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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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귀

리뷰 총점 9.6 (65건)
분야
소설 > 일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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흑백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흑백
외딴집(하)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외딴집(하)
외딴집(상)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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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 통행증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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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주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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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기를 부르는 그림
미야베 미유키 저/이규원 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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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귀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삼귀
맏물 이야기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맏물 이야기
기타기타 사건부
미야베 미유키 저/이규원 역
기타기타 사건부
금빛 눈의 고양이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금빛 눈의 고양이
그림자 밟기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그림자 밟기
괴수전
미야베 미유키 저/이규원 역
괴수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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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사람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삼귀 三鬼] 평점9점 | e***i | 2018.12.14 리뷰제목
미야베 미유키가 글을 잘 쓴다는 건 알았지만... 이번에 읽은 삼귀(三鬼)는 정말 대단하다. 별 기대하지 않고 킬 타임용으로 읽었는데 의외로 쫄깃한 재미와 함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일본 에도 시대(1603~1867 도쿠가와 시대)를 배경으로 무섭고도 기이한 귀신(원귀, 요괴) 이야기가 주는 흥미로움에 더하여, 밑바닥에 깔린 서정적인 풍경이 꽤 사실적이고 자연스럽게 그려진
리뷰제목

미야베 미유키가 글을 잘 쓴다는 건 알았지만... 이번에 읽은 삼귀(三鬼)는 정말 대단하다. 별 기대하지 않고 킬 타임용으로 읽었는데 의외로 쫄깃한 재미와 함께 삶을 돌아보는 시간이 되었다. 일본 에도 시대(1603~1867 도쿠가와 시대)를 배경으로 무섭고도 기이한 귀신(원귀, 요괴) 이야기가 주는 흥미로움에 더하여, 밑바닥에 깔린 서정적인 풍경이 꽤 사실적이고 자연스럽게 그려진다. 뿐만 아니라 그 내용 또한 인간사의 희로애락이 잘 스며들어 우리 마음속에 웅크린 '어둠'을 살짝 짚어보게 한다. 이 모노가타리(物語)는 아마도, 작가의 역.대.급. 작품이 아닐까 생각해 본다.


에도(지금의 도쿄) 간다(神田), 스지카이고몬 앞의 한 모퉁이에 있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三島屋). 이곳 '흑백의 방'이라 이름 붙인 객실에 한 번에 한 명의 이야기꾼을 불러서 신기한 이야기나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 특이한 방식의 괴담 자리가 마련된다.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은 이 집 주인의 조카딸인 '오치카 おちか'. 아름답고 사려 깊은 그녀는 이야기꾼의 괴담을 들으면서 그들의 마음을 헤아리고 이야길 매끄럽게 이끌어낸다. 그리고 이야기를 풀어놓은 사람들은 평온을 얻는다. 귀신이란 매개체를 통해 흑과 백 사이의 기묘하며 애달픈 4편의 이야기가 그렇게 펼쳐진다. 


사람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그것은 때로 인생의 한 귀퉁이에 스며들어 떨어지지 않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일이나 마찬가지이니 아무래도 많은 사람의 귀에 들어가는 건 곤란하다. 다만 한 번쯤 입 밖으로 내어 토해 버리고 싶을 뿐이다. 무덤까지 그대로 가져가기는 괴로우니까. 그 무언가가 비석 밑에 다 들어가지 않을까 봐 불안하니까.

그래서 미시마야의 특이한 괴담 자리에는 사람이 모인다.

어려운 규칙은 없다. 듣고 잊어버리고, 말하고 잊어버리고, 그것뿐이다.

오늘도 또 한 사람, 흑백의 방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온다.(10~11쪽)



○1편: 미망의 여관 迷いの旅籠

죽은 사람이 돌아온다는 일본판 전설의 고향 같은 이야기가 펼쳐진다. '빛의 숲'이라는 곳에 있는 고모리 신사의 아카리 신! 겨울 동안 잠들어 있던 논의 신을 깨우기 위한 '초롱 축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사건이다. 처음엔 좀 시니컬하게 읽어나겠는데 곧 소설 속으로 빠져들었다. 아내와 아이를 잃은 화가는 "어떻게 하면 죽은 사람이 저세상에서 돌아와 내 그림에 깃들고 생생하게 되살아나 줄까." 연구하다가 실제로 이세상과 저세상이 통하는 길을 만들어낸다. 문제는 죽은 사람이 한명 돌아오면 마을의 산 사람이 한 명 생기를 잃어버린다는... 돌아온 망자와 살아있는 자의 연(緣)이 애닲다. 


