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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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 한 사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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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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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D 한마디

[소설이 우리를 위로하는 방법] 수천 년을 산 나무의 힘으로 한 명만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는 주인공 목화. 특별하지만, 잔인한 이 운명으로 인해 생명의 무게와 죽음의 의미를 깨달아 간다. 그 과정을 보며 오늘을 살아가는 ‘단 한 사람‘ 우리 역시 위로와 감동을 받는다. 2023년 이상문학상 수상 작가인 최진영의 신작. - 소설/시 PD 김유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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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24-21] 삶과 죽음, 선택의 무게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w******f | 2024.07.01 리뷰제목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라는 소설이 있다. 그 소설에서 드래곤의 ‘라자’로 선택된 사람은 개인이 아닌 드래곤과 인간 사이의 중개인으로서 존재한다. 이 소설에서 임천자, 장미수, 신목화는 드래곤의 ‘라자’처럼 최초의 나무와 인간 사이의 중개인으로 선택되고, 중개인으로서 살아간다. 그런데 이 나무와 인간 사이의 중개라는 것이 참 요상하다. 중개인으로 선택된 사람은 다양한
리뷰제목

이영도의 <드래곤 라자>라는 소설이 있다. 그 소설에서 드래곤의 ‘라자’로 선택된 사람은 개인이 아닌 드래곤과 인간 사이의 중개인으로서 존재한다. 이 소설에서 임천자, 장미수, 신목화는 드래곤의 ‘라자’처럼 최초의 나무와 인간 사이의 중개인으로 선택되고, 중개인으로서 살아간다. 그런데 이 나무와 인간 사이의 중개라는 것이 참 요상하다. 중개인으로 선택된 사람은 다양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죽는 꿈을 꾸고, 그 중 정해진, 단 한 사람만을 살릴 수 있기 때문이다.

 

수많은 사람의 죽음을 지켜보는 일. 그 중 단 한 사람만을 살릴 수 있는 일. 그보다 더한 지옥이 있을까? [p. 72]

 

사실 이런 상황에 처하면, 꿈이라고 해도 사람의 죽음을 지켜봐야 하는 것 때문에 정신을 놓아버리고 싶을 것이다. 아니 매일 이런 꿈을 꿔야 한다면 스스로 목숨을 끊을지도 모르겠다. 그래 이건 ‘저주’다. 이걸 저주라고 할 수 없다면 무엇을 저주라고 부를 수 있을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단 한 사람, 최초에 씨앗에서 움튼 나무가 선택한 단 한 사람을 내가 행동함으로써 구할 수 있다는 점이 이 일이 단순히 저주에 머무르지 않게 만들고 있다. 물론 장미수가 바랬던 것처럼 자신에게 소중한 사람을 단 하나라도 구할 수 있다면 이 모든 것은 충분히 감수할 만한 일이다. 세상엔 공짜가 없으니까. 하지만, 그것조차 허용되지 않는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잠들자마자 죽음이 보였다. 곳곳이 불탔다. 연기가 자욱했다. 숨이 막혔다. 목화는 내내 어린아이만을 바라봤다. 가장 먼저 의식을 잃은 그 아이를 목화는 간절히 구하고 싶었다. 그러나 목화의 의지는 소용없었다. 나무의 선택만이 중요했다. [p. 140]

 

장미수는 첫 번째 임신을 하면서, 임신 기간 동안 이 업의 수행이 유예되는 것을 깨달았다. 그러자 그녀는 동료들의 눈총에도 불구하고 계속 임신을 시도했다. 이런 것을 보면, 차라리 죽음으로써 이 고통을 벗어나려 시도하는 이도 있었을 텐데……. 의외로 고행(苦行)하는 수행자처럼 임천자, 장미수, 신목화는 대를 이어가며, 이 중개자의 역할을 수행한다. 보통사람이라면 몇 번을 미쳐버릴 상황에서, 어지간한 정신력으로는 불가능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다면 나무는 왜 단 한 사람만 구할 기회를 부여할까? 그리고 그 사람들이 선택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어쩌면 드라마 <도깨비>의

 

‘신은 여전히 듣고 있지 않으니’, 투덜대기에

‘기억을 지은 신의 뜻이 있겠지’, 넘겨짚기에

늘 듣고 있었다.

죽음을 탄원하기에 기회도 줬다.

헌데, 왜 아직 살아있는 것이지?

