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 : 거칢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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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 : 거칢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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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 정치 > 정치/외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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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비판적 지성으로 산다는 것!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i*****n | 2020.08.02 리뷰제목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해서 날카로운 비평을 해온 저자가 새롭게 엮어낸 ‘사회비평 에세이’이다. 이른바 ‘남민전 사건’으로 외국에서의 기나긴 세월을 외국에서의 망명 생활을 견뎌내고, 마침내 귀국하여 스스로 ‘악역’을 자처하며 살고 있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 존경심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그릇된 현실에 비판적인 주장을 펼치며, 늘 사회적 약자
리뷰제목

우리 사회의 현실에 대해서 날카로운 비평을 해온 저자가 새롭게 엮어낸 사회비평 에세이이다. 이른바 남민전 사건으로 외국에서의 기나긴 세월을 외국에서의 망명 생활을 견뎌내고, 마침내 귀국하여 스스로 악역을 자처하며 살고 있는 저자의 모습을 보면 존경심과 함께 부끄러움을 느끼게 된다. 저자는 우리 사회의 그릇된 현실에 비판적인 주장을 펼치며, 늘 사회적 약자의 입장을 헤아리는 글을 쓰고 있다자신이 프랑스에서 난민으로 살아봤던 경험이 있기에, 이 책에서도 잘 드러나고 있듯이 귀국해서도 그의 시선은 소외된 이들에게 향하고 있다. 저자는 스스로 자신의 글이 거칠다고 고백하지만, 어쩌면 세련됨을 통해 현실을 오도하는 글보다는 훨씬 더 가치가 있다고 여겨진다. 누구나 자신의 입장과 이익만을 헤아리는 현실에서, 사회적 약자와 소수자들에 열린 시선을 지니고 또 행동하는 저자의 삶을 존경하지 않을 수 없다. 이 책을 읽는 독자들에게 저자의 시선을 통해 우리 사회의 불합리한 현실을 자각할 수 있는 기회가 될 것이다.

 

저자는 프랑스에서 귀국한 이후 기자와 진보 정당의 대표를 거쳐, 지금은 은행장이라는 직함을 갖게 되었다고 자신을 소개하고 있다. 사소한 법 위반으로 벌금형을 선고받았으나, 그것조차 납부할 여력이 없는 이들에게 벌금을 대여해주는 일을 하는 장발장 은행의 은행장이다. 지난 해 여름 무렵에 강연을 목적으로 순천을 찾은 저자를 만난 적이 있다. 일정을 마치고 저자의 강연을 주선한 사람이 저녁을 먹는 자리에 동참하기를 요청했고, 나 역시 기꺼이 동의해서 마련된 자리였다. 그때 받았던 저자의 명함에 장발장은행이라는 명칭이 보였고, 그 자리에서 왜 그 역할을 맡았는지에 대해서 꽤 오랫동안 설명을 들었다. 프랑스 망명 생활을 하는 동안 소수자로서 살아왔기에, 자신이 기꺼이 그 역할을 맡아 경제적으로 곤란을 겪는 이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 싶다는 자신의 생각이 충분히 전달되었다.

 

이 책에는 우리 사회의 불평등한 현실을 직시하고, 그것을 조금이라도 개선하고자 하는 저자의 의지가 피력되어 있다. 전체 4부로 구성된 목차에서, 1부의 제목은 자유, 자유인이다. 누구나 다 평등하게 자유를 누리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바로 저자의 진단이다. 저자는 짓다라는 단어가 가진 포괄적 의미를 설명하면서, ‘나를 짓는 자유를 누릴 수 없는 현실의 부조리함을 비판하는 것으로부터 글을 시작하고 있다. 그리하여 이 항목에서는 주로 나를 고결하게 지을 자유를 억압하는 제도적 가난에 대한 숙고와 행동이 필요하다는 것을 역설하고 있다. 즉 자본이 막강한 힘을 발휘하는 이 시대에 빼앗긴 자유, 버림받은 자유의 실태를 설명하고, 우리 몸의 자유를 통해서 소박한 자유나마 누릴 수 있기를 진심으로 기원하고 있다고 하겠다.

