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0일간의 남미 일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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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일간의 남미 일주

최민석 에세이

최민석 | 해냄 | 2020년 8월 17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 9.0 (6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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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 취미 여행 >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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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잊고 있던 나를 찾아 떠나는 여행 평점9점 | i******0 | 2020.09.13 리뷰제목
오래 전부터 나의 버킷리스트 1번은 황금 콘도르가 묻혀있을 것만 같은 페루의 마추픽추 여행이다. 영화 'UP'의 모델이 되는 베네수엘라의 앙헬폭포 여행,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탱고 감상과 가우쵸 들이 키운 스테이크먹기, 쿠바에서 살사댄스를 비롯한 라틴댄스 즐기기 역시 그렇다.  즉, 중남미여행은 나의 오랜 로망인데, 매일의 일상에 여행에 대한 의지는 약해져가던 중 이 책 '40
리뷰제목


오래 전부터 나의 버킷리스트 1번은 황금 콘도르가 묻혀있을 것만 같은 페루의 마추픽추 여행이다. 영화 'UP'의 모델이 되는 베네수엘라의 앙헬폭포 여행,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탱고 감상과 가우쵸 들이 키운 스테이크먹기, 쿠바에서 살사댄스를 비롯한 라틴댄스 즐기기 역시 그렇다.  즉, 중남미여행은 나의 오랜 로망인데, 매일의 일상에 여행에 대한 의지는 약해져가던 중 이 책 '40일간의 남미 일주'를 만나게 되었다.



'여행을 하려면 인내심을 가져야 하지만, 새로운 경험을 할 땐 1초도 주저하지 말라'는 인상을 준다.  어차피 일상을 떠나서 새로운 경험을 하겠다고 왔으니 주저하지 않는 게 낫다. 시도하지 않는다면, 미지의 영역에 있는 그 경험은 결국 미련의 영역으로 갈 것이다. p. 66



'안하고 후회 하지 말고, 일단 부딪쳐 보는거야!'라는 나의 여행 철학과 사뭇 같아서, 들뜬 마음으로 책장을 넘기며 저자와 함께 남미 여행을 시작한다. 



(마크 앤서니나,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의 라틴음악도 책 읽는 내내 돌려 들었다.

사실 이 책의 내용과는 아무 상관이 없음에도. 라틴아메리카니까 괜히!)



"If you make a mistake, get all tangled up, just tango on."

"실수를 하고 스텝이 꼬여야 그게바로 탱고지." 

- 영화 '여인의 향기'중 알파치노의 대사



이 책을 읽으면서 나는 위의 대사가 계속 떠올랐다.  마치 아르헨티나의 탱고 처럼 여행중의 실수와 꼬이는 상황에서 발생하는 많은 해프닝과 그에 대한 저자의 솔직한 소고가 '그래 계획대로 되지 않는 이런게 여행의 참 맛이었지' 하는 예전에 여행할 때의 추억을 불러 일으킨다. (덕분에 여인의 향기의  Por Una Cabeza를 몇 번이나 돌려 들었다.)  여행내내 저자를 괴롭힌 배탈과 저가 항공사, 아파트 렌탈(과 거기서의 빨래)의 실패 그리고 거스름 돈에 대한 해프닝들이 저절로 여행기를 만들어 간다. 마치 스텝이 꼬인 탱고 처럼 자연스럽게...



빠시엔시아(Paciencia-인내심). 어쩌면 멕시코에서 인내심은 한 명의 공동체 구성원이 지녀야 할 기본 품성이자.. 사회적 약속인지도 모르겠다. p.31

내가 틀렸었다. 남미 여행을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빠시엔시아'가 아니라, 모든 것을 즐길 줄 아는 자세였다. 소음 같은 음악도, 추위도, 그리고 냉수 샤워마저도 p.270



여행 과정의 많은 어려움 속에서 특유의 유머와 긍정마인드로 작가는 웃음을 잃지 않는다. 물론 독자들이 그와 같은 고통을 겪지 않도록 친절한 조언도 잊지 않는다. '남미 내에서의 항공 이동은 저가항공사 말고 그냥 라탐 항공을 이용해라, 아파트를 빌릴 생각을 했다면 호텔을 이용해라' 정도지만 말이다. (사실은 그게 핵심이다.)






내가 '잔돈을 더 받았다'라며 소녀에게 돌려주자, 옆에 있는 아버지는 '거참. 우리 딸 인심 좋네'라는 식으로 껄껄껄 웃고, 소녀 역시 '이게 다 산수를 못하는 아빠 닮아서 그렇잖아요'라는 표정으로 까르르 웃었다. 내 입장에서는 도무지 무엇이 웃긴지 모르겠지만. p.89



어떻게 이렇게 예쁘게 표현을 할 수 있을까?  읽으면서 절로 아빠미소가 지어지는 부분이다.  이 책은 잔돈에 얽힌 에피소드가 많은데, 어쨌든 이런 상상과 표현은 '역시 작가는 작가군' 하고 수긍하게 된다.  '껄껄껄, 꺄르르' 마치 눈앞에서 남미인 부녀가 웃고 있는 것 같다.  정감어린 묘사로 남미 사람들의 사고방식을 참 재미있게 표현한다.



