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 이 책의 제목을 보고 주식 이야기인 줄 알았다. 하지만 '4000주'는 Four Thousand Weeks이니, 내가 잘못 생각한 것이 맞다. 그리고 사실은 주식보다 훨씬 중요한 가치를 이야기하고 있다.
4000주는 현대인의 평균수명을 80세라고 가정했을 때, 겨우 4,000주 정도 사는 것이라는 의미다.
그리고 이 책에는 4000주 앞에 수식어가 붙어 있다. '당신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이라는 것 말이다.
이 책에서는 영원히 살 수 없는 우리 모두를 위한 시간 관리법을 알려준다고 한다.
당신은 시간을 잘못 사용하고 있다. 시간의 한계를 받아들이고, 마침내 무엇이 중요한지 깨달아라! (책날개 발췌)
안 그래도 요즘 시간을 잘못 사용하고 있는 것 같아서 뜨끔하기도 하고, 이 책을 통해 중요한 깨달음을 얻고 싶다는 생각도 들어서 이 책 『4000주』를 읽어보게 되었다.
이 책의 저자는 올리버 버크먼. '영국의 말콤 글래드웰'로 평가받는 저자이자, 그동안 누구도 생각하지 않았던 창의적 사례를 버무려 새로운 콘텐츠로 재창조하는 능력을 지닌 타고난 논픽셔니스트다. 직접 발로 뛰며 생생한 이야기를 전하는 그는 그 실력을 인정받아 2002년 외신기자협회가 주는 올해의 젊은 기자상을 수상했고, 영국 내 뛰어난 정치 저작물에 수여하는 오웰상의 최종 후보에 오르기도 했다. (책날개 중에서)
이 책은 시간을 최대한 활용하는 방법을 다루고 있다. 하지만 내가 이 책을 쓴 이유는 지금까지 우리가 시도했던 시간 관리법은 수많은 실패 사례들만을 낳았을 뿐이며, 이제 시간을 관리하는 척하는 행위를 멈출 때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서다. 시간의 개념이 인류 역사상 가장 불안정해 보이는 현 시대야 말로 역설적으로 '시간'과 인간의 관계에 대해 심도 있게 고민해볼 수 있는 적기라 믿는다. (15쪽)
이 책은 총 2부로 구성된다. 프롤로그 '시간과 새로운 관계를 맺기 위해'를 시작으로, 1부 '시간을 지배하기 위한 노력들', 2부 '시간의 지배를 뛰어넘어'로 이어지며, 에필로그 '희망을 포기할 때 싹트는 힘'으로 마무리된다. 시간에 대한 불가능한 요구들, 효율성의 함정, 유한한 시간에 대한 진실, 미루는 습관이 필요한 이유, 우리의 시간과 관심을 빼앗는 세계, 은밀한 방해자, 누구도 미래를 통제할 수 없다, 현재를 충실하게 산다는 것, 휴식의 재발견, 속도에 중독된 사람들, 인내해야만 이룰 수 있는 것들, 디지털 노마드 시대의 외로움, 우주는 우리에게 관심이 없다, 시간과의 싸움을 끝내기 위해 등의 글이 담겨 있다.
자기계발을 하며 시간을 쪼개고 계획하고, 거기에 따라 열심히 살다 보면 한 번씩 무언가를 느끼는 순간이 있다. 완벽하게 실천하기란 불가능하다는 사실, 그리고 그게 다 내 욕심이라는 것 말이다. 그리고 어느 순간 이 세상에서 반드시 해야만 하는 일은 없다는 생각이 들면 혼란이 온다.
이 책은 그런 느낌을 가졌던 사람들이 시간에 대해, 그리고 바쁨에 대해 근원적인 부분부터 하나씩 다시 살펴보도록 도움을 준다. 우리는 별생각 없이 남들도 그렇게 해왔고, 지금 해도 늦다는 생각에 바쁜 일상에 뛰어들기부터 한다. 멈춰 서서 사색에 잠길 수 있도록 이 책에서 차근차근 안내해 준다.
인생의 결정적 순간을 위한 다섯 가지 질문
1. 현재 삶이나 직장에서 편안함을 추구하는 곳은 어디인가? 불편함을 느끼는 순간은 언제인가?
2. 절대 이룰 수 없는 생산성이나 성과 기준을 고수하고, 스스로 가능할 것이라 판단하고 있는가?
3. 어떤 면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인 나'가 아닌 '있는 그대로의 나'의 모습을 아직 받아들이지 못하고 있는가?
4. 자신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알게 될 때까지 머뭇거리게 되는 삶의 영역은 어떤 것인가?
5. 결과물을 내야 하는 부담이 없다면 하루를 어떻게 보내고 싶은가? (238쪽~ )
저자는 이 책에 걸쳐서 시간의 한계를 인식하고 우리가 완전히 통제할 수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라고 강조한다. 그러고 보니 요즘 무언가 더 해내려고 나를 몰아치고 있었는데, 이 책을 읽고 원점에서 다시 생각에 잠겨본다.
