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전체적인 느낌
2권은 1권에 비해 스피드한 긴장감은 없다. 대신 큐빅 퍼즐을 푸는 느낌이다. 상관성이 전혀 없는 듯한 여러 사건과 죽음들이 500쪽에 이르기까지 얽히고설키다가 클라이맥스에 이르러 일거에 맞춰지면서 2막을 내린다. 당나라 궁중 여인네의 은근한 암투와, 계급 사회를 살아가는 백성의 애달픈 생활상, 그리고 가족을 독살했다는 누명을 쓴 채 기왕 이서백(夔王 李舒白)을 돕는 여주인공(황재하 黃梓瑕)과, 그녀와 연결되는 남정네들의 미묘한 감정선 교차를 읽다 보면 확실히 최근의 일본 추리소설보다 한 수 위의 짜임이란 걸 느낀다.
#2. 세 죽음의 미스터리, 공주부(公主府)의 비밀...
○ 한 환관이 벼락을 맞아 터져버린, 엄청나게 큰 초의 불에 타죽는 사건이 발생한다. 우연에 의한 죽음이라 생각해도 되겠지만, 죽은 자가 황제의 금지옥엽인 동창(同昌) 공주를 모시는 환관이라는 게 문제다. 과연 사람의 짓일까? 정말 사람의 짓이라면 범인은 어떻게 천둥과 번개를 다스렸을까?
○ 문둥이 손씨의 죽음이다. 공주와 아무런 상관이 없어 보이지만, 공주부에서 매를 맞고 버려진 여인을 건드리면서 사건에 등장한다. 이 손씨의 죽음은 추리소설의 전형적인 밀실 살인사건이다. 문이랑 창은 모두 안에서 잠겨 있고, 단서나 흔적도 없다. 범인은 어디로 들어와서 어디로 나갔을까? 몇 가지 암시가 있으나 추리가 쉽지 않았다. 그렇다고 신박한 기법은 아니었다.
○ 하이라이트는 역시 공주의 죽음이다. 공주가 아끼던 구난채(九鸞釵 비녀의 일종)가 감쪽같이 사라지고, 부마를 모시던 공주부 두구의 익사 사건과 선대 왕이 10년여 전에 그린 것으로 보이는 이상한 그림이 복선으로 깔린 후, 인파 속으로 끌려간 공주가 살해당한다. 공주가 죽었으니 황제가 가만있겠는가!
#3. 여주인공에게 마음이 있는 남정네들...
2권은 1권보다 러브라인의 색깔이 선명하다. 그리고 삼각이 아니라 사각 관계이다.
○ 먼저 남주인공 기왕 이서백, 그는 여주가 위기에 처하거나 곤란한 감정에 싸일 때마다 구원의 빛으로 나타난다. "이서백의 얼굴에는 좀처럼 보기 드문 웃음이 걸려 있었다. 마치 바람이 휘몰아친 후 볼 수 있는 청명한 5월 하늘을 만난 것만 같았다. 비록 찰나의 순간이었지만 황재하를 황홀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이서백의) 그 미소는 새벽녘 하늘의 여명처럼 사람 마음을 두근거리게 하는 따뜻하고도 부드러운 색을 띠었다."(556-7쪽)
○ 온화하고 여유로운 기품의 정혼자 왕온, "내가 그대와 혼약을 파기하는 일은 없을 것이요.", "그대는 예법에 따라 정식으로 나와 맺어진 아내요... 그대가 어떤 죄를 지었든 어디에 있든, 내가 혼약을 파기하지 않는다면 그대는 한평생 내 사람이며, 다른 누구의 사람도 될 수 없소.", 그대가 어디에 있든, 그곳이 저 바다 너머든 땅 끝이든, 하늘 위든 땅 아래든, 설령 그대가 죽음의 강 너머에 있게 된다 할지라도, 그대는 끝까지 내 사람인 것이오!(116쪽)” 따뜻하다. 하지만 따스함이 지나간 자리엔 알 수 없는 긴장과 두려움이 남는다.
○ 여주인공의 첫사랑 우선, 수묵화 같은 우아함과 심원한 풍치를 뿜어내는, 마치 초승달이 은빛의 빛을 발하며 은은하게 사름들을 비추는 것처럼, 눈이 부시지도 칠흑같이 어둡지도 않은 꼭 알맞은 빛을 내는 그런 사람이다. 139 흠잡을 데 없는 자세와 밝고 깨끗한 얼굴에서 초승달처럼 청량하면서도 그윽한 광채가 뿜어져 나오는, 온화하며 평온한 그의 목소리는 옥 조각을 얼음물 속에서 가볍게 메아리치는 소리 같은 울트라 미남이다. 동창 공주와 곽 숙비도 그를 흠모한다. 노리개용 미남자? 뭔가 미심쩍은 이 우선의 정체는...?