콜롬비아인들의 강요는 '어. 어. 이거 아닌데' 하며 당하는  것 같으면서도, 결과적으로는 좋다.

"무차스 그라시아스(매우 고마워요)!" 

호구를 위한 나라인 것 같다. p.160



여행을 하다보면 누구나 한번 쯤 호객행위에 당하고, 대부분은 후회로 남는다. 하지만 작가의 이러한 긍정마인드 여행은 여행을 더욱 풍요롭고 기억에 남게 만든다.  어차피 결정은 본인이 하는 거니까 후회할 필요 없지.  호구임을 인정하면 모두가 편안하다.  기대하지 않으면 예상외의 기쁨이 있는 법이니까.






"저, 집 떠나온 이방인인데 선크림 한 줌 빌려 쓸 수 있나요?"

그러자 옆에 있는 남편이 햄거거 광고 모델 김영철처럼 "5천 페소"라고 했다. 

전 세계 어디에 가더라도 부장님 개그를 구사하는 아저씨들은 존재한다.

나는 부장님이 무안할까 봐 "카드 됩니까? 할부로? 여권 있는데!" 하니, 부장님이 매우 흡족해하셨다. p.  168



친근하게 어울려 순발력 있는 조크를 하는 작가의 센스가 대단하다.  사실 이 여행기 내내 '정말 새롭고 참신하다' 싶은 표현은 별로 안보이지만, 요소요소에 배치된 적절한 농담들이 읽는 내내 마음을 편하고 즐겁게 한다.  물론 일정부분 작가역시 부장님 개그코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지만 말이다.


다 나아가는 데 괜히 약을 샀나, 하는 마음이 들었지만, 결과적으로는 약이 필요해졌다.

비싼 약값 때문에 속이 쓰려졌는지, 다음 날 배탈을 더 심하게 했다.

혹 떼러 갔다가 혹 붙이고 돌아온 혹부리 영감만이 내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p.201



예컨데, 마지막의 'ooo만이내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문구는 아침에 한번 웃어주니 퇴근할 때 까지 같은 드립을 계속 치는 부장님 같은 느낌이다.  사실 나 스스로를 돌아보며 반성했다.  나 또한 동료들에게 너무 같은 패턴의 농담을 남발 하고 있지는 않았던가? 그들에게 좀 미안하다.


 같은 애드립을 주구장창 하다가 독자에게 불평을 들은 최 작가만이 내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더 필요한 것 없나요, 세뇨르?"

직원의 표정은 '참 오래 기다리셨죠. 인생에서 이런 기회는 두번 다시 오지 않습니다. 무엇이든 물어보세요'라는 언어를 시각화 한 것 같았다.

그래서 나도 모르게 그 질문에 이렇게 반문했다.

"페루 정부는 보수적입니까?" p. 203



정말 이런 개그코드는 '풉'하고 실소를 금할 수 없게 만들지만 계속 장면이 떠오른다.  이런 조크를 통해서 뭔가 시대와 지역적 문제를 제시하고 싶은지도 모르겠다만, 난 그저 이걸 묻고 답을 이해할 수 있는 저자의 스페인어 실력에 감탄할 뿐이다.







"아 더워. 여름이잖아. 여기는!"


유년기부터 그토록 궁금했던 마추픽추를 눈앞에 두고, 고작 뱉은 혼잣말이었다. 슬픔조차 느낄 수 없다는 슬픔이 밀려왔지만, 그 슬픔조차 그리 크지는 않았다. 나이를 먹는다는 것은 감정에 익숙해지는 것이고, 그것은 그것대로 썩 기분이 나빠지는 것만은 아니니까.


속으로 인정했다.

'그래. 사십 대의 여행이란 이런 것이구나.' p.244



시작에 말한 것처럼 나의 버킷리스트 1번도 마추픽추이다.  아마도 작가도 나처럼 '태양소년 에스테반'을 보면서 유년기부터 그토록 마추픽추를 궁금해 해왔을 것이다.  나도 사실 두렵다.  내가 막상 그 앞에 갔을때 '드디어 이루었구나' 하는 기쁨보다 왠지 모를 허탈한 마음에 눈물이 흘러내리지는 않을까 싶어 말이다.





사실 저자인 최민석 작가에 대해 전혀 몰랐는데, 책을 읽으면서 동질감이 너무 많이 들어서 찾아보니 나하고 동년배이다. 어쩐지. 게다가 꽤나 유명한 작가(이자 입담좋은 방송인)이라고 하더라. 그런데 오히려 가장 잘하는 건 사진인것 같기도 하다.  책의 사진들을 직접 찍었다고 하는데 참으로 훌륭하다. 그래서 특히나 맘에드는 몇 장을 골라서 리뷰에 넣어 보았다.  사실 사진이 좋은건 여행중 배탈 때문에 그런 걸 수도 있다.  힘든 순간에는 새로운 시각이 생기는 법이니까...


