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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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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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 대중문화 > 예술일반/예술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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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베토벤을 통해 자신을 내비치는 피아니스트 평점8점 | a******9 | 2020.04.12 리뷰제목
사실 나는 베토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한다는 뜻이 아니라 좋아하는 작곡가를 꼽을 때 우선순위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내게 베토벤은 자주 무겁게 들린다. 남들은 잘 이해하고 좋아하는 베토벤을 왜 나는 띄엄띄엄 좋아할까 하는 생각에 그에 대한 전기도 여럿 찾아 읽고 교향곡에서부터 성악곡까지 다양한 음반도 찾아 들었지만 여전히 바흐나 모차르트, 쇼스타코비치
리뷰제목

사실 나는 베토벤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싫어한다는 뜻이 아니라 좋아하는 작곡가를 꼽을 때 우선순위에 들어가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내게 베토벤은 자주 무겁게 들린다. 남들은 잘 이해하고 좋아하는 베토벤을 왜 나는 띄엄띄엄 좋아할까 하는 생각에 그에 대한 전기도 여럿 찾아 읽고 교향곡에서부터 성악곡까지 다양한 음반도 찾아 들었지만 여전히 바흐나 모차르트, 쇼스타코비치에 빠져들 듯 다가가지는 못하고 있다. 물론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7템페스트32번 중 2악장인 아리에타, 피아노 삼중주 7번 대공, 현악 4중주 중 몇 곡 등 좋아하는 곡이 없지 않지만 말이다.

  베토벤과 더 친해지고 싶은 마음은 늘 컸다. 억지로 그러고 싶지는 않았는데 마침 연주자 관점에서 바라본 베토벤에 대한 책이 나왔다는 정보를 대하게 되었다. 이 책을 통해서라면 나도 모르게 친 벽을 조금이라도 허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을 안고 읽기에 도전하게 되었다.

 

  

 

임현정은 그의 이름을 알린 2012년의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전집(이하 베피소) 발매에 앞서 유투브에 올라온 몇 가지 영상을 보고 알게 되었다. 클래식 음악 사이트에는 오래 전개략 2009년경부터 그의 속주를 보여주는 영상이 올라오고 있었다. 시작은 죄르지 찌프라 Gyorgy Cziffra가 편곡한 림스키코르사코프 작곡의 왕벌의 비행 연주였다.

  임현정은 보통 한 연주자가 몇 곡씩 묶어 한 장 한 장 따로 발매한 연주들을 모아서 전집으로 펴내던 이전의 관행과는 달리 낱장 발매 없이 한 번에 베피소 32곡 전곡을 세트로 내어놓아서 화제를 불러일으켰다. 도대체 이 젊은이그는 1986년생이니 2011년 베토벤 전집 녹음 시 25살이었다의 연주가 어떻길래 당시의 메이저 음반사였던 EMI가 이런 파격을 행했을까 해서 말도 많았다. 나는 발매 당시에 얼른 이 세트를 구입해 모든 연주를 다 들어봤으며 이후에 있었던 그의 연주회에 가서 CD에 사인을 받기도 했다. 녹음 연주에 대한 느낌은 이 리뷰에서는 언급하지 않겠다. (유투브에서 찾아보시기 바란다.) 단 악보와 일일이 비교해서 듣지 않았지만 그의 연주는 베토벤의 메트로놈 지시를 정확히 지켰다고 한다. 책 내용에도 베토벤의 템포, 메트로놈 얘기가 나온다.

  그의 연주에 대한 호불호를 떠나 음반 발매 당시에 나온 기사 등을 읽고 그가 베토벤에 대해 꽤 깊이 연구했다는 인상을 가지고 있었다. 그때로부터 또 시간이 흘렀으니 그의 베토벤 이해가 더 깊어졌으리라는 생각으로 책을 펼쳤다.

 

  

 

임현정은 베토벤의 긴 전기를 쓰지 않았으며 그의 모든 작품을 책 속에 등장시키지 않는다. 그의 전공 영역이라 할 수 있는 피아노 소나타 조차도 모든 곡을 다루지 않는다. 그저 베토벤이 살아낸 삶의 몇 가지 결정적 장면과 이런 삶을 통해 만들어낸 음악의 의미와 가치를 들려준다.

  임현정은 나처럼 베토벤을 멀게 느끼는 이들이 그에게 가까이 다가설 수 있게 다리를 놓아준다. 그의 의도는 프롤로그에서부터 드러난다. 베토벤의 가슴 안에서 뛰었던 심장과 지금 우리 안에서 뛰고 있는 심장은 다름이 없어서, 시간을 초월해 수백 년이 훌쩍 지난 지금까지도 그의 음악을 충분히 생생하게 표현하고 이해할 수 있다(P.9~10). 자신도 처음에는 베토벤을 엄격하게 연주해야 한다고 생각했지만 아버지의 병으로 인해 사고思考가 바뀌었음을 토로하고 자신이 먼저 받은 선물을 다른 이들에게도 나누고 싶다는 의지를 피력한다.

  책의 본문은 총 네 개의 장으로 구분되어있다. 첫 번째 장에서는 베토벤을 등장시키기 전에 클래식 음악이란 무엇인지 핵심을 찔러 설명하고 그것이 삶의 어려움조차 극복하게 하는 역할까지 하며 우리를 하나로 연결하는 힘을 지니고 있다고 말한다. 베토벤 자신이 청력 상실 등 절망의 상태에서 음악을 통해 그런 상황을 넘어섰음을 그의 삶의 모습과 작품 세계를 통해 보여준다. 그런데 임현정은 베토벤을 설명하는 데에서 그치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베토벤에게 투영한다. 이런 글쓰기가 억지스럽지 않고 자연스럽다는 점이 책의 장점이 된다. 베토벤만이 아니라 검은 옷의 마녀라는 별칭으로 불리는 임현정 자신도 좀 특별할 뿐으로 우리 중 하나라는 인상을 주며 친근하게 다가서게 한다.

  두 번째 장에서는 베토벤이 작품을 통해 자신의 운명과 어떻게 대담하게 맞섰는지 밝힌다. 평민이었던 그가 음악을 소비하는 계층이었던 귀족 계급에게 자신을 굽히는 대신에 허리를 펴고 고개를 들었던 원동력은 무엇이었는지 작품 설명을 통해 알리는 것이다. 그리고 이 장에서 임현정은 본인의 음악관을 분명하게 드러낸다. 독창적인 해석이란 없다. 그저 뚜렷하게 전무후무한 진정성 있는 해석이 있을 뿐이다. (P.113) 그러면서 작곡가가 악보를 통해 표현한 세상을 연주자는 몸으로 표현하면 된다고 한다. 뒷장에서도 계속 이어지지만 임현정은 베토벤의 자유의지와 자신감, 개성을 강조한다.

