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본적으로 괴담 같은 걸 즐기지 않는 나라고 여겼는데, 의외로 많이 접하게 되고 말았다. 이 작가의 영향이 크다. 재미있는 추리 이야기로 시작했다가 그녀의 작품을 계속 읽다 보니 이 시리즈를 다 보게 되었고 이제는 괴담이라는 것을 기다리는 정도로 발전한 셈이다. 이게 발전이라고 한다면. 이미 읽었음에도 에도 시리즈의 개별 특징을 다 기억하지 못하고 있다. 그것대로 나는 좋다. 내 기억에 없어서 새로 읽는 책에 나오는 인물이 낯설어도 이야기의 흐름을 파악하는 데는 아무런 어려움이 없다. 여기에는 작가의 친절한 설명도 한몫 한다. 작가가 매번 같은 설명을 되풀이하거나 요약해 말해 주는 면이 있기 때문이다.(작가가 한 건지 우리나라 번역가가 한 건지 잘 모르지만) 그래서 읽다가 앞 사건을 몰라서 이야기의 흐름을 놓치는 경우는 없었다. 이 책에 나오는 오치카도 앞선 책에 나왔던 인물이다. 그러나 나는 다 잊었다. 마치 이 책에서 처음 만난 것처럼 읽었다. 흑백의 방? 가물가물. 그래도 괜찮았다. 이대로도 아무런 거리낌이 없었으니까. 괴담을 들어 주는 아가씨? 그런 이야기를 읽은 적이 있었던 것 같다. 내게는 전달자보다 귀신들이 더 인상 깊게 남았던가 보다. 딸의 말로는 일본에는 괴담만 올려서 나누는 사이트도 있다고 한다. 일본인들과 괴담이라. 우리나라 사람들이 알고 있는 귀신의 개념과는 좀 차이가 난다. 귀신이라는 게 살아서 얻은 한을 풀지 못해 이승을 떠나지 못한 혼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은 비슷하겠는데 우리가 귀신을 두려워하면서 멀리하려는 것에 비해 일본 사람들은 좀 가깝게 때로는 친숙하게 느끼기도 하는 것 같다. 일본에 있는 수많은 신사들이나 신사참배 같은 풍습이 우리에게는 퍽 낯선 것마냥. 게다가 이 소설의 배경이 되는 괴담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라니. 종교적인 고해성사도 아니고 정신과 상담도 아니고 무속인에게 도움을 청하는 것과도 또다른 형식. 작가의 괴담 시리즈 연작을 위한 소설 장치로서는 절묘하다고 할 수 있겠다. 상황은 달라도 천일야화를 떠올릴 만하다. 앞으로 얼마나 더 많은 괴담을 들려줄 예정인지 모르겠으니까. 독자인 나로서는 더없이 고마운 설정이기도 하고. 사람은 말을 하기도 해야 하고, 들어주기도 해야 한다. 어떤 말은 하지 못해 병이 생기기도 하니 당연히 해야 할 것이나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면 혼잣말을 할 수밖에 없을 텐데 그것으로도 해결이 되지 않으면 이 또한 한이 될지도 모를 일이다. 복잡한 세상일수록 들어주는 사람의 몫이 더 중요해질 수 있는 것이다. 다른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는 것도 예사롭지 않아 듣기만 하는 데에도 힘이 빠진다고 하니 어쩌면 삶의 무게가 순간순간 음으로 양으로 작용해서 일어나는 현상일지도 모르겠다. 가벼운 시간, 가벼운 순간, 가벼운 생애, 가벼운 목숨은 세상 어디에도 없는 것이니까. 반갑게 맞아 재미있게 읽었다. 연달아 나올 것이라고 하니 기다려진다. |
미야베 미유키의 책은 점점 덜 찾게 되고있다. 점점 분량이 늘어나고 또 늘어진다는 느낌이 들어. [모방범]때만해도 길지만 정말 잘라낼데가 없었는데, [솔로몬의 위증]은... 그러게 스티븐 킹도 [스탠드]를 낼때 편집자가 많이 중간삭제를 해서 냈고 나중에 네임밸류에서 우뚝서게 되자 완전무삭제본을 낸 것을 보면, 작가의 힘과 편집자의 힘은 반비례로....음...
