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
미리보기 공유하기

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

리뷰 총점 9.5 (37건)
분야
인문 > 서양철학
파일정보
EPUB(DRM) 28.78MB
지원기기
크레마 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 아이폰 아이패드 안드로이드폰 안드로이드패드 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 PC(Mac)

이 상품의 태그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출판사 리뷰 출판사 리뷰 보이기/감추기

회원리뷰 (27건) 회원리뷰 이동

종이책 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k******4 | 2018.10.23 리뷰제목
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다미앵 클레르제-귀르노/이주영자음과모음/2018.10.12.sanbaram   생활 속에서 철학적 사유를 하기가 정말 어려운 일인가? 나름대로 생각한 것을 말하면 사람들은 ‘개똥철학 집어치우라’고 한다. ‘간시궐(똥 친 막대기)’에도 불성이 있냐는 선불교의 공안도 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서양철학자 중에서 실천철학으로 유명한 키에르케고르의 철학을 빌어 우
리뷰제목

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

다미앵 클레르제-귀르노/이주영

자음과모음/2018.10.12.

sanbaram

 

생활 속에서 철학적 사유를 하기가 정말 어려운 일인가? 나름대로 생각한 것을 말하면 사람들은 개똥철학 집어치우라고 한다. ‘간시궐(똥 친 막대기)’에도 불성이 있냐는 선불교의 공안도 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서양철학자 중에서 실천철학으로 유명한 키에르케고르의 철학을 빌어 우리의 고민을 생각해 보게 하는 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의 저자 다미앵 클레르제-귀르노는 프랑스 투르의 한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철학자다. 고전수사학 및 논쟁에 관한 현대 이론 분야에서 훈련을 받았으며, 설득의 주요 수단에 초점을 맞춘 세미나를 열어 사람들이 철학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서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철학을 재조명한 무기력한 날엔 아리스토텔레스가 있다.

 

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에서는 우리 삶을 바꾸기 위해 위대한 철학에서 끌어낼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나,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삶에 부여하는 의미까지 바꿀 수 있도록 관심을 갖게 한다. 네 개의 장으로 키에르케고르의 실천 철학을 우리 생활에 접목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연습하게 한다. 1. 진단하기 에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를 규정하고, 2. 이해하기 에선 우리 삶을 장악하려면 어떤 점에서 우리가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하는가? 여기에서 소개하는 혁신적인 철학 명제에 힘입어 새로운 시선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3. 적용하기는 어떻게 우리 생각이 그 자체로 우리의 현재 모습을 변형시키는 행동의 양상을 바꿀 수 있는지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4. 내다보기는 조금 더 형이상학적이고 사변적인 철학 명제 소개를 통하여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동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구성되었다. 다시 말해 인생에 대한 질문이 있고 각 장마다 그에 대한 의견이 소개된다. 그리고 구체적인 연습을 통해 철학적인 가르침을 삶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짚고 넘어가기의 문제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연습 방법을 찾고 진지하게 실천할 수 있는 적절한 상황을 찾도록 유도 한다.

 

우리는 특정 단점 하나에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 때문에 절망한다.(p.26)”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위험도는 다르다고 한다. 하나는 진정한 나 자신이 되고 싶으나 되지 못해 느끼는 절망이고, 또 하나는 지금의 내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느끼는 절망이다. 위험도로 따지면 당연히 전자가 덜 위험하다. 실제로 선택한 길보다는 선택하고 싶었으나 가지 못한 길이 자신의 본성과 가깝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개인 정체성은 놀랄 정도로 이분법적이어서 누구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정답을 내릴 수가 없다고 한다.