  세 번째 장에서도 베토벤의 특성은 반복해서 강조된다. 사실 이 장에서는 베토벤의 템포 이야기가 눈길을 끌었다. 베토벤은 그의 곡마다 메트로놈 지시를 명확히 해서 자신이 원하는 템포를 알렸다. 하지만 베토벤의 템포 지시가 무시되고 느리게 연주되는 현상을 두고 임현정은 악단이 대규모화하면서 연주의 질을 맞추기 위해 속도가 느려졌다는 설을 지지한다. 그로 인해 베토벤의 의도가 왜곡되어 전달된다는 의견을 덧붙여서. 관현악에서는 시대악기 연주 단체가, 피아노 소나타 쪽에서는 임현정이 인 템포로 연주하는 데 이걸 기존의 연주와 비교하면 인 템포의 연주가 오히려 어색하게 들린다. 임현정의 주장을 무시할 이유는 없지만 인 템포가 아닌 연주의 가치를 낮추는 건 무조건 타당한지 어떤지 고민이 된다. 이런 고민과는 별개로 아다지오나 라르고 같은 템포 용어에 대한 설명은 생각을 깨이게 하고 그 동안 가지고 있던 궁금증을 많이 풀어준다.

  마지막 네 번째 장은 거장이 된 베토벤조차 여전한 사회의 차별 앞에 가로막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자신은 위대한 음악을 만들어내고 사회는 개방되는 방향으로 바뀌었지만 만들어진 벽은 금방 없어지지 않는다. 그런 차별은 지금도 계속된다. 베토벤은 긴 투쟁을 통해 개인의 불행과 사회의 차별을 넘어 자신의 내면에 행복의 틀을 만든다. 임현정은 베토벤의 교향곡 9번에 담긴 메시지를 통해 그가 세상과 화해했다고 해석한다. 과연 그랬던가 하는 의문이 남지만 임현정은 그렇게 이해한다.

  각 장의 마지막에는 안녕, 베토벤이란 타이틀을 붙여 영화 속 쿠키 영상처럼 추가 정보를 준다. 베토벤의 불우한 유년기, 이루지 못한 사랑, 그의 제자들과 그의 죽음의 원인이 들어있다. 임현정이 얘기하려는 본류에서는 벗어나있지만 베토벤을 이해하는데 도움이 되는 내용을 추가했다고 보면 될 것 같다.

 

임현정은 참 맛깔나게 글을 쓴다. 어쩔 수 없이 비전공자에겐 어려울 수밖에 없는 내용이 들어있지만 대부분 쉽게 개념을 전달하는 글쓰기예를 들어 템포 델라마노와 템파 델라니마의 비교 설명를 통해 그 어려움의 단계를 낮춘다. 베토벤의 상황과 자신의 상황을 오버랩시켜서 베토벤을 우리 가까이 데려다 놓고 친밀감을 느끼게 하는 설정은 다른 책을 읽으면서 받았던 엄격하고 괴팍하며 독불장군 같은 베토벤의 인상을 한참 누그러트린다.

  음악의 순기능에 대한 생각도 뚜렷해서 그가 글과 연주를 통해서 우리에게 주려는 가치에 대해 신뢰감이 생기기도 한다. 음악의 본질 자체는 이타적이라서 사람들을 위로하며 치유해주는 힘을 갖고 있다(P.40).

  곡의 세부를 설명하는 내용에서는 그 명징함이 곡에 대한 이해를 높여준다. 한 예로 전통적인 레치타티보와는 달리 피아노 페달의 도움을 받아 풍부한 울림으로 신비로운 음향을 만들어내며(P.14) 같은 설명이 그렇다. 봐도 잘 모르기는 하지만 악보를 가지고 있는 경우에는 그런지 어떤지 악보를 열어보게도 한다. 왠지 그런 것 같다. 이처럼 나 같은 비전공자의 입장에서는 그 어디에서도 들어보기 힘든 설명들이 자주 등장해서 해당 곡을 다시 들어보며 곡을 보다 깊이 있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설명 모두에 고개를 끄덕이지는 않는다. 가령 셰익스피어의 템페스트와 베토벤의 템페스트를 연결하는 데에는 동의하지 않는다. 내가 무지한 탓인지 모르겠지만 두 작품은 연결 고리가 없다고 알고 있다. 게다가 나는 베토벤의 템페스트를 들을 때 그 악상에서 셰익스피어를 한 번도 떠올려본 적이 없다. 의도적으로 그런 생각을 하지 않으려 했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 많지는 않으나 이외에도 일부분 이처럼 동의하기 어려운 데가 있다.

  또 베토벤이 작곡가로서의 자아를 내세울 수 있었던 배경에는 당시의 사회상이 변화한 영향이 컸음에도 불구하고 그저 베토벤의 깨인 의식이 전부인양 영웅시하는 글쓰기에도 약점이 있다. 베토벤이 모차르트와 같은 시기에 활동했더라도 베토벤이 될 수 있었을까? 베토벤은 모차르트가 남긴 음악 유산을 이어받기도 했지만 모차르트가 넘어설 수 없었던 환경이 바뀐 혜택도 받았다는 게 일반적인 설명이지 않던가.

  동의하지 않는 내용에 대해 언급했지만 이것들이 전체 방향을 흐트러트리지는 않는다. 악보라는 객관화된 자료에 기초해서 베토벤이 전달하려고 한 메시지를 들려주면서 그의 삶 모두가 우리네의 그것과 다르지 않음을 임현정 자신의 얘기와 직조해서 펼쳐 놓기 때문이다. 전체를 놓고 보자면 책의 제목처럼 베토벤을 선물 받았다는 기분 좋은 느낌이 든다. (베토벤을 깊이 연구한 평전으로는 얀 카이에르스가 쓴 베토벤을 추천한다.)