#4. 에필로그
2권은 한 여인의 불행한 사건에서 파생되며, 자녀에게 '좋은 아버지'의 역할이 뭔지 묻는다. 보통의 추리소설이 사건 해결에서 끝나는 데 비해 이 소설은 그 사건의 의미와 삶의 의미를 짚어보게 한다. 이런 점이 이 소설을 좋게 평가하게 하는 것이리라.
피 냄새를 좋아하는 붉은 금붕어(아가심열)와 기왕이 가지고 있는 부적은 2권에서도 그 정체를 풀지 않고 '암시'의 도구로 궁금증을 이끌고 나간다(471쪽). 이 금붕어와 연결되는, 기왕도 무시하지 못하는 실세 중의 실세라는 '왕종실'이란 환관이 임펙트 있게 등장한다. "자줏빛 도포에 옥색 허리띠, 독사와 같은 눈빛을 가진" 이 남자는 반역 무리를 제압하고 지금의 황제가 황위에 등극하는데 일등공신이 된 왕공공이다. 당나라가 100년 가까이 환관들에 의해 놀아난 역사가 살뿐 그려지는 대목이다. 아마 3~4권의 주요 캐릭터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3권은 다른 책 독후기 얼른 하나 쓰고 읽어야겠다. 나름 주요 내용은 노출하거나 건드리지 않고 적으려고 엄청 노력했는데... 그렇게 되었는지 자신이 없다….^^
#. 몇 가지 기억할 내용….
11. "윤아, 잊지 말거라. 절대 기왕하고 가까이 지내서는 아니 된다......" 악왕 이윤의 모친 태비가 잠시 정신이 들었을 때, 의미를 알 수 없는 기이한 그림을 주면서 아들에게 하는 말이다. 2권에서 활용한 암시 말고도 다른 의미가 있겠지.
85. 고루자 : 당대에 유행하던 양고기 전병
111. 윤슬 : 기억에 없는 단어라 찾아봤더니... "햇빛이나 달빛에 비치어 반짝이는 잔물결을 의미"... 참 아름답다.
120 "서탁 위의 등불이 황재하의 얼굴을 옅은 붉은 빛으로 물들였다. 그 백옥 같은 볼에 은은한 복사꽃 빛깔이 비쳐 화사하고 부드러워 보였다. 마치 이 어두운 밤중에 아무도 모르는 봄날의 태양이 조용히 이서백의 곁에 떠오른 것만 같았다.
167. 봉필생휘, 헌헌여조하거: 봉필생휘 蓬?生輝는 무슨 의미인지 알겠다. 누추한 집을 빛내 준다는 말로 가난한 집에 귀한 손님이 찾아왔다는 의미이다. 그런데 헌헌여조하거는 아침노을이 드리우는 거와 같다는 주석이 있었지만 이해가 잘 안 되었다. 한자를 찾아보니 軒軒如朝霞擧이고, 인격미를 상찬(賞贊)하는 형용사로 쓰이는 모양이다.
248. 오현금의 음계인 궁상각치우가 군(君), 신(臣), 민(民), 사(事), 물(物)의 의미를 담고 있다는 걸 이 책을 통해 알았다...
280. 장약허(張若虛)의 춘강화월야(春江花月夜) 한 두절이 나온다. 此時相望不相聞 願逐月華流照君(차시상망불상문 원축월화유조군)... 지금 (그대와) 함께 (달을) 바라보나 소식 전하지 못하니, 달빛 따라 흘러가 그대를 비추었으면.... 이 시는 곡으로도 만들어져 있는데... https://youtu.be/FtjKQMjfhSE?list=PLC505F17F43BDDC4A 들어보시라.
281. "소문이란 것은 종종 사실의 일부만을 반영하거나, 혹은 아예 허위로 뭉친 자욱한 안개와 같을 때도 있다."…. 요즘 횡행하는 가짜뉴스가 생각난다….
439. 정액(頂額): "문 위쪽 벽 안에 작은 철제 상자를 박아넣은 건데, 정액(頂額)이라 부르는 물건입니다.” 문 위에 장식하는, 문과 동일한 너비에 높이가 야트막한 철제 상자를 말한다는데 얼른 형체가 떠오르지 않는다.
