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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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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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문 > 인문학산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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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픔이 길이 되려면』 이후 사회적 약자들의 고통을 공부해온 김승섭 교수의 신간. 개인의 성공만이 아닌 공동체의 안녕을 위한 공부란 어때야 하는지를 몸소 보여준다. 난민, 장애인, 성소수자 등을 향해 쏟아지는 차별과 혐오에 맞서며 '나'가 아닌 '우리'의 미래를 그려본다. - 손민규 인문 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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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주간우수작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k*****3 | 2024.01.10 리뷰제목
나이들면서 고민하게 되는 건 ‘나’만 생각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나는. 개인주의를 ‘엄청’ 사랑하는 사람이다. 개인주의는 사전적 의미로 개인의 존재와 가치가 국가와 사회 등의 집단보다 우선이라 생각하며, 개인을 중심에 두고 모든 것을 규정하고 판단하는 사상, 사고방식, 가치관, 신념, 태도, 기질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사전적 의미처럼 나는 집단보다 ‘나’ 자신을
리뷰제목

나이들면서 고민하게 되는 건 만 생각하지 않으려는 것이다. 나는. 개인주의를 엄청사랑하는 사람이다. 개인주의는 사전적 의미로 개인의 존재와 가치가 국가와 사회 등의 집단보다 우선이라 생각하며, 개인을 중심에 두고 모든 것을 규정하고 판단하는 사상, 사고방식, 가치관, 신념, 태도, 기질을 말한다. (네이버 지식백과) 사전적 의미처럼 나는 집단보다 자신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경향이 강하다. 혼자인 시간을 좋아하고 혼자서도 뭔가를 잘하며 혼자서 뭔가를 할 때 방해받는 걸 좋아하지 않는다. ‘주지도 받지도 말자라는 생각이 강하고 누군가의 호의를 받는 것도 주는 것도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받았으면 줘야 한다는 생각이 강해서 피곤한 스타일이기도 하다. 이런 내가, 지극히 혼자인 나를 좋아하는 내가, 요즘 다양한 책을 읽으려 노력한다. 타인에게 관심이 없지만 혹 어딘가에서 차별받고 고통받는 사람이 있으면 어쩌나 하는 생각으로. 누가 그랬다, 이런 생각을 하는 것 자체가 나이 먹는 증거라고. 맞는 것 같다. , 이외의 다른 사람을 생각하게 되니까.

 

그런 차원에서였을까? 아니면 제목이 주는 울림 때문이었을까? 예전 같으면 전혀 끌리지 않았을 제목의 책.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내 고통에 허우적거리는 내가, 타인의 고통까지 알아야 해? 분명 젊은 나는 이렇게 생각했을 텐데. 지금은 좀 다르다. 우리 아이들이 살아가야 할 세상은. 차별도 고통도 없었으면 하는 생각. 그래서 우리 같은 나이가 좀 있는 사람이 변해야 하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 그런 생각에 이 책을 읽게 되었다.

 

모두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은, 1장 차별은 공기처럼 존재한다, 2장 지워진 존재, 응답받지 못하는 고통, 3장 한국사회의 주삿바늘은 무엇인가, 4장 우리의 삶은 당신의 상상보다 복잡하다. 이렇게 되어 있다, 흑인, 여성, 성소수자, 한국의 난민수용 논란, 인종차별, 화장실로 살펴보는 차별, 용기를 낸 사회적 약자가 겪는 또 다른 고통, 에이즈에 대한 인식 등. 우리가 뉴스나 신문을 통해 봤던 다양한 차별과 고통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다. 생각보다 우리가 가진 편견이 많고 깊다는 것에 놀랍고,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했는데, 그런 사람일 수 있다는 것에 고개를 숙였다.

