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상깊은 구절
자극적인 제목이 맘에 걸려 독서하기를 망설였던 책이었다. 하지만 첫 장을 들추는 순간부터 진솔하게 써 내려간 작가의 고해성사 같은 사연과 작가가 맞딱뜨린 가슴아픈 현실에 공감이 갔다. 또한 이런 제목과도 같은 상황에서도 ' 과연 글을 쓸 수 있었을까' 와 '나 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도 책을 읽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한 번도 남편의 부재를 생각해 보지 않은 내게 있어 이 책은 낯설면서도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일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작가와 작가의 남편은 처음부터 잘못 만난 인연이었다. 하지만 꼭 만났어야 하는 인연이었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혼을 하기로 한 날 굳이 그 날 죽음을 선택한 그녀의 남편은 그녀를 하루아침에 가해자로 만들었다. 잔인한 현실이 아닐 수 없었다. 더군다나 아이를 넷이나 두고 그 험한 길을 가 버린 남편을 원망하는 그녀가 같은 여자여서 일까. 마음에 와 닿았다.
하지만 도대체 부부가 어떻게 살아왔길래 그 남편은 죽음을 택했을까? 하는 의구심도 들었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작가의 아픔과 상처도 남편의 입장도 조금씩 이해하게 된다. 책을 읽으며 가장 크게 와 닿은 말은 '상처가 배우자를 고른다'는 말이었다.
부모로 부터 사랑받지 못하고 몸만 자란 미숙한 성인들이 가정을 이루고 사는 가운데 다시 서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상처를 주는 악순환이라니. 불화는 그런 부부에게서 태어나고 자란 아이들에게 고스란히 전달되고 부모를 바라보며 다시금 미숙한 성인으로 자라나는 아이들, 사실 주변을 돌아보면 정도의 차이가 있을 뿐 흔한 이야기다. 다만 함부로 속내를 꺼낼 수 없기에 꽁꽁 감추어둘뿐,
이 책은 작가가 그런 아픔과 상처를 막연히 안고 살며 신세 풀이하는 책이 아니라 그러한 상처를 심리학적인 방법을 통해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치유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적어 내고 있다. 작가 본인이 심리학을 공부하고 독서를 하고 치열하게 글을 쓰고 심리치료를 받는 과정을 통해 이해하고 치유한 결과물들을 기록하여 작가와 같은 상처를 가진 이들에게 위로의 말을 건네준다.
작가가 프롤로그에서 적고 있듯이 말이다
이 책에 쓰인 많은 사연과 힘겨움, 그리고 토닥임과 격려는 나 자신을 향한 말이기도 하지만 지금 나와 같은 힘겨움을 겪고 있을 당신을 위한 작은 위로이기도 하다
남편이 자살했다 중에서
자칫하면 자극적인 소재로 소비되었을 수도 있는 내용을 치열하게 살며 진솔하게 써 내려간 작가의 결단과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진정한 글쓰기의 힘을 보여준 책이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일단 제목이 끌렸다. 남편이 자살했다. 아직까지 남편이 자살한 케이스는 만나보지 못했지만 직업적 궁금증을 떠나 나도 남편이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남편이 자살했다는 문구가 나도 모르게 끌렸던 것 같다. 나는 남편에게 종종 물어본다. 죽고 싶다는 생각을 한 적이 있는지, 남편의 대답은 항상 왜 죽어? 였다.
자살에 대해 생각하는 사람들은 종종 만난다. 운이 좋았는지 아직까지는 내가 상담하는 사람이 자살한 적은 없지만 동료들 중에서는 아주 간혹 있었던 것 같다. 저자는 책에서 이야기한다. 자살을 생각하는 사람은 주변에게 신호를 보낸다고,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받은 사람도 그 신호를 알아채기 어려운데, 매일 삶에서 함께하는 가족은 더더욱 알아채기가 어렵다. 1-2년 차 때에는 자살은 막을 수 있는 것이라고 생각했었다. 지금 생각해보면 도대체 어디서 이런 자신감이 나왔는지 고개를 들 수가 없다. 자살은 생각보다 복잡하고, 계획적이기도 충동적이기도 하다. 그리고 사실 내 감정을 보듬기도 어려운데 상대방의 감정을 어떻게 보듬을 수 있을까? 갈등관계에 놓인 사이라면 더더욱 어렵다.
