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바닥문학상 수상작품집 2009-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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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문학상 수상작품집 2009-2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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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 한국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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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손바닥문학상 수상작품집 2009-2018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g********r | 2019.04.21 리뷰제목
욕망이 없는 캐릭터에게는 이야기도 없다며, 욕망을 품은 사람이라야 마음을 잡아끌 수 있다고 했다.(...) 남자는 지영을 포스트잇이라고 불렀다. 어디든 붙어 있을 순 있지만 죽어도 붙어있겠다고는 안 하는, 절실함이 모자라는 종이 (p.99)     어쩌면 나는 평생에 걸쳐, 문학상 수상을 꿈꿔온 사람이다. 이제 나이를 먹으며 한 풀 꺾인 상태이긴 하지만그럼에도 나는 어쩌면 평생
리뷰제목

욕망이 없는 캐릭터에게는 이야기도 없다며,

욕망을 품은 사람이라야 마음을 잡아끌 수 있다고 했다.

(...) 남자는 지영을 포스트잇이라고 불렀다.

어디든 붙어 있을 순 있지만 죽어도 붙어있겠다고는 안 하는,

절실함이 모자라는 종이 (p.99)

 

 

어쩌면 나는 평생에 걸쳐, 문학상 수상을 꿈꿔온 사람이다.

이제 나이를 먹으며 한 풀 꺾인 상태이긴 하지만

그럼에도 나는 어쩌면 평생 꿈을 꿨다.

그러면서도 나는 여기저기 내 글을 보내지는 않았다.

내가 소중히 품어낸 글들이

이면지함이나 파지함에 들어가는 일이 생길까봐 무서웠던 거다.

그 정도의 용기도 없으면서 나는 매일 꿈만 꾼다.

결론부터 이야기하자면,

이 책을 읽은 후 용기는 더욱 사라졌다.

어떻게 이런 글이 평범한 사람들의 글이라는 말인가.

 


여기 실린 이야기들은 몇 가지 공통점을 지닌다.

좁은 세상을 면밀히 살폈고,

구체적이고 치밀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내 주변에 있을 것 같은 이야기인데,

마치 누군가의 일기를 훔쳐보는 듯 짜릿함으로 읽게 된다.

난 이 책을 읽으며 내내 그런 기분이었다.

 

세상의 뺨을 때리는 손바닥 같은 글을 써달라는 한겨레의 요청답게

정말 세상의 뺨을 세차게 후려치는 글들이었다.

한편으로는 이런 글이 없는 세상이 좋은 세상이라는 생각과

이렇게 솔직한 글을 쓸 수 있는 이들이 있어

아직 세상이 살만하다는 생각을 동시에 하기도 했다.

 



 

 

사고로 아버지가 죽은 후에 가족들이랑 누워서 잠을 자는데

뒤척여도 될 만큼의 자리가 생긴 거야.

조금 넓어져서 좋았는데 자꾸 허전하고

그래서 전처럼 또 울었는데

이제는 왜 우는지 이유를 모르겠는 거야. 이유를 몰라서 계속 울었어. (p.186~186)

 


애석하게도 가난이란 게 그런 거다.

살면서 절대 느껴서는 안 될 순간에도 불쑥 찾아오는 것.

아버지의 죽음 끝에 방이 넓어짐을 느끼다니.

이 얼마나 서글픈 이야기인가.

그럼에도 나는 같이 읽고, 같이 공감했다.

싼 것만 잔뜩 카트에 넣는 을의 모습처럼

나도 마트에서는 어른용은 싼 것만 잔뜩 담곤 했다.

아이의 것은 중간치의 것을,

나와 남편의 것은 가장 싼 것, 업어주는 것.

 

이 책을 읽는 내내 내가 만난 것은,

우리 주변에 살고 있는 그 누군가였다.

내 옆에 있고, 당신 옆에 있는 그 누군가.

