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쾌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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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도 쾌변

생계형 변호사의 서초동 활극 에세이

리뷰 총점 8.8 (236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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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 시 >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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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서초동에서 변호사로 사는 82년생의 이야기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j****3 | 2020.07.06 리뷰제목
서초동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는 사람의 유쾌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삶이라고 전제하면서 변호사의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생활들을 적나라하게 적고 있다.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는 일상들이 법과 재판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무척 흥미롭게 다가든다. 이 이야기의 가장 큰 무기는 솔직함이다. 자신의 부족함도, 자신이 처한 어려움도, 자신의
리뷰제목

서초동에서 변호사 생활을 하는 사람의 유쾌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지극히 평범한 삶이라고 전제하면서 변호사의 일상 속에서 일어나는 생활들을 적나라하게 적고 있다. 그렇게 화려하지도 않고, 그렇게 특별하지도 않는 일상들이 법과 재판에 관련되어 있기 때문에 무척 흥미롭게 다가든다. 이 이야기의 가장 큰 무기는 솔직함이다. 자신의 부족함도, 자신이 처한 어려움도, 자신의 능력도 있는 그대로 표현해 준다. 그것이 오히려 진실하게 다가온다. 82년생의 나이라면 그리 많은 편은 아니다. 세상을 그렇게 많이 살았다고는 할 수 없다. 그런 나이의 저자가 만나고 겪는 일들이 그의 주관에 의해 재생되어 우리들에게 전해진다. 흥미로운 내용들이 많다.

 

글은 3부분으로 정리되어 있다. 생계형 변호사의 노동하는 시간> <생계형 변호사의 현타 오는 순간> <생계형 변호사의 반복되는 일상이 그들이다. 소제목에 생계형이라고 반복해서 표현하고 있다. 글 속에 여기 그저 그런 직장인 하나 추가요 하는 구절이 있는데, 변호사를 특별한 직종이라고 생각하지 않음을 나타낸다. 보통 우리는 판검사, 변호사 등 법을 다루는 사람들을 특별한 능력과 똑똑함을 갖춘 사람으로 인식한다. 그리고 그 직업을 우상처럼 대해온 많은 시간들이 있었다. 그런 생각들을 애초에 벗어버리게 하는 표현이다. 즉 저자는 많은 독자에게 가장 가까이 다가와 변호사의 삶을 얘기하고 있는 것이다. 3부분은 또 각자의 얘기들을 몇 개씩 제시하는 구조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이 글은 원래 온라인에 올렸던 글들을 모은 것이다. 인터넷 공간에 적당한 곳을 찾아 쓴 글이 책이 되었다. 저자는 말한다. 우연이라고 그럴싸한 대나무 숲 하나 찾은 김에 수시로 의미 없는 잡소리를 써댔다. 남의 눈치 안 보고 아무 말이나 떠들어도 괜찮을 것 같았다. 그런 생각이 들자 바로 실행에 옮겼고, 그러는 동안 불평도 고민도 줄어들었다고 한다. 인터넷 공간이 글쓰기의 또 하나 모습을 보여준다. 아마 많은 사람들이 이런 기회를 통해서 저자의 길로 들어섰을 듯하다. 저자를 보면서 인터넷의 언어 표현의 한 단면을 살펴볼 수도 있을 듯하다. 저자는 그 기회를 잘 이용했고, 이렇게 번듯한 책을 통해서 독자와 교감하는 기회를 가졌다. 이 책에서는 부분적으로 각기 다른 이야기들이 표현되었기에 그 중의 몇 부분을 책 속에서 가져와 함께 생각해 본다.

 

변호사는 대리인이다. ‘남의 일을 하는 사람이기 때문에 변호사가 자기 멋대로 판단해서 일을 하면 곤란하다. 적어도 사건 진행의 기본 방향은 의뢰인 본인이 결정해야 한다. 변호사는 다만 올바른 결정을 하루 수 있도록 조언해주고 의뢰인의 결정대로 그 일을 해주는 역할일 뿐이다. 의뢰인 입장에서도 변호사의 조언을 받아 스스로 결정해야 나중에 결과가 기대에 미치지 못 미치더라도 후회하지 않는다. p24

의뢰인들은 변호사에게 모든 것을 맡기려 한다. 그리고 책임을 전가하려 한다. 그런데 일은 변호사의 일이 아니라 의뢰인들의 일이다. 결국 모든 자신의 일은 자신이 결정해야 한다. 그것을 변호사에게 미루면 안 된다. 글 속에서는 어떤 사람들을 구체적으로 제시해 변호사에게 모든 것을 결정해 주길 바라는 의뢰인의 얘기를 한다. 하지만 변호사는 그것이 자신들의 일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맞는 일이다. 그것이 흐트러질 때 상호 관계가 어긋날 수 있음을 생각할 수 있다. 변호사는 변호사의 일을 해야 함을 일깨워 주면서 사람의 본분을 생각하게 만든다.