 

정체되고 숨 막히는 느낌이 든다. 절망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숨 막힌다는 것은 공기가 부족해서가 아닌가? 여기서 공기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절망에 빠지면 갇혀 사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필사적으로 떼어내고 싶은 현재의 정체성에 갇혀 있는 기분 때문이다.(p.66)” 잠시 시선을 돌리면 벗어나기 힘든 모순에 갇혀 있는 자신을 발견할 뿐이다. 종교는 끈질기게 죄책감을 심어주지 않는다. 죄책감과 맞서는 방법을 제시할 뿐이다. 죄책감을 크게 느껴보기 위해 새롭게 무언가를 찾을 필요는 없다! 절망 그 자체가 마음을 갉아먹는 죄책감이 가장 극도로 표현된 형태다. 심리치료사들은 환자들의 절망을 늘 마주한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역시 절망을 마주한다. 따라서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은 어떤 대상을 다루든 사랑, 죽음, 유한함, 자유, 망각 등 인간의 삶을 주요 테마로 삼으려고 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우리보다 강렬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실존적인 고민을 하며 살기 때문이다.(p.128)” 우리가 픽션에 열광하는 이유는 완전한 행복이라는 이상을 비용 부담 없이 간접적으로 경험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상상을 덧붙여 이상화하면 된다. 따라서 픽션은 픽션일 뿐 삶의 고통에서 진정으로 해방시켜주지 않는다. 우리는 픽션을 통해 현실을 잠시 잊을 뿐이다.

 

지금의 수준에 오르기까지 선수는 노력과 희생을 많이 했다. 그리고 이 수준을 계속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면 매일 똑같이 노력과 희생을 하고 또 해야 한다. 편히 쉴 수 있는 정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p.155)” 선수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승리는 쉽지만 계속 승리를 거머쥐는 일은 어렵다. 노력한 다음에도 편히 쉴 수가 없다. 현재 갖고 있는 것을 유지하려면 끝없이 노력해야 한다. 키에르케고르는 이를 가리켜 반복이라고 불렀다.

 

절망은 실존의 목숨을 가차 없이 나타내는 자신에 대한 증오였다. 원하는 대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에 우리는 절망한다. 한쪽에서는 자유와 영원불멸을 추구하는 본능, 또 한 쪽에는 정체성이라는 벗어던질 수 없는 무거운 짐. 이 둘 사이의 갈등이 절망을 키운다.(p.231)” 그런데 이제 알아보아야 할 것이 있다. 왜 자기 증오가 심해져 자기 비하로 확대될까? ‘나는 아무것도 아냐, 실패한 인간이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야.’ 절망한 사람이 이토록 자책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자신의 모습이 될 수 없어도 마음을 다잡으면 된다. 그리고 자연의 법칙처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자기 자신에게 절망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절망할까? 부담스러운 삶의 모순을 자신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 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직접 관련이 없어도 자기 탓이라 생각하기 때문인 것이다.

 

체념은 현재의 삶을 저버리고 더 나은 세상이 있다는 생각을 위로삼아 현실을 회피하는 것이다. 따라서 체념하지 말라는 것이다. 체념한 사람은 이번 생에서는 이상을 실현할 수 없으니 다음 생에를 기대하겠다고 말한다.(p.260)” 하지만 키에르케고르가 제시한 해답은 참을성을 갖고 내게 일어난 일을 지금 이 생애에서 감당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이런 태도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왜 권하겠는가? 병에 걸린 아이가 죽어가는 모습을 왜 그대로 보고 있어야 하는가? 이런 고통에 어떻게 체념하고 손을 놓을 수 있는가? 어머니가 아이에게 간절히 바라는 것은 죽지 말라는 것이다! 어머니가 원하는 것은 여기서, 지금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믿는 연습을 해보자. 신앙으로 향하는 첫걸음이며 동시에 다른 타인을 사랑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이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이러저런 것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며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그렇게 할 것이라고 희망을 품는 것이다. 아이를 믿는 어머니는 무조건 믿는다.(p.264)” 용기를 내어 기대를 가져보자. 기대는 희망이 아니다. 무언가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 희망이라고 한다. 반대로 더 이상 희망이 없을 때 기대를 한다. 우리 삶에서 기대는 대단히 중요하지만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의외로 최고의 결과물이 나올 때는 가능성이 있을 때가 아니라 가능성이 없을 때라는 것이다.