"오늘밤에 별채에 불이 켜지고 건물 전체가 초롱보다도 밝고 아름답게 빛나면 그게 길잡이가 될 거야."

저 세상에서 이세상으로 돌아오기 위한 길잡이.

"이 마을과 인연이 있는 죽은 자들이, 이곳에서 친근하게 살아갔던 사람들이 모두 별채로 돌아올 게다." 

선생은 눈을 가늘게 뜨고 몇 번이나 고개를 끄덕였다.

"이제 얼마 안 남았어. 길잡이가 생기고 길이 열리겠지. 별채는 되살아난 죽은 자들이 쉴 곳이 될 거야. 마치 여관 같은 것이지." (131쪽)



○2편: 식객 히다루가미 食客ひだる神

평판이 좋은 도시락 가게 다루마야는 특이하게도 매년 벚꽃놀이 시기가 지나면 가을 단풍철이 될 때까지 가게를 닫아 버린다. 그 이유는 주인장에게 들러붙은 먹보귀신 히다루가미 때문이다. '아귀'라고도 부르는 히다루가미는 산길이나 들길에서 쓰려져 죽은 사람의 영혼이며 요괴이다. 이것에 씌면 갑자기 심한 공복을 느끼고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된단다. 이 귀신이 음식 가게 주인에게 붙은 만큼 잘 먹게 되는 것까진 좋았는데, 그만 방구들이 내려앉을 만큼의 뚱보 귀신이 되고 말았다는 게 문제다. 일본 요리에 대한 섬세한 표현이 멋들어지고, 4편 중에 가장 코믹하고 부담 없이 읽을 수 있다. 


"북쪽의 어느 지방에서는 벚꽃이 피었을 때만 장례를 치른대요."

물론 죽은 사람은 그때그때 묻지만 장례 의식은 벚꽃이 피는 시기에 다 같이 한다는 뜻이다.

"벚꽃은 원래 극락에 피는 꽃인데 활짝 핀 벚나무가 길을 헤매지 않도록 정토로 통해 있기 때문이래요." (223쪽)


 

○3편: 삼귀 三鬼(미키)

표제작인 이 소설은 섬뜩하면서도 아주 인상적이다. 특히 마무리의 반전은 '이거 뭐지?'라는 생각의 여지를 남긴다. 누이를 겁탈한 상층부 자식들과 3:1 정정당당 대결에서 한 명을 베어 죽인 무라이! 그 벌로 산세 험하고 기후 혹독하며 고립된 산촌의 산지기로 가게 되는데, 삼년을 일하고 무사히 내려올 수 있다면 가문을 다시 일으켜 주고 원래 일자리로 재발탁한다는 이례적인 처분을 받는다. 그만큼 마을의 '무언가'를 두려워하고 있다. 오니! 일본인에게 무섭고 강하며 냉정한 존재로 알려져 있는 이 산속 귀신이 주인공이다. 아.니.다! 더 밝힐 수 없는 결말이 독자를 기다리고 있다. 정말 읽을 만하다.


너는, 나다.

"그것은 구리야마 번에 있던 모든 부조리, 모든 업, 모든 슬픔이 뭉쳐진 것이었습니다."

나는, 너다.

"내가 시즈를 위해 사람을 벤 것처럼 그것도 호리가모리 마을을 위해 사람들을 죽여 왔지요."

너와 나는 동포다.

그래서 세이자에몬은 소리 내어 울고 싶었다. 고함치고 싶었다. (477쪽) 


질척거리는 길에 크게 한 발 내딛은 바로 그때였다. 비 맞은편에서 무언가가 움직였다. 삿갓 가장자리를 들어올리고 세이자에몬은 빗발 사이를 응시했다.

긴키치의 오두막 갈대발 옆에 이상한 것이 서 있었다.

-누구지.

순간 그렇게 생각한 까닭은 도롱이를 입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람이었다. 그런데도 이상했다. 

삿갓이 아니라 통 모양의 바구니를 쓰고 있었다. 숯을 칠한 것처럼 새까만 바구니다. 그래서 얼굴이 전혀 보이지 않았다.

