 개의 파랑의 작가 천선란님의 글에
마음이 기우는 것은 어쩔수 없다. 데햇
팟캐스트 '일기떨기' 들어본 적은 없지만 오늘부터라도 청취할 작정이다.
성향은 다른데 세 분들의 캐미가 잘 맞아서 재미질것 같고,
책에 담지 못한 비하인드가 분명 있을테니까.
“누군가의 일기를 잃어버린 뒤에 그 사람을 친밀하게 느끼지 않는 법을 나는 모른다,”
삶은 지나쳐 가는 순간의 연속이 아니라 낯설고도 익숙한 도착지에 데려다 놓는 순환의 연속이라고 했습니다.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는 2021년 가을에 출발한 〈일기떨기〉의 회차 중 보다 깊이 나누고픈 이야기들을 선별하여 ‘나와 인생’‘우리와 관계’‘취미
삶은 지나쳐 가는 순간의 연속이 아니라 낯설고도 익숙한 도착지에 데려다 놓는 순환의 연속이라고 했습니다.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는 2021년 가을에 출발한 〈일기떨기〉의 회차 중 보다 깊이 나누고픈 이야기들을 선별하여 ‘나와 인생’‘우리와 관계’‘취미와 취향’에 관해 묶고, 팟캐스트에서는 풀지 못한 내용을 전면 다듬고 덧붙여 새로운 대담으로 녹여낸 에세이입니다.
우리가 꿈꿔왔던 이십대는 무엇이고 지금의 삶은 어떤지 누군가에겐 찬란할 이십 대의 날들이 실은 최악이었다는 천선란 작가의 삶, 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 프리랜서에서 소상공인으로 갈라지는 생의 복판에서 고투하는 윤혜은 작가의 하루, 따끈따끈 노릇하게 구워지는 빵을 바라보며 책 만드는 일의 희로애락에 울고 웃는 윤소진 작가의 시간까지 세 사람의 작가가 그동안 쉽게 꺼내놓지 않았던 소중한 이야기가 기대되는 책입니다.
우연한 것 만남 이후 기회가 된다면 친해지고 싶지만 서서히 친구가 되는 번거로운 과정을 생략에
팟캐스트를 핑계로 2주에 한번씩 보는 사이가 되어 <일기떨기>를 소개하면서 우정은 지극히 ‘나’로서 ‘너’를 학습하는 식으로 완성되어 갔습니다. 내가 꿈꿔온 이십대는 무엇이었는지 이제 중년이 된 독자는 기억이 가물가물해졌습니다. 스물아홉 생일을 지하철에서 맞이한 <소진>은 20대의 마지막 팔로워가 없고 지금의 자신이 가장 마음에 그는 걸 보니 일단 만족스럽고 서른에는 가뿐하고 소박하게 살고 싶다는 생각을 합니다.
카페나 식당에 앉아 있다보면 자연스레 옆사람의 대화가 귀에 들어올 때가 있습니다. 그 말이 이해가 되어 조용히 웃을 때도 있고 때로운 속으로 혼잣말을 할 때도 많습니다. 너무나도 유명한 작품 『천 개의 파랑』,『나인』,『노랜드』,『이끼숲』 등 하나의 존재 속에 담긴 우주와 회복의 서사를 경이로운 통찰과 상상으로 구현해내는 SF 소설가 천선란 작가와 『일기 쓰고 앉아 있네, 혜은』, 『아무튼, 아이돌』을 통해 한 해의 플레이리스트만 1700곡에 달하는 아이돌 덕후이자 십수 년 차 참된 일기 인간의 면모를 보여준 에세이스트 윤혜은작가 , 주짓수부터 제과제빵, 점심시간에 하는 요가까지 다부진 취미 부자인 편집자 윤소진. 글쓰는 것을 업으로 삼으면서도 취향, 성격, 일상 등 모조리 제각각인 세 사람이 서로의 글(일기)을 읽고 생각을 논하는(수다) 화제의 팟캐스트 〈일기떨기〉가 책으로 나와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삶은 지나쳐 가는 순간의 연속이 아니라 낯설고도 익숙한 도착지에 데려다 놓는 순환의 연속이라고 생각한다. 삭제한 일기, 잊어버린 말, 흐릿해진 사람..... 우연한 타이밍이 불러 일으킨 기억들은 하나같이 ‘지금’을 위해 멀리서부터 달려온 것 같다. ---p.140
『엉망으로 열심히 살고 있습니다』 는 누군가에겐 찬란할 이십 대의 날들이 실은 최악이었다는 천선란 작가의 삶과 직장인에서 프리랜서로, 프리랜서에서 소상공인으로 갈라지는 생의 복판에서 고투하는 윤혜은 작가의 하루, 따끈따끈 노릇하게 구워지는 빵을 바라보며 책 만드는 일의 희로애락에 울고 웃는 윤소진 작가의 시간까지, 진득한 산문 뒤로 이어지는 세 사람의 대화에는 그간 어디에서도 쉽게 꺼내놓지 않았던 진심이 돋보여 좋았습니다.
다른 사람의 삶을 들여다 보는 일은 흥미로운 일이며 또 자신의 삶과도 연관되어 비교가 되는 면이 있습니다. 그리고 인생은 빵을 만드는 과정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알맞게 커지기 위해 충분히 기다리고 빵을 만드는 게 아니라 빵이 스스로 완성되어가는 걸 단지 지켜보는 것’이라는 작가의 말에 공감이 갔습니다. 빵이 맛있게 나올수도 아니면 망칠수도 있으니까요. 동그란 반죽이 발효기 안에서 땀을 뻘뻘 흘리면서 자신의 몸을 힘껏 부풀리는 것, 그 과정이야 말로 짧다면 짧고 길다면 긴 시간입니다.
인간은 누구나 고독하고 외롭습니다. 이 시기를 어떻게 만들고 무엇으로 채워야 하는지를 깊게 사유해 보기 좋은 책입니다. 천선란 작가의 말처럼 모두가 무언가를 꿈을 꾸는 사람이 되어 그 꿈을 잘 정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한해를 돌아보니 독자에게도 많은 일들이 있었고 많은 사람들과 함께 웃기도 하고 울기도 했습니다. 가까운 친구에게도 선물하면 좋은 책인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