 

우울증과 자살은 한국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책의 도입부에서 소개된 대로 세계보건기구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인 25%도 매년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앓고 있으며, 만성질병으로 신청한 병가의 50%가 우울증이나 불안증 때문이다.(p.280)” 현대인은 과거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보다 개인의 자유와 편안한 인프라를 더 많이 누리고 있는데 왜 더 절망할까? 저자는 절망이 문제라고 보기보다는 절망이 부정적이기만 한 감정인가라고 반문하며 왜 절망하려는지 근본적으로 따져보자고 한다. 절망하는 사람들을 보면 잘 안 풀리는 한 가지에 집착하며 자신을 비하하는 일이 많다. 같은 사람이라도 여러 장단점이 뒤섞여 있는데, 자신이 특히 남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 절망한다는 것이다.

 

요즘 많이 등장하는 용어 소확행도 소소한 소비와 교묘히 연결하는 광고 마케팅으로 활용된다. 혹시 많은 현대인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절망하는 이유가 미디어, 소비사회가 은연중에 정해놓은 획일적인 표전적인 삶에 미치지 못해서인가?(p.283)” 키에르케고르가 도덕을 강조하는 이유는 고리타분하거나 독선적인 인간이 되라는 뜻이 아니다. 실제로 도덕은 자신이 지닌 차이점을 활용해 공동생활에 좋게 기억하라고, 동시에 자신이 남다른 면을 가졌다고 우월감에 젖지 말라고 가르친다. 개인의 개성을 남과 구별 짓는 도구로 교묘히 활용하는 현대 소비사회를 사는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절망에 빠졌다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책을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12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12 댓글 16
종이책 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 평점10점 | 이달의 사락 k******4 | 2023.09.28 리뷰제목
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 다미앵 클레르제-귀르노/이주영 자음과모음/2018.10.12.   생활 속에서 철학적 사유를 하기가 정말 어려운 일인가? 나름대로 생각한 것을 말하면 사람들은 ‘개똥철학 집어치우라’고 한다. ‘간시궐(똥 친 막대기)’에도 불성이 있냐는 선불교의 공안도 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서양철학자 중에서 실천철학으로 유명한 키에르케고르의 철학을 빌어 우리의
리뷰제목

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

다미앵 클레르제-귀르노/이주영

자음과모음/2018.10.12.

 

생활 속에서 철학적 사유를 하기가 정말 어려운 일인가? 나름대로 생각한 것을 말하면 사람들은 개똥철학 집어치우라고 한다. ‘간시궐(똥 친 막대기)’에도 불성이 있냐는 선불교의 공안도 있는데 말이다. 그렇지만 서양철학자 중에서 실천철학으로 유명한 키에르케고르의 철학을 빌어 우리의 고민을 생각해 보게 하는 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의 저자 다미앵 클레르제-귀르노는 프랑스 투르의 한 고등학교에서 철학을 가르치고 있는 철학자다. 고전수사학 및 논쟁에 관한 현대 이론 분야에서 훈련을 받았으며, 설득의 주요 수단에 초점을 맞춘 세미나를 열어 사람들이 철학적으로 사고할 수 있는 방법을 제시한다. 저서로 고대 그리스의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의 실천철학을 재조명한 무기력한 날엔 아리스토텔레스가 있다.

 

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에서는 우리 삶을 바꾸기 위해 위대한 철학에서 끌어낼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나,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삶에 부여하는 의미까지 바꿀 수 있도록 관심을 갖게 한다. 네 개의 장으로 키에르케고르의 실천 철학을 우리 생활에 접목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연습하게 한다. 1. 진단하기 에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를 규정하고, 2. 이해하기 에선 우리 삶을 장악하려면 어떤 점에서 우리가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하는가? 여기에서 소개하는 혁신적인 철학 명제에 힘입어 새로운 시선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3. 적용하기는 어떻게 우리 생각이 그 자체로 우리의 현재 모습을 변형시키는 행동의 양상을 바꿀 수 있는지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4. 내다보기는 조금 더 형이상학적이고 사변적인 철학 명제 소개를 통하여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동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구성되었다. 다시 말해 인생에 대한 질문이 있고 각 장마다 그에 대한 의견이 소개된다. 그리고 구체적인 연습을 통해 철학적인 가르침을 삶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짚고 넘어가기의 문제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연습 방법을 찾고 진지하게 실천할 수 있는 적절한 상황을 찾도록 유도 한다.

