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서운 이야기가 지닌 힘은 강하다. 끝이 나도 끝난 게 아닌 것 같아 더 궁금하니까. 어디서 이런 괴담을 모았을까 싶을 정도로 우리 주변에서 만날 수 있는 이야기라면 더욱 그렇다. 어린 시절에는 흔히 말하는 귀신이나 유령이 등장하는 이야기가 무서웠다. 하지만 지금은 일상의 괴담에 너무 무섭다. 현재 내가 모르는 사이에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 건 아닐까 두려움이 몰려온다. 아무도 모르게 혼자 죽음을 맞이하는 노년의 고독사뿐 아니라 부모나 자식에게 방치되고 유기된 상태로 죽은 후에야 발견되는 사건들이 많아서다. 전건우의 『금요일의 괴담회』를 읽으면서도 그랬다. 아파트 현관문을 열고 택배를 가지러 가는 그 짧은 순간이 괜히 무서웠다. 자주 보고 얼굴을 익힌 이들은 정말 안전한 사람일까. 좋은 사람이 아닌 안전한 사람 말이다. 일상의 공포가 가장 떨쳐내기 어려운 것이라니.
모두 17개의 괴담 가운데 그저 무서운 이야기일 뿐이야 하고 치부할 수 있는 게 많지 않았다. 그만큼 생활밀착형 공포소설이라고 하면 맞을까. 집을 소재로 한 「조용한 집」와 「가위」는 마치 경고 같았다. 그러니까 집이나 방을 구할 때 제대로 살펴야 한다는 경고 말이다. 제목처럼 소음을 피해 이사한 집의 적막함이 오히려 공포가 될 수 있다. 적당한 생활 소음이 필요하다는 것처럼. 시세보다 싼 매물의 집에는 뭔가 이유가 있다고. 과거 어떤 사람이 거주했는지, 그에게는 어떤 사연이 있는지 누구에게 물어봐야 할까.
가장 현실적인 공포를 불러오는 이야기는 「한 밤의 엘리베이터」와 「화장실」이었다. 매일 사용하는 엘리베이터와 낯선 사람과 타는 일은 진짜 피하고 싶다. 자신의 하이힐 소리 뒤를 따라오는 남자의 구두 소리, 엘리베이터에 오르자 탑승하는 남자와 배달원. 과연 누가 무서운 사람일까. 당연 배달부가 아닌 남자로 생각할 것이다. 이제는 모두가 경계의 대상이 된 것이다. 공중 화장실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장기매매에 관한 메모를 다룬 「화장실」은 섬뜩 그 자체였다. 안전한 공간은 어디에도 없는 것일까. 앱으로 친구를 사귀고 만남을 이어가는 이들에게 접근해 납치한다는 설정의 「1킬로미터 터」는 어디선가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것만 같았다. 아, 읽으면 읽을수록 주변을 둘러보게 된다. 모든 게 괴담이 될 수 있다는 걸 느꼈다.
익숙해서 그래도 덜 무섭게 느껴지는 괴담은 살아갈 이유를 찾지 못해 우울한 남자가 흉가 가이드를 하면서 만난 묘령의 여인에 대한 이야기 「그 여름의 흉가」, 괴담 마니아들이 찾는 사이트에 올라올 법한 음산한 숲에 대한 호기심으로 어이지는 「저주받은 숲」, 제목 그대로 자유로에 등장하는 귀신 이야기를 다룬 「자유로 귀신」이다.
그래도 가장 무서운 건 인간의 욕망을 다룬 괴담이다. 미움, 증오, 분노, 질투, 경쟁이 어떻게 인간을 파멸시키는지 보여주는 괴담들. 직장에서 자신을 괴롭히는 상사나 동료에 대한 화를 인형에게 저주를 쏟아내자 실제 그런 일이 벌어진 「인형 뽑기」, 회사의 남자 직원을 짝사랑하는 여직원이 어느 날 우연하게 산 화분을 향해 풀어놓은 넋두리가 그대로 실현되는 「화분」. 인간의 끝없는 탐욕이야말로 가장 무서운 것이구나 싶다. 괴담처럼 알라딘의 요술램프가 있다면 우리는 어떤 소원을 빌까. 세상에 공짜가 없다는 걸 알면서도 우리는 괴담 속 인물처럼 주저 없이 당장 바라는 일을 말할지도 모른다. 어쩌면 그 대가가 죽음과 맞먹는 것일지라도 말이다.
