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와의 관계로부터 비롯되는 우리 아이 자존감!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사소하지만 중요한 맞춤형 대화 실천법!
언제부턴가 '자존감'이란 말이 많은 육아서 속에서 공통으로 등장하는 필수 화두인 듯하다. '자아존중감'이라고도 하는 이 자존감은 자신이 사랑받을 만한 가치가 있는 소중한 존재임을 깨닫게 하고, 이를 통해 확립된 정체성으로 자신과 타인을 함께 존중하며, 실패와 좌절 속에서도 쉽게 회복탄력성을 발휘해 도전과 위기를 슬기롭게 극복할 수 있는 힘이 되어준다. 이것이 공부, 인성, 창의성, 리더십 등 아이의 성장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치는 요소임을 부모들은 이제 더 이상 설명하지 않아도 될 만큼 잘 알고 있다. 또한 부모의 양육 태도가 아이의 자존감을 결정짓는다는 것도 모르는 바는 아니다.
이런 중요성을 너무나도 잘 알고 있기에 오히려 부모에게는 부담으로 다가온다. 한 가정에 하나 혹은 둘 뿐인 자녀들을 누구보다도 잘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에, 잘못된 양육 태도가 아이에게 부정적인 영향을 끼치는 것은 아닐지 늘 불안해하며 '이렇게 해야 한다, 저렇게 해야 한다' 넘쳐나는 다양한 정보 속에 중심을 잡기란 어지간해서 쉬운 일이 아니다. 나의 주변에서만 하더라도 "자존감이 대체 뭔지, 아이 자존감 높여주려다 내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졌다"며 하소연하는 부모들이 많다. 나 역시 세 살 된 남자 아이를 키우고 있다 보니 감정 기복이 잦아지는 것은 물론, 하루하루가 늘 시험을 치르는 기분이다. 결국엔 부모와 자녀 모두가 행복해지는 것이 궁극적인 목표일 텐데 뭐가 이렇게 어려운건지 모르겠다.
아이는 나날이 커 가는데 부모의 역할만큼이나 혼란은 더욱 가중되는 이 현실을 어떻게 하면 의연하고 현명하게 대처할 수 있을까. 이미 시중에는 다양한 육아서를 통해 훌륭한 육아비법들이 소개되고 있지만 현실에 적용 가능하고 우리 아이의 기질에 맞는 육아서를 찾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러던 중에 다양한 저서와 매체 활동을 통해 부모교육 전문가로 익히 알려진 저자 임영주의 <우리 아이를 위한 자존감 수업>이란 책이 눈길을 끈다. <우리 아이를 위한 자존감 수업>은 홍수처럼 넘쳐나는 다양한 육아서를 통해 막연히 알고 있었던 자존감과 그것이 우리 아이와 부모 모두에게 미치는 영향을 비롯하여, 아이의 자존감을 키우는 대화법에 대해 기술한 육아서다.
부모와의 관계에서 시작되는 우리 아이 자존감
저자는 우리 아이를 행복하게 만드는 것은 결국 '자존감'이라고 말한다. 아이의 행복을 위해 부모가 해야 할 중요한 과업은, 아이가 이미 가진 자존감을 북돋워주는 것이다. 아직은 엄마의 눈길 하나, 말 몇 마디에도 쉽게 무너져 내릴 수 있을 만큼 아이의 자존감은 아직 연약한 상태이기 때문에 엄마와의 관계가 그 시작점이며 엄마의 자존감이 아이의 자존감의 모태가 된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다. 가장 중요한 점은 엄마의 자존감이 높아야 아이의 자존감도 함께 높아진다는 것이다.
저자는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기 위해 선행되어야 할 부모의 마음가짐으로 아이에 대한 기대 목표를 낮출 것을 권장한다. 쉽게 말해서 기대치를 낮추면 아이의 웬만한 행동과 말들이 거슬리지 않게 되고, 아이를 지적하는 일이 줄어든다. 아이가 부모의 기대치에 도달하기 위해 안간힘을 쓰다보면 오히려 열등감만 부추기고 주눅이 들면서 오히려 자존감이 떨어지는 역효과가 난다는 것이다. 아이는 해낼 수 있는 것들을 목표로 삼을 때 엄마와 아이의 자존감이 함께 올라간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 한다.