이 책에서는 시간의 유한함을 받아들이는 방법 10가지를 알려주는데, 이것도 하나씩 짚어볼 필요가 있다. 지금의 나에게 필요한 것을 잘 끄집어내어 실행에 옮기는 데에 도움을 줄 것이다. 더하기보다 빼기에 주력하며 중요한 일을 잊지 않도록 자각하게 해주는 책이다.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한 리뷰입니다
나에게 주어진 유한한 시간, 4,000주
4,000주. 이는 '주식보유수'를 말하는 게 아니다. 쉽게 말해 한평생을 80세까지 산다고 볼 때, '나는 몇 번의 일요일을 보낼 수 있을까?' 고민했을 때 도출되는 숫자다. 그렇다, 80년을 산다고 보면 우리는 총 4,000 번의 일요일을 보낼 것이다. '아니다, 나는 100살 까지 살건데?' 라고 우긴다면 5,000번의 일요일을 살 것이다. 그래봤자 '쇠털처럼 많을 것 같은 인생'이 최대한 늘려봤자 5,000주 라니... 왠지 모를 초조함을 경험할 것이다.
게다가 당신이 청년을 넘어 중년이거나 노년을 살고 있다면 4,000주의 절반을 훌쩍 넘었을 터, 살아갈 날보다 살아온 날이 더 많은 인생을 살고 있다면 그 초조함은 공포감으로 변할지 모른다.
"어떤 배우자를 만나고, 자녀 계획은 어떻게 세우고, 어떤 직업을 선택할지와 같이 세월이 지나도 변치 않는 인간의 딜레마가 있다. 이는 인간이 수천 년을 살 수 있다면 불필요한 고민들이다. 가능한 모든 방식으로 수십 년식 살아볼 수 있을 만큼 시간이 충분하기 때문이다. 서른이 넘은 사람이면 누구나 느끼듯이 30대 즈음부터 점점 시간이 빨리 흐르기 시작해서 70~80대가 되면 한 달이 1분 처럼 느껴진다고 하는 놀라운 현상조차 입에 오르내리지 않을 것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4,000주가 꾸준히 줄어들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 주씩 흘러갈 때 마다 남이 있는 주는 더 빨리 지나간다는 것보다 더 잔인한 사실은 없다." (본문 8 페이지)
유한한 삶, 잘 사는 방법은 뭘까?
흔히 '우리 생에 남겨진 시간이 별로 없다'고 말하면 '남겨진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보내야 한다'고 말하며 이른바 '효율성'을 강조한다. 그러면서 삶을 최적화 할 수 있는 다양한 방법을 쏟아내며 최대한 시간을 아낄 수 있는 '생활의 지혜'가 정답이라고 너도 나도 따라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우리가 시간을 아끼면 아낄수록 역설적으로 우리는 더 바빠지고, 더 불안해지고, 어떤 면에서 결국 하루를 공허하게 마무리하게 된다. 그래서 '바쁜 하루'를 살았지만 '뭘 했는지 모르겠는' 날들이 연속된다. 그 이유는 뭘까?
영국의 논픽셔니스트인 올리버 버크먼은 소개하는 책 <4000주>에서 "지금까지 우리가 시도했던 시간 관리법은 수많은 실패 사례들만을 낳았을 뿐, 이제 시간을 관리하는 척하는 행위를 멈출 때"라고 강조한다. 아울러 그 어느 때 보다 빠르게 시간이 흐르는 것 같은 지금이야말로 '시간과 인간의 관계'를 고민해야 할 적기라고 말한다.
6년 전 나는 큰 병을 앓았다. 그 때 나는 생존율 30~40퍼센트의 질병 앞에서 '이러다가 죽을 수도 있겠구나' 하고 죽음의 문턱에서 무기력한 자신의 모습을 지켜보기만 해야 했다. 난 그제서야 '유한한 삶'에 대한 절박함이 들었다. 죽음을 떠올리면 남은 삶은 단순하고 명확해진다. 지금껏 바쁘게 살아온 거의 모든 것들이 '군더더기'였음을 깨닫게 된다. 그럼 군더더기가 아닌 삶의 알맹이는 뭘까? 쉽게 표현하면 만약 내가 죽음을 목전에 두고 누워 있으면서 '아~ 살아 생전에 이걸 했어야 했는데....' 하는 아쉬움이 남는 것이 아닐까? 이렇게 놓고 본다면 '아 그 때 좀 더 악착같이 돈을 벌었해야 했는데..', 같은 생각은 하지 않을 거다. 내가 죽으면 아무것도 가져갈 수 없단 걸 알기 때문이다. 시선을 외부가 아닌 내부, 즉 나에게로 돌리면 된다. 남은 인생을 살아가는 것은 '나'이기 때문이다.
"인간은 의식적으로 언젠가 죽을 수밖에 없다는 현실과 피할 수 없는 죽음의 결과를 직시할 대 비로소 진실로 자신의 삶을 위해 존재할 수 있다.