여하간, 미미여사의 시대물중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는 이게 처음이다. 원래 시리즈는 1권부터라는 강박적 성격인데, 이번엔 왜 시리즈4편을 잡아서, 앞 이야기중에 누가 범죄를 저질렀어? 4편까지 2번의 죽음중 이번에 한번이 있었으니 앞에 누가 죽은거야? 오치카가 슬픈 과거가 있어? 이러면서 읽고있다.
그런데, 1편엔 요즘 여유없는 마음의 반영이기도 하고 좀 지루한 부분도 없진 않아 좀 성질을 내며 읽었는데, 2편부터 이야기가 참 마음에 들고,
...무섭고 꺼림칙하고 슬픈 이야기여도 그것은 사람의 말로 전해진다. 거기에는 이야기하는 사람과, 이야기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의 생명의 온기가 담겨있다....p.511 (나 이 쉼표 사용때문에 이 번역자님 좋아질거 같으네)
3편에선 복수극에 엄청 몰입하여 읽었고 또 마지막에서 좀 마음이 슬퍼졌다. 이 이야기해준 무사가 참 마음에 들어서..
미시마야는 에도의 한 주머니 가게이다. 주인은 이헤에와 오타미 부부. 두 아들은 나중에 대를 잇기도 하기 위해 각각 다른 가게로 일배우러 보냈다. 2년전부터 슬픈 사연을 지니고 상경한 조카딸 오치카가 이 집에 들어와, 흑백의 방에서 이야기를 듣는다. 직업소개꾼 노인이 이야기를 할 사람을 물색하고, 듣는이는 오치카 한 사람.
... 사람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그것은 떄로 인생의 한 귀퉁이에 스며들어 떨어지지않는 무언가를 보여주는 일이나 마찬가지이니 아무래도 만은 사람들의 위에 들어가는 것은 곤란하다. 다만 한번쯤 입밖으로 내어 토해버리고 싶을 뿐이다. 무덤까지 그대로 가져가기는 괴로우니까, 그 무언가가 비석 밑에 다 들어가지않을까 불안하니까.....p.10
이번엔 4가지 이야기.
미망의 여관. 어린 소녀 오쓰기는 3명의 영주가 다스리는 곳에서 왔다. 실질적으로 소작농들을 관리하는 인물은 나누시. 그 마을은 밖으로는 절대 알리지않는 춘분전 등불축제를 열고있다. 하지만, 영주 한명의 어린딸이 죽게되고 그는 이 등불축제를 취소시킨다. 하지만, 이 축제는 풍년을 기원하며, 잠든 신을 꺠우는 의식. 나누시의 집에 묵게된 화가는 오쓰기를 데리고 마을을 다니며 그림을 그리고, 신이 잠든 곳에 가깝게 나누시의 아버지를 죽기전 모셨던 집까지 가게 된다. 그리고...
얼핏 스티븐 킹의 Pet cemetary가 생각났다. 너무나 사랑하는 존재를 잃고 죽음 저너머에서 불러오고자 하는 강한 염원. 하지만, 저승과 이승은 마치 제로썸게임일까? 죽은자가 돌아오면 살아있는 자가 생기를 잃는다.
식객 히다루가미. 정말 귀여운 작품이었다. 이야기를 해주는, 배달요리집 주인 후사고로의 인복은 그의 다정한 성격과 연관이 있었다. 장사도 잘되는 그 가게는 왜 여름엔 장사를 쉬는지...
