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 제목을 읽고, 내 눈에 딱! 들어온 문장은 '틈만 나면 걸었다'였다.
다 읽어보니, '낯선 일상'만 보였다.
여행자에겐 낯설지만 레지던트에겐 일상인 곳을 찾아 먹고 마시고 느끼고 즐기고...
'진지함'에 별 관심없는, 또는 골치 아픈 얘기 딱 질색인 독자라면 취향에 맞을지도...
인기 유튜버라기에 몇 편 찾아 보았지만 이것도 내 취향은 아니고...
미안하다, 취향이 달라서...
여행을 하다 보면 모든 행복은 영원할 수 없다는 것을 일주일 간격으로 깨닫게 되는 것 같다. 어떤 도시와 사랑에 빠지면 또 이동해야 하고, 누군가와 친해졌다 싶으면 이별이다.
인상적이라고는 말하기 어렵지만 요즘 같은 때에는 이런 짤막한 여행 글꼭지들을 읽는 것만으로도 조금은 위안이 되는 듯. 이제 동네 산책 코스도 더 이상 새로운게 없는데 큰일이다. 그간 무시했던 특가 항공권 알림이라도 들여다 볼까.
비가 온다. 본격적인 장마인가 보다
이런 날씨가 참 좋다.
집에 혼자 있으면 더더욱 좋으련만...날씨 탓인지
온 종일 네 식구가 각자 방에 들어앉아 방콕중이다.
해외여행길이 막혀버려 재미가 없다. 병이 날 지경이다
적어도 일년에 두세번은 비행기를 타야 내 정신이 몸을 이기는데
이 상황이 언제까지 계속될지 참으로 모를일이다.
허리와 엉덩이의 근육통, 족저근막염 등 여기저기 통증으로 당분간 많이 걷는것도 하지말라는
의사의 처방으로 내 몸은 휴일내내 침대에 뉘여있었다.
나에게 여행의 종말이 온 것일까? 안돼!!!!
틈만나면 걸었던 나의 여정을 오늘은 책으로 대신했다.
유명 유투버의 여행기를 읽으면서 나의 마음을 달래본다.
특히나 아이슬란드를 추억하며
역시 여행은 나를 다시 일으켜 세우는 마법의 약이다.
책으로나마 잠깐의 세계여행을 하고 온 오늘. 기분이 상쾌하다
오랜만에 여행서적이나 한 번 읽어볼까 하고 그 분야 카테고리를 뒤적거리다 제목이 너무 좋아서 읽게 된 책이에요
제목 만큼이나 중간 중간에 담겨져 있는 사진도 좋았고, 정말 읽는 내내 저자와 대화를 나누며 여행을 한 것같은 느낌이 드는 문체도 좋았어요.
상당히 감성적이기도 하고, 또 여행 계획을 언제 쯤 잡을까 하고 생각할 수 있게 디딤대가 되어준 책이네요
잘 읽었습니다.
흔해빠진 직장인 및 육아맘의 삶을 살고 있는 요즘의 나는,
언젠가부터 '아~ 여행가고 싶다'를 입에 달고 살고 있습니다.
여행가기 위해 계획적으로 적금을 넣고 있는 지인들,
이미 6개월 이후, 아니 1년 뒤의 여행을 벌써부터 계획해서 티켓팅을 하는 지인들도 있지만
난 그런 삶과는 거리가 멀죠.
최근 1-2달은 야근을 밥먹듯이 하는 하루하루의 연속이었습니다.
오늘이 무슨 요일인지도 잘 모른 채 일상을 버텨나가는 게 힘들었던 요즘,
그나마 힘이 되었던 것 중의 하나는 다음 여행은 어디로 가지? 하는 생각이었죠.
요새는 여행 프로그램도 많고 여행 책자에 에세이까지..
넘치는 정보의 홍수 속에서 내 취향과 딱 맞는 여행지를 고르는 것은
생각보다 뚝딱! 해결되는 일은 아니었는데요.
또하나의 정보, 바로 유튜버 중에서도 여행 유튜버가 많은 것 같더라구요.
이번에 알게 된 유튜버 슛뚜도
구독자 45만의 일상 브이로그 채널 '슛뚜'를 운엉하고 있는 프리랜서 크리에이터더라구요.