기억을 지운 적 없다. 스스로 기억을 지우는 선택을 했을 뿐.

그럼에도 신의 계획 같기도, 실수 같기도 한가?

신은 그저 질문하는 자일뿐. 운명은 내가 던지는 질문이다. 답은, 그대들이 찾아라.

 

라는 유명한 대사처럼 진짜 신(神)은 그리스-로마 신화 속의 신들처럼 인간적이기보다는 방관하는 초월자(超越者)나 감정 없는 법칙(法則) 같은 존재일지도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면, 그리고 나무를 신(神) 혹은 그에 가까운 존재로 간주하면 임천자, 장미수, 신목화가 겪은 현상들이 납득이 가긴 한다.

물론 납득이 간다고 해서 이를 당연하다는 듯이 수용할 수 있다는 얘기는 아니다. 아니 같은 상황이라고 해도 받아들이는 사람마다 다른 반응을 보이는 것이 당연하다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다.

물론 사람을 구하는 일을 거부할 수도 있다. 하지만, 주어진 업을 거부할 경우 대가를 치러야 했다. 웬만한 남자보다 힘이 센 할머니 임천자는 손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간호사인 어머니 장미수는 두통을 앓아야 했다.

무병(巫病)을 앓는 이가 내림굿을 통해 무당이 되듯, 할머니 임천자는 중개자의 역할에 순응한다. 그러다가 죽음이 가까워지자 오랫동안 묻어두었던, ‘나는 왜 죽지 않았을까?’라는 질문을 떠올린다. 그리고 자신도 누군가의 ‘단 한 사람’이었을 가능성을 떠올린다. 어쩌면 자신이 그렇게 살아났기에 죽어가는 사람을 살리는 역할을 맡았을지도 모른다고 여기게 된다.

반면 어머니 장미수에게 구할 수 없는 너무 많은 죽음에 비해 겨우 단 한 사람만 살릴 수 있는 능력은 ‘저주’로 다가왔다. 게다가 그 한 사람조차 자신이 선택할 수 없으니……. 그녀에게 이 업(業)은 정해진 죽음의 대상자 가운데 신의 변덕 혹은 옹졸한 차별에 의해 한 사람을 제외시키는 것일 수 밖에 없었다. 그러니 그녀가 신(神)을 저주하는 것도 어쩌면 당연한 일이다.

 

그렇다면 신목화는 이 ‘업(業)’을 어떻게 받아들였을까?

 

목화는 액자 속의 글귀를 곱씹었다.

그분은 어디에 있는가. 무엇을 보고 있는가

언젠가 목화는 임천자의 혼잣말을 들었다.

신을 찾는 사람은 자기 속부터 들여다봐야 해. 거기 짐승이 있는지, 연꽃이 있는지.

언젠가 목화는 장미수의 혼잣말을 들었다.

기도로 구할 수 있는 건 감사하다는 말뿐이지. 나머지는 다 인간 몫이야.

목화는 종종 상상했다. 깊은 산속에서 홀로 태어나 홀로 살다가 홀로 죽은 사람을. 작은 행성의 드넓은 바다에서 홀로 탄생해 홀로 숨 쉬다 홀로 소멸한 생명을. 끝없는 사막에서 홀로 피어나 홀로 메말라 가는 식물을. 그들이 확실히 존재했다고 말할 수 있을까. 그것을 어떻게 증명할 것인가. 신은 그들에게 관심이 있는가? 우주에서 생명이란 너무나도 이상한 현상. 신은 생명에 관심이 없다. 살려달라는 기도를 신은 이해하지 못한다. [pp.141~142]

 

그녀는 자신이 살려준 사람이 다시 자살하는 것을 보고, 질문하며 확인하고 싶어졌다.

 

이전까지는 오직 사람을 살리는 일에만 집중했다. 살아난 자가 얼마나 더 사는지, 어떻게 사는지 생각해 본 적 없었다. 나무가 주는 생명에 시한이 있는가? 목화는 그 답을 알고 싶었다. 알아야 했다. [p. 165]

 

아무리 기록을 남겼다고 해도 그 수많은 죽음을, 아니 살아난 단 한 사람을 확인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다행히 어머니 장미수는 종합병원에서 일했던 간호사였고 아버지 신복일도 그 종합병원 약제부에서 일했던 약사(?)였다.

