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외롭자, 수수께끼 변주곡
난 진짜 포옹을 원해요.
좋았던 문장이 너무 짧은가? 싶지만, 단 몇 단어로 '걸어가다 돌아서 내뱉는 쓸쓸함'을 표현하는 이 짧은 문장이 내 마음에 상처를 입혔다.
그가 우리집에서 보내는 삶, 내가 아는 것 이외의 삶을 영위하게 하지 마소서.
<그해, 여름 손님>에서도 이 한 문장에 매료되었었다.
단 한 문장으로도 사랑의 고통과 환희를 이야기할 수 있는 안드레 애치먼...
수수께끼 변주곡 중에서
_ 우리는 믿는다. 그리고 믿음으로써 믿어온 것을 잊어버린다.
_ 내가 확실히 거짓말을 하고 있다는 것, 사실은 기다릴 것이며 계속 기다릴 거라는 것.
_ 넌 외롭고 나도 외로워. 서로를 만나 함께 외롭자, 말하지만 아무 문제도 해결되지 않는 것만큼 잔인한 일은 없어.
내가 읽었던 ≪그해, 여름 손님≫이라는 작가라서 더 반갑게 느껴지는 수수께끼 변주곡이다. " 마지막 페이지를 덮는 순간에는 그 수수께끼 같은 감정에 한동안 아찔한 욕망을 느낄 것이다. " 이번 작품도 매혹적인 작품이라 예상하며 마주했다.
띠지 앞면에 있는 그림을 보면 건장해 보이는 두 남자가 수영복 차림으로 앞을 보고 있다. 단지 한 남자는 약간 키가 작으며 키가 조금 큰 남자가 작은 남자 어깨를 감싸 안은 것으로 보아 무척 다정해 보인다. 어떤 사이이고 무슨 내용인지 궁금증을 자아내게 하는 그림이다.
다섯 가지 변주곡 중에 첫 번째는 < 첫사랑>이다. " 내가 그곳으로 돌아가는 이유는 난니 때문만이 아닐 수도 있었다. " 이 문장을 읽으면서 난니, 조반니. 조반니 씨가 첫사랑에 중요한 인물이라는 직감을 했다. 목공일 하는 난니의 손을 보며 " 따뜻하고 영원한 우정의 표시로 잡아 주기를 바랐다. " 그런 난니는 속눈썹도 길다, 말솜씨는 철학자같다, 수영도 꽤 한다, 목소리도 좋다. 파올로는 난니의 매력에 빠져 목공일까지 함께 했다. 조금이라도 같이 있고 싶고 대화를 하고 싶어서였다.
그런 파올로는 10년이 지난 후에 난니가 아버지에게 쓴 소포 안 메모지를 보고 알게 되었다. " 난 평생 딱 한 번 사랑을 알았고 그게 당신이었어요."
사랑은 나이도 성별도 뛰어넘는다. 반전에서 오는 충격의 맛도 있는 소설이었다.
수수께끼 변주곡은 <봄날의 열병>으로 이어졌다. 두 번째 파트를 읽으면서 계속 떠오르는 문장이 있었다. " 그들이 부럽다. 그들은 함께 잔다. 하지만 질투나지 않는다. 사랑을 잃는 것보다 질투가 더 무섭기 때문이다. " 질투를 하게 되면 상처가 더 깊어진다. 왜냐하면 " 중간에 여자가 있는 남자 대 남자의 일"이기 때문이다. 어쨌던 테니스를 치는 일은 즐거운 일이다.
세 번째 이야기 <만프레드>는 어떤 사랑이야기일까 궁금하고 기대하며 펼쳤다. 만프레드의 동작하나에도 무척 관심이 많은 폴리. 테니스를 치는 모습, 샤워하는 모습을 표현하면서 짝사랑과도 같은 느낌이다. " 마치 서로에게 달려드는 쌍둥이 뱀처럼 한 가닥으로 엮인 병과 약. " 상상력을 펼치게 하는 욕망을 첨가한 동성애이야기다. " 우리가 서로의 거울 이미지였다는 사실을 마침내 깨달은 그 순간, 나는 그 순간을 영원히 잊지 못할 겁니다. "
<별의 사랑>은 클로이를 만나며 시작되는 이야기다. 만프레드를 질투라도 하는 그녀. 그러나 " 너하고 나는 한 사람이니까. 내가 너에 대해 하는 말은 나에게도 해당돼. "
그녀와 나의 이야기에서 만프레드의 충고도 듣는 참 묘한 소설이다. 컴퓨터 창을 닫으며 다섯 번째의 <애빙던 광장>이 끝나고 수수께끼 같은 소설도 끝이 난다.
소설을 다 읽어도 드는 생각이다. 첫 번째 이야기가 압도적으로 크게 다가왔다. 영화를 본 듯한 잊지 못하게 하는 이미지를 주는 소설이다. 이성애든 동성애든 삼각관계든 전체적으로 다섯 가지 소설 모두는 섬세하고 상상력을 일으키며 읽게 하는 매력을 지녔다.
페이백으로 읽게된 안드레 애치먼 작가의 수수께끼 변주곡은 다섯편의 단편으로 이루어진 단편집입니다.
첫번째 단편집부터 강렬하게 다가오는데 처음에는 심심하게 진행되는 듯하다가 반전이 있었는데 놀랍더라구요
놀라운 주제를 섬세한 감정선을 바탕으로 차분하게 진행됩니다
인물에 있어서 엄청나게 격정적인건 없지만 예쁘게 잘 써진 단편집 같아요. 재밌게 잘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