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연휴를 맞이해서 따끈한 신간 한권을 읽었다. 바호(이형욱)의 저서 <대한민국 파이어족 시나리오>. 제목이 엄청 중대한(?) 느낌이라 읽기에 어려울 줄 알았는데, 아주 술술 읽혀서 하루만에 다 읽었다.
요즘처럼 전국민이 재테크에 열광하던 시기가 없었던 것 같다. 누군가는 비트코인에, 누군가는 부동산에, 누군가는 주식에 가진 모든 것을 영끌해 대박나기만을 바라는 시대. 회사에서는 그 누구도 승진에 목을 메지 않고, 짬이 날때마다 휴대폰으로 차트창을 기웃거리는 시대. 그래서 준비만 되면 회사를 떼려치고 이른바 금수저, 또는 건물주의 삶을 꿈꾸는 시대.
나는 평범한 직장인이자 재테크는 손도 못대고 있는 처지라 사실 요즘같은 분위기에 소외감을 느끼고 있었고, 트렌드가 되다시피 한 경제적 자유와 조기은퇴, '파이어족'에 대해서도 깊은 관심을 두고 있지 않았다. (어쩌면 더 상처받거나 뒤쳐져있다고 느끼고 싶지 않았기 때문일 듯)
하지만 <대한민국 파이어족 시나리오>는 나같이 '소외된 사람들'에게도 충분히 따뜻하고, 희망적이며, 친절한 책이다.
1. 이 책은 흔한 재테크 서적이 아니다.
책의 분류는 경제&재테크이지만, 저자는 돈버는 법을 강조하지 않는다. 오히려 버킷리스트 대신 행복리스트를 써보라고 추천하며, 절약이야 말로 최고의 자기존중 습관이라고 말한다. 코인 차트 읽는 법과 주식종목 추천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올라가 있는 요즘 출판 트렌드에는 다소 역행하는 듯한 느낌이었지만, 나는 오히려 이 점이 마음에 들었다. 사람마다 돈 버는 법은 다 다르며, 앞선 사람이 코인이나 부동산으로 큰 부자가 되었다고 나 역시 그 방법으로 부자가 된다는 보장은 없다. 시대적 상황이 매시간 달라지고 있기 때문이다. 특정 부자되는 법을 강조하는 책들은 오늘의 가난과 오늘의 고단함에 지친 사람들에게 오히려 더 큰 좌절을 준다.
<대한민국 파이어족 시나리오>의 저자는 다르다. 저축, 투자, 부업 등 세가지 재테크 방법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도, 개인의 성향에 맞는 재테크 방법을 탐색할 수 있는 방법을 제공한다. 젊은 사람이면 누구나 해봤을 MBTI에 따른 투자 성향을 안내하기도 하고, 부동산형 인간과 주식형 인간의 특성을 면밀히 분석해 스스로를 고찰하게 한다. 나는 ESFJ인데, 이 성향은 현실적인 계획을 세우는 데 능하고 남들보다 조심스러운 성향이므로 위험한 투자에 쉽게 스트레스 받지만 계획적인 저축에는 강하다고 한다. 이런 내게 저자는 저축, 부업, ETF 투자를 권한다. 아주 구체적이고 친절한 설명이다.
더 나아가 저자는 30대의 평범한(사실 평범한으로 퉁치기에 선망받는 직장인 구글을 다니고 있고, 전 직장은 삼성이었다...) 직장인의 신분으로 어떻게 자산 20억을 달성하였는지를 구체적으로 회고하고 있는데, 이 모든게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 않는다. 비트코인도, 주식대박도, 부동산도 아니었다. 누구나 접근할 수 있는 저축률 올리기, 좋은 주식 장기 투자하기, 청약 준비하기, 부업 시도하기 등 누구나 시도할 수 있는 평범한 재테크에서 중요한 팁을 설명하는 방식이었다. 덕분에 <대한민국 파이어족 시나리오>를 읽으며, 다른 책들이나 기사에서 느끼던 박탈감이나 소외감은 느낄 새가 없었다.
2. 이 책은 모든 사람들에게 유용한 책이다.
