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중록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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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중록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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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중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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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인연은 하늘이 정하고, 헤어짐은 사람이... [잠중록 4] 평점8점 | e***i | 2019.10.15 리뷰제목
#1. 대하소설 같은 로맨스 추리 소설 잠중록, 그 대단원황재하의 가족독살 누명은 3권에서 벗겨지고, 4권은 기왕 이서백을 주인공으로 궁중 암투가 현실의 영역에서 표면화된다. 기왕에게 치명상을 입힐 첫 번째 돌직구는 형제간에 가장 사이가 좋았던 악왕 이윤의 돌발 행동이다. 그는 황제가 참석한 대명궁 연회에서 뜬금없이 대당 멸망의 화근이 기왕이라고 비방하며 상난각 난간 위에
리뷰제목

#1. 대하소설 같은 로맨스 추리 소설 잠중록, 그 대단원

황재하의 가족독살 누명은 3권에서 벗겨지고, 4권은 기왕 이서백을 주인공으로 궁중 암투가 현실의 영역에서 표면화된다. 기왕에게 치명상을 입힐 첫 번째 돌직구는 형제간에 가장 사이가 좋았던 악왕 이윤의 돌발 행동이다. 그는 황제가 참석한 대명궁 연회에서 뜬금없이 대당 멸망의 화근이 기왕이라고 비방하며 상난각 난간 위에서 아래로 몸을 던지는데... 그 주검이 있으리라 추정한 곳에 그 어떤 흔적도 없는 기이한 일이 벌어진다. 과연 일곱째 왕 이윤은 어떻게 된 일 일까? 이어 기왕의 듬직하고 믿음직스러웠던 측근 호위병 장항영과 그의 아버지가 이서백을 비방하며 죽으면서, 기왕은 조정과 백성으로부터 비난을 받는 전방위 위기에 봉착한다. 거대한 음모에 빠져 연금 상태인 기왕을 구하기 위한 황재하의 고군분투는 끝을 향할 때까지 이어진다. 그리고 1~3권까지 등장했던 주요 인물과 사건이 모두 얽히고설키면서 클라이맥스로 치닫는다. 


#2. 걱정하지 말거라, 내가 있으니…. 그리고 금실로 엮은 붉은 팥알 두 알... 

우선은 3권에서 죽었고…. 황재하와 기왕, 그리고 왕온의 삼각관계는 어떻게 될 것인가? 정혼자 왕온은 황재하의 누명이 풀리자 집안 어른에 의한 옛 혼약대로 진행하려 하지만, 이미 황재하와 생사의 갈림길을 넘나들면서 마음을 연 기왕은 소환관(양숭고)의 계약을 들먹이며 놓아주지 않는다. 그리고 기왕을 죽이고자 습격 사건에 참여한 왕가의 허물을 덮어주는 대신 황재하와의 파혼서를 받아 그녀를 자유롭게 해 준다. 황재하가 기왕에게서 받은 봉투에는 파혼서 외에도 맑게 반짝이는 붉은 팥알 두 알이 가늘고 긴 금실로 엮여 있었다. 중국에서는 예로부터 사랑하는 남녀가 서로에 대한 그리움과 사모를 담은 증표로 팥을 주고받았다고 한다. 기왕의 재하에 대한 마음을 담은 것이다. 그렇다고 기왕과의 러브라인이 순조롭게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기왕을 구하기 위해 재하는 왕온과의 관계를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직면한다….


#3. 붉은 물고기 아가십열과 부적의 비밀 등이 밝혀진다...

전 권을 관통하며 암시와 복선의 떡밥이었던 붉은 물고기 아가십열의 비밀은 소설의 마지막까지 힘을 발하지만, 기대만큼의 카타르시스는 아니었다. 또한, 주인 말고는 누구도 풀 수 없다는 구궁 자물쇠 상자 속에 숨겨둔 (기왕의 앞날을 예견하는 듯한) 환잔고독폐질(鰥殘孤獨廢疾 홀아비, 장애, 고아, 무자식, 폐기, 질병)이라 적힌 부적의 핏빛 동그라미에 대한 비밀 또한 (1~3권처럼 극적이지는 않고) 약간 맥이 빠지는 전개였다. 다만, 선황이 의원 장위익에게 하사한, 종이 위에 어지럽게 덕지덕지 먹칠하여 세 개의 먹 자국만 남긴 그림 같은 족자의 비밀은 사건 해결의 중요한 장치와 반전으로 이어져 괜찮은 아이디어로 느꼈다. 또다른 궁금증의 한 축이었던 왕종실 공공의 실체는 무협 만화에서 자주 보는 동창 환관의 위세와 처신 그대로여서 그 마음의 흐름을 쉽게 따라갈 수 있었다. (앞으로 읽을 독자를 위해 주요 줄거리를 감추려니 더 힘들다)


EP 1. 마치 교향곡 연주를 듣는 듯한...

마치 네 악장으로 구성된 교향곡을 듣는 듯한 느낌의 책읽기였다. 알레그로 스타일로 시작하여 약간 느린 2악장을 거쳐 3악장에서 스케르초처럼 빠르게 흥미를 다시 끌어올린 후 대단원으로 나아간다. 대당제국의 수도 장안성의 모습이 나의 여행과 겹쳐져서 살아나고, 당(唐)시대의 문화와 역사가 삼각 사각으로 얽힌 러브 스토리 속에 스며든다. 어려운 부분은 주석을 붙여 이해도를 높였고 번역도 나름 매끄러워 읽는 데 불편은 없었다. 기왕 이서백과 황재하를 메인 주인공으로 하여 정혼자 왕온, 첫사랑 우선의 이미지도 멋있지만, 이 소설의 감초 역할을 한 당대 최고의 검시관 주자진의 (성균관 스캔들 주인공) 여림 같은 캐릭터도 이 책의 묘미를 높이는 요인이라 하겠다. ‘비녀의 기록’이라는 잠중록(簪中錄)은 이렇게 막을 내리지만 상당히 괜찮은 소설로 기억될 것 같다.