저자는 묵묵하게 글을 써 내려간다. 화도 내고, 원망도 하고, 후회도 하고, 자책도 한다. 심하게 가라앉기도 하고, 정신을 차리기도 하고, 자녀들에게 미안했다가 화가 나기도 하고 서운하기도 하고 다시 회복하기도 한다. 다른 사람의 시선을 의식하기도 하고, 극복해보려고 노력하기도 한다. 눈물을 흘리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다 내려놓기도 하고, 무언가를 붙잡으려고 노력도 한다.
저자의 이 모든 행동이 이해가 된다면 그것 또한 거짓말이고, 이해가 되지 않는다면 그것 또한 거짓말일 것 같다. 저자의 글을 읽으면서 나 또한 그랬다. 마음이 꽉 막히기도, 너무 슬퍼 눈물이 맺히기도, 걱정이 되기도,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기도..... 저자가 말하는 것 같다. 너의 가족을, 너의 남편을 돌아보라고
이혼까지 갈 만큼 너무 싫었던 남편이, 없어도 될 것 같다고 생각했던 남편이, 매일 술만 마셨던 남편이, 자기 엄마라면 끔찍했던 남편이 자살했다. 후련할 것 같은가? 자살은 남겨진 가족을 너무나 힘들게 만든다. 평생을 죄책감에 시달리게 만든다. 죽으면 다 끝나는 것이 아니다. 가족들은 다시 시작이다. 이 시작이 불행으로 시작해 불행으로 끝날 것인지, 불행으로 시작해 행복으로 끝날 것인지..... 저자는 이 답을 알고 있을 것 같다. 이 가족은 불행을 행복으로 바꿀 수 있는 힘이 있다. 사실은 바뀌지 않지만 힘든 건 없어지지 않지만 살아가는 것이다. 살아가야 한다면 행복한 쪽을 택할 힘이 이 가족은 있다.
이 책은 자살한 가족이 있는 사람들에게 공감과 위로 그리고 희망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혹은 가족 갈등으로 힘들어하는 사람에게도 갈등을 해결하고 넘길 수 있는 힘을 줄 수 있을 것 같다.
왜 우리는 떠나고 나서야 그 사람을 이해하게 되는 것일까? 잃고 나서야 소중함을 느끼게 되는 것일까?
"출판사로부터 책을 무상으로 제공받아 끝까지 읽고 솔직하게 작성한 리뷰입니다."
자살 유가족으로 남겨진 이들의 삶을 그린 에세이다.
저자의 남편은 이혼을 앞두고 마흔 아홉 살이 되기 한 달전 스스로 생을 마감한다.
그리고 아내는 아이들 넷을 책임져야 하는 가장이자 남편을 잃은 자살 유가족이 된다.
우리 사회에서 정말 끔찍한 것은 사람들의 무책임한 입인 것 같다.
어떻게 그렇게 상처주는 말을 잘 내뱉을 수 있는지 가끔은 사람들이 너무 잔인하여 받은 상처가 잊혀지지 않는다. 피해자는 찰나의 말에도 트라우마로 남기도 하는데 정작 당사자는 기억을 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개개인의 사연은 다르지만 더 이상 이승에 머물고 싶지 않은 공통된 이유로 삶을 저버린 사람들을 향한 이상한 추측들, 자살 유가족들을 향한 호기심 어린 말이나 조언의 탈을 쓴 날선 말들이 남겨진 이들의 죄책감과 정신건강에 좋지않은 영향을 주고 있는 것 같다.
저번에 한 프로그램에 나온 한 자살 유가족을 보았는데, 희망을 안고 남은 아이들과 살아가보려고 노력했는데 동네 주민이 자식을 잃고도 웃음이 나오냐고 말했다고 한다. 저자도 비단 사실을 알리고 싶지않았으나 소문이 퍼져나갔고 주변에서 많은 위로를 얻지 못했다고 한다. 무언가 이유가 있지않겠냐는 그들만의 추측성 발언과 애매한 태도들은 저자를 더욱 움츠리게 만들었다. 현재는 치료를 통해 희망을 길을 걷고 있는 저자를 응원한다.
