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서와 관계 없이 내가 읽고 싶은 부분을 마음대로 읽을 수 있다? 하지만 그 모든 이야기는 조금씩 연결되어 있다? 오랜만에 미치오 슈스케의 작품을 읽었다. 일본 작가의 소설을 좀 읽는다는 사람은 아는 작가의 책. 출간 당시 읽으려고 했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아 미뤘는데 이제사 읽게 되었다. 순서와 상관없이 읽어도 된다고 했지만 나는 그냥. 보이는 순서대로 읽었다. 슬플 수도 기쁠 수도 있다는 체험형 소설.
펫 탐정 일을 시작한 남자 친구와 남자 친구의 동업자와 함께 도착한 섬. 그곳에서 자신의 제자를 발견하고 제자를 추적하는 교사. 야구에 능력을 보였던 형이 죽고 형과 똑같이 야구 연습을 하던 동생. 연습 중에 듣게 된 ‘죽어 버려’ 과연 누구에게 하는 얘기일까? 영어 교사지만 영어 회화를 못 하는 영어 교사, 정체불명의 침입자. 침입자와 기묘한 동거를 시작한 사람,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를 돌보며 기적을 꿈꾸고 경험하게 된 남자 간호사, 펫 탐정을 미행하는 형사 등.
이게 과연 연관이 있는 거야? 이렇게 생각할 수도 있지만 읽다 보면 아 이 사람 좀 전에 나왔던 사람이네. 아 이런 사연이 있었구나. 이렇게 생각할 수 있다. 원인 없는 결과는 없는 걸까? 누군가 어떤 행동을 할 때, 그 행동을 하기까지의 원인이 존재한다는 것. 정해진 결말이 존재하지만 결말까지 가기 전, 삶은 기적이 되기도 하고, 환희가 되기도 한다. 과학적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그런 기적 같은 것. 6개의 이야기 중 기억에 남는 건 살날이 얼마 남지 않은 환자를 돌보는 남자 간호사의 이야기. 간호사는 아이에게 기적을 남겨주고 싶었는지 모른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이런 마음이 간호사에게만 있었던 것은 아니었는지 아니면 진짜 기적이었는지. 정말 간절한 마음이 통하면 기적이 일어나는 것인지. 삶과 죽음의 경계. 기왕 살고 있다면 최선을 다해 열심히 살자. 누군가는 삶을 위해 기적을 바라기도 하니까.
지금 하는 바쁜 일이 빨리 끝나고 온전히 집중해 책을 읽을 수 있으면 좋겠다. 그동안 읽지 못했던 책이 읽어달라고 손짓한다. 2주 후에는 집중해서 책을 읽을 수 있을까? 아니구나. 다시 시험공부를 해야 하는구나. 그래도 이렇게 쉬는 시간 틈틈이 책을 읽고 리뷰를 쓸 수 있다는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N. 마치 뫼비우스의 띠처럼 앞으로 배열해도 뒤로 배열해도 똑같은 글자이다. 그것이 참으로 매력적이고 묘하다. 이 책을 순서대로 본다면 그 조합은 무려 720가지이다. 720가지 경우의 수 중 어떤 경우를 선택할지는 독자의 마음. 난 대체 어떤 조합으로 볼까. 순서대로 앞에서 하나, 뒤에서 하나 이런 식으로 볼까. 즐거운 상상을 하면서 이 책을 보는 중이다. 넷플릭스인줄 알았는데 속았다.
어느덧 종이책보다 전자책을 선호하게 된 나지만, 여전히 가끔은 꼭 갖고싶은 책이 생기게 마련이다. 어떨 때는 좋아하는 책의 다른 표지를 모으고 싶어서, 혹은 그저 예쁜 책이라 사기도 했고, 읽어보고 싶고 흥미로운 소개라 사두면 읽겠거니 냅다 질러버리기도 했다.