여행기를 읽으면서 감정이입이 너무 되어서 남미여행에 대한 의지가 타오르는 것이 아니라 이미 다녀온 것 같다. 여행을 마친 뒤 오랜만에 지금 나 자신을 돌아보았다. 나이가 들어서 일까? 아니면 그저 동질감이 심해서 일까. '더 잘살고 싶어서 여행을 왔다'는 저자의 여행의 이유와 깨달음이 나와 참 비슷하다고 생각이 든다. '항상 수평선을 향해 간다고 여기고 한 발씩 내디뎠는데, 언제나 제자리였다.'는 저자의 말 처럼 왜 수평선으로 가려고 하는지 목적을 잊고 제자리를 도는 삶을 살다보면 여행을 통해 더 잘 살고 싶었던 잊고 있던 이유를 되새기게 된다. 


'그래, 뭐. 나도 즐거웠잖아.'


긴 여행뒤에 남는 여운처럼, 이 책은 여운이 오래 남는 책이 될 것 같다.  다른 분들도 이 책으로 그런 여운을 느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이제 나도 긴 여행을 마음에드는 문구로 마무리 하고자 한다.



그런 연유로 배탈은 났지만, 향 좋은 와인을 한잔 하려 한다.

휴식할 시간은 짧고, 이 시간은 소중하니까.

"살루트 빠라 요 미스모" 나 자신을 위해 건배.  p.8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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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40일간의 남미 일주 - 최민석 평점9점 | g*******7 | 2020.09.13 리뷰제목
지구 중심으로 일직선을 그려서 그 반대편으로 나오는 지점을 '대척점'이라고 한다. 전세계의 2/3이 바다이다보니 '대척점'으로 매칭되는 곳은 주로 동아시아와 남미이다. 한국의 경우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가 그 '대척점'에 해당된다. 쉽게 말하면 한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이 바로 남미라는 뜻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떨어져 있어도 마음이 떠나는 경우가 많으니 아무
리뷰제목

 

 지구 중심으로 일직선을 그려서 그 반대편으로 나오는 지점을 '대척점'이라고 한다. 전세계의 2/3이 바다이다보니 '대척점'으로 매칭되는 곳은 주로 동아시아와 남미이다. 한국의 경우 우루과이와 아르헨티나가 그 '대척점'에 해당된다. 쉽게 말하면 한국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지역이 바로 남미라는 뜻이다.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떨어져 있어도 마음이 떠나는 경우가 많으니 아무리 비행기를 타고 갈 수 있는 곳이라고는 하지만 적어도 한국 사람들에게 남미는 생소하고 낯설게 느껴질 수밖에 없다. 장시간 비행기를 타는 것을 극도로 꺼려하는 나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다. 하지만 최민석 작가에게 남미는 그가 유일하게 가보지 못한 곳이었으니 그의 세계여행의 화룡점정의 결과물인 『40일간의 남미 일주』는 이래저래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

 

 40일간의 여행을 위한 그의 준비는 의외로 간단했다. 열 시간의 스페인어 개인 교습과 멕시코로 향하는 항공권, 첫날에 묵을 멕시코 시티의 숙소, 부에노스아이레스의 숙소 예약이 전부였으니까. 시작부터 해외여행에 도가 튼 고수의 느낌이 묻어난다. 이제 해외여행을 누구나 손쉽게 할 수 있는 시대라고는 하지만 언제 다시 가게 될지 알 수 없기에 많은 준비와 함께 여행지에서 최대한 여기저기 둘러보려는 보통의 사람들과는 확실히 다른 것 같다. 해외여행에 대한 익숙함과 40일이라는 장기간의 여행을 세세하게 계획을 세운다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사실을 알려주기 위한 것일까? 이런 점에서 나는 이 책에 더 몰입할 수밖에 없다. 남미라는 생소한 지역은 물론이고 결코 저자와 같은 마인드로 장기간 해외여행을 갈 자신이 없으니까.

 

 그런데, 저자의 여행은 시작부터 왠지 허당의 분위기가 느껴진다. 그동안 많은 여행을 통하여 항공사회원 등급이 높아서 따로 줄을 설 필요가 없음에도 불구하고 공항에서 오랜 시간 줄을 서는 것부터 '글로벌 호구'를 인증하기라도 하는 것처럼 온갖 바자기 요금에 당하는 모습들이 여행 내내 등장하기 때문이다. 현지의 저가 항공사를 이용하면서 각 나라마다 항공권을 프린트 하지 않아서 현장에서 프린트하면서 엄청난 추가 비용을 내야 했으며, 숙소로 선택한 곳 역시 따뜻한 물이 나오지 않거나 방음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또한 여행지에서 발생하는 상황을 그때그때 대처해나가겠다는 저자의 당찬 의지와는 달리 온갖 시행착오를 겪게 되니 도대체 왜 해외에 나가서까지 저렇게 호구짓을 하는 걸까라는 생각마저 들게 된다. 심지어 남미의 고산지대를 다니면서 고산병에 시달리고, 잦은 복통을 달고 다녔으니 이게 정말 온전한 해외여행일까 싶은 의구심마저 생겨났다.

