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단 신청을 하면서도, 서평단 당첨이 되고 나서도, 책을 펼치기 전에도 긴장에 긴장이었다. 내 눈의 어디가 잘못된 건지, 눈물이 엄청 많은 편이다. 울컥하는 순간 순간이 많고, 뭔가 이상한 포인트거나 역치가 굉장히 낮다. 그래서 꼭 읽어야 할
책이라는 느낌으로 서평단에 신청하면서도, 이 책을 온전히 잘 읽어 낼 수 있을지 걱정이었다. 내가 그렇게 우는 것조차 이 저자에게, 혹은 이와 같은 상황에 처해있는
사람들에게는 껄끄러운 일일 테니 말이다. 하지만 용기를 내야 했다. 그들이
어떤 상황에서 생활을 유지해나가는, 내가 할 수 있는 일들이 뭔지 알아야 했다. (물론 엄청 울었다.)
주변에
장애인, 특히 지적 장애나 발달 장애가 있는 사람들과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이 몇 있다. 그러다 보니 의도치 않게 가끔 이런 저런 이야기를 듣기도 한다. 그리고
많은 부모들이 점점 커가면서 신체나이로 성인이 되어 버린 그런 사람들을 감당할 수가 없어 시설에 보내기도 한다고 들었다. 그리고 일반 학교에서도 어떻게든 버티게 해보려고 노력하는 많은 이야기도 들을 수 있다. 하지만 이렇게 들으면서도 나에게는 남의 이야기였다. 내가 직접 겪고
있지 않은 이 이야기는 남의 이야기이고, 나와는 무관한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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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장애인을 무시하거나, 두려워하고, 심지어 혐오의 눈길을 보내기도 한다. 왜 그럴까? 세상이 발달장애인에 대해 잘 모르기 때문이다. (p.11)
그렇다. 내가 잘 모르기 때문이다. 겪어보지 않은 일을 어떻게 알 수 있으며, 이런 극단적인(?) 상황을, 심지어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상황을 어떻게 알 수 있겠는가? 나만 이런 건 아니다. 많은 이들이 그러하다. 그러니 이 책을 읽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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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속 장애인과 그 가족은 특별한 누군가가 아니라 바로 내 가족이며, 친구이며, 동료이며, 이웃집
사람일 뿐이라는 것을.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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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하고 싶은 장애인’이 아니라 ‘다르지만 같은’ 친구이자
동료이며 이웃집 사람으로, 내 아들이 세상이 받아들여질 수 있을 것이다.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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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고 내가 당할 수 있고 내 가족이 당할 수 있는 일을 먼저 겪고 있는 ‘이웃’일 뿐이다. (p.128)
저자는 거듭 강조한다. 이런 장애라는 것은 누구에게든지 어느 순간 찾아올지도 모르는 ‘특성’이라고. 나을 수 있는 것이 아니니 병이 아니라, 어떤 한 사람이 지니게 된 ‘특성’이라고. 그러니 우리는 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더 나은 사회가 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 우리들의 개인적인 생각부터 바꿔야 한다. 바꿀 것이 태산이기에 우리의
개개인의 사고관념도 바꾸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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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었다. 기다리기만
하면 진정이 된다는 걸 알고 있으니까. (중략) 하지만 많은
경우 사람들의 ‘시선’때문에 발달장애 아이들은 경험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기회를 박탈당하곤 한다. (중략) 동네 주민들이
봐도 못 본 척, 도와주면 아마 가능할 것이다. 단지 시선을
거두어주는 일만으로도 내 아이를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p.178-1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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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섭하지 않음으로써, 왜 그러고 사느냐며 비난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라고 강요하지 않음으로써, 다른
삶의 방식으로 살라고 강요하지 않음으로써 주변의 장애인 가정을 도울 수 있다. (p.206)
약간의 무관심. 눈 앞에 있는 대상에 대한 회피나, 거부감, 외면이 아니라 그저 그 상황에서 일어난 일상과 같은 눈길로 자신의 할 일을 해준다면, 그 아이도 자신이 할 일을 그저 진행할 것이다. 무관심이 아니라, 이는 오히려 우리의 사회 구성원으로 일어날 수 있는 일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상황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이로써 더 분명해졌다. 우리의 장애에 대한 개인적인 인식을 바꾸어야