아니, 어쩌면 나 자신.

때로는 부당한 대우를 당해도 말하지 못하고,

불쑥 찾아오는 서글픔도 어찌하지 못한 채 끌어안고 사는.

 

그러나 적어도 이 책을 읽은 이상,

세상 부조리를 그냥 봐 넘기는 사람이 되지는 말아야겠다.

언제인가 나도-

세상의 더러운 면에 날카로운 뺨을 때리는 사람이 되어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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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손바닥 문학상 수상작품집, 한겨레 출판 평점10점 | o*****i | 2019.04.22 리뷰제목
“내일의 바람결은 조금 더 포근했으면” 바라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어도 창밖은 “끝없이 펼쳐진 암흑이 다가올” 것처럼 보이고, 몸에선 곰팡내가 사라지지 않는다(「치킨 런」 이항로).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고립감(「오리 날다」 신수원)”에 서둘러 늙거나 “아무 것도 아닌 척 시기와 악의를 흘려 보(「너에게 사탕을 줄게」 김정원)”내는 짓을 일삼기도 한다. 모두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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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의 바람결은 조금 더 포근했으면바라는 마음으로 잠자리에 들어도 창밖은 끝없이 펼쳐진 암흑이 다가올것처럼 보이고, 몸에선 곰팡내가 사라지지 않는다(치킨 런이항로). “누구도 관심을 두지 않는 고립감(오리 날다신수원)”에 서둘러 늙거나 아무 것도 아닌 척 시기와 악의를 흘려 보(너에게 사탕을 줄게김정원)”내는 짓을 일삼기도 한다. 모두가 평등하다는데 창가 쪽에 앉는 사람과 지하에서 잠을 자는 사람 사이엔 극명한 차이가 있고, 그 차이 속에서 누구는 절실함이 모자라는(총각슈퍼 올림김민아)” 포스트잇 같은 인간이 되고 또 다른 누구는 한 명이면 족할 희생자에 재수 없게 걸려버린다. 스스로를 죽이고 싶은 사람과 남을 죽이고 싶은 사람이 등장하고 때리는 사람과 맞는 사람, 이기는 사람과 지는 사람이 갈린다.

 

한 여자가 잠든 연인의 곁에서 자신의 이불을 멀찍이 떨어뜨렸을 때, 아들이 어머니에게 마지막으로 입힐 분홍색 털외투를 샀을 때, 철탑에 오른 여자가 자신의 똥이 담긴 바구니를 아래로 내려 보내고, 소년의 목과 가슴이 압착기와 컨베이어벨트 사이에 낄 때. 나는 눈을 감았던가. 깜빡깜빡 수명을 다한 전구처럼 반짝거렸던가.

 

세상엔 그런 시련이 있었다.

스스로를 벗지 않고는 도저히 견딜 수 없을 것 같은. 평범하게, 보통의 삶이라는 이름 안에서.

 

그런 장면들을 읽을 때마다 책의 이름을 떠올렸다. 이 책은 손바닥문학상 수상작품집이야. 소리 내어 말하고, 손바닥이란 단어는 두 번, 세 번씩도 발음했다. 물크러진 마음은 그래야 좀 진정이 됐다. 큼직한 손처럼 떠오르는 장면들이 있어서다.

 

손바닥만한 이야기밖에 못 쓰지만 그래도 열심히 자라고 있다는 사람이나(상인들이슬아), “너를 기억하는 게 내 일이고 내가 사는 건 널 기억하는 거란 생각이 들어(비니장임혜경)”라고 말하는 사람이. 주섬주섬 연인의 옆자리에다 다시금 요를 까는 여자의 목소리가. “언제 아물려나(수평의 세계성해나)”.

 

손바닥.

때릴 수도 있고 다독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제일 좋은 건 역시 잡아주는 거다. 가만히 잡고 있는 동안에는 빈손이 아니니까.