N은 드물게 전자책을 고려도 하지 않은 책이다. 어쩌면 책보다는 보드게임을 사듯 기대한 것도 같다. 스토리라인을 선택해서 결말이 달라지고 제본 방향이 위아래로 바뀌어있다고 하지 않나;; 이건 직접 사서 봐야지;; 책이 엇갈려서 제본됐는데 이걸 안 사요?;;; 독자가 이야기의 진행을 골라 읽으라고 그랬다는데?;;;
이 특별한 시도가 선택지를 골라나가는 비주얼노벨게임을 연상시켜 더욱 즐거웠던 것 같다. 내용은 몇번 더 읽어야 완권이 되니 종이책을 재독하는 일이 드문 나도 여러차례 재독을 당연하게 염두에 두고 있다. ㅎㅎㅎ
흔히들 한번 읽고 마는게 아니라 여러 번 읽는 것을 회독이라고 하는데 미치오 슈스케의 『N』은 마치 N회독을 권유하는, 아니 독자들로 하여금 스스로 그럴 수 밖에 없게 만드는데 욕구를 불러일으키는 작품이다.
왜냐하면 한 권의 책에 총 6편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는데 그 이야기가 분명 순서가 나열되어 있기는 하지만 어떤 이야기를 먼저 읽을지는 오롯이 독자가 정하면 된다. 책의 앞부분에 일종의 예고편처럼 그 작품에 대한 이야기가 한 페이지 가량 소개되는데 독자들은 그 이야기를 읽고 읽고 싶은 이야기부터 선택해서 읽으면 된다.
물론 난 그냥 책 순서대로 읽고 싶다고 생각하면 그렇게 읽어도 문제는 없다. 그런데 흥미로운 부분은 어떤 순서로 읽어도 이야기는 묘하게 연결되는데 앞서 읽었던 이야기 속 인물이 다른 이야기에 등장하기 때문인데 단순히 엑스트라 정도가 아니라 때로는 이야기의 흐름에 상당히 중요하게 작용하고 그 사람이 주인공일 때의 이야기를 읽을 당시에 왜 그 사람이 그런 행동이나 말을 했는가를 알 수 없었던 것이 다른 이야기에서 밝혀지기도 한다.
그러면서 이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흩어져 있는 이야기들이 마치 머릿속에서 퍼즐이 맞춰지듯 6개의 조각이 아귀를 맞춰가는데 놀라운 점이 이 책에 담긴 6개의 이야기를 읽는 순서에 따라 그 의미가 분명 미묘하게 차이가 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개인적으로 내가 읽은 6 작품의 순서는 다음과 같다. '웃지 않는 소녀의 죽음 → 떨어지지 않는 마구와 새 → 잠들지 않는 형사와 개 → 날지 못하는 수벌의 거짓말 → 이름 없는 독과 꽃 → 사라지지 않는 유리 별'이다.
호기심을 참지 못하고 아무도 몰래 저지른 행동 하나가 한 소녀를 죽음으로 몰아가기도 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형이 왜 그런 선택을 하게 되었는지가 궁금해 형과 똑같은 행동을 하다 우연한 기회에 자살을 생각하는 소녀와 마주하기도 한다. 그리고 자신이 살인자라 의심했던 인물이 사실은 자신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옳은 행동을 하려고 애쓰고 있었음에 후회하기도 하고 아주 우연하게 마주한 가정폭력의 현장에서 벌어진 살인사건 속 인물이 사실은 이전의 작품들에서 정체를 알 수 없었던 인물이였음을 알게 되기도 한다.
그리고 상당히 괴짜구나 싶기도 했고 또 살짝 사기꾼 같았던 사람이 알고보면 평생 지울 수 없는 상처를 감당하며 속죄의 삶을 살기도 하고 그가 애초에 그런 삶을 살게 된 이면에는 다른 이야기 속 인물이 어릴 적 관여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바닷가 마을을 배경으로 그곳이 토박이 같은 사람들이 모두 연결되어 있다는 사실을, 게다가 자신들도 알게 모르게 서로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심지어는 상당히 크게 관여해 있다는 것을 모든 이야기가 짜맞춰질 때 독자들은 회환과 안타까움을 느끼게 될 수도 있다. 어쩌면 서로가 모른 채 이렇게 살아가고 있는게 서로의 미래를 위해서 더 나은걸까? 아니면 뒤늦게라도 알아야하나 싶은 두 가지 마음이 엎치락 뒤치락 하며 동시에 세상에 절대 악인 사람도 절대 선인 사람도 없구나 싶은 생각도 든다.