EP 2. 중국 추리 소설을 다시 보다.

중국의 위대한 고전에도 불구하고, 최근의 중국 문학은 루쉰의 『아큐정전』 이후로 그다지 인상적이지 않았다. 인터넷 소설이 한순간 인기를 끌긴 하고 있으나 읽고 나면 그냥 그런 로맨스 소설에 불과할 뿐이었고, 추리 소설의 경우는 소개되는 게 있나 싶을 정도로 기억에 남는 게 없다. 오직 하나, 쯔진천의 사회파 미스터리 『동트기 힘든 긴 밤 長夜難明』은 괜찮았다. 그런데 이번에 읽은 잠중록 簪中錄은 중국 추리 문학의 성공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소설이었다. 일본의 쪼잔한 축소 지향적 추리도 아니고, 프랑스나 북유럽 쪽의 누아르(noir) 같은 추리도 아닌, 대륙 스타일의 추리라고 이름 붙여도 될만한 작품이었다. 각 권이 독립적인 몇 개의 사건을 다루면서도 1~4권을 연결하는 큰 줄기의 호기심과 긴박감을 유지하는 스케일이 압권이었다. 그런데도 이 소설이 로맨스(연애/사랑) 소설로 분류된다는 것에 밑줄을 그어야 한다….


EP 3. 시 한 수 감상….

266쪽에 보면, 이윤을 찾아간 이서백이 담담하게 시를 읊조린다. "고목 우거진 길에 다니는 사람 없는데, 깊은 산 어느 곳에서 들려오는 종소리인가. 흐느끼는 샘물 소리 높은 기암에서 흐르고, 햇살은 푸른 소나무를 차갑게 비춘다…." 주석에 보면, 시인 왕유가 향적사를 찾아가면서 본 경치를 묘사한 시로 과향적사過香積寺의 한 구절이라고 적혀 있다. 유명한 시인지라 조금 잘 다듬은 걸 찾아 소개하면...


不知香積寺(부지향적사) 數里入雲峰(수리입운봉) / 古木無人徑(고목무인경) 深山何處鐘(심산하처종) / 泉聲咽危石(천성열위석) 日色冷靑松(일색냉청송) / 薄暮空潭曲(박모공담곡) 安禪制毒龍(안선제독룡)

알 수 없어라, 향적사는 어디 있나 / 몇 리를 올라가도 구름 덮인 봉우리 // 고목은 우거지고 인적 없는데 / 깊은 산 어디선가 들려오는 종소리 // 샘물 소리 바위틈에 목메어 우는데 / 푸른 솔에 비취는 햇볕이 서늘하네 // 저무는 연못가에 고요히 앉으니 / 편안하니 마음 맑아 잡념이 없네….


EP 4. 달달한 문장 몇 개...

24. 손에 닿지 않는 것들은 다 그렇게 유난히 반짝여 보였다. 어쩌면 너무 밝게 빛나기 때문에 손에 대기 어려운지도 모른다. 예전엔 손만 뻗으면 닿을 수 있을 거라 생각했던 여인이었건만, 지금은 저 멀리 은하수에서 가장 눈부시게 빛나는 별이 되어 있는 것만 같았다. 그 찬란한 빛이 왕온의 마음을 태워 날마다 잠 못 이루고 그리워하게 만들었다.


45. 이서백은 고개를 숙여 황재하의 머릿결에 얼굴을 파묻고는 깊이 호흡하며 황재하의 향기를 느꼈다. 차고 맑으면서도 아득하게 느껴지는 그 옅은 향기는, 마치 내리자마자 금세 녹아버리는 봄눈처럼 이서백의 의식을 녹여 완전한 공백 상태로 만들었다. 언제인지 모르게 황재하의 손도 이미 이서백을 안고 있었다. 황재하는 이서백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서 빠르게 뛰는 두 사람의 심장 소리를 느꼈다. 얼굴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 한참이 지나서야 이서백이 황재하를 놓아주며 말했다. “무슨 소식을 듣더라도 절대 두려워하거나 걱정하지 말거라. 그저 안심하고 기다리면 된다.”


64. 황재하는 이서백의 떨리는 몸과 가빠지는 호흡을 느꼈다. 마치 아직 세상의 때가 묻지 않은, 어쩔 줄 몰라 당황하는 소년 같았다. 황재하는 평소 늘 냉담하고 침착하기만 하던 이 남자를 살짝 놀려주고 싶었으나, 입을 열고 입꼬리를 끌어올리기도 전에, 눈에서 뜨거운 눈물이 먼저 솟구치며 흘러내렸다. 황재하는 이서백의 품에 얼굴을 묻은 채 자신의 눈물이 이서백의 비단옷에 스며들도록 가만히 내버려두었다. 장안의 깊은 가을날, 금빛 석양이 드리우고 흐드러지게 핀 국화꽃 향기가 기왕부의 모든 누각을 뒤덮었다. 이 순간의 평안과 고요는, 어쩌면 두 사람에게 남은 마지막 평온일지도 몰랐다.


