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치원 시절부터 집에 대한 애착이 가득한 저자는 중학교 시절 기술가정 선생님의 조언에 따라 건축가가 되기로 결심했습니다. 설계사무소에서 아파트 설계를 하다가 신문에 칼럼을 쓰기 시작했는데, 그것이 출판사 눈에 띄어 책을 쓰게 되면서 어느새 T자 대신 펜을 잡고 있습니다. 직접 설계해 초원 위에 지은 집보다 종이 위에 지은 집이 더 많고 지금도 여전히 말과 글로 집을 짓고 있는 영원한 '종이건축가'입니다. 그럼 <이상한 나라의 기발한 건축가들>을 보겠습니다.
이 책은 9명의 대단한 건축가를 소개합니다. 소개한 건축가의 프로필과 대표 건축물을 사진 아래에 적었고, 그와 관련된 사람들과 '재미로 보는 인물 그래프'도 실었습니다. 해당 건축가의 간단한 정보를 얻은 후에 건축가들의 삶을 흥미로운 이야기로 읽을 수 있습니다. 성장 배경, 성격, 어떤 건축가에게 영향을 받았는지 등을 알고 나면 그들의 건축 세계를 자연스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풍부한 설명과 실제 사진을 실어 더욱 생생하고, 어려운 건축 용어는 '지식 더하기'를 참고하면 됩니다. 본문 속에 있으니 바로 읽어보고, 그밖에 모르는 용어나 건축물은 직접 찾아보세요. 소개한 건축가 끝에 '건축 이야기 속 역사 읽기'는 제목처럼 건축 이야기와 연관된 역사 지식을 쌓을 수 있습니다.
오늘날 오피스빌딩의 기본 모델이 된 시그램 빌딩은 지금 우리 눈엔 익숙한 건물이지만 1958년 당시에선 혁신적일 겁니다. 특히 시그램 빌딩은 건물 앞에 널찍한 광장을 조성해 시민들에게 휴식공간으로 할애하고 건물은 뒤로 물러나 있습니다. 시그램 빌딩은 금세 유명해졌고 오늘날 전 세계 대도시에는 이와 비슷한 빌딩이 많이 지어지고 있습니다. 우리나라에도 1969년에 지어진 삼일빌딩을 시작으로 종로와 여의도 등에는 이와 비슷한 형태의 빌딩이 들어서 있습니다. 건물 앞에는 시민을 위한 광장을 형성하고, 건물 1층은 로비, 2층부터 사무실을 두는 방식도 비슷합니다. 특히 건물 내부에는 칸막이벽이 없어 입주자들이 얼마든지 변형해 사용할 수 있는 방식도 '미스 반데어로에'가 고안한 개념에서 유래합니다. 그는 왕실 금장 훈장을 비롯해 모국인 독일과 미국에서 수여하는 각종 훈장을 받았고 7개 대학에서 명예박사학위를 주었지만 그가 받은 정규교육은 3년 과정의 직업학교가 전부였습니다. 19세기 말 석공의 아들로 태어나 석조 건축과 결별하고 철과 유리의 시대를 연 그를 '근대건축의 거장'이라 부르고 있습니다.
1977년 퐁피두센터가 개관한 후 사람들은 다 지은 건물인지 의아해했습니다. 숨기고 가려져야 할 모든 설비가 밖으로 드러나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건물을 지은 '렌초 피아노'는 이것을 건물의 정면으로 활용했습니다. 피아노는 관습에서 탈피하여 건물의 뼈대를 이루는 철골구조물은 흰색, 에스컬레이터는 노란색, 상하수도는 파란색, 전기는 노란색, 냉난방 설비는 파란색과 흰색 등으로 처리해서 아주 화려했습니다. 그것은 마치 라디오나 TV 기판을 보는 것과도 같아서 사람들은 '하이테크 건축의 시초'라고 평가했습니다.
롯코 집합주택과 빛의 교회는 부자를 위한 건축이 아니고, 동네 이웃을 위한 건축입니다. 작은 건축에 쏟았던 큰 정성이 빛을 발해 '안도 다다오'는 1995년 세계 최고 권위의 건축상인 프리츠커상을 수상했습니다. 그때 받았던 상금 전액을 고베 대지진으로 부모를 잃고 고아가 된 어린이들을 위해 써달라고 기부했습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도 다다오의 작품을 만나볼 수 있는데 그중 제주도 서귀포시 본태 박물관과 유민 미술관이 있습니다. 어두운 지하, 하늘에서 쏟아지고 밝고 따스한 빛, 이것이 다다오 건축이 상징입니다.
<이상한 나라의 기발한 건축가들>에 등장한 건축가들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중반에 태어났습니다. 20세기 초반은 건축의 역사에서 매우 중요한 시기로 미술에서 독립해 독자적인 영역을 구축했습니다. 그래서 20세기 초반에 청년기를 보내며 활발하게 활동한 건축가를 위주로 소개했습니다. 수많은 건축가들 중에서도 기존의 패러다임을 뒤집는 새로운 건축을 생각한 사람들을 골랐고, 9명의 건축가들은 대학에서 건축을 공부하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혁신은 항상 기존과는 다른 생각에서 시작되기에 다양한 영역에서 경험하고 사고해 온 이들의 창의성이 더욱 빛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들의 건축물과 그들의 발상에 감탄하다 보면, 앞으로 나타날 기발한 건축물들이 더욱 기대됩니다.
도서관에서 책을 빌려 읽고 쓴 후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