 

결국 조사 입회 변호사의 가장 큰 쓸모는 신문 과정에서 수사기관의 반말, 욕설, 모욕, 폭행 등 혹시 모를 피의자의 인권침해를 막고, 마치 보호자처럼 그 존재만으로 피의자의 잔뜩 위축된 심리를 안정시키는 데 있다. 그 외에는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어서 변호사들은 대체로 조사 입회에 가기 싫어한다. p31

검찰 조사에 변호사가 입회해서 할 수 있는 일에 대해 언급한다. 조사에 직접적인 역할을 할 수 있는 일은 없다. 단지 의뢰인의 심적인 안정을 도와줄 수 있을 따름이다. 그런데 변호사만 가면 모든 일들이 순조롭게 펼쳐질 수 있을 것이라고 생각하는 세인들의 생각은 옳지 않다. 저자는 이렇게 변호사의 한계에 대해서 많이 언급한다. 우리들이 법적인 자문을 구할 수는 있어도 모든 행위에 대한 결단은 스스로 내려야 한다는 것을 인지할 수 있다. 저자의 말들은 법정에 서는 사람들의 마음가짐을 새롭게 할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있는 그대로의 이야기가 많은 깨우침이 된다. 변호사들의 삶이 진솔하게 다가온다.

 

그렇다면 변호사들의 면면도 27,880가지 이상으로 다양할 것인데, 희한하게도 의뢰인의 입에 오르내리는 변호사는 딱 두 종류다. ‘변호사 놈아니면 변호사 님이다. 앞의 를 쓰시는 분은 이따금씩 입담이 구성진 사람에게 신체가 온전치 못하다거나 정신력이 현저히 부족하다거나 아니면 뭐 개자녀, 후레자녀, 호로자녀 등의 취지로 변형되어 불리기도 하더라만, 하여튼 대별하면 저렇게 두 종류다. p114

글자만 보면 그렇게 큰 차이가 있는 것도 아닌데 의미를 보면 크게 차이가 난다. 하나는 빌어먹을정도고 하나는 우리 선생님급이다. 그 안에는 승패의 냉혹한 논리가 있고, 의뢰자인 돈이 개입되기 때문이다. 의뢰자의 소망대로 일이 이루어진다면 이고 그렇지 않을 때는 이 된다. 개인의 유익을 우선적으로 하는 재판의 생리상 어쩔 수 없는 일이 아닌가 여겨진다.

 

만약 누군가가 당신에게 아유 사장님, 이 사건은 무조건 이깁니다.”라고 장담을 한다면 그는 사기꾼이거나 인간의 탈을 쓴 신일 거다. 그런데 허구한 날 무릎 끓고 기도해봐야 들은 척도 안 하던 신이 하필 당신이 곤란할 때, 그 딱한 사정을 어떻게 알고 귀인처럼 나타나 승소를 장담해주겠는가. 그럴 리 만무하다. 그러니 결국 저 사람은 그저 당신의 돈은 노리는 사기꾼, 뜨내기임이 분명하다.p115

의뢰인을 대하는 변호사들의 태도에 대해 언급하고 있다. 일을 맡기 위해서 장담을 하는 사람들은 오히려 의심해 볼 필요가 있음을 얘기한다. 사람들의 심성을 잘 파고드는 얘기다. 그리고 변호의 일에 대한 결과에 대해 솔직하게 언급하고 있는 내용이다. 법은 공정하다. 그리고 생물이다. 어떻게 흘러갈 지도 모르고, 어떻게 결정이 될 지도 모른다. 판단을 내릴 수 있는 근거가 중요하고, 짐작하는 것은 금물이다. 추리가 따르더라도 그것에 대한 충분히 타당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

 

해마다 여름이 되면 변호사회에서 여름철 법정 내 변호사 복장 간소화 안내라는 제목으로 뜬금없는 이메일이 온다. 요지는 혹서기에도 공사다망하신 회원님들을 위해 협회에서 변호사가 노타이로 법정에 출입할 수 있도록 법원에 양해를 구하는 쾌거를 이루었으니 모두 동참하시라는 것이다. 언뜻 보면 뭔가 세심한 배려 마인드 같지만 한 번 더 생각해보면 뒷짐 지고 먼 산을 향해 실소를 내뿜을 일이다.p199

땀나고 불편하지만 양복 착용을 당연시하고 있는 전제를 깔고 있는 내용이다. 그리고 그것을 가지고 양해를 구한다고. 지난 시절의 제도화된 사회에서 익숙했던 개념을 깔고 있다. 이런 것들이 통용되어야 하는 것인지 감이 잘 오지 않는다. 관행, 선비 정신 등의 보수적인 문화에 외형적인 것을 중시하는 굴레가 지속되고 있는 모양이다. 편이성과 실리적인 속성을 찾는 오늘의 생활 형태에 이반되는 일이다. 이런 이유로 옷도 양복으로 나날이 달리 입을 수 있도록 구비를 해두어야 한다는 얘기를 한다. 자유분방한 의식을 가진 오늘의 젊은이들이 보면 우스꽝스러운 일이 될 수도 있다. 사회적인 패러다임은 변하는데 의식은 변하지 않는 실상을 차림새를 통해 표현해 주고 있다. 무엇이 바른가를 판단하는 일은 독자의 몫일 듯하다.