키는 세이자에몬보다는 작다. 도롱이가 복사뼈 위까지 내려왔다. 그 사이로 보이는 것은 계절에 맞지 않는 눈신이었다. (422~423쪽)


 

○4편: 오쿠라 님 おくらさま

오치카가 좋아하는 사람이 있었네. 강도가 들었을 때 도와준 습자소 '진코 학원'의 작은 선생이었구나. 이 '오쿠라 님'은 오치카의 불행한 과거 사건과 중의적으로 그려진다(빨리 읽으면 놓치기 쉬운 부분...). 이 년 전 오치카는 약혼자를 잃었다. 약혼자를 해친 이는 오치카의  본가에서 '주워서 키워 준' 고아였다. 질투와 시기, 열등감, 은혜와 원한이 얽히면서 일어난 사고였으며 오치카는 마음속 깊은 상처를 입은 것이다. 어느 날 유체이탈로 찾아 온 노파 이야기꾼을 만나 향료가게의 비밀스런 여자 신 '오쿠라 님'의 이야기를 듣는다. 비극이다. 저주와 은혜의 줄타기이다. 혼만 빠져나와 이야기를 전해야만 했던 아픔...


화재나 지진, 돌림병이나 강도 등 비센야의 재산이나 가족의 목숨을 상하게 할 만한 변고가 일어났을 때, 주인이 부탁하면 곳간방에서 나와 사람들을 지켜 준다.

대신, 그 대의 오쿠라 님의 역할은 거기에서 끝난다. 오쿠라 님은 대가 바뀌게 된다.

다음 오쿠라 님으로는 오쿠라 님이 지켜 준 비센야의 딸 중 누군가 한 명이 선택된다.

"오쿠라 님이 된 딸은 이 세상의 삶을 살지 않게 돼요. 사람이 아니게 되는 거니까요."

음식도 필요 없다. 물도 필요 없다. 시간의 흐름에서 떨어져 나가 나이도 먹지 않는다. 영원한 처녀가 된다.

상향반의 향기에 감싸여. (542쪽)



○에필로그: 이야기는 그렇게 끝이 났지만...

미미 여사! 대단하다. 일본판 이 '전설의 고향'에는 인간의 염(念)과 원(怨)이 담겨 있었다. 귀신을 통해 인간을 읽는 소설인 것이다. 일본 문화 특유의 순응주의 속에서도 감성과 서정이 작가의 필력으로 아름답게 살아난다. 애환 속에 따스함이 있고 고뇌 속에 애정이 물결친다. 그럼으로써 별 볼일 없는 B급 내용에 문학적, 철학적 가치가 더해진 것이다. 

햐쿠모노가타리(百物語·ひゃくものがたり)란 전통 놀이가 있는 모양인데, 밤에 사람들이 모여 100개의 촛불을 켠 뒤 한 사람씩 돌아가며 괴담 등 무서운 이야기를 하고 그때마다 하나씩 끈다. 속설에는 100번째 촛불이 꺼지면 요괴가 나타나거나 마지막 얘기를 한 사람이 죽는다고 한다. 그러니 일본의 작가라면 이 모노가타리에 한 번쯤 도전해본다고 한다. 미미여사도 이 햐쿠모노가타리에 도전하여 시리즈물을 계속 출간하고 있으니 다음 작품 또한 기대가 크다. 잘 읽었다. 


유키미 장지를 한 장만 연다. 가을 색으로 물든 정원의 풍경이 흑백의 방에 색채를 더한다. 오치카는 책상 앞에 앉아 후리소데에서 팔꿈치를 내놓고 양손으로 빰을 괴었다.

마음이 고요하다.

눈을 감아 보았다. 가을바람이 정원의 나뭇가지 사이를 지나가는 소리가 난다.

...

가을바람에 또 정원의 나무가 술렁거린다. 선명한 단풍잎 한 장이 팔락하고 떨어져 내려왔다.

...

미시마야의 특이한 괴담 자리에서 한 사람이 떠나고, 한 사람이 더해진, 기분 좋은 가을날의 일이었다.(645~651쪽)



덧붙임.

표지는 띠지를 입힌 일본 출간물이 더 내용을 잘 설명하고 있는 거 같다. 너무 왜색이라 바꾼건가?



