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
허영만
가디언/2020.9.17.
sanbaram
하루에도 두세 번씩 먹는 음식이 밥이다. 집에서 먹는 집밥은 질리지 않고 몇 십 년을 먹어도 맛있게 먹는다. 그러나 때로는 새로운 맛을 느끼고 싶어 맛집을 찾는다. 요즘엔 핸드폰 검색으로 쉽게 동네 맛집까지 찾기는 하지만 신뢰성이 떨어진다. 그런데 만화 <식객>으로 유명한 허영만 화백이 고르고 고른 200개 맛집을 소개하는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이 책으로 나와 반가웠다. 미식가들에게는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저자 허영만 화백은 1974년 공식 데뷔하였으며, <각시탈>, <오! 한강>, <아스팔트 사나이>, <타짜>, <식객> 등 수많은 화제작을 그리며 인기를 누렸다. 그의 만화는 에니메이션, 드라마, 영화로 제작되어 흥행에도 성공했다.
허영만 화백은 2019년 5월 14일부터 지금까지 TV조선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을 통해 전국의 숨겨진 맛집을 찾아다녔다. “그 만의 맛집 기준은 첫째 집밥 같은 백반, 둘째 비싸지 않은 가격, 셋째 그럼에도 믿기지 않을 만큼 놀라운 맛이다.”라고 책날개에 소개되어 있다. 밥을 먹다가 어머니의 손맛이 절로 그리워질 만큼 마음을 파고드는 맛, 다양하고 풍성한 반찬과 제철 음식으로 신선하게 담은 넉넉한 한상, 그중 소박하지만 확실한 한 끼를 선사하는 진짜 맛집 200곳을 골라 <식객 허영만의 백반기행>에 담았다고 말한다. 모두 저자가 인정한 맛집 이기에 특별히 먼저 먹어보고 싶은 음식을 기준으로 추려보니 무려 50집이 되었다. 그러나 그도 너무 많은 것 같아 대폭 줄여서 열 집만 소개하기로 하였다. 맛있는 맛집에 관심이 있는 독자라면 자기의 취향에 맞는 맛집을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정보가 담긴 책이라 생각된다.
“텃밭에서 기른 푸성귀를 뜯어다가 된장에 주물주물 내놓은 나물 반찬이나, 바닷가에서 건져 올린 돌게를 양념에 무쳐 상에 올리거나, 술 한 잔 걸치고 온 아들 속을 풀어주려고 끓여낸 시래깃국이나, 어머니는 있는 것들만으로도 맛있는 밥상을 차려 주었다.(p.4)” 그렇게 차려진 밥상을 찾아 떠난 백반기행은 어머니의 손맛을 찾아가는 여정이다. 채반에 고봉으로 담겨 나오는 어머니의 정성을 무엇에 비기겠는가. 골골마다 집집마다 제철에 나는 것들로 차려진 밥상을 마주하면서 행복해진다는 저자와 함께 맛집 기행을 떠나보자. 지역별로 간단히 정리해 소개해 본다.
서울 : 많은 인구가 전국에서 모여 살고 있는 서울에는 그만큼 맛집도 많다. 그래서 먹고 싶은 음식을 위주로 고르다 보니, 잊지마 식당, 연희 미식, 일등 식당, 통나무집, 진주 식당, 유진 식당, 털보네 꼼장어, 신신 식당, 우남 식당, 해장국 사람들, 별미 곱창, 돌곱네, 해남집, 등 13집이나 되었다. 그 중에서 ‘돌곱네’와 ‘해남’집을 소개한다.
돌곱네
문어국밥, 돌문어톳쌈
추운 겨울에는 아삭거리는 숙주나물과 굴이 들어 있는 돌문어국밥이 최고 메뉴. 문어 비빔밥도 점심 메뉴로 인기다. 메인 메뉴는 문어톳쌈으로, 문어숙회와 톳을 김에 싸서 먹는다. 고추냉이를 묻혀 생미역에 싸 먹어도 별미다. p.94
위치 : 서울시 강남구 언주로 146길 18 지하 전화 02-3446-2928
운영시간 : 12:00-04:00, 일요일 휴무
특이사항 : 오래된 아파트의 지하를 완전 정복했다. 주문하면 바로 나오는 보리비빔밥이 주인 노릇을 하겠다고 우긴다. 굴과 숙주나물과 문어껍질로 만든 문어국밥은 밤을 즐겁게 한다.