 

병원으로 이송되거나 병원에서 살아난 사람이 많았다. 미수와 복일의 도움으로 목화는 그 중 몇 사람을 더 찾아갈 수 있었다.

어떤 사람은 자기가 신을 믿어서 구원받았다고 길거리에서 증언했다.

~ 중략 ~

어떤 사람은 주말 봉사 활동을 하고 있었다. 독거노인의 집을 청소하고 수리하는 일이었다.

~ 중략 ~

바닷가 근처에 사는 단 한 명은 아침저녁으로 해변의 쓰레기를 주웠다.

~중략 ~

누군가는 휴대폰으로 아내와 통화하며 큰 소리로 심한 욕을 했다. 오래 듣지 않아도 폭력적인 남편임을 알 수 있었다. [pp. 218~219

 

어쩌면 죽기 전과 다를 바 없는 일상이었다.

그렇다면 중개자의 역할은 무엇일까? 해답은 마테를링크의 <파랑새>에서 나오는 어린 남매의 비둘기처럼 바로 옆에 있는 것일지도 모른다.

 

근심처럼 해답도 같이 붙어 있다는 게 포인트야. 각자 자기 근심에서 빠져나갈 길도 같이 품고 있는데 당장 너무 힘들고 아프니까 나갈 길은 못 보고 지옥만 보는 거지.

~ 중략 ~

내 동생의 역할은 나갈 길 쪽으로 그 사람의 몸을 조금 돌려주는 거고. 그게 무슨 말이겠어. 내 동생이 그 사람을 구하는 게 아니고 자기가 자기를 구한다는 뜻이지. 누가 대신 살아주는 거 아니잖아. [p. 203]

 

이를 깨달은

 

목화는 타인의 삶과 죽음에 관한 판단을 멈추었다. 그리고 중개 중에 이전에는 하지 않는 것을 했다. 마음을 다해 명복과 축복을 전하는 일. 죽어가는 사람과 살아난 사람의 미래를 기원하는 일. 그것은 나무의 일이 아니었다. 사람으로서 목화가 하는 일이었다. 나무의 지시가 아니었다. 목화의 자발적인 마음이었다. [pp. 220~221]

 

다시 생각해보면, 그녀들이 중개자로서 일하는 꿈 속의 공간은 일종의 응급실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아시다시피 응급실에서는 의사가 당장 조치를 취해야 하는 위급환자라고 판단되면, 접수 순서에 상관없이 진료에 들어간다. 그렇게 보면, 최초의 나무가 판단한 단 한 사람을 중개자가 구할 수 있는 것도 당연하다. 게다가 할머니 임천자의 추측대로 누군가의 ‘단 한 사람’으로 선택되어 살아난 자가 중개인으로 뽑힌다면, 얘기는 다르다.

누군가의 죽음을 대가로 내가 살아났다면, 그 삶과 죽음의 무게만큼 내가 대가를 치르는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그 과정이 저주라고 느낄 만큼 무거운 업(業)을 수행하는 것일지라도.

 

모르겠다. 거듭 생각해봐도 운명은 여전히 알 수 없다. 어쩌면 인간은 죽을 때까지 신이 던진 ‘운명’이라는 질문에 대한 대답을 구하다 사라지는 것일지도 모른다.

당신은 어떤 대답을 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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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단한사람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b******e | 2024.01.29 리뷰제목
소설을 쓴 작가 최진영은 2006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합니다. 그 이후에도 만해문학상, 신동엽문학상, 한겨레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작가죠. 이 소설을 구상한건 3년 전, 완성하는데는 1년이 꼬박 걸리셨다고해요. 산책길에서 만난 나무가 모티브가 되어 이 소설을 쓰게 되셨다고 하는데요. 동네에서 흔하게 보는 가로수를 보고서
리뷰제목

소설을 쓴 작가 최진영은 2006년 실천문학 신인상을 받으며 작품활동을 시작합니다. 그 이후에도 만해문학상, 신동엽문학상, 한겨레문학상, 이상문학상 등을 수상하며 실력을 인정받은 작가죠.

이 소설을 구상한건 3년 전, 완성하는데는 1년이 꼬박 걸리셨다고해요. 산책길에서 만난 나무가 모티브가 되어 이 소설을 쓰게 되셨다고 하는데요.

동네에서 흔하게 보는 가로수를 보고서 이렇게 깊은 이야기를 만들 수 있다니 역시 작가는 다르구나 싶습니다.