또 하나 흥미로운 점은, <대한민국 파이어족 시나리오>가 다른 파이어족 관련한 책들과는 명확히 다른 책이라는 점이다. 시중에 파이어족 관련한 도서가 몇권 나와있었는데, 사기가 꺼려졌던 이유가 대부분 본인들의 돈자랑, 본인들의 여유로운 시간을 자랑하는 내용으로 채워져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한민국 파이어족 시나리오>는 제목에 '대한민국 파이어족'이 들어간 만큼, 저자 본인만의 협소한 개인적인 이야기로 채워져있지 않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성공한 파이어족 16명의 인터뷰와 그들의 성공 스토리가 구체적으로 담겨져 있어서 매우 가치있는 내용들이 많았다. 그리고 이 파이어족들의 성공 스토리가 단순히 투자 대박으로 벼락부자가 되어 파이어족이 됐다는 내용이 아니라, 짧게는 몇년, 길게는 수십년에 걸친 철저한 은퇴준비 끝에 은퇴를 달성한 사람들의 이야기라 너무나 현실적이었다. 또, 1인 가구나 2인 가구 파이어족이 많을거라는 예상과 다르게 책에 소개된 파이어족에는 4인 가구, 3인 가구 등 형태도 다양했다. 본인의 경제적 배경과 사회적 상황에 맞는 모든 사례가 이 책에 준비돼 있는 느낌이었다.
단 한사람의 파이어 성공 스토리는 비현실적으로 느껴지지만, 16명의 다양한 사람들의 파이어 성공 스토리는 내게 훌륭한 교보재이자 현실적인 가이드북처럼 느껴졌다.
3. 이 책은 오래 두고 읽을만한 책이다
마지막으로 내가 이 책을 구매 확정한 이유는, <대한민국 파이어족 시나리오>가 오래 두고 읽을만한 내용으로 채워져있다는 점이다. 단순히 본인의 성공스토리만 나열되어 있다면, 그 책을 곁에 두고 읽기보단 도서관에서 빌려 읽는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 책은 달랐다. 파이어족 준비를 하기 전 실질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는 가이드라인이 단계별로 제시돼 있다.
'행복리스트'를 쓸 때 포함되어야 하는 것, '행복생활비'를 계산하는 방법, 내 파이어족 성향에 맞는 '파이어 목표'를 계산하는 방법, 은퇴를 위해 필요한 '은퇴 자산'을 계산하는 방법 등 각 단계별로 반드시 필요한 내용들이 너무 친절하게 설명돼 있다.
예를 들어 나는 저자가 소개한 네가지 파이어족 유형 중 '현금흐름형 파이어족'에 가까운 것 같은데, 나같은 현금흐름형 파이어족들이 풍족하게 조기은퇴 생활을 영위하려면 최소생활비 + 웰빙 소비 + 여유 추가 현금을 확보해야 은퇴가 가능하다. 현금 흐름은 최소 생활비의 150%정도가 돼야 한다. 그 전에 내가 땡긴다고 아무때나 은퇴하면 안되는 것이다..ㅋㅋ 각각의 구체적인 금액들을 계산하는 법은 책에 자세히 소개돼 있다. 파이어나 조기은퇴를 준비하는 사람들이라면 곁에 두고 설명서나 가이드북을 참고하듯 꺼내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책의 내용이 충실하고 잘 읽혀서 칭찬을 많이 썼지만, 아쉬운점이 없지는 않다. 파이어 이후 생활비를 계산하는 부분은 나처럼 회계나 숫자에 약한 사람들에게는 단숨에 이해되기는 힘든 부분이 있었다. 하지만 여러번 읽으며 따라하다보면 충분히 나만의 생활비 계산이 가능하도록 예시(생활비 표)가 나와있어서, 극복가능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이 일을 얼마나 할 수 있을지 고민이 된다면, 직장인으로서의 내 미래가 걱정되는 사람이라면, 파이어를 준비하는 사람이 아니더라도 <대한민국 파이어족 시나리오>를 읽어보면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한다. 추석맞이 서평 끝!
경제적 자유를 성취해 우리를 매일같이 일터로 내몰았던 경제적 불안감에서 벗어나고, 조기 은퇴를 통해 지금까지의 먹고사니즘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을 산다. 파이어족에 대해 제대로 이해한 사람만이 진정 돈의 구속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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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설계된 투자자산은 시간이 지날수록 잘 숙성돼 꽤 믿음직한 현금 흐름을 창출한다. 그러면 내가 굳이 출근해서 근무하지 않아도 나에게 월급을 주는 뒷백이 생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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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차전 인생에서는 경제적 보상에 크게 좌우되는 삶을 살아왔다면 이제 그보다는 나 자신을 위해, 나 스스로 더 기쁜 일을 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싶다. 더이상 나의 직장이나 나의 상사는 내 인생의 중심이 아니다. 나와 내 가족의 건강과 행복이 내 인상 모든일의 우선순위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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