 

 하지만 저자의 글을 읽을수록 어쩌면 내가 만약 남미로 해외여행을 가게 된다면 절대로 해볼 수 없는 경험과 거기에서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찾아내는 저자의 여정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구나라는 생각이 든다. 분명 나라면 가이드를 동반하거나 인터넷을 통하여 관광명소로 유명한 지역을 찾아서 다니는 것이 전부였을 것이다. 그런 여행이라면 그저 직접 유명한 해외 관광명소를 보고 거기에서 큰(?) 감동을 느끼거나 여행경비에 따라 그 차원이 달라졌다는 것말고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할 수 없었을 것이다. 하지만 저자는 그곳에서의 일상을 직접 몸으로 겪으면서 그 나라에 대한 이해는 물론이고 거기에서 깨달음을 얻고 있었으니 이 책도 그러한 관점에서 읽어야 하지 않을까? 아닌게 아니라 이 책은 여행명소에 대한 기행문이 아니라 거기에서 보고 듣고, 체험하고 느낀 것을 형식에 얽매이지 않고 쓴 에세이가 아니었던가?

 

 하루밖에 안 됐지만, 멕시코 여행에서 가장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알겠다.

 '빠시엔시아(Paciencia)'.

 인내심이다. 이들은 나의 느리고 말도 안 되는 스페인어를 인내심 있게 들어준다. (중략) 멕시코에서 인내심은 한 명의 공동체 구성원이 지녀야 할 기본 품성이자, 공동체 생활을 하는 데 필요한 사회적 약속인지도 모르겠다.

 - p. 31 中에서 -

 어디서든 경쾌한 음악을 틀고 일처리가 늦기 때문에 '빠시엔시아(Paciencia)'가 필요한 것이 아니라 상대에 대한 배려를 통하여 공동체 생활을 유지하기 위하여 필요하다는 이 멕시코 여행의 '인내심'이라는 덕목은 그들과의 직접적인 접촉을 통해서만 올바르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이 덕목은 멕시코는 물론 남미 곳곳에서도 통용되는 것이기도 하다.

 

 하지만 여러 국가가 존재하는 남미에 하나의 공식만이 있을 수는 없다. 분명 호구처럼 당했으면서도, 또 자신의 스페인어 실력이 그리 뛰어나지 않기에 자신의 속내를 드러내지 못하는 것을 '빠시엔시아(Paciencia)'에 대한 신봉의 자세로 무마하고 있지만, 정작 칠레의 산티아고에서 펼쳐진 다양한 거리 공연에 누구나 거리낌없이 흥얼거리는 모습을 보면서 저자는 또 하나의 깨달음을 얻게 된다.

 내가 틀렸었다. 남미 여행을 할 때 가장 필요한 것은 '빠시엔시아(Paciencia, 인내심)'가 아니라, 모든 것을 즐길 줄 아는 자세였다. 소음 같은 음악도, 추위도, 그리고 냉수 샤워마저도.

 - p. 270 中에서 -

 

 '피할 수 없으면 즐겨라'라는 말이 군대에서 금과옥조(金科玉條)로 여겨졌는데, 남미에서도 이 말이 유효하다는 사실을 저자는 칠레에서 다시 한 번 깨닫게 된 것이다. 주위의 소음과 부당한 일처리, 추운 날씨에도 온수가 나오지 않아서 냉수로 샤워하는 상황은 비싼 돈을 들여가면서 떠난 해외여행에서 그리 반가운 상황은 아니다. 초반에 저자는 그러한 상황을 '빠시엔시아(Paciencia, 인내심)'로 견뎌냈지만, 그것도 계속 쌓이게 된다면 언젠가는 폭발할 수밖에 없다. 그 폭발 직전에 산티아고에서 그는 그러한 상황조차 즐기는 것으로 덜어내는 신기한 경험을 하게 된 것이다. 그래서, 이후 그는 불편함과 호구로서 당하는 과정을 그냥 받아들인다. 심지어 40일 간의 여행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왔을 때, 자신의 신용카드가 멕시코에서 도용되었다는 소식에도 그는 그러려니 한다. 이정도면 그가 남미 여행에서 확실한 수확을 거둔 것은 아닐까?

 

 이 책의 또 하나의 묘미는 바로 『40일간의 남미 일주』라는 책이 만들어지는 그 날것의 과정을 함께 공유할 수 있다는 점이다. 여행을 다니면서 한국에 복귀하여 책을 쓴 것이 아니라 스스로 약속한 것처럼 여행하는 동안 매일 일기를 쓰는 것처럼 그 날의 여행에 대한 글을 쓰고 그것들이 모여서 이 책의 탄생으로 이어졌으니 한 권의 책을 읽는 느낌보다 그날그날 현장의 기록을 생생하게 읽는 느낌이 더 강하다. 비록 그가 잘 알려진 유명한 관광명소로 향한 것은 아니지만, 오히려 생동감있는 그의 글은 그곳이 어디가 됐든 책을 읽는 과정 자체를 여행으로 탈바꿈시키는 마법처럼 보여지기까지 한다.

 

 아마 이 책에서 저자가 방문한 보편적으로 잘 알려진 관광명소는 바로 '마추픽추'였다. 하지만 '마추픽추'를 담아내는 그의 글은 보통의 여행의 글과는 다르다.

 "아 더워. 여름이잖아. 여기는!"

