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롤 - 에디션D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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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롤 - 에디션D 시리즈

리뷰 총점 9.0 (155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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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영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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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저자의 글쓰기 매혹적임 평점10점 | s******e | 2016.06.16 리뷰제목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바로 리플리를 탄생시킨 작가이다. 많은 소설들이 영화의 원작소설이 되었고 20세기의 애드거 앨런 포라는 평가를 받는다는데 정말 이 소설을 읽고 매혹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른 소설들을 얼른 읽고 싶어졌다.    테레즈는 무대장식일을 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금방 구해지지 않아 백화점 점원으로 일을 잠시 하게 되면서 남자친구 리처드를 사귄다. 무료한 일
리뷰제목

 패트리샤 하이스미스는 바로 리플리를 탄생시킨 작가이다. 많은 소설들이 영화의 원작소설이 되었고 20세기의 애드거 앨런 포라는 평가를 받는다는데 정말 이 소설을 읽고 매혹적이라는 생각이 들어 다른 소설들을 얼른 읽고 싶어졌다.

 

 테레즈는 무대장식일을 하고 싶지만 일자리가 금방 구해지지 않아 백화점 점원으로 일을 잠시 하게 되면서 남자친구 리처드를 사귄다. 무료한 일상에 지루한 나날들이 되지만 우연히 부인을 인형 판매하다가 만나게 되는 것이다. 캐롤이었다. 한 번에 반해버린 테레즈는 부인에게 크리스마스 카드를 보내게 되고 그 때부터 운명의 만남이 시작된다. 이 소설을 쓰게 된 계기는 패트리샤 작가가 우연히 백화점에서 일한 적이 있었고 그 때 인형을 판매했다고 한다. 그러면서 어떤 귀부인을 봤다고. 거기서부터 상상의 나래를 폈다고 하는데 출판사가 이 책을 받아주지 않자 처음에는 가명으로 다른 출판사를 통해 냈다는 것이다. 'The price of salt'라는 제목으로 낸 이 책이 다시 영국의 블룸스버리 출판사와 새롭게 계약한 뒤 원래 제목인 '캐롤'로 바꿨다고 한다. 역시 읽어봐도 캐롤이 훨씬 소설과 어울린다. 그리고 추리작가이자 탐정작가의 대가처럼 이 소설도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다. 영화를 보지 않았지만 표지에 영화주인공들의 얼굴을 보니 그냥 그림이 딱 그려진다.

 

 미국의 게이바 총기난사사건에 맞춰 우연히 읽게 되었는데 정말 사귀는 남자친구와는 잠자리를 해도 별로 친밀감이 없고 처음 만난 여성의 얼굴이 아른거리고 그 사람만 생각난다면 대체 그걸 어떻게 해야 하나. 행복을 위해 사회의 멸시와 가족, 친구들의 혐오스런 표정을 어떻게 해야 할까. 난감하다. 그런데 이 소설도 그런 부분 고민하고 있다. 그리고 개인의 비극으로 이를까 겁이 나기도 했으나 행복하게 맺어져 다행이다. 그래서 이 책을 읽고 그렇게 기분이 나쁘지 않다. 영화 '아가씨'는 난잡하다는 이야기도 들었지만 인기가 많다던데 그것도 많이 궁금해진다. 그리고 하이스미스의 책을 올해 많이 읽고 싶다.

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 댓글 8
종이책 그저 누군가를 사랑했을 뿐... 평점10점 | s****g | 2016.03.05 리뷰제목
<캐롤>이라는 영화가 좋은 평을 얻으면서 원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영화의 제목만 흘려 보았지 '동성애'를 주제로 하고 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그 전부였다. '동성애' 말고는 아는 것이 하나 없기에 원작을 만나는데 있어서 아무런 편견도 예상도 하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원작 소설과 영화가 있는 경우, 영화를 보고 나면 아무래도 책 속에
리뷰제목

 

<캐롤>이라는 영화가 좋은 평을 얻으면서 원작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됐다. 사실 영화의 제목만 흘려 보았지 '동성애'를 주제로 하고 있다는 것도 뒤늦게 알았고 내가 알고 있는 것이 그 전부였다. '동성애' 말고는 아는 것이 하나 없기에 원작을 만나는데 있어서 아무런 편견도 예상도 하지 않고 읽을 수 있었다. 원작 소설과 영화가 있는 경우, 영화를 보고 나면 아무래도 책 속에 이미지가 덧씌워지기 때문이다.