가끔은 인생의 불행이 모두 한 꺼번에 밀려오는 것 같아 더이상 버틸 수 없을만큼 힘들어하는 내 주변 지인을 보며 항상 아슬아슬한 감정을 안고 살았었다. 한동안은 전화만 와도 떨리는 마음을 주체할 수 없었다. 꼭 그가 죽을 것만 같았다. 그리고 때로는 그 투정거림이 버겁게 느껴질 때도 있었다. 만약 그가 생을 달리했으면 나는 그런 불쌍한 사람에게 한 순간이라도 그런 생각을 가졌다는 것에 마음 한 구석에 죄책감을 안고 살았을 것 같다. 지인이 겪은 아픔은 회복되기까지 참 오랜 시간이 걸렸다. 누군가의 아픔을 작다고 치부하고 조롱하는 일들이 생기지 않았으면 , 그리고 갑자기 떠난 사람의 곁에 남은 이들도 죄책감을 갖지 않았으면 좋겠다. 상처를 안고 사는 이들에게 추천하는 도서다.
부모 자식과의 관계도 인연,
배우자와의 관계도 인연,
어떤 시간 어떤 장소에서 전혀 남남이
같이 있는 것도 모두 인연일 것이다.
이 책은 어쩌면 큰 틀의 인연을 생각해보게 한다.
남편의 자살이란 아팠을 경험과
무거운 주제로 책이 씌여졌지만,
저자의 다양한 감정이 전달되는 책이었다.
특히, 시간순으로 쭉 이야기를 들려주기에
독자로써 이해하고 공감해 들어가는데
특별한 무리가 없는 것도 괜찮았다.
읽어가면서 느낀 특별한 점이 있었다면,
이 책에 등장하는 모든 것은 과거이고
그 과거가 가까운 것이었느냐 먼 것이었느냐의
물리적 차이는 있겠지만, 한사람이 쓴 것임에도
들려주는 화자의 감정적 온도차이가
책전후반이 매우 다름이 느껴졌다는 것.
마치 1권의 책을 2명의 사람이 쓴 것처럼.
책의 말미쯤에서 저자가 이 책을 쓰기까지의
짧은 소회를 말하는 부분에서 간단하게나마
그 이유를 이해할 수 있을거 같았다.
간호사라는 원래의 직업과는 별개로
현재는 심리상담가라는 일을 하고 있는 그녀는,
치유되고 싶었던 과거 속 여러 감정들을
책에 담아 본 이번 작업을 통해,
현재의 감정과 달랐던 지난 과거 감정들을
복기하고 정리해야 함으로써
격정적이 되야했던 감정의 온도차였다.
과거 얘기들 안에서는 분노도 느껴지고
예민함이나 자포자기의 연속도 보인다.
그와는 다르게 현재의 저자는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들어주고
필요할 땐 공감을 해줄 만큼의
내적 안정을 이룬듯 하니,
이번 책의 내용을 채워나감에 있어서
과거의 힘들었던 사연들은
그 자체가 본인을 많이 힘들게 했었을거 같았다.
누군가에게는 그녀가 겪었던 일들의 원인이
단순 고부갈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일 수도 있겠고,
누군가에게는 성격차이 심한 부부갈등의 모습이나
알콜중독으로 비롯된 가정불화로도 보일수 있을거 같다.
그러나, 내가 보면서 새삼 느끼게 되던 것은
그녀의 말대로 그 시간 안에서는
왜 행복감이 전혀 없는 갈등의 연속으로만
삶이 구성된 듯 보였을까였다.
현재의 저자는 범사에도 감사하며
살아낼 수 있는 아량이 조금은 생겨났다고 했는데,
그땐 그런 것이 전혀 없었던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를 책을 보면서 같이
고민해보듯 읽어봤던거 같다.
어린시절의 모진 기억들이 모든 단초를 제공했을까.
아님, 탈출구라 여긴 곳에서 다시 만난
현실의 고단함이 더 묵은 감정들에 대한
원망으로 이어지게 몰아갔을까.
남편의 자살과 남겨진 부인과 4명의 자녀들.
이것이 책의 큰 주제일거라 생각하며 시작된 독서였지만,
궁극적으로 난 저자의 감정변화에서
이 책을 읽은 보람을 더 찾아 볼 수 있었던거 같다.
다른 사람의 심리치유에 노력하려는 마음도
조력자로써의 좋은 마음도 본인이 지치지않게
연속적으로 잘 이루어나가길 진심 바래본다.
여담으로, 마지막 태어난 딸이
저자에겐 참 뿌듯할 듯 싶었다.
누군가의 조언으로 낳기로 결심했으나
그 이야기 흐름속에서 또 실망이었다고 할까봐
비슷한 결말일까 조마조마 했는데,
넷째의 탄생은 과거속 옳은 선택으로
밝은 기억으로 남은 듯해
읽으면서 같이 그 느낌이 느껴져 좋았다.
앞으로도 건투를 빌고 싶은 저자의 이야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