 

작은 섬에는 작은 열매를 좋아하는 작은 새가 많았다.

8p

 

소설의 첫 문장입니다.

이 소설의 프롤로그에서는 작은 섬에 사는 나무이야기를 꺼냅니다. 300년에 300년이 지나도록 깊은 뿌리를 내리고 높이 자란 두 나무는 서로를 의지하며 살아가지만 어느 날 인간은 그 중 한 나무를 베어갑니다. 큰 나무는 베어진 작은 나무를 위해 영양분을 나누고 100년에 100년이 지나 파괴된 나무는 부활합니다. 그러나 다시 사람들에 의해 두 나무는 파괴됩니다.

나무? 자연, 환경보호 같은 이야기를 하고 싶은걸까? 작가가 어떤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지 궁금해지는 순간.

인간의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소설의 전반부에는 인물들의 소개로 시작해 금화가 실종되는 결정적인 사건이 발생합니다.

사건 당일 금화와 쌍둥이 목화, 목수는 함께 산을 오릅니다. 금화가 앞서 걷던 중 나무가 쓰러지면서 금화를 덮치죠. 목화는 목수에게 언니를 지키라고 일르고 어른들을 찾아 내려갑니다.

목화가 어른들과 함께 나타났을 때. 목수는 또 다른 나무에 깔려 있었고, 금화는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립니다.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금화가 사망했을 것이라고 단정하지만 목화와 목수만은 금화가 어딘가에 살아있을 것이라 믿습니다.

이 소설은 실종된 금화와 남은 가족에 대한 이야기구나 싶을 때쯤 이야기는 또 한번 반전을 가져옵니다.

 

바로 목화가 열여섯 살이 되던 해 꾸게 된 꿈에서 사람들이 연이어 죽는 꿈을 꾸고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소리에 이끌려 그 중 한 사람을 구하게 됩니다. 그 이후로도 목화는 다양한 상황에서 사람들이 죽는 꿈을 꾸고, 그 중 한 사람만을 살릴 수 있는 능력이 있음을 알게 됩니다.

 

가서 받아. 의심하지 말고 구해. 네가 받으면 살아.

62p

 

그 능력은 목화만의 것은 아니었지요. 그녀의 엄마 장미수. 장미수의 엄마 임천자에게도 같은 능력이 있었습니다. 말하자면 유전인 것이죠.

하지만 그 능력을 받아드리는 태도는 각자 달랐습니다.

할머니 임천자는 단 한 사람이라도 구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의미를 두었고, 엄마 장미수는 패배감과 무력감에 신을 저주하죠.

목화는 자신의 능력을 어떻게 해석할까요? 이것은 신이 주신 축복일까요, 재앙일까요?

 

이 소설은 죽음의 위기 앞에서 단 한사람만을 구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목화의 이야기를 통해 삶과 죽음, 신과 인간에 대해 이야기합니다.

그 이야기는 프롤로그에서 소개한 나무 이야기와도 맞닿아 있지요.

소설을 많이 읽지 않아서 그런지 굉장히 생소하기도 하고, 신비로운 느낌마저 드는 책이었어요. 어떤 신화나 샤머니즘 같은 이야기 같다가도 비현실적인 이야기라고만 하기에는 우리 가까이에 있는 이야기같기도 하고요.

밝고 경쾌하고 가벼운 이야기는 결코 아닙니다. 하지만 마냥 어둡고 우울한 이야기도 아니에요.

같은 능력을 두고도 할머니는 기적이라고 했고, 엄마는 저주라고 생각했던 것처럼 이 이야기를 어떻게 해석할지도 독자의 선택에 달려있겠지요.

 

내 동생이 그 사람을 구하는 게 아니고 자기가 자기를 구한다는 뜻이지. 누가 대신 살아주는 거 아니잖아.

202p

 

읽고 나면 긴 여운이 남고, 생각이 많아지는 이야기.

묵직한 질문을 던지는 이야기.

많은 분들에게 추천합니다.

