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리랑 5권에도 다양한 인물상이 그려진다. 여전히 조국을 위해 목숨을 걸로 반일에 앞장서는 사람들, 하루하루 입에 풀칠하기도 힘든 서민들의 생활상, 일본 앞잡이가 되어 자신의 야욕을 앞세우는 사람들, 조선을 완벽하게 통치하려는 일본의 철두철미한 만행 등 일제강점기의 다양한 집단과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 보았다.
5권에서는 하와이에서의 우리 민족이 독립을 위해 펼쳤던 다양한 활동과 생활상과 이승만이 하와이에서 권력에 대한 야욕을 서슴없이 내보였다는 점을 알게 되었다. 자신이 입지를 다지기 위해 이미 조직되어있던 국민회를 부정부패한 집단으로 내몰고 무장투쟁보다는 교육의 중요성을 외치며 학교를 설립한다. 이러한 과정에서 이승만의 행태는 조국의 독립을 위한다기보다 자신의 이권만을 앞세우는 행보를 보인다. 이승만으로 인해 하와이에 사는 동포들 사이의 분열을 일으킨다
총독부 시정 5주년 기념으로 경복궁에서 물산공진회가 열리고 일본의 신식물건들이 선보이는데, 이때 고무신이 크게 인기를 끌게 된다. 사리사욕에 눈이 먼 장덕풍은 이 고무신으로 한몫 잡으려했지만 조선인에게 도매상을 맡기지 않는 일본의 방침으로 뜻을 이루지 못해 날로 인기가 높아지는 고무신을 보며 속상해한다. 반면, 나라의 앞날을 걱정하는 사람들은 이렇게 일본 신식물건에 익숙해져 결국 일본만 배를 불리게 되는 상황에 탄식한다.
만주에 자리 잡은 송수익의 무리는 기껏 땅을 일궈놓으면 중국인이 땅 주인이라고 나타나 세를 내놓으라고 하고, 일본의 조정으로 중국인들도 조선인에 대한 감시가 더 심해지면서 여전히 불안정한 생활을 한다. 신세호의 딸과 송수익의 아들 송중원이 혼약을 맺는데 여전히 송수익이 죽지 않고 살아있을 것이라는 일본정보국의 의심으로 신세호와 송수익의 본가를 예의주시 당한다. 갈수록 일본의 행태에 먹고 살길이 막막한 서민들은 만주행을 선택하지만, 이들의 앞날이 그리 수월하지 못함을 짐작하게 된다.
그 말은 생각할수록 여러 갈래의 뜻을 내포하고 있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은 다 조선을 되찾는 일에 나서야 합니다. 조선사람으로서의 책무를 말하는 것이었다. 우리 한 사람, 한 사람이 모여 조선이 됩니다. 조선사람들이 살아 있는 한 조선도 살아 있다는 것을 각성시키는 것이었다. 우리 한 몸, 한 몸이 조선의 앞날을 떠받치고 있습니다. 조선사람 들이 최우선적으로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제시하는 것이었다. 우리 한 몸, 한 몸을 지켜 조선 회복에 바칩시다. 서로가 앞날의 고난을 헤쳐나가자는 각오를 다짐하는 것이었다. (p.158)
일본세상이 된 다음에 그런 바람은 여러 차례 불어왔었다. 석유와 함께 불어닥친 호롱바람, 무명을 똥값으로 만든 광목바람. 엿을 천한 먹거 리로 몰아붙인 눈깔사탕바람, 가마를 조롱거리로 삼은 인력거바람, 윷놀이를 싱겁고 맥빠지게 만든 화투바람, 걷는 것을 한없이 따분하게 만든 자전거바람 같은 것들이 그것이었다. 그러나 그 바람들은 그래도 고무신바람처럼 거세지는 않았다. 고무신바람은 여자들이 가세하면서 걷잡을 수 없이 세차게 휘몰아치고 있었다. (p.245)
왜놈덜이 아무리 가시밭길 아니라 훨훨 타는 불길얼 맨글어도 조선얼 아조 죽이지 못하는구만이라, 시방 죽어 있는 조선이야 껍데기 조선이제 알갱이 조선언 펄펄 살아 있덜 않은감요. 조선사람덜이 두 눈 똑 바라지게 뜨고 살아 있응게 조선이야 죽은 것이 아니제라. 왜놈덜이 친일배 빼놓고 조선사람덜얼 다 죽여야 조선 영영 죽이는 것이다. 고것이야 참말로 영영 안 되는 일 아니겠능가요 」(p.254)
내가 제시한 조센징들의 수전민족으로서의 세 가지 기질, 부지런하고 끈질기고 영리하다는 것 중에서 그동안 심각하게 문제가 되어온 것이 끈질기다는 것과 영리하다는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특히 더 문제가 되는 것은 끈질기다는 것입니다. 회고해 보면 조센징들은 을사보호조약을 계기로 자칭 나라를 구하는 의로운 군대라고 하는 의병을 도처에서 일으킨 것은 주지의 사실입니다. (p.362)
학창 시절 교과서나 학교에서 전혀 알 수 없었던 역사적 사건들을 차곡차곡 새겨져 있는 귀한 자료를 읽으며 우리가 겪었던 고통을 다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조정래 작가의 노고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여전히 진심 어린 사과와 역사적 인식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일본의 행태에 화가 나면서도 국가의 힘이 없고 나라를 다스리는 자들의 어리석음은 결국 국민에게 해로 돌아간다는 점을 상기해본다.
2부 민족혼의 두번째에 해당하는 5권.
어떻게든 물가를 찾아 논을 일구는 만주의 조선인들을 중국인들은 메기라 부름.
밭농사만 지었던 중국인들은 조선인들이 습지나 저지대를 힘들게 논으로 만들어 놓으면 땅주인이 나타나 소작료를 요구함.
중국인들은 힘들이지 않고, 농지를 늘리게 됨.
반타작 소작료를 요구하는 지주들에게 버려진 땅을 농지로 개간했으니 소작료를 낮추자고 하지만, 여의치 않아 부민단을 찾게됨.
"그런 개잡녀러 새끼덜이 있응게 외놈덜이 맘놓고 설레발일 것이여. 그놈덜이 바로 왜놈덜보다 더 도적놈덜이여!"
생활밀착형 친일이 있었기에 우리 민족은 더 빼앗기고, 또 빼앗기고
일본의 온갖 수탈에 그냥 당할 수밖에 없었다.
누가 어쩔수없이 친일을 할 수밖에 없다고 말하는가?
한없이 빼앗시고 결국에는 만주까지 갈수밖에 없는 우리의 그 많은 한을 누가
되 찾았아 줄 것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