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전 방송한 유퀴즈에서 본 씨엘아빠이지 물리학자라고 하는 이기진 물리학자님,
물리학자가 어떤일을 하는지 관심도 없던 내가 조금이나마 관심을 가지게 되기도 했고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파를 연구하는 분이라는것,
워치를 통해 당뇨수치를 측정할수도 있다는 이야기가 기억에 나기도 하는데
책표지에 지금 이순간을 사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방법이라는 문장이 더 눈길을 끌었다.
딱딱하고 어렵고 재미가 없을수도 있는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는것이 아니라
물리학자이지만 물리학자가 맞나? 하는 생각이 들게 하는 그의 매력과
그가 서울과 파리를 오고가면서 겪은 이야기들, 여러가지 취미들에 대한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써내려간 책으로 지루하지 않고 어렵지 않아서 읽기도 편했던것 같다.
책을 읽으면서 이책을 물리학자가 쓴 책이라는 생각을 별로 하지 않은것 같다.
저자가 연구하는 마이크로파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들이 아닌
여행을 하면서 그가 행복했던 순간들을 글과 그림으로 기록하기도 하고
여러가지 취미에 대한 이야기도 함께 담겨 있어서 재미있었던것 같다.
여행을 못하는 요즘 저자의 프랑스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을 읽으면서
그곳의 분위기와 문화, 이야기들, 물리학에 대한 이야기들도 함께 만날수 있고
가수인 씨엘의 아버지이자 물리학자뿐 아니라 동화작가이기도 하고 그림도 그린다니
정말 다재다능하다는 생각과 함께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유퀴즈에 나와서 했던 이야기들이 다시 떠오르면서 참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자신에게도 여러가지 재능이 있고 멋진 인생을 사는것 같았지만
가수가 된 씨엘이 자퇴를 하려고 했을때 응원해줬다는 이야기,
책속의 이야기와 그림까지 책한권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낼수 있어서 좋은 시간이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 협찬을 받았고 본인의 주관적인 견해에 의하여 작성함]
파리는 세련된 취향의 도시다. 취향 가운데 유난히 개성을 타는 것이 요리다. 그리고 일상적인 요리와 만찬은 소확행의 대명사다. 한창인 20대 후반, 프랑스에 유학을 간 저자 이기진은 파리의 다락방 생활을 떠올리면서 친구와 음식, 그리고 수집한 주방도구에 대한 설을 풀어놓는다. 저자의 직분이 물리학자이지만 그리고 낭트대학 브르타뉴 연구소에서 열심히 일하곤 했지만, 물리학 연구에 관한 내용은 거의 등장하지 않고 거룩한 물리 지식은 그저 '지그재그 감자 으깨기' 같은 요리도구의 생김새에 관한 추론에 적용되는 아기자기한 소품물로 전락하고 만다.
메인은 역시 요리와 요리도구에 있다. 저자는 한마디로 '요리하는 남자', 그리고 요리기구를 즐겨 수집하는 남자다. 계란을 받쳐서 먹는 받침대 코르티에, 올리브 오일을 담는 주전자 등에 대한 설명이 인상적이다. 마치 헤밍웨이가 즐겨가던 카페와 작가들과의 교류를 즐거이 회상하듯, 저자 역시 평생의 지기인 제랄 교수와 제랄의 여친 나딘, 카페에 모인 동네 친구들과의 만남과 식사에 대한 추억담을 소개한다. '먹방 에세이'랄까. 저자가 직접 그린 삽화들은 글의 개성과 등장인물의 품격을 살리면서, 동시에 요리에 대한 애착이 얼마나 대단한지 한눈에 알 수 있게 한다. 요리 재료에 관한 삽화는 그자체로 레시피 도우미다.
아직 프랑스에 가보지 않던 시절, 마침 친형이 파리에서 정치학을 공부하던 터라, 형의 엽서를 통해 막연히 프랑스 생활을 동경하던 때가 있었다. 그땐 "고풍스런 파리의 공간, 다락방, 마로니에 나무, 센강, 포도주, 폴 엘뤼아르, 반 고흐, 장 콕토, 조르무무스타키의 노래 등"에 대한 설렘이 있었다. 그리고 파리 연구소에서 일하며 가족과 비좁은 다락방에서 고생하던 파리지앵 시절의 이야기가 "멋진 시절의 한 페이지"로 등장한다.
