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 4,000주
4,000주. 이는 '주식보유수'를 말하는 게 아니다. 쉽게 말해 한평생을 80세까지 산다고 볼 때, '나는 몇 번의 일요일을 보낼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도출되는 숫자다. 그렇다, 80년을 산다고 보면 우리는 총 4,000 번의 일요일을 보낼 것이다. '아니다, 나는 100살 까지 살건데?' 라고 우긴다면 5,000번의 일요일을 살 것이다. 그래봤자 '쇠털처럼 많을 것 같은 인생'이 최대한 늘려봤자 5,000주 라니... 왠지 모를 초조함을 경험할 것이다.
게다가 당신이 청년을 넘어 중년이거나 노년을 살고 있다면 4,000주의 절반을 훌쩍 넘었을 터,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은 인생을 살고 있다면 그 초조함은 공포감으로 변할지 모른다.
"어떤 배우자를 만나고, 자녀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와 같이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인간의 딜레마가 있다. 이는 인간이 수천 년을 살 수 있다면 불필요한 고민들이다.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수십 년식 살아볼 수 있을 만큼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서른이 넘은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듯이 30대 즈음부터 점점 시간이 빨리 흐르기 시작해서 70~80대가 되면 한 달이 1분 처럼 느껴진다고 하는 놀라운 현상조차 입에 오르내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4,000주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주씩 흘러갈 때 마다 남이 있는 주는 더 빨리 지나간다는 것보다 더 잔인한 사실은 없다." (본문 8 페이지)
유한한 삶, 잘 사는 방법은 뭘까?
흔히 '우리 생에 남겨진 시간이 별로 없다'고 말하면 '남겨진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하며 이른바 '효율성'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삶을 최적화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쏟아내며 최대한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생활의 지혜'가 정답이라고 너도 나도 따라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시간을 아끼면 아낄수록 역설적으로 우리는 더 바빠지고, 더 불안해지고, 어떤 면에서 결국 하루를 공허하게 마무리하게 된다. 그래서 '바쁜 하루'를 살았지만 '뭘 했는지 모르겠는' 날들이 연속된다. 그 이유는 뭘까?
영국의 논픽셔니스트인 올리버 버크먼은 소개하는 책 <4000주>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시도했던 시간 관리법은 수많은 실패 사례들만을 낳았을 뿐, 이제 시간을 관리하는 척하는 행위를 멈출 때"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그 어느 때 보다 빠르게 시간이 흐르는 것 같은 지금이야말로 '시간과 인간의 관계'를 고민해야 할 적기라고 말한다.
6년 전 나는 큰 병을 앓았다. 그 때 나는 생존율 30~40퍼센트의 질병 앞에서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죽음의 문턱에서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난 그제서야 '유한한 삶'에 대한 절박함이 들었다. 죽음을 떠올리면 남은 삶은 단순하고 명확해진다. 지금껏 바쁘게 살아온 거의 모든 것들이 '군더더기'였음을 깨닫게 된다. 그럼 군더더기가 아닌 삶의 알맹이는 뭘까? 쉽게 표현하면 만약 내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누워 있으면서 '아~ 살아 생전에 이걸 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놓고 본다면 '아 그 때 좀 더 악착같이 돈을 벌었해야 했는데..', 같은 생각은 하지 않을 거다. 내가 죽으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단 걸 알기 때문이다. 시선을 외부가 아닌 내부, 즉 나에게로 돌리면 된다.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나'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의식적으로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과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결과를 직시할 대 비로소 진실로 자신의 삶을 위해 존재할 수 있다.
이것이 짧은 시간 동안 암 투병을 경험하고는 그것이 '내 이산의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고백하는 유명인사들의 틀에 박힌 말 속에 담겨 있는 인생 철학의 핵심이다. 그런 경험을 통해 세상 남물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되고, 그때 비로소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게 된다. 때때로 죽음을 가까이서 마주해본 사람들이 이후에 '더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그 표현이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본문 73 쪽)
시간 관리의 세 가지 원칙
저자가 현명한 사람들을 만나 연구하면서 찾아낸 시간 관리의 세 가지 원칙이 있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에게 먼저 투자'하는 것이다.
즉 매일 가장 중요한 일을 가장 먼저 하는 것이고,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을 방해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지금 자신이 하고 일들을 제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어진 시간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 수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일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세 가지를 정하고, 한 번에 하나씩 시작해야 한다.
셋째, 우선순위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에 대한 워런 버핏의 일화가 있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자신의 개인 비행기 조종사로부터 어떻게 우선순위를 정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서 가장 원하는 25가지의 일을 정한 후 가장 중요한 것에서 그렇지 않은 순서로 목록을 정리하게. 그리고 상위 5개 항목에 중점을 두고 인생을 살게. 나머지 20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지 말게, 그것들은 가장 장요한 것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될테니까 말이야."
문제는 집중력 저하가 당신의 시간을 좀먹는다
지금까지 유한한 내 인생을 가장 잘 보내는 방법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 인생에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는 것'임을 알았다. 그런데, 현실에서 나를 살피면 전혀 그렇지 못하다. 무엇 때문인가? 요즘 모든 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는 듯한 그것, 바로 스마트폰 때문이다. 시도 때도 없이 틈만 나면 들여다보는 스마트폰 때문에 나의 주의력은 산만해지고, 집중력은 저하된다. 문제는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면서 '나는 남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경험은 다른 아닌 내가 관심을 기울였던 모든 것의 집합이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되돌아보면 매 순간 우리가 관심을 기울인 것이 곧 우리의 삶이 되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별로 가치를 두지 않는 일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인생을 대가로 치르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략) 일단 집중력이 흐트러진 사람은 선택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다. 그들의 주의력은 자신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어떤 힘에 의해 휘둘린다.
오늘날 어떤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우리를 방해하는 것들에 맞서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즉, 명상, 웹 차단 앱, 갑비싼 소음 차단 헤드폰의 사용과 같은 방법을 이용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집중력 싸움에서 완전히 승리하는 것이다." (본문 105쪽)
유한한 내 삶을 '잘 살아내는 방법'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게 하는 방법' 운운하는 새로운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유한한 시간을 좀먹고, 나의 주의력을 흐트리고, 결국 소중한 내 하루를 산만하게 만드는 것들을 내 눈 앞에서 치우는 것이다. 그러려면 지금까지 익숙했던, 그래서 즐겁고 편했던 습관의 시간들을 잘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로 인해 내 소중한 시간들이 얼마나 허망하게 흘렀는가를 인식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내게 주어진 시간을 자율롭게 쓸 수 있게 된다. 굳이 죽을 병이 걸리지 않아도, 유한한 시간을 인식하게 해 줄 책, 그런 기회를 만날 수 있도록 이 책이 도와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