 

1부에는 모두 6개의 글로 수록되어 있는데, 가장 핵심이 되는 내용은 다음 구절에 포괄되어 있다고 여겨진다. “남이 당신의 몸에 함부로 범접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당신 또한 남의 몸에 함부로 범접하지 말라.” 인간의 자유란 스스로로 지킬 수 있다는 것이 당연하다고 하겠다. 하지만 사람들은 자신의 자유는 소중하게 생각하면서, 타인의 자유는 쉽게 인정하지 않으려는 경향이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 그리하여 저자는 타인의 삶을 존중하면서, 자기 내면에 이웃에 대한 사랑과 참여를 통한 연대의 중요성을 피력한다. 결국 자유인으로 살기 위해서는 자기 몸에 대한 결정권이 중요하다는 것, 저자는 그것을 가리켜 나를 짓는 자유라고 규정한다. 소수자들에 관한 차별과 배제가 횡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역지사지의 관점을 가져야 하며, 자기중심주의가 아닌 모두가 동등한 사회적 존재임을 자각하는 것의 가치를 일깨우고 있다고 하겠다. 혹은 우리가 권력과 금력에 자발적 복종을 택한 것은 아닌지를 뒤돌아 볼 필요가 있는 것이다. 그리하여 남이 당신에게 행하지 않기를 바란다면, 당신 또한 남에게 행하지 말라.’

 

사람들이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생각하는 힘이 중요하다는 것을 역설하는 내용이, 주로 제2부의 회의하는 자아에서 다뤄지고 있다. ‘나는 생각한다. 그러므로 나는 존재한다.’ 철학자 데카르트의 이 명제를 제시하면서, 우리는 과연 생각하는 삶을 살고 있는가를 반문하고 있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자신을 완성 단계에 이른 사람들이라고 생각해서, 타인의 의견을 수용하려는 마음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는 것이 저자의 진단이다. 말을 듣되 그것에 대해서는 전혀 수용할 생각이 없는 대화, 그것은 진정한 대화가 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러한 양상은 바로 가정과 학교에서 진면목을 드러내고 있다는 지적엔 기꺼이 동의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자식들에게 무언가를 강요하는 부모의 태도와, 정해진 정답만을 찾게 하는 교육 현장이 어쩌면 생각을 포기하게 만드는 가장 중요한 요소일 수 있다는 것이다.

 

자신의 삶을 스스로 생각하며 살아가는 능력이 바로 자유인의 조건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의 사회는 암기와 지시에 익숙해져, 스스로 생각하는 능력을 발휘할 수 없도록 만들고 있다. 가정에서 부모와 아이의 관계가 그렇고, 학교에서의 교육 내용이 그렇다는 것을 구체적인 예를 들어 설명하고 있다. 그래서 상대방과의 대화에 있어서도 설득하기보다 자신의 생각을 일방적으로 강요하는 경향이 강하다. 스스로를 완성되었다고 생각하기에 자신의 생각을 타인에게 강요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인격의 완성이라는 것이 가당키나 한 것일까? 그래서 저자는 회의하는 삶을 살아가면서 생각하는 능력을 갖추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역설하면서, 프랑스의 바칼로레아의 문제를 제시하고 있다. 평소에 자신의 삶을 정리하고 표현하도록 훈련하는 것이 교육의 핵심이라고 할 것이다. 하지만 정작 우리의 대입 시험은 암기로 얻어진 점수로 대학 진학을 결정하고, 그것이 때로는 그의 일생을 좌우할 수도 있다는 것이 엄연한 현실이다.

 

존재와 의식 사이의 함정들이라는 제목의 제3부에서는, 당위적 이념과 자신의 이익 혹은 행위 사이의 간극을 의식하지 못하며 살아가는 사람들의 면모를 적나라하게 드러내고 있다. 저자가 재벌들의 노동탄압을 규탄하는 집회 현장에서 만난 노동자들에게 던졌던 질문이 바로 이것이다. ‘당신이 사용하고 있는 상품들의 브랜드에서 노동자를 억압하는 회사의 제품은 없는가?’ 하지만 대부분의 가전제품들은 정작 그 회사에서 만든 것들을 사용하면서, 집회 현장에서는 그 회사를 규탄하는 것이 납득이 잘 되지 않았다고 한다. 프랑스의 노조에서는 노동탄압을 일삼는 회사의 제품을 불매운동의 대상으로 삼아 노동자들이 실천에 나선다는 현실과 함께 소개하고 있다. 또한 집회 현장을 함께하는 정당이 있지만, 정작 투표에서는 거대 정당에 투표하는 것을 당연히 여기는 노동자들의 인식 역시 존재와 의식 사이의 괴리를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거창한 대의에는 기꺼이 뜻을 같이 하지만, 그것이 행동으로 수반되지 못하는 대중들의 면모가 잘 드러나고 있다.