무언가를 열심히 하는 아이의 뒷모습을 보자. 진지하고 믿음직스럽지 않은가. 떼쟁이, 고집쟁이 내 아이도 묵묵히 지켜봐주자. 이때 후생가외를 떠올린다면 도움이 된다. 아이의 고집이 아이 안의 의지와 욕구를 성취하겠다는 표현으로 보여 대견할 수도 있다. 무언가를 이루어낼 아이로 보일 것이다. 이렇게 보이게 하는 힘이 모성이다. 이제 그 모성이 이끄는 대로 표현하면 된다. / 52p
그렇다면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는 대화법에는 무엇이 있을까. 저자는 이에 대해 '아이를 동등하게 대할 것',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줄 것', '아이의 이야기에 공감해줄 것', '아이의 감정을 이해해줄 것', '아이의 부정적인 감정도 이해해줄 것' 등 크게 다섯 가지로 설명한다. 동등하게 대한다는 것은 현재 아이에게 바라는 점이 있다면 부모가 먼저 바라는 점을 행동으로 보이고, 아이가 엄마를 예측할 수 있도록 일관되게 행동해야 하며, 엄마의 표정과 눈길로 자신을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아이는 자신의 정체성을 형성함으로 아이가 바라보고 싶은 거울이 되는 것이고 말한다. 또한 위험하거나 절대 안 되는 원칙 몇 가지를 제외하면 아이 스스로에게 선택과 결정권을 주도록 하고, 엄마 스스로가 아이의 욕구를 대하면서 어떻게 반응하는지, 혹 아이를 무시하고 위협하고 소리치지는 않았는지 돌이켜보면서 아이와 엄마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인정하고 동등한 인격체로 대할 것을 권장한다.
가장 중요한 점은 아이의 이야기를 잘 들어주는 '경청'과 감정을 이해해주는 ‘공감’의 자세이다. 이때 아이가 말 하는 중간에 알아들었다는 듯 이해한다는 듯 섣불리 끼어들지 않고, 엄마가 마음대로 다른 주제로 말을 돌리지 말 것이며, 아이의 말은 듣는 둥 마는 둥하며 마무리를 훈계조로 맺지 말고 용기, 격려, 위로가 담긴 알맞은 피드백과 엄마의 도움이 필요하면 언제든지 말할 수 있도록 마음을 열게 하는 말 한 마디 정도만 해주어도 아이의 자존감은 높아진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아이가 울고 있을 때는 "슬프구나"라는 단정보다 포근히 감싸 안아 몸으로 먼저 공감해주고, 그다음 "왜 우는지 엄마한테 말해줄래?" 하고 마음을 담아 묻는 공감대화법을 실천해보면 어떨까.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기 어려워하는 영유아기 아이라면 엄마가 아이의 감정을 정리하는 말을 자주 들려주는 게 좋다. "화내지 마."라는 말보다 "화났어?"로 표현하는 것이다. 화를 내지 말라는 말은 아이의 감정을 조종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는 반면 "화났어?" "아, 그래서 화가 났구나."라는 말은 아이의 감정을 엄마가 궁금해하고, 어루만지는 말이기 때문이다.
"화났어?" "많이 슬펐어?" "무서웠니?" 등 이렇게 감정에 '화' '슬픔' '무서움' 등의 이름을 붙여 표현하게 하면 아이가 자신을 표현하는 도구로써 언어를 제대로 사용하게 된다는 장점이 있다.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방법을 알게 되면 바람직하지 않은 행동 대신 언어로 감정을 표현하게 되기 때문이다. / 91p
이 외에 정확한 지시어로 대화하는 법, 엄마의 감정을 표현하는 법, 구체적인 사실과 병행해 칭찬하는 법, 솔직한 사과를 통해 아이에게 이해를 구하는 법 등 나도 모르는 사이 아이의 자존감을 깎았던 나쁜 말 습관들을 되돌아보게 하고 이에 대한 해결점을 모색해본다. 이어 "안 해" "싫어"를 늘상 입에 달며 고집부리는 아이, 내성적인 아이, 거칠고 공격적인 아이, 지적하거나 이르는 아이와 같이 저마다 다른 아이의 타고난 기질을 인정하고 이에 맞는 맞춤형 대화 실천법도 함께 소개한다. 또한 서로의 감정이 상하지 않게 덜 화내면서 훈육을 하는 법을 일러주는데 실제 여기에서 일러준 대로 몇 번 해보니 아이가 생각보다 빨리 수긍하고 엄마의 감정을 이해하는 모습까지 보여줘서 깜짝 놀라기도 했다. 특히 반항심을 줄이는 '긍정 조건부' 화법은 습관처럼 몸에 익혀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먼저 엄마가 '자신의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이 필요하다. 엄마가 화났으면 "화났다."라고 말하면 된다. 이 말의 효과는 크다. 엄마가 스스로에게 '지금 화났으니 조심하자.' 하고 이성뇌에게 주지시키게 된다. 엄마의 감정을 스스로 인정하고 아이에게 '화났다.'라는 사실을 알리면, 아이가 알아듣도록 차분하고 구체적으로 말할 수 있게 된다. 이성뇌가 가동하기 때문이다. / 118p