 

우리는 특정 단점 하나에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 때문에 절망한다.(p.26)”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위험도는 다르다고 한다. 하나는 진정한 나 자신이 되고 싶으나 되지 못해 느끼는 절망이고, 또 하나는 지금의 내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느끼는 절망이다. 위험도로 따지면 당연히 전자가 덜 위험하다. 실제로 선택한 길보다는 선택하고 싶었으나 가지 못한 길이 자신의 본성과 가깝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개인 정체성은 놀랄 정도로 이분법적이어서 누구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정답을 내릴 수가 없다고 한다.

 

정체되고 숨 막히는 느낌이 든다. 절망할 때 느끼는 감정이다. 숨 막힌다는 것은 공기가 부족해서가 아닌가? 여기서 공기는 가능성을 의미한다. 절망에 빠지면 갇혀 사는 기분이 들 때가 있다. 필사적으로 떼어내고 싶은 현재의 정체성에 갇혀 있는 기분 때문이다.(p.66)” 잠시 시선을 돌리면 벗어나기 힘든 모순에 갇혀 있는 자신을 발견할 뿐이다. 종교는 끈질기게 죄책감을 심어주지 않는다. 죄책감과 맞서는 방법을 제시할 뿐이다. 죄책감을 크게 느껴보기 위해 새롭게 무언가를 찾을 필요는 없다! 절망 그 자체가 마음을 갉아먹는 죄책감이 가장 극도로 표현된 형태다. 심리치료사들은 환자들의 절망을 늘 마주한다. 종교가 없는 사람들도 역시 절망을 마주한다. 따라서 이를 출발점으로 삼아야 한다는 것이다.

 

예술은 어떤 대상을 다루든 사랑, 죽음, 유한함, 자유, 망각 등 인간의 삶을 주요 테마로 삼으려고 한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이 우리보다 강렬한 삶을 사는 것처럼 보이는 이유는 실존적인 고민을 하며 살기 때문이다.(p.128)” 우리가 픽션에 열광하는 이유는 완전한 행복이라는 이상을 비용 부담 없이 간접적으로 경험하기 때문이다. 작가는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지 않고 상상을 덧붙여 이상화하면 된다. 따라서 픽션은 픽션일 뿐 삶의 고통에서 진정으로 해방시켜주지 않는다. 우리는 픽션을 통해 현실을 잠시 잊을 뿐이다.

 

지금의 수준에 오르기까지 선수는 노력과 희생을 많이 했다. 그리고 이 수준을 계속 장기적으로 유지하려면 매일 똑같이 노력과 희생을 하고 또 해야 한다. 편히 쉴 수 있는 정상이란 존재하지 않는다.(p.155)” 선수는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승리는 쉽지만 계속 승리를 거머쥐는 일은 어렵다. 노력한 다음에도 편히 쉴 수가 없다. 현재 갖고 있는 것을 유지하려면 끝없이 노력해야 한다. 키에르케고르는 이를 가리켜 반복이라고 불렀다.