 

마지막 4장에서는 난민, 은행장이 되다라는 제목으로, 저자가 지금 맡고 있는 장발장은행의 필요성과 의미에 대해서 상세히 설명하고 있다. 오랜 난민 생활을 겪었던 저자가 장발장은행의 은행장으로의 추천을 거절할 수 없었다고 한다. 지금 한국의 현실에서 재벌과 정치인들은 천문학적 금액의 횡령 등의 죄를 저지르고도 집행유예로 풀려나지만, 서민들은 생존을 위한 사소한 범죄에도 엄단을 내리는 사법부의 실상을 드러내기도 한다. 벌금형에 처해지자 오히려 경제적 여유가 없기에 실형을 선고해달라고 요청하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고 한다. 그런 이들을 위해 벌금을 대여해주고 추후 갚을 수 있도록 운영하는 것이 바로 장발장은행이다. 저자는 진심으로 장발장은행이 필요치 않은 세상이 되기를 염원하고 있다. 그것은 생존을 위한 사소한 범죄가 없어지고, 벌금 대신에 징역형을 원하는 이들이 없어지는 것이라 하겠다.

 

저자는 책의 서문에서 자신의 글을 섬세하지 못한 글로 규정하면서, 프랑스에서 떠올렸던 윤동주의 시 구절을 상기시키고 있다. “창밖에 밤비가 속살거려 / 육첩방은 남의 나라라는 구절이 포함된 자화상이라는 작품이다. 그리고 다시 돌아온 고국에서 권력과 물질이 승리를 구가하는 시대에 지배와 복종에 맞서겠다는 자유인으로 살고자하는 의지를 피력하고 있다. 그 결과가 세속 사회의 패배자로 남더라도, ‘편하고 안락한 삶에 대한 욕망 앞에서 자유의 참된 의미를 찾고자 노력하는 저자의 생각이 이 책에 담겨있다. 비록 저자처럼 치열하게 실천을 하며 지내지는 못하지만, 간혹 신문 칼럼과 책을 통해서 만나는 그의 가르침을 깊이 간직하면서 살아보겠다는 다짐을 해본다. 존재와 의식을 일치하는 삶이 쉽지는 않겠지만, 그렇게 살려고 노력해야만 할 것이다.(차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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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편하게 사는 것과 인간답게 사는 것..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k*****1 | 2020.03.19 리뷰제목
홍세화의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그의 저작을 읽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나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등의 책 제목이 하도 귀에 익어 읽은 줄 알았는데 내용이 전혀 기억에 없는걸 보니 착각을 했나 보다. 하긴 남민전 사건이나 진보정당과 관련하여 한때 뉴스의 중심에 서기도 했던 그이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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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세화의 이름은 많이 들어보았지만 그의 저작을 읽어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나는 빠리의 택시운전사]나 [쎄느강은 좌우를 나누고 한강은 남북을 가른다] 등의 책 제목이 하도 귀에 익어 읽은 줄 알았는데 내용이 전혀 기억에 없는걸 보니 착각을 했나 보다. 하긴 남민전 사건이나 진보정당과 관련하여 한때 뉴스의 중심에 서기도 했던 그이니 그럴 만도 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 책은 제목이 마음에 들어 읽은 책이다. <결>이라니, 결을 국어사전에서 찾아보면 ‘나무, 돌, 살갗, 비단 따위의 조직이 굳고 무른 부분이 모여 일정하게 켜를 지으면서 짜인 바탕의 상태나 무늬’라고 되어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더 단도직입적으로 ‘성품의 바탕이나 상태’라 설명되어 있기도 하다. 결이라는 단어가 마음을 사로잡은 것은 이처럼 사람에 대해 쓸 수 있기 때문이다. 예로 ‘그 사람의 결이 참 좋다’라고 할 때 왠지 모르게 더 따뜻하게 다가오는 것 같아서다. 하지만 이 책에서 저자가 말하는 결은 거칠기만 하다. 현대사회를 사는 우리와 우리를 둘러싼 환경 모두가 거친 결을 가진 세상에서는 둥글기보다는 뾰족하고 거칠어야만 편하게 살 수 있기 때문이다. 어지러운 세상에서 우리는 억압된 삶을 살고 있다고 말하는 저자는, 우리가 진정한 자유를 누리며 인간답게 사는 길이 무엇인지를 이 책에서 살펴보고 있다.