 유년기부터 그토록 궁금했던 마추픽추를 눈앞에 두고, 고작 뱉은 혼잣말이었다. 슬픔조차 느낄 수 없다는 슬픔이 밀려왔지만, 그 슬픔조차 그리 크지는 않았다. (중략)

 속으로 인정했다.

 '그래, 사십 대의 여행이란 이런 것이구나.'

 아, 덥다!

 - p. 244 中에서 -

 어린 시절 백과사전을 통하여 보던 '마추픽추'의 모습을 실제로 보면서 그만의 개인적인 유년 시절에 대한 슬픈 기억,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가보기를 동경하는 '마추픽추'의 모습에서도 그가 처음으로 내뱉은 '덥다'라는 표현이 그곳을 직접 가보지 못한 나로서도 묘하게 동질감이 느껴진다. 저자와 같은 나이라서 그런 것일까?

 

 지극히 개인적인 시선으로서의 여행 에세이지만, 저자의 날카로운 시대를 향한 시선이 곳곳에서 웃음 코드로 처리되는 부분도 무척 흥미롭다. 여타의 남미 국가와 달리 차분한 칠레의 모습이 우리로서는 지극히 편안함을 느끼게 되지만, 그것이 피노체트 독재 정권의 오랜 개인에 대한 통제와 그 과정에 이루어진 양적 성장에 기반하고 있다는 점은 우리의 과거를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된다. 또한 남미에서 진행되는 젠트리피케이션에 대한 견해라든지 '마추픽추'에서 각 나라별로 그곳을 어떻게 운영할까에 대한 상상 속에서 한국은 그곳을 월세로 받을 수 있는 부동산 투자처로 활용하였을 것이라는 저자의 농담같지 않은 농담은 남미 여행에서 저자의 시선이 남미에게만 머무르고 있지 않음을 보여준다. 이외에도 글을 쓰는 작가이기에 남미의 다양한 작가의 흔적을 찾는 모습과 우리가 잘 알지 못하는 남미의 문화와 사정, 이를테면 페루에 순수 인디언 출신이 그나마 많은 이유라든지 '탱고'의 의미, 동성간의 사랑을 다룬 '해피투게더'가 왜 부에노스아이레스에서 촬영을 했는지에 대한 내용들 역시 이 책이 에세이임을 다시 한 번 느끼게 해준다.

 

 『40일간의 남미 일주』의 저자의 프로필을 찾아보니 공교롭게도 나와 동갑임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나이가 주는 동질감 때문인지 그의 글 하나하나에 공감하게 된다. 그의 개그 코드와 호구적인 기질, 한국의 현실에 대한 예리한 표현 모두가.

 처음 읽을 때에는 적어도 해외여행에 대하여 상반된 기질적인 차이가 느껴졌지만, 어느새 책을 다 읽은 시점에서는 그 차이가 하나로 봉합된 느낌이 든다. 이러한 점이 바로 에세이의 매력이 아닐까?

 

p. s 근데 왜 저자의 약력 중 '6,70년대 지방캠퍼스 록밴드 '시와 바람'에서 보컬로도 활동했다.'로 되어 있을까? 저자가 1970년대 중후반에 태어났는데, 출판사에서 잘못 기재한 것은 아닐까? 출판사에서 이 글을 읽어본다면 확인 부탁드려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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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난 별이 짠 사람이다 평점5점 | m******n | 2020.09.15 리뷰제목
솔직히... 후기를 쓰기가 좀 난감하다.10편의 소설, EBS 라디오 책 프로그램 강좌, 여행 칼럼 연재, 글쓰기 강의 10년,...나로서는 들어본 적 없는 작가였지만 작가의 프로필을 보고 후기 이벤트에 냅다 손을 들었다.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도 가볼 일 없는 남미에 대한 호기심과작가의 이력으로 이 기행문에 관한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게다가 난 기행문을 좋아한다.
리뷰제목


솔직히... 후기를 쓰기가 좀 난감하다.

10편의 소설, EBS 라디오 책 프로그램 강좌, 여행 칼럼 연재, 글쓰기 강의 10년,...

나로서는 들어본 적 없는 작가였지만 작가의 프로필을 보고 후기 이벤트에 냅다 손을 들었다.

한 번도 가본 적 없는 그리고 어쩌면 앞으로도 가볼 일 없는 남미에 대한 호기심과

작가의 이력으로 이 기행문에 관한 기대가 한껏 부풀었다.



게다가 난 기행문을 좋아한다.

최근에 읽은 카잔차키스의 <스페인 기행>도 좋았고, 요즘의 한국인 작가 미노(김미정님)의 글들도 좋하한다.

사실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훌륭한 기행문들은 엄청나게 많다. 

작가가 얘기한 소설 <80일 간의 세계일주> 외에도 <돈키호테>, <걸리버 여행기>, <열하일기>, ....

그리고 기행문은 나를 실망시키는 일이 없었다.


그런데 책을 1독하고 후기를 써야하는 지금... 이 책과 작가는 나를 너무나 어려운 문제에 봉착하게 했다.




일단 초반의 느낌은... 흠~ 여행 일기인가? 였다.

그 전날의 이동 경로와 에피소드로 씌여진 일기 형식의 기행문



그런데... 보자~ 꼭 방학 숙제로 (내키지 않는) 일기를 (억지로) 쓴 느낌이다.

