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시대'라는 말이 나온 지도 꽤 됐다. 독자의 기억으로는 대략 20년 가까이 된 듯싶다. 지난 2011년 통계청이 발표한 한국인의 평균 수명은 2009년 출생아 기준으로 80.5세다. 40년 전보다 평균 수명이 약 18년 늘었다. 다른 나라에 이 같은 예가 있었나 하는 의문이 들 정도다. 이미 언론은 의학 기술의 발달로 100세 이상 인구가 머지않아 크게 늘어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이미 2011년 훨씬 이전부터 100세 시대란 용어가 사용돼 왔다.
아마 평균 수명이 80세를 넘김으로써 100세 시대란 말은 언론계에서 먼저 사용한 게 아닌가 한다. 지금은 보통명사화 돼 정부의 각종 지표상의 기준도 더 늘려 잡을 생각을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 65세를 기준으로 한 고령 인구가 급격히 늘어나자 건강보험, 국민연금 기준 등도 올려잡아야 하는 것 아니냐는 일부 주장도 제기된다. 청장년 일자리가 줄어들자 정년 나이를 앞당겨 일자리를 늘리려는 정책이 자리도 잡기 전에 이번엔 노인 대책이 제기되자 정책 당국이 우왕좌왕하는 형국이 됐다.
2012년 나와 공전의 히트를 쳤던 가요 '내 나이가 어때서'의 여운이 채 가시기도 전에 노령 인구 대책을 세워야 할 정부 당국의 입장도 이해는 된다. 그러나 장수는 인간의 본능이다. 다만 질병이나 1인 가족의 급증 등 변화하는 사회 시스템의 속도를 당국의 정책이 따라가지 못할 것은 분명해 보인다. 이 경우 노인들은 대책 없이 사회 외곽으로 밀려날 수밖에 없다. 질병과 가난 등이 겹칠 경우 삶의 질이 현저히 떨어지고 노인 자살률도 올라간다. 양극화되는 사회 시스템 속에서 수명마저도 양극화로 간다면 사회 불안 요소로 작용할 우려도 크다. 사회적 문제점만 제외한다면 누구나 오래 살고 싶은 욕망은 같을 것이다. 더욱이 예전에 비해 경제적, 민주적 발전이 화려하게 꽃 피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장수는 미덕으로 받아들여져야 할 축복이다.
그러나 인간의 욕심을 따라갈 것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는다. 장수 역시 매일 관리를 하면서 조금씩 조금씩 나아갈 뿐이다. 개인의 노력으로 말이다. 이 중에서 실제 100세를 넘기는 사람이 자주 나타난다. 더욱이 건강한 모습으로 사회생활을 지속하고 있으면 사회의 관심이 집중되고 그들의 건강법에 주목한다. 건강하게 오래 살기 위한 비법이라도 알아내고 싶어서다. 우리나라에서는 얼마 전 100세를 넘긴(1920년 생) 김형석 연세대 명예교수(철학)가 책도 쓰고 TV 인터뷰에도 등장해 건강한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세간의 이목을 집중시키고 화제가 됐다. 예상보다 건강한 모습에 많은 사람들에게 희망과 장수 가능성의 본보기를 보여줘 삶의 의지도 북돋아 주었다고 시청자들의 댓글이 많이 달렸다고 한다. 일본도 101세의 현역 의사가 있다. 이 책 『나는 101세, 현역 의사입니다』의 저자 다나카 요시오다. 그는 지금도 환자를 매일 진찰한다고 한다. 스마트폰도 즐기고 활력 있는 삶을 이어가고 있다. 이 일본 의사가 책을 통해 자신의 '건강 습관 45가지'를 펴냈다.
책에 따르면 그는 햇볕에 보기 좋게 그을린 피부, 시종일관 밝게 웃는 얼굴, 의사 가운을 걸치고 다소 느리지만 자연스러운 걸음걸이로 병원을 오간다. 그가 백 살 넘은 노인이라는 사실을 믿기 어렵다. 지금까지도 병원에서 매일 오전 환자들을 진료하는 그는 누구보다 열정적이다. 두터운 안경을 꺼내 쓰고 직접 컴퓨터를 두드려가며 환자 한 명 한 명을 돌본다. 오전 진료를 마치면 집으로 돌아가 점심을 차려 먹는다. 매끼 손수 준비하는 식사는 잡곡밥과 채소, 생선이나 고기 등 단백질 위주로 구성된다. 오후에는 반드시 산책을 나간다. 나이 들수록 하체 근력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알고 있기에 얕은 오르막이 있는 산책길을 선택하여 천천히 완주하고 온다. 산책을 마치면 따뜻한 차 한잔을 즐기며 스마트폰으로 지인들과 대화를 나눈다. 멋진 풍경, 재밌는 동영상을 나누며 수다를 떤다.
