흑백
공유하기

흑백

미시마야 변조괴담 1

리뷰 총점 8.9 (49건)
분야
소설 > 일본소설
파일정보
EPUB(DRM) 56.40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저사양 기기 사용 불가) PC(Mac)
이용안내
TTS 가능?

이 도서의 시리즈 내서재에 모두 추가

흑백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흑백
외딴집(하)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외딴집(하)
외딴집(상)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외딴집(상)
영혼 통행증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영혼 통행증
안주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안주
아기를 부르는 그림
미야베 미유키 저/이규원 역
아기를 부르는 그림
삼귀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삼귀
맏물 이야기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맏물 이야기
기타기타 사건부
미야베 미유키 저/이규원 역
기타기타 사건부
금빛 눈의 고양이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금빛 눈의 고양이
그림자 밟기
미야베 미유키 저/김소연 역
그림자 밟기
괴수전
미야베 미유키 저/이규원 역
괴수전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30건) 회원리뷰 이동

종이책 [서평]흑백 -미야베 미유키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b***8 | 2019.02.25 리뷰제목
넓은 세상에는 온갖 불행이 있다. 갖가지 종류의 죄와 벌이 있다. 각각의 속죄가 있다. 어둠을  껴안고 있는 사람은 오치카 혼자가 아님을, 뻔한 설교를 통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체험담을 들려줌으로써, 오치카가 뼈저리게 깨닫도록 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237-8p)괴이 - 흑백 - 안주로 이어지는 삼부작 시리즈. 에도시리즈중에서도 이렇게 세권은 묶어서 그렇게 부른다는 소리를
리뷰제목

넓은 세상에는 온갖 불행이 있다. 갖가지 종류의 죄와 벌이 있다. 각각의 속죄가 있다. 어둠을  껴안고 있는 사람은 오치카 혼자가 아님을, 뻔한 설교를 통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체험담을 들려줌으로써, 오치카가 뼈저리게 깨닫도록 하려는 의도였을 것이다. (237-8p)


괴이 - 흑백 - 안주로 이어지는 삼부작 시리즈. 에도시리즈중에서도 이렇게 세권은 묶어서 그렇게 부른다는 소리를 들은 적이 있는 것 같다. [괴이]가 단편으로 이루어진 귀신이야기들이라면 이 책은 한 주인공을 대상으로 주욱 한호흡으로 이끌어간다. 기이한 이야기에서 나왔던 것처럼 이번 이야기에도 기이한 이야기들을 들어주는 사람이 등장하고 그녀를 찾아오는 사람들이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는 것은 비슷하다. 주이공이 마지막에 현실이 아닌 세계에서 죽은 사람들을 만나는 장면도 [미인]에서 보았던 장면과 비슷한 면이 있기는 하다. 


에도시리즈의 귀신이 나오는 장면들이 그러하듯이 그들은 무섭다기 보다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고 안 되었다하는 마음이 먼저 든다. 귀신을 하나의 신적인 존재로 본다기보다는 우리와 같은 사람의 존재로 여긴다는 점도 비슷하다. 그렇게 본다면 이 시리즈 전체가 다 비슷하다고 볼 수도 있겠으나 주인공이 다르고 이야기가 다르니 그 각 권마다 특징을 배제할수는 없다.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는 주인부부가 운영을 한다. 자식은 없고 그렇게 크지고 작지도 않은 어느정도 중간 급 정도 되는 업체이다. 그런 그들에게 어느날 조카딸이 온다. 그녀는 자신의 집을 떠나서 이곳에 머무르게 되는데 아이가 없는 부부는 조카를 맞아서 자신의 딸처럼 보살펴주기도 하지만 그녀는 아무것에도 관심이 없는 듯 보이고 오히려 하녀처럼 집에서 부리는 사람들처럼 일을 하겠다고 나선다. 그녀의 집에서는 대체 무슨 일이 이었던 것일까. 