..히다루가미..걸어가는 사람에게 들러붙는다는 신. 고개나 묘지 등을 걸을떄 갑자기 기운이 빠져나가는 기분이 든다. 이카이이가미라고도 한다.....p.256
절묘하게 고객을 유치하는 히다루가미때문에 읽다가 웃었다. 고개를 지나가다 털썩하자 히다루가미더러, "여기는 밥먹을데도 없는데 이러면 어떡하냐!"고 호통치는 부분부터, 팥으로 맛평가를 하는 부분까지.
너무 바쁘게 일을 하고 돈을 벌다가, 어쩔 수 없게 쉬는 부분에선 삶의 지혜까지도...
삼귀. 번주가 바뀌는 불명예를 얻은 번주의 에도가도인 세이자에몬이라는 상급 무사가 약속을 미루다 찾아온다. 가난한 번의 무사인지라 여러 고난. 그리고 영주부터 무너진 기강에 오히려 상류층의 법을 뛰어넘는 방종. 이에 희생당한 세이자에몬의 여동생. 복수와 벌로서 멀리 보내진 곳에서의 오니의 출몰 등. 정말 기가막힌 이야기였다.
오쿠라님. 향가게의 아름다운 세자매. 그중 가장 미모가 뛰어난 둘째언니에 대한, 어린 시절이후 나이를 잊어버린 노처자의 등장. 그리고 이 시리즈의 뒤를 이어갈 인물들의 등장과 함께 오치카가 스스로의 미래를 이 흑뱅의 방에만 틀어박히지않는 미래로의 비전을...
읽다보면 일본의 머리스타일, 급에 따른 무사의 복장, 기모노에서의 미혼처자나 간략, 정장 복장 등. 꽤 여러가지 용어가 언급되는데, 언제 출판사에서 별책부록으로 만들어주면 좋겠다. 아, 이미지를 넣으려면 저작권을 지불해야 하고, 일러스트로 그리려면 그것도 돈이겠구나... 여하간 구글로 찾아보며 머리에 그리다보니 읽는데 시간이 많이 들었다.
p.s: 1) 맨위 해설인데, 세 시대물 시리즈를 소개하는 좋은 글인지라 여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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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미야베 미유키 (宮部みゆき)
- 현대물: 경찰견 마사 (元警察犬 マサ) 시리즈,
시마자키 군 (島崎君) 시리즈,
스기무라 사부로 (杉村三?) 시리즈
드림 버스터 (ドリ?ムバスタ?) 시리즈
- 시대물 : 오하쓰 (お初) 시리즈,
미소년 = 얼간이(ぼんくら) 시리즈,
미시야마 변조괴담 (三島屋?調百物語) 시리즈
1989 パ-フェクト?ブル- 퍼펙트블루 : ( 더 못보기에 아쉬운 하스미 탐정사무소 사람들 + 개) :경찰견 마사 시리즈 #1
魔術はささやく 마술은 속삭인다 : (당신이라면 키워드를 속삭이시겠습니까? )
1990 我らが隣人の犯罪 우리 이웃의 범죄 : (데뷔작에서 간파했어, 당신의 싹수!)
東京殺人暮色 ===> 東京下町殺人暮色
レベル7 레벨7 :
1991 龍は眠る 용은 잠들다 : 재미와 감동, 둘을 잡은 작품
혼조 후카가와의 기이한 이야기 : 미미여사의 시대 단편극 )
返事はいらない 대답은 필요없어: (장편도 잘쓰고 단편도 잘쓰고 장르도 넘나들고...못하는게 뭔데?)
1992 今夜は眠れない 오늘밤엔 잠들수 없어 : (뒷이야기를 짐작할 수 없게 만드는, 미미여사표의 귀엽고 따뜻하고 감동적인 작품) : 시마자키군 시리즈 #1
かまいたち 말하는 검
スナ?ク狩り 스나크사냥:
火車 화차: (성공하지 그랬어...)