병원이나 요양원에서 말년을 보내는 사람이 대부분인 현실에서 ‘101세 현역 의사’는 매우 희망적이고 바람직한 롤모델이다. 끝까지 내 일을 하고 내 발로 걷고 내 사람들과 소소한 기쁨을 나누며 인간다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다면 120세까지 사는 시대라 해도 두렵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하는 45가지 건강 비결은 너무나 쉽고 간단(?)하다. 아침에 일어나 하체 체조하기, 과일과 야채로 만든 주스 마시기, 매일 15분 이상 햇빛을 쬐며 30분 이상 걷기, 과자를 먹지 않고 발효식품 챙겨 먹기, 스트레스 즐기기 등 활동법ㆍ식사법ㆍ마음 관리법으로 이루어진 장수 비법은 지금 당장 실천 가능한 것들이다. 독자들 역시 얼마든지 저자처럼 건강하게 장수할 수 있다는 얘기로 희망을 준다.
100세 시대가 회자되고 있지만 정작 백년 넘게 사는 삶을 반기는 이들은 많지 않다. 나이가 들수록 나빠지는 건강 탓에, 몸도 마음도 아프고 돈도 많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저자는 책 전반에 걸쳐 중년 이상의 독자들에게 맞지 않는 건강 상식을 짚어준다. 노화가 본격적으로 진행되는 중년 이후의 건강 관리는 젊은이들의 그것과 달라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저자는 성인병 예방을 위해 육류 섭취를 제한하고 채식 위주의 식사를 해야 한다는 의견에 반대한다. 인체에 필요한 아홉 가지 아미노산과 혈청 알부민은 동물성 단백질에 많이 포함되어 있고, 동물성 단백질이 면역력을 높이고 혈관을 튼튼하게 하여 뇌졸중도 예방해주기 때문이다. 따라서 나이가 많을수록 육류를 반드시 섭취해야 하고, 본인도 매일 적당한 양의 고기를 먹어 왔다고 말한다.
탄수화물에 대한 생각도 좀 다르다. 체지방을 줄이기 위해 탄수화물을 아예 먹지 않는 다이어트 비법이 유행하고 있는데, 당질 섭취를 지나치게 제한하면 오히려 근육이 줄어들어 건강을 해친다. 나이가 들수록 근육량이 줄어드는데, 여기에 탄수화물 섭취까지 막으면 우리 몸이 근육을 분해해 아미노산을 당으로 바꾸기 때문에 더 빠른 속도로 근육이 사라진다는 것이다. 근육 저하는 사람이 활동하기 어렵게 만들고, 낙상의 원인이 되기 때문에 고령자에게 더 치명적이다. 저자는 장수하는 고령자 중에서 밥을 먹지 않는 사람이 없다는 걸 강조하며 본인도 매끼 현미, 백미, 국수 등 다양한 방식으로 탄수화물을 섭취하고 있다고 알려준다.
또한 4050의 운동에 대해서도 조언한다. 운동을 많이 할수록 몸이 좋아질 거라는 단순한 생각은 버려야 한다. 떨어지는 체력을 고려하지 않고 지나치게 운동을 하면 체내 활성산소가 증가하여 세포와 조직이 손상된다. 한편 심박수가 급히 올라가면 심장과 혈관에 부담을 주어 심혈관계 질환을 일으키기도 한다. 따라서 자기 몸 상태에 맞는 운동을 적절히 해야 한다. 이때 적당히 중력에 저항하는 운동을 해야 뼈가 단단해지고 골다공증도 예방할 수 있다. 저자는 매일 30분 이상 걷기를 지속하되 얕은 경사로가 있는 코스를 선택하여 중력에 저항하는 운동을 해왔다고 밝힌다. 독자가 판단컨대 쉽지 않다.
저자 : 다나카 요시오(田中 旨夫)
79년째 의사로 일하고 있는 104세 의사. 아직도 현역 의사로 일하며 주5일 환자를 진료하고 스마트폰으로 채팅도 하며 하루하루를 즐겁게 살아가고 있다. 101세에 출간한 이 책에서 그는 백 살을 넘긴 나이에도 젊은이 못지않은 일상을 이어갈 수 있는 비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1918년 대만에서 태어나 초등학교를 졸업한 후 일본으로 건너갔다. 의사인 아버지의 권유에 따라 의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1943년 쇼와의학전문학교를 졸업한 후 내과 의사가 되었다. 오키나와에서 42년간 아카미치클리닉(あかみちクリニック) 원장으로 환자들을 진료했으며, 현재는 대만의 여성·아동협회 클리닉(臺灣正生婦幼聯 CLINIC)에서 일하고 있다.
역자 : 홍성민
성균관대학교를 졸업하고 교토 국제외국어센터에서 일본어를 수료하였다. 현재 일본어 전문 번역가로 활동 중이다. 옮긴 책으로 《죽기 전까지 걷고 싶다면 스쿼트를 하라》 《곤도 마리에 정리의 힘》 《세계사를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 《최고의 휴식》 《치매 부모를 이해하는 14가지 방법》 《노년의 부모를 이해하는 16가지 방법》 등이 있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된 리뷰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