 

절망은 실존의 목숨을 가차 없이 나타내는 자신에 대한 증오였다. 원하는 대로 자유로울 수 없다는 생각에 우리는 절망한다. 한쪽에서는 자유와 영원불멸을 추구하는 본능, 또 한 쪽에는 정체성이라는 벗어던질 수 없는 무거운 짐. 이 둘 사이의 갈등이 절망을 키운다.(p.231)” 그런데 이제 알아보아야 할 것이 있다. 왜 자기 증오가 심해져 자기 비하로 확대될까? ‘나는 아무것도 아냐, 실패한 인간이야,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인간이야.’ 절망한 사람이 이토록 자책하지 않는다면, 원하는 자신의 모습이 될 수 없어도 마음을 다잡으면 된다. 그리고 자연의 법칙처럼 당연하다고 생각한다면 자기 자신에게 절망할 일은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왜 절망할까? 부담스러운 삶의 모순을 자신이 부족해서 생긴 일이라 보기 때문이다. 따지고 보면 직접 관련이 없어도 자기 탓이라 생각하기 때문인 것이다.

 

체념은 현재의 삶을 저버리고 더 나은 세상이 있다는 생각을 위로삼아 현실을 회피하는 것이다. 따라서 체념하지 말라는 것이다. 체념한 사람은 이번 생에서는 이상을 실현할 수 없으니 다음 생에를 기대하겠다고 말한다.(p.260)” 하지만 키에르케고르가 제시한 해답은 참을성을 갖고 내게 일어난 일을 지금 이 생애에서 감당해야 한다.’라는 것이다. 이런 태도가 누구나 할 수 있는 일이라면 왜 권하겠는가? 병에 걸린 아이가 죽어가는 모습을 왜 그대로 보고 있어야 하는가? 이런 고통에 어떻게 체념하고 손을 놓을 수 있는가? 어머니가 아이에게 간절히 바라는 것은 죽지 말라는 것이다! 어머니가 원하는 것은 여기서, 지금 기적이 일어나는 것이라고 저자는 말한다.

 

믿는 연습을 해보자. 신앙으로 향하는 첫걸음이며 동시에 다른 타인을 사랑하는 데 도움이 되는 방식이다. 누군가를 믿는다는 것은 그 사람이 이러저런 것을 해줄 것이라고 기대하며 의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가 그렇게 할 것이라고 희망을 품는 것이다. 아이를 믿는 어머니는 무조건 믿는다.(p.264)” 용기를 내어 기대를 가져보자. 기대는 희망이 아니다. 무언가가 일어날 수 있다고 생각하는 타당한 이유가 있을 때 희망이라고 한다. 반대로 더 이상 희망이 없을 때 기대를 한다. 우리 삶에서 기대는 대단히 중요하지만 과소평가하는 경향이 있다. 의외로 최고의 결과물이 나올 때는 가능성이 있을 때가 아니라 가능성이 없을 때라는 것이다.

 

우울증과 자살은 한국 사회만의 문제는 아니다. 책의 도입부에서 소개된 대로 세계보건기구의 최근 보고서에 따르면, 유럽인 25%도 매년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앓고 있으며, 만성질병으로 신청한 병가의 50%가 우울증이나 불안증 때문이다.(p.280)” 현대인은 과거 시대를 살았던 사람들보다 개인의 자유와 편안한 인프라를 더 많이 누리고 있는데 왜 더 절망할까? 저자는 절망이 문제라고 보기보다는 절망이 부정적이기만 한 감정인가라고 반문하며 왜 절망하려는지 근본적으로 따져보자고 한다. 절망하는 사람들을 보면 잘 안 풀리는 한 가지에 집착하며 자신을 비하하는 일이 많다. 같은 사람이라도 여러 장단점이 뒤섞여 있는데, 자신이 특히 남다른 가치를 부여하는 것이 만족스럽지 못할 때 절망한다는 것이다.

 

요즘 많이 등장하는 용어 소확행도 소소한 소비와 교묘히 연결하는 광고 마케팅으로 활용된다. 혹시 많은 현대인들이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며 절망하는 이유가 미디어, 소비사회가 은연중에 정해놓은 획일적인 표전적인 삶에 미치지 못해서인가?(p.283)” 키에르케고르가 도덕을 강조하는 이유는 고리타분하거나 독선적인 인간이 되라는 뜻이 아니다. 실제로 도덕은 자신이 지닌 차이점을 활용해 공동생활에 좋게 기억하라고, 동시에 자신이 남다른 면을 가졌다고 우월감에 젖지 말라고 가르친다. 개인의 개성을 남과 구별 짓는 도구로 교묘히 활용하는 현대 소비사회를 사는 우리가 한 번쯤 생각해보면 좋을 말이다. 그렇기 때문에 절망에 빠졌다 생각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한다.