  책 안에는 설명하는 곡을 들을 수 있는 QR코드가 첨부되어있다. 임현정 본인의 유투브 계정에 담긴 곡으로 연결되는데 시간이 걸리기는 하지만 설명을 좀 더 상세히 이해하는데 도움이 된다. (나는 QR코드 연결 대신에 그의 CD를 틀어가며 책을 읽었다.) 이 계정에 들어가면 책을 나누어 읽으면서 추가로 설명을 더 하고 방송에 참가한 이들과 소통하는 링크가 다수 있다. 실제 연주를 통해 알기 쉽게 알려주는 내용도 있어서 들어보니 도움이 된다. 참조하시기 바란다.

 

그런데 책 내용 중에 도저히 이해가 가지 않는 문단문장이 아니라 문단이다이 하나 들어있다. 지난 금요일(4/10) 출판사에 이 문단의 이상함에 대해 메일로 질문을 넣었는데 아직 답변을 듣지 못했다. 내 추측으로는 두 개의 문단이 편집 과정에서 섞였거나 글을 쓰면서 실수를 했다고 여겨진다. 내가 잘못 읽었을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출판사로부터 답을 받으면 그 내용을 덧붙이려고 한다. 어느 쪽의 어떤 내용인지 서평단으로 뽑히신 다른 분들께서도 확인해보시기 바란다. 지금 편집/구성에 매긴 별점은 이 오류와 기타 몇 가지 오타 등을 감안해서 정했다.

 -> 아직(4/18 현재) 출판사의 답이 없어서 미리 얘기하자면 192쪽의 첫 문단이 그렇다. 이 문단은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15번의 2악장을 설명하면서 시작한다. 그런데 느닷없이 산책자의 멜랑콜리와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으로 표현한 무사태평한 새들의 지저귐이라는 표현으로 이 악장을 설명한다. 이 곡과 표제가 같은 교향곡 6번 '전원' 2악장의 내용과 뭔가 뒤섞인 설명이라 여겨진다. 피아노 소나타는 피아노 독주로서 다른 악기가 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참고로 플루트, 오보에, 클라리넷이 등장해서 새들의 지저귐을 나타낸 전원 교향곡 2악장을 들어보시기 바란다. 5분 40초경부터 이 악기들이 등장한다.

 

P.S. 임현정의 왕벌의 비행 연주가 놀랍다고 생각하신 분들은 죄르지 찌프라의 연주도 찾아서 들어보시기 바란다. 저 세상 연주란 게 이런 게 아닐까 싶은 경외감을 느낄지도 모르겠다.

 

 

  YES24 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33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33 댓글 41
종이책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 임현정 평점8점 | g*******7 | 2020.04.20 리뷰제목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존경할 인물이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인물에 대한 존경심과 경외감이 자신이 하는 일은 물론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베토벤 스토커'라 자처하는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들려주는 베토벤에 대한 이야기는 오로지 그에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삶과 일에 녹아든 것이어서 주목하게 된다.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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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신이 몸담고 있는 분야에서 존경할 인물이 있다면 그것만큼 행복한 일은 없을 것이다. 그 인물에 대한 존경심과 경외감이 자신이 하는 일은 물론 삶에 긍정적인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베토벤 스토커'라 자처하는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들려주는 베토벤에 대한 이야기는 오로지 그에게 머무르는 것이 아니라 그녀의 삶과 일에 녹아든 것이어서 주목하게 된다. 24세 때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하면서 최연소 기록을 세울 수 있었던 것도 그녀에게 베토벤은 남다른 존재로 다가왔기 때문임을 짐작할 수 있기에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에 대한 기대는 자연스레 커질 수밖에 없게 된다.

 

 베토벤은 역사상 위대한 곡들을 쓴 작곡가로서 '악성(樂聖)'으로서 우리에게 각인되어 있다. 청각을 상실한 이후에 오히려 그의 심원한 음악 세계가 구축되면서 명곡들이 탄생된 것만 보더라도 '악성(樂聖)'이라는 그의 상징은 지나치지 않아 보인다. 그러나, 피아니스트 임현정은 '인간 베토벤'을 알면 그의 작품을 그가 의도한 대로 즐길 수 있으며, 심지어 그의 삶이 오늘날 우리에게 유효하다는 점을 들려준다. 실제 저자 역시 어린 나이에 외국으로 유학을 갔지만, 그곳에서의 외로움과 고독, 차별은 그녀를 힘들게 했다고 한다. 하지만 그녀는 베토벤의 음악과 그에 담긴 그의 삶에 대한 흔적을 통하여 그러한 어려움을 극복할 수 있다고 회고하고 있다. 그래서, 그녀는 총 4장으로 구성된 이 책에서 왜 이 시기에 우리가 베토벤에 주목해야 하고, 또 그의 음악이 어떤 의미를 담아내고 있는지를 우리에게 전하고 있다.

 

 저자는 자신의 경험과 함께 음악이 만국 공통의 언어라는 점과 베토벤의 음악에는 그의 영성이 담겨져 있다는 것을 설명하면서 오늘날 왜 우리가 그의 음악에 주목해야 하는지를 설명한다. 그녀 스스로 따돌림과 차별의 상황을 피아노 연주를 통하여 극복한 경험이 있기에 그녀는 베토벤의 음악이 담아내는 메세지에 주목한다. 그의 '교향곡 제9번 d단조 Op.125' <합창>의 4악장에 등장하는 '환희의 송가'는 실러의 시를 인용하여 가사를 지은 것인데, "모든 인간은 형제가 된다. ~"로 시작하는 가사는 단결의 이상과 모든 인류의 우애를 찬양하는 내용인데, 이것이 베토벤의 음악과 어우러지면서 그 가사를 알아듣지 못하더라도 음악으로 그러한 의미를 느낄 수 있다는 저자의 설명은 음악이 단순히 소리의 높낮이이 조합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작곡가의 뜻이 반영될 때, 그 가치가 더욱 빛을 발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베토벤의 교향곡 제3번 <영웅>이 애초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려고 작곡되었다가 그의 야심을 알아차리고 헌정을 포기한 사연을 알게 된다면 이 곡 역시 당시의 시대 상황에서 베토벤이 진정 갈구한 것이 무엇인지를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저자는 이 책에서 베토벤의 사랑, 고난, 좌절이라는 너무나도 인간적인 삶을 함께 언급하면서 그러한 것들이 그의 곡에 어떻게 담겨 있는지를 설명한다. 그 곡들은 대부분 우리에게 너무나도 익숙한 곡들이다. 그러나, 단순히 그의 명성만을 염두에 두면서 듣는 것과 그의 삶을 이해한 상태에서 듣는 것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그 곡들이 베토벤의 삶과 유리된 채 만들어진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삶을 이해하고 또 그의 곡을 해석함으로써 저자의 연주에 영향을 끼친다는 점을 살펴보면 처음 언급했던 자신의 분야에서 존경하는 사람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것인지를 확실히 깨닫게 된다. 베토벤의 템포와 곡 해석에 대한 그녀의 의견을 접한다면 많은 음악가들이 고민하는 것, 즉 악보 그대로를 해석하는 것과 다소 변형을 주는 것에 대한 나름의 답을 그녀의 생각을 통하여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베토벤이 악보에 표기한 템포는 정확하게 따르면서도 음악적인 기호는 보다 유연하고 독창적으로 해석하여 연주한다는 피아니스트 임현정의 말은 확실히 그녀의 연주 스타일에서도 드러나기 때문이다.