 

그래서 누군가 취미가 뭐냐고 물으면 그다지 할 말이 없다. 솔직한 심정으로는 한가할 땐 그저 아무것도 안 하고 멍하니 사람이나 구경하는 게 좋은데, 그렇다고 아무것도 안 하는 취미가 있는데요.’라고 하면 물어본 사람한테 싸우자는 것 같고, ‘사람 구경을 즐기는 편이죠라고 하면 어쩐지 변태 같아서, 그냥 취미는 없고 이것저것 해보면서 찾는 중이라는 식으로 에둘러 말한다. p240

이렇듯 자문자답하면서 혼자 사람 구경하고 있는 자신을 보면서 왜 내가 이렇게 밖에 나와 있지하는 의문과 함께 취미에 대해 걱정하던 이웃에게서 받은 스트레스가 사라져 있음을 목도한다. 저자는 그렇게 신경이 곤두섰을 때 멍하게 있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 그러면서 멍때리기 대회를 언급한다. 저자의 일상에 대한 생각이 글의 한 토막을 형성하고 있다. 자성적인 내용이 되겠다.

 

이 책은 다양한 종류의 글이 개별적이면서도 일관성 있는 변호사의 일상을 적고 있다. 저자가 겪은 많은 변호에 대한 이야기를 소재로 하고 있다. 그 소재가 변호사의 삶에 가미되면서 새로운 내용으로 태어난다. 의뢰인의 삶이 아니라 변호사의 삶으로 말이다. 책 제목이 쾌변이라는 말을 사용했고, <서초동 활극 에세이이라 명명하고 있다. 글의 성격을 잘 규명한 말이 된다. 글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 변호사의 삶이고, 저자의 삶이기 때문이다. 두 가지가 동시일 수도 있고 별개일 수도 있다. 저자의 삶이 다각도로 얘기되고 있음이다. 심지어 취미 얘기까지 말이다.

 

글이 무척 유쾌하다. 사람들을 즐겁게 만든다. 그것은 법조인에 대한 무게를 재음미해볼 수 있게 만들기 때문이다. 진솔하고 거침없는 표현은 그 속에서 독자들에게 카타르시스를 느끼게도 한다. 글은 솔직함으로 무기를 삼아 법에 대한 기존의 관념을 무너뜨리는, 우리의 의식을 자유롭게 만들어 주는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법을 무척이나 가깝게 만들어 준다. 항상 우월감과 무게감에 짓눌리던 법의 테두리를 쉽게 다가가도록 하고, 법조인도 우리들과 같은 직장인의 한 사람이라고 인식하게 한다. 변호사란 직업과 관계가 가까워질 수 있도록 만들어 준다. 슬기로운 직장인의 한 사람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 만나고 있다.

 

*YES24 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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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이 땅의 미생들에게 주는 응원의 메시지 -오늘도 쾌변(박준형) 평점10점 | h*****7 | 2020.07.16 리뷰제목
이 책을 처음 접하고 제목과 표지 그림부터 흥미롭게 다가왔었다. 처음엔 ‘쾌변’이란 말이 화장실의 그 ‘쾌변’인가 했는데 말로 시원하게 쏟아내는 ‘쾌변’이었다. 중의적 표현이 재치 만점이다. 배설을 시원하게 해야 독소가 쌓이지 않듯이 할 말도 하고 살아야 앙금이 남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할 말 다하고 살 수 있을 만큼 만만하기나 한가. 온갖 사연을 안고 찾
리뷰제목

 이 책을 처음 접하고 제목과 표지 그림부터 흥미롭게 다가왔었다. 처음엔 쾌변이란 말이 화장실의 그 쾌변인가 했는데 말로 시원하게 쏟아내는 쾌변이었다. 중의적 표현이 재치 만점이다. 배설을 시원하게 해야 독소가 쌓이지 않듯이 할 말도 하고 살아야 앙금이 남지 않는 법이다. 하지만 세상이 어디 할 말 다하고 살 수 있을 만큼 만만하기나 한가. 온갖 사연을 안고 찾아오는 사람을 만나야 하는 변호사라는 직업도 아무나 하는 일은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변호사라는 직업인으로서 일상을 살면서 회의가 밀려올 때마다 그것을 분출할 수 있는 출구가 필요했다 한다. 우연히 브런치를 발견하고 잡담처럼 써내려간 이 이야기가 브런치북 7회 대상을 수상하고 책으로 나온 것이다. 여기에는 법률과 사법제도나 법률가의 심오한 개똥철학 같은 것은 나오지 않으니 기대하지 말라고 한다. 아프기만 한 청춘들을 보듬어 줄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도 없고 오히려 자기가 더 아픈 것 같다는 말에 웃음이 빵 터졌다.