長い長い殺人 나는 지갑이다 : (당신은 당신의 지갑보다
정직한가요? )
震える岩 靈驗お初捕物控 흔들리는 바위 - 영헙한 오하쓰의 사건기록부 1 : 그림속 등돌린 한 인물에서 시작된, 미미여사의 따뜻한 시선) 오하쓰 시리즈1
淋しい狩人 쓸쓸한 사냥꾼: (패스 가능, 바트 (but)..)
1994 地下街の雨 지하도의 비 = 불문율 (미미여사의 대표적 특성들이 모두 부각된 단편선)
東京殺人暮色==> 東京下町殺人暮色==>刑事の子 형사의 아이
幻色江?ごよみ 신이없는 달 인류애가 사라질것 같을때 잡으세요
1995 夢にも思わない 꿈에도 생각할 수 없어 (애들이 컸구나....) 시마자키군 시리즈 #2
鳩笛草 구적초 = 비둘기피리꽃: ( 세명의 능력자 이야기)
初ものがたり 맏물이야기
1996 人質カノン 인질카논 : (작가가 독후감까지 다 써주시다니요)
蒲生邸事件 가모우 저택사건 :시간여행으로 돌아간 과거의 사건, 역사 속 인물에 대한 평가가 흐린 얼룩으로 남다 )
1997 心とろかすような マサの事件簿 명탐정 마사의 사건일지 = 마음을 녹일 것처럼 ([퍼펙트블루]의 아쉬움을 달래주려고 다시 왔다, 하스미 탐정사무소의 마사가) : 경찰견 마사 시리즈 #2
天狗風 靈驗お初捕物控2 미인 ( 조금 실망이예요.)오하쓰 시리즈2
1998 理由 이유: 이유가 있다
クロスファイア 크로스파이어 : (초능력으로 시작했지만 현대사회 전체를 이야기해야되는 작품)
2000 ぼんくら 얼간이: (사람들이 함께 사는 모습이 훈훈하고 흐뭇한, 미미여사의 에도시대 미스테리 연작) 얼간이 시리즈 #1
괴이 :(아홉편의 괴이한 에도시대 이야기 )
2001 模倣犯 모방범: (미미여사의
최대걸작)
R.P.G = 가상 가족놀이 뛰어난 부모라도 꼭 자식이 뛰어날 순 없겠지만...
2002 메롱 :(귀신을 본다는 것은..)
2003 ブレイブ?スト?リ? 브레이브스토리
誰か Somebody 누군가 : (말의 독기) :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 #1
ドリ?ムバスタ?2 드림 버스터 2
2004 ICO -霧の城- 이코 - 안개의 성
日暮らし 하루살이 (인간의 아름다움을 절절히 따뜻히 상기시켜주는 작품) 얼간이 시리즈 #2
2005 외딴집 ( 이 작품은 꼭 놓치지 마세요! )
2006 名もなき毒 이름없는 독 (이 세상에서 가장 무서운 것이 사람의 혀가 아닐까. )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 #2
ドリ?ムバスタ?3 드림 버스터 3
2007 ?園( 낙원 ([모방범]을 뒤이은 수작)
홀로남겨져 묘사의 강약이 느껴지는..손수건을 준비해야할지 몰라요
ドリ?ムバスタ?4 드림 버스터 4
2008 おそろし 三島屋?調百物語事始 흑백 미시야마
변조괴담 시리즈 #1
2010 小暮?眞館 고구레 사진관 :
あんじゅう 三島屋?調百物語事? 안주
2011 チヨ子 눈의 아이 무서운건 유령이 아니라 사람의 마음
ばんば憑き 그림자 밟기
おまえさん 진상 얼간이 시리즈 #3
2012 ソロモンの?? 솔로몬의 위증
(2014년 負の方程式 음의 방정식 포함 스기무라 사부로 등장 [솔로몬의 위증] 그 20년후, 스기무라 사부로도 등장)