슛뚜의 새로 나온 신간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를 읽어보았습니다.
짤막짤막한 글들이 이어져 있었는데,
한 군데의 여행지에 대한 에세이가 아니라 다양한 나라의 다양한 도시들을 여행하면서
그 일상을 즐기고 자신만의 관점에서 담담하게 글을 써내려 갔더라구요.
유럽의 각 도시들의 여행기를 사진과 함께 수록해 놓았습니다.
슛뚜의 책에 수록된 사진들은 보통 여행관광책자에 등장하는 사진과는 좀 달랐어요.
사진의 느낌을 보니 브이로그를 보지 않더라도
슛뚜의 여행취향이나 일상취향이 느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리고 자신의 여행을 통해 느끼는 여러 순간적인 감성들을 함께 모아
책으로 펴낸다는 것이 새삼 대단하게 느껴졌어요.
플라잉타이거 코펜하겐 때문에 왠지 예전보다는 많이 친숙해진 도시 코펜하겐.
역시 그런 감성 그대로,
실제 작은 것 하나도 무심한 듯 세심하게 배치한
북유럽 스타일을 정말 느낄 수 있었다고 하니 저도 가보고 싶더라구요.
니스의 바다는 정말 파란색 그 자체였다.
세상의 모든 파란색은 이 바다에서 흘러나오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도 가끔 어떤 장면이나 풍경을 보면
번뜩 어떤 생각이 강하게 자리잡을 때가 있는데요.
저자처럼 다양하게 표현해서 기록해 두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여행에세이에서는 늘 새로운, 그리고 낯선 인연들과의 만남이 소개되어 있는데요.
우연히 만난 한국인 관광객,
숙소의 주인장들 등
낯선 장소에서 만나는 새로운 인연은 더욱 여행의 특별함을 가져다주는 것 같아요.
<슛뚜 모습이 책에 들어있네요 ㅎㅎ>
태어나 처음으로 한 달씩이나 가게 된 유럽에서는 모든 날이 새로웠다.
매일 아침 어색하지만 기분 좋은 침대에서 눈을 떴고.,
이국적인 음식을 먹었으며, 모르는 사람들과 눈인사를 나누고,
독특한 건물이 빼곡한 골목을 걸었다.
분명히 나의 일상인데, 늘 낯설었다. 그리고 그 낯섦은 너무도 기분 좋은 것이었다.
여행에세이를 읽으니까 더 여행가고 싶어진다는 거!
저같은 분들 많으시겠죠?
요즘 코로나19땜에 가까운 근교 한 번 나가기도 정말 힘든데,
이런 여행에세이 읽으면서 간접적으로나마 마음의 위안을 삼았으면 좋겠네요.
실제 유튜버 슛뚜가 남겨놓은 여행 브이로그도
QR코드도 남겨져 있어서
영상으로 보고싶은 분들은 영상 보면 좋을 것 같아요.
바깥으로 외출하기가 쉽지 않은 나날들,
여행에세이 한 권 읽으면서 헛헛한 마음도 채우고
몸은 못 떠나지만 마음이라도 떠날 수 있는 여유가 있었음 좋겠네요!
여행에세이 대부분이 그러하듯 이 책도 술술 잘 읽힙니다. 어디에 가서 뭐가 좋고 뭐 먹음 맛있고 이런 내용이 아닌 그냥 평범한 일상을 소개하는 듯한 책이요. 다만 제가 워낙 여행을 스케줄대로 짜서 움직이는 스타일이다 보니 이런 쉼이 많은 여행은 책으로만 만나네요 ㅋㅋ
모르는 나라에 가서 이렇게 자유롭게 여행한다는게 부럽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게 합니다. 잘 읽었습니다.
최근 몇 년 사이 여행정보를 찾아보려면 검색보다는 유트브를 더 이용하게 되었다.
확실히 영상으로 접하는 정보는, 사진이나 글보다 훨씬 빠르게 이해되기 마련이다
이 책은 45만 유트버 슛뚜님의 여행에세이 이다.
평소에도 슛뚜님의 채널을 구독하고 있었다.