주인 부부가 외출을 한 어느날 집에는 손님이 오고 그녀가 삼촌 내외를 대신해서 손님을 맞이한다. 그날 그녀에게는 전혀 상상치 못한 일이 일어나게 된다. 삼촌을 찾아온 손님은 단지 바둑을 두러 온 것이었지만 마당에 피어있는 꽃을 보고 불현듯 옛날 생각이 났고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고 싶어졌다. 그 상대로 선택이 된 것은 주인 내외의 조카 오치카. 


남앞에 나서기도 싫어했던 그녀는 무슨 생각인지 그 모든 이야기를 듣기에 이른다. 자신이 숨기고 있었던 모든 과거 이야기를 털어 놓은 손님은 들어주어서 고맙다고 돌아가지만 그 이후 숨을 거둔다. 그 날 이후 그녀는 '흑백의 방'이라 불리는 그곳에서 이상한 이야기들을 들려주는 손님을 만나게 된다. 삼촌은 왜 일부러 이런 이야기들을 할 사람을 모은 것이며 그녀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들은 어떤 이야기들일까. 


사람들의 이야기를 들어준 그녀는 어느날 자신에게 친절히 해주는 하녀 오시마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 놓게 된다. 자신이 이곳까지 도망쳐 오게 된 이유. 자신의 눈앞에서 약혼자가 죽고 또 그 사건을 저지렀던 사람 마저도 자살을 하고 난 뒤 모든 것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느낌을 받은 그녀. 모든 것이 자신의 탓이라고 생각했을까 그녀는 더이상 그곳에 있을수가 없었고 도망치다 싶이 이곳으로 와서 숨었던 것이다. 


누구에게도 털어 놓을 수 없는 이야기를 털어 놓고 나니 마음이 조금은 가벼워졌을까. 그녀는 더욱 삶을 살아가야 할 희망을 얻게 된다. 그런 그녀에게 도착한 오빠. 그들은 오랜만에 만나서 서로간에 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면서 서로를 걱정하기에 이른다. 과연 오빠가 가져온 소식은 어떤 것일가. 


에도시리즈에서는 귀신과 사람의 경계가 분명하게 나타나지는 않는다. 사람이긴 하지만 어느때는 귀신이 씌여서 자신이 아닌듯 행동을 하기도 하고 분명 살아있는 사람이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해결해주는 인물이 나타나기도 한다. 가미카쿠시처럼 사람이 갑자기 없어지는 것을 귀신의 존재로 여기기도 하고 이에나리라고 해서 집이 흔들리는 것을 귀신을이 흔들고 있다는 표현으로 쓰기도 하다. 


귀신은 실제로 있는 것일까. 영혼이라는 것은 실제로 존재하는 것일가. 귀신은 무조건 악한 영들일까 아니면 그들 중에도 좋은, 착한 영이라는 것이 있는 것일까. 그들은 모두 죽은 사람들이 영혼이 되어서 있는 것일까 아니면 그들과는 전혀 다른 존재들일까. 사람들이 들어주고 믿어줌으로 인해서 힘을 얻고 존재한다는 귀신의 존재들. 에도시리즈를 통해서 그들의 존재를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된다.

11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1 댓글 6
종이책 미야베 미유키의 흑백(미시마야 변조괴담 #1) 평점10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이달의 사락 k*****k | 2025.01.05 리뷰제목
이헤에는 원래 가와사키에 있는 여관집 셋째 아들이다. 큰형이 가업을 물려받자 이헤에는 에도로 와서 주머니를 파는 봇찜장수가 된다. 바느질 솜씨도 좋고 대중의 선호도도 잘 파악하는 머리로 결국 스지카이바시 다리 앞 간다 미시마초 한쪽 구석에 마을 이름을 딴 미시마야란 이름을 걸고 주머니 가게를 세웠다. 장사가 잘 되 가게를 키우고 작은 정원이 내다보이는 빈방은 주인인 이
리뷰제목
이헤에는 원래 가와사키에 있는 여관집 셋째 아들이다. 큰형이 가업을 물려받자 이헤에는 에도로 와서 주머니를 파는 봇찜장수가 된다. 바느질 솜씨도 좋고 대중의 선호도도 잘 파악하는 머리로 결국 스지카이바시 다리 앞 간다 미시마초 한쪽 구석에 마을 이름을 딴 미시마야란 이름을 걸고 주머니 가게를 세웠다. 장사가 잘 되 가게를 키우고 작은 정원이 내다보이는 빈방은 주인인 이헤에가 도락을 즐기는 장소가 되었다.