 

 비록 이 책에서는 언급되어 있지 않지만, 임현정 피아니스트의 '왕벌의 비행' 연주를 동영상으로 감상하면 그녀의 연주 스타일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채 2분도 되지 않는 시간에 빠르고 강하게 연주하는 그녀의 모습은 여타의 연주가와는 다른 모습이기 때문이다. 중국의 피아니스트인 유자 왕의 '왕벌의 비행'의 연주는 임현정의 연주와는 다르게 꽤 세밀하게 강약을 표현하는 점에서 눈에 띈다. 내가 둘의 연주를 평가할 입장은 아니지만, 분명 같은 곡임에도 불구하고 그 곡을 어떻게 바라보고 해석하느냐에 따라서 연주는 달라질 수 있음은 명백하게 느낄 수 있게 된다.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를 읽노라면 마치 이 책을 통하여 저자와 베토벤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듯한 느낌이 들게 된다. 비록 전문가는 아니지만 나 역시 베토벤의 음악을 즐겨 들으면서 그의 삶에 대해서도 어느 정도는 알고 있기 때문에 그녀의 이야기에 공감하면서도 나만의 생각을 정리해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음악과 함께 이 책을 읽는 그 시간이 꽤 즐거웠다. 다만 아쉬운 점은 QR코드를 제공하여 음악을 들을 수 있게 되었지만,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협주곡 2번'의 동영상 말고는 다른 곡들은 모두 1분 정도의 미리듣기만 제공하는 형식이라는 점이다. 그래서, 개인적으로 가지고 있던 베토벤의 음반이나 유투브로 검색하여 듣는 번거로움은 이 책에서 옥의 티가 아니었나 생각된다. 하지만 이 책의 본질이 거기에 머무는 것이 아니니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부분이기도 하다. 베토벤의 음악과 삶이 오늘날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지를 느낄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할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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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j*****3 | 2020.04.22 리뷰제목
베토벤 음악에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클래식을 즐겨 듣는 편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베토벤은 거의 들은 적이 없는 것같다. 기껏 피아노를 배우면서 익숙해진 <월광>, <엘리제를 위하여>, 그리고 <운명 교향곡>정도를 알고 있을 뿐이었다. 너무나 유명해서 베토벤에 대해서도, 그의 음악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고, 최근 베토벤에 관한 구절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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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베토벤 음악에는 어떤 매력이 있을까? 클래식을 즐겨 듣는 편은 아니지만 그 중에서도 베토벤은 거의 들은 적이 없는 것같다. 기껏 피아노를 배우면서 익숙해진 <월광>, <엘리제를 위하여>, 그리고 <운명 교향곡>정도를 알고 있을 뿐이었다. 너무나 유명해서 베토벤에 대해서도, 그의 음악에 대해서도 알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았고, 최근 베토벤에 관한 구절을 읽으면서 베토벤의 곡들을 한번 들어볼까 생각하던 차에 만나게 된 이 책은 피아니스트가 말하는 베토벤 이야기다.  책 날개에 있는 작가 프로필을 읽어보니 대단한 능력의 소유자였다. 12세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나 세계에서 가장 역사가 깊은 파리 국립고등음악원을 최연소로 조기졸업했으며,  24세때는 베토벤 소나타 전곡을 녹음해 또 최연소 기록을 세웠고, 극찬을 받았다. 대단한 기록들을 가진 그녀는 스스로를 '베토벤 스토커'라 자칭하며 베토벤의 매력, 클래식의 매력을 전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했다. 선물을 할 때는 정말 신중하게  해야하는 법인데, 책 제목에서부터 저자의 베토벤에 대한 사랑, 믿음 등이 느껴졌다.

 

 표지의 사진은 대표적인 베토벤의 사진인데, 이 사진을 볼때마다 강한 이미지 때문에 범접할 수 없는 세계에 있는 듯한 , 그래서 그의 음악조차도 어렵게 느껴져서 마음의 준비를 하고 들어야할 것같은 기분이 든다. 저자는 " 지극히 인간적인 삶을 산 베토벤을 신격화해 거리감을 두고 그의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면 안된다고 생각한다. 인류의 자유와 평등을 중요시했던 그의 음악을 특별한 몇몇 사람들만 향유하는 엄격하고 딱딱한 고급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일만큼 모순적인 것도 없으며, 베토벤이 딱딱한 가상의 인물이 아닌 우리와 똑같은 심장을 가진 한 사람이라고 생각해야 한다" 고 말했다. 완벽해 보였던 사람이 나랑 같은 아픔을 가지고 있고, 내가 공감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다는 것을 알게 되면 가깝게 느껴지는 것처럼.

 

  어려운 가정 형편에 아버지는 알코올 의존자였고, 돈을 벌기 위한 목적으로 모차르트처럼 만들기 위해 폭력을 행사하며 피아노를 치게했다. 12세에 네페라는 스승을 만나 체계적인 교육을 받은 것은 행운이었다. 그의 음악들이 인정을 받았지만, 베토벤이 살던 시대는 엄연히 신분 사회였고, 그는 신분차이로 사랑하던 여인과 결혼을 할 수 없는 아픔을 겪었다. 청력 상실이라는 음악가로서는 비극적인 상황에서 자살이라는 선택을 하려고도 했었다.   베토벤은 자아가 굉장히 강한 사람, 귀족에게도 절대 비굴하게 굴지 않았던 사람, 이성간의 사랑에 있어서도 적극적이었던 사람이었다. 예술가라고 하면 금전적인 부분에서 너무 내세우면 속되다고 생각하는 부분이 있을 수 있지만, 자신의 작품에 대한, 자신의 능력에 대한 정당한 보수를 정할 줄 알았고, 요구할 수 있는 인물이었다.