이 책 보다 앞서 <스물 셋 지금부터 혼자삽니다>의 저자이기도 해서 진작부터 봐왔던 채널이었다.
슛뚜님은 잔잔한 일상을 잔잔하게 영상으로 찍어 올린다.
사람들의 시선을 돌릴만한 자극적인 요소도 없고 우리가 사는 모습 그대로의 일상을 세련된 영상미와, 잔잔한 음악으로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편안한 마음을 들게 해 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도 이렇게 살고싶다, 나도 이렇게 꾸미고 싶다, 나도 이런 요리 해 먹어봐야지 라는 욕구를 샘솟게 만드는 그런 힘을 가진 영상이다.
그져 일상의 잔잔한 모습들이 참으로 감각적으로 표현되어 있는 채널이, 구독자로 하여금 일상의 피로를 덜고, 마음의 안정과 힐링을 안겨다 주는 듯 싶다.
그래서인지, 난 슛뚜님의 책에 좀 기대가 컷던 모양이다.
아니면 내가 꽤나 많은 여행에세이를 접해와서 그런걸까? 에세이라 하기에 조금 밋밋한것은 사실이다
어디를 갔는데, 거기서 무엇을 했고, 그곳이 너무 좋았고... 그냥 개인의 일기 같은 느낌이랄까
물론 에세이 라는 것이 남들이 보는 일기라고 하지만, 내 기대가 높아져 버린 탓도 있으리라
어찌보면, 슛뚜님의 글은 그녀가 만든 영상처럼, 화려하지 않고 잔잔한 그것 자체 뿐인지도 모른다.
늘 그렇게 표현해 왔듯이, 그녀다운 글쓰기 일 터이다.
그져 담담히 자신의 여행을 추억하는 글에, 내가 감히 교훈과 깨달음을 원했는지도 모를 일이다.
글보다는 영상이 더 그녀의 감성에 어울리는 것 같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녀가 추천한 발리의 숙소는 꼭 가보고 싶단 생각이 든다.
* 인간생활의 기본요소는 의식주라고 한다. 입고, 먹고, 사는 문제들. 사람마다 어디에 비중을 두고 사는지는 다 다른다. 누구는 누추한 집에 살더라도 멋지고 좋은 옷을 입어야 하고, 누구는 매일 똑같은 옷을 입으며 먹는 데에 돈을 쓸 수도 있다. 나는 그동안 내가 무엇을 중요하게 여기는지 생각해 본적이 없었는데, 바로셀로나를 떠나 도착한 스페인의 섬 이비사에서 정답을 찾았다.
* 니스의 바다는 정말 파란색 그 자체였다. 세상 모든 파란색은 이 바다에서 흘러나오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일 바닷가를 걸었고, 연분홍색으로 칠해진 건물을 보며 남부 도시의 페인팅은 이렇게나 과감하구나 감탄을 하기도 하고, 커다란 창고형 마트에서 막대 아이스크림 따위를 사서 나오는 날들을 보냈다. 그래도 즐거웠다. 여행이 늘 알차야 즐거운 건 아니라는 것을 여기서 깨달았다. 우리는 마음껏 시간을 낭비했다. 니스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것들을 했지만 그 기억은 모두 니스로 남았다.
#낯선일상을찾아틈만나면걸었다
#슛뚜 #여행에세이 #유럽여행 #아이슬란드여행 #유튜버슛뚜
여행의 이유는 저마다 다 다를테고 같은 지역에 대한 추억도 같을 순 없다. 심지어 똑같은 일행과 같은 식당, 숙소와 장소를 다녀온 패키지 여행일지라도 여행자의 마음에 따라 그 극과 극으로 나뉜다는 것을 아마 잘 알 것이다. 슛뚜의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는 그런 점에서 다녀왔던 여행이 모두 별로였다, 집나가면 고생이다라고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해주고 싶은 여행에세이다. 그녀는 불평을 늘어놓을 때는 세상모든 것이 불만인것처럼 늘어놓다가도 아주 소소한 것에 기뻐하고 타인의 작은 배려에도 감사할 줄아는 그야말로 삶을 기쁘고 즐거운 것으로 채워갈 줄 아는 사람이기 때문이다.