시차와 배탈로 고생하며 징징징징~

사실 시차의 피로와 배탈을 이기고 매일 일정 분량의 글을 쓰기가 쉽지는 않았을 것이다.

나 역시 여행을 하면 물갈이로 두드러기나 배탈이 나기 때문에 조금쯤 이해할 수는 있다.

게다가 남미 여행이 힘들다!라는 소문은 익히 들어 알고 있는 바, 조금쯤 현실적인 여행기라 인정하기로 했다.


(그런데 작가 양반... 정말 하기 싫은 방학 숙제 하듯 쓴 일기라니 심하지 않소.

솔직히 '글 좀 쓴다'하는 여행 블로거들의 글을 찾아보면 이 책이 아니더라도 이런 정도 글들은 꽤 찾을 거 같다.)



기행문스러운 옵션으로 컬러풀한 남미의 자연과 도시들, 그리고 사람들... 정말 블로그 글처럼 사진도 많았다.

방학숙제 그림일기?같은 글들이 모여 기행문이 되니 그림 대신 사진이 실려 사진일기가 되었다.




그리고 또 읽으면서 발견한 점, 

역사 속 저명 인사들을 비유한 문장들이 곳곳에 보였다.

오직 **만이 저자를 이해할 수 있다거나, 자신도 **을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는 스타일의 문장들.

처음 몇 번은 오~ 이런 촌철살인의 문장이라니 "신선한데!"라고 생각했지만

듣기 좋은 노래도 한 두 번이고, 아무리 좋아하는 짜장면도 내리 세 끼를 먹으면 질린다고

몇 번이나 반복되자 식상해졌다.

나중엔.... 작가가 자신의 배경 지식을 자랑하고 싶어서 자꾸 쓰나?하는 생각마저 들었다.

뭐 순수하게 본인의 일기라면 하루에 몇 번을 써도 상관없지만, 츨판을 계획한다면 무성의한 글쓰기가 아닌가 싶었다.

뭐~ 작가님께서 "내 스타일이오"라고 한다면 ... 할 말은 없다!

나 역시 어디까지나 내 주관적인 느낌이오!일 뿐!




한 가지 놀라운 점은, 이 작가는 이런 글쓰기를 10년 이상 해온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다.

글 곳곳에 보이는 가족에 대한 애정과 지속적인 집필!

그 원동력이 작가가 엄청나게 성실하거나, 지독한 끈기의 소유자거나, 작가가 느끼는 생계의 무거움이거나 간에 지치지 않고 쓰고 출판하는 집념은 놀라웠다.

게을러서 블로그 하나 꾸준히 쓰고 관리하지 못하는 내가 넘볼 수 있는 성실함은 아니다.

생업의 무게인가?



 


그래도 몇 가지 기억에 남는 부분도 있다.



그나마 이 여행기가 정말 여행기스러워지기 시작하는 부분이 있으니,

바로 작가 스스로도 여행의 만족도에 행복해 하는 부에노스아이레스 부분에서 부터다.

이 작가는 행복도와 기분이 바로 글에 드러나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공기를 얼마나 좋아하는지 퇴근 길의 흔들리는 전철 안에 있는 내게도 느껴졌다.

어쩌면 남미에는 한 번도 가볼 일이 없을지 모르지만, 부에노스아이레스라면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할 만큼 작가의 부에노스아이레스에 대한 애정이 느껴졌다

이름의 유래, 영화 해피투게더, 결국에는 못 간 이과수 폭포, 그리고 느끼함 가득했던 버터+빵...그리고 보르헤스 얘기까지 ^^

아~ 언젠가 부에노스아이레스만 한 번 가볼까? 하는 생각이 들었고, 영화 "해피투게더"를 다시 보고 싶어지게 했다.


(그리고 사족이지만, 콜롬비아에는 가보지 않더라도

사놓고 아직 펼쳐보지도 않은 <콜레라 시대의 사랑>을 조만간 꼭 읽어봐야 되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처음 도착한 멕시코에서 작가는 이런 말을 한다.

"어차피 일상을 떠나서 새로운 경험을 하겠다고 왔으니 주저하지 않는 게 낫다.

그 경험이 자신에게 안전하고 타인에게 피해를 주는 것이 아닌데도, 시도하지 않는다면, 

미지의 영역에 있는 그 경험은 결국 미련의 영역으로 갈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삶을 여행에 빗대어 이야기한다.

그만큼 기행문이 던져주는 울림은 일상을 영위하는데 교훈이 된다.

식상한 내용같지만 이것이 여행이 가르쳐주는 큰 가르침이 아닐까.

(평범한 진리는 어느 정도 식상하게 들리는 경향이 있다.)

살면서, 미지의 영역 앞에서 망설이다가 미련의 영역으로 흘려보낸 것들이 얼마나 많았던가!

그러나 알면서도 그런 미련들을 쌓아가는 삶을 사는 내게 자꾸만 들려 주어야 할 잔소리이다.

(참 아이러니하게도 이 책의 후기 초반에 늘어놓은 불평들은 이 문장에 용기를 얻어 솔직히 털어놓았다. 그동안의 나는 작가의 수고를 생각하면 서평 후원을 받은 책들의 후기에 혹평을 할 수가 없었다.)