 

8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8 댓글 0
종이책 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 평점8점 | 이달의 사락 k******4 | 2018.12.27 리뷰제목
<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에서는 우리 삶을 바꾸기 위해 위대한 철학에서 끌어낼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나,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삶에 부여하는 의미까지 바꿀 수 있도록 관심을 갖게 한다. 네 개의 장으로 키에르케고르의 실천 철학을 우리 생활에 접목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연습하게 한다. 1. 진단하기 에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를 규정하고, 2. 이해하기 에선
리뷰제목

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에서는 우리 삶을 바꾸기 위해 위대한 철학에서 끌어낼 수 있는 일상의 소소한 일들이나, 우리가 삶을 바라보는 시선과 삶에 부여하는 의미까지 바꿀 수 있도록 관심을 갖게 한다. 네 개의 장으로 키에르케고르의 실천 철학을 우리 생활에 접목할 수 있도록 소개하고 연습하게 한다. 1. 진단하기 에서는 먼저 해결해야 할 문제를 규정하고, 2. 이해하기 에선 우리 삶을 장악하려면 어떤 점에서 우리가 이해하는 방식을 근본적으로 바꾸어야 하는가? 여기에서 소개하는 혁신적인 철학 명제에 힘입어 새로운 시선으로 자기 자신을 바라보게 한다. 3. 적용하기는 어떻게 우리 생각이 그 자체로 우리의 현재 모습을 변형시키는 행동의 양상을 바꿀 수 있는지 일상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을 발견할 수 있게 한다. 4. 내다보기는 조금 더 형이상학적이고 사변적인 철학 명제 소개를 통하여 책을 읽는 것에 그치지 않고 행동하는 법을 배울 수 있게 구성되었다. 다시 말해 인생에 대한 질문이 있고 각 장마다 그에 대한 의견이 소개된다. 그리고 구체적인 연습을 통해 철학적인 가르침을 삶에서 실천할 수 있도록 짚고 넘어가기의 문제가 있다. 그뿐만 아니라 자신에게 맞는 연습 방법을 찾고 진지하게 실천할 수 있는 적절한 상황을 찾도록 유도 한다.

 

우리는 특정 단점 하나에 절망하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부족하다고 생각하는 나 자신 때문에 절망한다.(p.26)” 키에르케고르는 절망에는 두 가지 형태가 있는데 위험도는 다르다고 한다. 하나는 진정한 나 자신이 되고 싶으나 되지 못해 느끼는 절망이고, 또 하나는 지금의 내 모습에서 벗어나고 싶어서 느끼는 절망이다. 위험도로 따지면 당연히 전자가 덜 위험하다. 실제로 선택한 길보다는 선택하고 싶었으나 가지 못한 길이 자신의 본성과 가깝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개인 정체성은 놀랄 정도로 이분법적이어서 누구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정답을 내릴 수가 없다고 한다.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2
종이책 273. 184. 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 평점6점 | YES마니아 : 골드 g********o | 2018.10.29 리뷰제목
절망과 키에르케고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일생을 우울하게 살았던 그와 절망이라는 단어는 묘하게 하나처럼 어우러진다. 이 책의 서평단은 ‘절망’이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신청했다. 절망하면 빼놓을 수 없는 내 인생을 어떻게 구제해볼 수 있을까 싶어서.   읽는 건 힘들었다. 오래 걸리기도 했고, 읽으면서 나의 절망을 이끄는 요인들을 계속 생각하고 곱
리뷰제목

 

 

절망과 키에르케고르. 너무나 잘 어울리는 조합이다. 일생을 우울하게 살았던 그와 절망이라는 단어는 묘하게 하나처럼 어우러진다. 이 책의 서평단은 절망이라는 단어 하나 때문에 신청했다. 절망하면 빼놓을 수 없는 내 인생을 어떻게 구제해볼 수 있을까 싶어서.