2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2 댓글 13
종이책 주간우수작 단 한 사람 / 최진영 장편소설 기이한 경험하는 세 여자들 죽음 질문 평점10점 | g*****0 | 2023.10.20 리뷰제목
최진영 작가의 작품은 두 번째이다. 『구의 증명』도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신작 장편소설인 이 소설도 다르지가 않다. 프롤로그부터 소설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흐트러짐 없이 재미를 선사한다. 다루는 소재는 결코 가볍지가 않다.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한다. 세 명의 여자가 기묘한 같은 경험들을 하면서 살아간다. 일어났으나 일어날 수 없는 일, 증명할 수 없으
리뷰제목

최진영 작가의 작품은 두 번째이다. 『구의 증명』도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는데 신작 장편소설인 이 소설도 다르지가 않다. 프롤로그부터 소설의 시작부터 마지막까지 흐트러짐 없이 재미를 선사한다. 다루는 소재는 결코 가볍지가 않다. 지속적으로 생각하고 또 생각하게 한다. 세 명의 여자가 기묘한 같은 경험들을 하면서 살아간다. 일어났으나 일어날 수 없는 일, 증명할 수 없으나 존재하는 일이 이 여자들에게서 일어난다. 증명되고 존재하는 증거로 이해되고 설명되는 우리의 세상에 아직도 밝혀지지 않고 존재하는 무수한 일들이 많음을 소설에서도 다양하게 열거된다. 서로 다른 이름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을 경험하는 우리들은 이 소설에서도 확인하게 한다.

 

목화의 외할머니인 임천자가 경험한 단 한 사람만을 살리는 기묘한 일을 스스로 혼자서 이해하며 삶을 마지막까지 정리한 모습은 매우 인상적이다. 수많은 죽음이 임천자 자신을 생애 전체에서 스쳐 지나친 것은 우연, 행운이라고 생각하지 않으면서 자신이 죽음 앞에서 살아난 단 한 사람이었음을 깨닫게 된다. 그렇기에 그녀는 말없이 어떠한 설명도 없이 묵묵히 자신의 삶을 수행하며 딸인 장미수에게도 어떠한 말을 해주지 않는다. 딸은 어머니를 향한 감정이 분노에 가깝다. 두 모녀가 같은 경험을 하지만 딸인 미수는 자신이 살리는 단 한 사람을 다르게 받아들인다. 세상과 사람들을 경멸하면서 더 이상 소설을 읽지 않고 두통에 시달리는 나날들로 점철된다. 웃음이 사라진 미수의 생애도 충분히 짐작이 가기 시작한다.

 

미수의 딸인 목화에게 일어난 기이한 일을 목화는 또 다르게 받아들인다. 순응한 외할머니가 있었고, 세상을 경멸하는 어머니가 있었다면 목화는 질문하며 확인하고 싶어한다. 세 명의 여자들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같은 기묘한 일들을 통해서 단 한 사람만을 살린다. 소환되는 순간 수많은 죽음들을 보게 되는 세 명의 여자들은 얼마나 오랜 시간 긴 잔상들을 보면서 살아야 할지도 짐작하게 한다. 특이한 경험으로 소진되는 체력을 보충하기 위해 목화는 자신의 나름의 방식으로 휴식과 일을 병행하게 된다. 쌍둥이 목수가 목화의 중개라는 기이한 일이 끝나면 기억나는 일들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믿어준 목수의 모습과 함께 하는 모습들을 통해서 든든한 동행자가 되는 쌍둥이를 보게 된다.

 

목소리의 정체. ...

어떤 틈과 같은 것. 꿈과 현실의 균열.

어긋나는 지점. 미세하게 맞닿은 선.

증명할 수 없으나 존재하는 세계.

가능성으로 남아 인식 너머에 존재하는 사건...

꿈이 아니었다. 63

 

투신하는 수많은 죽음들을 보면서 목소리가 들린다. 의심하지 말고 구해. 그 목소리의 정체는 누구일까? 점차 밝혀지는 목소리의 존재를 끊임없이 질문을 거듭하면서 이해하게 된다. 성경을 통해서, 자신이 구한 악인들을 통해서 목화는 무수히 질문하면서 살아가게 된다. 목소리가 선택하는 단 한 사람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도 생각하게 된다.

 

죽음은 우리 곁에 성큼 다가서 있다. 갑자기 어느 날 느닷없이 찾아온다. 이 소설을 읽는 중에도 죽음의 소식은 전해진다. 누구도 예외가 없는 죽음은 모두에게 공평하다. 죽음은 무작위하며 고유하다고 언급한다. 무한한 삶을 영위하는 존재와 죽음이 존재하는 우리들은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도 고찰하게 한다.