あんじゅう 三島屋?調百物語 안주 미시야마 변조괴담 시리즈 #2
ペテロの葬列 십자가와 반지의 초상 애정하는 스기무라의 인생대격변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3)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 #3
櫻ほうさら 벚꽃, 다시 벚꽃 벚꽃이 나를 홀렸어~~~
2014 荒神 괴수전
2015 悲嘆の門
過ぎ去りし王?の城 사라진 왕국의 성
2016 希望莊 희망장 스기무라 사부로 시리즈 #4 다시 행복한, 스스로에게 충실한 탐정이 될거라 확신해! 탐정사무소 개업축하! (스기무라 사부로 #4)
三鬼 삼귀 三島屋?調百物語 미시야마 변조괴담 시리즈 #4
2018 あやかし草紙 三島屋?調百物語伍之? 미시야마 변조괴담 시리즈 #5
미야베 미유키 에도산책
나쁜책 |
데뷔 31년차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의 진면목을 담은 연작 시대 소설! 온갖 귀신들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에도의 미시마야에서 한 아가씨가 기이한 이야기를 모으고 있다. 그곳에 한 사람씩 자신이 겪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온다. 가슴속에 맺혀 있던 이야기를 털어놓은 사람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짐을 부려놓은 듯 모종의 평온을 얻는 것 같다. 그 평온의 온기가 이야기를 듣는 이의 마음에도 등불을 밝혀 준다. 이번에는 절품 도시락 가게 주인장에게 달라붙은 귀여운 귀신에 얽힌 이야기, 죽은 가족을 그리워하던 화가가 불러낸 기이한 귀신 이야기, 고립된 산간마을 사람들의 곁에서 그들의 일을 도와주던 산속 귀신에 관한 애절한 이야기, 대대로 향료가게를 보살펴 준 서글픈 귀신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미야베 미유키의 이야기는 언제나 따뜻한 감동을 전해준다. 전자책으로도 나왔으면 좋겠다. |
사람은 이야기를 하고 싶어 한다. 자신의 이야기를 그것은 때때로 인생의 한 귀퉁이에 스며들어 떨어지지 않는 무언가를 보여 주는 일이나 마찬가지이니 아무래도 많은 사람의 귀에 들어가는 건 곤란하다. 다만 한 번쯤 입 밖으로 내어 토해 버리고 싶을 뿐이다. 어려운 규칙은 없다. 듣고 잊어버리고, 말하고 잊어버리고, 그것뿐이다.
우리나라 독자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은 작가 중 한 사람인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 중 하나인 < 삼귀 > 는 책 두께부터가 어마어마하다. 귀신이나 유령같은 초자연의 존재들이 나오는 소재의 책들을 좋아해서 선택했는데, 사전 정보 없이 책을 구매했더니 연작이였다니...아뿔사!! < 삼귀 > 는 미야베 미유키의 에도 시리즈 중 흑백의 방 시리즈 네 번째 이야기라고 한다. 이 시리즈에는 < 흑백 >. < 안주 >, < 피리술사 > 가 있다고 한다.