 

그런 생각을 하다 보면 나는 이 문학상에 공연한 애정이 생긴다. 이제 겨우 10년이란 생각이 들고 앞으로의 10년을 확신어린 눈으로 바라보게 된다. 오늘 읽은 이야기들이 영영 기억날 것 같아서다. 뿌옇고 흐려진 내 머릿속 과거 속에 나이를 먹지 않는 이야기들. 어쩌면 그게 우리가 글을 써야하는 이유이지 않을까.

 

여러 수상작품집을 읽어 봤지만 이만큼 만족감이 높은 책은 없었다. 톡 까놓고 말하면 14편 중에 13편이 맘에 들었다. 손바닥문학상은 지금까지도 종종 수상작을 찾아보곤 했는데, 앞으론 매회 챙겨가며 찾아다닐 것 같다. 그만큼 좋았다. 맘 같아선 여기저기 읽어보라고 하고 싶은데 그러기 쉽지 않다는 게 아쉽다.

 

평범한 일상에 평범한 이야기를 얹는 게 이리도 무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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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손바닥문학상 수상작품집 2009-2018 평점10점 | b*******2 | 2019.11.12 리뷰제목
이 책은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을 법한 어떠한 특징을 갖고 있지 않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처럼 환상적인 배경으로 우리를 매료하지도 않고, ‘꼴깍’하는 침 넘기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극한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이야기들도 아니다. 이야기의 주제들은 우리 주위의 소박하기 그지없는 것들이다.하지만 뜻밖이라면 뜻밖이라고나 할까. 무엇 하나도 베스트셀러 축에 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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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은 서점에 가면 베스트셀러 코너에 있을 법한 어떠한 특징을 갖고 있지 않다. 해리포터나 반지의 제왕처럼 환상적인 배경으로 우리를 매료하지도 않고, ‘꼴깍’하는 침 넘기는 소리가 들릴 정도로 극한의 긴장감을 끌어올리는 이야기들도 아니다. 이야기의 주제들은 우리 주위의 소박하기 그지없는 것들이다.

하지만 뜻밖이라면 뜻밖이라고나 할까. 무엇 하나도 베스트셀러 축에 낄 수 없을 것 같은 이 책에 있는 이야기들의 경쟁력은 평범함에 있었다. 평범하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고 있는 평범한 문제들에 대한 서사는 큰 어려움 없이 해당 글에서 제시하는 문제의식에 공감하게 만들었고, 과연 해당 문제를 주인공이 어떻게 끝낼지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만들었다. <총각슈퍼 올림>을 읽으면서 대형마트의 등장 및 젠트리피케이션 현상에 대응해 총각슈퍼 처녀가 어떻게 이 문제를 풀지 궁금했다. <상인들>을 읽으면서는 주인공이 지금은 어떻게 살고 있으며, 누드모델을 하면서 어떤 상황과 마주하는지가 너무 궁금했다. <전광판 인간>을 읽으면서는 휠체어가 경사진 도로로 밀렸을 때, 주인공이 과연 죽을지 말지가 걱정됐고, 자신을 떠민 사람에 대하여 어떤 판단을 내릴지 궁금했다. 물론 떠민 사람 또한 왜 떠 밀었는지 그 이야기가 듣고 싶었다. 평범한 이야기라고 해서 긴장감이 없는 것도 아니었고, 우리 사회의 문제를 고발할 수 없는 것 또한 아니었다. 어쩌면 쉽게 생각할 수 있는 서사와 배경이어서 공감의 여지가 넓었다. 무엇보다 그동안 SF판타지와 같은 장르에 익숙해져 있던 나에게 이 책에 있는 여러 이야기들은 인스턴트식 공감이 아닌 푸짐한 시골 밥상을 먹는 듯한 공감을 안겨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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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서평] 『손바닥 문학상』, 한겨레출판, 2019 평점10점 | d*********3 | 2019.04.20 리뷰제목
나는 대학원을 수료하고 난 뒤, 지금은 자리를 옮겨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에서 단시간 사서로 일하고 있다. 종종 아침마다 나를 삼켜먹을 듯이 덮쳐오는 졸음을 깨기 위해, 세브란스 쪽으로 발길을 에둘러 편의점 커피도 하나 주문하고, 사과파이도 집어올리며 내가 좋아하는 냄새들로 뇌를 억지로 자극해 깨운다. 커피가 일회용 컵에 내려오는 시간 만큼, 매번 짧게 병원을 구경하게 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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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대학원을 수료하고 난 뒤, 지금은 자리를 옮겨 연세대학교 학술정보원에서 단시간 사서로 일하고 있다. 종종 아침마다 나를 삼켜먹을 듯이 덮쳐오는 졸음을 깨기 위해, 세브란스 쪽으로 발길을 에둘러 편의점 커피도 하나 주문하고, 사과파이도 집어올리며 내가 좋아하는 냄새들로 뇌를 억지로 자극해 깨운다. 커피가 일회용 컵에 내려오는 시간 만큼, 매번 짧게 병원을 구경하게 되는데 3층 본관 로비에는 3층 본관 로비에는 각 의료국 소개 전광판이 있다. 그걸 보고 있노라면 이제 병원은 인체의 몸을 세포 단위까지 조각내어 치료하는 것 같아 보였다. 그 중에서도 눈에 띈 것이 "감마 나이프 센터". 절개 없이 방사선을 집중적으로 쏘아서 두뇌 내의 질병을 치료하는 첨단 방법이라고 한다. 이 센터라는 것이 내 의식 안으로 들어온 날에도 나는 <손바닥 문학상>을 손에 들고 있었다.