 

 흔히 변호사라는 직업군은 엘리트 집단이며 수많은 사람들의 억울한 사연들을 들어주고 대변해주는 정의감으로 똘똘 뭉친 든든한 원군처럼 여기지 않은가. 그런데 여기서는 그런 고상함과 무거움을 확 벗어버리고 가볍고 아주 신랄하게 자신의 일터 풍경을 털어놓는다. 부제도 생계형 변호사의 서초동 활극 에세이라고 되어 있듯이 톡톡 튀듯 살아있는 생생함이 전해졌다. 예전에도 법정 드라마를 꽤 좋아했고 2년 전에 언제나 승승장구하는 괴짜 변호사의 이야기를 담은 일드 리갈 하이를 엄청 재미있게 보았는데 이 책을 보니 역시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었다. 저자는 현실과 괴리가 있는 변호사에 대한 해묵은 오해와 편견이 해소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 한다.  보통 사람들이 소름 돋을 만큼 똑같은 일상을 견디며 살아가는 것과 같이 변호사의 삶도 다를 게 없다는 것을 가감 없이 보여주었다.

 

 저마다 사연을 갖고 변호사를 찾아오는 의뢰인들을 보면서 우리 사회의 모습이 보였다. 억울한 사연을 들고 변호사를 만나러 왔을 때는 어떻게든 이길 수 있다는 확신을 갖고 찾아오겠지만 어떻게 항상 이길 수 있겠는가. 수임료를 지불했는데 패소한 것에 불만을 품고 찾아오는 의뢰인들을 마주하는 일이 참 난감하고 괴로운 일이겠다 싶었다. 억울한 사연이라는 건 거의가 돈 문제가 걸리지 않은 게 없었다. 재산 싸움, 못 받은 돈을 받아내는 사건, 사기에 휘말려 돈을 되찾는 사건 등 사람 사는 삶의 냄새가 폴폴 났다. 열심히 이리 뛰고 저리 뛰어 사건을 마무리한 후에 변호인으로서 수고한 대가인 성공 보수금을 주지 않으려는 의뢰인에 대한 이야기 등 일터의 이야기는 끊임없이 이어진다. 보통 사람들의 고정된 월급도 아니기 때문에 싸워서 받아야 하는 불편함이라니.

 

 이 땅에 27,880명 이상의 변호사가 있다는데 의뢰인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변호사는 변호사 놈아니면 변호사님딱 두 종류로 불린다는 이야기는 정말 웃기고도 씁쓸했다. 승패에 따라 호칭이 달라지는 거였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이 재판도 승자와 패자가 있기 마련일 텐데. 1등만 알아주는 세상은 어느 분야에나 속속들이 파고들어 있었다. 사건이란 생물과도 같아서 어디로 튈지 알 수 없고 멀쩡히 잘 살아 있다가도 하루아침에 죽어버리기도 한다는 것이다. 신이 아닌 이상 어떻게 그걸 마음대로 할 수 있단 말인가. 승률을 따지는 것은 스포츠에만 있는 게 아니었다.

 

 변호사 생활 3년 만에 급성 골수성 백혈병으로 사망한 남편의 억울함을 풀기 위해 찾아온 의뢰인을 만난다. 개인이 회사를 상대로 싸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기사를 통해 들은 적 있다. 새로운 사건을 만날 때마다 어떤 법리가 적용하는지 공부해야만 한단다. 이런 상황에서 일에 대한 경험이나 사명감이 크지 않을 때이니 어떻게든 회피하고 싶은 것이 솔직한 심정이겠다. 이런 사건은 승산이 높지 않다, 어려운 싸움이 될 것 같다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였다. 하지만 의뢰인의 적극적인 행동에 어쩔 수 없이 사건 해결에 힘을 모아 승소하게 되고 저자는 뼛속까지 부끄러움을 느꼈다고 한다. 어렵고 힘든 일을 기피하려는 우리 보통 사람들의 모습이 보였다. 완벽한 사람이 어디 있을까. 삶이 일이고 그 속에서 배우면서 반성하고 좀 더 성숙한 직업인이 되어 가는 건 아닐까. 부끄러운 이야기를 털어놓는 용기에 진솔한 감동이 묻어났다.

 

 오래전에 한 지붕 세 가족이라는 드라마를 떠올리게 하는 이야기가 있었다. 로펌 이야기다. 변호사 군단이라고도 할 수 있는 그곳은 거의 전투장이나 다름없을 것이다. 사건을 수임하고 성과를 내기 위해 중무장한 변호사들 집단이 아닌가. 간혹 의뢰인들은 변호사들이 많이 모여 있는 로펌에 오면 그 숫자만큼 능력도 클 것이라는 오해를 하는 모양이다. 하지만 한 지붕에 각각의 1인 기업이 밀집되어 있는 공간일 뿐이라는 것이다. ‘로펌의 이익 극대화라는 공통된 목표가 있을 수 없고 오직 구성원 개인의 이익 극대화라는 개별적인 목표만 있을 뿐이다. 심지어 사무 집기에 대한 비용을 분담하는 문제로 변호사끼리 다투어서 법인이 깨지는 일도 있다는 말에 너무 웃음이 났다. 점잖고 고상해 보이는 변호사 분들도 손해를 보고 싶지 않은 보통 사람과 똑같은 사람이었다.