해남집
해남정식, 매생이전, 매생이국, 매생이굴전, 낚지볶음
강남 한복 판에서 마맛보는 남도 백반 한 상. 입맛을 사로잡은 묵은지, 홍갓, 된장 지짐이 등 3종 김치 세트부터 매생이굴전, 벌교참꼬막, 영광굴비 등 18가지 반찬의 향연이 펼쳐진다. p.96
위치 : 서울시 강남구 강남대로 160길 10 전화 02-3446-7244
운영시간 : 11:30-22:00(토요일은 21시까지), 일요일 휴무
특이사항 : 이 집은 철따라 상차림이 달라진다. 비용이 부담스러우면 해남정식을 주문하자. 18가지 반찬에 15,000원. 해남에서 만드는 해남막걸리는 6도, 9도, 12도, 3가지 맛이 있다.
인천 & 경기도 : 수도권에 속하는 지역에도 먹고 싶은 맛집이 많았지만 우선 찾아가고 싶은 집은, 돈타래 게장정식, 경인 면옥, 송미옥, 토시살 숯불구이, 돌기와집, 남원 불고기, 등 6집이었다. 그 중에 ‘토시살 숯불구이’를 제일 먹고 싶었다.
토시살 숯불구이
소고기구이, 소특수부위(토시살, 치마살, 제비추리 등), 더덕구이
아흔 가까운 주인이 48년 째 한자리를 지켜오고 있어 변변한 간판이 없어도 단골이 찾아오는 곳. 날마다 가져오는 소고기 특수부의 구이가 그만이다. p.130
위치 : 인천시 동구 송림로 10-1 전화 032-763-3437
운영시간 : 11:00-19:30, 토요일, 공휴일 11:00-19:00, 일요일 휴무
특이사항 : 예약제 운영(당일 예약 가능)
강원도 : 산이 많아 골이 깊고, 바다를 끼고 있는 강원도는 수도권 사람들의 힐링 장소와 관광의 명소가 많은 곳이다. 내륙과 바닷가의 먹거리도 풍부해 다양한 종류의 음식이 많았지만 선택한 맛집은, 원조 숯불 닭불고기, 산채촌, 아승 순메밀 막국수, 항구마차, 주문진 해물국수, 등 5집 이었다. 모두 당장 달려가고 싶은 맛집 이었지만 그 중에 ‘원조 숯불 닭불고기’를 소개한다.
원조 숯불 닭불고기
숯불닭갈비, 오돌뼈닭갈비, 닭내장과 똥집
춘천 사람들에게 닭갈비는 숯불닭갈비를 말한다. 그중에서도 파인애플에 넉넉히 재운 이 집의 숯불 닭갈비와 오도독(오돌뼈)숯불달갈비는 유독 부드러운 맛이 으뜸이다. p.150
위치 : 강원도 춘천시 낙원길 28-4 전화 033-257-5326
운영시간 : 10:30-21:00, 설, 추석 전날 및 당일 휴무
특이사항 : 59년 노포다. 고기는 역시 불맛이 보태어져야 맛을 낸다. 꼬리를 무는 젊은 학생들 손님은 이집의 미래를 점치게 한다.
대전 & 충청도 : 유순한 산세와 넓은 갯벌이 있는 바다를 품고 있는 중부지방의 소박한 맛집 중에 내 선택을 받은 맛집은, 형제집, 대산 원조 마늘 순대, 정성 맛집, 시장 정육점 식당, 등 4집 이었다. 그 중에서 ‘정성 맛집’을 소개한다.
정성 맛집
꽃게찌개, 바지락 초무침
시장에서 먹고 싶은 재료를 사가지고 가면 주인이 알아서 제철에 가장 맛잇게 요리해 재준다. 재료에 따라 가격은 다르지만 부담스럽지 않다. p.200
위치 : 충남 서산시 시장 3길 3 전화 : 010-4830-9083
운영시간 : 11:00-19:30, 마감시간 전화 문의, 연중무휴
특이 사항 : 수산물을 사가지 않아도 식당에서 대신 구매 가능하며, 정해진 메뉴 없이 원하는 대로 조리 가능합니다.