"당시 다락방에 대한 기억은 내 가슴속에 있는 파리다. 조금만 걸어가면 생 미셸 거리가 있고 소르본느대학이 있고, 센강이 있고, 식물원이 있었다. 내가 사는 다락방의 하늘만큼이나 변화무쌍한 파리의 도시 골목골목이 매일매일 새로운 세상을 보여주었다. 주말이면 가장 싼 자동차를 빌려 노르망디와 루아르강을 따라 여행을 했고, 비가 내리기 시작하는 겨울엔 오렌지색 햇볕을 찾아 아비뇽을 거쳐 스페인을 여행했다. 이게 진짜 삶이지, 뭐 이런 배짱으로 항상 카메라와 8밀리 비디오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찍듯이 우리 가족의 삶을 기록했다."(161쪽)
저자에게 파리는 '제2의 고향'이다. 나는 제2의 고향이 있는 이들은 대개 행운아들이라고 생각한다. 제2의 고향은 나고 자란 고향보다도 강렬한 파도와 같거나 잔잔한 물보라 같은 멋진 추억들을 푸근히 감싸안고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파리 생활에 대한 추억담이 너무 요리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어 다소 지나친 감이 들기도 한다. 아무튼 저자가 닭가슴살 요리에 어울리는 태국 재스민 쌀을 언급해 반가웠다. 나도 꽤 오랫동안 태국 황가에 공납하던 브랜드 쌀을 자주 사먹었던 적이 있기 때문이다. 길다란 태국쌀도 우리쌀만큼 맛날 수 있다.
씨엘 아빠 물리학자 이기진의 부캐 프로젝트
흐름출판의 이기진 교수님의 <우주 말고 파리로 간 물리학자>는 ‘지금 이 순간을 세상에서 가장 멋진 방법’이라는 부제를 가진 그의 수필집이다.
저자인 이기진 교수님은 서강대학교 물리학과 교수로 학생들을 가르치고 물리학 세계를 탐험하는 것을 본업으로 하고 있다. 낮에는 연구실에서 ‘보이지 않는 마이크로파를 통해 세상을 본다면 어떻게 보일까’ 고민하며 시간을 보낸다. 밤에는 집 근처 이태원 거리를 남몰래 쏘다니다가 맥주 한 잔을 기울이고 주말에는 딸 채린의 집으로 가 고양이 밥은 주는 집사가 된다.
즐기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 그대로를 만족한다.
[ 우주 말고 파리로 간 물리학자 책날개 중 ]
이기진 교수를 대중에 널리 각인시킨 사례는 tvN의 프로 ‘유 퀴즈 온 더 블록’에 출연해 2NE1(투애니원)의 리더 씨앨의 아버지이자 마이크로파를 연구하는 대학 교수이자 과학자라는 사실이었다.
그가 소개한 파리에서 보낸 자녀들과 추억을 회상하는 장면에선 왠지 모를 슬픔이 전해졌다. 이제는 아내가 함께하는 예전 가족으로 다시 파리로 갈 수 없기에 그의 눈에 깃든 서글픔이 느껴졌다.
하지만 즐기는 사람이 되는 것, 그것 그대로를 만족한다는 그의 삶의 이정표는 이 책을 쓰게 하지 않았을까 조심스레 짐작한다.
2NE1의 리더 씨엘이 미국에 진출해 노래를 불렀을 때, 너무 유창한 영어 실력에 놀랐지만, 다른 놀라운 사실은 그녀가 미국에 발을 내디딘 게 당시가 처음이라는 사실이었다. 알고 보니 씨엘은 일본에서 7년, 프랑스에서 2년을 보내 해외 생활을 했고 영어 가수의 노래를 들어 영어 실력을 길렀다.
그녀가 해외에 거주하게 된 사연에는 아버지 이기진 교수의 연구 활동과 관련 있었다. 마이크로파를 연구하는 브르타뉴 낭트대학의 교수이자 친구인 제랄 교수와 연구 주제가 유사하고 당시 에어버스 비행기 재료를 연구하는데 같이 하자는 제안이 있어 ‘설마 진담일까’라는 생각도 했지만, 제랄 교수는 이기진 교수를 초대해 3개월 동안 함께 연구하고 결과를 발표했다.
뒤이어 이기진 교수가 제랄을 한국으로 초대해 자신의 집에서 같이 머무르는 동안 공동연구를 시작한 지가 이제 10년이 되었다고 한다. 그의 프랑스 생활은 순전히 제랄 교수의 제안으로 시작되었다.
무엇보다 부러운 점은 두 사람의 우정과 오랜 시간 가족처럼 지낸 시간이었다. 친한 친구 한 사람을 사귀기가 쉽지 않은데 가족 같은 친구를 둔 저자의 모습이 부러웠다.
이 책은 그가 프랑스 파리에서 생활하는 동안 자신이 느낀 점과 요리에 관한 내용이 상당 부분 차지한다. 몽파르나스의 작은 방이 그리운 이유는 작은 주방이라는 말에 프랑스인의 요리 문화가 떠올랐다.
인당 소비하는 식비는 사람마다 큰 차이가 없으므로 엥겔계수는 저소득 계층에서 높게 나타난다. 소득에 관계된 만큼 엥겔계수는 후진국의 경우에 높게 나타나는데, 이에 반(反)하는 나라가 있으니 바로 '프랑스'다. 프랑스의 엥겔계수는 다른 선진국들을 훨씬 상회해 '엥겔의 법칙'의 한계를 이야기할 때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식사를 하나의 예술로 여기는 프랑스의 식문화가 그 이유, 이 문화는 프랑스를 세계 제일 요리 강국으로 만들어줬다.
