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상 읽어봐야겠다고 생각만 하고 있던 아리랑을 드디어 읽어보게 되었다.
1권의 시대적 상황은 1910년 한·일 병합조약 이전인 1904년에서부터 이야기가 시작되며 서서히 조선을 침탈해가는 일본의 계획적이고 체계적인 움직임과 그에 따른 한민족의 고난과 저항을 그려진다. 군산을 중심으로 이루어지는 일제의 수탈에 앞장서 자신의 이득을 취하는 인물들과 그에 맞서는 인물들이 대비되며 고단의 나날들이 펼쳐진다.
일제에 도움을 주며 개인의 영달을 꿈꾸는 자들로는 보부상 출신의 장덕풍과 그의 아들 장칠문, 아전 출신으로 훗날 일진회 군산 조직의 대표 역할을 하게 되는 백종두, 곡창지대를 일본인 수중으로 만들기 위해 앞장서는 이동민 등이 대표적이다. 이와 반대로 동학 농민 운동에 참여했었던 전적이 있는 지삼출은 경부선 철로 작업에 동원되었다가 돌아와 일제의 계략에 조금씩 눈을 뜨게 되고 양반 송수익은 은밀히 주변 사람들을 모으며 일제에 맞서 의병을 일으킬 계획을 세워나간다. 빚을 갚기 위해 어쩔 수 없이 하와이로 노역을 가는 박영근을 통해 하와이 사탕수수 농장의 처참한 일상이 그려진다.
그들 열 명은 가까운 그늘을 찾아들었다. 그러면서 그들은 한가롭게 압수당한 담배타령을 하고 있었다. 잠시 뒤였다. 말발굽소리가 요란하게 울리며 귀에 익은 외침이 들려왔다.
「갓댐, 스팅키 애니멀!」
그리고 말을 탄 백인이 채찍을 휘두르며 들이닥쳤다.
그늘에서 쉬고 있던 열 명은 혼비백산 튕겨 일어났다. 그러나 백인이 마구 휘둘러대는 채찍을 맞고 순식간에 서너 명이 픽픽 쓰러졌다. 나머지 사람들은 몸을 피하려고 했지만 백인은 잽싸게 말을 몰아가며 채찍을 휘둘렀다. 그때마다 한 사람씩 비명을 지르며 거꾸러지고 나뒹굴어졌다. 백인의 채찍질 솜씨는 그야말로 날쌔고 귀신 같았다. (p.140)
=> 하와이의 타오르는 태양 아래 쉴 틈 없이 일하며 인간 이하의 취급을 받고 노동을 하며 감독관들의 채찍은 수시로 반복된다.
「요시다. 내 말 잘 들으시오. 두 번째 사내는 담배에 불을 붙여 연기를 길게 내뿜고는, 우린 지금 일생일대의 막중한 사업 앞에 서 있소. 저 광활한 들판은 우리의 앞길을 환하게 여는 사업장이면서 우리 일본인들의 반창고요. 이 일대를 손아귀에 넣기만 하면 우리 사업은 승승장구인 동시에 우리 일본의 쌀 부족도 거뜬하게 해결되는 것이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손아귀에 넣도록 하시오. 요시다. 그 대가가 뭔지 알겠소? 당신은 바로 농장의 총지배인 자리를 차지하게 되는 거요」 하는 그의 얼굴은 상기되어 있었다. (p.153)
=>호남평야를 모두 손에 넣어 식량을 확보하고자 하는 일본의 야욕이 드러나는 장면이다. 전방위적으로 조선 수탈의 계획을 보며 일본의 주도면밀함에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조선인들이 대비된다.
어느 집이나 땔감보다는 끼닛거리가 먼저 떨어지게 마련이었다. 연기가 피어오르지 않게 되면 그 집은 벌써 사나흘은 굶었다는 표시이기도 했다. 그 소식은 곧 가까운 이웃들에게 돌았고, 죽이나마 끓이고 있는 사람들은 보릿가루는 밀기울이든 한 줌씩 추렴하는 마음을 모았다. 그런 이웃의 덕으로 연명을 해낸 사람은 그 고마움을 말로 표하고 끝내는 것이 아니라 바쁜 농사철에 일품으로 갚아나갔다. (p.264~265)
=>끼니를 걸러 이웃집에 부담을 주기 싫어 불을 피우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굶어가면서도 이웃을 생각하는 모습에 애잔한 마음이 들지 않을 수 없다.
허구의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역사적 사실을 바탕으로 하기에 픽션이라기보다 역사를 공부하는 마음으로 책을 읽게 된다. 자신과 가족의 풍족한 삶을 위해 변절을 쉽게 하고 왜놈의 앞잡이를 더 적극적으로 해나가는 모습과 제대로 된 무기 하나 없이 의병을 조직하고 일본 침탈에 맞서보겠다는 사람들의 모습에서 현재 우리가 제대로 해결하지 못한 일제 청산은 앞으로도 가능한 일인 것인지 가늠할 수 없다. 그냥 흘러간 역사라고 하기엔 그들로 인해 고통받은 이들이나 현재나 미래를 위해서도 꼭 풀어야 할 과제로 여겨진다. 사투리가 나와 읽기의 흐름이 막히기도 하지만 토지보다는 더 쉽게 읽힌다는 점, 그리고 토지와 다른 시선과 장소에서 펼쳐지는 일제 강점기 시대 이야기라 또 다른 공부가 된다는 점에서 꼭 읽어봐야 할 책이라 생각된다.
읽었던 책이지만... 소장용으로 한권씩 구매 예정중이라 구매했다. 뭔가 장황하긴 하지만 한 번은 읽어봐야 할 책... 지방으로 이사오면서 아리랑 속 사투리의 오류?를 발견했지만 여전히 그의 사투리는 녹진하고 재미지다.. 징허게.. ㅎㅎ 12권을 한 권씩 구매하는 동안 행복할 것 같다. 주말에는 째보선창을 한 번 거닐어 볼까~~ 이 책을 읽다보면 일본이 가기 싫어 진단 말이지 ㅠㅠ
「아리랑」은 시간적으로는 우리 현대사의 원점인 20세기 초부터를 문제삼으며 공간 적으로는 만주와 미대륙에까지 시야를 확장한다. 이처럼 거대한 규모를 과시하면서 이제 우리들 앞에 솟아오른 「아리랑」은 한민족이 어떤 고난과 승리의 드라마를 창출하며 제국주의와 파시즘의 폭풍을 뚫고 나왔는가에 대한 본격적인 탐구로서 오래 기억될 만 한 가치를 지니고 있다.
조정래 작가님의 근현대사 3부작이라고 할 수 있는 태백산맥, 아리랑, 한강.
그 중 연재시기가 가장 빠르진 않지만, 다루고 있는 시기는 가장 빠른 아리랑.
어릴 때 읽었던 작품의 개정판을 이제야 읽기 시작.
4부 구성 중 제 1부 '아, 한반도'.
1890년대 당시의 삶을 살아가는 일반 사람들을 그리며 당시의 현실을 보여주는 작품.
나라를 빼앗긴 사람들이 살아가기 위해 하는 모습들이 애처롭고 서글퍼 현실의 소중함에 대해 감사하게 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