 

'한 지붕 밑에 있지만 죄다 남의 식구들이라, 알고 보면 우리는 우리가 아니라 그렇다.'(P144)

 

 웃기고도 슬픈 이 문장. 그냥 모여서 각자 일할 뿐이라는 것. 이런 이야기를 털어내는데 꽤 눈치가 보이지 않았을까. 만만한 막내라서 복 대리를 섰다가 판사에게 핀잔을 듣고 왠지 호구가 된 것 같아 씩씩거린다. 주먹이 부들부들 떨려서 변호사를 때려치울까 하다가도 대출금 메시지에 다시 꼬리를 감춘다. 아참, 너무 솔직해서 공감하게 되고 위로가 된다. 다 그렇게 사는구나 싶다. 실무 실습하러 온 새내기들에게 남의 돈 계산 잘해야 하니 엑셀을 잘 익혀두면 편하다는 말을 했다가 찬물 끼얹은 분위기를 만들기도 하고, 직업병으로 인해 10년 만에 상담을 요청한 친구에게 맞춤법을 트집 잡다가 바가지로 욕을 얻어먹기도 한다. 생생한 일터의 이야기가 이상하게도 응원의 메시지 같이 느껴졌다.

 

아등바등 간신히 오늘을 보내봤자 오늘을 쏙 빼닮은 내일은 어김없이 찾아온다. 어쩐지 이번 생애는 갑갑한 현실이 획기적으로 바뀌지 않을 것 같고, 사실 다음 생이라고 이보다 나으리라는 보장도 없다. 생업으로 심신을 하얗게 태운 보통 직장인이 하루를 반추한 결과가 고작 이 모양일 때, 어느덧 나만 이렇게 사나싶은 짜증과 불만이 밀려올 때, 똑같은 소릴 읊조리며 옆에 쪼그려 투덜거리는 생면부지의 동병상련이 되고 싶다. ‘그래도 오늘까지 별 탈 없이 수습해서 다행이야를 되뇌며 마법 같은 정신 승리로 한 줌의 안도감을 얻고 싶다.'(P258)


 다른 직업의 세계가 좋아 보여도 실상 안을 들여다보면 다 비슷비슷한 고민을 안고 살아가는 것 같다. 꿈에 그린 직업이 아니라 어쩌다변호사가 되었단다. 살아가는 것은 거의 비슷하지 않을까. 이 땅에 직업인으로 살면서 자신의 일에 긍지와 사명감으로 충만한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오늘 간신히 일을 해결하고 나면 또 어제와 똑같은 하루를 맞이하게 된다. 고상해 보이는 변호사의 세계도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다는 걸 느꼈다. 용가리도 아니고 통뼈도 아닌, 생계를 위해 일하는 변호사도  똑같이 아프고 늙는 사람이라는 말에 깊은 공감이 갔다. 오늘도 열심히 삽질하며 하루 일과가 무사히 끝나기를 기도하는 보통 사람들이 읽고 힘을 얻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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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오늘도 쾌변 _ 박준형 지음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d*****2 | 2020.07.27 리뷰제목
사실 고백하건대 이 책을 이름이 비슷한 재심변호사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님의 책인줄 알고 읽게 됐다. 저자한테 미안한 일이다. 나는 대학시절 법학을 전공했고 많이 친하지는 않지만(친해질것을...후회하고 있다) 동기나 친구중에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판사, 변호사로 활동중인 친구들이 있어서 어느 정도는 법조인의 세계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의 유쾌한 필치
리뷰제목

사실 고백하건대 이 책을 이름이 비슷한 재심변호사로 유명한 박준영 변호사님의 책인줄 알고 읽게 됐다. 저자한테 미안한 일이다.

나는 대학시절 법학을 전공했고 많이 친하지는 않지만(친해질것을...후회하고 있다) 동기나 친구중에 사법시험을 합격하고 판사, 변호사로 활동중인 친구들이 있어서 어느 정도는 법조인의 세계에 대해서 알고 있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저자의 유쾌한 필치와 진짜 변호사의 속깊은 이야기로 재미있게 읽었다.

박준영 변호사와는 또 다른 매력이 있는 내 또래의 진짜 살아가는 생계인으로 변호사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다. 

서초동, '대한민국 법조 1번지'라는 말은 서초동에 대법원과 대검찰청이 있기 때문이다. 말그대로 검찰과 법원의 최상급 기관이 있다.

또한 서울중앙지방검찰청과 법원이 있다. 사실 남부지방법원이 있는 것이 맞지 않냐 하는 생각이 있는데 중앙지방법원이 종로구, 중구, 강남구, 서초구, 관악구, 동작구 등 6개 구의 민형사 및 파산 소송을 담당하고 있다. 종로, 중구, 강남, 서초 등 서울에 가장 많은 회사와 부자들이 모여 사는 곳을 관할하는 곳이기에 1심 법원 중 꽃중의 꽃으로 불린다. 말 그대로 중앙검찰청, 중앙법원 아닌가!