 

무엇보다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1980년대에 머물러 있는 에이즈에 대한 인식부분이다. 에이즈 환자와 이웃으로 지낼 수 있느냐는 질문에 스웨덴 사람은 6.1%, 미국 사람은 13.9%가 에이즈 환자를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고 답했다고 한다. 그런데 같은 응답에서 한국 사람은 88.1%가 이웃으로 받아들이고 싶지 않다는 대답을 했다. 이 포인트에서 나 역시 한동안 생각해 봤다. 이웃으로 에이즈 환자를 받아들고 싶은가에 대해. 겉으로는 그럴 수 있어 세상이 달라져서 약을 잘 먹으면 아무 문제 없어. 이렇게 말할 수 있지만, 저 깊은 나의 내면도 그렇게 답할지. 솔직히 모르겠다. 아니, 이웃으로 오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더 강하다. 처음 에이즈 환자에 관한 뉴스를 봤을 때는 충격이었다. 1980년대로 기억하는데 그때는 나도 어렸으니까 더 그랬을 것이다. 에이즈에 걸리면 절반 가까운 사람이 2년 안에 사망하는 치명적인 질병. 어떤 약도 효과가 없어서 환자가 사망하는 모습을 의료진이 그냥 보고만 있어야 했던 시절. ‘걸리면 죽는다. 동성애나 무분별한 성관계로 옮는다.’ 이런 식의 뉴스였고 충격이 컸기에 지금도 에이즈라고 하면 무섭다. 하지만 지금은 1980년대와는 다른 질병이 되었다고 한다. 원인 바이러스를 밝혀냈고, 병의 진전을 막는 치료 약을 개발했다. 미국과 캐나다에서는 스무 살에 에이즈에 감염된 이가, 평균 일흔 살까지 살 수 있게 된 경우도 많다고 한다.

 

책을 나름 많이 읽는다고 하면서도 열린 사고를 갖는 건 쉽지 않다. 이래서 나는 아직도 많이 배워야 하고 고민해야 하고 생각해야 하고 달라져야 하는 것 같다. 나는 아니라고 하지만, 혹 나도 누군가에게 혐오나 차별의 눈빛을 보낸 것은 아닌지, 나와 다르다고 해서 그게 틀린 것은 아닌데 내 기준으로만 생각하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반성한다. 세상 모든 고통 중에 지금 현재 나의 고통이 제일 크다고 말한다. 타인이 보면 아무것도 아닌 것 같은 고통을 끌어안고 산다. 그래서 타인의 고통에 무감각한 것일까?

 

재미있는(?) 책은 아니다. 내가 좋아하는 스타일의 책도 아니다. 나는 대담하는 형태의 대화체를 좋아하지 않는데, 이 책은 그런 부분이 많다. 그래도 내가 끝까지 읽은 이유는 내가 타인의 고통에 어떻게 응답할지에 대한 답을 찾기 위해서다. ‘한 개인의 몸 안에 있는 고통, 슬픔이라고 하는 것들이 사회적 고통이 되고 다른 사람과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되는 계기는 무엇일까요? 저는 그 고통에 누군가가 응답하기 시작할 때라고 생각해요. 그 응답을 잘해 낼수록, 많은 사람이 함께 할수록 그 고통은 공유할 수 있는 이야기가 된다고 생각하고요. (중략) 사람들은 고통에 공감하지만, 동시에 희망을 보고 싶어하고, 이 사건을 통해 나아가고 있는 걸 보고 싶어 하는 마음들이 있거든요.’ (309~310) 사실 타인의 고통을 오래 보고 있으면 내가 그 슬픔에 눌리는 것 같아 좋아하지 않았다. 하지만 조금 알 것 같다. 혼자 살 수 없는 세상, 더 나은 공동체가 되기 위한 유연한 마음. 그 마음을 유지하고 넓혀나가는 것. 이게 내가 내 방식대로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방법이 될 것이다. 다음에는 어떤 책으로 내 생각의 유연함을 넓혀 나갈지. 몰랐던 부분을 알아가는 건 행복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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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36.5℃의 진실 평점9점 | s*****l | 2024.01.24 리뷰제목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너그러울 수 있을까요? 관용과 포용의 한계는 과연 그 끝이 어디일까요? 나의 평가가 조금 박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들 각자가 지닌 너그러움의 한계는 스스로에게 오는 물질적, 정신적 피해가 전혀 없는 선에서만 가능하다는 게 나의 생각입니다. 예컨대 성소수자에 대한 관대함은 그들로 인해 나의 종교생활에 조금의 피해도 미치지 않을 때, 천
리뷰제목