< 삼귀 > 에는 미망의 여관, 식객, 히다루가미, 표제작인 삼귀, 오쿠라 님 이렇게 네 가지 에피소드가 수록되어 있는데, 하나 하나가 독립된 이야기라서 앞의 작품을 읽지 않아도 내용 이해가 되긴 하지만, 그래도 첫 번째 작품부터 읽었다면 더 좋았을 것 같다.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에는 흑백 방이라는 공간을 만들어두고 괴담을 듣는 아가씨가 있다. 주인집의 조카딸 오치카는 자신의 불행했던 과거를 잊기 위해 손님들을 초대해 그들의 괴담을 들으면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다. 괴담들을 그냥 단편으로 엮은 것이 아니라 오치카와 주변 인물들의 사연들을 엮어 괴담을 들려준다. 일본의 괴담 소설이나 만화들 대부분이 그러하듯 괴담은 귀신들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라 산 사람들에 대한 이야기이다. 그들의 삶과 죽음에 관한 이야기를 통해 마음의 위안을 받기도 하고 슬픔에 잠기게 되기도 한다. 공포스럽고 충격적이기보다 애틋하고 사람 냄새 묻어나는 따뜻한 이야기들이 많아서 나는 이런 괴담 소설의 매력에서 빠져나올 수 없는 것 같다. 게다가 필력 좋기로 유명한 미야베 미유키의 책이라 600페이지라는 어마어마한 양에도 불구하고 지루함을 느낄 새도 없이 읽다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을 덮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되었다. 일본의 에도 시대의 이야기지만 나라와 시대를 막론하고 사람 사는 건 다 비슷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끼게 되었다. 일본의 색다른 문화에 대해 할 수 있어서 흥미로웠는데, 기회가 된다면 전자책으로 다른 시리즈를 읽어보고 싶다. 두꺼운 책을 잡고 읽으려니 인간적으로 손목도 아프고 들고 다니려니 힘이 들어서 그녀의 다른 작품은 꼭 전자책으로 만나 보게 되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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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시마야는 에도 멋쟁이들의 인기를 한 몸에 받는 유명한 주머니 가게이다. 2년 전 초가을부터 주인 이헤에의 조카인 오치카라는 소녀가 같이 살기 시작했다. 이헤에의 명을 받고 '흑백의 방'이라 이름 붙인 객실에 초대된 이야기꾼을 불러 그 사람으로부터 신기한 이야기나 무서운 이야기를 듣는 일을 한다. 일명 '괴담 자리'이다. 미시마야의 방식은 특이하다. 말하는 이가 한명, 듣는 이도 한명이다. 이곳에서의 규칙은 단 하나 듣고 잊어버리고, 말하고 잊어버리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부담없이 자신이 겪은 이야기들을 할 수 있는 것이다. 이 책은 네 가지의 괴담 이야기를 다룬다. 절품 도시락 가게 주인장에게 달라붙은 귀여운 귀신에 얽힌 이야기, 죽은 가족을 그리워하던 화가를 둘러싼 기이한 이야기, 산속에 고립되어 살아가야 했던 사람들의 애절한 이야기, 마음의 나이가 열네 살에 멈춰 버린 노파에 관한 이야기 들이다. 신비롭고 아름다운 이야기들일 것 같지만 그렇지만도 않다. 에도 시대는 16세기~18세기 초반까지 호황을 누렸던 시대라고 한다. 무사계급들이 농,공, 상의 서민 계급을 지배하던 시절이라고 한다. 그래서 이 책은 그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하는게 더 맞을 것 같다.
제목과 책소개의 짧은 글을 보았을때는 어떤 이야기일지 무척이나 궁금했었다. 귀신이야기, 요괴 이야기등을 다룬다고 하니 말이다. 생각했던 것과는 달리 이야기들은 잔잔했고, 지겨우리만치 조용했다. 내가 일본의 문화와 그 시대의 역사적인 내용을 몰라서일까? 그다지 공감이 가지 않았다. 책이 가독성이 그리 좋지 않은것도 있다. 분량은 작으마치 650페이지에 달하는데 말이다. 일본의 전래동화를 나열해 놓은 것 같은 느낌도 든다. 일본 고전소설을 좋아하는 이들은 좋아할지 모르나 그렇지 않은 사람이라면 비추천한다. '화차'를 지은 작가이기도 해서 기대했지만 나에게는 큰 공감이 되지 않았던 책이었다. 에도 시대를 다룬 다른 책도 한번 도전 해봐야겠다. 마지막으로 이 책의 네 가지 괴담을 잠깐 소개하겠다.
1. 미망의 여관 [P 164~165] 죽은 사람을 도로 불러 오기 위해 산 사람이 한 명 희생된다......중략 "그림에 담긴 나의 바람과 초롱 축제를 대신할 만한 것을 만들자는 마을 화가들의 한결같은 열의가 더해져서 마침내 저세상으로 통하는 문이 열려 버린 거야. 그러니까 그림이 사라지면 전부 끝날 게다. 분명히 끝나겠지. 아마~~끝날 게야."