낯선 장소를 방문하면 당연히 내 맘같지 않을때가 많다. 심지어 언어도 다르고 문화과 관습이 다른 지역에서 그것도 저렴한 숙소, 알뜰한 여행을 즐길 계획이라면 슛뚜의 여행방식이 필요하다. 불만을 가질 순 있지만 그렇다고 여행을 망치지 말아야 한다. 그리고 또 한가지. 감사할 줄 아는 마음도 필요한데 이 책은 지난 4년동안의 그녀의 여행기를 총망라한 것으로 영국, 포르투, 아이슬란드 등을 거쳐 제주까지 꽤 여러곳이 등장한다. 로마에서는 로마라는 지역명만 보고 숙소를 잡아서 도심에서 2시간이나 떨어진 곳에 숙소를 잡아 고생하지만 친절한 호스트에 대해서는 감사할 줄 아는 마음, 파리에서 만난 두 호스트의 경우는 한 사람은 냉장고에 치즈와 와인을 무한으로 제공하지도 또 다른 호스트는 해준 음식조차 제대로 먹지 않는 등 여행의 쓴맛과 단맛을 마치 설정이라도 한 것처럼 잘 보여준다.
일상의 무게를 뒤로 하고 느른하게 펼쳐진 이국의 풍경에 마음을 맡기다!
페이지 곳곳에 새겨진 여행이라는 그 특별한 감각에 대하여!
언제부턴가 나는 여행자의 걸음을 따라가는 마음으로 차례를 쭉 살펴보곤 한다. 거기에는 일상의 무게를 뒤로 하고 떠난 첫 여행지의 설렘이, 늘 꿈꿔왔던 환상이, 낯선 관계로 기억되는 남다른 추억이 발자국처럼 남겨져 있다. 런던, 코펜하겐, 파리, 니스, 로마, 레이캬비크, 포르투, 에든버러, 제주… 도시에서 도시로 이어지는 그 낯선 여정을 따라가다 보면 감각적으로 여행을 받아들이는 법부터 배우게 된다. 이를 테면 도시와 풍경 아래로 차분히 내려앉은 노을 같은 여운을, 걸음걸음에 밟히는 낯설지만 익숙한 소리를. 그렇게 책을 읽기 시작하면 기억에, 마음에 오래 남는 것 역시 어떤 거창한 여행자의 경험이나 풍경이 아니라 그날 내 눈에 들어온 다정한 색감들, 한적한 골목길의 정취와 우연히 마주친 타인의 은근한 미소 따위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런 의미에서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속에는 우아, 하고 시선을 사로잡는 멋은 없어도 잔잔히 마음속으로 스며들어 내내 머물고 싶게 만드는 데가 있다. 여행이란, 꼭 무언가를 얻고 대단한 깨달음을 배우는 데 의미가 있는 것이 아니다. 그저 낯선 일상을 보내는 그 순간이 사실은 우리에게 가장 행복한 순간이라는 그 정도의 마음만 얻어도 되는 것일 테니 말이다.
걷고, 쓰고, 찍고, 머물렀던 여행의 모든 순간
그녀는 여행이 주는 기쁨을 ‘일상으로부터의 해방’이라고 말한다. 어린 나이에 독립해 혼자 살아오면서 학교에 다니며 수업을 듣고, 과제를 하고, 학교 행사를 맡아 진행하면서도 아르바이트를 몇 개씩이나 해야만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그녀였다. 그러다보니 모든 것을 중단하고 잠시 어딘가로 훌쩍 떠날 수 있는 여행은 떠난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달콤한 것이었다. 아마도 대부분의 사람들에게 여행은 그런 의미일 것이다. 고단한 일상으로부터 잠시 해방되는 것, 비록 돌아왔을 때의 현실은 아무 것도 변한 게 없을지라도 잠시나마 그 모든 것을 잊고 숨 쉴 곳을 기대어 찾아보는 것, 바로 거기에 우리가 떠나야 하는 이유가 있다.