30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0 댓글 0
종이책 따뜻한 괴담(怪談)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n*****m | 2019.04.10 리뷰제목
귀신 얘기라면 으스스해야 하는데 왠지 모르게 따뜻하다. 미시마야라는 에도 시대 주머니 가게의 아가씨(주인집의 조카딸) 오치카가 흑백의 방에서 손님들을 초대해서 듣는 괴담(怪談) 이야기들이다. 그냥 괴담들을 단편처럼 엮은 것은 아니고 그 독립적인 얘기들 사이에 오치카와 그 주변의 사연들은 얼핏 설핏 보여주면서 연결해나간다. 오치카의 사연도 전편에 나왔음직하지만, 이
리뷰제목

귀신 얘기라면 으스스해야 하는데 왠지 모르게 따뜻하다.

미시마야라는 에도 시대 주머니 가게의 아가씨(주인집의 조카딸) 오치카가 흑백의 방에서 손님들을 초대해서 듣는 괴담(怪談) 이야기들이다. 그냥 괴담들을 단편처럼 엮은 것은 아니고 그 독립적인 얘기들 사이에 오치카와 그 주변의 사연들은 얼핏 설핏 보여주면서 연결해나간다. 오치카의 사연도 전편에 나왔음직하지만, 이 책에서는 거의 막바지에 가서야 다시 나온다. 그것도 아주 잠깐. 그녀가 숙부 집에 기거하면서 남들의 이야기를 듣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사람은 이야기한다. 이야기할 수 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즐거운 일도 힘들 일도. 옳은 일도 잘못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에게 들려준 일은, 한 사람 한 사람의 덧없는 목숨을 넘어 이 세상에 남는다.” (636)


그냥 귀신 얘기인 줄 알았지만 정작은 살아 있는 사람의 이야기이다. 살아 있는 사람이 있어야 그 귀신의 얘기를 하고,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귀신의 이야기를 통해 죽음과 살아감의 의미를 깨달을 수 있기 때문이다.


어디에든 안타까운 죽음의 사연이 있다. 그래서 그들을 불러내고 싶고(<미망의 여관), 떨치고 싶으면서도 의지하고 싶고(<식객 히다루가미>), 지옥 같은 생활에서 이유를 찾고 싶으며(<삼귀>), ()만으로도 그 이야기를 전하고 위로받고 싶다(<오쿠라 님>). 어찌 보면 그 비슷비슷한 이야기들 속에서, 그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그리고 그 이야기를 듣는 사람도 위로를 받을 수 있는 것은 누구나 마음 속에 간직하고 있을 법한 사연들이기 때문일 것이다. 저들도 그렇구나, 나만 아픈 게 아냐, 하는 마음. 그래서 이 귀신 이야기가 따뜻한 것이다.


미야베 미유키는 에도 시대를 자주 그리는 이유를, 너무도 쉽게 사람 목숨을 앗아갈 수 있던 시대였기에 사람들 간의 연대감이 매우 강했다고 전하고 있다. 여기서 그 연대감은 귀신 얘기들 속에도 있고, 그 귀신 얘기를 하고 듣는 이들 간에도 있는 셈이다.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댓글 0
종이책 귀신들이야기인데 눈물이 찔끔난다.., 미미여사의 마력 평점10점 | m******6 | 2018.06.15 리뷰제목
내가 애정 하는 작가 중 한 분 미야베 미유키  , 그녀의 에도 시리즈를 특히 좋아한다. 그녀가 꾸준히 내는 에도시리즈 , 그 속에는 때론 무섭고 때론 슬퍼서 이것이 이야기라서 다행이야라고 할 정도의 공감 가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에 흑백 방이라는 공간을 만들어두고 괴담을 듣는 아가씨가 있다.오치카는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를 잊기 위해 에도의 친적 집
리뷰제목

내가 애정 하는 작가 중 한 분 미야베 미유키  , 그녀의 에도 시리즈를 특히 좋아한다.
그녀가 꾸준히 내는 에도시리즈 , 그 속에는 때론 무섭고 때론 슬퍼서 이것이 이야기라서 다행이야라고 할 정도의 공감 가는 내용들이 가득하다.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에 흑백 방이라는 공간을 만들어두고 괴담을 듣는 아가씨가 있다.
오치카는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를 잊기 위해 에도의 친적 집 주머니 가게에 오면서 자신을 세상으로 가두어버리고 오로지 사람들의 괴담을 들으면서 하루하루 견디고 있다.