 그에게는 첫째 형의 딸인 오치카가 있는데 예절 견습이라는 이름으로 이 집에 맡겨진다. 하지만 그녀에게는 자신의 집에 머물 수 없는 어두운 그림자가 있고 그녀는 사람을 무서워하며 오직 하녀 오시마 옆에서 일만 하려고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이헤에와 약속을 잡은 손님이 오게 되지만 갑자기 생긴 주문해 주인은 손님맞이를 오치카에게 맡긴다.


5 가지의 괴담이 나온다. 

첫째 이야기 만주사화에서는 창호상 도키치가 만주사화에 얽힌, 마음에 맺힌 이야기를 한다. 더없이 너그럽고 인내심이 강한 형이 있었지만 스승의 딸을 모욕한 목수를 처참하게 쳐 죽여 살인했고 그 길로 유배를 갔다. 그는 살인자형을 두었기 때문에 견습일로 들어간 가게마다 쫓겨났고 결국 형이 없다고 생각하고 가게에 들어가게 된다. 벌을 다 받고 나온 형이지만 그와의 인연이 얘기되면 또 쫓겨나게 되기 때문에 그가 죽기를 간청했다는 그는....

둘째 이야기 흉가.
아름다운 얼굴에 오타카라는 처자가 찾아와 오치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한다. 

자물쇠공 다쓰지로는 어느 날 주인이 상인인지 무사인지 모를 큰 저택을 친하게 된다. 마당 가운데 기모노가 햇빛에 널려 있는 것을 보고 혹시 자물쇠가 필요하지 않을까 해서 물어본 그에게 이 집의 관리하는 인물인지 모를 사람이 그에게  자물쇠를 고쳐달라고 말하는데 그의 스승인 세이로쿠를 찾아가 열쇠를 맡긴다. 세이로크는 자물쇠에 물려 손이 붓게 되고 다쓰지로는 저택 관리인으로부터 백 냥에 관한 거래를 듣게 된다.

세번째 이야기 사련.
오치카는 괴로운 이야기를 들으면서 자신의 감추어든 이야기를 하녀 오시마에게 하게 된다. 자신의 집인 여관 마루젠에 오게 된 마스타로라는 아이와 똑같은 여관 집안의 아들 요시스케와의 인연을.

네 번째 이야기 마경.
오후쿠라는 인물이 이야기 손님으로 오게 되고, 침선 공방이었던 자신의 친정 이시쿠라 야의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언니인 오사이는 어릴 적부터 몸이 약했고 그래서 따뜻한 남쪽 지방으로 거의 양녀같이 요양을 가게 된다. 커서 에도로 돌아오게 된 오사이는 자신의 오빠인 이치타로와 사랑에 빠져버리고 결국 이 집안은 난리가 나고 만다. 모든 것이 다 수습된 뒤에 이치타로는 오후쿠에게 오사이의 거울을 맡기고...

다섯 번째 이에나리.
이에나리는 일본 각지에 전승되는 괴이 현상 중 하나로 집이나 가구가 이유도 없이 흔들리는 현상을 말한다. 귀신이나 요괴가 집을 흔들어 일으킨다고도 한다.

흉가에서 겨우 살아나온 오타카를 돌보고 있는 세이타로는 오치카를 부르러 오게 되고 에도에 오게 된 그의 오빠 기이치와 함께 가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아직도 마음이 흉가에 머물고 있는 코타카와 함께 흉가로 끌려가게 되는데..