문득 우리 삶에도 감마 나이프가 있다면 더 살기 좋은 세상이 될까, 범죄도 없어지고, 고통도 없어지는 생만 남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부당해고 때문에 철탑 꼭대기에서 고공농성을 벌이는 진복연, 노량진의 닭장 같은 고시원 안에서 흰 벌레 때문에 고통 받는 104호, 사탕 껍데기 하나로 우연처럼 찾아든 기나긴 악연, 부동산 투기로 인해 내몰릴 처지에도 끝까지 소중한 '총각슈퍼'를 지키는 지영, 사는 스트레스를 장애인을 괴롭히는 데에 쓰는 사회복지사 보라와 그런 보라에게 살으라던 1급 장애인 은정, 등등 정말 작고 작은 개인이 짊어지고 사는 문제들이 이 작품집 안에서 다뤄지고 있다. 그러나 이 작은 개미들의 삶의 애로사항들이 사회의 표면으로 떠올랐을 때에는, 이 작은 문제란 이미 감마 나이프가 필요한 종양이고 개인이 해결할 수 없는 구조와 크기를 떡하니 형성하고 있다.

고공농성으로 인해 쌍용자동차 해고자들은 얼마나 많은 밤을 허공에 매달려 보냈는가(오리 날다). 노량진은 매해 얼마나 많은 고시생들이 드나드는 사람 많은 무인도인가(벌레). 우리는 적당한 돈으로 더 많은 것을 취하는 이들 때문에 내몰림을 회유당하며 사는가(총각슈퍼 올림). 우리는 사회복지사가 어째서 사회복지사가 되었는지, 나는 장애와 비장애, 정상과 비정상이 얼마나 이기적이고 일방적인 방식으로 분류되는지 생각해봤는가(전광판 인간). 병든 노모를 간병한 끝에 불화로 이혼하고, 종래에 노모를 헬륨가스로 죽여 보험금을 타야하는 아들의 현실은 남편과 아들이라는 연옥과 지옥 사이를 끝없이 오가는 버림받은 영혼은 아닌가(치킨런). 힘을 빼고 살지 못했다는 암 환자의 이야기(경주에서 1년)는 어떠한가.