 

저자는 대전 출신으로 법무법인 소속 변호사다. 저자의 법무법인 소개글을 봤다. 이 책을 읽고나서 공식적인 소개글을 보니 좀 웃겼다. 책의 필치와 사무적인 글은 역시 다르구나 하는 것을 느꼈다. 저자도 먹고 살아야지, 맞다.

'법무법인 해Song 손해배상전문센터는 개별 의뢰인의 특수한 사정을 깊이 공감하고 최적의 해결책만 제시해 드릴 것입니다. 당신이 보여준 신뢰가 헛되지 않도록 능동적인 서비스, 찾아가는 서비스로 보답하겠다'고 했다. 

'안되는 걸 되게 해주는 게 변호사 아닌가요?' 라는 무리한 명령(?)에 네, 아닌데요 라고 속으로 소리쳤던 그 필치와 다르다. 가인 김병로 선생이 변호사로 부활하셔도, 또 변호사로 안되는 걸 되게 해줄 수 있었다면 진작 만수르 뺨치게 됐을 것이라는 그말을 하던 사람과 달랐다.

많은 사람이 재판을 통해 자신이 믿는 ‘진실’이 아주 쉽게 그리고 당연히 밝혀질 거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의는 언제나 승리한다’든지 ‘진실은 반드시 드러난다’ 따위의 허무맹랑한 소리만 믿고 재판에 임하면 언제나, 반드시 패하며 그때까지 믿었던 진실은 순식간에 거짓으로 둔갑한다고 주장하는 사람이 맞는가 싶을 정도로 공식적 소개글이 생동하게 다가왔다.

 

 저자가 속한 법인은 소위 우리가 아는 김앤O, 율마을, 세계에서 가장 넓은 바다, 그리고 충O, 바른 사람들(?)이 모여 있다는 그런 메이저 법무법인은 아니다.

학사는 경제학과 법학을 전공하고 로스쿨 1기로 변호사가 됐다. 나 역시 이 로스쿨 1기 시절 로스쿨 진학과 취업을 놓고 고민했고, 친구나 후배들중에도 취업을 했다가 로스쿨 2기, 3기로 가서 지금 변호사가 된 친구나 후배도 있다. 

 

바쁜 그들과 그들만큼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대기업에서 전공과는 전혀 다른 마케팅을 하느라 또 결혼도 하고 애도 낳느라(아, 내가 낳은건 아니다) 바빠서 많이 만나지 못하기는 했다. 특히 최근 몇년간은.

그래서 저자의 글을 보며 변호사도 별거 없구나 하는 안도감도 얻었다가, 그래도 변호사는 때려치우고 딴데 갈데라도 있지 하는 부러움도 동시에 느끼면서 읽었다.

 

저자의 책에는 소위 내가 법학과를 진학하기 전 알던 폼나는 변호사는 아니었다.

나이가 들면서 그런건 많지 않다, 또는 어렵다는 것도 깨달으며 살아가고 있다.

물론 평범한 직장인인 그리고 대기업의 큰 조직속에서 언제 나가도 '그 친구 왜 안왔지?' 하거나 또는 곧바로 대체자를 찾을 수 있는 곳과는 다를 수도 있다. 특히 전문직은 나가도 다시 오라는데가 많으니까 말이다.

 

저자의 재미난 필치의 글을 보며, 진지하고 점잔만 빼는 변호사보다는 훨씬 인간적이고 재미있다는 생각을 했다.

 

'세상에 믿을 놈 하나 없다'는 말은 괜히 있는게 아니며 적어도 돈 문제에 관해서는 진리에 가깝다. 이 바닥 생활을 하면서 원래 가족과도 같은 사이였다는 사람들이 계약 때문에 좀 더 까놓고 말하면 돈 때문에 원수만도 못한 사이가 되는 걸 숱하게 봤다. 한 때는 서로 좋아서 죽고 못 살더니 이제는 미워서 죽고 못 살게 된 그들의 공통적인 문제는 서로가 그냥 하는 말을 너무 쉽게 믿었던 것이다. ---p.43

 

순식간에 '딱히 한 것도 없으면서 '돈돈'거리는 변호사 놈'이 된 나는 제법 억울한 마음이 들었고 다소 울컥하기도 해서 사장의 생떼에 조목조목 반기를 들었다. 그러자 장 사장은 "아유 그래도 저는 뭐 소송해가지고 돈 받은 건 하나도 없는데......" 라며 상처뿐인 승자 흉내를 냈다. 하지만 애초 장사장의 사건 목표는 똘이 엄마의 터무니 없는 청구를 기각시키는 것, 즉 더이상 주지 않아도 될 돈을 주지 않아도 되게 만드는 것이지 똘이 엄마가 기왕에 받아먹은 돈까지 깡그리 토해내도록 하려던 게 아니다. ---p.77

이런 한탄 아닌 한탄도 많이 보게 된다.