137. "전하께서는 비바람이 저를 해치지 못하도록 온 힘을 다해 저를 지키시고 싶겠지만, 저는 전하께서 홀로 그 모든 시련을 감당하시도록 가만히 보고만 있을 순 없습니다. 저는 전하의 인생에서 화려한 비단 위에 더해지는 한 송이 꽃이 되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전화와 손을 잡고 나란히 설 수 있는 한 그루 오동나무가 되고 싶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치면 서로 비바람을 막아줄 수 있는 존재 말입니다."

 

EP 5. 기억 문장 몇 개...

23. 세상에서 사람의 마음에 가장 큰 상처가 되는 것은 죄다 감정과 얽힌 문제이지 않소


322. 인연은 하늘이 정하고, 헤어짐은 사람이 하는 일이라 하지 않소. 그래서 나는 그냥 계속해서 최선을 다해볼 생각이오. (왕온이 재하에게 하는 말) 


471. 사람이 한평생 소중히 여기는 것은 명(命)이고, 한평생 필요로 하는 것은 운이라네. 

2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23 댓글 6
종이책 Think 4. 중국 소설의 맛, 대륙의 스케일? 아님, 기묘한 느낌?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z******8 | 2023.09.24 리뷰제목
사극로맨스 장르의 책을 읽으면서 따로 '역사공부'를 한 것은 처음이다. 드라마 <보보경심 려>를 보고서 소설 <보보경심>을 읽을 때도 청나라 옹정제의 치세 따위를 따로 챙겨보지 않을 정도로 무심한(?) 나였는데 말이다. 이 책의 배경이 '당나라 의종의 치세'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하도 '대당의 멸망'을 운운하고 있으니 궁금해서 좀 뒤적거리게 되었다. 그랬더니 의외의 인물이
리뷰제목

  사극로맨스 장르의 책을 읽으면서 따로 '역사공부'를 한 것은 처음이다. 드라마 <보보경심 려>를 보고서 소설 <보보경심>을 읽을 때도 청나라 옹정제의 치세 따위를 따로 챙겨보지 않을 정도로 무심한(?) 나였는데 말이다. 이 책의 배경이 '당나라 의종의 치세'를 다루고 있으면서도 하도 '대당의 멸망'을 운운하고 있으니 궁금해서 좀 뒤적거리게 되었다. 그랬더니 의외의 인물이 등장해서 관심이 갔더랬다. 신라 6두품 출신의 천재적 인물 '최치원'이 당나라에 유학했을 당시가 바로 의종시절이었다고 한다. 물론 이 소설에서 최치원이 등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곧이어 벌어질 '황소의 난' 때 최치원이 황소에게 격문을 보내 간담이 서늘하게 하였다고 하여 그의 문장이 얼마나 뛰어났는지 널리 알려지게 되었다고 하니, 이 소설에서 '대당의 멸망'을 소재로 삼아 미스테리한추리극을 연출하는 것이 마냥 소설속의 허구만은 아니라는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렇다면 등장인물들은 모두 실존인물일까? 그것까지 자세하게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의종의 넷째 아우 '기왕 이서백'은 실존인물이며 무능한 의종에 비해 뛰어난 왕재를 지녔다는 풍문의 주인공인 것은 사실인 듯 싶다. 물론 한 번 본 것은 결코 잊지 않는 치밀한 지략가였는지도 확인불가인 탓에 '로맨스소설' 특유의 설정인 듯 싶다. 그런 고로 여주인공인 '황재하'도 허구의 인물일 것이다. 허나 냥야 왕가의 왕온은 실존인물이지 않을까 싶다. 비록 허구의 인물일지라도 실재 역사속 인물들 중에서 골라내었을 것이다. 또 다른 주인공 주자진도 고귀한 신분으로 '시체 검안'에 특기를 지녔다는 설정을 곧이 곧대로 믿을 순 없을 것이다. 허나 이 모든 인물은 '사극로맨스미스터리추리 소설'이라는 새로운 장르를 탄생시키기 위해 작가의 고심과 철저한 안배였을 것이다. 이를 테면 역사에도 도통하고 추리에도 능한 작가의 뛰어난 재능이 만들어낸 역작이라는 말이다. 게다가 '여자작가'인 탓에 여주인공의 심리묘사가 탁월한 점도 '로맨스소설'로 탄탄하게 자리매김하는데 크게 작용했을 것이 틀림없다. 이 소설에서 여주인공의 감정굴곡이 드러나지 않았다면 '미스터리추리 소설'로는 성공했을지 몰라도 '로맨스 소설'로는 자격미달이었을테니 말이다. 암튼 이토록 기묘한 장르로 '대하소설' 못지 않는 이야기를 술술 풀어낸 작가에게 탄복하지 않을 수 없었다.