저자는 파스타 하나가 가지는 의미와 조리법과 조리기구의 용례에 관해 본인의 그림과 함께 관련 이야기를 들려준다.
파리에 네 차례 여행하는 동안 보고 사용했던 음식 재료와 궁금했던 점이 이 책을 통해 다시 만나 너무 반갑기도 했고 몰랐던 사실을 알게 되어 기뻤다.
프랑스인은 냉장고에 음식 재료를 보관하기보다 다양한 재료를 매일 사서 요리하는 것을 즐기고 와인과 함께 음식을 먹는 문화도 선도하고 있다.
파스타 면 하면 항상 바릴라사가 떠오른다. 이 회사가 1877년에 세워진 것을 최근에야 알았다. 이탈리아에서는 모두 바릴라사가 만든 면으로 스파게티를 만든다. (38쪽)
유럽에서는 아침에 계란을 먹을 때 동그랗게 생긴 계란 전용 컵에 계란을 받쳐 먹는다. 이 받침대를 코르티에라고 한다. 코크티에로 계랸을 먹을 때 절대적으로 필요한 도구가 있다. 바로 계란 깎기다. 계란 머리를 자르는 도구는 불어로 ‘쿠프 에프’ 또는 ‘시조 쿠프 에프’라고 한다. (140쪽)
계란 전용 깎기가 있는 줄 알았더라면 좀 더 쉽게 여기에 계란을 올려놓고 계란을 조심스레 놓고 힘들게 안 깨 먹어도 되었을 텐데, 역시 무엇이든 아는 만큼 보이는 게 인생이다.
음식은 기억이다. 음식의 향은 더더욱 그렇다. 지금도 마들렌을 한입 베어 삼키면 향과 함께 프루스트의 ‘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와 파리의 오스만 양식의 건물이 저절로 떠오른다. 아침 거리를 나서면 빵집에서 풍기는 크루아상과 빵 냄새는 파리를 떠오르게 한다.
프랑스는 우리가 먹는 음식을 발명한 것으로도 유명하다.
1756년~1763년 사이 벌어진 프랑스와 영국의 7년 전쟁에서 프랑스 리슐리외 공작은 영국이 점령하고 있던 미노르카섬을 정복한다. 미노르카 원주민은 계란과 올리브유로 소스를 만들어 먹고 있었다. 리슐리외 공작은 이 소스를 처음 맛본 후 그 맛에 반하고 만다.
전쟁에 승리한 후 귀국하여 만찬회 자리에서 원주민한테 배운 소스를 마온의 소스라는 이름으로 손님들에게 선보였다. 전리품인 소스 마오네즈는 프랑스에서 유행한다. 그 후 마오네즈 소스는 유럽 전역으로 퍼져나가고 19세기 중반부터 마요네즈라고 불리게 된다.
마요네즈에 관한 다른 이야기도 있지만 어린 시절 ‘삼총사’에서 보았던 리슐리외 추기경의 이야기가 왠지 더 끌리게 다가온다.
저자가 머무른 파리 14구의 몽파르나스에 관한 이야기도 흥미롭다. 19세기 파리에서 제일 물 좋은 동네는 몽마르트였다. 예술가들의 아지트였다. 하지만 가난한 예술가들이 몽마르트를 떠나 옮겨간 곳인 몽파르나스다.
피츠제럴드가 자주 들렀던 카페들이 이곳에 있다. 피츠제럴드와 그의 부인 젤다 세이어, 헤밍웨이, 헨리 밀러, 막스 자코브, 피카소, 마티스, 모딜리아니, 앙드레 말로, 사르트르의 1920년대 예술적 삶의 무대가 몽파르나스다.
이건 마치 우디 앨런 감독의 <미드나잇 인 파리>의 한 장면이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 같다. 파리는 확실히 사람을 끌어들이는 도시다.
이기진 교수는 파리가 마치 제2의 고향과 같다고 한다. 20대 후반, 아르메니아에서 공부하고 돌아가는 길에 들리게 된 파리는 한번 살아보고 싶은 도시였다. 아는 선배가 파리에서 유학하고 있어 그와 함께한 시간 동안 파리에서 생활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에게도 파리는 언제나 다시 가고 싶은 도시이다. 다양성과 낭만이 넘치는 곳이고 자신만의 다양한 패션을 즐기는 사람과 맛있는 음식과 빵이 그득한 곳이다.
이기진 교수의 <우주 말고 파리로 간 물리학자>는 파리와 요리에 관심을 가진 분이라면 즐겁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
- 이 글은 출판사에서 도서를 지원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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