444. 그 고요한 골목 한가운데서 우선이 건네준 수건에 얼굴을 묻고 한참을 그렇게 가만히 있었다. / 손수건에서 느껴지는 그의 향기는 담백하면서도 몽환적이었다. 여름밤에 처음 피운 연꽃, 겨울에 시들어 떨어지는 매화 꽃봉오리, 꿈속에서 보았던 불꽃과 빙설의 향기가 느껴졌다.
1권의 유혹에 2권을 구입했다. 구입할 때는 2권이 마지막 권인 줄 알았다. 그래서 쉽게 책에 손이 갔던 것 같다. 책을 구입하고 바로 2권의 가장 뒷부분을 펼쳐 보았다. 이 글의 기본 골격인 황재하 가족 살인 사건의 마무리를 어떻게 그려놓았는가 하는 궁금증에서다. 그런데 2권 마지막에 가도 무엇을 얘기하는지 잘 드러나지 않았다. 그래서 아하 이 책이 2권에서 끝이 나는 것이 아니구나! 하고 이리저리 궁구하게 되었다. 그래서 발견한 것이 아직 나오지 않았지만 4권으로 엮여질 것이라는 것. 4권까지 구입해 봐야 하나? 조금은 아득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나오면 구입할 듯한 느낌이 팍 밀려오는 것은 이 무엇인가
책이 2권에도 여전히 흥미롭게 이끌어져 가고 있다. 같은 주제로 여러 편의 이야기를 나열하는 이야기 방식을 사용하고 있다. 연작 형태의 이야기로 이끌어 가고 있는 것이다. 물론 인물은 동일 인물들이고, 지역도 비슷한 공간에서 이루어진다. 하지만 사건은 만들어 지고 그 사건을 풀어나가는 인물로는 주인공 황재하<환관 양승고>가 나서게 하고 있다. 황재하는 기왕의 환관 신분으로 있으면서 물리적으론 보호를 받고 있다. 그러면서 곳곳에서 일어나는 살인 사건을 해결해 나가는 인물로 제시된다. 찾아가는 과정들이 논리적이고 과학적이라 추리를 해볼 수 있도록 이끌어 나간다.
하지만 글을 이끌어 나가는데 등장인물들을 너무 초인으로 만들어 놓은 경향이 있다. 기왕의 경우는 나라의 모든 일들을 해결해 나가는 탁월한 능력을 보유한 것으로 나타낸다. 황재하의 경우는 사건을 쫓는 눈은 심미안을 가진 것으로 그려나간다. 인간적인 능력을 초월은 듯한 모습으로 표현된다. 그래야 이야기를 이끌어 나가는데 거침이 없이 작가가 원하는 대로 이끌어 나갈 수 있어서 그런 듯하다. 그들이 가는 데에는 장애가 별로 없다. 전지적 작가시점으로 사건을 봐 나가는 것이다. 이런 글은 3인칭 관찰자 시점으로 등장인물들이 스스로 인간적인 능력을 가지고 어려움을 겪으면서 문제를 해결해 나가도록 하는 것이 더욱 바람직하지 않나 생각을 해봤다.
중국인들이 가진 스케일의 측면을 생각해 볼 때, 이런 얘기들이 만들어 나가는 조직력, 무게감 등이 탄탄하게 이루어진다. 광대한 땅, 숱한 인간들, 비비 꼬인 사건들의 실체, 권력의 암투 등을 표현해 나가려다 보면 사소한 것들은 건너뛰어도 되리란 마음도 온다. 이야기의 범주가 무게가 있는 범위로 나타난다. 이런 얘기들을 섬세한 심리 묘사를 해나가면서 흥미롭게 구성해 나간다. 얘기 하나에도 원인과 결과를 만들어 내고, 절묘한 언어구사 등이 이야기의 맥락을 가치 있게 만들어 나간다. 즉 중국의 이야기들은 상상력의 범위도 크게 가져갈 수 있고, 유추에 따른 흥미도 넉넉하게 가질 수 있다.