아무리 열심히 공부를 해도 매번 시험 성적은 2등인 아이, 부모는 칭찬은커녕 2등밖에 못한다고 혼을 낸다. 아이는 항상 게임만 하면서도 1등을 하는 아이에게 비결을 묻고 피를 흘리면 소원을 들어주는 계단으로 향하는 「열세 번째 계단」과 아무도 없는 교실에서 외로운 아이를 부르는 주문을 외면 나타나는 「외로운 아이 부르기」는 학교 괴담만으로 치부할 수 없다. 현재 성적만 강요하는 현실, 왕따나 학교 폭력에 대한 생각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단순히 괴기스러운 공포 이야기를 수집한 괴담집이라고 볼 수 없다. 괴담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 안에서는 누군가의 불안이 한이 서러있기 때문이다. 우리가 살아가는 일부라는 것이다. 재밌게 읽고 나서 드는 궁금증 하나. 아름다운 괴담은 없을까. 처음부터 존재할 수 없는 공식일까. 아무튼 스릴러, 공포, 미스터리를 좋아한다면 강추하는 괴담집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하였습니다.
전건우 작가의 공포 단편 소설 금요일의 괴담회.
제목만 봐도 흥미가 끌리고, 평소 좋아하던 작가의 소설이라서 고민하지 않고 질렀다.
그런데 내용은 그냥 좀, 음..
나랑 안 맞는 건지, 어쩐 건지.
딱히 기괴하지도, 무섭지도, 섬뜩하지도, 새롭지도 않았다.
여러 개의 단편 소설 중에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었다.
아쉽다.
<수록 단편 제목>
조용한 집. 여우고개. 그 여름의 흉가. 자살하는 캐릭터.
한밤의 엘리베이터. 인형뽑기. 저주받은 숲.
화분. 열세 번째 계단. 가위. 외로운 아이 부르기.
자유로 귀신. 유괴. 더블. 1킬로미터. 화장실. 그 목소리.
어릴 땐 작은 괴담 하나에도
온종일 생각이 나기 하면서 오싹해져요.
한번씩 티비에서 괴담프로(?)를 할 때면
눈감기를 수십번...
지금은 조금 현실적인 인간이 되었나 세상이 더 무섭게 느껴지죠.
워낙 잔인한 사건사고가 많아서 그런가..ㅜㅜ
중딩이 아이가 조금은 대담해졌는지
괴담소설에 흥미를 보여서 읽게 됐어요.
금요일의 괴담회
17개의 괴담이야기가 들어있더라구요.
<한국공포문학>이란 분야가 있더라고요. 저자 전건우 작가는 공포소설가로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는 분이랍니다.
책이 읽고 싶어 근질근질 하는데
울집 초딩 남아가 무척 겁이 많아서
<금요일의 괴담회> 표지만 보고..
절대 집에 오지 말게 하라며~ 신신당부를 하기에
숨겨놓고 읽었네요.
(지금도 아이 학원간 타이밍.. ㅋㅋ)
조용한 집, 여우고개, 그 여름의 휴가, 한밤의 엘리베이터, 인형뽑기, 저주받은 숲, 화분, 열세 번째 계단, 가위, 외로운 아이 부르기, 자유로 귀신, 유괴, 더블, 1킬로미터, 화장실 등.. 많이 들어봄직해서 미리 상상이 좀 되더라구요.
중딩이 아이 침대 아래 숨겨놨다가
책을 넘겨봤나봐요.
중간에 무서운 그림이 있어서
못보겠다네요. ㅋㅋ
중간중간 이야기 하나에 흑백 그림이 들어가 있는데
아무렇지도 않은데 아이는 아이인가봐요.
조용한 집
규선이 새로 이사온 집은 적막 그 자체예요.
예전에 살던 집은 방음이 되지 않아 힘들었는데 규선은 처음에 집안에선 외부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아 만족해하다가 집안에서 생기는 소리나 티비소리 등도 소리가 먹히는 것 같은 느낌을 받죠.
귀가에 울리는 정체모를 '뿌드득'소리까지..
처음엔 좋았다가 왠지 모를 답답함에 몸까지 아파오고
집에 어떤 이들이 영정사진을 들고 찾아오고요.
분명 불을 껴놓고 집을 나갔는데
불이 계속 꺼지는 느낌이 들는데요.
때마침 생수를 사러 나가는 길에 휴대폰을 동영상 녹화 상태로 해놓고 집을 나왔다 들어가는데요.
규선이 놀랄만한 일이 찍혀있었어요~
괴담이 할머니적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것부터 현대까지 골고루여서 처음 들어보는 생소한 단어들도 있더라구요.
이건 어디서 들어본 괴담같은데 하는 이야기도 있고요.
읽는 와중에 긴장과 호기심은 덤이예요. ㅎㅎ
무서운데 계속 읽고 싶게 만드는..
엘리베이터 탈 때 낯선 이와 함께 타면
괜히 긴장할 때가 있는데
'한 밤의 엘리베이터' 괴담은 반전이 들어있어서 더 무서웠어요.
학교 다닐 때 분신사바 이야기도 생각나게 하고, 공부와 성적에 관계된 학교 괴담이야기도 있고요.
'그 여름의 휴가'는 무서움 안에 살짝 감동이 있는 괴담이라고 해야할까요~
더운 날 읽으면 더위는 덜 느낄 것 같아요.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