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독서모임에서 <한 권으로 읽는 서양철학 이야기>를 읽고 토론했다. 소크라테스부터 마르크스까지 서양철학자들 12명의 생애와 사상을 소개하는 책이다. 이름만 알던 철학자들과 몇몇 관심 있는 철학자들의 개인사를 통해 철학적 배경과 사상을 알게 돼 흥미로웠다. 하지만 깊이 알 수 없는 한계로 인해 철학자 한 사람 한 사람에 대해 알고자 하는 마음을 갖게 됐다. <무기력한 날엔 아리스토텔레스>는 운 좋게 그 직후 만난 책이다.
이 책은 관념론 철학자 플라톤의 제자이자 유물론 철학의 출발이 되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철학에 바탕을 두고 있다. 철학이 이론의 영역에 머물며 실천의 영역에서 괴리를 느끼게 하는 현대와 달리 고대의 철학은 우리 일상생활과 관련된 문제에 물음을 던지고 전수받은 앎을 통해 실제적인 문제 해결책에 이르는 데 관심을 기울였다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 역시 당대의 철학자들처럼 '어떻게'에 많은 관심을 기울인 철학자였다. 이 책은 "우리 삶을 바꾸기 위해 위대한 철학에서 이끌어낼 수 있는 것에 관심"을 갖고 "일상의 소소한 일들,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삶에 부여하는 의미까지 바꿀 수 있도록" 꾀하고 있다는 점이 특징이다.
구성을 보면, 먼저 '진단하기'에서 해결해야 할 문제를 파악하고 '이해하기'에서 우리 삶을 장악하기 위해 우리가 어떤 점에서 이해하는 방식을 바꿔야 하는지 살펴본다. '적용하기'에서 새로운 철학을 통해 우리의 생각을 바꾸고 행동을 바꾸며 우리의 모습을 바꾸어갈 처방을 발견한다. 마지막으로 '내다보기'에서 자신의 존재를 더 분명히 이해하기 위해 삶의 궁극적 목적에 관한 질문을 만나고 세계와 그 안에서 내가 차지하는 위치를 전망하며 의미를 발견하도록 한다. 각각의 주제 뒤에는 본문과 관련된 자신의 경험을 묻는 질문이 있다. 질문에 솔직하게 답함으로써 철학의 가르침을 독자의 삶에 적용하도록 돕는다.
'진단하기'에서 저자는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의 관점에서 고통을 겪는 우리의 문제를 고찰하는 것으로 시작한다. 고통을 겪는 우리는 고통에다 잘못했다는 느낌을 덧붙이며 두 배로 괴로워한다. 자꾸 되씹으며 희생자라는 생각에 젖어 괴로워하며 불행을 줄이는 게 아니라 키워간다. 하지만 이것은 무지하기 때문이다. 고통 속으로 파고드는 앎은 우리를 옭아매는 덫이자 바뀌기를 원하지 않는 유혹이다. 반면에 우리가 어떤 것을 좋다고 생각하는 것은 그것을 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욕망에는 두 가지 측면이 있다. 하나는 지적인 측면이고(우리는 어떤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한다), 하나는 움직임의 측면이다(우리는 그것에 이르기 위해 노력을 기울인다)." 욕망은 일종의 믿음이며 믿음이 확실할수록 강해진다. 앎은 참과 거짓을 가려주며 욕망의 실현을 위한 도구일 뿐이다. 우리가 욕망을 추구하는 궁극적 목적은 행복에 있다. '실천적 지혜'가 있는 사람들은 고통 없는 상태를 추구하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은 행복을 좇다 쾌락에 빠지고 무절제해져 오히려 고통을 겪는다.
'이해하기'로 들어가면, 우리가 행복해지기 위해 쾌락을 좇으며 살고 있다면 살아가는 데서 즐거움을 느낄 줄 모르기 때문이라는 사실로 시작한다. "그러니까 우리의 무절제는 자신에 대해 불만스러워하고 있음을 드러내는 일종의 보상 수단인 셈이다." 우리 모두를 괴롭히는 것은 자신을 최고로 발휘해야 한다는 깊은 욕망에서 비롯한다. "이런 실현에 대한 관심은 탁월성에 대한 관심에 다름 아니다." 우리는 "자신의 모든 실력을 발휘할 수 있을 때에만 정말로 자기 자신이 되는 것이다." 우정과 사랑은 우리가 탁월성을 발휘할 수 있는 무대가 된다. "사랑하는 일이나 친애하는 태도와 감정은 행위에서 더 우월한 사람들에게 속한다." 진정한 즐거움은 활동 속에 있으며, "우리가 시도하는 행동 하나 하나에 고유한 가치를 부여해야 한다."
'적용하기'에서는 "그렇다면 탁월함에 대한 열망을 만족시키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라고 묻는다. 자신에게 아무리 비범한 정신이 있어도 실제로 아이디어를 조합해 사고해야 하듯 우리는 행동해야 한다. "우리의 성향을 만드는 것은 우리가 하는 행동"이며 "자신의 탁월성을 발견하기를 원한다면 행동으로 시작해야"지 탁월성을 지닐 때까지 기다려선 안 된다. 따라서 "행동의 기회는 모두 붙잡을 만한 가치가 있다." 행위로 인한 위험인 실패에도 많은 가르침이 있다. "우리는 시련을 겪으면서 다른 어떤 방법보다도 훨씬 더 효과적으로 자신에 대해 알게 된다." 건강한 습관과 감성, 능숙함이란 실천적 지성과 이성은 탁월성에 필요한 실천적 지혜를 이룬다.
'내다보기'에서는 아리스토텔레스가 "절도가 탁월함에 대한 우리의 이상을 구현하고 있"다는 의미가 무엇인지 살핀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윤리학}에서, "그러므로 탁월성은 (...) 품성상태로 우리와 맺는 관계에서 성립하는 중용에 의존한다. 이 중용은 이성에 의해 실천적 지혜를 가진 사람이 규정할 그런 방식으로 규정된 것이다."라고 한다. 아리스토텔레스가 보기에 중용의 이상을 실현한 사람은 실천적 지혜를 지닌 사람이다. "실천적 지혜를 가진 사람에게 생각하는 일은 단순한 활동이 아니다. 이는 그의 존재 방식이 된다." 실천적 지혜를 지닌 "그는 행동하는 인간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철학은 철학이란 분야에서 뜻밖에도 행동과 실천의 중요성을 역설했다는 점으로 인해 매우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현대인이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고 자신의 역량을 발휘하는 데서 실천적 지혜와 행위의 중요성을 배울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하다. 두껍지 않은 책인데다 초보자도 이해할 수 있도록 쉽게 씌어있다. 덕분에 그동안 어렵게만 느껴졌던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을 비교적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었다. 아리스토텔레스 철학에 접근하고 싶은 사람이나 실천적 지혜와 용기를 얻고 싶은 사람들에게 권하고 싶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