2권은 공주와 관련된 사건이 중요 소재다. 공주부의 환관이 불에 타 죽는 일이 일어난다. 또 부마가 격구놀이를 하다가 말에서 떨어지는 사건이 일어난다. 황제는 공주부에서 이런 일이 일어났을 때 황재하에게 신속하고 엄격하게 조사할 것을 지시한다. 그래서 황재하가 이 사건에 뛰어든다. 이 사건들이 왜 일어났는지 그 이유를 밝히고 해결하는 일이다. 황재하는 대리사의 도움을 받으면서 사건을 추적해 들어간다. 그 후 조사과정 속에 한 문둥이가 죽는 일이 일어난다. 이런 일들이 결국 공주의 죽음까지 연결된다. 이로서 나라가 큰 문제에 휘말리게 된다.
먼저 공주부 환관의 죽음은 사람이 많은 공간에서 초가 폭발하였고, 많은 사람들이 보는 가운데 번개가 치고 환관이 불어 탄다. 다른 사람들이 어떻게 손 쓸 틈도 없이 그는 불에 타 죽는다. 사람들은 그것이 천벌을 받은 것이라고 여긴다. 악한 일을 많이 한 그의 이력 때문이다. 하지만 황재하는 살인 사건으로 보고 조사를 한다. 조사하는 과정에 초를 파는 집을 방문하게 되고, 가게 주인 여지원을 만난다. 한편 황재하가 이곳에 올 때 도와준 선량하게 인식되는 인물인 장항영이 나오고 장항영의 집에는 모든 사건과 관련이 있는 아적(여적취)이 있다. 아적은 공주부에 초를 가지고 갔다가 공주에게 잘못 보여 태장을 맞고 길거리에 버려진다. 그 일에 환관 위희민이 관련되어 있다. 그런데 여적취는 길거리에 버려져 있는 상황 속에서 문둥이 손씨에게 겁탈을 당한다. 여적취가 집에 돌아갔을 때 그것을 안 아버지 여지원은 마음의 결심을 한다. 그리고 하나뿐인 딸 여적취를 쫓아낸다. 그것을 장항영이 구하고 집으로 데려와 이름을 아적이라고 하고 같이 살고 있다. 그 아적은 음식을 잘해 장항영의 친구들이 왔을 때 겉으로 드러난다.
사람들이 생각을 정리하는 방법은 다양하다. 이야기를 자꾸 하면서 정리하는 방법도 있고, 머리에서 가지런하게 해 보는 방법, 언어를 통해 표현해 보면서 정리하는 법, 그림으로 정리하는 법, 다양하게 소품들을 모아 정리하는 방법 등 많이 있다. 그 중에 황재하는 비녀로 바닥에 그림이나 글씨를 씀으로 정리한다. 그것이 이 글의 제목과 관련이 있다. 머리에서 얽혀 있는 내용들이 비녀 끝에서 정리가 되고, 생각이 다음으로 나갈 수 있게 된다. 우리가 헝클어진 많은 사연들이 글을 써보면서 정리가 되듯, 황재하는 사건의 요소들을 비녀를 통해서 일목요연하게 하는 습관이 있다. 이 습관을 위해 기왕이 비녀를 사주기도 한다. 비녀가 뽑혀 남장 여인이 드러나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다.
공주의 부마로 위보형이란 인물이 등장한다. 황재하를 도와 시체 감안을 장교하게 해내는 주자진 도령이 자신의 역할을 잘 수행한다. 말과 관련해서 전기 마차 가게를 운영하는 전관색이란 인물도 등장한다. 나중에 법인으로 오인 받아 곤욕을 치르는 인물이다. 장항영, 여적취는 죽은 모든 인물들과 관련이 있다. 그래서 그들은 요주의 인물로 그려진다. 하지만 그들이 범인이 아닐 것이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드는 것은 그들의 성품 때문이다. 자신보다는 타인을 위하고 거짓을 말할 줄 모르는 그들이 범인이라고 생각하기는 글에서도 무리가 있다. 1권에서 사방안 사건, 낭야 왕가의 왕비 살해 사건 등을 멋지게 해결한 황재하는 향초와 마차 가게를 중심으로 해서 조사를 한다. 그러면서 기왕의 도움을 많이 받는다.
글 속에서 황재하의 비밀을 알아채는 사람들이 나온다. 결혼 약속을 한 왕온, 그리고 얼굴이 수려한 황재하의 남자였던 우선 등은 글 속에 나오면서 황재하의 비밀을 안다. 그리고 넌지시 비밀을 들추는 듯한 느낌에 독자들을 긴장감 속으로 빠지게 한다. 전관색의 딸이 공주부에 있는 것과, 영릉향이라는 향, 그리고 전 황제가 그렸다는 그림 등이 요긴한 자료로 등장한다. 이들을 통해 시간이 진행되고, 중간에 범인을 잘못 잡는 일도 일어난다. 가령 여적취가 장항영이 자신을 위해 복수를 했다는 오해로 죄를 자신이 뒤집어쓰기 위해 자수를 한다. 하지만 그 후에 공주의 죽음이 이루어짐으로 여적취가 범인이 아님이 밝혀진다.