 

  허나 <로맨스 소설>을 좋아하는 독자로서 세 남녀의 밀고 당기는 달콤한 감정선이 '정치적 궁중암투'가 전하는 <역사 소설>의 무게감까지는 어찌어찌 감당할 수 있겠는데, 여주인공이 추리수사를 할 수밖에 없는 설정이라서 '연애감정'을 한껏 끌어올렸다가 '시체해부'를 하면서 코를 움켜쥐는 장면이 연출될 때는 달달해진 장면에 기껏 몰입했던 독자로서 감정선이 와장창 무너지길 여러 차례 반복하다보니 어쩔 수 없이 걸림돌로 작용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로맨스 소설>의 속성상 어쩔 수 없이 '해피 엔딩'으로 끝맺을 수밖에 없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 나라가 망하고, 국운이 기울며, 여기저기 가까운 인물들이 속절없이 죽어나가는 피비린내를 연출하면서 '두 남녀의 사랑'이 결실을 맺게 될 것이고, '한 여자를 두고서 두 남자가' 목숨을 건 대결을 펼치니..."그만 좀 죽이면 안 되겠니?" 라는 갑갑한 심정이 극에 달할 지경이었다. 어쨌든, 대단원에 이르러서야 기왕과 황 수사관(?)의 사랑은 아름다운 결실을 이루었다. <로맨스 소설>로써는 당연한 결말이니 스포일러일 수도 없는 팩트다. 물론 여기에 이르기까지 수없이 많은 우여곡절이 독자들에게 신선한 재미가 충격적(!)으로 다가갈 것이 틀림없다. 여기서 '충격적'이라는 표현이 이 소설에서는 아주 딱 걸맞는 수식어일 것이다.

 

  암튼, 이 소설은 '기이한 소설'이었다. 사극 중에서도 '당나라'를 소재로 한 것이 많지 않은데, 그중에서도 '정치에는 무능하고 그저 놀기만 좋아했던 당나라 황제' 중에서도 으뜸가는 의종을 선택한 것도 신선(?)하기 그지 없었다. 흔히 당나라를 배경으로 한다면 태종 이세민, 헌종과 양귀비, 그리고 측천무후를 주로 다루기 때문이다. 물론 어지러운 시대상을 반영하여 '미스터리'한 분위기를 연출하기에는 딱이었을 것이다. 거기다 추리소설이라면 '기이한 살인사건'이 꼭 있어야 했을 테니 폭군보다는 '무능한 임금'이 제격이었을 것이다. 이런 점에서 아주 탁월한 배경선택이었다. 또한 무능한 임금과 상반된 느낌의 뛰어난 인재였는데도 '황제'가 되지 못한 비운의 인물 '기왕 이서백'의 등장은 뭘 좀 아는 독자들에게 매우 반가운 일이었을 것이다. 그런 비운의 주인공이 <로맨스 소설>속 주인공으로 재해석되어 등장하였단 것으로도 독자들에게 환호 받을 수밖에 없었을 것이다. 마치 <구르미 그린 달빛>처럼 말이다.

 

  그렇다. 나는 이 소설에서 '조선의 마지막 희망'으로 수많은 독자들에게 환영받았던 비운의 왕세자 이영, 순조의 아들이자 헌종의 아버지인 효명세자를 주인공으로 내세운 <구르미 그린 달빛> 말이다. 이 소설이 '로맨틱코미디'를 사극버전으로 풀어낸 역작이었기에 <잠중록>도 그런 느낌으로 읽기 시작했었다. 물론 드라마에서와는 달리 원작소설에서는 <사극로맨스 소설>의 분위기에 더욱 충실했지만 '구중궁궐에 잠입한 여자내시'라는 설정 자체가 코믹, 그 잡채였다. 그래서 <잠중록>도 의문의 살인사건에 휘말려 도망친 여주인공이 '기왕의 소환관'으로 잠입하는 것까지는 흥미진진하게 읽어나갈 수 있었다. 그런데 의문의 일가족 살인사건을 풀기도 전에 '기이한 연쇄살인 사건'이 벌어지기 시작했고, 여주인공은 어느새 '수사관'이 되어 '시체검안'을 하는 검시관과 짝을 이뤄 추리수사극을 연출하고 있었던 것이다. 이런 장르의 전환은 이 소설이 처음이었기에 매우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어쨌든, 그런 살인사건을 풀어내고 또 풀어내는 과정을 거쳐 드디어 '대당의 멸망'에 감춰진 비밀이 하나씩 풀려나가고 두 남녀의 사랑이 결실을 맺는 대단원에 이르고보니, 이 소설만이 가진 '색다른 맛'이 무엇인지 겨우 감을 잡게 되었다. 하긴 <보보경심> 때에도 '타임슬립'을 한 역사천재 여주인공이 '역사속 인물'과 조우하며 벌이는 암투와 사랑을 보며 기묘하다는 느낌을 받았더랬는데, 이 소설도 그에 못지 않았던 셈이다. 뭐, 이것이 '대륙의 스케일'인가 싶기도 하지만, 아직은 이렇다 할 결정은 내리지 못하겠다. 이제 <외전>이 나왔으니, 그 책까지 섭렵한 뒤에 뭐라도 결정을 내려볼까 한다.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8 댓글 0
종이책 구매 치밀한 구조, 기발한 착상 흥미로운 이야기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j****3 | 2019.08.20 리뷰제목
많은 리뷰에서도 읽지만 이 책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4권까지 구입해 읽었다. 각 편이 분리된 듯도 하고 이어져 있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구상해 조직해 나간 스케일이 대단하고, 놀랍다. 어찌 이렇게 방대한 이야기를 조각하여 짜임새 있게 펼쳐나가는가 하는 생각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그만큼 잘 짜져 있다는 뜻이리라. 인물들도 그렇고, 사용된 소품들도 그렇고 심리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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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은 리뷰에서도 읽지만 이 책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다. 그래서 4권까지 구입해 읽었다. 각 편이 분리된 듯도 하고 이어져 있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구상해 조직해 나간 스케일이 대단하고, 놀랍다. 어찌 이렇게 방대한 이야기를 조각하여 짜임새 있게 펼쳐나가는가 하는 생각에 경탄을 금치 못했다. 그만큼 잘 짜져 있다는 뜻이리라. 인물들도 그렇고, 사용된 소품들도 그렇고 심리의 흐름도 그렇다. 사건을 엮어 나가는 것이, 풀어나가는 일이 하나의 예술품이 조각 되듯이 긴밀하게 연결되어 흥미롭게 다가온다.

