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태어나면서부터 줄곧 불렀던 '엄마'라는 이름을 요 몇 년 전부터 '이○자 여사', 또는 '이여사'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렇게 부르니 엄마의 대답도 한 톤 높아지고, 오가는 대화도 재미있는 농담이 많은 것 같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자식들도 분가하고 엄마는 엄마의 이름을 부쩍 찾은 것 같다. 동창회 모임도 자주 나가시고 그러면서 걸려오는 전화의 첫마디가 '○자야, 뭐하니?'니까.
30년 넘게 아내로, 엄마로 살면서 온전한 이름으로만 살고 싶을 때가 왜 없으셨을까...
이제야 당신의 이름을 찾으신 엄마의 나이가 안타깝기만 하다.
우리 ○자씨는 무얼 먹을 때 가장 행복할까.
우리 ○자씨는 누굴 만나면 마음이 가장 편안할까
우리 ○자씨가 빛이 나고 싶을 땐 언제일까
우리 ○자씨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할까
이 책을 읽고 나니 이제야 궁금해지는 나쁜 딸.
어제 청국장 부치셨다고 연락왔었는데 바쁘다고 급하게 끊어버린게 죄송해진다.
엄마, 어머니, 그 위대한 이름
형식은 그림책인데, 그림책이 아닌, 생각하는 책인 것 같습니다. 분류는 어린이 책인데, 어린이 책이 아닌 것 같습니다. 어린이들은 이해를 못 할 가능성이 크다고 봅니다. 그 이유는 어린이들에게는 거의가 엄마 뿐이지만, 어른이 되면 위대한 이름 어머니가 되는 것을 아직은 모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린이들에게 엄마는 있지만, 아직 어머니는 없기 때문일 것입니다.
엄마의, 어머니의 이름 미영씨..
이 책에는 줄 곳 두 명의 엄마가 등장합니다. 왼쪽에는 나를 위한 삶을 사시는 어머니의 모습이 판화기법(미술작품은 잘 모르지만, 내 눈에는 판화처럼 보입니다.)으로 무채색으로 표현되어 있고, 왼쪽은 엄마의 또 다른 이름 미영씨로서의 바라는 삶인 듯 보이는 밝고 화사한 미영씨가 있습니다. 대유법으로 좌우가 비교됩니다. 엄마는 파마머리를 하기 위해 미용실 모자를 쓰지만, 미영씨는 멋을 내기 위해 멋진 모자를 씁니다.
하나 뿐인 우리 엄마.
화가인 작가가 그린 엄마는 실제를 그린 것 같고, 엄마인 미영씨가 파리를 여행하며서 그려온 초상화에는 희망과 꿈이 그려져 있는 것 같습니다. 엄마는 나를 위해 살았지만, 엄마의 마음 속 미영씨는 미영씨가 그려온 삶이 있었습니다. 대조적으로 다른 그림 같지만, 결국 하나 뿐인 우리 엄마입니다.
우리 엄마는?
한국 사람은은 '우리'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자식이 나 하나 뿐이라도 '나의 엄마'라는 표현보다 '우리 엄마'라고 하지요. '우리'라는 말이 참 정겹습니다. 어려서는 '우리 가족', '우리 엄마', '우리 아빠'였는데, 한 가족이 가장이 된 지금, 나에게 '우리 가족'은 나와 색시, 그리고 아이들이었나 봅니다. 이번 주에는 고향에 다녀와야겠습니다. 우리 엄마와 우리 아빠를 뵈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