 

사람들이 성에 대해 개방적으로 변해가고 있다고 하지만 아직도 '이성'이 아닌 '동성'을 좋아한다는 것에는 거부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많다. 동성애는 성에 보수적인 아시아뿐만 아니라 자유롭고 개방적인 미국에서조차 쉽게 허용되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소설이 쓰였을 때는 더한 독자들의 거부감과 더한 논란이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무대디자이너를 꿈꾸지만 감옥 같은 프랜켄버그 백화점 인형코너에서 일하고 있는 테레즈. 표정 없는 사람들이 가득하고 테레즈가 떠올릴 수 있는 한 싫어하는 것들이 죄다 응집된 백화점이 테레즈에게는 무겁게 느껴진다. 무대디자이너가 될 수 있을지도 모르는 불확실한 미래와 가족조차 없는 자신의 현실에 외로움이 더해간다. 그런 테레즈 옆을 지키는 것은 그녀를 사랑하며 화가를 꿈꾸는 리처드였다.

 

테레즈와 결혼을 하고 싶어 하는 리처드의 마음과 다르게 테레즈는 리처드와의 미래를 꿈꾸고 있지 않다.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바쁜 백화점. 그리고 테레즈 앞에 그녀가 나타난다. H.F. 에어드부인을 보는 순간 테레즈는 다시는 돌이킬 수 없는 행복감을 느낀다. 아무런 이유가 없었다. 그냥 그녀를 보는 순간 행복감에 휩싸였다. 테레즈는 고객인 에어드부인에게 감사의 엽서를 보내고 자신에게 엽서를 보낸 직원을 찾으면서 두 사람의 인연이 본격적으로 시작된다.

 

테레즈가 캐롤에 대해 느끼는 감정은 사랑에 가까웠다.

다만 캐롤이 여자일 뿐이다.

광기까지는 아니라도 축복은 분명했다.

바보 같이 들리겠지만, 어떻게 지금보다 더 행복할 수 있을까?  -p.79

 

캐롤을 만난 후 테레즈는 리처드를 만나도 온통 그녀 생각뿐이었다. 그리고 그녀와의 만남을 위해 리처드와의 약속은 깨버리는 일들이 일어나고 리처드에게 비밀이 생겨난다. 그런 마음도 모르고 리처드는 그녀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고백한다. 그러나 테레즈는 캐롤을 만나기 전까지 그 누구도 사랑하지 않았다. 캐롤에 대한 마음은 점점 커지고 테레즈는 그녀와 함께 있는 지금 이 순간 죽어도 상관없다고 생각한다.

 

캐롤에 대한 사랑으로 리처드와의 여행 일정을 깨버리는 테레즈. '테레즈는 단 한 순간도 마음속에서 캐롤을 지운 적이 없었다. (-p.111)' 테레즈는 리처드에게 묻는다. 남자랑 사랑한 적이 있냐고.

 

"그런 얘기는 들어봤지?"테레즈가 물었다.

"무슨 얘기? 남자 좋아하는 남자 얘기? 당연하지."

...(생략)

그가 귀를 열고 있음을 알고 테레즈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아니, 남자 좋아하는 남자 얘기가 아니라, 두 사람이 갑자기 사랑에 빠진 거지,

이를테면 남자 남자, 여자 여자끼리."   -p.150

 

위의 리처드와 테레즈의 대화에서 동성애에 대해 생각하는 차이점을 볼 수 있다. 리처드는 남자가 남자를 좋아한다고 말하지만 테레즈는 두 사람이 사랑에 빠졌는데 남자 남자, 여자 여자끼리일 뿐이라고 말한다. 동성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 그건 누구한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것을 테레즈는 말한다.

 

자신이 캐롤에게 느끼는 감정은 사랑을 정의하는 내용과 다 맞아 떨어진다고 생각하는 테레즈는 계획되었던 리처드와의 여행이 아닌 캐롤의 여행에 동행하기도 한다. 자신의 마음은 이미 사랑으로 가득 찼지만, 캐롤의 마음은 모르는 상태였다. 둘이 떠난 여행, 그리고 마음을 확인해가는 두 사람. 그런데 문제가 생긴다. 캐롤이 남편 하지와 이혼소송 중이었는데 하지가 캐롤이 딸 린디를 빼앗으려 수를 쓰고 있었다는 점이다.