 

4권은 처음부터 언급되었던 기왕과 관련된 글 전체의 전반적인 내용이 문제가 된다. 1,2권이 여주인공 황재하의 능력을 드러내는 장이라면, 3권이 남주인공 기왕의 능력에 의해 황재하의 문제가 해결되는 장이다. 그리고 4권은 기왕과 관련된 글의 전체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부분이다. 글이 거대한 하나의 사건을 축으로 하여 사소한 여러 개의 사건들이 중첩되어 있고, 그것을 기왕과 황재하가 해결해 나가는 형태로 이루어져 있다. 그러기에 황재하(양숭고)의 능력은 특별하다. 사건을 보는 안목이 뛰어나고 사물을 인식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리고 그가 활동하는 무대는 거침이 없다. 수사라는 차원으로 권력과 상관없이 그가 하지 못하는 일이 별로 없다는 말이다. 오늘의 우리 사회와는 대치되는 모습을 보인다. 이런 기회 제공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기본이 된다.

 

4권의 시작은 황재하가 가족 살인사건을 해결한 후의 일이다. 기왕은 황궁이 있는 장안으로 돌아가려 한다. 그러면서 황재하의 왕온과 혼약을 파기해 주고 황재하에게 촉에서 기다리도록 요구한다. 하지만 장안엔 위험한 일이 기다리고 있고, 자신도 어떻게 될지 모른다. 그런 가운데 장안으로 가려는 기왕에게 황재하는 자신도 같이 가겠다고 한다. 어떤 상태가 되던 같이 하겠다는 자세를 보인다. 한편 왕온은 낭야 왕가의 장자로 가문의 소중함을 도외시할 수 없기에 황재하를 사랑하면서도 기왕의 말을 듣고, 그녀를 올가미에서 풀어 준다. 하지만 지속적으로 황재하에 대한 연정의 마음을 내어 보인다.

 

기왕은 장안에서 돌연 나라를 망하게 할 자는 기왕이다.’ 유언비어에 휩쓸리게 되고 세인들에게 지탄의 대상이 된다. 그런 중에 7째 동생인 악왕이 많은 사람들이 모인 궁중에서 기왕을 비방하고 건물에서 떨어지는 사고가 발생한다. 그것을 현 황제의 총애를 받고 있는 왕공공이 조사를 하게 되고, 황재하는 왕온과 관계를 우호적으로 이어가겠다는 말을 이용해 왕가의 도움을 이끌어 내면서 그 사건을 조사할 수 있는 기회를 얻는다. 물론 기왕을 위해 조사를 하겠다는 뜻이지만, 그러는 사이에 온정과 의리 때문에 애정의 갈등도 한다. 그러다가 황재하와 기왕이 악왕이 살아있다는 정보를 얻고 그가 있는 사찰에 간다. 그곳에서 악왕이 패악을 부리며 자신이 칼로 찔러 죽는데, 그 칼이 기왕의 칼이다. 그래서 당시에 주변에서 달려온 왕공공과 그 병사들이 모두 악왕이 죽으면서 기왕이 자신을 죽였다했기 때문에 모두 그렇게 믿는다. 그리고 기왕은 군권도 빼앗기고 왕궁의 한 곳에 유폐 당한다.

 

장안에서의 분위기는 황재하와 기왕에게 무거운 분위기다. 그만큼 적대 세력의 크기가 남다르기 때문에 쉽게 대항할 수 없음을 인지할 수 있다. 그런 가운데 황재하는 낭야 왕가의 배려를을 받으며 이 글의 양념인 주자진(시체 검역에서는 당대의 일인자)의 도움으로 사건을 조사해 나간다. 그러는 가운데 자신과 가까운 사람들이 악역으로 이용되는 이상한 현상을 목도한다, 악왕이 그렇고 장항영(기왕부의 군관)이 그렇고 장항영의 부친이 그렇다. 이런 상황이 모두 물고기 때문이라는 사실을 시체 검안을 통해 인지한다. 아가십열이라는 물고기가 사람들의 심리에 악영향을 미치고 사람을 변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하는 것을 안다.

 

이 글에서 아가십열은 중요하다. 이것은 1 권의 처음부터 나온다. 황재하가 가족 살해범으로 몰려 도망 다니며 장안에 들어와 기왕과 처음 만날 때, 기왕의 마차에서 나온다. 그리고 글의 전편에 지속적으로 나오면서 문제가 될 것임을 암시해 준다. 이게 4권에서 그 역할을 한다. 이것은 물고기 자체로 사람의 몸에 들어가면 쉽게 죽어버리지만 작은 알 형태로 사람 몸에 들어갈 때 목구멍에 달라붙어서 부화를 시작한다. 부화된 물고기는 아주 작아서 성대 사이에서 피를 빨아먹으면서 사는데, 오래 살지는 못한다. 하지만 체내에서 죽어 썩어 없어지게 되는데, 이 고기는 독소가 있어 죽은 뒤 뿜어낸 미독이 혈관을 타고 뇌로 들어가 심각한 편집증을 불러일으킨다. 마음에 품은 의혹이 있다면 그것이 광증을 일으키고, 죽어야 끝이 난다. 이렇게 독한 고기를 사용한 사람이 있고, 그것은 악왕, 장항영, 그의 아버지를 그렇게 변화시켜 죽게 한 장본인이 된다. 이런 악의로 만들어진 얘기들이 기왕을 압박하는 요소가 되고, 기왕은 궁지에 몰린다. 결국 거대한 세력이 이들의 배후에 있게 되고, 그것은 기왕으로도 어쩔 수 없는 상태다. 그러기에 기왕의 목숨은 상황 상 경각에 달려 있다.