 

편하게 사는 것과 인간답게 사는 것을 정면으로 충돌하게 만드는 세상은 자유롭고 존엄하게 태어난 인간에게 온갖 억압기제로 굴종과 복종을 강요하는 정의롭지 못한 세상이라고 말하는 그는, 무엇보다도 ‘나를 잘 짓는 것’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나를 잘 짓는다는 것은 자유인이 되어야 하고, 나를 잘 짓는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회의하는 자아’이어야 함을 이야기한다. 어떻게 보면 이것이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고자 하는 모든 것이라 할 수 있다. 많은 억압과 거친 사회의 결 가운데에서도 한결같이 중심을 잡았던 그였기에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시대가 진실로 자유로운지에 대해서 물을 수 있는지도 모르겠다.

 

먼저 저자는 자유의 조건인 외로움과 불안에 대해 이야기한다. 자유는 외로움과 또 그것과 함께 밀려오는 심리적 불안을 대가로 치러야 한다고 그는 말한다. 이 대가를 이겨내지 못한다면 집단 속에 숨게 되고, 집단속에서도 다수파에 속하고자 한다. 우리는 분명 자유로운 시대에 살고 있지만 신자유주의라는 구조 속에서 자신도 모르는 사이 권력과 금력에 의해 노예로 길들여지고 있다고 한다. 억압된 삶을 살면서도 그들이 말하는 거대담론과 프레임에 매몰되어 자발적 복종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으로써 사람들은 외로움과 불안대신 평안함을 누린다. 노예제 아래에서 노예는 자신이 노예인지를 알지만 자유라는 이름으로 자발적으로 복종하는 인간은 자신이 노예인지 조차 모르고, 노예이지만 노예인지 모르니 평안하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그래서 저자는 나를 잘 짓기 위해 무엇보다도 먼저 남과 비교하는 일을 멈추라고 한다. 우리는 어린 시절부터 남과 비교하고 경쟁하는데 익숙하게 길들여져 왔다. 그러나 남보다 우월한 나를 추구한다면 내 삶의 기준은 내가 아니라 남이 되고, 그런 삶에서는 나를 짓는 자유를 온전히 누릴 수 없다. 따라서 물질적 욕망을 추구하는 대신 이웃과 연대하려는 열정에 헌신하는 자유인이 되라고 한다. 그리고 그런 자유를 누리기 위해서는 회의하는 자아여야 한다고 말한다.

 

많은 사람들이 한국사회가 바뀌어야 한다고 말하지만, 모든 사람이 말만 할뿐 남들을 설득하지도 않고 또 스스로 바꾸려 노력하지도 않는다. 그러기에 우리사회 역시 앞으로도 바뀌지 않을 것이라며, 따라서 우리는 회의하는 자아가 되어야 한다고 저자는 주문한다. 저자가 말하는 ‘회의하는 자아’란 자기 의지로 자신의 사유세계를 열어 자기변화의 가능성을 열어두는 것이다. 현대를 사는 사람들 머릿속에는 지식과 정보가 가득 차있다. 그럼에도 사람들은 그것들이 자신을 주체적인 삶으로 안내하는지 아니면 복종의 삶으로 이끄는지, 나를 올바른 길로 안내하는지 아니면 잘못된 길로 이끄는지 등에 대해 묻거나 생각하지 않고 그것들이 이끄는 대로 고집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한다. 그래서 설득이 어렵고 선동하기 쉬운 사회가 되어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회의하는 자아가 필요하고 그것이 지향하는 것은 고귀함이 아니라 고결함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고귀함은 태생적으로 선택된 사람이거나 남과 경쟁하여 승리한 사람의 몫으로 그 반대편에 비천함을 필요로 한다. 하지만 고결함은 타인의 비천함을 전제하지 않는 자신과의 끝없는 싸움의 산물이다. 어제의 나와 오늘의 나를 비교하면서 자기 성숙의 긴장을 유지하는 것이 바로 고결한 존재의 조건이라고 한다.