할 뿐만 아니라, 그들이 온전히 그들일 수 있도록 내버려 둘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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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동행동, 자기자극행동이라고도 하는데 감각을
처리하는 방식이 우리와 다른 이 아이들은 너무 넘쳐나거나 너무 모자란 감각의 균형을 잡기 위해 스스로 필요한 자극을 제공한다. (중략) 불안한 외부 상황에 맞서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나오는
행동이다. 자신의 마음을, 감각을, 불안함을 달래기 위해 나오는 자기자극 행동인 것이다. 그러니까 주변에
상동행동을 하는 발달장애인이 있으면 “지금 저 사람이 스스로를 진정시키기 위해 애를 쓰고 있구나”라고 생각하면 된다. 노력하고 있는 것이다. 극복하고 있는 것이다. 이상하게 들릴 법한 소리를 내고 더 이상하게
보일 수 있는 상동행동을 함으로써 세상과 소통하려 하고, 또 한편 불안한 마음을 진정시키려고 애쓰는
것이다. (p.197-198)
이 부분에 대해서는
더더욱 우리의 생각과 태도를 바꾸어야 할 것이다. 나도 본 적이 있고,
순간 간격을 넓히거나 멀찍이 돌아갔던 경험이 있다. 이것이 우리가 애초에 잘못된 사고를
지니고 있기에 자연스럽게 나오는 태도일 것이다. 하지만 이제는 알아야 한다. 그들의 그러한 행동들이, 우리에게는 무척이나 어색하고 이상한 행동들이
그들에게는 자연스럽고, 오히려 좋은 행동이라는 것을. 인정해주고
내버려 둘 수 있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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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달장애 아동의 수는 꾸준히 늘어가고 있는데 우리나라 특수교육 기반을 확충해야 한다는 절실한
국민적 공감대와 사회적 인식이 턱없이 부족하기만 하다. 일단 치료를 받을 곳이 부족하니 아이들이 제때
치료를 받을 수 없어 오랜 시간 기다려야 하는 치명적인 문제가 있다. (p.61)
사회적인 측면에서도 많은 이야기를 한다. 당연 사회복지 제도가 우리 나라에서 그렇게 잘 갖추어져 있을리가 없다. 사회복지사들의
복지도 제대로 갖추어져 있지 않은데, 사회복지사들의 대상이 되는 이들의 복지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을
리가 없다. 하지만 저렇게나 턱없이 부족한 상황이라는 사실이 슬펐다.
물론 사비를 들여서 치료를 받을 수야 있지만, 그 비용이 어마무시했다. 그러한 비용을 다 들일 만큼 부자인 사람들이라면 괜찮을 것 같다 싶다가도, 그
비용이면 그 부자도 전재산 다 털 수 있을 것 같다. 저자가 말한 장애 컨설턴트를 만들어 내는 것부터
시작해서, 그들이 덜 부담되게 치료를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그리고 저자가 겪은 활동보조인 이야기는 너무 마음이 아팠다. 활동보조인 제도가 있어서 그나마 엄마가 숨 트일 수 있는 시간을 가질 수 있는 건데, 그 동안 구타를 당했던 저자의 아들. 나 또한 읽으면서 저자가 알게
되었을 때까지 얼마나 많은 폭언과 구타가 있었을까 싶은 생각에 마음이 아렸다. 그럼에도 끝까지 뻔뻔하게
굴었다는 그 사람의 됨됨이를 생각하며, 사람이 사람을 대함에 있어서 정도라는 것을 어떻게 유지하는가, 다시 한 번 생각하게 되었다. 요즘 자주 벌어지는 어린이집 사건들도
무서울 수 밖에 없는데, 말도 제대로 못하는 아이에게 일어나는 그런 일을 어찌하리. 엄마들을 위해 활동보조인 제도에 좀 더 나은 발전이 있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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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그들 마음속에 우리와는 다르게 생각하는 어린왕자가 살고 있을 뿐이다. 태어날 때부터 지구인이던 우리와 달리 먼 우주에서 온 듯 보이는 그들은 지구인의 생활양식을 매우 천천히, 시간을 들여 배워 나가고 있는지도 모른다. (p.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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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성을 키워 주변 사람들과 좋은 관계를 맺는 ‘행복한
장애인’으로 키우는 걸 목표로 삼고 싶다. (p.190)
장애 아이의 엄마로서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아주 살짝, 장애아이의 엄마로서 어떤 고통을 겪고 있는지 아주 살짝, 장애 아이의
엄마로서 얼마나 행복한지를 가득 담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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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 오랫동안 길게 사랑받을 사람들. (p.236)
장애인들이 자신이
받을 수 있는 몫의 사랑을 듬뿍 듬뿍 받을 수 있도록 우리 인식의 개선과 그에 따른 사회적 제도의 뒷받침이 있기를 바란다.
더불어 이 책을
모든 사람들이 읽기를 바란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푸른숲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