 

캐롤의 가장 친한 친구 애비에게도 누구에게도 캐롤을 빼앗기고 싶어하지 않는 테레즈의 마음은 확고해지지만 캐롤의 상황은 점점 어려워지고 있었다. 가장 소중한 딸 린디 앞에 테레즈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밖에 없는 상황들. 자신이 버려졌다고 생각하며 분노와 배신감, 절망감에 휩싸이는 테레즈. 자신은 캐롤을 위해 모든 것을 버릴 각오가 되어 있지만 캐롤이 자신의 극히 일부분만을 테레즈에게 헌신했다는 점에 캐롤과 함께 했던 날들이 사기극으로 느껴졌다.

 

동성을 좋아한다는 것을 사람들은 약점으로 이용한다. 캐롤과 이혼소송 중인 남편 하지도, 그녀에게 끊임없이 사랑을 말하다 캐롤과는 경쟁조차 할 수 없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 리처드도. 세상 사람들에게 둘의 사랑을 말하고 말겠다고 협박한다.

 

"이 세상의 눈으로 보면 그건 혐오스러운 일이야." -p.310

 

이 세상은 온통 두 사람의 적이 될 태세를 갖추고 있었다.

테레즈와 캐롤이 같이 있는 모습은 더는 사랑으로도,

행복한 모습으로도 보이지 않았다.

주먹을 쥔 사람들 사이에 갇힌 괴물로 비춰질 뿐이다.  -p.365

 

누군가를 사랑한다는 것이 세상이 말하는 정상적인 사람들에게는 추악한 행동으로 보이는 것이다. 그저 누군가를 사랑했는데, 그것이 남자 남자, 여자 여자인 것뿐인데도 말이다. 저자가 이 소설을 쓰면서 동성애를 다뤘지만 행복한 결말을 만들려고 했다고 한다. 동성애를 다룬 작품들이 남들에게 비난받고 작품 속에서도 비극으로 가는 경우가 많은데 이 책은 희망을 보여줬다는 것이다. 그리고 이런 희망의 결말이 동성애에 더 보수적이었을 시대에 쓰였다는 점이다. 251페이지에 보면 고전에 대해 '인간의 보편적 상황을 다루는 거죠'라는 말이 나온다. 동성에 대한 것이지만 '사랑'이라는 감정에 대해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책과 영화가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이 아닌가 생각된다. 원작 소설이 있는 영화를 보고는 실망한 적이 많은데 영화에 대한 평이 좋아서 영화로도 만나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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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캐롤》사랑, 천 번의 순간과 기억들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r*******n | 2016.03.05 리뷰제목
무대 디자이너를 꿈꾸는 열아홉의 테레즈는 백화점에서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는 중이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형을 사주려는 사람들을 상대하던 어느 날,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우연히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순간은 그렇게 운명처럼 그녀에게 각인된다. 테레즈는 일상이 불안했고, 자신의 꿈에 대해 자신이 없었으며, 항상 갈팡질팡했고, 스스로의 삶이 처량했다. 게다가 연인인 리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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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디자이너를 꿈꾸는 열아홉의 테레즈는 백화점에서 임시직으로 일하고 있는 중이다. 크리스마스 선물로 인형을 사주려는 사람들을 상대하던 어느 날, 한 여인을 만나게 된다. 우연히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순간은 그렇게 운명처럼 그녀에게 각인된다. 테레즈는 일상이 불안했고, 자신의 꿈에 대해 자신이 없었으며, 항상 갈팡질팡했고, 스스로의 삶이 처량했다. 게다가 연인인 리처드와 만난 지 열 달 정도 되었지만, 그를 전혀 사랑하지 않았다. 그를 좋아하긴 했지만, 그와 사랑에 빠지는 건 영원히 불가능할 것 같다는 느낌이었기 때문이다. 캐롤은 남편과 불행한 결혼 생활을 이어오다 이혼을 앞두고 있었고, 딸의 양육권 관련해서 골치가 아픈 상황이었다. 그녀 역시 삶에 아무런 기쁨도 찾을 수 없는 상태였던 것이다.

그렇게 생에 지치고 외로웠던 두 여자가, 한 눈에 상대를 알아본다.