사람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그것은 때때로 인생의 한 귀퉁이에 스며들어 떨어지지 않는 무언가를 보여 주는 일이나 마찬가지이니 아무래도 많은 사람의 귀에 들어가는 건 곤란하다. 다만 한 번쯤 입 밖으로 내어 토해 버리고 싶을 뿐이다.

어려운 규칙은 없다. 듣고 잊어버리고. 말하고 잊어버리고, 그것뿐이다.
오늘도 또 한 사람, 흑백의 방에 새로운 손님이 찾아온다.

페이지 11 중에서

오치카 시리즈 , 일명 미시마야 시리즈는 안주 -흑백- 피리 술사에 이은 네 번째 이야기이다.
백가지 이야기를 쓰고 싶다는 포부를 밝힌 미미 여사는 이번 판에 놀라운 예고편을 집어넣었다.
흑백 방이라는 일명 어두운 이야기만 있을 것 같지만 짝수권에는 살짝 가볍고 유쾌한 이야기, 홀수권에는 무섭고 가슴 아픈 이야기가 구성되어있다.

네 번째 이야기 삼귀는 제목부터가 무시무시한 귀신이야 일 것 같아 살짝 두려움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이번 편은 무섭다기보다는 눈물을 찔끔하게 만드는 슬픈 이야기들이 가득하다.

흑백방에 열두 살의 어린아이가 찾아왔다. 마을에 일어난 알 수 없는 일련의 사건들
죽은 아내와 아이를 위해 마을로 들어와 귀신을 불러낸 남자의 이야기
도시락 가게를 하는 남자에게 붙은 먹보 귀신 이야기
첩첩산중에 죄지은 자들이 감옥처럼 살고 있는 산골마을에 나타난 귀신의 정체
흑백방에 나타난 노파가 이야기를 남기고 귀신처럼 사라진 이유 ..

이번 흑백방에는 슬픔이 가득하다. 무서운 귀신 이야기 속에 평범한 서민들의 삶이 깊이 녹아져 있다.
삶의 고난 속에서 인간으로 지켜야 할 기본적인 감정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그로 인해 상처를 안고 가는 사람들에게 진정한 치유란 어떤 것인가를 건네는 것 같다.
아무것에도 기댈 수 없는 인생의 끝에서 무엇을 위해 살아야 하나? , 살아갈 가치가 있는 것인가?
에 대한 고민을 잠깐씩 하게 만들었다.

자신의 아픔 때문에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세상과 격리된 채 삶을 포기하는 사람들에게 건네는 작가의 치유 같은 이야기이다.
아픈 과거 때문에 자신을 가둔 오치카를 통해 삶이 계속된다며, 자신을 가둔 것도 자신을 꺼내는 것도 결국 사람들과의 관계와 이야기 속에서 치유된다는 것을 보여주려는 것 같다.
그리하여 이번 작품에서는 오치카는 조금 더 성장하고 그리고 색다른 두 주인공에게 흑백방을 넘겨주게 될지도 모르겠다. 마포 김 사장 (북스피어 출판사 사장님)의 출간 후기에 자세히 기록되어 있다.

그동안 오치카의 아픔 때문에 언제쯤 행복하고 삶을 다시 시작할까? 안타까웠는데
역시 미미여사의 에도 시리즈에서, 인간에게 보이는 애정이 흑백방에 갇혀있는 오치카에게 애정이 손길이 간 것 같아 마음이 따스해진다.
흑백방이 주인이 바꾸는 것은 약간 안타깝지만, 노처녀로 늙는 오치카보다는 행복한 오치카가 좋다.


에도 시리즈를 읽을 때마다 느껴지는 따스함, 그리고 서로를 아끼는 사람들이 애정이 느껴져서 항상 읽고 나면 왠지 기분이 좋아진다.
가끔 미미 여사가 그리는 에도에 타임머신을 타고 구경하고 싶을 만큼 (단 미미 여사가 이야기하는 에도 속으로)


나도 흑백방에 가서 오치카에 나의 절절한 이야기를 하고 같이 끌어안고 울고 싶다.
그리고 달달한 다과와 차도 마시고 싶다, 이번 편에 나온 (에도 물건 사기 자습서)에 실린 맛 집도 함께 가보고 싶다.
오치카와 나 그리고  두 남자 도미지로 와 칸이치와 함께 .. 