세제 냄새가 물씬 풍기는 이불 속에서 눈을 뜨고, 평소에 먹지 않았던 식사를 하고, 거리를 나서면 어제와는 또 다른 새로운 풍경이 펼쳐지고, 매 순간 사소한 모험과 약간의 용기가 필요하며 때로는 실수가 예상치 못한 행운을 가져다주기도 하는, 그렇게 낯선 일상이 반복되는 곳, 여행지. / 71p
유럽 여행을 결심하자마자 그녀는 친구와 함께 휴학계를 내고 아등바등 아르바이트를 하며 돈을 모은다. 여행을 일주일 남겼을 무렵, 1년 치 월세만큼의 돈을 모았지만 과연 이 돈이 유럽에서의 한 달과 맞바꿀 가치가 있을까 출국을 앞두면서까지 고민의 고민을 거듭했지만 그러는 동안에 날짜는 다가오고야 만다. 앞으로 한 달을 어떻게 버티나, 막막하고 불안한 마음이 앞섰기 때문이었을까. 환상적인 풍경만 펼쳐질 것 같았던 유럽 여행의 시작은 이상하게도 기쁘지 않았다고 고백한다. 하지만 걱정은 기우였을 뿐, 용기를 내어 숙소 앞 러셀 스퀘어의 잔디밭으로 나간 그녀는 단숨에 런던 공원의 매력에 푹 빠져든다.
날씨가 좋은 날에는 마트에 들러 와인과 맥주, 간단한 먹을거리를 들고 공원으로 가 좋아하는 음악을 크게 틀어놓고, 나른하게 몸을 뉘어 마음 맞는 친구와 마음 통하는 이야기하기. 참 특별할 것 없어 보이는 데, 충분히 매력적이다. 여행은 내내 그렇게 흘러간다. 정류장을 잘못 내려 30분 동안이나 숲길을 걸어가야 했던 브라이튼의 세븐 시스터스, 파리 센강 가운데 위치한 작은 삼각형 모양의 시테섬에 걸터앉아 마신 와인, 길을 잃었다가 우연히 마주한 아름다운 풍경들까지. ‘니스가 아니어도 할 수 있는 것들을 했지만 그 기억은 모두 니스로 남았다’는 글처럼, 모두 거창할 것 하나 없지만 오롯이 그 자체로 아름다웠던 여행이 되었다.
닷새 정도를 조셉의 집에서 머물며 숱하게 로마 시내를 왔다갔다 했지만, 그 험난한 시골길은 끝끝내 익숙해지지 않았다. 야속하게도. 하지만 돌이켜보면 우리의 여행은 그래서 더 기억에 남는다. 숙소가 그곳에 있는 게 아니었다면 로마의 시골길을 낡은 버스로 달릴 일도 없었을 테고, 친절하고 유쾌한 조셉을 만날 일도 없었을 테고, 그가 해주는 파스타를 먹을 일도 없었을 테니까. / 77p
일순간 그들이 사는 그림 액자 속에 갑자기 빨려 들어온 느낌이 들었다. 좀 전에 일진이 사납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없었다면 보지 못했을 광경. 그들의 모습을 사진으로 남기고, 돌아 서서 다시 걷는 나는 어느새 싱글벙글이었다. 이때부터 여행 하다 길을 잃는 것에 기대를 품기 시작했다. 어디에서 어디로 가는 버스 번호라던가, 어떻게 갈아타야 하는지, 어느 교통편이 가장 빠른지 등은 뒷전이 되었다. 걷다가 다리가 아프면 아무 버스에 몸을 싣기도 하고, 시선을 끄는 풍경이 있다면 내려서 다시 걷는다. / 85p
그렇다고 낯선 여행에서 마냥 좋은 일만 일어날 리 없고, 또 아찔한 추억 하나 없을 리 없다. 첫 여행 후, 1년이 지나 다시 찾아간 세븐 시스터스로 가는 버스에서 두 정거장이나 일찍 내렸다가 무려 3시간 동안 오르막길을 걸어야 했던 웃지 못 할 추억과 스페인 시체스에서 귀중품이 든 가방을 버스에 두고 내렸다가 가까스로 찾은 사연 같은 것 말이다. 아이슬란드의 레이캬비크에서는 잠시 숙소 밖으로 나와 담배를 피우다가 숙소 안에서 자동으로 문이 잠겨 하마터면 동사 할 뻔한 기가 막힌 에피소드도 있다. 반면, 1년 전 가고시마의 한 가게에서 만난 사람과 또 한 번 그곳에서 만난 특별한 우연과 한국에서 미리 예매한 줄 알았던 기차표가 사실은 버스표여서 망연자실해 있을 때, 친절한 역무원이 도와줘 그것도 공짜로 일등석 기차표를 얻게 된 사연에서는 ‘여행의 완성이야말로 곧 사람’이라는 것을 깨닫기도 한다.