왜 여러분이 저를 도와주시는 거지요?
- 아가씨가 들어주셨기 때문입니다. 우리 가슴속의 아픔을, 살아 있을 때 저지른 어리석은 잘못에 대한 후회를. 듣고 알아주셨지요? 아가씨의 마음속에서 눈물을 흘려주셨겠지요. 그런 참혹한 일은 남의 일이다 불길하다. 어리석고 시시하다며 외면하지 않고 자기 일처럼 슬퍼해 주셨습니다. ..395~396


그리고, 간다 미시마초의 미시마야라는 주머니 가게에서 괴담을 들어준다는 이야기가 퍼졌다. 

《흑백》, 이 작품은 미아베 미유키가 새로 시작한 시리즈 이며 라이프워크 ( 필생의 사업) 으로 세운 첫 작품이다. 홀수권에서는 매서운 맛을 짝수건에서는 귀여운 맛을 느낄 수 있도록 장가가 조절했다고 한다.

난 시리즈에 4탄 《 삼귀》과 7탄《 영혼통행증》을 읽었는데, 왜 미시마야에서 괴담 이야기가 시작되었는지와 맨 처음에 들었던 오치카의 사연을 몰랐다. 이제 1탄을  읽고 나니 그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인간의 질투, 오만, 물욕, 이기심 등으로 벌어진 이야기들은 관련된 인물의 죄책감과 미련으로 마음에 남아 괴담이 되고 정신을 뺏어간다. 이 이야기는 매우 섬세하여 죄책감에도 자신을 위한 죄책감인지 상대를 위한 죄책감인지를 구분할 정도이다. 

원제는 오소로시おそろし. 무서움. 이지만 번역제목이 훨씬 더 마음에 든다. 극 중 인물의 말을 통해 흑과백으로 세상사는 나눠질 수 없으며 관점에 따라 색깔도 바뀌며 그 틈새의 색깔도 존재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그리고 나의 생각인데 이 흑백의 방에서는 이승과 저승을 흑과 백으로 하여, 이 구분 없이 머물고 있는 사람의 생각과 마음이 이승과 저승을 오가고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사랑과 미움, 선의와 악의 이 모든 것은 사람의 마음이 있다. 죽었다고 해서 그 모든 것들이 끝나지는 않으며, 이 방에서 솔직한 이야기를 하고 이에 대한 마음에서부터 오는 공감을 통해 치유를 하게 되는 것이다.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8 댓글 0
종이책 듣고, 말하다. 평점8점 | u******o | 2012.03.15 리뷰제목
이를테면 텍스트와 서브텍스트의 맞물림. 그거다. 미스터리나 이런 괴담이 갖는 강력한 헤게모니는 현실에서 느끼는 두려운 마음을 일종의 (설명하기 힘든) 형태로 만들어준다는 것에 있다고 여기고 싶다. 뭔가를 맞닥뜨리고 인식하고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단숨에 퓽, 하고 쏟아내는 거다. 어떤 생각들을 전부 마음에 넣어 뚜껑을 닫아버리면 그만이지, 하고 쉬이 치부할 수 없다. 뭔
리뷰제목