               

그 귀신들
역시 거기에서부터 시작할까 . 과녁의 한가운데를 쏘아서 어떤 것으로 만들어진 과녁인지 감촉을 한번 살펴보자 .

페이지 29중에서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2
종이책 신기한 이야기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n***8 | 2019.11.14 리뷰제목
에도 한모퉁에 있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에서 주인 조카인 오치카가 흑백방에서 이야기를 들은 지 두해가 흘렀구나. 책은 네권째인가. 오치카가 듣는 이야기는 평범하지 않다. 이상한 이야기다. 신기하기도 무섭기도 슬프기도 하다. 책이 나온 건 두해가 넘은 듯한데 책속 사람은 두해밖에 흐르지 않았다니. 오치카가 몇살인지 잘 모르겠는데 미야베 미유키는 오치카가 나이 드
리뷰제목

    

 

 

 

 에도 한모퉁에 있는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에서 주인 조카인 오치카가 흑백방에서 이야기를 들은 지 두해가 흘렀구나. 책은 네권째인가. 오치카가 듣는 이야기는 평범하지 않다. 이상한 이야기다. 신기하기도 무섭기도 슬프기도 하다. 책이 나온 건 두해가 넘은 듯한데 책속 사람은 두해밖에 흐르지 않았다니. 오치카가 몇살인지 잘 모르겠는데 미야베 미유키는 오치카가 나이 드는 모습을 쓰겠다고 했단다. 이 말 전에 본 것 같구나. 오치카한테 일어난 일도 나왔을 텐데, 자세하게 생각나지 않았다. 그래도 이번에 다시 짧게 나왔다. 오치카와 가까운 두 사람이 죽었다. 그저 사고나 병으로 죽었다면 오치카 마음이 덜 슬프고 덜 괴로웠을 텐데, 한사람이 다른 한사람(오치카 약혼자)을 죽였다. 남은 사람은 스스로 목숨을 끊은 걸까. 예전에 써둔 거 한번 찾아볼걸 그랬다. 그냥 그러지 않았을까 싶은데. 그런 일이 일어나고 오치카는 여관을 하는 집을 떠나 에도에서 주머니 가게를 하는 친척집 미시마야에 오고 흑백방에서 이상한 이야기를 듣게 된다. 이야기를 듣는 사람과 하는 사람은 그것만으로 마음이 나아질지도.

 

 흑백방에서는 듣고 버리고 말하고 버리는 규칙밖에 없다. 오치카는 흑백방에 온 사람이 하는 이야기를 다른 사람한테 하지 않는다. 오치카는 다른 사람 이야기를 듣고 세상에는 힘들고 슬픈 사람이 있다는 걸 알게 된다. 이저저런 사람이 흑백방에 와서 이야기 하는 건 소설과 같다는 느낌이 든다. 소설에도 누군가 알기를 바라는 이야기가 담겼으니 말이다. 소설에는 잘된 사람보다 잘되지 않은 사람 이야기가 더 많다. 소설에서 여러 가지 힘든 일을 겪고도 앞으로 나아가는 사람을 보고 사람은 힘을 얻겠다. 미시마야 변조괴담도 다르지 않구나. 오치카와 오카쓰 그리고 이헤에가 이야기를 듣는 걸로 되어 있지만, 그걸 바깥에서 듣는 사람은 많다. 이 책을 보는 사람 말이다. 책을 보는 사람은 말하는 사람보다 이야기를 듣는 오치카 처지일 때가 많겠다. 아니 꼭 그렇지 않을지도 모르겠다. 책을 보다가 무언가 말하고 싶은 사람이 있을지도. 사람은 이야기하고 싶어한다니. 듣고 버리고 말하고 버리는 흑백방 괜찮구나.