그리고 작가는 마추픽추를 보면서 "이건 잉카인이 아니고서는 도저히 이룰 수 없는 것"이라고 감탄한다. 

미국인이라면 군사기지를 짓고 방위비를 청구할 것이고,

독일인이라면 수도원을 짓고 안데스 산맥의 물로 맥주를 빚을 것이며,

일본인이라면 곳곳에 라면집을 열고

중국인이라면 차이나타운을 만들었을 거란다.

그리고 한국인이라면 이들 모두에게 월세를 받을 거라는 유머를 날린다.

소설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낼 법한 재미있는 대목이다.


페루의 쿠스코에는 상점들에 써 붙인 한국어, 일본어, 아랍어로 된 호객 문구들이 있다고 한다.

사용 인구가 많은 영어, 중국어 등의 호객 문구도 아닌 한국어, 일본어, 아랍어만 많은 이유에 대해 작가도 궁금해 한다.

마추픽추처럼 재미있는 작가의 상상력을 보여줬다면 더 재미있어졌을지도 모르겠다.





산티아고의 혼성밴드를 보면서 작가는 더욱 더 일상에 열정을 쏟아부을 동기를 얻게 된다.

영상 7도의 쌀쌀한 날씨에 카디건 하나 걸치고, 얇은 목도리 하나 두른 채, 무엇이 그리 즐거운지

"출연료도 없이 거리에서 겨우 동전 몇 닢을 받으며 웃음을 잃지 않고 춤추며 노래하는 이들"이야말로 정말 프로답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결심은 한국에 돌아오는 마지막까지 작가의 마음 속에 이번 여행의 중요한 교훈으로 남는다.



부디 여행에서 얻은 에너지로 앞으로 좋은 글을 많이 써주시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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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오랜만에 취향저격의 작가와 책을 알게 되어 심봤다!! 평점10점 | o*****6 | 2020.09.17 리뷰제목
Yes24 의 서평이벤트에서 이 책 제목을 봤을 때, '이건 반드시 받아야 해.' 라는 생각이 들어 홀리듯 댓글 이벤트에 신청글을 올렸고, 그렇게 이 책은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아이, 신나!!! '남미 일주'는 내 버킷리스트의 상위권에 속하는 바람으로, 언젠가 남미를 일주하리라는 생각으로 몇년전에 여행블로그들을 뒤져가며 여행일정을 짜놓았었다. 여전히 이 일정은 5년전 내 다이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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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es24 의 서평이벤트에서 이 책 제목을 봤을 때, '이건 반드시 받아야 해.' 라는 생각이 들어 홀리듯 댓글 이벤트에 신청글을 올렸고, 그렇게 이 책은 내 손에 들어오게 되었다. 아이, 신나!!! 


'남미 일주'는 내 버킷리스트의 상위권에 속하는 바람으로, 언젠가 남미를 일주하리라는 생각으로 몇년전에 여행블로그들을 뒤져가며 여행일정을 짜놓았었다. 여전히 이 일정은 5년전 내 다이어리를 못 버릴 정도로 지금까지 잠자고 있지만, 이 책은 내가 그때 몇날 며칠에 걸쳐 계획을 짜던 그때의 설렘을 일깨워주기 충분했다.  



이 책은 작가는 멕시코, 콜롬비아, 페루, 칠레, 아르헨티나, 브라질을 여행하면서, 매일의 일정을 일기형식으로 풀어낸다. 



나는 여행을 계획하면 위의 사진에서 나타나듯 가고 싶은 곳을 추려내고, 지도를 펼쳐 동선을 생각하여 일정을 세밀하게 짜고 어디서 숙박을 하고 어떤 식당을 갈 것인지까지 상세하게 계획하는 스타일이다. 물론 날씨와 상황에 따라 융통성을 발휘하기도 하지만, 매일 가고 싶고 하고 싶은 일들이 많기에 이 책의 작가처럼 까페에 앉아 커피한잔 시켜놓고 글을 쓰는 여유를 즐기는 여행은 아직 해보지 못했다. 그래서 작가의 글을 읽으면서 이 코로나가 끝나고 다시 여행이 허용되면 작가처럼 천천히 여유를 즐기며 그 나라 사람들의 일상에 동참하는 여행을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차례에서 보듯 41화에 걸쳐 (이 책의 제목이 '40일간의 남미 일주' 라는 것을 잊지 않았을 것이다.) 6개의 나라의 여행기가 실려 있는데, '매일마다 언제 여행하고 언제 글을 썼지?' 싶을 정도로 하루하루의 기록이 매우 상세하다. 다른 말로하면 작가가 참 말이 많다(?)고 할 수 있겠는데, 작가 본인도 말이 많다고 책의 여러 곳에서 인정하고 있으니 절대 작가를 폄훼하고자 하는 의도는 없고, 오히려 작가의 박식함 속에 종종 나타나는 조금은 골때리는 수준의 허당끼가 넘치는 이 작가의 글 쓰는 스타일은 딱 내 취향이다. 오랜만에 취향저격의 책을 만나 책을 읽는 동안 '아, 이 작가를 왜 이제야 알았지?' 하는 생각에 '심봤다!'를 외치며 낄낄 웃으면서 읽었다. 최근에 '마라탕이 유행이라니 한번 먹어보지 뭐' 라며 아무 생각없이 먹다 "이거 뭐야? 뭐 이런게 다 있어?" @.@ 라며 마라탕의 늪에 빠져본 사람만이 내 심정을 이해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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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남미에서 가장 가고 싶은 곳 2군데가 '마추픽추', '이과수 폭포'라서, 작가가 이 두 군데를 어떻게 표현했을까 매우 궁금했다. '마추픽추' 의 사진은 나의 대리만족을 느끼기 충분했는데