 

어린 시절 목화와 목수는 함께 산길을 오르다가 쓰러지는 나무에 깔리는 금화 언니를 구하고자 목화 혼자서만 마을로 향하게 된다. 사람들과 다시 찾은 장소에는 그 장소에서 금화 언니를 돌봐야 하는 목수가 나무에 깔려있고 금화는 감쪽같이 사라진다. 금화는 어디에서도 발견되지 않는다. 그렇게 기나긴 세월이 흐르면서 목화가 어느 날 금화를 꿈속에서 만나게 된다. 금화가 들려주는 이야기를 소중히 기억하며 배를 하나 만들어달라는 이야기를 어느 날 실행하게 된다. 가족들이 모두 금화를 보내는 날은 사랑을 더욱 짙게 하는 날이 된다.

 

외할머니가 죽음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이며 목화에게 말하는 장면과 떠난 뒷모습들은 잊히지 않는다. 오늘이 주어진 의미를 더욱 명료하게 느끼게 하는 소설이다. 악의에 찬 사람들의 열거되는 언행들이 뾰족하게 드러나는 소설이다. 더불어 설명되지 않는 모호한 현상들을 다시금 떠올려보면서 읽은 소설이다. 이해되는데 설명이 어려운 현상을 우리는 경험할 때가 있다. 검은 구멍을 품고 살았던 목수의 삶에도 목화가 경험하는 일과 사라진 금화가 나타나서 건넨 말 덕분에 모두가 편안해지고 이해할 수 있다는 것에 안도하게 된다.
 

같은 경험을 하지만 받아들이는 자의 상태에 따라서 달라진다. 세 명의 여자들의 삶만 살펴보아도 그러하다. 벗어날 수 없는 상황이지만 어떤 자세, 어떤 마음으로 살아가는지 돌아보게 한다. 악의에 찬 언행을 거침없이 쏟아내는 일화의 모습에 부모가 쌍둥이 남매에게 보이는 모습도 기억에 남게 한다. 멈추어야 하는 것은 무엇인지도 살펴보게 하는 인물들이다. 목화의 연인이었던 정원도 다르지가 않다. 정원이 목화에게 쏟아내는 말들은 무엇이었는지 우리는 알게 된다. 정원이 정사원이 되면서 계획하는 꿈들은 목화를 동요시키지 못한다. 라일락 나무가 뽑었다가 심어졌다는 사실은 의미심장한 사건이 된다. 서로의 삶을 가꾸고 있는 삶인지 죽이고 있는 삶인지도 질문을 던지는 소설이다.

 

사람을 죽이는 사람을 볼 때마다, 사람을 물건처럼 대하는 사람을 볼 때마다,...

사회적 참사로 죽은 사람들을 비웃고 비아냥거리는 사람들을 볼 때마다 229

 

뒤섞인 존재가, 사이가, 현상이, 모호한 상태가 훨씬 많다.

세상에는 그런 식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이 더 많다고. 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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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단 한 사람』모든 인간에게 보내는 안부인사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h*****9 | 2023.11.05 리뷰제목
십여 년 전에 심은 단풍나무가 죽었다. 비가 계속 내리고 난 후부터였다. 초록색이던 나뭇잎이 거뭇거뭇해졌다. 한 달째 내리는 비 때문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라 여겼다. 갈색으로 물들어있는 나뭇잎이 내년 봄이 되면 나아질 거라는 마음을 품고 있다. 겨우내 땅속에서 잘 견뎌서 내년에는 초록색 잎을 틔우길 바라고 있다.   씨앗에서 움튼 어린 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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십여 년 전에 심은 단풍나무가 죽었다. 비가 계속 내리고 난 후부터였다. 초록색이던 나뭇잎이 거뭇거뭇해졌다. 한 달째 내리는 비 때문이라며, 시간이 지나면 괜찮을 거라 여겼다. 갈색으로 물들어있는 나뭇잎이 내년 봄이 되면 나아질 거라는 마음을 품고 있다. 겨우내 땅속에서 잘 견뎌서 내년에는 초록색 잎을 틔우길 바라고 있다.