내가 회사를 다니며 교육을 받을 때, 한 노무사 선생님이 “여러분, 회사에서 환경 부담금 어쩌구, 환경 가이드 라인 이런 거 지키면 더 피곤해요. 그냥 적당히 법 어기고 벌금 내는 게 이익이지, 그런 거 생각하면 회사 운영 못해요. 정의같은 거 생각하는 사람들은 회사에서 일 못합니다.”라고 했던 적이 있다. <손바닥 문학상>에 수록된 수상작들은 사회의 큰 장기들이 무시하는 아주 작은 이야기들이다. 회사가 외면하고, 법이 경시하고, 이웃이 도외시하고, 가족이 등돌리는 평범하고도 절실하지만, 누구나 쉽게 경험할 수 없는 우리의 현재다. 그런 점에서 평범한 사람들의 글쓰기를 응원한다는 <손바닥 문학상>의 10주년 기념 작품집은 앞으로 우리 사회의 10년을  다시 한 번 기대해보게 만든다. 서문의 “진실과 정의는 늘 논픽션인 저널리즘 형식을 띨 필요는 없습니다.”라는 대목이 뇌리에서 가시지 않는다. 내가 좋아하는 이창동 감독이 “절망을 하고 나면 할 일이 쓰는 거밖에 없게 돼요.”라는 인터뷰 내용이 손바닥 안에 꼭 맞게 차는 이야기들. 이야기에는 힘이 있다. 작은 문제를 그냥 두면 더 큰 장기가 손상되거나, 곪게 되지만 이야기가 되면 해결은 못하더라도 숨통은 트인다. 또한 이야기를 읽은 사람은 내가 미처 가보지 못한 그늘 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 내가 모르던 삶의 그늘이 얼마나 외롭고 추운, 진 자리인지 공감할 수 있는 것이다. 베스트셀러가 되고 거나한 상을 타는 것만이 언제나 예술의 정도(正道)는 아니다. 삶도 길고, 예술도 길다.

이 책을 한 권 더 주문해서 친구네 집으로 보냈다. 많은 사람들이 읽어주길 바란다. 그늘이 삶의 아픔이 되지 않도록, 감마 나이프가 아닌 더 많은 햇빛이 삶에 스며들도록.




* 관련 자료를 추천하고 싶은 책인데, 영화 중에 <아무르>라는 영화가 <치킨런>과 비교해보기 좋을 것 같다. 그리고 같은 출판사에서 최근 나온 조수경 소설가의 <아침을 볼 때마다 당신을 떠올릴 거야>는 안락사라는 독특한 주제를 다루고 있으므로 이것도 같이 본다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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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손바닥문학상 수상작품집 2009-2018 리뷰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t******a | 2021.08.24 리뷰제목
현실감 넘치는 소설은 내가 외면하고 싶은 삶을 돌아보게된다. 내가 회피했던 순간들, 주변들, 공간과 시간을 환기시키며 몸서리치게 만드는 것이다. 아름답게 포장되거나 환상적인 상황에서 내가 꿈꾸면서 지내는 듯 하지만 사실은 내가 딛고 서있는 땅은 바로 이 손바닥 문학상과 같은 이야기로 견고하게 이루어져있는게 아닐까. 짧지만 가볍게만은 읽을 수 없는 작품들이 넘쳐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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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감 넘치는 소설은 내가 외면하고 싶은 삶을 돌아보게된다. 내가 회피했던 순간들, 주변들, 공간과 시간을 환기시키며 몸서리치게 만드는 것이다. 아름답게 포장되거나 환상적인 상황에서 내가 꿈꾸면서 지내는 듯 하지만 사실은 내가 딛고 서있는 땅은 바로 이 손바닥 문학상과 같은 이야기로 견고하게 이루어져있는게 아닐까.