우리는 과연 어디까지 너그러울 수 있을까요? 관용과 포용의 한계는 과연 그 끝이 어디일까요? 나의 평가가 조금 박하다고 생각할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우리들 각자가 지닌 너그러움의 한계는 스스로에게 오는 물질적, 정신적 피해가 전혀 없는 선에서만 가능하다는 게 나의 생각입니다. 예컨대 성소수자에 대한 관대함은 그들로 인해 나의 종교생활에 조금의 피해도 미치지 않을 때, 천안함 생존 장병이나 세월호 유가족에 대한 배려는 나의 정치 성향과 내가 낸 세금에 눈곱만큼의 피해도 입히지 않는 선에서,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의 희생과 아픔은 폭력과 공권력의 대치라는 색안경이 벗겨졌을 때 등 대한민국 국민 각자가 생각하는 한계는 전적으로 자신에게 미치는 피해의 유무에 달려 있는 것입니다. 적어도 우리들 대부분은 이해관계가 있는 당사자가 아니라 제삼자의 입장이기 때문입니다.

 

나와 종교가 달라서, 정치적 성향이 같지 않아서, 추구하는 성적 지향이 다르다는 이유로, 직장 내에서 직급이 다르거나 나의 의견에 동조하지 않는다는 이유 등 우리가 누군가를 차별하고 배제하는 이유는 너무나 많고 복잡합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차별받는 누군가에 대한 고통은 생각하지 않습니다. 나는 적어도 주류로부터 배제된 비주류에 속하거나 그들과 함께 걸을 일은 절대로 없을 것이라고 굳게 믿는 까닭입니다. 그들 역시 동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라는 공동체의 일원이라는 것을 잊고 지낼 때가 많습니다. 오히려 그들 스스로 공동체 밖으로 사라져 주기를 간절히 바라고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이와 같은 인식은 김승섭 교수의 저서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에도 고스란히 드러납니다. 지금 현재 고통을 받고 있거나 고통을 경험한 사람들에 대한 우리 사회의 비정한 인식과 매몰찬 태도 말입니다.

 

"혐오는 쉽습니다. 가장 약하고, 아픈 당사자들을 욕하면 되니까요. 어떤 이들은 HIV 감염인에게 "네가 잘못해서 걸린 거다. 네 치료에 들어가는 세금이 아깝다"라고 함부로 손가락질합니다. 인권과 사회보장의 관점에서 그릇된 말입니다. 무엇보다도 이러한 혐오로는 문제를 해결하지 못할 뿐 아니라, 상황을 더 악화시킵니다. 혐오와 낙인은 한국의 HIV 신규 감염을 증가시키고 더 많은 이들을 죽음으로 몰고 갑니다."  (p.188)

 

책에서 저자는 직업병 피해자, 성폭력 생존자, 성소수자와 관련된 소송에서 전문가 소견서를 쓰거나 법정 증언을 했던 경험을 소개하면서 상대측 대형 로펌 변호사들이 자신들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마련하고, 우아한 얼굴로 합리적 주장을 펼침으로써 종종 승소하는 걸 보았다고 합니다. 그러나 '어떤 이들은 자신이 살아온 고된 역사와 몸 깊숙이 새겨진 상처 말고는 자신의 주장을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갖지 못'한다고 말합니다. 저자는 우리의 현실이 이럴진대 합리성과 억지를 구분할 수 있는 '합지적인'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며, 사회적 합의라는 미명하에 차별금지법을 '나중에' 처리할 일로 치부하는 한국 사회에서 이를 뒤집을 만한 합리적 근거는 무엇일지 묻고 있습니다. 영국의 BBC는 한국, 일본을 제외한 대부분의 OECD 국가에서 이와 비슷한 법률이 존재한다고 보도한 바 있습니다. 결국 우리나라는 차별을 옹호하는 대표적인 두 국가 중 한 나라가 된 셈입니다.