 

읽는 건 힘들었다. 오래 걸리기도 했고, 읽으면서 나의 절망을 이끄는 요인들을 계속 생각하고 곱씹고, 또 좌절하고 우울하고 힘들었다. 책도 어려운 데다가 내 생각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질 못해서 더 힘들었던 책이다. 이 책을 통해 나아져야 하는데, 오히려 이 책을 통해 생각하고 또 생각하느라 더 괴로웠던 것 같다.

-       왜 절망이 이 정도로 여러분이 스스로 바라보는 모습을 비참하게 만드는지 생각해보자. 무엇 때문에 이토록 자존감이 낮아졌다고 생각하는가? 그 원인은 무엇일까? (p.32)

생각하면 할수록 자존감이 낮아진다. 원인이 분명하지 않고, 심지어 절망의 이유가 없다는 것을 알게 되어 좀 나아져야 하는데 왜 난 더 괴로워 졌는지. 절망 그 자체를 인정하고, 우리 모두에게 있을 수 밖에 없는 것임을 알고 받아들여야 하는데, 절망의 고통에서 책 읽는 내내 허우적거린 기분이다.

 

이 책은 키에르케고르의 사상을 통해 우리의 절망에 대해 천천히 알아보고 생각을 이끌어 해결방안까지 찾아간다.

-       먼저 자신의 문제를 식별하고 나서 새로운 이론의 도움을 받아 그런 문제를 해석해야 한다. 그러면 결국 구체적인 행동을 통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우리는 생각하고 느끼고 행동하는 방식을 바꾸고 나서야 비로소 더 넓은 삶의 범위와 삶의 의미에 대해 자문해볼 수 있을 것이다. (p.10)

이는 우리가 겪는 대부분의 문제에 적용할 수 있는 방식이다. 일단 문제가 무엇인지 파악하고, 새로운 이론을 찾아보고, 해결 방법을 찾아 더 나은 삶을 찾아가는 것. 그것이 고전을 읽으면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 된다. 어려움을 미리 겪었던, 비슷한 고통에서 해결책을 찾은 선조의 도움을 받는 것이다.

 

내용에 집중을 하기가 어려웠던 탓에 글을 어떻게 풀어 나가야 할지 어렵다. 키에르케고르의 대략적인 내용을 알고 있고, 이 책의 내용도 대략적이나마 알겠지만 전체 흐름을 이야기 하기에는 역량 부족이다. 좋았던 몇 몇 부분만 언급해보고자 한다.

 

현대에서 이야기하는 일반적인 관념을 뒤집는 것들이 많아서 좋다. 책에 질문들이 많은 것도 그렇다. 우리의 믿음을 의심하고 사실이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거짓일지도 모른다는 방식으로 이야기를 이끌었다. 그렇게 절망이라는 것이 병이 아니고, 우리가 극복해내야만 하는 무언가가 아님을, 절망이라는 것을 통해 내가 살아가는, 존재하는 이유에 대해 고민할 수 있는 통찰력을 제공한다.

-       인간은 정신이다. 그렇다면 정신은 무엇인가? 자아다. 그렇다면 자아는 무엇인가? 자신과 맺는 관계다. 다른 말로 하면 정신은 내 안의 자아와 맺는 내면적인 방향이다. 자아는 관계가 아니라 관계를 맺는 자신에 대한 피드백이다. (p.57, 죽음에 이르는 병 351)

자아라는 것은 그저 내가 결정한 내 모습이 아니라, 내면의 나와 맺은 관계로 인해 알 수 있는 피드백이라는 것. 어려운 말인 듯 하긴 하지만, 자아라는 것은 온전히 나 스스로가 만드는 경우가 드물고, 제대로 찾기도 힘들다. 이 책을 통해 자아를 찾는 방식을 생각해 보았다.