(개떡으로 사진을 찍은 것은 이해바란다. 생생한 사진을 원하는 사람은 도서관이나 서점으로 가서 직접 책을 영접하길 권한다.), '이과수 폭포'는 아쉽게도 이 일정에서 빠져있다. 그 이유는 직접 책을 읽으며 확인하시라~ (지금 이 책을 읽어보라고 호기심과 궁금증을 마구 일으키는 중 맞다. ㅎㅎ)


당신은 '탱고' 라고 하면 어떤 이미지가 떠오르는가? 



이런 버터를 한스푼 듬뿍 먹은 듯한 느끼함이 철철 넘치는 리마리오의 춤을 떠올린다면 당신은 탱고를 절반만 알고 있는 것이다. 탱고는 인터내셔널 탱고와 아르헨티나 탱고로 나뉘며, 둘은 매우 성격이 다르다. 나도 약 10년 전 우연한 기회에 이르헨티나 탱고(스페인어로 땅고라 발음함)를 알게 되어 지금도 배우고 있는 중이라, "내가 조금만 덜 늙었더라면, 당장 땅고와 서핑을 배웠을 것이다"(p320) 라는 작가의 말에 땅게로스(땅고를 즐기는 사람)중 한 사람으로서 "땅고를 배우기에 늦은 시간은 없다"는 말을 꼭 전해주고 싶다. 그렇다면 다음에 남미를 방문하고 싶다는 작가의 바람이 이루어진다면, 그때는 아르헨티나의 밀롱가(탱고바)에 가서 직접 춤을 출 수 있을 것이다.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도 역시.

끝이 언제인지 모르는 코로나로 인해 여행이 너무나도 사무치게 그리운 사람, 지구 반대편에서는 어떤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궁금한 사람, 일상이 우울해 아무 생각없이 낄낄거리고 싶은 사람에게 이 책을 권하고 싶다. 당신도 나처럼 이 '민숙 초이'(작가 스스로가 '민석'이 아니고 '민숙' 이라고 불리는 게 더 낫다고 하는 이유를 알고 싶은 사람도 책을 어서 직접 영접하시라.) 라는 작가의 늪에 빠져들 것이다. 방심하다 취향저격을 당해버린 내가 '최민석' 작가를  검색하다가 알게 된 '양심의 가책' 이라는 오디오 클립을 발견한 내 마음은, 시골 친척집에 가서 아무 생각없이 밭에서 삐죽 나온 줄기를 쑥 땡기다가 감자가 줄줄이 딸려나온 경험을 해 본 사람만이 이해할 것이다. ㅎㅎ


남미는 강렬하게 이글거리는 태양이 어울리는 열정이 가득하면서도 순수하고 여유가 있는 매력이 넘치는 곳이다.  이 남미의 매력을 쏙 빼닮은 작가의 다른 책인  <베를린 일기>를 도서관에 대출예약을 걸고 기다리고 있는것을 보면, 한동안은 이 작가에게 벗어나기 힘들것 같다. 이런 숨은 보석같은 책을 소개해준 Yes24의 '리뷰어클럽' 의 관계자분들께 심심한 감사를 전하며 서평을 마친다.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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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유쾌하고 즐거운남미여행에 함께 한 느낌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k******b | 2022.10.10 리뷰제목
작가님이 여행기를 쓰기 위해 방문하게 된 남미 그곳에서 남미 특유의 여유로움과 한국인 특유의 급함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우당탕탕 여행기를 읽을 수 있는건 참 즐거웠어요. 민박집 주인에게 세탁바가지 쓰는 것이나, 브라질의 여기저기 시끄러운 음악을 표현되는 것들 그곳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같이 즐길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했습니다.  작가의 어리숙해 보이면서 스스로 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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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가님이 여행기를 쓰기 위해 방문하게 된 남미 그곳에서 남미 특유의 여유로움과 한국인 특유의 급함이 만나서 이루어지는 우당탕탕 여행기를 읽을 수 있는건 참 즐거웠어요.

민박집 주인에게 세탁바가지 쓰는 것이나, 브라질의 여기저기 시끄러운 음악을 표현되는 것들 그곳에 가지 않아도 충분히 같이 즐길 수 있는 이야기가 가득했습니다. 

작가의 어리숙해 보이면서 스스로 글로 밥 먹는 사람이기에 소재를 제공해준 소년에겐 한없이 관대한 모습도 함께 즐겁고 웃겼어요. 최민석님의 다른 책도 찾아보게 되는 즐거운 시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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