 

"사회적 약자의 삶에 대한 연구는 기본적으로 불평등에 대한 연구이다. 사회역학은 권력과 자본에서 배제된 이들이 살아가는 삶의 환경을 측정하고, 부조리한 환경이 약자의 몸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이다. 그 과정에서 사회역학 연구는 종종 사회적 약자 집단이 기득권 혹은 전체 인구 집단에 비해서 건강 상태가 어느 정도 나쁜지를 확인한다."  (p.168)

 

나는 김승섭 교수의 저작 대부분을 읽어오고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히 독서의 재미나 지적 허영을 위한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나를 비롯한 우리 사회 구성원 전체가 과거에 비해 해가 갈수록 이웃에 대한 이해와 배려의 폭이 줄어들고 있지나 않나 하는 자각과 반성의 의미가 함께 담겨 있다고 하겠습니다. 내 이웃에 대한 이해와 배려심이 반려견 반려묘보다 못한 처지가 되어가고 있다는 뼈아픈 현실은 나를 슬프게 합니다. 그러나 저자가 밝힌 바와 같이 그와 같은 현실에 대한 감정적인 접근이나 감상적인 인식만으로는 우리 사회를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정확한 근거와 합리적인 주장을 통해 의견이 다른 사회 구성원을 설득하는 게 급선무일지도 모릅니다.

 

“선한 의도가 선한 결과를 낳지 않는다. 세상은 복잡하다. 사회문제 해결은 그 복잡함을 받아들이는 데에서 시작한다. 복잡하게 얽힌 매듭을 푸는 대신, 큰 칼을 휘둘러 자르는 것은 칼을 휘두른 이를 영웅처럼 보이게 할지 모른다. 하지만 그 영웅적 결정은 종종 상황을 악화시킨다.”  (p.161)

 

“모든 참사나 재난에서도 각 인간은 고유하거든요. 개인마다 고유한 관계와 역사와 상황 속에서 서로 다른 욕구와 고민이 있어요. 그런데 우리는 어떤 공통의 사건을 겪었다는 이유로, 그들을 하나의 동일한 집단으로 여길 때가 많아요.”  (p.300)

 

나와 의견이 다른 사람에 대한 배척이나 소외 현상은 갈수록 심화되고 있습니다. 그것은 비단 정치적 견해나 종교적 주장에 국한되는 것은 아닙니다. 일반적인 사회 현상이나 단순한 상식의 차원에서도 나와 의견이 다른 이는 무조건적으로 배척하고 혐오합니다. 사회 통합과 인간에 대한 이해를 앞장서서 도모해야 할 종교와 정치의 기능이 상실된 까닭입니다. 차별과 배제를 통해 강력한 지지자들을 획득하려는 정치 모사꾼들과 이를 정의인 양 보도하는 사이비 언론으로 인해 차별과 혐오는 더욱더 강화되는 추세입니다. 그러나 이와 같은 부조리를 그저 손 놓고 바라보기만 한다는 것도 사회 구성원으로서 할 일은 아닌 듯합니다. 사회가 유지되고 건전하게 발전하기 위해서는 다른 동물이 아닌, 우리 곁을 지키는 '인간'의 체온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내가 김승섭 교수의 저작을 읽는 것도 36.5℃의 진실을 믿는 까닭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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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오줌권은 정직한 권리다 평점10점 | p******0 | 2023.12.04 리뷰제목
영화 「히든 피겨스」(2016) 를 보면서 가슴 아픈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캐서린이 화장실로 뛰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는 멀쩡한 여자 화장실을 눈앞에 두고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대신에 그녀는 일하는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800미터를 뛰어 다른 건물로 들어가서야 비로소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었던 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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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히든 피겨스」(2016) 를 보면서 가슴 아픈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영화의 주인공인 캐서린이 화장실로 뛰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녀는 멀쩡한 여자 화장실을 눈앞에 두고도 들어가지 못했습니다. 대신에 그녀는 일하는 건물 밖으로 나와서는 800미터를 뛰어 다른 건물로 들어가서야 비로소 화장실에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녀가 이렇게까지 할 수 밖에 없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유색인종(흑인)이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하면 그녀는 유색인종 화장실만을 사용해야 했습니다. 감독은 유색인종에 대한 차별을 화장실 문제로 보여주면서 “나사(NASA)에선 모두가 같은 색 소변을 본다.”는 묵직한 메시지를 남겼습니다.