마음이 맞는 이야기들의 끝에, 우리는 같이 저녁을 먹으러 브라이턴으로 돌아가기로 했다. 덜컹거리는 버스를 타고 다시 아까 그 풍경들을 반대로 마주하며 가는 길. 세븐 시스터스에서 찍은 사진들을 보내주려는 나에게 그 사람이 말했다.
“급하게 안 보내줘도 되니까 지금은 밖을 봐요.” / 98p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를 읽다보면 무엇보다 ‘어디에 가면 꼭 가봐야 할 관광지 Best 10’, ‘어느 지역 맛집 리스트’ 같은 것들은 사실 아무런 소용이 없는 것이라던 저자의 말에 공감하게 된다. 남들은 모두 궁전이며 박물관, 유적 등을 보러 간다고 할지라도 내가 별로 내키지 않으면 굳이 갈 필요가 없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내가 그 나라를 100% 이해하지 못한다거나 제대로 된 여행을 하지 못했다는 생각은 할 필요가 없다는 그녀의 말은 우리가 여행을 어떤 관점에서 바라봐야 할 것인지를 생각하게 한다. 다른 사람들이 핫 스폿이라고 추천하는 장소에서 사진만 찍고 서둘러 다음 장소로 이동하느라 바빴던 그간의 여행에서 나는 무엇을 남겼던 것인지 되돌아보게 만든다.
여행을 떠나면 나는 여유를 배운다. 눈 마주치면 웃어주고, 다음 사람을 위해 기꺼이 문을 잡고 기다려주며, 바쁜 발걸음으로 걷다가도 커다란 캐리어를 끌고 계단을 오르는 사람을 보면 멈춰서서 도움이 필요하냐고 묻는 사람들.
하루 종일 휴대전화를 붙잡고 있는 것도 조금 쉬게 된다. 24시가나 어디로든 배달되는 음식이 없으니 장을 봐서 직접 음식을 하고, 신선하고 값싼 과일과 유제품도 잔뜩 먹는다. 사람도, 환경도 여유로우니 그 안에 속해 있는 나도 여유를 가지게 된다. / 314p
책의 말미에 이르면 QR코드와 함께 트래블로그가 수록되어 있다. 현재 프리랜서이자 크리에이터로, 구독자 45만의 일상 브이로그 채널 ‘슛뚜(sueddu)'를 운영 중인 저자의 여행 브이로그 영상들을 모아놓은 것이다. 영상 속에는 먹고, 걷고, 마주한 여행의 순간들이 일상처럼 연속된다. 사진으로는 미처 전해지지 않았던 혹은 글에서 다 마주할 수 없었던 그녀 특유의 감성이 영상 속에 녹아들어있다. 특별하고 대단한 것을 하지 않아도 이 일상 같은 여행이 온 마음으로 충족되는 이유를 영상 속에서 한 번 더 확인해보시길 추천 드린다.
낯선 일상을 찾아, 틈만 나면 걸었다
아슬아슬해 보이는 섬의 가장자리에 걸터앉아 와인을 땄다. 발밑으로는 캄캄한 강물이 흘러가고 눈앞엔 몇백 년의 시간이 담긴 건물들이 강물과 대조적으로 환한 빛을 내며 펼쳐져 있었다. 우리는 계속해서 사진을 찍었지만, 그 순간의 분위기는 사진으로 표현할 수 없는 것이었다. 일반적인 사진들은 보정을 할 때 예쁘게 보이기 위해 무언가를 더하는 작업을 했다면, 이런 날의 사진은 두 눈으로 담았던 그때 그곳의 느낌을 최대한 비슷하게 내기 위해 빼내고, 복원하는 작업을 해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