 

  12살에 유학을 떠나 이방인으로서 힘든 시간을 보냈던 저자는 어두운 환경을 디딤돌 삼아 운명을 극복한 베토벤을 보면서 스스로 더 강해지고 성숙해질 수있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한다.틀에 얽매이지 않는 자신만의 색깔을 뚜렷하게 드러내는 베토벤을 존경한다는 그녀. 동질감을 느끼고, 음악적인 부분에서도 자신이 추구하는 바와 같다는 것을 느낀다면 멘토로 삼고 싶은 것은 당연한 마음 아닐까? 스토커라 칭할 정도로 따르고 싶은 사람을 만난다는 것도 큰 행운이지 않을까싶다.

 

 인간적인 면과 마찬가지로 베토벤의 곡에 대해서도 잘 모르고 있었기에 베토벤의 음악세계에 대해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줄까 궁금했는데, 두 가지가 의미있게 다가왔다. 첫째는 프로메테우스에 관한 이야기였다.

 

 '음악이야말로 가장 숭고한 예술이고 , 음악이야말로 신성한 신의 말씀을 인간에게 전달하기 위한 가장 적절한 방법이라 믿었던 젊은 작곡가 베토벤에게 프로메테우스 신화는 강한 영감의 대상이었다.' - p51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이란 발레곡이 '음악은 안정적인 화음으로 시작되어야 한다.'라는 고정관념을 깨버린 탓에 평론가들에게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지만, 자신의 신념과 독자적인 기질에 자신감이 있었고, 그 작품에 등장하는 모티프가 다른 작품에서도 많이 발견되고 있다고 했다. 기술적인 부분은 잘 이해할 수 없었지만, 베토벤의 음악에 대한 신념이 어떠했는가를  느낄 수 있는 부분이었다.

 

두번 째는 운명이었다. 베토벤의 많은 작품들에 대한 이야기 중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작품은  베토벤의 생애 마지막 소나타 '피아노 소나타 제32번 c단조 Op.111'이었다. '자신에게 주어진 불리한 조건들에 굴복하지 않고 인생의 주인이 되어 오히려 새로운 운명을 창조한 베토벤은, 그 처절하고 고독한 전투 과정을 피아노 소나타에 분출했다'고 했다. 그의 '하일리겐슈타트 유서'에는 이런 내용이 적혀있었는데, 음악을 할 수 없을거란 상황에 절망했지만, 결국  그를 삶으로 이끌었던 것 또한 음악이었다.  자신의 운명에  당당히 맞서고 우뚝 선 사람이 베토벤이었다.

 

 나는 거의 절망하기에 이르렀다. 스스로 내 목숨을 끊어버릴 뻔했다. 그것을 제지해준 것은 오직 예술뿐이었다. 나에게 맡겨졌다고 느끼는 이 사명을 완수하기 전에는 세상을 버리지 못하리라고 생각되었다. 그리하여, 나는 이 비참한 생명을 부지하기로 했다.- p45

 

 연주자는 자신이 연주하는 곡을 제대로 이해하기 위해서 작곡가와의 교감도 중요하리라 생각한다. 그래서, 베토벤에 대한 애정이 넘치는 저자가 들려주는 베토벤의 곡들은 뭔가 특별한 느낌이 들듯했다. QR코드를 이용해 저자의 연주를 감상할 수 있을 거라고 잔뜩 기대를 했는데, 1분 미리듣기만 제공되고 있었다. 따로 찾아서 들어보면 되겠지만 왠지 아쉬운 맘이 드는 부분이었다. 다행히, 저자가 태풍이 몰아치던 어느 날, 홀로 춥고 어두운 교회에서 치고 난후 밀려오는 환희에 공포를 느낄 정도였다는 곡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콘체르토 제 2번'연주 영상은 감상할 수 있었는데, 음악을 잘 모르지만듣는동안 행복한 기분에 빠질 수 있었다. 

 

 그러고보니 베토벤에 대해 가장 많은 이야기를 들은 시간이었다. 그녀가 연주하는 베토벤을 만나면 고통스러운 시간들에 굴복하지 않고 당당히 맞섰던 인간의 모습을 떠올릴 수 있을 것같다. 마지막으로 연주자로서 저자의 마음 한 줄을 옮겨보고 싶다. 그녀의 연주를 제대로 느끼기 위해서.

 

 청중은 알고 느낀다. 고유한 본질은 마음의 진동으로 느껴진다. 나 자신을 있는 그대로 사랑하고 표현할 때 청중도 깊이 감응할 수 있다. 작곡가의 의도를 존중하면서 자신의 '영'과 경험으로 생성된 '혼'을 솔직하게 표현해낸다면, 그것만으로도 듣는 이로 하여금 공감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 또한 그 숭고한 영은 우리의 원천지인 본질이다. 그렇게 작곡가와 연주자의 영은 하나가 된다.- p 103

 

 

YES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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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들려주는 베토벤 그리고 자신의 이야기 평점9점 | YES마니아 : 로얄 이달의 사락 s****6 | 2020.04.30 리뷰제목
올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다. 그래서그런지 즐겨듣는 클래식 라디오 방송에서 종종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특집방송을 하고 있고, 베토벤 관련 책이나 음반도 눈에 자주 띄고 있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몇 번 언급을 했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클래식 곡이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교향곡>이다. 베토벤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요양 중 숲에서 감
리뷰제목


 올해가 베토벤 탄생 250주년이다. 그래서그런지 즐겨듣는 클래식 라디오 방송에서 종종 베토벤 탄생 250주년 기념 특집방송을 하고 있고, 베토벤 관련 책이나 음반도 눈에 자주 띄고 있다. 블로그에 글을 쓰면서 몇 번 언급을 했지만 내가 제일 좋아하는 클래식 곡이 베토벤 교향곡 6번 <전원 교향곡>이다. 베토벤 생애에서 가장 중요한 시기인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요양 중 숲에서 감명을 받아 작곡한 이 곡은 청각을 상실하고 있는 절망적 상태에서 자연을 잘 표현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전원>은 여성적이면서 평온한 곡이라 생각되는데 사람들이 보통 베토벤 하면 떠오르는 인상이 그의 유명한 정열가득한 모습의 초상화에서 기인하겠지만 <운명>, <열정>, <영웅> 등 강렬하고 남성적인 음악들로 인해 엄격하고 무겁다는 생각이 지배적인 것 같다. 