 

화장실이 어떤 곳인가요? 남녀노소 누구에게나 화장실은 꼭 필요한 장소입니다. 언제 어디서 일어날 줄 모르는 생리적인 현상을 해결하기 위해서 한 번은 반드시 가야할 공간입니다. 화장실이 없다는 생각만으로도 존재의 무거움을 참을 수 없습니다. 하지만 좀 더 생각해보면 화장실이 단지 간판으로 걸려 있다고 해서 인간에 대한 예의를 알 수 없습니다. 화장실이 어디에, 어떻게 있어야 하는지를 곰곰이 따져야 합니다. 화장실이 멀리 있거나 공간이 좁고 청결 태가 엉망이라고 한다면 우리가 참아야 할 고통은 계속해서 남아있게 마련입니다. 볼 일을 보고도 왠지 뒤 끝이 좋지 못합니다.

 

화장실 같은 참사가 반복할 때마다 우리는 인간으로 실격을 당했다는 불편함을 피할 수 없습니다. 뭔가를 특별히 잘못한 일도 없는데도 불구하고 여전히 인간 실격이라는 주홍 글자가 새겨지고 맙니다. 이러한 부조리한 사회를 보며 김승섭은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로 답하고 있습니다. 저자는 임상학자가 아니라 보건학자의 시선으로 타인의 고통을 파헤치고 있습니다. 임상학자는 차트에 적힌 질병을 약으로 처방합니다. 반면에 보건학자는 질병에 스며든 사회 역학을 진단합니다. 질병을 개인의 잘못된 위생 탓으로 돌리는 것이 아니라 사회적인 환경을 원인으로 파악하고자 하는 의지입니다.

 

저자가 이 책에서 ‘오줌권’ 투쟁을 계속하는 이유는 여기에 있습니다. 오줌권은 말 그대로 화장실을 갈 권리입니다. 사회적 약자들 입장에서 화장실에 가는 것은 하나의 투쟁입니다. 가령, 저임금에 시달리는 노동자들은 화장실이 두렵습니다. 쉬는 시간이거나 교대 시간이 아니면 화장실에 갈 수도 없습니다. 더구나 작업 인력이 부족할 때는 더욱 그렇습니다. 결국 화장실을 포기하고 오줌을 참는 게 유일한 해결책입니다. 하지만 노동자에게 되돌아오는 것은 방광염이라는 질병입니다. 이러한 방광염을 약으로 치료하면 일시적 효과를 볼 수 있습니다. 그러나 노동자의 고통을 제대로 치료하지 않는다면 오줌권은 아무 소용이 없는 권리가 되고 맙니다.

 

그래서 저자는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기 위해서 공부했습니다. 여기서 저자가 말하는 타인은 장애인, 여성, 해고노동자, 트렌스젠더, 성폭력 피해자, 세월호 유가족, 천안함 생존자 등 다양합니다. 이러한 타인은 우리 사회에서  ‘보이지 않는 존재’ 들입니다. 우리는 보통 시스젠터(cisgender)입니다. 출생시 법적 성별과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는 합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존재는 트렌스젠터(transgender)와 같습니다. 출생시 법적 성별과 성별 정체성이 다릅니다. 그러니 보이지 않는 존재는 상대적으로 차별과 모멸감의 피해자가 되고 맙니다.

 