 

또한 저자는 우리의 존재와 의식의 어긋남에 대해서도 말한다. 우리사회는 흔히 20:80의 사회라고 불릴만치 양극화가 심각한 수준에 달하고 있다. 우리가 미디어를 통해 만나는 서사들 대부분은 20과 관련된 것들이다. TV에서는 20에 속하는 인물들과 그들이 유포하는 논리와 주장으로 채워지고 있으며, 이는 드라마나 영화의 주인공들 또한 마찬가지라고 한다. 그 결과 80의 사유세계는 20의 것들로 채워지면서 80에 속한 자신의 삶을 스스로 소외시키고 있다. 이처럼 우리들 대부분은 80에 속한 자신의 존재를 배반하는 의식을 갖고 있으면서도 그것에 대해 일말의 회의도 없이 막무가내로 고집하면서 살아가고 있다고 저자는 비판한다. 그래서 몸은 80에 속하면서도 같은 처지의 80에 공감하거나 감정이입하지 못하고 오히려 20에 공감하고 감정이입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바로 상징폭력과 함께 피지배자들로 하여금 사회적 위계를 정당한 것 혹은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도록 함으로써 지배자들에게 복종하도록 이끄는 지배기제라고 한다. 그러기에 우리는 회의하는 자아를 통해 나를 온전히 지을 수 있는 자유인이 되어야 하며, 그럼으로써 우리사회를 조금 더 정의롭고, 조금 더 자유롭게 바꿀 수 있음을 이 책에서 저자는 강조하고 있다.

 

저자가 이 책에서 말하는 것 모두를 누구나가 공감할 수 있으리란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러나 편하게 사는 것과 인간답게 사는 것이 어떤 것인지, 그리고 무엇이 다른지에 대해 생각을 하게 만드는 것은 분명하다. 우리사회가 더 이상 이대로는 안 된다는 말은 많지만 어느 누구도 자신이 먼저 변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래서인지 저자가 말하는 ‘회의하는 자아’가 필요하다는 말이 마음에 와 닿는다. 그와 함께 ‘우리가 바라는 사회는 남이 대신 만들어주지 않는다고 할 때, 시민들의 적극적인 연대활동과 올바른 정치참여만이 그 길을 열어줄 것이다.’라는 책의 마지막 문장은 지금 우리에게 가장 필요한 말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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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내용도 만듦새도 품위 있고 고급스러운 책,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이다 평점10점 | y****1 | 2020.03.06 리뷰제목
내용도 만듦새도 품위 있고 고급스러운 책 이 책은 실물로 꼭 봐야 한다. ‘결’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이 질감이 느껴지는 고급스런 종이며, 손에 잡히는 느낌, 깔끔하게 정돈된 디자인까지 모두 최고다. 거기다 좋은 말들이 많아서 다 적기에도 부족하다. 회의하는 자아, 질문하는 자아부터 노동과 보편복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사람과 사회를 대하는 작가의 진솔한 태도에 큰
리뷰제목

 

 
 

 

내용도 만듦새도 품위 있고 고급스러운 책

 

이 책은 실물로 꼭 봐야 한다. ‘이라는 제목에 어울리는 이 질감이 느껴지는 고급스런 종이며, 손에 잡히는 느낌, 깔끔하게 정돈된 디자인까지 모두 최고다.

거기다 좋은 말들이 많아서 다 적기에도 부족하다.

회의하는 자아, 질문하는 자아부터 노동과 보편복지에 대한 이야기까지.

사람과 사회를 대하는 작가의 진솔한 태도에 큰 감동을 느낀다.

 

자유는 외로움을 대가로 치러야 한다. 외로움과 함께 밀려오는 심리적 불안도 대가로 치러야 한다. 자유는 외로움과 불안의 조건 아래 얻을 수 있으므로 자유인은 외로움을 즐길 줄 알아야 하며, 심리적 불안을 극복할 수 있는 독립성을 갖춰야 한다. 외로운 존재인 나를 대면하는 또 하나의 나를 상정하여 그 둘 사이에 소리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은 외롭고 불안한 나를 자유로운 존재로 지킬 수 있는 길의 하나다.”

    

나를 고결하게 지을 자유는 자유인이 되고자 하는 사람들이 꼭 읽어야 할 부분이다.

내 생각이 나의 존재, 나의 정체성에서 벗어나거나 나의 존재, 나의 정체성을 배반하는 것은 아닌지 묻는 질문은, 물질의 노예가 된 소유적 인간들에게 꼭 필요한 질문이다.