책의 마지막 장에서는 자존감과 밀접한 부분이라 할 수 있는 독립심, 자조능력, 결정력, 문제해결력을 키워주는 방법에 대해 알아본다. 이때 의존형 아이로 키우지 않기 위해 아이를 방치하거나 두려움을 키우면 아이의 마음속에 독립심 대신 좌절감만이 자리하게 된다는 것을 유념해야 한다. 아이의 발달 상태와 발달 단계를 고려해 부모가 적절히 개입하는 것이 무조건적인 격려 "넌 잘할 수 있어."라는 말보다 훨씬 유효하다는 것이다. 또한 엄마가 무엇이든 대신해주는 사랑의 표현이 아이에게 독이 될 수 있으므로, "열심히 했네. 이 정도도 잘한 거야. 한두 번에 안 될 수도 있어. 지난번보다 훨씬 좋아졌는걸." 하며 아이의 시도를 인정하고 아이의 어제보다 오늘이 더 향상된 점을 알아주는 부모의 반응이 아이를 키운다는 점을 잊지 말아야겠다.
아이가 열심히 무언가를 시도하면 꾸물거리는 것처럼 느껴지더라도 기다려야 한다는 것이다. 답답하거나 잘 못하는 것 같아도 기다려주면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진다는 것을 믿어야 한다. 이 믿음이 아이를 키운다. 엄마가 대신해주는 아이는 대신해줄 엄마가 없는 곳에서는 총체적 무능아가 된다. 자신감이 없어 또래와 학교에서도 위축되어 자신의 능력이나 리더십을 발휘할 수 없음은 물론이다. 엄마가 '대신해주는' 사랑이 독이 된다는 말을 한 이유다. / 249p
아이에게 어른의 해결책을 따르라고 강요하지 말고 스스로 문제해결방법을 찾게 해주자. 방법은 엄마의 '질문'에 있다. 중요한 건 질문을 하는 엄마의 마음에 '아이는 문제해결방법을 잘 찾을 거야.'라는 믿음이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사안에 따라 긴 대화가 필요할지도 모른다. 편식이 이미 습관화 되었을 수도 있다. 습관이라는 문제를 해결하는 데 1~2분 대화로 고쳐지겠는가? 아울러 아이 문제는 아이가 해결할 수 있다. 문제를 가진 아이에게 해결의 열쇠가 있음을 인정해주자. 그리고 아이가 해결을 위한 노력을 시도할 때 따뜻한 시선과 격려로 용기를 북돋아주자. / 265p
무엇보다도 가장 중요한 점은 '엄마의 자존감이 아이에게 직결되므로 먼저 엄마 스스로를 잘 살피고, 엄마부터 자존감을 높여야 진정으로 아이와 눈맞춤, 마음맞춤의 자존감을 높이는 대화가 가능'해진다는 사실이다. 아이의 기질도 중요하지만 엄마의 기질이 어떤지 이해하는 과정을 통해서 아이의 자존감도 함께 높아진다는 것이다. 그간 '아이의 자존감을 높이느라 내 자존감은 바닥'이 되는 기분을 빈번하게 느끼곤 했던 일상을 되돌아보며 이제부터라도 나의 자존감을 키우는데도 많은 노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한편으로는 어른이라는 점을 이용해 말 뿐만 아니라 몸짓, 눈짓을 통해 아이를 비난하거나 책망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는지 반성해보는 계기도 되었다.
최근에 읽은 여느 육아서보다 가장 현실적이고 우리 아이와 나에게 도움이 될 만한 유용한 정보가 많아서 주위의 많은 엄마들에게 꼭 권장하고 싶다. 사실 오늘만 하더라도 아이에게 불쑥불쑥 터져 나올 뻔했던 감정의 응어리들을 마저 다독이지 못해서 후회가 들곤 했지만 어쩌겠나, 조금씩 실천하다보면 어제보다 더 나은 오늘과 내일이 되지 않을까 싶다. 어쩌면 억지로 육아서에 나오는 각종 비법들을 다 흡수하려고 노력하면서 아이의 자존감을 높여주겠다는 생각에 사로잡히기보다, 아이의 타고난 자존감을 망치지 않는 것이야말로 아이의 자존감을 키워주는 일이 아닐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