 

씨앗에서 움튼 어린 나무 두 그루가 있었다. 키 큰 나무 그늘에서 자라 큰 나무가 되어 다른 어린 나무를 감쌌다. 어느 날 두 발로 걷는 인간들이 나타나 나무들을 베었다. 밑동만 남겨진 나무에도 새싹이 나와 자라기 시작했다. 줄기는 둘이나 뿌리가 하나로 얽힌 나무는 사람에게 파괴된 적이 있었다. 나무 또한 인간을 파괴한 적이 있다.

 

 


 

 

장미수는 신복일과 결속하여 다섯 사람을 낳았다. 일화, 월화 금화, 목화, 목수는 나무처럼 무럭무럭 자랐다. 금화는 쌍둥이 목화, 목수와 함께 숲속으로 갔다. 금화의 머리 위에 커다란 나무가 입을 벌리듯 기울었다. 쌍둥이는 금화를 빼내려고 했으나 커다란 나무와 금화는 꿈쩍하지 않았다. 어른들을 찾아 나섰던 목화가 다시 돌아왔을 때 목수는 나무 밑에 깔려있었고 금화는 사라졌다. 목수는 그때의 상황을 기억하지 못해 오래도록 괴로워했다.

 

열여섯 살이 된 목화는 꿈을 꾸기 시작했다. 꿈속에서 사람들이 떨어지고 있었다. 놀란 목화에게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사람을 구하라는 말이었다. 비슷한 꿈들이 이어지고 단 한 사람을 구하기 시작했다. 좋은 사람만 구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나무가 지정한 단 한 사람을 구하지 않았을 때 목화는 아프기 시작했다. 신이 내린 벌이었다. 목화는 엄마 장미수와 달리 자기를 소환하는 신이 나무라는 걸 알았다. 목화와 엄마 장미수, 할머니 임천자까지 이어지는 숙명이었다.

 

할머니 임천자가 단 한 사람을 구해내는데 순응했다면, 장미수에게 신은 부당했으며 악의 없이 잔인한 존재였다. 서목화는 첫 소환부터 목소리와 동시에 나무를 느꼈다. 목화는 나무와 사람 사이의 중개로 여겼다. 임천자와 장미수, 서목화가 단 한 사람 만을 구할 때 어쩔 수 없이 과거의 사건을 떠올렸다. 세월호 사건과 이태원 사고였다. 그 사건에서도 주인공처럼 누군가 단 한 명을 구할 수도 있었을 거다. 모든 사람을 구하지 못해 안타까워했을 것이며, 나무의 명령을 거역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어떤 사랑은 끝난 뒤에야 사랑이 아니었음을 안다.

어떤 사랑은 끝이 없어서 사랑이란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어떤 사랑은 너무 멀리 있어 끝이 없다.

어떤 사랑은 너무 가까이 있어 시작이 없다. (155페이지)

 

우리는 오늘을 산다. 내일을 위해 산다고 할 수도 있을 것이다. 누구를 위해 사느냐고 묻는다면 모두 자기를 위해 산다고 할 것이다. 모든 순간, 우리의 삶에 신이 개입한다면 어떨까. 삶과 죽음 사이에서 길을 잃고 헤맬지도 모르겠다. 내가 구하고 싶은 사람이 아닌 다른 사람이어야 할 때, 만약 누군가를 해한 사람을 구해야 할 때 거역하고 싶지 않겠는가. 오히려 인간보다 더 영원한 삶을 누릴 생명체, 식물이 인간의 삶에 개입해 살릴 수도, 죽일 수도 있다는 것을 깨닫게 한다. 지구에 나타난 여러 현상과도 맞물린다.

 

죽음에 대한 애도이면서 신화적인 이야기를 담고 있다. 나무와 인간에 얽혀진 이야기, 대를 이어오는 삶의 책임과 무게, 신이 준 역할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는 마음의 자세는 고대 신화 속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현재의 삶을 더 사랑할 수 있을 것 같지 않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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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단 한 사람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s*****7 | 2023.11.23 리뷰제목
[구의 증명]의 명성은 잘 듣고 있었는데 읽지 못했었다.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먼저 읽게 됐는데 너무 괜찮아서 적잖히 충격을 받았다.  범상치 않은 필력이었다.  필력뿐 아니라 주제가 쉽게 말해 죽음이라는 흔하디 흔한 아이템이라 해도 단순성을 무너뜨리는 묘한 상상력과 구성력이 있어서 전혀 생각지 못했던 세계를 경험하고 온 기분이었다.  "작은 섬에는 작은 열매를 좋아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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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의 증명]의 명성은 잘 듣고 있었는데 읽지 못했었다. 