이를테면 텍스트와 서브텍스트의 맞물림. 그거다. 미스터리나 이런 괴담이 갖는 강력한 헤게모니는 현실에서 느끼는 두려운 마음을 일종의 (설명하기 힘든) 형태로 만들어준다는 것에 있다고 여기고 싶다. 뭔가를 맞닥뜨리고 인식하고 재생산하는 것이 아니라 단숨에 퓽, 하고 쏟아내는 거다. 어떤 생각들을 전부 마음에 넣어 뚜껑을 닫아버리면 그만이지, 하고 쉬이 치부할 수 없다. 뭔가를 말한다는 것은 짐을 내려놓는다는 뜻도 될 수 있으며, 타자에게 마음을 내비침으로써 그 두려움이 내 것만이 아니라는 것을 재확인할 수도 있는 까닭이다. 마지막 이야기「이에나리(家鳴り)」에서 저택을 지키는 관리인 ― 왠지 웃을 수만은 없는 ‘끝판 왕’ 같은 느낌인 걸 ― 이 저세상과 이 세상을 잇는 길목에서 손님을 맞이한다는 것을 이『흑백』의 무대인 미시마야(三島屋)라는 주머니 가게에 빗대어 말한 것은 어찌된 일일까. 아마도 사람들의 마음을 그러모을 수 있는 주머니에 주인공 오치카(おちか)를 대입하려는 뜻이겠지. 그녀의 오빠 기이치(喜一)가「불행한 일을 겪은 사람이 나 뿐만은 아니라고 생각함으로써, 조금은 구원받았다는 거냐?」라고 묻는 대목은 숙부 이헤에(伊兵衛)가 ‘흑백의 방’을 그녀의 물리치료실로 사용한다는 뜻도 되리라. 사실 이런 전개는 다소 무리가 있지 않을까, 하고 잠깐 생각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그런 사소하고 계산적인 게 아니라며 이렇게 말한다.「나는 다른 사람의 불행한 이야기를 들음으로써 내가 뭘 무서워하는지 알아 가고 있는 거야.」살아 있었을 때 저지른 어리석은 잘못에 대한 후회를 듣는다 ― 이거 원 장화홍련이 따로 없다고도 할 수 있지만 실은『흑백』은 모노노케(物の怪) 이상의 것을 선사한다.



이탈리아의 소도시 팔치아노 델 마시코(Falciano del Massico)에선 죽음이 불법이라고 한다. 죽는 걸 금지한 조례. 그간 묘지를 할애해 주던 옆 도시에서 더 이상 그렇게 못 한다고 선언하자 시장이 주민들에게 죽지 말라고 법으로 정해버린 것인데, 그가 새 묘지를 세울 때까지 시민들에게 죽지 말라고 명령했단다. 세 번째 이야기「사련(邪恋)」과 네 번째 이야기「마경(魔鏡)」에 등장하는 마쓰타로(松太郎), 오사이(お彩), 이치타로(市太郎) 등은 이래서야 이탈리아에서 태어나지 않은 걸 감사해야하는 것일까……. 그러나 어쨌든 귀신에게 생명을 주는 것은 산 사람이다. 이건 틀림없다. 나와는 ‘다른’ 마음들을 듣는 것. 아니 들어주는 것. 귀신의 처지라면 산 사람들로부터 잊히는 것이 가장 슬픈 일이 아닐는지. 그저 잠시만 이야기를 들어주기만 한다면, 마음 한켠만 내어주었으면 하는 거다. 노에시스(noesis)와 노에마(noema). 이것들은 어쩐지 친숙하지 않은 상황에 마주할 때만 그 효력이 있는 것 같다. 양명학의 창시자 왕수인(王守仁)은「마음 바깥에 사물은 없다[心外無物]」고 설파했다. 어느 날 제자가 꽃을 가리키며, 세상에는 마음 바깥에 사물이 없는데 이 꽃은 깊은 산에서 저절로 피어나 저절로 지니 그것이 내 마음과 무슨 상관이 있느냐고 묻자 선생이 말했다.「그대가 이 꽃을 보기 전에 이 꽃은 그대의 마음과 함께 고요한 상태에 있었지만, 그대가 와서 이 꽃을 보는 순간 이 꽃의 모습은 일시에 분명해진 것이네. 이로부터 이 꽃이 그대의 마음 바깥에 있지 않다는 것을 알 수 있네.」음, 그러니까, 만약 꽃을 보지 않았다면 꽃에 대한 사변도 불가능하지 않겠냐는 말일 것이다.



