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16살 흑인소녀 스타에게 생긴 일은 결코 평범하지 않습니다.
친구 칼릴이 운전하는 차를 타고 가던 중 경찰의 제지로 멈췄습니다. 경찰은 미등이 깨졌다는 이유로 칼릴을 차에서 내리게 했고, 과격하게 몸수색을 했으나 아무것도 나온 게 없었습니다. 경찰은 스타와 칼릴에게 움직이지 말라면서 자신의 순찰차로 돌아갔고, 칼릴은 냉큼 차 문 앞으로 와서 "스타, 괜찮아?"라고 말했습니다.
그때 탕! 탕! 탕!
칼릴의 등에서 피가 튀었고 바닥으로 쓰러졌습니다. 스타의 눈 앞에서 경찰은 칼릴에게 세 발의 총을 쐈고, 칼릴은 죽었습니다.
<당신이 남긴 증오>는 미국에서 벌어졌던 사건들을 떠오르게 합니다.
미국의 백인 경찰이 무고한 흑인에게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한 사건들은 지금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책 뒤에 칼릴과 같은 억울한 죽음을 맞은 사람들의 이름이 적혀 있습니다.
비무장 상태로 경찰의 총에 맞아 죽었습니다, 그 이유는 단 하나 - 흑인이기 때문에.
미국 언론에서는 이러한 사건들을 '흑인 공포증이 부른 참사'라고 표현합니다.
'흑인 공포증'이라는 말 자체가 너무나 불편하고 불쾌합니다.
혐오와 인종차별이 만들어낸
주인공 스타는 칼릴의 죽음 이전에도 열 살 때 친구 나타샤가 총격에 쓰러지는 걸 목격했습니다.
또다시 그때의 두려움과 공포를 느낀 스타는 더욱 견딜 수 없는 아픔과 혼란을 느끼게 됩니다.
스타는 마약과 가난에 찌든 동네에 살면서 학교는 백인 부자들이 다니는 윌리엄슨 사립 고등학교에 다니고 있습니다.
흑인이면서 흑인 세계와 백인 세계의 경계에 살고 있던 스타에게 칼릴의 죽음은, 결정적인 계기가 됩니다.
칼릴을 죽인 경찰은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습니다. 오히려 죽은 칼릴에게 마약 거래상이고 갱단이었다는 오명을 씌웁니다.
불의에 맞서 싸울 것이냐, 아니면 비겁하지만 안전한 침묵을 택할 것이냐.
겨우 16살 소녀에게 선택권을 주기엔 너무나 버겁고 힘든 문제입니다.
하지만 이 소설은 스타가 겪게 되는 주변 상황과 속내를 낱낱이 보여줌으로써 <당신이 남긴 증오>가 무엇인지를 알려줍니다.
"아무도 이해하지 못해요! 난 총알이 그를 관통하는 걸 봤어요. 그 애가 숨을 거둘 때 길거리에 앉아 있었어요.
사람들이 그 애가 살해당해도 괜찮다는 식으로 말하는 걸 들어야 했고요.
그게 당연하다는 것처럼요.
하지만 그는 죽어 마땅한 사람이 아니고 전 그런 일을 제 눈으로 목격해야 할 만큼 잘못한 게 없다고요!" (349p)
그 누구도 '다르다'는 이유로 차별받아서는 안 됩니다. 스타가 그토록 원했던 건 '평범한 16살'이었습니다.
모두가 평범하게 살 수 있으려면 차별과 혐오를 방관해서는 안 됩니다. 스타는 옳은 선택을 했고, 우리들 역시 그래야 한다는 걸 압니다. 침묵하지 말 것.
『당신이 남긴 증오』는 투팍2Pac에게 영감받아 만들어진 제목이다.
'The Hate U Give'를 줄이면 THUG(폭력배)로, 사회에서 소외되고 상처받아 어두운 곳으로 내몰린 사람들을 가리킨다.
투팍의 묘지에는 다음과 같이 쓰여 있다.
"내가 세상을 바꿀 수 있다고 말하지는 않겠다.
하지만 세상을 바꾸는 생각에 불을 붙일 수는 있다고 장담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