 

황재하가 기왕의 집에 있으면 기왕과 함께 행동에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을 왕온이 이용하게 되고, 황재하도 선택을 하게 된다. 사랑의 줄다리기를 하면서 선택과 심리적 이완 등이 행해지면서 갈등과 환희의 관계가 만들어진다. 그리고 기왕이 얽힌 사건은 지속적으로 수사를 해나간다. 수사 과정에 기왕의 상태에 따라 마법과 같은 글자에 색이 입히는 상자가 나오는데, 그것이 관건이 되어 미묘한 수사가 이루어지고, 그 미궁이 해결된다. 글자가 똑같은 상자를 두 개 확보하면 가능하다는 상황을 생각해 내게 되고, 결과적으로 기왕의 가까이 있는 누군가의 손을 이용해 그렇게 그에게 심리적 고통을 주는 일들이 자행되었음을 알게 된다.

 

일을 해결을 위해 두 가지 장치를 더 제시한다. 하나는 불사리를 설치하는 것이고, 하나는 국경의 미세한 움직임과 절도사들의 반응 등이다. 불사리를 설치는 것으로 기왕이 영어의 몸에서 풀려나게 되고 사건의 전모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을 가진다. 또 국경의 상황은 이제까지 기왕이 나라에서 어떠한 위치에 있었는지? 또 그가 다시 제기할 수 있는 기틀을 가질 수 있게 될 것인지를 기대하게 한다. 불사리가 장안에 들어오는 날, 궁중에 많은 사람들이 모이게 되고 그 자리에서 황재하는 환관의 차림으로 들어가 악왕 사건의 진실을 알린다. 그것을 황제가 듣기 싫어하는 모습을 보면서 결국 분위기를 기왕의 모든 일과 관련된 적대 세력의 이야기로 확대해 나가게 되고, 결국 현 황제가 황위에 오를 때의 이야기까지 거론 된다. 즉 선황이 남긴 유언을 일부 세력이 훼손해 현 황제가 황위에 오르게 된 사실이 밝혀지고, 황제에 의한 기왕 죽이기가 지속적으로 전개되었음이 밝혀진다. 즉 아가십열에 의해 많은 무리한 일들이 일어났음이 증명되고 확인된다.

 

글 속에서 기왕의 반대 세력과 동조 세력이 불분명하다. 그것은 아가십열, 섭혼 등 때문이기도 하지만, 정세를 분석하고 상황 속에서 무엇이 나은가 하는 판단 때문이기도 하다. 왕공공과 왕온 등의 세력은 황제의 명령을 받아 기왕을 암살하는 계획을 실천에 옮기기도 했지만 황재하를 도와 진실이 밝혀지게 만들기도 한다. 악왕, 장항영 등은 기왕과 친밀한 사이인데 결국은 미혹되어 그를 매도하는 사람들로 사용된다. 무척이나 방대한 이야기를 보여준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야기가 그렇지만 절대 권력과 그것에 대항하는 세력의 이야기로 조각된다. 그것이 흥미롭고 이야깃거리가 많기 때문이 아닌가 생각된다.

 

이야기는 수사극이지만 그 속에 염정소설의 요소도 혼합하고 있다. 황재하를 양숭고로 하여 수사관의 탁월한 능력을 지닌 자로 그려나가고 또 17,8세의 예쁜 여인 황재하로 만들어 기왕과 정혼한 사이인 왕온 삼각관계를 만들어 내용을 끌어 나간다. 마지막 결전의 공간은 황궁이다. 황제는 병약하다. 거의 거동이 불편할 지경이다. 그런 상태에서 선황의 유지가 기왕을 황제로 추대할 것으로 밝혀지고 현 황제가 일부의 농간에 의해 황제가 되었음이 밝혀지면서 황제가 어림군을 이용해 기왕을 죽이려 하지만 기왕은 자신의 부대를 불러들여 그 공간을 장악한다. 결국 모든 권력이 기왕에게 돌아간다. 그 후 황제는 병사하고, 기왕은 자신이 황제가 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시대상황에 따라 12살 난 황자를 황제로 추대하면서 자신은 군권을 내려놓는다. 그리고 황재하와 사랑의 결실을 만들어 나간다. 왕온도 기왕이 보여준 권력에 대한 처리와 지극한 연정을 높이 사 사랑에서는 한 발 물러서는 모습을 보인다.