부산 & 대구 & 경상도 : 수도권에 이어 두 번째로 인구가 많은 지역이라 그런지 다양한 맛집들이 있었지만 먼저 맛보고 싶은 집은, 장원 식당, 은혜 추어탕, 조샌집, 팔도 식당, 통영 식당, 물레야 소주방, 산양식당, 등 7집 이었으며 그 중에 다양하고 싱싱한 반찬이 많이 나오는 ‘물레야 소주방’을 소개한다.
물레야 소주방
반다찌
1인당 2만 원을 투자하면 통영의 바다를 통째로 맛볼 수 있는 제철 해산물과 술이 만나는 곳 메뉴는 따로 없고 주인이 제철에 맞춰 싱싱한 해산물을 그때그때 준비해 내준다. 클래스가 다르다. p.248
위치 : 경남 통영시 동충3길 4103 전화 055-649-0079
운영시간 : 15:00-22:00, 마감시간 전화 문의
특이 사항 : 계속 나오는 음식, 메인과 엑스트라가 따로 없다.통영의 진면목이다.
광주 & 전라도 : 예전부터 맛있고 푸짐하기로 유명한 남도는 음식의 고장이다. 광신 보리밥, 육전 명가, 우리 식당, 돌집, 영란 횟집, 나들목 맛집, 대원 식당, 고래실. 부부식당, 서울식당, 하숙영 가마솥 비빔밥, 등 11집을 선택했다. 그 중에 식당 두 곳을 소개한다.
대원 식당
수라상, 대원상
상다리가 휘어진다는 말은 이런 상차림이다. 열한 명의 주방 식구들이 일사분란하게 차려낸 육해공 반찬이 무려 스무 가지가 넘는다. 필설로 표현하기에는 역부족인 순천 한정식의 자존심. p.286
위치 : 전남 순천시 장천2길 30-29 전화 061-744-3582
운영시간 : 11:30-22:00, 구정, 추석 휴무
특이사항 : 순천의 대표 음식점이다. 소화제를 먹더라도 이것을 어찌 남기고 가겠는가.
서울 식당
막걸리 한상
막걸리 한 주전자에 따라 나오는 그날그날 다른 재료를 맛볼 수 있는 반찬만 해도 스무가지가 넘는다. 홍어애탕, 삶은 통오징어 등 한 메뉴 값만으로도 넘칠 만큼 푸짐하다. p.320
위치 : 전북 전주시 덕진구 모래내5길 10-4 전화 063-251-7093
운영시간 : 14:00-21:30
특이사항 : 막걸리 두 주전자 이상 주문 시 육회 및 주요 찬 추가 제공됩니다. ‘서울집’으로 검색 가능합니다.
2만원에 막걸리 한 주전자를 사면 이 밥상이 딸려 나온다. 깻잎, 초장, 갑오징어, 육회 된장, 밤, 문어, 김치, 마늘, 풋고추, 깍두기, 고동, 메추리알, 전어회, 전어구이, 홍어회, 시사모, 눌린고기, 홍어찌개, 새우젓 등등.
제주도 : 우리나라 관광 1번지이면서 이국적인 정취를 맛볼 수 있는 제주도는 전국적으로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 따라서 맛집 또한 많지만 마음을 사로잡아 다음 여행 때에 꼭 가보고 싶은 식당은, 삼보 식당, 만덕이네, 막둥이 해녀 복순이네, 천짓골 식당, 등 4집 이었다. 그 중에 ‘만덕이네’를 소개한다.
만덕이네
흑돼지구이, 흑돼지 두르치기
육지 돼지에 비해 구울수록 비계가 쫀득해지는 제주 흑돼지구이는 고사리를 기름에 함께 구워 먹는 것이 특징. 갈치조림, 고등어조림에도 어김없이 고사리가 듬뿍 들어간다. p.336
위치 : 제주도 서귀포시 표선면 서성일로 16 전화 064-787-3827
운영시간 : 하절기 07:00-21:30, 동절기 07:30-21:00, 연중 무휴
특이사항 : 이 집의 역사는 찌그러질 대로 찌그러진 알루미늄 바가지다. 어느 누구도 흉내낼 수 없는 조각품이다. 맛을 위해 희생된 이 그릇에 경의를 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