 

2008년이었던 것 같다. 법조실무 과목을 들으면서 나는 당시 구 서울동부지방법원 참관을 가게 됐다. 일단 지금은 법원 건물이 이전했기에 시설도 좋고 뭔가 폼나 보이지만 그 때는 구의역과 강변역 사이에 허름하디 허름한 건물에 어두침친한 복도를 지나야 법정에 들어설 수 있었다.

법정에서는 지금은 대학 교수가 되신 모 부장판사님이 온갖 잡범을 상대하며 얼마 안되는 돈 때문에 싸우는 사람들 등의 심리를 하고 있었다.

소위 법정 드라마에서 보던 드라마틱하고 멋진 변호사와 검사의 대결이 아닌, 지루한 공방과 판사님의 '그래서 말하는 요지가 뭔가요?' 같은 핀잔이 왔다갔다 하는 곳이었다.

나는 물론 공부를 많이 안하고, 또 못했지만 한편으로 보면 죽어라 공부해서 평생 만나는 사람이 이런 사적인 채무관계 또는 온갖 잡범이나 만나고 사는게 과연 좋은 삶일까 하는 회의를 가졌다.

아니면 앞의 저자처럼 안되는 일을 되게 만들어 달라고 떼쓰는 사람들이나 만나야 했다. 적어도 법정 들락거리고, 변호사 찾아올 정도면 다 급하다. 절박하다.

결국은 그런 사람들 상대로 또 돈을 얻어내야 나도 먹고 살 수 있다.

지금 나는 소위 말하는 법조 물(水)을 먹는 것이 아닌 다른 길을 걷고 있다. 그날의 법정 분위기는 내 인생의 길을 바꾸는데 많은 역할을 한 것도 사실이다.

이 책을 보며 또 어떤 사람은 변호사의 꿈을 꿀 수도 있고, 어떤 사람은 가지고 있던 변호사에 대한 로망을 잃을 수도 있다.

하지만 저자의 이런 진솔한 이야기야말로 많은 사람들에게 사실과 현실, 즉 Fact를 보여주는 것이리라.

 

저자는 로펌의 구성원 변호사다. 변호사나 회계사도 마찬가지지만 요즘은 자영업자라고 할 수 있다. 영업도 뛰어야 하고 인맥관리도 많이 해야한다.

이런 로펌의 로펌 시스템에서는 특히 비용 분담이 아주 예민한 이슈다. 심한 경우 사무실 복사기에 들어가는 토너와 종잇값 분담을 놓고도 변호사끼리 크게 다퉈 법인이 깨지는 다소 어이없는 일까지 생긴다. 벌어들이는 수입도 변호사 각자의 능력에 따라 편차가 아주 크다. 어떤 이는 늘 돈 쌓을 곳을 못 찾아 억 소리를 내고 어떤 이는 늘 자기가 쓰는 방값 내는 것조차 힘겨워 악 소리를 낸다.

 

하지만 또 저자가 말했듯이 승진 걱정없는 직장이기도 하다. 하지만 요즘 직장도 승진의 체계가 깨져가고 있기는 하다.

2019년 변호사 수가 3만명을 돌파하며 늘어나는 수임 경쟁과 불황속에서 변호사가 파산 걱정하는 사람도 생겨난다. 하지만 대형 로펌의 폼나는 변호사들의 삶은 또 다르다. 또한 그들은 많은 정보가 왔다갔다하는 곳에 있다.

 

어지간한 청춘보다 내가 더 아프지만 그렇다고 영 못 해먹을 정도는 아닌 것 같고, 크게 낭패 보는 일 없이 살아온 날들에 안도하는 우리 모두에게 보내는 솔직담백, 유쾌재미발랄한 에세이다.

 

재미있게 잘 읽었다. 그걸로 족하다.

 

*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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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오늘도 쾌변] 변호사라도 먹고사는 건 힘듭니다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j****y | 2020.06.25 리뷰제목
제목만 보고 '쾌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의뢰인의 문제를 상'쾌'하게 해결해 주는 일을 하는 '변'호사의 희로애락에 관한 책이다. 저자 박준형은 9년 차 변호사다. 변호사라고 하면 거창해 보이고 돈도 잘 벌 것 같지만, 전국의 2만 7,880명(대한변호사협회 통계, 2020년 4월 1일 기준)에 달하는 변호사 중 1인으로서 매일 치열하게 경쟁하며 팍팍한 일상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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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목만 보고 '쾌변'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책인 줄 알았는데, 읽어보니 의뢰인의 문제를 상'쾌'하게 해결해 주는 일을 하는 '변'호사의 희로애락에 관한 책이다. 저자 박준형은 9년 차 변호사다. 변호사라고 하면 거창해 보이고 돈도 잘 벌 것 같지만, 전국의 2만 7,880명(대한변호사협회 통계, 2020년 4월 1일 기준)에 달하는 변호사 중 1인으로서 매일 치열하게 경쟁하며 팍팍한 일상을 살고 있는 건 여느 직업인들과 마찬가지다. 