 

나를 짓는 자유를 누리는 자유인은 고결함을 지향한다. 비단결이 고운 것은 올이 많아 섬세하기 때문이다. 자유인은 사물과 현상을 인식하는 사유의 올들에 하나의 올이라도 더 보태거나 수정하여 조금 더 섬세하고 정교하게 세상을 인식하려고 노력할 것이다.”

 

이 책은 이 시대를 사는 모두를 위한 책이기도 하지만, 작가의 아주 오랜만의 저서라 그런지 감회가 남다르다. 홍세화라는 한 시대를 풍미한 (지금도 풍미하고 있는) 한 인간을 보여주는 값진 자서전 같은 느낌이다. 이 책을 읽고 홍세화가 더 좋아졌다.

간결한 문체에서 은근하게 전해지는 깊은 감수성과 사람에 대한 이해와 사랑, 사회와 역사에 대한 깊은 고찰을 갖고 있는 장인이다.

이 책을 읽으며 정말 기분 좋은 경험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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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우리가 믿고 있는 자유, 자존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하는 책 평점10점 | s********1 | 2020.03.06 리뷰제목
우리가 믿고 있는 자유, 자존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하는 책. 홍세화는 이 시대 진정한 어른이다.   그의 이전 명저들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글이 쏟아진다. 자유와 고독을 논하는 처음부터 많은 질문을 받는다.나의 생각은 어떻게 나의 것이 되었나, 자유에는 어떤 품위와 희생이 따르는가   그리고 깨닫는다. 인간은 오랫동안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였으며, 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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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믿고 있는 자유, 자존에 대해 집요하게 질문하는 책. 

홍세화는 이 시대 진정한 어른이다.

 

그의 이전 명저들보다 훨씬 더 깊이 있는 글이 쏟아진다.

자유와 고독을 논하는 처음부터 많은 질문을 받는다.

나의 생각은 어떻게 나의 것이 되었나,

자유에는 어떤 품위와 희생이 따르는가

 

그리고 깨닫는다.

인간은 오랫동안 합리적인 존재가 아니라 합리화하는 존재였으며,

사람들의 생각은 쉽게 바뀌지 않는다는 것.

그러기에 오랜 용기와 확실한 자기 보기로

자신의 생각을 바꾼 사람들은 얼마나 대단한 존재인가를.

 

그런 통찰과 감동이 넘치는 책이다.

 

'파리의 택시 운전사'부터 오랜 시간이 지났지만,

그리고 망명객의 신분을 벗고 저자가 한국에 돌아온 지도 오래되었지만,

그의 곧은 가치와 신념은 변함없다.

여전히 교육과 환경의 중요성을 신뢰하는 것도,

탁상공론이 아니라 현장의 목소리와 사회적 약자의 연대를 중요하게 생각하고 실천하는 것도.

 

그가 일전에 다른 책에서 이야기했듯,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인간적인 사회가 아니라,

덜 비인간적인 사회”인지도 모르겠다.

이 책의 말들이 모두 구구절절 옳아 읽다 보면

책을 가만히 내려놓고 싶을 만큼 생각이 많아지고, 사색하게 된다.

그의 문장 하나 하나가 한걸음이 되어

이 사회가 조금 더 ‘덜 비인간적인’ 사회가 되는 것 같다.

 

정말 모두에게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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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실천은 멀기만 하고 [사회-결:거칢에 대하여]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j***6 | 2020.04.21 리뷰제목
책을 붙잡고 있던 며칠 동안 마음이 고되었다. 내가 이 책을 읽는다는 건 어떤 일인가, 내가 이 책을 읽고 할 수 있는 일은 혹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작가의 의도를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실천에는 무지무지 느리고 둔한 내 의지를 무엇으로 변명하려는 것인가, 이러면서도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는가, 책은 무엇인가, 책을 왜 읽는가... 등등.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질문 때문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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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붙잡고 있던 며칠 동안 마음이 고되었다. 내가 이 책을 읽는다는 건 어떤 일인가, 내가 이 책을 읽고 할 수 있는 일은 혹은 해야 하는 일은 무엇인가, 작가의 의도를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실천에는 무지무지 느리고 둔한 내 의지를 무엇으로 변명하려는 것인가, 이러면서도 책을 읽었다고 할 수 있는가, 책은 무엇인가, 책을 왜 읽는가... 등등. 끝도 없이 이어지는 질문 때문에, 알고 있는 답에는 시치미를 떼고 모르는 답에는 새삼스럽게 반응하는 자신이 구차하고 민망하여 많이 고달팠다.

