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대 국가’라는 용어는 일단 고대 혹은 중세와 구별되는 ‘근대’라는 시간과 ‘국가’라는 개념을 포괄하고 있다고 하겠다. ‘근대’라는 개념은 역사학에서 중세를 지나 현대로 넘어가는 과도기를 지칭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근대’를 ‘현대’와 동일시하는 경우도 발견할 수 있다. 나아가 ‘국가’는 영토와 주권을 가지면서 구성원들을 다스리는 법적 체계를 지닌 정치체를 일컫는다. 이 책은 ‘개념사’를 정리하는 시리즈의 하나로 출간되었는데, ‘들어가는 말’을 통해서 ‘근대 국가는 서구의 발명품이다’라고 강조하면서 시작되고 있다. 즉 서양에서 중세가 해체되면서 프랑스와 영국 등에서 처음 등장했으며, 이후 ‘근대 국가의 존재 양식은 세계 여타 지역으로 확산’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
서양 각국의 정치체제와 법 제도가 다양하듯이, ‘근대 국가’는 일정한 모습으로 발현되는 것이 아니라 각자의 상황에 따라 다르게 형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그러한 ‘국가’의 체제를 이루는 공통 특질을 추출하여 설명할 수는 있으나, 그 가운데 어떤 것만이 ‘근대 국가’의 전형이라고 할 수는 없을 것이다. 이러한 점을 염두에 두고 ‘국가’의 성격과 의미를 조망할 필요가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비근한 예로 영국과 미국의 정치제도나 법률 체계가 서로 다르게 나타난 것도 각국의 상황에 따른 제도가 정비되었기 때문이라고 하겠다.
이 책을 일단 1장에서 ‘근대 국가란 무엇인가’라는 제목을 통해, 국가를 이루는 요소로 ‘폭력’과 ‘전쟁’ 그리고 ‘주권’과 ‘자본주의’ 등이 결정적인 영향을 끼쳤음을 논하고 있다. 먼저 ‘근대국가는 상비군, 관료제, 조세 제도 등의 수단을 통해 일정한 지역 내에서 중앙 집권화된 권력을 행사함으로써 대내적으로는 사회 질서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대외적으로는 다른 국가들과 경쟁하면서 이들로부터 배타적인 독립성을 주장하는 정치 조직 또는 정치 제도’라고 규정한다. 따라서 근대 국가의 질서 유지 기능을 ‘폭력의 독점’이라고 규정한 막스 베버의 관점을 받아들여, 사법적 제재 수단으로서의 ‘폭력’의 성격과 의미를 상세하게 설명하고 있다.
또한 ‘각 국가는 생존을 보장받고 원하는 바를 얻기 위해 모든 수단을 사용할 권리를 가지는데, 이 중 가장 규모가 크고 가장 폭력적인 수단이 전쟁’이라고 덧붙이고 있다. 또한 ‘국가들이 치열하게 경쟁하면서도 서로 생존할 권리를 인정하기 시작’했고, ‘이러한 규칙과 규범 중 가장 중요한 것이 바로 주권의 원칙’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이러한 근대국가 체제를 정비할 수 있도록 만든 것이 바로 ‘자본주의 체제’라는 설명을 곁들이고 있다. 최근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와 서방 각국 사이의 대립과 갈등이 부각되고 있는 것을 적절한 사례로 들 수 있다고 여겨진다.
이어지는 2장에서는 ‘근대 국가의 기원’이라는 제목으로, 유럽에서 시작된 근대 국가의 체제가 영국과 미국에서 다른 형태로 정비되는 과정에 초점을 맞추어 서술하고 있다. 나아가 19세기와 20세기를 거쳐 ‘근대 국가의 진화’ 과정을 3장에서 설명하고 있으며, 4장에서는 ‘근대 국가의 전망’에 대해서 간략하게 정리하고 있다. 정치학 교과서에서는 국가의 형태와 성격 등을 규정하고 있지만, 그것 또한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추출한 일반론일 뿐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나오는 말’에서 ‘근대 국가는 변화한다’라는 규정하고 있는데, 결국 해당 국가의 구성원들에 의해 국가의 형태나 성격이 바낄 수밖에 없음을 인정한 것이라고 하겠다. 국가의 이상적인 형태가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야 하는가에 대한 고민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강조하고 있다고 이해되었다.(차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