타자의 이야기를 듣고 나의 이야기를 한다는 것은 얼마나 거창하고 대단한 일인가(이렇게 적고 보니 작가의 다른 작품『화차』가 생각난다. 단지 말하고 듣는 행위가 질펀한 어둠으로 끝났으니 말이다). 이런 의미에서 스피노자의 ‘기쁨의 윤리학’은 씁쓸하게만 느껴진다. ‘듣는다’와 ‘말한다’, 이것으로 나는『흑백』은 이미 정의되었다고 본다.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0
종이책 인간을 긍정하는 작가의 커다란 힘을 느끼게 된다. 평점10점 | b***i | 2012.04.21 리뷰제목
늘 드는 생각이지만, 미미 작가는 참 반듯하고, 선량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혹은 작풍이 혹은 글에서 엿보이는 가치관이 그러하다. 이런 섣부른 단정을 내리는 근거는 작가가 표현하는 인물상을 통해서이다. 물론 작가가 표현하는 인물 군상에는 추악하고, 찌들은 인간들이 등장한다. 살인을 저지르고, 욕심을 부리고, 아랫사람을 무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그 모든 인물들
리뷰제목

  늘 드는 생각이지만, 미미 작가는 참 반듯하고, 선량한 사람이란 생각이 든다. 혹은 작풍이 혹은 글에서 엿보이는 가치관이 그러하다. 이런 섣부른 단정을 내리는 근거는 작가가 표현하는 인물상을 통해서이다. 물론 작가가 표현하는 인물 군상에는 추악하고, 찌들은 인간들이 등장한다. 살인을 저지르고, 욕심을 부리고, 아랫사람을 무시하기도 한다. 그럼에도 저자는 그 모든 인물들을 품어낸다. 그리고 그들의 지난한 삶속의 미미한 온기를 크게 불씨를 키워내듯 불로 키워내선 독자에게 그 온기를 나누어 주는 듯 하다. 그럼에도 인간을 사랑하고, 긍정하자는 메시지를 풀어내는 듯한 작가의 작품을 보면서 이번처럼 눈물을 펑펑 흘리기도 처음이었던 듯 하다.

  사회파 미스터리 작가이면서 시대물도 잘쓰는 작가는 이 작품에서 약간 '폭풍의 언덕'을 모티브로 한듯한 구조를 선보인다. 각각의 에피소드들은 괴담의 형식을 띄고 있지만, 전체 작품의 화자가 되는 이의 숨은 사연은 그런 골격으로 짜여져 있다. 물론 참담한 대접을 받다, 번쩍번쩍 성공해서 등장하는 히드클리프의 모습은 없고, 자살로 생을 마감하여 혼령으로 떠도는 무시무시한 이가 등장해 주인공을 슬프고, 비참하고, 넋이 나가버리게 만들어 버리지만, 그의 절절한 사랑이 완곡하게 잘 녹아들어있어 베게가 젖도록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주인공은 자책한다. 자신으로 인해서 2명의 목숨이 사라졌다고..... 그 끔찍한 상황의 목격자가 되어서 목숨을 구걸했던 일을 두고두고 후회한다. 사람들을 만나고 대면하는 것이 두려워 친척집에 은거하며 하녀생활을 자처하면 자신을 알게모르게 징벌하는 삶을 살아가려 작정하고, 침울한 삶을 이어가려는 것이다. 하지만, 결국 그녀의 숨은 사연은 표면으로 드러나게 되고,스스로 외면하고자 했던 사건을 곰곰 생각하고, 후회하면서도 결국 우유부단한 호의와 애정이 얼마나 몹쓸 결과를 초래하는가 깨달으면서 자신이 잃어버린 이를 회상하게 된다.

  살인사건과 무시무시한 귀신이 등장하면서도, 묘한 온기가 있는 작품이었다. 어정쩡한 친절의 참담함을 반성하면서도 가족처럼 친애한던 이의 부재와 상실로 힘들어하는 주인공은 시뻘겋게 벌어진 상처를 벌려 썩은 고름을 짜내고 선홍빛 피가 배어 나오도록 독기를 빼내 마침내는 혼령과도 교감하고, 용서와 화해를 이루게 된다.