신작이 나왔다고 해서 먼저 읽게 됐는데 너무 괜찮아서 적잖히 충격을 받았다. 

범상치 않은 필력이었다. 

필력뿐 아니라 주제가 쉽게 말해 죽음이라는 흔하디 흔한 아이템이라 해도 단순성을 무너뜨리는 묘한 상상력과 구성력이 있어서 전혀 생각지 못했던 세계를 경험하고 온 기분이었다. 

"작은 섬에는 작은 열매를 좋아하는 작은 새가 많았다."

소설을 여는 첫 문장이다. 

뭔가 라임이 살아있다고 해야 하나 , 첫 문장이 시사하는 봐가 크다고 생각하는데 작가가 어느 소박한 전래동화를 들려주 듯 구연하는 느낌이 들어서 친근했다. 그렇게 작은 새가 먹었던 씨앗이 땅에 뿌리를 박고 300년에 300년을 더 살아서 대장나무가 되고 옆의 동료 나무와 뿌리를 얽히고 섥히면서 하나가 되어간다. 그랬던 나무가 사람들의 손에 의해 처참히 무너지고 쓰러진다. 

그렇게 이 소설은 시작된다. 

장미수는 신복일과 결속하여 다섯 사람을 낳았다. 

그들의 이름은 일화, 월화 금화, 목화와 목수.

누구의 말일까?

'결속'이라는 말은 누구의 말일까?

일화, 월화는 두 살 터울로 자주 싸웠고 중간에 낀 금화 목화와 목수는 쌍둥이 남매였다. 

평범한 가족 소개가 이어지던 중 사건이 발생한다. 

금화, 목화, 목수가 산에서 놀다가 갑자기 사라지고 목화는 나무에 깔리고 목수는 어른들을 부르러 마을로 내려갔다. 이때 이들은 금화가 나무안으로 끌려들어가는 것을 봤다는 것을 기억하지 못한다. 

금화의 실종은 이 가족을 오랜 시간 비탄에 빠뜨리고 죄의식으로 똘똘 뭉치게 했다. 

이후 목화는 이상한 자각몽을 꾸기 시작한다. 

꿈에서는 하나 둘씩 죽음을 맞이하게 되고 클로즈업 되듯 누군가 단 한 사람이 줌인되고 다가가 그 사람의 목숨을 구하게 된다. 

목화는 그 때 들리던 목소리를 나무가 하는 말이라고 생각하게 되고 그런 일상이 반복되기 시작한다. 

알고 보니 장미수도 장미수의 엄마인 임천자에게도 일어난 일이었다. 

어떤 이유에서 누가 시킨일인지는 알 수 없고 멈출 수도 없다. 

수 많은 죽음 앞에 무력해지고 절망하고 '단 한 사람'만 구할 수 밖에 없는 상황에서 이 세 사람은 다른 식으로 반응했다. 모든 전개가 완벽했고 모든 반응들이 꼽씹어 볼만 했다. 

"바람이 나무를 거칠게 훑고 가는 소리는 비밀의 빗장을 여는 소리처럼 들렸다. "

한 문장 한 문장이 멋지기도 했다. 

"그러나 꿈이 아니었다. 

어떤 틈과 같은 것. 꿈과 현실의 균열. 어긋나는 지점. 또는 미세하게 맞닿은 선. 증명할 수 없으나 존재하는 세계. 가능성으로 남아 인식 너머에 존재하는 사건. 

단 한 사람을 살리는 세계는 그런 세계였다. 

지구 인구 80억분의 1

그런데 만약 그 1이 우리 가족이라면?

단 한 사람은 너무나 소중해 지니까

"사람의 탄생이란, 어쩌면, 뿌리째 뽑히는 것. 사랑의 시작 또한, 어쩌면, 뿌리째 뽑히는 것"

"어떤 사랑은 끝난 뒤에야 사랑이 아니었음을 안다. 

어떤 사랑은 끝이 없어서 사랑이란 것을 알아차리지 못한다.

어떤 사랑은 너무 멀리 있어 끝이 없다.

어떤 사랑은 너무 가까이 있어 시작이 없다."

 

"삶은 죽음과 탄생을 모두 담는 그릇이다. 죽음 없는 삶은 불완전하다."

색다르게 풀어간 삶과 죽음의 담론같은 소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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