누군가에겐 생명의 은인 같은 이가 누군가에겐 인생을 나락으로 내몬 사람이기도 하구나 싶다. 인생에서 발생한 어느 하나의 사건이 누군가의 삶을 이렇게도 뒤틀리게 할 수 있고 생각지도 못한 모습으로 살아가게 할 수도 있구나 싶어 과연 이 작품을 다른 순서대로 읽으면 또 어떤 느낌이 들지, 지금 내가 느끼는 감상은 어떻게 달라질지도 궁금해지는 작품이였다.
참고로 책은 미리보기 6편을 보고 읽고 싶은 이야기부터 읽고 다음에 다시 앞으로 돌아와서 미리보기를 읽고 그 다음으로 읽고 싶은 이야기를 선택해 읽으라고 작가는 친절히 설명한다. 게다가 보통의 책과 다른 방식의 읽기만큼이나 독자들로 하여금 이야기가 순차적으로 나열되는 느낌(물리적 연결성)을 지우기 위해 마치 알파벳 W처럼 하나의 이야기가 바뀔 때마다(장이 달라질 때마다) 위아래가 뒤집히도록 인쇄가 되어 있으니 혹시라도 책의 앞부분에 제시된 <이 책을 읽는 방법>을 읽어보지 않고 인쇄가 잘못되었다고 오해하진 말아야 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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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 』
소설의 영역을 확장한 전대미문의 시도!! 북스피어에서 출간된 미치오 슈스케의 <N>은 표지와 띠지 문구에서부터 물음표를 찍게 합니다. 바로 봐도, 거꾸로 봐도 똑같은 영문 N과 작가 이름을 거꾸로 적혀 있기도 해서 왜 이렇게 표지를 만들었을까 궁금했는데 해답은 책 속에 있었습니다. 지금까지 시도하지 않았던 획기적인 방법으로 독자에게 즐거움을 주는 작가 미치오 슈스케입니다. <N>에는 여섯 개의 장으로 구성되어 있는데 처음부터 순서대로 읽어도 되지만 어느 장에서 시작할지, 다음은 어느 장을 읽을지, 마지막에 읽을 장은 몇 장으로 할지 모두 독자가 결정해 읽을 수 있어요. 시작하는 장에 따라, 읽는 사람에 따라 색깔이 달라지는 전대미문의 체험형 소설, 궁금하지 않으세요?
<N>은 '레이디 가가 시리즈'의 첫 편이라고 해요. 무대를 씹어 먹을 듯한 포즈로 의상, 동작, 아이디어와 가창력, 연주 실력, 무대 장악력 등 팬들에게 만족감을 안기며 환상특급적 피날레로 마무리하는 '레이디 가가'의 이름을 따라 만들었다고 하네요. 새로운 아이디어와 이미지를 실험하면서도 그에 걸맞은 이야기로 미스터리 소설계에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할 시리즈로 딱 10권만 출간하고 끝을 볼 생각이라는 출판사 측의 생각이 적혀 있는데요. 생소한 방식의 책을 만나서 그런지 다음 편은 어떤 작품으로 놀라움을 선물해 줄지 벌써 기대가 됩니다.
여섯 편의 이야기들의 머리글에 해당하는 부분이 있어 읽어보고 관심이 가는 장부터 시작할 수 있어요. 저는 제목만 보고 순서를 정해봤는데요. 제일 먼저 '이름 없는 독과 꽃'으로 시작해 '날지 못하는 수벌의 거짓말', '떨어지지 않는 마구와 새', '웃지 않는 소녀의 죽음', '잠들지 않는 형사와 개', '사라지지 않는 유리별'로 이야기를 마무리해 보았습니다. 나름대로 저의 선택에 만족하며 읽었는데요. 연결되지 않을 것 같았던 이야기들은 때로는 주인공으로, 때로는 주변인으로 등장하는 인물들에 의해 연결되어 있었네요. 개인적으로 제일 먼저 읽은 '이름 없는 독과 꽃'이 제일 기억이 남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결말에 '설마~'했는데 역시나여서 안타까운 마음이 많이 들었던 장이었습니다. 다른 장의 이야기를 통해 이전에 읽었던 장에서의 궁금증이 풀리기도 하는 신박한 소설 <N>과의 만남은 정말 신선함 그 자체였습니다. 미치오 슈스케 작가의 다른 책들이 궁금해지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