 이러한 베토벤의 고정관념을 깨기 위한 책이 나왔는데 베토벤 탄생 250주년 특별기획으로 출간된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이다.

 저자 임현정은 12세에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후 들어가는 음악원마다 조기 졸업을 하고 24세 때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 전곡을 녹음해 최연소 기록을 세우는가 하면, 2012년에는 한국인 최초로 아이튜즈 클래식 차트 1위와 빌보드 클래식 종합 차트 1위를 기록한 세계가 주목하는 젊은 피아니스트이다. 책에서 그녀는 자칭 '베토벤 스토커'로 연주자 입장에서 "음악의 성인 베토벤"이 아닌 "인간 베토벤"에 대해서 자신의 이야기와 함께 담아내고 있다.


 최근에 읽은 음악칼럼리스트 최은규가 쓴 클래식 클라우드 시리즈의 <베토벤>은 베토벤의 고향 독일 본을 시작으로 그의 주 활동 무대였던 오스트리아 빈, 귓병을 비관하며 잠시 머물렀던 하일리겐슈타트 등 주요 발자취를 따라가며 베토벤의 삶의 흔적을 만나는 인문 기행이라면 임현정의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에서는 인류의 자유와 평등을 중요시했고 인간적인 삶을 산 베토벤에 대해서 저자의 이야기와  함께 풀어내고 있는 인간 베토벤에 대한 안내서이다.


 어린 시절 저자가 처음 본 베토벤의 초상화를 보며 그림 속 사내가 아버지와 비슷한 느낌을 받을만큼 태산같았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져 병원에 실려 갔다고 한다. 아버지의 심장 수술이 잘 되기를 밤새도록 기도하면서 저자는 깨달았다. 아버지도 지극히 평범한 인간이었다고. 그 사실이 저자의 삶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다는 것이다. 책은 이렇게 프롤로그를 시작하며 인간적인 삶을 산 베토벤을 만나게 한다.


<특권인식에 반발한 인간적인 베토벤>


지극히 인간적인 삶을 산 베토벤은 단지 자신의 모든 경험을 위대한 소리와 과학을 통해 악보에 표현했을 뿐이다. 그러니 베토벤을 신격화해 거리감을 두고 그의 음악을 듣거나 연주하면 안 된다고 생각한다. 인류의 자유와 평등을 중요시했던 그의 음악을 특별한 몇몇 사람들만 향유하는 엄격하고 딱딱한 고급 음악이라고 생각하는 일만큼 모순적인 것도 없다. - p.32


 저자는 12살이라는 어린 나이에 말도 안 통하는 프랑스에서 이방인으로 살아야했던 힘든 시기를 세계 공통의 언어인 클래식(피아노 연주로)으로 이겨낸 이야기를 통해 청력 손실이라는 비극을 마주한 베토벤이 하일리겐슈타트에서 유서까지 쓰는 극단적 상황에서 음악의 힘으로 절망을 뛰어넘는 이야기로 연결 짓고 있다.


 베토벤이 재조명한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보며 베토벤의 영적 갈등 속에 결국 프로메테우스 신화를 초월하는 것을 알아 보고, 혈기왕성했던 청년 시절 작곡한 '피아노 소나타 제1번 f단조 Op.2'에서 보여준 운명을 지배하기 위한 투쟁적 모습에서, 생애 마지막 피아노 소나타인 '피아노 소나타 제32번 c단조 Op.111'에서 보여준 승리보더 더 승화한 평화의 모습을 비교해 본다.



  현재보다 더 중요한 시간은 없다. 과거의 시간에 매몰되어 절망에 사로잡히기보다는 미래를 바꿀 현재의 선택이 중요하다. - p.88

 

 개인적으로 나는 이렇게 되새기곤 한다. '우주는 언제나 나를 위한, 내가 상상할 수도 없는 숭고한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나는 그저 최선을 다해 나의 길을 가고, 결과는 우주에 맡긴다.' 베토벤 역시 그 어떤 아픔에도 굴하지 않고 최선을 다해 자신의 길을 갔을 뿐이다. - p.99


 독창적인 해석이란 없다. 그저 뚜렷하게 전무후무한 진정성 있는 해석이 있을 뿐이다. 절망적인 음악이라고 해서 일부러 절망스러운 느낌을 추가하고, 우울한 음악이라고 해서 일부러 우울함을 더할 필요는 없다. 어차피 음률과 화성 자체가 곡의 느낌을 드러내므로, 연주자는 악보를 몸으로 표현하는 여행에 충실하면 된다. - p.114 


 베토벤의 당당함은 나에게 인생의 방향을 가리켜주는 나침반이 되었다. 내가 베토벤을 존경하는 이유 중 하나는 그의 '조건 없는 양심' 덕분이다. 누구에게 칭찬받거나 구원받아 천국에 가기 위해서가 아니라, 양심에서 비롯되어 그저 하지 않으면 안 되다는 '당연함'이 그가 지닌 자신감의 원천이었기 때문이다. - p. 205


 위의 책에서 옮긴 문장들이 이 책이 어떤 시선으로 쓰여 졌는지 보여주고 있는데 바로 피아니스트인 임현정(연주자)의 시선으로 거장 베토벤을 조명한 책으로 음악칼럼리스트가 미처 느낄 수 없는 연주자로서 자신의 감정을 이야기 하고 있는 것이 이 책의 특징이라 하겠다.


 연주자로서 임현정의 시선외에 이 책의 또다른 즐길거리는 베토벤의 음악이다. 클래식 책에서 빼놓을 수 없는 QR코드를 스캔하여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들을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들과 함께 들을 수 있는데, "피아노 소나타 제21번 C장조 Op.53<발트슈타인>" 1악장부터 "피아노 소나타 제1번  f단조 Op.2" 1악장, "피아노 소나타 제13번 E플랫장조 Op.27" 4악장, "피아노 소나타 제2번 A장조 Op.2" 1악장 등 다른 클래식 책에 비해 베토벤의 피아노 소나타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있다.(저자가 피아니스트이기 때문에 그렇다)

 여기에서 이 책의 가장 아쉬운 점이 있는데 QR코드로 미리듣기 1분 밖에 제공 되지 않는 부분이다. 그동안 접한 클래식 책들은 거의 대부분 유튜브 영상을 활용해서 음악을 끝까지 들을 수 있었는데, 이 책은 네이버 바이브(NANER VIBE)라는 음악 사이트를 통해 임현정의 음반집의 곡들을 들을 수 있게 되어 있어 가입을 하지 않으면 완곡을 들을 수 없는 아쉬움이 있다.