짧지만 가볍게만은 읽을 수 없는 작품들이 넘쳐났다. 어떤 작품은 오래 묵은 서재에서 사진첩을 꺼낼 때의 감각이 들기도 했고, 다른 것은 근현대 소설을 시점을 틀어서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곳으로 데려와 여과없이 보여주기도 했다. 나는, 최대한 머릿속으로 그리지 않으려고 하면서 숨을 참으면서 읽었다. 현실을 직면하기 어렵고 여전히 모든게 별일인 나를 관찰하는게 더 무섭기도 하였다.

인상깊었던 문장은 다음과 같다.

* 저는 여전히 상인들의 딸입니다. 이제는 건물 주인을 꿈꾸지 않습니다. 뒷짐을 지는 어른이 되고 싶은 마음도 없습니다. 이왕이면 팔을 흔들며 씩씩하게 걷는 어른이 되고 싶습니다.

- 이슬아 작가의 작품에서 나온 문장이다. 이왕이면 팔을 흔들며 씩씩하게 걷는 어른. 나는 어떤 어른이 되어가고 있는 걸까? 글귀를 먼저 알고 독서모임 덕에 읽게 된 이 책에서 이슬아의 문장을 만나서 반가웠다. 축쳐져서 힘없이 늘어뜨린 팔을 겨우 달고 이동하는 나에게 힘을 주는 문장이다.

*옷을 벗는 장소는 매번 바뀝니다. 일을 하러 갈 때마다 처음 보는 장소와 처음 보는 사람들에게 매번 적응해야 합니다. 그때의 긴장과 피로감을 견디는 게 이 일의 큰 부분입니다.

- 이 또한 마찬가지로 이슬아 작가의 문장이다. 처음과 장소, 사람, 적응이라면 두말할 것 없이 피로하다는 것은 누구나 알겠지만 나도 4년이라는 시간동안 이리저리 떠돌았던 기억이 일으켜졌다. 그 일을 만들고, 시키고, 관리하는 사람들은 아무도 모를 그 감정은 나 혼자 곱씹고 삼켜야 하는 고독에 불과했는데 명확한 문장으로 만나니 속이 뚫리는 기분이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다양한 혐의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안간힘을 쓴다.

- 어째서 암에 걸렸는지, 그 질병에 걸릴 때 숱한 말로 납득을 시키려고 하지만 사실은 우리들의 대화에 질문 자체가 잘못된 경우가 많다. 왜? 그래서 결국은 암에 걸린 것은 지나치게 스트레스받고 예민한 당사자의 잘못이 아닐까 하는 그런 말로 귀결짓고 싶어서 물어보는 질문들 말이다. 굳이 위중한 병이 아니더라도 우리는 이런 답이 정해져있는 질문을 많이 하고, 많이 듣고 살지 않나.

*이 병이 우리로 하여금 사랑받고 싶은 욕망 뒤에 숨겨진 죽음에의 욕망을 부추겼던 것일까. 스스로를 포함해 아무도 사랑하지 못하기에 사랑받고 싶은 욕망이 아닌 죽음에의 욕망이 더 긴밀해진 것은 아니었는지.

- 사랑과 죽음이라는 욕망은 매번 대치되는 것으로 나온다. 사랑하지 못하고 받지 못하는 상황에 이르렀을 때, 이럴바에는 차라리 죽음을 소망한다. 

꽤 오랜기간의 수상작품을 모아서 출판을 한 것이라 근 10년간의 사람들의 삶을 모아 볼 수 있었다. 이 작품이 출품되었을 때 나는 어떤 삶을 살고 있었는지, 지금의 나와는 또 어떻게 다르고 같은지를 생각해보게 하였다. 마냥 외면하고 싶다가도 내가 살아온 삶의 결에 따라 밑줄이 들어가는 문장이 있고, 가져갈 수 있는 말들이 있어서 충분히 읽을 가치가 넘쳐났다. 너무 외면하지 말고 살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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