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의 실세라고 불리는 한혁의 패거리에게 찍히지 않고 학교생활을 무난하게 보내고 싶어
집안도 성적도 외모도 그 어느 것 하나 내세울 것 없는 선욱이는 박쥐라는 별명까지 얻어 가며 셔틀을 자청하는
평범한 학생이다.
그날도 한혁의 눈에 들기 위해 자극적인 유튜브 내용을 패거리들 사이에 공유하게 되었고
그날의 주제는 전라도 출신인 담임 이야기였다.
전라도를 비하하는 단어를 스스럼없이 사용하며 이유 없이 전라도를 미워하는 아이들..
그저 한혁이에게 잘 보이기 위해 했던 일인데 어떤 사건에 휘말리며 누명을 쓰고 출석정지
처분을 받게 된다.
그 후 선욱은 유튜브의 자극적인 내용 때문에 편견이 생겨버려 본인이 너무도 싫어하는 광주로 내려가게 되고,
그 마을에서 선욱이 폭동이라 생각했던 그 일의 진실에 대해 알게 된다.
본인이 굳게 믿었던 사실을 부정당하자 큰 충격을 받게 되지만 한 편 그 진실이 더 궁금해지기도 했다.
어쩌면 소설을 쓰려고 폭동이란 단어까지 써가며 너무 과장시킨 거 아니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사실 청소년들 사이에서 지역감정이 생겨버린 일은 이미 많이 있을 것이다.
이 소설은 지역감정에 대한 사회적 문제를 아주 잘 꼬집어낸 책이며, 5.18 민주화운동에 대한
진실을 일깨워 주고 있다.
나는 친가, 외가 쪽이 모두 전라도라서 전라도의 사투리가 익숙하며 5.18 민주화운동에 대해서도
큰 의미를 가지고 있다.
“5월 18일부터 광주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는 이제 비밀이 아니야. 증언들이 쏟아져 나왔거든.
영상 자료는 차고 넘칠 정도로 많고.”
올해는 광주에서 비극이 일어난 지 40년이 되는 해이다.
아직도 1980년 5월 18일 광주에서 시민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무슨 이 일어났는지 자세히 모른다면 꼭 이 책을
읽어주길 바라며, 집에 청소년 자녀들이 있다면 꼭 필독서로 읽어보라고 강력하게 권하고 싶다.
우연찮게 역사적 사실을 다룬 소설을 연거푸 읽게 되었다. 강화도 민간인 학살 사건을 다룬 어린이 장편소설 『정애와 금옥이』에 이어 광주 5.18 민주화운동 시기 주남 마을 양민 학살 사건(미니버스 총격 사건, 1980.5.23.)과 광목간 양민 학살 사건(원제 저수지 총격사건, 1980.5.24.)을 다룬 청소년 소설 『저수지의 아이들 』이다.
"우리가 가지고 있는 권리 중에 그냥 주어진 건 아무것도 없다. 모두 저항을 통해 기득권에서 쟁취한 것이다. 민주주의 국가가 된 건 저항 덕분이다."(축약)
2020년 올해는 광주 5.18 민주화운동이 일어난지 40년이 되는 해다. 불과 40년 밖에 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진상이 밝혀 지지 않은 것들이 많다고 한다. 그나마 『저수지의 아이들 』의 공간적 배경과 사건의 배경이 되었던 광주 주남 마을과 원제 저수지 총격 사건의 목격자가 살아 있고 증언이 있었기에 이렇게나마 다양한 방법으로 진상이 밝혀질수 있었다. 당시 계엄군은 민간인, 시민군 구분 없이 총격을 가했다. 심지어 저수지에 놀고 있었던 13살 방광범 군과 10살 전재수 군에게도 말이다. 주남 마을 위령비에는 버스에 갇혀 계엄군에게 무차별 총격을 받고 죽음을 당한 이들의 아픔이 기록되어 있다. 저자 정명섭 작가는 아주 작은 사람들의 희생으로 큰 역사가 이루어질 수 있음을 믿으며 너무 고통스러워 기억하기조차 불편한 역사이지만 더 이상 비극이 일어나지 않기 위해서는 모든 일들의 진상이 밝혀져야 한다고 생각하며 역사적 진실을 찾아 글로 옮기게 되었다고 한다. 한 때 사람들은 전라도 사람에 대한 편견을 노골적으로 나타내곤 했다. 자신이 믿고 싶어하는 것만 들으려는 하는 것을 확증 편향, 인지부조화라고 말한다. 전라도 사람을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가 확증 편향에 가까웠다. 진실을 밝혀 내기 어려웠던 점이다.
소설 속 주인공 중학교 3학년 학생 오선욱도 전라도에 대한 확증 편향을 가지고 있는 인물이다. 기사나 뉴스를 찾더라도 자신이 믿고 싶어하는 것만 검색한다. 전라도 사람이라면 모든 이가 다 빨갱이라는 어른들의 이야기를 의심없이 받아들인다. 부끄럽지만 나 또한 그런 얘기를 듣고 자라난 세대다. 진실을 말하기 위해서는 용기가 필요하다. 용기에는 희생이 따르기도 한다. 불편한 진실이지만 드러내 놓아야 한다.
책을 읽다보니 많이 들어 본 적이 있는 저자의 이름이었다. 정명섭. 알고보니 나도 정명섭 작가의 책을 2014년부터 꾸준히 읽어 왔었다! 조선왕조실록에 기록되어 있는 단 몇 문장의 살인사건을 발췌하여 추리하여 쓴 책 『조선의 명탐정들』을 시작으로 신분 위계 질서가 엄격했던 조선 후기를 살아간 재능과 열정이 있었던 평범한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아낸 책 『조선의 엔터테이너』, 기별지라고도 불리는 조보를 발행하는 관청인 조선 시대 왕실의 비서 기관인 승정원의 허가를 받지 않고 민간에서 불법(?)으로 조정의 돌아가는 일을 배포한 우리나라 최초의 신문 이야기를 담아낸 책 『남산골 두 기자』, 고종 황제의 네덜란드 헤이그 밀서 사건의 중심에 있었던 손탁 호텔의 경영자인 러시아 사람 '손탁' 실종 사건을 다룬 책 『미스 손탁』. 이렇게 총 5권을 독파했다. 특히 『미스 손탁』은 2019 한 도시 한 권 읽기(강원도 원주시) 책으로 선정된 바가 있다고 하니 꼭 한 번 읽어보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