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른의 인생 수업
삶의 반경이 넓지 않지만
인생의 다양한 경험과 감정을 겪으면서
미성숙했던 인간이 조금은 여물어져가는 걸 느낀다.
이것이 나이든 건가 싶다가도
아직 철이 없는 모습을 발견하기도 하고
뭔가 과도기에 서 있는 중년인 나로서는
무얼 어른의 삶이라 정의 내리기가 참 어렵다.
나이가 들었다고 해서 총명하고 지혜로운 어른이 다 되는 건 아니기에
나 역시 그런 건강한 지성과 삶의 지혜로 풍성하면서도
여유 넘치는 어른으로 살아가기 희망한다.
책에서 조용히 그 답을 찾아보며 고민해보게 되었다.
재미는 힘이 세다.
오랫동안 혼자가 편한 사람이어서 축구팀에 들어가기 꺼렸던 김혼비는
이제 언니들과 함께 울고 웃는다.
축구를 시작하기 전엔 스스로도 알 수 없던 일이다.
내가 몰라서 못 찾은 재미도 어딘가에 있지 않을까.
나이가 들어도 재미를 느낀다면 세상은 언제나 처음이다.
p156
나이 들어서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삶의 에너지가 기울어질 그 나이에도
어떤 작고 소소한 일에도 눈이 반짝일 수 있는 재미와
흥미로움이 넘치는 흥이 있는 삶을 살고 싶다.
워낙 단조롭고 재미와는 거리가 먼 나에게
다이나믹한 활동으로 줄 어떤 것을 기대하는 바는 아니지만
내가 아직 경험치 못해본 영역들이 많기에
우연한 기회에 뜻밖의 재미를 만나게 되어
평생 반려 취미와 생활로 이어진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싶다.
그렇게 미지의 발견되지 못한 영역의 한계를
완전 선 긋지 않고 열어둘테다.
앞으로 나의 구체적인 삶에선 무엇이 중요할까.
정서적 지지를 해주는 가족, 가끔 만나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할 친구,
내 앞가림은 할 수 있는 건강, 굳은 머리를 열어줄 책,
세상과 소통할 수 있는 글쓰기, 일상에서 가끔은 떠날 수 있는 여유,
거기다가 최소한 인간으로서의 존언성을 유지해줄 수 있는 돈.
목록이 한없이 늘어난다. 늘어나는 목록만큼 내 삶이 풍성해지는 것이라고 생각하고 싶다.
p230
나로서 풍성해지는 삶의 목록을 생각해보면
이 모든 것을 포함하고 좀 더 세세하게 들어가면 더
다양하게 생각해 볼만한 게 많다.
삶의 기쁨의 원천이 되는 가족, 날 끝까지 지지하고 사랑해주는 배우자,
몇 안되지만 연락하면 언제나 반가운 지인들,
함께 기도해주는 좋은 동력자들,
아직은 큰 탈없이 잘 버텨주는 건강과 시간적 여유,
읽고 싶은 책을 사서 볼 수 있는 경제적 여건,
집순이가 좋아하는 공간, 내가 사랑하는 서재,
도서관과 인접한 집, 좋아하는 덕질을 아직도 할 수 있는 마음의 생기 등
재미나고 유익한 목록들을 이렇게 떠올려보니 기분이 싱그러워지는 느낌이다.
더 근엄하게 무겁게 나이들어 가는 것보다도
좀 가벼우면서도 여유 넘치고
주변 사람들과 좋은 것들을 나누고
주고받는 것이 많은 시간들을 함께 쓰고 나눌 수 있는
좋은 사람들이 내 곁에 많아진다면 나도 꽤 멋진 어른이 되어가는 것만 같다.
세월이 흐르면서 내 주변도 조금씩 정렬이 되어가고 정리되고 있다.
더 간결하면서도 군더더기없지만
실속있게 살아가는 온전한 나로 살다보면
어른이라는 수식어가 부끄럽지만은 않은 씩씩한 나로써 성장하고 싶다.
그런 마음으로 좋은 책을 읽고,
작은 사색도 적게나마 기록으로 남기며 사는 이 소소한 일상이
나를 더 그 가까이 갈 수 있게 돕는 기분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