사건을 조사하고 황재하와 기왕 이서백은 서로 얘기를 주고받는다. 하지만 독자는 그것을 통해 이야기를 유추도 쉽게 못한다. 번개에 타 죽은 공주부의 환관, 자료 조사 중에 철사와 불타 죽은 사람을 불타기 전에 본 사람이 없다는 사실 등이 알려지지만 무엇 때문인지 유추하기가 쉽지 않다. 격구 중 말이 넘어져 말에서 떨어진 부마의 일도 왜 그랬는지 잘 알 수가 없다. 갇힌 방 안에서 살해당한 문둥이 어떻게 죽었는지 잘 파악이 안 된다. 공주가 왜 죽게 되었는지도 수사를 따라가는 독자들은 잘 알 수 없다. 나중에 조사가 다 끝이 나고 관련되는 사람들이 다 모였을 때 황재하가 설명을 하면서 범인이 밝혀진다. 황재하는 범인의 힌트로 여적취에게 그곳에서 빨리 도망을 치라고 한다. 그것이 범인이 누구인가 생각해 볼 수 있게 하는 단서다. 결국 범인으로 지목된 자는 그곳에서 스스로 자살을 한다. 그리고 모든 사건이 일단락된다. 범인은 읽으면 자연히 나온다. 여기에서 범인까지 언급할 필요는 없으리라.
그 후 전 황제의 그림 얘기를 하면서 기왕을 조심하라는 메시지가 다른 왕에게 간다. 다음 권을 추측해 볼 수 있게 만든다. 나라가 혼란스러워 질 것이고, 패망의 흐름까지 있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해보게 한다. 그리고 우선의 등장은 공주부를 핑계로 공주 어머니인 비의 연정을 그려내는 도구로 사용된다. 또한 우선이 황재하가 자신의 누명을 벗기 위해 가고자 하는 촉에서 만나자고 하는 약속은 다음 이야기를 조금 생각해 보게 한다. 공주부 관련자들의 살해 사건을 잘 마무리한 황재하는 기왕을 따라 촉으로 가는 여정이 곧 그려질 듯하다. 3권이 기다려 진다.
이 책을 로맨스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추리 소설이라고 해야 할까? 분명 넷째 황자 기왕(이서백)과 열일곱 촉소녀(황재하)의 러브라인이 보일 듯 말 듯 하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는 탐정 양숭고(황재하)가 난해한 수사에 뛰어들어 사건을 해결하는 이야기가 주된 줄거리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추리기법'이 명탐정 셜록 홈즈 스타일이라 범인을 유추하는 것도, 사건의 전말을 추리해내는 것도 끝까지 읽어야 겨우 이해가 되는 방식이다. 거기다 '삽화' 하나 없다니...당나라 패션을 떠올려야 하는데 자꾸 청나라 복장이 떠올라서 작품 몰입에 방해가 되었다.
추리가 답답해질 때는 '러브 라인'이라도 과감해져야 할 텐데 이 책에서 '알콩달콩'은 찾아볼 수가 없다. 그냥 일방적으로 이서백이 양숭고를 실컷 부려먹기만 하는 스타일이라 도무지 '썸'을 타지 않아 답답할 지경이다. 흔히 얘기하는 '츤데레 스타일'이라고나 할까? 이서백이 은근히 양숭고의 일거수일투족을 살펴보고 도와주는 장면이 보이기는 하지만 이것이 '연애감정'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아 답답할 지경이다. 도대체 '두근두근'은 언제 할 건지..로맨스 소설을 읽다가 졸아버린 책은 이 책이 처음이다.