[P 215] "환상이었다면 어디에선가 불쑥 돌아올 거에요. 우리는 모두 언젠가 죽을 때까지는 어떻게 해도 살아가야만 하니까요."
2. 식객 히다루가미 [P 257] 히다루가미는 '아귀'라고도 부른다. 산길이나 들길에서 쓰러져 죽은 사람의 영혼이며 요괴이다. 이것에 씌면 갑자기 심한 공복을 느끼고 자리에서 움직일 수 없게 되고 만다.
3.삼귀 [P 381, 383] 호라가모리 마을은 정말 가난했다. 세이자에몬이 나름대로 각오했던 것보다 더 가난했다. (중략) 산촌 생활은 처음이다. 당연히 낯설고 적응하느라 힘들었지만 그런 와중에도 '이 마을의 모습은 이상하다'고 할 만한 점을 몇가지 발견했다. 우선 노인과 아이가 없다. 살기가 너무 힘들어서 아기나 어린아이는 키우지 않고 노인이 될 정도로 오래 살지 못한다는 뜻일까, 어쨌거나 아래로는 열한 살과 열세 살의 형제, 위로는 사십줄의 남자까지 있을 뿐 그보다 연상도 연하도 없다. 그 사람들이 모두 매일 살기 위해서 일을 하고 있다.
4.오쿠라님 [P 514] 상당히 나이가 많은 사람이다. 손님에 대한 예의를 빼고 말하자면 피골이 상접한 노파다. 등이 굽어 있는 데다 아래턱을 내미는 듯한 자세로 앉아 있다. 덕분에 기모노를 여민 부분이 목까지 너무 올라오고 목 뒷부분은 꼴사납게 깊이 내려가 있어, 목덜미에서 등 위쪽까지 다 보인다. 놀랍게도 머리를 시마다마게로 묶고 후리소데를 입고 있다. 두가지 모두 젊은 처녀의 차림새다. 기모노는 대담한 줄무늬이고 마를 쫓는 부적이라는 의미도 있는 귀여운'삼잎' 무늬가 있는 검은 공단 주야오비를 맞추어 입었다. 꽃비녀도 화려하고 아름답다. [P 516] 현세의 모습은 노파지만 마음은 젊은 처녀, 그런 꿈을 꾸고 있는 이야기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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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미여사 미야베 에도 시리즈를 열심히 꺠는 중인데 삼귀는 여러 도꺠비의 이야기가 많이 나와서 솔직히 우리나라 도깨비는 좀 착...한가...? 이런 장난치는 모습이 보이는데 여기는 진짜 같이 죽자 히히 이유는 없어 이런 모습이 많아서 조금 .... 무섭다... |
미야베 미유키의 삼귀. 미야베 미유키 월드 제2막 에도 시리즈. 그 에도 시리즈 중 또다른 이야기인 미시마야 변조괴담 시리즈. 주머니 가게 미시마야의 주인장인 이헤에의 조카딸인 오치카가 흑백의 방에 손님을 초대해 괴담 대회를 여는 이야기. 흑백, 안주, 피리술사에 이은 네번째 미시마야 시리즈. 괴담을 모은다는 주제와 주머니 가게라는 설정도 뭔가 재미있었고 삼귀도 재미있었지만 식객 히다루가미 이야기도 재미있었다. |