  가족과도 서먹서먹해지고, 자신의 삶에 대한 열의까지 잃었던 이가 마침내 스스로의 힘으로 일어서서 과거의 앙금을 털어내는 전체 스토리와 개별적인 괴담의 조화가 잘 이루어진 수작이었다. 더더욱 작가를 존경하게 된듯하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0
종이책 어쩔 수 없었어도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j***6 | 2016.03.12 리뷰제목
가끔 이 작가의 글을 읽고 싶어지는 때가 생겼다. 가벼운 중독처럼, 이끌림이다. 배경과 소재는 좀 무서운 느낌도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라는 갈래의 특성을 고려할 때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재미있다. 귀신이든 저승이든 소설 안에서는 가능해야 하지 않겠는가. 요즘 책이 아니고 몇 년 전에 나온 책이므로 나에게만 새로운 것일 수도 있겠다. 늦게 이 작가를 알게 된 셈이다 보
리뷰제목

가끔 이 작가의 글을 읽고 싶어지는 때가 생겼다. 가벼운 중독처럼, 이끌림이다. 배경과 소재는 좀 무서운 느낌도 있기는 하지만 이야기라는 갈래의 특성을 고려할 때 충분히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재미있다. 귀신이든 저승이든 소설 안에서는 가능해야 하지 않겠는가.

 

요즘 책이 아니고 몇 년 전에 나온 책이므로 나에게만 새로운 것일 수도 있겠다. 늦게 이 작가를 알게 된 셈이다 보니 우리나라에서 출간한 순서대로 읽는 게 아니고 내게 오는 대로 읽는 것이어서 작가가 펴낸 시점과는 뒤죽박죽이다. 그래도 괜찮다. 내 기억력은 늘 얕아서 이어지는 소설 속 배경의 앞뒤를 지켜주지 못하는데 굳이 연결시켜 읽지 않아도 읽는 맛에는 영향을 주지 않는다. 사건 하나하나에만 집중해서 읽어도 문제가 없다는 뜻이다.

 

읽을 때마다 생각하게 되는 바이지만, 이 작가가 글 속에 품어 놓고 있는 주제는 색다르면서도 뜨끔거리는 데가 있다. 대수롭지 않게 넘겨버리곤 하는 내 마음 속 허물이나 허위를 조곤조곤 끄집어 내어 살짝 아프게 한다. 크게가 아니라 살짝, 건드리는 것 같은데 따끔할 정도로. 의도적으로 넘겨 버렸던 과거의 숨기고 싶었던 기억, 특히 다른 사람을 아프게 했던 것 같은 잘못을 저지른 일. 그랬던가 아니었던가 확실하지는 않으나 그래도 뭔가 죄의식을 살풋 남기고 말았던 것처럼 여겨지는 어떤 잘못의 기억들을 끄집어 내어 반성하게 한다. 모른 척 하지 말라고, 아닌 척 하면서 영 잊어버리고 살지는 말라고.

 

그래서 내가 이 작가의 글을 종종 찾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내가 나를 영 못된 사람으로 내버려두고 싶지는 않다고나 해야 할지. 지금도 그런 비슷한 잘못을 은연 중에 혹은 알면서도 저지르지는 않는지 경계해야겠다는 생각에. 쉽게 읽히는 문장 사이사이로 내 안에 숨겨져 있던 그릇된 언사가 부서져 나간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조심해야 할 일이기도 하고.

 

일본인들이 즐긴다는 괴담, 우리네 정서와는 맞는 것도 있고 동떨어진 것도 있지만 인간 본성의 착한 면을 지키려고 하는 쪽은 마찬가지인 모양이다. 이 책과 이어져 있는 '안주'도 나를 기다리고 있다. 즐거운 시간이다.   

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 댓글 4

한줄평 (19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8.9점 8.9 / 1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