 

 세상에는 죽은 사람을 되살려 내고 싶어하는 사람이 많을 거다. 그런 이야기도 많지 않은가. 가장 먼저 떠오르는 건 《프랑켄슈타인》이다. 만화 <강철의 연금술사>도 생각난다. 어떤 이야기에서든 죽은 사람은 되살릴 수 없다고 한다. 여기 실린 <미망의 여관>에서도 마찬가지다. 영혼이 돌아오기는 해도 살았을 때와는 달랐다. 죽음이 슬프고 마음 아픈 것일지라도 받아들여야 할지도 모르겠다. 쉬운 일은 아니겠지만. 죽은 사람을 되살린다 해도 그 사람은 예전과 다른 거다. 그냥 그런 느낌이 든다. 소중한 사람이 죽는다면 되살리기보다 자기 마음에 살게 하는 게 낫다. 그것 또한 살았을 때와는 다르겠지만, 죽었다 되살아난 사람은 자신을 왜 이 세상에 돌아오게 했느냐고 원망하기도 한다. 그것도 산 사람이 지어낸 이야기일지라도 아주 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편안하게 잠든 사람을 다시 깨운 것일 테니 말이다. 아니면 저세상에서 나름대로 살았는데 억지로 이 세상에 돌아와야 해서일지도.

 

 두번째 이야기 <식객 히다루가미> 이야기는 재미있으면서도 쓸쓸하다. 오랫동안 함께 한 요괴 같은 게 자신을 떠나면 쓸쓸하겠지. 난 그렇게 되지 않을까 했다. 히다루가미는 산길 들길에서 쓰러져 죽은 영혼이나 요괴를 말한다. 히다루가미가 산을 넘어가는 사람한테 씌이면 음식을 먹으면 괜찮다고 한다. 도시락집 다루마야는 음식이 맛있는데 여름에는 쉬었다. 장사가 잘된다고 일을 많이 해도 안 좋을 듯하다. 지금 다루마야가 된 건 다루마야 주인인 후사고로가 고향에 다녀오다 히다루가미한테 씌이고 히다루가미를 먹이려고 맛있는 음식을 만들고 도시락 가게를 하게 돼서다. 장사가 잘된 건 히다루가미 덕분이구나. 히다루가미는 후사고로한테 오래 붙어 살았다. 히다루가미를 잘 먹게 해서 살이 쪄서 후사고로는 여름에는 장사를 쉬기로 했다. 믿기 어려운 이야기지만 재미있다. 난 장사가 잘된다고 가게를 늘리고 여기저기에 분점 내는 것보다 쉬기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맛있는 걸 먹고 싶어하는 사람한테는 미안한 일일지도 모르겠지만. 장사하는 사람도 사람이다. 한국에도 아주 없지 않겠지만 일본에는 한정된 시간에만 장사하는 곳도 있다. 그렇게 하면 음식이 남지 않아서 좋겠다.

 

 마지막 이야기 <오쿠라 님>에는 새로운 사람이 나온다. 미시마야 둘째 아들 도미지로가 다치고 집으로 돌아오고, 오카쓰는 세책 장수 효탄코도 아들(작은 나리) 간이치를 보고 오치카와 인연이 있다고 말한다. 이런 걸 복선이라 하겠지. 오치카가 조금 마음에 들어한 선생 아오노 리이치로는 고향으로 돌아간다고 한다. 살 날이 얼마 남지 않은 친구 자리를 물려받고 친구 아내와 아이를 돌보아야 한다. 어쩌면 그게 더 잘된 일일지도 모르겠다. 도미지로는 몸이 아프다면서 자신도 오카쓰와 같은 곳에서 흑백방에서 하는 이야기를 듣겠다고 한다. 이건 앞으로 일을 나타내는 것이기도 할까. 오쿠라 님은 향가게 비센야에서 모시는 신이다. 하지만 지금은 비센야가 없다. 오치카 앞에 나타나 오쿠라 님 이야기를 한 오우메는 실제 있는 사람인지 오치카와 도미지로 그리고 간이치가 찾으려 한다. 오우메를 본 건 오치카뿐이었다. 집안을 지켜준다고 해서 그게 좋은 것만은 아닐지도 모르겠다. 오쿠라 님은 심술을 부린 신일지도. 처음 오쿠라 님이 된 사람은 비센야 주인이 거둬준 오갈 데 없는 여자였다. 그 여자는 비센야 예쁜 딸과 비교 당하고 마음이 좋지 않았다. 사람은 얼굴이 다가 아닌데. 그 뒤로 오쿠라 님은 비센야 딸이 물려받아야 했다. 이건 저주에 가까운 게 아닌가. 일본에는 이런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있다.