저자를 찾아오는 의뢰인들 중에는 이런 말을 하는 사람이 적지 않다. "안 되는 걸 되게 해주는 게 변호사 아니에요?" 의뢰인에게는 안 됐지만, 변호사는 '안 되는 걸 되게 해주는 사람'이 아니다. 차라리 변호사는 될 만한 걸 알려주는 사람에 가깝다. 변호사는 어디까지나 '대리인'이므로 사건 진행의 기본 방향이나 최종 결정은 의뢰인 본인이 정해야 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사정을 알아주는 의뢰인은 많지 않다. 무엇무엇은 못한다고 말하면 대체 할 수 있는 게 뭐냐고 타박하고, 대신 결정해 달라며 책임을 미루는 경우가 다반사다. 


미드 중에서도 수사물이나 법정물을 보다 보면 경찰에 체포된 피의자가 이렇게 말하는 경우가 왕왕 있다. "변호사 불러주세요. 변호사 올 때까지 한마디도 하지 않을 겁니다." 이런 일은 미국에선 가능할지 몰라도 한국에선 불가능하다. 한국에선 피의자가 부른 변호사가 와도 변호사는 경찰관이나 검사의 심문에 피의자 대신 답변할 수 없다. 형사사건에서 변호사는 피의자의 '대리인'이 아닌 '변호인'의 지위에 있기 때문이다. 이런 사정도 모르고 '변호사 그거 있어봐야 아무 소용도 없더라'라고 말하면 안 된다. 


변호사 광고를 보다 보면 '00 전문 변호사' 같은 문구를 종종 보게 된다. 이런 문구는 전부 사실일까? 대한변호사협회 규정(2019년 7월 기준)에 의하면 61가지에 달하는 변호사 전문 분야가 있기는 하다. 하지만 이는 변호사가 개인적으로 등록료를 지불하고 취득하는 문구에 불과하다. 저자 역시 전문 분야 등록이 되어 있지만 해당 분야의 전문성이 높다고 자부하지는 못한다. 다만 '00 전문'이라는 문구를 어필해 해당 분야의 사건 수임 기회를 더 많이 가지고 싶을 뿐이다. 


책에는 이 밖에도 저자가 변호사로 일하면서 겪는 고충에 관한 이야기가 상세하게 실려 있다. 변호사 되기가 힘든 만큼 변호사로서 일하는 것도 힘들다는 건 전부터 알고 있었지만, 재판이 있을 때마다 전국 방방곡곡을 다녀야 하는 건 체력적으로 큰 부담이 될 것 같고, 사연만큼이나 성격도 다양한 의뢰인들의 갑질을 견뎌야 하는 건 정신적으로 큰 스트레스가 될 것 같다. 먹고사는 건 누구에게나 힘든 일이구나. 그런 생각을 하게 해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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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에세이를 읽는 즐거움 평점10점 | s******4 | 2022.11.30 리뷰제목
'생계형 변호사의 서초동 활극 에세이' 책 표지에 적힌 이 문구가 내 마음을 끌었다. 변호사라고 하면 누구나 "우와"하는 직업인데, 생계형 변호사라니. 이젠 전문직도 영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던데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변호사가 되면 어떤 일을 하는지도 궁금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런 에세이가 좋다. 그렇게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 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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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계형 변호사의 서초동 활극 에세이' 책 표지에 적힌 이 문구가 내 마음을 끌었다. 변호사라고 하면 누구나 "우와"하는 직업인데, 생계형 변호사라니. 이젠 전문직도 영업을 하지 않으면 안 된다고 하던데 그런건가 싶기도 하고, 변호사가 되면 어떤 일을 하는지도 궁금해서 이 책을 읽기 시작했다.

결론적으로 나는 이런 에세이가 좋다. 그렇게 가볍지도 않고, 무겁지도 않은 에세이 말이다. 역시 이 세상에 사연없는 직업은 없다. 변호사는 겉으로 봤을 때 멋지고 탄탄대로일 것 같은 직업이지만, 어려운 시험을 통과하고도 또 계속해서 공부를 해야 하고 사람한테 치이는 일도 다반사라 직장인의 비애는 우리와 똑같이 느낄 수밖에 없었다. 사람과 부대끼며 사는 한 이건 어쩔 수 없는 일이겠지...

그리고 법조인들은 많이 읽고 많이 써서 그런가 글을 매우 잘 쓰는 것 같다. 유머가 있느냐 없는냐 이 차이만 있는데, 이 책의 저자는 유머가 충만해서 에피소드 하나 하나가 너무나 재밌었다.

이 책을 읽으면서 위안이 많이 되었다. 나만 힘든 게 아니구나... 나만 이렇게 아등바등 살고 있는 게 아니구나... 이런 생각이 많이 들었다. 이것만으로도 이 책은 나에게 값어치를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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