 

 

무척 흥미롭게 읽었다. 정말 구성이 치밀해 읽어나가는 재미가 더했다. 4권까지 읽으면서 드라마로 만들어도 좋겠다는 생각을 해봤다. 랑야방처럼, 포청천처럼 흥미롭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시간이 많은 사람들, 중국 고전에 흥미를 가진 사람들, 추리극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이 읽으면 좋지 않을까 생각이 된다. 나는 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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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잠중록4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g********r | 2019.08.14 리뷰제목
결국 마지막에 밝혀질 모습이 어떤 것이든지, 저희가 함께 했던 시간은 모두 진실이지요. 적어도 지금, 서로를 향한 저희 두 사람의 마음만큼은 진실이에요. (p. 78)잠중록 1권을 손에 들었을 때를 떠올려본다. 책을 보기 전에 책에 대한 홍보물을 먼저 봤기에 궁금함보다는 책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냥 단순한 로맨스소설이라는 생각으로 아무런 기대도 없이 첫 페이지를 열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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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 마지막에 밝혀질 모습이 어떤 것이든지, 저희가 함께 했던 시간은 모두 진실이지요. 적어도 지금, 서로를 향한 저희 두 사람의 마음만큼은 진실이에요. (p. 78)




잠중록 1권을 손에 들었을 때를 떠올려본다. 책을 보기 전에 책에 대한 홍보물을 먼저 봤기에 궁금함보다는 책을 알 것 같은 기분이 들었고, 그냥 단순한 로맨스소설이라는 생각으로 아무런 기대도 없이 첫 페이지를 열었다. 그리고 정신 없이 빠져들어 끝까지 한숨에 읽어 내렸다. 2권은 간절히 기다렸다 출간되자마자 구매하여 정신 없이 읽었다. 이때부터는 이미 중독자였고, 3권은 4권 출시까지 꽤 텀이 있다는 먼저 읽은 인친님의 이야기에 매우 아껴 읽었다. 50페이지씩 읽으며 기다렸으나 결국 4권 출시와 3권 마지막 장은 맞물리지 못했다. 


그리고 그렇게 기다리던 4권이 내게 왔다. 




앞의 세 권이 고개 돌릴 틈도 없이 빠르게 전개되었다면, 4권은 숨이 막히도록 천천히 전개된다. (정확하게는 일반적 소설이 속도일지 모르나, 앞의 세 권이 워낙 속전속결이었던 지라 더 그렇게 느껴지는 것이리라) 아무튼 느리게 진행되다 보니 더욱 섬세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그래서 더 재하의 마음이, 서백의 마음이, 그리고 이제부터 안타깝고 불쌍하기까지 한 왕온의 마음이, 심지어는 대놓고 마음을 대사로 읊는 자진의 마음까지도 한결 섬세하게 그린다. 그리고 그들의 엉킨 운명이 마치 내 운명이라도 되는 듯 가슴이 시리다. 







-   그 사람이 그대의 무엇이란 말이오? 그대는 또한 그 사람의 무엇이고? (p.120) 


사실 내게는 계속 미운 놈 같았던 왕온이 안쓰러워진 까닭은, 계속해서 벽만 보는 그의 모습 때문이었다. 누군가를 아무리 사랑해도, 아무리 대답을 기다려도, 아무런 말이 없는 벽을 보고 사는 사람. 말이 없을 것을 알면서도 돌아서지 못하는 사람. 결국 본인을 망가뜨려서야 억지로 돌아설 수 있는 안타까운 사람. 어쩌면 이 책에서 가장 안쓰러운 사람은 왕온이다. 우선은 나쁜 결말을 맺고, 미움도 받았으나 한때는 사랑 받았고, 또 이해도 받지 않았던가. 그에 비해 왕온은 끝까지 온전한 마음 한 조각 얻지도 못했으니 안쓰러움에 그의 등을 두드려주고 싶어진다. 


그렇다고 왕온의 사랑을 응원하기는 서백과 재하의 사랑만으로도 너무 절절하다. 






-   가서 반드시 마무리해야 할 일이 있다. 어쩌면 더 많은 일이 생길 수도 있고. 시일이 많이 걸릴 수도 있겠지만, 반드시 돌아올 것이다. (p.44)


-   순탄하게 권문세가에 시집가 평온하고 안정된 삶을 살며, 평생 부군을 섬기고 자녀를 양육하며 사는 삶……. 그것은 황재하가 나푸사를 타고 장안으로 달려오던 그 길 위에서 이미 지워버린 삶이었다. 이후 황재하의 인생은 또 다른 길로 들어섰다. 눈앞에는 안개가 자욱했고, 두 발이 디딘 땅은 어떨 땐 향기로운 풀밭이었다가 또 어떨 땐 가시밭길이었다. 안개가 걷힌 뒤에는, 눈앞이 낭떠러지일 수도 있고, 탄탄대로일 수도 있다. 하지만 무엇이 되든 상관없었다. 황재하는 여전히 고개를 꿋꿋이 세우고 맞이할 것이다. 설령 천신만고의 위험이 기다린다 해도 두렵지 않았다. 왜냐하면 그것이 황재하가 선택한 길이었고, 그 길 위에서는 줄곧 이서백과 함께일 테니까 말이다. (p.412)


-   “너 자신에게 그렇게나 자신이 있는 게냐.” / 

     “아니요. 저는…… 전하에게 자신이 있는 것입니다.” 

      “그래, 그 부분에서는 확실히 자신을 가져야 마땅하지.”(p.518)



서백 말고는 모두를 잃어버린 재하와 어차피 재하 말고는 아무도 없었던 서백. 그래서 그들이 가진 화려한 재주와 대단한 외모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진다. 그런 부수적인 것 없이도 서로에게 너무나 온전한 사람이기에, 그저 서로 말고는 아무것도 없는 사이라서 오히려 가슴이 아프다. 한결같이 서로만 바라보면서도, 너무 서로를 생각해 더 가까워지지 못하는 그들의 사이가 마음이 아플 정도였다. 그래서 마지막에는 “꺄악” 하는 로맨스의 만족보다는 “하아” 하는 안도의 소리가 나온 걸지도 모른다. 


