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차 산업혁명의 이름으로 진행되어 오다가 코로나 19를 계기로 한층 빨라진 사회 현상이 바로 디지털 전환이다. 데이터가 산업의 쌀로서 등장하고, 빅데이터와 인공지능(AI)의 도움을 받아 우리 사회를 급속히 변화시키고 있다. 이는 경제를 성장시키고 편리하고 스카트한 사회를 가져오는 측면에서 긍정적 역할을 수행하지만 동시에 개인의 사생활 침해라는 부작용도 낳고 있다.
일본경제신문 데이터경제취재반에서 펴낸 이 책은 데이터 사회의 실험실에서 살고 있는 현대인의 삶을 조명한다. 디지털 전환이 개인의 삶에 미친 영향을 다양한 측면에서 조명하면서 부정적 측면을 최소화하면서 성장의 동력으로 활용하기 위한 방법을 살펴본다. 하지만 그 촛점은 정보주체의 권리보호와 이를 뒷받침하는 데이터 윤리에 놓여져 있다. 데이터와 관련된 정보 보안, 프라이버시, 투명성, 책임성, 포용성 등 윤리적이고 법제도적 측면에 대한 성찰의 시간을 주고 있다.
내 구직상황을 회사가 알고 나를 임의로 평가하여 채용시 최종결정에 활용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저자들은 일본의 구체적 사례를 들면서 이것이 어떤 의미인지를 들추어낸다. 일례로 지난해 8월, 일본 리쿠르트그룹 산하 취업 정보 사이트 ‘리쿠나비’에서 그들이 보유한 취업 준비생의 데이터를 정보 주체의 동의 없이 기업에 판매한 사실이 드러난 적이 있다. 그런데 이들이 판매한 데이터에는 단순 개인정보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 있었다고 한다. 바로 지원자의 최종 입사 가능성을 수치로 도출하여 예측한 데이터인 이른바 ‘내정사퇴율’을 기업에 제공했고 기업은 이를 최종합격자 선정에 활용했다는 것이다. 사회적 질타를 받은 이 사건은 우리가 데이터를 활용하는 방식과 범위에 대한 위험성을 경고하기에 충분한 사례였다고 저자들은 분석한다.
구글, 애플, 페이스북, 아마존 등 소위 GAFA로 불리는 정보기술 거인기업들이 사용하는 데이터를 보면 우리의 일거수 일투족이 알게 모르게 다 활용된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개인의 사생활 보호의식이 약한 중국의 경우를 생각하면 전 국민이 감시받는 사회라고 해도 지나친 말이 아닐 것이다. 예를 들면, 인공지능이 학력, 직업, 주거지 등 개인정보를 분석해 신용도를 산출하는 스코어링 기술은 대출이나 채용 분야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개인들이 점수로 평가되어 결과에 따라 각종 차별적 대우를 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평가과정에서 낮은 점수를 받은 사람들은 '버추얼 슬럼(virtual slum)'으로 새로움 빈곤층으로 전락하게 될 것이라는 우려를 낳고 있다.
일본의 경제신문에서 일본의 상황을 중심으로 분석한 내용들이지만 다른 나라라고 크게 상황이 다르지 않다. 그리고 구체적 대응방안을 마련하는데 있어서 국제적 협력과 공조가 필요하다. 코로나 19의 대응과정을 보아도 전염병 예방에 촛점을 둔 대응방식이 개인정보의 보호에 미흡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기도 한다. 데이터 기술의 혁신으로 성장을 추구하여야 할 필요성이 있지만 동시에 개인의 안전과 존엄과 비밀이 보장되어야 함을 잊지 말아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데이터 만능시대를 살아가는 현대인이 자신을 보호하기 위해 알아야 할 최소한의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