 

내가 작가의 글을 읽으면 이런 반응이 나오리라 짐작하지 않은 것은 아니었다. 그럼에도 읽고 싶었고 읽어야 했고 읽고 나니 당연히 부끄러워졌는데, 왜 계속 부끄러워하면서 나아가지 못하는 건가 반성도 해야 했다. 반성만 하면 뭐하나, 반성을 안 할 수 있는 방법을 모르는 것도 아니면서, 이렇게 쳇바퀴 도는 나의 물음과 회한은 작가의 나는 파리의 택시 운전사를 읽었을 때와 달라진 게 없는 것만 같다. 이 노릇을 어찌해야 할지.

 

글은 수월하게 읽히는 편이다. 그런데 책장을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작가가 자신을 나무라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모든 표현이 작가 자신에게만 던지는 나무람이 아니라는 것을 글을 읽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 수 있을 것이다. 이게 내 독서 상황을 좀 더디게 만들었다. 칭찬이 아니라 나무라는, 나태해진 정신을 일깨우는 글의 목소리가 글을 읽는 속도를 자꾸만 붙잡았다. 그래, 읽기만 해서 뭘 하겠는가 말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하는 게 이 책만큼 관심이 일지 않은 적도 없다. 남들이 뭐라고 하는 게 무엇이 중요하다는 말인지. 내가 나를 다스리는 일만 해도 이토록 깊고 아득한 것을. 작가는 이를 자신을 짓는다는 말로 표현했다. 나를 지을 자유, 세상의 모든 사람이 너나없이 고르게 자신의 삶을 지을 수 있는 자유가 보장되는 사회를 맞이하자고, 이렇게 해야 한다고. 거칠게 보이는 표현 안에서 배어 나오는 속 깊은 울음소리가 어찌나 사무치고 처절한지 고개를 돌릴 수도 책장을 덮을 수도 없기만 했으니.

 

아주 사소한 참여 한 가지를 하려 한다. 매달 오늘 날짜에 장발장 은행에 극히 적은 돈을 넣는 일(은행이 더 이상 할 일이 없어 문을 닫을 때까지). 이것이라도 하지 않으면 안 되겠다는 마음, 이 일이야말로 이 책을 읽고 내가 유일하게 갚을 수 있는 보답이라고 여기면서. 이런다고 마음이 가벼워지는 것도 아니지만.

 

 

24 나를 잘 짓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남과 비교하는 일을 멈춰야 한다.

 

28 개인주의는 본디 타인의 자유와 권리를 침해하지 않는 조건 아래 각자 자신의 자유와 권리를 누리는 것이다.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타인의 자유와 권리, 이익을 침해하면서 자기만의 자유와 권리를 누리려 하는 이기주의는 개인주의와 전혀 다르다.

 

133 무관심은 잔인한 것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그것은 매우 활동적이며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왜냐하면 무관심은 무엇보다도 추악한 권력의 남용과 탈선을 허용해 주기 때문이다.

 

144 우리가 두려워해야 할 것은 단언컨대, 전쟁과 폭정이다.

 

1664 수구 세력이 질서나 안보를 강조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들이 누리는 기득권이 흔들려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181 잡초는 없앨 수 없다. 다만 뽑을 수 있을 뿐이다.

 

202 타자에 대한 혐오를 쏟아내는 사람은 스스로의 존재 의미를 찾지 못한 사람이다. 사람과 사람이 소통하고 이해하려면 나부터 독립적인 주체가 돼야 한다. 다른 사람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려면 자기 정체성부터 확립해야 한다. 한국 사회에 혐오가 만연한 것은 사람들이 를 찾지 못했다는 뜻일 수도 있다. 나와 생각이 다르고 나를 불편하게 하는 사람들과 만나고 대화하는 것이 유일한 대안이다. 그 과정에서 나조차 몰랐던 나를 발견할 수 있다. 한 곳에 머물려 해서는 안 된다.

 

223-224 올바른 정치는 무엇보다도 가난한 국민이 겪는 고통과 불행을 덜어주어야 한다.

결 : 거칢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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