암튼 줄거리를 볼작시면, 1권에서 황재하가 이서백을 만났을 즈음에 황재하를 도와 촉에서 장안까지 탈출을 돕던 장항영에게 양숭고가 '은혜'를 갚는 이야기부터 시작한다. 헷갈리지 말길 바란다. 황재하와 양숭고는 '동일인물'이다. 황재하는 현재까지 친족살해혐의를 받고 있는 도망자 신분이기 때문에 기왕 이서백의 도움으로 소환관 양숭고로 신분위조를 하였던 것이다. 자세한 이야기는 1권에 나와 있다. 어쨌든 황재하는 촉에서 장안까지 자신을 돌봐준 장항영에게 은혜를 빚진 마음을 갖고 있어서 편치 않았는데 조금 힘을 써서 장항영에게 일자리를 마련해줄 수 있게 되었다. 하지만 이서백이 자기가 쫓아낸 장항영을 황재하가 돕고 있다는 사실을 모르게 해야겠기에 몰래 처리하려 하지만 결국 이서백이 알게 된다. 우얏뜬 이렇게 도움을 받게 된 장항영을 중심으로 미스테리한 사건이 펼쳐지게 된다. 바로 장항영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던 '선황제폐하가 하사한 그림'에서 사건이 비롯되기 때문이다.
이제부터 사건이 복잡하게 얽히고 설켜서 벌어지게 된다. 결과를 알면 사건을 전모가 쉽게 펼쳐지지만 조각조각 잘려진 단서들만 주어진 초반에는 온통 미스테리한 사건일 뿐이다. 심지어 연관성이 하나도 없을 지경이다. 이런 스타일이 바로 '코난 도일'이 자신의 소설에 써먹던 '추리소설 기법'인데, 짤막한 단편에서는 참신한 방법이지만 분량이 500쪽이나 되는데 이런 방법을 썼으니 단서만 쫓아가다가 지루해져 버리고 말았다. 왜냐면 이런 추리기법은 결국 끝까지 읽지 않으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는 독자이기 때문이다. 어렵게 모은 단서로 추리를 해서 범죄자가 누구인지 궁금해하면 복장이 터지고, 그냥 끝까지 읽다보면 답이 나온다는 걸 알아버린 나 같은 독자에겐 좀 지루하기도 했다. 중간중간에 '연애코드'라도 심어놓았으면 덜 지루했으련만...
암튼 장항영의 아버지가 가지고 있는 그림이 사건의 유일한 단서인데, 여기서는 애거사 크리스티의 <ABC 살인사건>이 연상되었다. 선황폐하가 그렸다는 그림에는 '세 가지 그림'이..아니 그냥 '먹물 흔적'이라고 볼 수 있다는 그림에 그려진대로 '살인사건'이 순서대로 일어났기 때문이다. 첫 번째는 하늘에서 벼락을 맞아 사람이 불타 죽는 그림, 두 번째는 밀실에 갇힌 사람의 의문의 죽음, 세 번째는 커다란 새에게 잡혀 죽는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마치 '예고 살인'처럼 사건은 보란듯이 일어났고 사람들은 속절없이 죽어갔다.
이러한 사건이 벌어지는 와중에 황재하는 '동창 공주'의 불안함을 풀어줄 사건의 실마리도 함께 찾아내야만 했다. 여기에 황실을 무대로 벌어지는 여인들의 암투와 불륜, 거기다 장항영의 아내가 될 사람의 등장과 함께 시작된 그녀의 수수께끼 같은 비밀들이 쏟아지는 와중에 황재하의 '과거의 남자들'인 왕온과 우선의 등장은 사건을 더욱 비비꼬고 헷갈리게 만들 뿐이었다.
이 리뷰도 갈수록 삽질이다. 결말을 속시원히 이야기하면 리뷰도 속시원히 풀릴텐데 '스포'를 하지 않으려고 애를 쓰다보니 더욱 꼬이고 있다. 모처럼 eunbi님 추천책이라서 끝까지 읽고 난 다음에 속시원히 까볼란다. 절름발이가 범인이다아~~~
정신 없고 시끄러운 인파 속에 있었으나
황재하는 그 품에 안긴 그 순간만큼은 마치 호젓한 나루터에 정박한 작은 배가 된 기분이었다.
주변의 수라장이 서서히 멀어지며 비현실적인 배경으로 비껴나
더 이상 아무것도 황재하를 괴롭히지 못했다. (…)
이런 감정이 정말 싫었다. 세상을 냉철하고 정확하게 바라볼 수 없게 만드는 이런 느낌. (p.21)
아. 이 책을 어찌하면 좋단 말인가? 이 책은 정말이지 한 장도 대충 읽어 내릴 페이지가 없다.
사극이나 판타지의 경우는 너무 어려운 배경을 묘사할 때
나도 모르게 빠르게 대충 읽어 내리게 되고,
추리소설은 사건을 너무 질질 끌거나, 내가 이미 추리했을 때 넘겨버리게 된다.