두 사람의 시선이 동시에 맞닿았다. 테레즈는 상자를 열다가 고개를 들었고, 때마침 여인도 고개를 돌리는 순간 두 시선이 부딪쳤다. 여인은 늘씬한 몸매에 금발이었으며 넉넉한 모피 코트를 걸친 모습이 우아했다. 한 손을 허리에 대고 있어서 모피 코트 앞섶이 벌어졌다. 눈동자에 붙들린 테레즈는 시선을 피할 수 없었다. 앞에 있는 손님이 재차 묻는 소리가 들렸지만 테레즈는 가만히 선 채 벙어리가 되었다......테레즈는 저 여인이 분명 자기에게 올 것임을 직감했다. 여인이 서서히 카운터로 다가오는 모습이 보였다. 테레즈의 심장은 멈춰 섰던 순간을 만회하려는 듯 쿵쾅거렸다. 여인이 점점 다가오자 테레즈의 얼굴이 붉어졌다.

보수적인 당시의 시대상에 비추어 여자와 여자의 로맨스를 그린 작품으로 보자면 상당히 파격적이지만, 사실 그저 한 존재와 다른 존재가 서로를 알아보고 마음이 시키는 대로 서로에게 다가가는 과정으로 이 작품을 보자면 여느 연애 소설과 크게 다를 바가 없다. 무미건조하고 확신 없는 삶에 지쳐 있는 테레즈와 무기력한 결혼 생활에 지쳐 있는 캐롤은 처음 만난 순간부터 서로에게 강렬한 끌림을 느꼈고, 재고 따지고 할 것도 없이 가까워진다. 그리고 두 사람은 함께 미국 서부를 가로지르는 여행을 떠나게 된다. 하지만 캐롤의 남편이 고용한 사설탐정이 그들을 쫓아오고, 그는 캐롤에게 딸과 테레즈 중 한 사람을 택하라며 위협하고 그들의 관계는 그렇게 사람들의 이해를 얻지 못한 채 위기를 맞이한다.

테레즈와 캐롤이 서로를 알아가는 초반의 분위기는, 남녀가 미묘한 떨림을 간직한 채 서로를 탐색하는 그것과 매우 비슷한 긴장감을 유지하고 있다. 그래서 한참 이 책을 읽다 보면 굳이 이걸 레즈비언 소설로 구분 지어야 하나 의문이 들만큼, 그저 사랑에 빠진 인물들의 심리가 고스란히 느껴지는 작품이다. 태어나 처음으로 사랑이라는 감정을 느끼게 된 것이 하필 남자가 아니라 여자였다는 것만 다를 뿐, 테레즈의 사랑 또한 다른 이들의 그것과 다르지 않았던 것이다. 물론 그것을 다르게 보는 이들의 사회적 시선을 완전히 배재할 수는 없는 것이 안타깝지만 말이다.

 

"그럼 부끄러워할 일인가요?"

"맞아, 너도 알잖아." 캐롤은 또렷하게 말했다. "이 세상의 눈으로 보면 그건 혐오스러운 일이야."

캐롤의 말에 테레즈는 차마 웃을 수도 없었다. "당신은 그걸 믿지 않는군요."

"사람들은 하지네 가족하고 비슷해."

"그들이 이 세상 전부는 아니잖아요."

"그들만으로도 차고 넘쳐. 너도 이 세상에서 살아야 하잖아. 그러니까 내 말은, 너더러 지금 당장 누굴 사랑할지 결정하라는 소리가 아니야." 캐롤은 테레즈를 쳐다보았다. 이제 캐롤의 눈동자에서 미소가 천천히 차오르며 얼굴에도 미소가 번졌다. "내 말은 이 세상에서 남들과 어울려 살아야 하는 책임감이란 게 말이지, 그게 네 것이 아닐 수도 있어. 지금은 안 그래도 돼. 네가 뉴욕에서 알아야 할 나쁜 사람이 바로 나거든. 왜냐, 내가 널 마음껏 즐기고 자라지 못하게 막을 테니까."