잠중록을 모르는 사람이, 4권의 리뷰만을 읽는다면 “아 잠중록은 긴 로맨스소설이구나” 라고 말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잠중록은 로맨스소설만은 아니다. 추리소설이며, 심리소설이다. 사건에 대해 치밀한 추리와 긴장 넘치는 대화가 끊임없이 이어지고, 등장인물들의 마음을 엄청나게 섬세하게 그리기도 한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결국에는 로맨스소설이기도 하다. 결국은 사랑이니 말이다. 


자. 이제 잠중록의 끝이 맺어졌다. 나처럼 1권부터 4권까지 마음 졸이며 천천히 달려온 이들에게는 함께 해준 전우애(?)를, 이제 잠중록에 빠져들 이들에게는 “1권에서 4권까지 쌓아놓고 보라”는 충고의 마음을, 아직도 잠중록을 모르는 이들에게는 안타까움을 전하고 싶다. 


2019년 나의 여름은, 잠중록이 있어 충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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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잠중록 4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h*******g | 2019.08.15 리뷰제목
"정말이지 모르겠구나. 이렇게 고집스럽고 완고한 너를, 어쩌자고 나는 이리도 좋아하는 것인지."  올해 잠중록을 만난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다. 운이 좋게 서평단에 당첨되어 1권을 시작하게 된 이후, 마지막 4권까지 거침없이 달려왔다! 너무 재밌어서 다음 이야기를 계속해서 기다리게 되고, 마침내 기다려온 이야기가 4권으로 끝이라니 아쉬울 지경이다. 이 책만큼은 조금 더 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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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이지 모르겠구나.

이렇게 고집스럽고 완고한 너를,

어쩌자고 나는 이리도 좋아하는 것인지."

 

 

올해 잠중록을 만난 것은 정말 큰 행운이었다. 운이 좋게 서평단에 당첨되어 1권을 시작하게 된 이후, 마지막 4권까지 거침없이 달려왔다! 너무 재밌어서 다음 이야기를 계속해서 기다리게 되고, 마침내 기다려온 이야기가 4권으로 끝이라니 아쉬울 지경이다. 이 책만큼은 조금 더 이야기가 길었어도 좋았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1권에서부터 궁금증을 증폭시켰던, 기왕 이서백을 둘러싼 기묘한 부적과 10년 이상을 키워온 사연있는 붉은 물고기부터 이서백을 둘러싼 위협과 음모가 쉴새없이 펼쳐져 어떤 시리즈보다 더 숨가쁘고 긴장감 넘치는 이야기가 펼쳐졌다.

 

백성들 사이에서 널리 퍼진 이서백을 향한 잘못된 오해와 소문들, 급기야 황제는 그를 구금하기에 이른다. 이서백은 자신의 곁에 있다가는 황재하마저 위험에 처해질것을 우려해 떠나라고 하지만 황재하는 어떤 지옥이라도, 어떤 폭풍우라도 이서백 곁에서 함께 감내하겠다는 고집을 부린다.

 

 

"전하와 손을 잡고 비바람에 맞서겠습니다.

절대 전하가 저를 버리게 두진 않을 거예요."

 

"어찌 그리 막무가내이냐.

아무래도 난 이미 네것이 된 것 같구나. "

 

 

한편 그녀에게 푹 빠진 정혼자 왕온은 이서백을 질투하면서도 그들이 처한 상황을 이용해 황재하와의 혼인을 밀어붙이는데...이서백을 구하기 위해 왕온의 아내가 되어야 하는 재하는 어떤 선택을 하게 될까? 이서백에 대한 마음만으로 꽉찬 그녀에게 왕온의 자리는 없어 보인다. 하지만 음침하고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환관 왕종실과 명문가 왕가 집안의 특출한 인재 왕온만이 그들이 처한 상황에서 이서백을 도울 수 있는 유일한 기회다.  또한, 믿었던 사람들로부터의 배신과  이서백을 두려움에 떨게 한 기묘한 장치의 비밀, 이 모든 사건의 전말을 그 누구보다 빠르게 알아챈 황재하는 그 어느 때보다 극심하게 두려워한다. 이 진실은 알려져야 하는가?

 

1권부터 궁금증을 자아냈던 이서백의 운명을 예고하는 듯한 부적의 비밀과 붉은 물고기의 비밀은 꽤 그럴싸하게 밝혀졌다. 이 기묘한 일을 도대체 어떻게 풀어갈까 하는 생각이 괜한 기우였다. 하긴 이 일들 뿐만 아니라 소설속에서 재하가 풀어온 각종 살인사건들 역시 마찬가지다. 재하가 맡게된 사건들은 하나같이 안개속에 파묻혀 도무지 밝히기 힘들어보이는, 마치 마법을 부린 것 같은 기묘한 느낌을 준다. 도대체 어떻게 풀어가려고 이러나 작가가 걱정될 정도였는데 걱정이 무색할만큼 말끔하게 해결이 된다.

 

심장을 간지럽히는 간질간질한 로맨스 뿐만 아니라 재하가 사건을 풀어나가는 추리과정이 책 속에 미친듯이 빠져들게 하는 요소다. 어느 하나가 과하지 않고 조화롭게 이야기를 끌어가기에 더욱 재미있다. 조금이라도 이 책에 관심이 있다면 일단 1권을 시작해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물론, 시작하게 되면 끝을 보게 될거라고도 알려드리고 싶다!

 

 

 

마음 깊이 품고 있거늘, 어느 날엔들 잊으리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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