또 로맨스도 그렇다. 평소 로맨스소설을 잘 읽지 않지만 종종 읽다 보면 그들이 엇갈릴 때
너무 답답해 휘리릭 넘겨버리게 된다.
그런데 이 책은 어떻게 이럴 수 있는 걸까?
사건을 해결하고 지루해 질만하면 섬세하게 심리를 묘사하고,
또 한 고비를 넘어 오르막을 오르고자 하면 숨이 찰 만큼 빠르게 올라가게 만든다.
몇 백장이나 되는 분량이 눈 깜빡 할 사이에 넘어간다.
아껴서 읽어야 3권을 받을 때까지 참을 수 있으리란 책친구님의 조언대로
아껴 읽느라 정말 혼이 났다.
이젠 또 3권이 올 때까지 병이 날 것 같고, 4권이 나올 때까지 힘겨우리라 예상이 된다.
문득 학창시절, 태백산맥이나 토지를 읽을 때의 내가 떠올라 웃음이 난다. 아. 그 놈의 장편이란.
본인도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본인의 일가족을 죽인 살인범이 되고,
누명을 벗기 위해 환관의 신분으로 살아가는 재하와
그를 지척에 두고 사랑하면서도 스스로 인지하지 못하는 이서백.
안타깝게도 그들은 늘 뭔가 사건에 휩싸이고, 스스로의 마음도 모르고 엇갈리며 살고,
설사 본인의 마음을 알아도 어찌하지 못할 사이로 산다.
모든 것을 다 가진 서백이 단 하나,
따뜻한 마음을 나누는 게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것도 너무 슬픈 일이고,
한때는 부족함이 없었으나 이제는 아무 것도 가지지 못하는 재하도 가슴 아픈 일이다.
그들은 늘 함께 있지만, 그 손을 뻗어 닿을 거리를 좁히지 못한다.
손 뻗으면 닿을 거리에 있지만, 정작 한 순간도 닿을 수 없는 이들.
몸도 마음도 반 보 안에 있지만 지구 반대편보다 더 멀기만 한 반보를 앞둔 이들. 그래서일까.
그들과 닿는 이들은 모두 하나같이 어딘지 시린 사연을 담고 있다.
어쩌면 그래서 내가 이 책에 더 끌리는 것일지도 모른다.
누구든 아픈 손가락 하나쯤은 지니고 사는 오늘날의 우리들 같아서.
“황제의 딸이 대관절 무엇이관데,
기분이 나쁘다는 이유만으로 내 딸의 운명을 뒤흔들어 나락으로 떨어뜨립니까?” (…)
내 평성에 오로지 이 아이 하나 밖에 없단 말입니다.
그저 손 재주 하나로 근근이 먹고 사는 내가 딸에게 무얼 해줄 수 있겠습니까.
고급스러운 저택도, 높은 권세도, 방 안을 가득 채울 재물도
그 어느 하나도 줄 수 있는 게 없단 말입니다.
하지만 내 목숨을 내놓는 한이 있더라도
딸아이만큼은 잘 살아가길 바랐단 말입니다. (p.532~533)
이번 화가 특히 더 가슴이 아팠던 것은 가진 것이라곤 오기뿐인 아비의 모습에서였다.
결핍이 가득한 삶 속에서, 삐뚤어진 마음으로 딸에게까지 모진 모습만을 보여왔던 한 아비는,
결국 진심을 말하기도 전에 딸과 멀어져 버린다.
그런 딸이 사지로 내몰리고 결국 아비는 극단적인 선택을 한다.
이 부분을 보며 나는 현실도 과거도 가지지 않은 자에게
더욱 가혹한 세상이란 생각이 들어 가슴이 저렸다.
딸을 성폭행 한 무리들에게 칼을 휘둘러 범죄자가 된 가난한 아빠의 뉴스도 떠올랐다.
현실과 다르게 책에서는 속 시원한 결말을 꿈꾸었으나, 그러지 못했다.
결말은 알려진 가해자조차 가해자가 아니었고, 어쩌면 그녀조차 피해자였다.
부모의 욕심에, 외로움에, 주변의 이용에 가련히 남겨진 외로운 사람.
어쩌면 공주는 자신에게 영원히 채워지지 않았던 그것을 얻으려 했을지 모른다는 말에
나는 문득 공주조차 안아주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잠중록을 한마디로 정리하라고 하면,
나는 감히 “리뷰를 쓰려고 앉아서 다시 읽게 하는 책”이라고 표현하고 싶다.