 이런 아쉬움에도 불구하고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에서 연주자 임현정의 시선으로 조명한 베토벤의 이야기는 기존에 알고 있던 베토벤에 대한 생각을 더욱 풍부하게 만드는 뜻깊은 경험을 선사한다. 책에서는 베토벤의 이루지 못한 사랑, 베토벤의 제자들, 베토벤의 불확실한 사인 등 그동안 미처 알지 못했던 또다른 재미를 주는 내용들이 있어서 클래식, 특히 베토벤에게 관심있는 독자라면 읽어볼 만한 적당한 분량(240쪽)의 클래식 책이다.(물론 피아니스트 임현정 팬은 더말할 필요가 없고)


 베토벤은 삶은 운명과 투쟁의 연속이었다. 신분적 갈등, 상실된 청각, 이루지 못한 이별을 겪지만 포기하지 않고 끊임없이 투쟁을 하며 당당히 일어선다. 평생을 삶과 투쟁하던 베토벤은 자신의 최후의 교향곡 "교향곡 제9번 d단조 Op.125" <합창>으로 세상과 화해하며 영원한 행복을 찾는다. 

 운명과 맞서 싸우면서도 인류의 자유와 평등을 중요시하며 인간적인 삶을 산 베토벤, 그리고 그의 음악을 우리는 앞으로도 영원히 기억할 것이다.

 

우주는 나에 대해, 그리고 우리에 대해

상상도 할 수 없는 숭고한 계획을 갖고 있다.

그러므로 운명과 맞서 싸운 베토벤처럼

그저 자신의 길을 걸으며 최선을 다하면 된다. 

- p.239


<'라흐마니노프 피아노 콘체르토 제2번'을 연주하는 임현정 모습, 출처: 유튜브 영상>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페이스메이커 제공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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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악인(樂人) 베토벤의 인생을 듣다-[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를 읽고 또 듣고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k*****o | 2020.04.13 리뷰제목
악인(樂人) 베토벤의 인생을 듣다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를 읽고 또 듣고      올해로 탄생 250주년을 맞은 악성(樂聖) 베토벤에 대해 나는 얼마나 알고 있었던가? 트레이드마크인 헤어스타일과 청각 장애, 그리고 도입부의 "빠바바밤, 빠바바밤~"만 들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운명>교향곡의 작곡가 정도가 전부였음을 고백해야겠다. 나이가 들어서도 클래식은 큰 마음먹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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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인(樂人) 베토벤의 인생을 듣다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를 읽고 또 듣고

 

 
    올해로 탄생 250주년을 맞은 악성(樂聖) 베토벤에 대해 나는 얼마나 알고 있었던가? 트레이드마크인 헤어스타일과 청각 장애, 그리고 도입부의 "빠바바밤, 빠바바밤~"만 들으면 누구나 알고 있는 <운명>교향곡의 작곡가 정도가 전부였음을 고백해야겠다. 나이가 들어서도 클래식은 큰 마음먹고 들어야한다는 고정관념이 강했던 나지만, 작년부터 커가는 아이의 클래식 감수성을 길러주는 차원에서 유명한 클래식 작품들을 손가는대로 아이와 함께 듣고 있다. 그런데 이번에 때마침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을 읽고 또 들으면서 정말 여러모로 의미있는 선물을 받은 기분이 든다.

    평소 클래식이라는 단어 자체가 주는 중압감과 더불어, 악성이라 불리는 인물의 곡은 더 쉽게 다가가기 힘든 일종의 거리감이 느껴졌다. 기존의 베토벤에 대한 전문가적인 서적들과 달리 피아니스트 임현정이 연주자의 시선으로 베토벤을 조명한 책이라는 점이 가장 먼저 눈길을 끌었다. 그럼에도 저자의 화려한 경력을 본다면 과연 얼만큼의 차별성을 가진 책일까하는 의구심도 들었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책 앞날개에서 자칭 '베토벤 스토커'로 그가 쓴 편지 3천 페이지를 섭렵했다는 저자의 소개를 보자마자 일말의 의심은 금새 기대로 바뀌게 되었다.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에 나오는 18~19세기 베토벤의 편지글을 통해 마치 오늘날의 SNS와 같이 주변 사람, 나아가 세상과 소통하며 자신의 소신과 주장을 펼치는 그를 마주하게 되기 때문이다.

 

    베토벤의 음악은 그의 인생이 그대로 드러난 일기장과 같다.(5쪽)

 

    저자가 서문에서 말한 바와 같이 이 책을 읽어 나갈수록 베토벤이 만든 한 곡 한 곡의 작품 속에는 그의 인생이 고스란히 녹아있음을 알 수 있다. 잘 알려진 것처럼 베토벤은 젊어서부터 청각을 잃어갔는데, 그의 시련은 이보다 더 어린 시절부터 시작되었다는 사실에 다소 놀라기도 했다. 어려서부터 아버지의 학대 속에서 피아노 연습을 했고, 형제자매는 물론 어머니마저 떠나보내야 했던 그를 상상하기란 쉽지 않았다. 그런데 여기서 모차르트가 소환되고 둘의 대조적인 삶에 관한 이야기가 무척 흥미롭게 읽혀졌다. 동시대를 주름잡았던 두 사람이지만, 모차르트는 베토벤과 달리 작곡가 아버지에게 음악을 배우고 타고난 천재성으로 신동으로 불리며 아주 풍족한 유년시절을 보냈다고 한다. 그러나 둘의 말년은 역전되어 모차르트는 묘지 관리인만 지켜보는 가운데 쓸쓸히 묻힌 반면, 베토벤은 2만여 명의 추모객이 모여 성대한 장례식을 치뤘다는 것이다. 인생지사 새옹지마는 이런 경우를 두고 하는 말이 아닐까.