그들은 공기처럼 존재하는 차별 속에서 숨죽이며 살아갑니다. 때로는 가해자라는 따가운 시선을 받기도 합니다. 그럴수록 그들은 사회적 약자라는 트라우마에 갇혀 보이지 않는 인간이 되었으며 그들의 상처 또한 아픔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했습니다. 문제는 슬프거나 동정심으로 끝나지 않는 현실입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안타까운 참사는 계속 일어나는 데도 사회적인 변화가 없다는 안타까움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일찍이 플라톤은 "동등하지 않은 사람들을 동등하게 대하는 것만큼 불공정한 일은 없다."라고 말했습니다. 이 책을 통해 저자는 어떤 고통은 치료가 아니라 응답해야 한다고 말합니다. 응답은 당사자의 고통에 찬 비명이 무엇인지 투명하게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입니다. 객관적으로 아주 어려운 상황에서도 저자는 자기와의 싸움을 멈추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앞서 말한 오줌권이라는 말이 연구자의 언어인 동시에 정직한 언어라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유인즉, 당사자의 고통이 아닌 사회적인 고통으로 바라보게 되고 생각을 달라지게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토록 원하는 평등한 세상이 되기 위해서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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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구매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s****s | 2024.08.14 리뷰제목
김승섭 교수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은 후로 김승섭 교수님이 내시는 책을 전부 모으고 싶어졌다. 이번 책도 열심히 신간체크를 했다가 구매하는 건데 역시나 좋았던 책.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를 펼쳤다가 놀랐던 것 중 하나는 교수님께서 자신의 모든 책을 읽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쓰신 거였는데, 아무래도 교수님의 독자가 자연스럽게 모든 책을 다 읽어줄거라는 믿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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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섭 교수님의 아픔이 길이 되려면을 읽은 후로 김승섭 교수님이 내시는 책을 전부 모으고 싶어졌다. 이번 책도 열심히 신간체크를 했다가 구매하는 건데 역시나 좋았던 책. 
타인의 고통에 응답하는 공부를 펼쳤다가 놀랐던 것 중 하나는 교수님께서 자신의 모든 책을 읽었을 것이라고 가정하고 쓰신 거였는데, 아무래도 교수님의 독자가 자연스럽게 모든 책을 다 읽어줄거라는 믿음이 있으셔서 겠지… 실제로 그렇게 만들어내실 수 있는 분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래서 책에는 전 작들을 읽고 같은 생각을 가진 독자들을 전제로 하는 문장들이 있는데 이런 점 또한 재밌었다. 미래의 피해자들은 이겼다를 읽다 말고 온거라서 약간 아쉬움이 있기도 했음^ ^; (그냥 이게 더 재밌어보여서 먼저 읽느라 순서가 바뀌었다.)

책은 천천히 흑인, 여성, 성소수자부터 시작해 우리가 귀를 기울여야 할 약자에 대해 이야기를 한다. 성소수자와 트렌스젠더까지 전부 이야기하며 어떤 사람도 차별받아야 할 이유는 없는 이야기에 대해, 그리고 우리가 고민했던 이야기 들에 대해 이야기를 하며 소위 말했던 "인권은 파이 나누기가 아니다"에 대한 얘기를 길게 풀어 써주시는데 정말 좋았다.
계속 내 마음 속에서 고민이였던 트렌스젠더에 관한, 갈피를 내릴 수 없던 이야기 들이 어떤 언어로 정의되는 기분이었는데 마침 2024 파리 올림픽이 진행되고, 트랜스젠더 선수의 얘기가 오가는 지금 나에게 정말 필요했던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많은 이야기 끝에는 피해자의 말하기와, 싸우고 있는 사람들, 모순된 이야기 같은 헬렌 켈러의 사례 등을 언급하며 사람과 사회를 얘기해주셨는데 이것 역시도 정말 흥미로웠다. 어떤 지점은 분리해서 봐야한다는 것과, 교수님의 연구 자세, 마음가짐이 보여서 정말 소장하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 책.

주변 사람들에게도 정말 보여주고 싶어서 발췌를 많이 하며 읽었는데 좋은 영향이 갔길 바라며.. 김승섭 교수님의 말을 보면 이번 책이 마지막인 것 처럼 쓰셨는데 나중에라도 좋으니 또 나왔으면 좋겠다. 이런 책은 세상에 많이 필요하다.

#사락독서챌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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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사락독서챌린지 #타인의고통에응답하는공부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i*****e | 2024.08.14 리뷰제목
매일 재밌었습니다. 현대인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네요. 오류와 모순을 품고 당대를 살아낸 한 인간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길 원한다. 는 책 내 문장처럼 현대인들이 서로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세상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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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재밌었습니다. 현대인들이 꼭 읽어봤으면 하네요. 오류와 모순을 품고 당대를 살아낸 한 인간과 더 많은 대화를 나누길 원한다. 는 책 내 문장처럼 현대인들이 서로 더 많은 대화를 하고 이해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그런 세상이 오면 얼마나 좋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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