퍼트리샤 하이스미스는열차 안의 낯선 자들의 집필을 막 끝내고, 돈에 쪼들리는 상황이라 몇 푼이라도 벌려고 크리스마스 시즌 동안 대형 백화점에서 판매 사원으로 일을 하기로 했다. 그녀는 시끄럽고 정신 없는 장난감 코너로 배치되어 인형 카운터에서 일을 했는데, 어느 날 아침 모피 코트를 걸친 금발 여성을 만나게 된다. 여느 때와 별 다를 것 없는 판매 과정을 거쳐 여자는 돈을 지불하고 떠났지만, 이상하게도 그녀는 환영을 본 듯 기분이 들떴으며, 머릿속이 이상하고 어질 해서 기절할 것 같은 기분에 사로잡힌다. 그렇게 퇴근을 한 후 혼자 사는 아파트로 돌아가 그날 저녁, 주제를 정해 플롯을 짜고 여덟 쪽 정도 되는 스토리가 느닷없이 펜 끝에서 줄줄 흘러 나오게 된다. 두 시간도 채 걸리지 않은 시간 동안캐롤의 줄거리가 탄생하게 된 것이다. 주로 서스펜스 소설을 썼던 그녀는 이 작품을 통해 레즈비언 소설 작가라는 딱지가 붙을 까봐 필명으로 이 책을 내기로 했고, <소금의 값으로 출간된 이 작품은 당시 엄청난 흥행에 성공한다. 책이 출간된 1950년대의 미국에서 당시 동성애자들은 남들과 다르다는 이유로 그 대가를 치뤄야 했고, 외롭고 비참하게 단절된 삶을 살아야 했었다. 하지만 이 작품은 동성애 소설 중에서 처음으로 해피 엔딩으로 끝나는 작품이었기에 많은 이들의 호응을 받았던 것이다. 하지만 그녀는 이후 동성애 소설은 다시 쓰지 않았고, 이 작품은 범죄 소설의 대가가 쓴 자전적 소설이자 유일한 로맨스 소설로 남게 된다.

이 책이 출간된 지 70년에 가까운 시간이 지났지만, 여전히 동성애를 바라보는 일반인의 편견은 존재한다. 동성 결혼이 합법화되는 나라가 늘고, 동성애를 다룬 작품들도 늘어나고, 당당히 커밍아웃하는 사람들이 생겼지만 말이다. 토드 헤인즈 감독의 동명 영화가 온갖 영화제를 휩쓸고, 사람들의 호평을 받고 있지만,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원작 또한 영화만큼이나 아름답다. 물론 케이트 블란쳇의 캐롤과 루니 마라의 테레즈는 원작과 조금 다른 부분이 있긴 하지만 그럼에도 매력적이고, 영화가 그려내지 못하는 미세한 감정의 떨림들은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단단한 문장들로 힘을 발한다. 인생에 단 한번, 당신의 그 사람을 만나게 된 순간을 가지고 있다면 공감할 수밖에 없는 작품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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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캐롤 평점8점 | q******5 | 2016.02.09 리뷰제목
'열차 안의 낯선 자들'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작품은 보잘 것 없는 청년이 부잣집 아들인 친구를 죽이면서까지 상류사회에 합류하고 싶어 한 욕망을 실감나게 그려낸  '리블리' 밖에 읽지 못했다. 다소 오래된 영화지만 리블리란 인물에 흥미를 느꼈을 정도로 너무나 재밌게 보았기에 원작을 찾아서 읽었는데 얼마 전에 개봉한 '캐롤'이 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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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안의 낯선 자들'로 세간의 주목을 받으며 화려하게 데뷔한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작품은 보잘 것 없는 청년이 부잣집 아들인 친구를 죽이면서까지 상류사회에 합류하고 싶어 한 욕망을 실감나게 그려낸  '리블리' 밖에 읽지 못했다. 다소 오래된 영화지만 리블리란 인물에 흥미를 느꼈을 정도로 너무나 재밌게 보았기에 원작을 찾아서 읽었는데 얼마 전에 개봉한 '캐롤'이 퍼트리샤 하이스미스의 작품이란 것을 알고 반가워 인상적인 문구의 포스터 원작 '캐롤'은 읽고 싶었다.


운명 같은 사람을 만나는 것은 축복이라고 한다. 세상에 오직 상대와 자신만이 존재하는 두 사람... 허나 세상의 눈으로 볼 때 두 사람의 사랑은 환영받지 못한다. 지금은 세상의 다양한 사랑방식이 어느 정도 용인되지만 여전히 남녀의 사랑이 아닌 사랑에 대해서는 거부감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


캐롤은 1950대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백화점 장난감 코너의 점원으로 일하는 테레즈는 그녀를 무척이나 사랑해서 결혼까지 생각하고 있는 리처드란 남자친구까지 있는 젊은 여성이다. 생활을 위해 짜증나고 힘들지만 백화점에서 일하면서도 무대 디자이너로서의 꿈을 키우며 생활하고 있던 테레즈 앞에 중년의 매력적인 여성 캐롤이 등장한다. 