 

 

    피아노에 앞에 앉은 순간, 원수처럼 행동하던 그들에게 가장 사랑스럽고 친절한 언어로 대항할 수밖에 없었다. 아무리 공격적이고 역동적으로 표현해도 음악의 본질 자체는 이타적이라서 사람들을 위로하며 치유해주는 힘을 갖고 있다.(40쪽)

 

    저자는 베토벤의 성장과정에 자신이 인종차별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프랑스 유학 초기 시절을 투영한다. 외롭고 고된 나날이 연속되던 어느 날, 음악 시간에 쇼팽의 '에튀드 작품10 제5번'을 자유롭게 연주하고 그 동안 차가운 시선을 보내던 또래 아이들의 찬사를 받게 된 것이다. 저자는 단 몇 분의 음악이 9천km만큼 벌어진 문화와 언어를 순식간에 사라지게 해준 순간이었다고 회고한다.

    이 책에는 베토벤이 남긴 수많은 소나타와 교향곡에 관한 음악적 지식과 함께 관련된 일화들도 담겨져 있다. 그 가운데 내가 가장 인상깊게 읽은 대목은 프로메테우스와 베토벤의 이야기다. 프로메테우스는 제우스 몰래 인류에게 불을 가져다준 것으로 유명한 신화 속 인물이다. 이러한 모티프에 영감을 얻은 베토벤이 1801년에 작곡한 발레곡이 바로 <프로메테우스의 창조물>이라는 것이다. 비단 이 곡뿐만 아니라 베토벤의 주옥같은 작품들을 듣노라면 정말 그는 프로메테우스가 인류에게 불을 선물한 것처럼 우리에게 없어서는 안될 음악을 선물한 것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저자에 따르면 이 발레곡의 '지혜의 불' 모티프를 <영웅>교향곡을 비롯한 여러 피아노 소나타에서 발견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점을 생각하며 그의 곡들을 듣는다면 또 다른 즐거움을 느낄 수 있을 것 같다. 또한 점점 심해져가는 청각 장애로 인해 과거 편지를 통해 신을 원망했던 베토벤이 훗날 일기장에 기록한 다음 글을 보면서 그와 프로메테우스가 절묘하게 어울린다는 생각도 가져본다.

 

    우주는 원자들의 우연한 재결합으로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가장 이성적인 지능에 기반을 둔 확고한 힘과 법칙이야말로 이 불변의 질서의 근원이며, 이것이야말로 우연이 아닌 필연에 의해 원자들로부터 흘러나왔다. 우주의 구성에 담긴 질서와 아름다움은 우리에게 신의 존재를 보여준다.(55쪽)

 

 

    이러한 베토벤의 비범한 모습 외에도 그의 인간적인 면모를 느낄 수 있는 여러 에피소드가 있는데 그 중 몇 가지만 살펴보겠다. 당시 귀족의 특권 의식에 반발심을 갖고 있었던 베토벤은 눈 앞에 황족이 지나가도 모자를 벗지 않고 고개를 뻣뻣이 들어보이며 허리를 숙여 인사하는 괴테와는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고 한다. 그리고 베토벤이 최애(가장 사랑)하는 곡, <영웅>교향곡이 원래 그가 평등의 기치를 수호할 것으로 기대했던 나폴레옹에게 헌정하려 했었으나 황제에 올라 군림하는 모습을 보고 철회한 이야기를 통해 그의 가치관과 성격을 엿볼 수 있었다. 또 베토벤의 제자들이 당대에는 꽤 유명했으나 오늘날은 그리 인지도가 높지 않다고 한다. 그런데 어릴 적 피아노 학원에 한 번도 가보지 않았던 나도 들어 알고 있던 체르니가 바로 베토벤의 제자 중 하나였다는 사실이 퍽 흥미로웠다. 이 밖에도 소리를 잘 듣지 못해서인지 베토벤은 메모광으로도 유명했는데 반전은 그가 악필이었다는 사실이다. <엘리제를 위하여>라는 곡은 테레제 말파티라는 여성에게 바친 것이라는 이야기가 있는데, 베토벤의 악필 때문에 곡 이름이 테레제(Therese)가 아닌 엘리제(Elise)로 잘못 알려졌다는 설을 들으며 피식 웃음이 나기도 했다.

 

 

    또 이 책을 읽으면서 저자의 베토벤이나 음악에 대한 지식뿐만 아니라 음악인으로서의 지론과 소신을 알 수 있었다. 자신이 구축하고 있는 음악 세계의 근간을 보여주는 동시에 어린 후배들에게 쓴소리도 아끼지 않는 프로다운 모습을 엿볼 수 있었다. 비단 음악을 하는 사람에게만 국한되지 않고 이 시대를 살고 있는 많은 사람들이 같이 곱씹어도 좋을 것 같다.

 

    개성이란 나만이 가지고 있는 유일함이다. 사실 일부러 개성을 추구한다는 말 자체가 성립되지 않는다. 개성은 추구하는 것이 아니라 받아들이는 것이다. 스스로를 존중하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면서 나만의 빛을 있는 그대도 표현하기만 하면 된다.(102쪽)

 

    겸손과 겸허는 결코 자신을 낮추는 것이 아니다. 자신을 낮추는 것이 겸손이라는 생각은 옳지 않다. 자신이 이룬 것에 대해서는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을 느끼되 이렇게 될 수 있었던 이유가 모두의 덕분이라는 마음을 가지는 것이다.(128쪽)

 

 

 

 

    요즘 코로나19 사태 속에서 사회적 거리두기 운동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의 사회활동에 제약이 많은 것으로 알고있다. 특히 베토벤 탄생 250주년을 맞아 올해 기획된 행사들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는 기사를 접하면서 <당신에게 베토벤을 선물합니다>를 읽고나서인지 더 아쉽게 느껴졌다. 그럼에도 이번 기회를 빌어 베토벤의 음악을 함께 들으며 책을 읽어나갔던 시간이 나의 지친 일상에 휴식과 위안을 가져다 준 것은 참으로 다행스러운 일이다.

    지금껏 베토벤의 음악을 통해 그를 어렴풋이 떠올렸다고 한다면, 이 책을 통해 음악을 위해 세상과 분투하고 자연과 인간을 누구보다도 사랑해마지 않았던 악성(樂聖)이기 전에 악인(樂人), 즉 음악하는 사람으로서의 인생을 알 수 있었다. 여태까지 책을 통해 다른 사람의 이야기를 많이 들어왔는데, 음악을 듣는다는 것 역시 누군가의 인생을 듣는다는 말과 다르지 않음을 실감한다. 끝으로 베토벤과 저자에게 음악은 인생 그 자체이기에 그들의 인생 이야기를 따라가다보면 어느새 음악뿐만 아니라 남은 삶을 어떻게 대할 것인지 곰곰이 고민하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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