실제 내가 리뷰를 쓰려고 앉았다가 다시 책 한 권을 몽땅 다 읽었고,
다시 읽으면서도 긴장을, 재미를, 속상함을 다시 느꼈다고 한다면
그 재미는 따로 표현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3권을 읽게 될 며칠이 너무나 길게 느껴질 것 같다. 정말 큰일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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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권을 읽으니 당장이라도 2권이 읽고싶고, 2권을 다 읽고나니 3권이 너무 기대가 된다. 앞선 이야기에서 궁궐 높으신 분의 비밀을 드러낸 양숭고는 이번에는 황제의 명을 받고 사건을 수사하기에 이른다. 황제가 애지중지 총애하는 딸 동창공주는 공주를 가장 가까이에서 모시던 환관 위희민이 산채로 불에 타죽는 사건과 공주의 남편 부마의 사고를 이유로 양숭고가 사건을 수사 하게 해달라고 간청한다. 때마침 불길한 꿈을 꾸어 자신마저 죽음에 이를것 같다며 불안에 떠는 공주의 청을 들어주는 황제. 그렇게 황재하는 양숭고라는 환관으로 신분을 위장한채 기왕 이서백의 든든한 지원 아래 실마리조차 보이지 않던 사건의 중심으로 들어가게 된다.
이야기는 크게 세개의 사건으로 엵인다. 공주의 환관 위희민의 살해사건, 여지원의 딸 여적취에게 몹쓸 짓을 한 손씨의 살해사건, 동창공주가 가장 아끼는 비녀 구난채의 도난사건. 먼저 거대한 양초에 벼락이 떨어져 그 불똥이 몸에 붙은채 죽게된 위희민과 문제의 그 초를 만든 장인 여지원의 관계는 무언가 숨겨진 내막이 있을것 같은 느낌을 준다. 오만방자한 동창공주와 공주에게 무시받는 부마 위보형 또한 숨겨진 비밀이 있음이 곳곳에 드러난다. 그리고 전편에도 잠시 등장했던 어려움에 처한 황재하를 돕고 기왕으로부터 쫓겨난 장항영과 여적취의 애달픈 이야기도 꽤 비중이 높다. 이들과 관계된 수많은 인물들이 등장하고, 이야기가 전개될수록 저마다 의심스러운 점이 보인다. 그러면서도 각자 다른 사연을 품은 이들이 어떻게 연결되고 하나의 범인으로 지목이 될지 읽으면서도 궁금해 다음 페이지를 계속 넘기게 된다.
또 하나의 즐거운 포인트는 황재하를 둘러싼 세 명의 남자다. 은근한 질투로 설렘을 폭발시킨 '이서백', 그는 당연히 재하의 비밀을 알고 있으며 그녀의 억울함을 풀어주기로 약속한 바 있다. 황재하가 정혼자와의 결혼이 싫다며 온 가족을 독살하고 도망쳤다는 그 소문의 정혼자 '왕온' 또한 어느 순간 양숭고의 정체가 황재하라는 사실을 눈치채며, 그녀를 향한 마음을 직설적으로 드러내며 그녀에게 직진으로 다가간다. 재하가 어릴때부터 함께 자랐던, 어린 여자아이를 수줍은 소녀로 만들었던 단 한사람, 우선의 등장은 꽤 마음 아프다. 특히 재하가 온가족을 독살했다는 정황을 곧이 곧대로 믿는, 다시 말해 재하를 믿지 않았던 우선을 재회하게 된 재하의 아픈 마음이 그대로 전해지는 듯하다. 세 남자와 얽힌 로맨스는 역시나 2권에서도 충분히 드러나지 않아 아쉽지만 그렇기에 3권이 더욱 기대된다.
조금씩 존재감을 드러낸 로맨스 뿐만 아니라 아버지와 딸의 관계, 다양한 계층의 다양한 캐릭터로 드러낸 부녀의 이야기가 가슴 아프다. 어느 하나 아프지 않은 사연이 없다.
[p.409]
세 여인이 있고, 세 아버지가 있었다.
하늘 아래 아름다운 것들은 죄다 딸 앞에 갖다 바친 황제.
힘들었던 시절 딸을 팔아 그 돈을 밑천으로 집안을 일으킨 전관색.
꿈속에서도 아들만 바라며, 비참한 지경에 놓인 딸을 집밖으로 내쫓은 여지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