 

 


그녀에게 물건을 골라주며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테레즈에게는 이제껏 느껴보지 못한 행복감을 느낀다. 그녀가 가고 카드 한 장을 구입해 여자에게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들어내는 말보다 형식적인 말을 쓰며 자신의 감정을 감춘다.


세상에는 만나야 할 사람은 만나고 사랑에 빠지게 될 사랑에 빠지고 만다. 카드를 받은 캐롤이 전화가 오고 두 사람은 만나며 서로에게 다가선다. 허나 캐롤은 이혼을 앞두고 어린 자녀 '린디'의 양육권을 놓고 남편과 이혼소송 중이고 테레즈는 이제 무대 디자이너로 한 걸음 내 딛었고 남자친구 리처드는 둘이 떠날 여행을 꿈꾼다.


캐롤 곁에는 친한 동성 친구 애비가 있다는 것에 테레즈의 질투심은 커지고 애비를 통해 듣는 캐롤의 소식에 화가 난다. 테레즈의 이런 감정을 캐롤은 모르지 않지만 담담하게 대응하며 자신의 감정을 온전히 들어내지는 않는다. 캐롤은 정신적으로 힘든 상황에 빠지며 테레즈와의 여행을 제안하고 두 사람은 함께 여행을 떠나는데...


멜로드라마의 재미가 나름 잘 묻어난 작품이란 생각이 든다. 테레즈의 감정이 스토리를 이끌고 있지만 캐롤이란 여성이 가진 자존심 강하고 시크하지만 연약한 면이 느껴지는 모습이 인상적인데 책을 읽는 동안 두 사람이 나누는 대화보다 두 사람이 함께하는 주변 분위기가 자꾸만 연상이 되어 빠져들게 한다.


여자를 사랑한다는 것에 당당해지는 테레즈와 캐롤... 두 사람의 환한 미소처럼 두 사람의 사랑이 핑크빛으로 이어질지는 모르겠지만 서로를 향한 마음에 대해 세상에 당당하게 나서는 모습은 인상 깊게 남는다. 캐롤과 테레즈의 감정선이 책에서 느낀 것처럼 섬세하게 다가올지 조만간 영화를 볼 생각이다.  

 

 

 "고전이란······." "인간의 보편적 상황을 다루는 거죠."   -p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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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Book 캐롤을 읽고 평점10점 | h**e | 2023.06.30 리뷰제목
나는 이 책을 두 번째 읽었다. 처음에는 레즈비언 이야기에 반발이 굉장히 컸다. 그래서인지 모든 것이 좋게 보여 지지 않았다. 심지어 두 사람의 사랑이 부드럽게 이어진다고 하는 다른 사람들의 평도 공감이 가지 않았다. 그저 돈 많은 나이 많은 여자와 가난하고 열등감에 찌든 여자가 그냥 성별이 바뀐 채 흔하고 흔한 비즈니스적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리뷰제목

나는 이 책을 두 번째 읽었다. 처음에는 레즈비언 이야기에 반발이 굉장히 컸다. 그래서인지 모든 것이 좋게 보여 지지 않았다. 심지어 두 사람의 사랑이 부드럽게 이어진다고 하는 다른 사람들의 평도 공감이 가지 않았다. 그저 돈 많은 나이 많은 여자와 가난하고 열등감에 찌든 여자가 그냥 성별이 바뀐 채 흔하고 흔한 비즈니스적 사랑을 나누는 이야기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처럼 느껴졌다. 영화 또한 그런 싸구려 생각을 멋진 모피코트와 자동차 등으로 포장한 삼류 소설 정도로 생각하고 말았다.

두 번째 읽은 지금은 조금 더 깊은 그들의 생각들이 읽혀졌다. 캐롤의 딸을 잃은 깊은 슬픔과 아빠를 잃고 엄마에게 버림받은 듯한 테레사의 마음이 읽혀졌다. 딸을 향한 그리움이, 엄마를 향한 애증이 서로를 향한 깊은 결속으로 이어진 둘의 관계가 새롭게 읽혀졌다. 작가의 묘사가 그들의 부족한 부분을 서로에게 채워주는 없어서는 안 되는 존재로서의 서로를 설득했다. 그러니 비로소 그들이 어떻게 서로를 사랑하게 되었고 어떻게 평생 서로에게 기대어 살아갈지 떠오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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