미야베 미유키를 좋아한다. 미야베 미유키의 대단한 점은 1987년 데뷔 후 33년 동안 한 번도 길게 텀을 두지 않고 꾸준히 작품을 발표했다는 점, 그리고 <화차>, <모방범>, <솔로몬의 위증> 같은 현대물도 잘 쓰지만 시대물도 잘 쓴다는 점이다. 흔히 미야베 미유키를 같은 미스터리 소설 작가인 히가시노 게이고와 비교하지만, 개인적으로는 미야베 미유키가 장르의 스펙트럼도 훨씬 넓고 작품 퀄리티의 편차도 크지 않아서 더 좋아한다. <삼귀>는 미야베 미유키가 2008년에 발표한 <흑백> 이후 현재까지 절찬리에 발표하고 있는 '미시마야 시리즈'의 네 번째 책이다(<흑백>, <안주>, <피리술사>, <삼귀>, <금빛 눈의 고양이> 순이다). 미시마야 시리즈는 원래는 여관집 딸인 오치카가 어떤 사정 때문에 에도에서 '미시마야'라는 이름의 주머니 가게를 운영하는 숙부의 집에서 지내면서 항간에 떠도는 괴담을 수집하는 이야기이다. 미야베 미유키 버전의 '항설백물어(항간에 떠도는 100가지 이야기)'라고 이해하면 쉽다. <삼귀>에는 도시락 가게 주인에게 들러붙은 귀신에 얽힌 이야기, 죽은 가족을 그리워하던 화가가 불러낸 기이한 귀신 이야기, 고립된 산간 마을에서 사람들을 도와주던 귀신에 얽힌 이야기, 향료 가게에 살면서 대대로 가족들을 보살핀 귀신 이야기 등이 나온다. 귀신이 나오는 이야기이기는 하지만, 미야베 미유키의 시대물이 대체로 그렇듯이 무섭고 끔찍한 분위기라기보다는 따뜻하고 정 넘치는 분위기이다. 읽고 나면 다음 편인 <금빛 눈의 고양이>를 읽지 않고는 배길 수 없을 것이다(적어도 나는 그랬다 ㅎㅎ). |
예전 인터넷에서 미야베 미유키의 작품 중 "삼귀"를 추천한다는 문장을 읽은 적 있었다. 우연한 기회에, 예스24에서 발견하고 택배가 오자마자 책을 읽기 시작한다. 책을 읽는 내내 미야베 미유키라 엄지척이라는 단어와 우리가 삶과 죽음에 대해 어떠한 생각을 가져야 하는지 깨달았으며 단편마다 각각 생각과 결론이 나와 있어 우리가 단순히 책을 읽는 것을 넘어 우리의 삶을 생각해야 함을 알았다. 전 시리즈도 있다 하니, 이번 기회에 꼭! 읽어볼 생각이다. |
데뷔 31년차 소설가 미야베 미유키의 진면목을 담은 연작 시대 소설! 온갖 귀신들에 얽힌 다채로운 이야기가 펼쳐진다! 에도의 미시마야에서 한 아가씨가 기이한 이야기를 모으고 있다. 그곳에 한 사람씩 자신이 겪은, 누구에게도 털어놓지 못했던 이야기를 하기 위해 사람들이 찾아온다. 가슴속에 맺혀 있던 이야기를 털어놓은 사람들은 마치 보이지 않는 짐을 부려놓은 듯 모종의 평온을 얻는 것 같다. 그 평온의 온기가 이야기를 듣는 이의 마음에도 등불을 밝혀 준다. 이번에는 절품 도시락 가게 주인장에게 달라붙은 귀여운 귀신에 얽힌 이야기, 죽은 가족을 그리워하던 화가가 불러낸 기이한 귀신 이야기, 고립된 산간마을 사람들의 곁에서 그들의 일을 도와주던 산속 귀신에 관한 애절한 이야기, 대대로 향료가게를 보살펴 준 서글픈 귀신 이야기가 다채롭게 펼쳐진다. 흑백의 방에서 펼쳐지는 기상천외한 괴담의 세계. 에도의 분위기가 물씬 느껴지는 고풍스런 괴담 단편 옴니버스 소설로, 시리즈물이지만 굳이 이어서 볼 필요는 없다. 이 시리즈로는 흑백, 안주, 피리술사 등이 있다. 괜찮은 소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