 

 오치카는 곳간에 갇힌 오쿠라 님이나 언니가 오쿠라 님이 되고 나이를 먹지 않기로 한 오우메와 다르게 살겠다고 한다. 오우메가 오치카를 만나러 와서 그렇게 생각하게 됐을지도. 사람은 마음 아프고 괴로운 일이 있어도 언제까지고 거기에 붙잡히지 않고 앞으로 나아가야겠지. 자신을 가두지 않고. 오쿠라 님이나 오우메는 자신이 자신을 가둔 것이기도 했다. 오치카는 흑백방을 나갈지도. 그렇다고 흑백방이 사라지는 건 아니다. 이야기하고 싶은 사람은 여전히 있으니.



희선




☆―

 사람은 이야기한다. 이야기할 수 있다.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즐거운 일도. 옳은 일도 잘못도. 이야기하고 다른 사람한테 들려준 일은, 한사람 한사람의 덧없는 목숨을 넘어 이 세상에 남는다.  (<오쿠라 님>에서, 636쪽~63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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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괴담 즐기기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j***6 | 2018.05.24 리뷰제목
기본적으로 괴담 같은 걸 즐기지 않는 나라고 여겼는데, 의외로 많이 접하게 되고 말았다. 이 작가의 영향이 크다. 재미있는 추리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그녀의 작품을 계속 읽다 보니 이 시리즈를 다 보게 되었고 이제는 괴담이라는 것을 기다리는 정도로 발전한 셈이다. 이게 발전이라고 한다면. 이미 읽었음에도 에도 시리즈의 개별 특징을 다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대로 나는 좋
리뷰제목

기본적으로 괴담 같은 걸 즐기지 않는 나라고 여겼는데, 의외로 많이 접하게 되고 말았다. 이 작가의 영향이 크다. 재미있는 추리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그녀의 작품을 계속 읽다 보니 이 시리즈를 다 보게 되었고 이제는 괴담이라는 것을 기다리는 정도로 발전한 셈이다. 이게 발전이라고 한다면. 


이미 읽었음에도 에도 시리즈의 개별 특징을 다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대로 나는 좋다. 내 기억에 없어서 새로 읽는 책에 나오는 인물이 낯설어도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여기에는 작가의 친절한 설명도 한몫 한다. 작가가 매번 같은 설명을 되풀이하거나 요약해 말해 주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작가가 한 건지 우리나라 번역가가 한 건지 잘 모르지만) 그래서 읽다가 앞 사건을 몰라서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는 경우는 없었다. 


이 책에 나오는 오치카도 앞선 책에 나왔던 인물이다. 그러나 나는 다 잊었다. 마치 이 책에서 처음 만난 것처럼 읽었다. 흑백의 방? 가물가물. 그래도 괜찮았다. 이대로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으니까. 괴담을 들어 주는 아가씨? 그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내게는 전달자보다 귀신들이 더 인상 깊게 남았던가 보다. 


딸의 말로는 일본에는 괴담만 올려서 나누는 사이트도 있다고 한다. 일본인들과 괴담이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귀신의 개념과는 좀 차이가 난다. 귀신이라는 게 살아서 얻은 한을 풀지 못해 이승을 떠나지 못한 혼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은 비슷하겠는데 우리가 귀신을 두려워하면서 멀리하려는 것에 비해 일본 사람들은 좀 가깝게 때로는 친숙하게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일본에 있는 수많은 신사들이나 신사참배 같은 풍습이 우리에게는 퍽 낯선 것마냥.   


게다가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괴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니. 종교적인 고해성사도 아니고 정신과 상담도 아니고 무속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과도 또다른 형식. 작가의 괴담 시리즈 연작을 위한 소설 장치로서는 절묘하다고 할 수 있겠다. 상황은 달라도 천일야화를 떠올릴 만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괴담을 들려줄 예정인지 모르겠으니까. 독자인 나로서는 더없이 고마운 설정이기도 하고.   


사람은 말을 하기도 해야 하고, 들어주기도 해야 한다. 어떤 말은 하지 못해 병이 생기기도 하니 당연히 해야 할 것이나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혼잣말을 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것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이 또한 한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복잡한 세상일수록 들어주는 사람의 몫이 더 중요해질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도 예사롭지 않아 듣기만 하는 데에도 힘이 빠진다고 하니 어쩌면 삶의 무게가 순간순간 음으로 양으로 작용해서 일어나는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가벼운 시간, 가벼운 순간, 가벼운 생애, 가벼운 목숨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이니까.  


반갑게 맞아 재미있게 읽었다. 연달아 나올 것이라고 하니 기다려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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