이것이 짧은 시간 동안 암 투병을 경험하고는 그것이 '내 이산의 최고의 경험'이었다고 고백하는 유명인사들의 틀에 박힌 말 속에 담겨 있는 인생 철학의 핵심이다. 그런 경험을 통해 세상 남물을 더 생생하게 느낄 수 있게 되고, 그때 비로소 진정한 자신의 삶을 살게 된다. 때때로 죽음을 가까이서 마주해본 사람들이 이후에 '더 행복한 삶'을 사는 것 같은 인상을 주는데, 그것은 사실이 아니다. 하지만 그 표현이 더 현실감 있게 느껴지는 것은 부인할 수 없다." (본문 73 쪽)
시간 관리의 세 가지 원칙
저자가 현명한 사람들을 만나 연구하면서 찾아낸 시간 관리의 세 가지 원칙이 있는데,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자신에게 먼저 투자'하는 것이다.
즉 매일 가장 중요한 일을 가장 먼저 하는 것이고, 자기 자신과 만나는 시간을 정하고 그 시간을 방해받지 않도록 노력해야 한다.
둘째, 지금 자신이 하고 일들을 제한하는 것이다.
다시 말해 주어진 시간이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의 수를 엄격하게 제한하는 것이다. 내가 해야 할 일들 중에서 가장 중요한 것 세 가지를 정하고, 한 번에 하나씩 시작해야 한다.
셋째, 우선순위의 유혹에 빠지지 않는 것이다.
우선순위를 정하는 것에 대한 워런 버핏의 일화가 있다. 세계적인 투자자 워런 버핏이 자신의 개인 비행기 조종사로부터 어떻게 우선순위를 정하는지에 대한 질문을 받자, 워런 버핏은 이렇게 말했다.
"인생에서 가장 원하는 25가지의 일을 정한 후 가장 중요한 것에서 그렇지 않은 순서로 목록을 정리하게. 그리고 상위 5개 항목에 중점을 두고 인생을 살게. 나머지 20개는 무슨 수를 써서라도 하지 말게, 그것들은 가장 장요한 것에 집중하는 데 방해가 될테니까 말이야."
문제는 집중력 저하가 당신의 시간을 좀먹는다
지금까지 유한한 내 인생을 가장 잘 보내는 방법은 '스스로를 돌아보고 내 인생에 중요한 것들에 집중하는 것'임을 알았다. 그런데, 현실에서 나를 살피면 전혀 그렇지 못하다. 무엇 때문인가? 요즘 모든 문제의 근원이 되고 있는 듯한 그것, 바로 스마트폰 때문이다. 시도 때도 없이 틈만 나면 들여다보는 스마트폰 때문에 나의 주의력은 산만해지고, 집중력은 저하된다. 문제는 '내가 이렇게 살고 있는지,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리고 더 큰 문제는 스마트폰을 들여다 보면서 '나는 남는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고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다.
"(내가) 살아 있다는 경험은 다른 아닌 내가 관심을 기울였던 모든 것의 집합이다. 인생의 마지막 순간에 되돌아보면 매 순간 우리가 관심을 기울인 것이 곧 우리의 삶이 되었음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따라서 별로 가치를 두지 않는 일에 주의를 기울인다는 것은 인생을 대가로 치르는 것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중략) 일단 집중력이 흐트러진 사람은 선택이라는 것을 하지 않는다. 그들의 주의력은 자신이 관심을 두지 않았던 어떤 힘에 의해 휘둘린다.
오늘날 어떤 상황에 적절하게 대처하는 방법은 우리를 방해하는 것들에 맞서 집중력을 잃지 않도록 하는 것이다. 즉, 명상, 웹 차단 앱, 갑비싼 소음 차단 헤드폰의 사용과 같은 방법을 이용해서 어떤 일이 있어도 집중력 싸움에서 완전히 승리하는 것이다." (본문 105쪽)
유한한 내 삶을 '잘 살아내는 방법'은 '시간을 효율적으로 보내게 하는 방법' 운운하는 새로운 무엇을 하는 것이 아니라, 나의 유한한 시간을 좀먹고, 나의 주의력을 흐트리고, 결국 소중한 내 하루를 산만하게 만드는 것들을 내 눈 앞에서 치우는 것이다. 그러려면 지금까지 익숙했던, 그래서 즐겁고 편했던 습관의 시간들을 잘 살펴야 한다. 그리고 그것들로 인해 내 소중한 시간들이 얼마나 허망하게 흘렀는가를 인식해야 한다. 그럴 때 비로소 내게 주어진 시간을 자율롭게 쓸 수 있게 된다. 굳이 죽을 병이 걸리지 않아도, 유한한 시간을 인식하게 해 줄 책, 그런 기회를 만날 수 있도록 이 책이 도와줄 것이다.
이 책의 제목은 원서 제목과 동일하기는 하지만 언뜻 그 의미를 파악하기는 힘들다. 그 의미는 인간 수명을 80세라고 가정했을 때, 일주일 단위로 환산하면 인간의 수명이 4,000주가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현대인들의 시간에 대한 강박, 즉 최대한 빠른 시간 안에 최대의 성과를 내고 시간을 최대한 효율적으로 사용해한다는 등의 방식에 대해 비판한다. 인간에게 부여된 유한한 시간의 한계를 인정하고 현재에 충실한 삶의 방식을 제안하고 있다. 내용 중 개인적으로 공감이 가는 부분이 많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