-       감정은 다른 사람들과 동조하는 방법이고 열정은 특정 명분에 헌신하는 자아의 존재를 단단히 보호하는 방법이다. 열정은 개인으로서의 정체성을 받아들지 못하게 방해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 정체성을 보호해주는 유일한 방패막이다. (p.90)

저자는 열정이라는 요소를 강조한다. 감정은 동조하고 일시적인 것이라 자신을 제대로 알기에 어렵다. 열정이 필요하다. 열정이 이성보다 우월하며 이성적인 삶의 허구에 대한 해결책이다. 그에 대한 이유가 조금은 빈약하다 싶기는 하지만 열정이 인생을 살고, 나 자신을 채워나가는 데 큰 역할을 하는 것은 분명하니, 인정하지 않을 수는 없다.

 

-       시간은 영원할 것 같고 신처럼 영원히 살 것 같다고 착각하며 오히려 인생을 무미건조하게 보내며 낭비하지 않을까? 인간은 언젠가는 죽는 존재라는 사실을 늘 생각하고 있지 않는다면 어떤 삶을 살게 될까? 시간을 소중히 여기며 행동에 의미를 두려면 죽음을 늘 염두에 두는 일만큼 좋은 방법이 있을까? (p.133-134)

Carpe Diem! 개인적으로 한국 사람들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라틴어 문구가 아닐까 한다. 그 순간에 충실하게 살라는 이 말을 깨는 저자의 관점이 놀라웠다. 속세의 욕구에 사로잡히게 되는 순간을 사는 것은 너무 협소하다는 것. 우리는 이상을 위해 살아야 하므로 그마저도 좋지 않다는 것이다.

-       행복주의 철학은 우리 각자가 당연히 행복을 추구한다는 확신에서 출발한다. (p.53)

-       인간은 완전한 행복이라는 이상이 있기에 위대하지 않은가! 따라서 우리는 이상을 추구해야 한다. 이상은 실현할 수 없는 대상이기 때문에 적어도 이상에 걸맞은 모습이 되기 위해 최선을 다해보아야 한다. (p.146)

이상이라는 것이 결국 궁극적으로 도달해야 하는 지향점이다. 우리가 행복하기 위해서 이상이라는 것이 필요하고, 그 이상이 무엇인지를 알아야 하는 것이 이 책의 관건이다. 우리가 그 이상에 도달하기 위해 노력할 때에만 우리는 완벽한 행복이라는 것을 맛볼 수 있고, 조금씩 근접해갈 수 있다는 것이다. (여기서 도덕성의 이야기가 추가되어야 한다.) 그 이상을 뭐라고 생각해야 할까?

-       복음에 따르면 불가능해 보이는 것도 가능하고 영원한 사랑은 쓸데없는 말이 아니며 영원한 행복은 허황된 소원이 아니며 선을 추구하는 모든 윤리적인 노력은 신의 섭리가 도와주기에 쓸데없는 행동이 아니다. (p.258)

기승전 신앙으로 끝나는 이 책. 왠지 배신감이.. 왠지 좋은 말씀 전하러 오신분께 제대로 낚인 기분이었다. (종교를 싫어하지 않지만, 전도는 꽤나 거부하는지라.. 천주교 학교에서 종교학을 2년동안 들었고, 교회도 꽤나 오랫동안 다녔음.) 잠시 잊고 있었던 이 책이 주인공. 키에르케고르의 책이라는 것을. 신앙심을 빼놓고는 이야기 할 수 없는 그인데. 어쩌면 내가 눈치채지 못하고 있었던 것 같기도 하다. 절망감은 우리가 이상, 신으로 이끌리게 되는 근원적인 동기였던 것이다. 사실, 결국 너무 허무해서 그냥 책을 덮고 싶은 마음이 들끓었다. 다 읽기는 했지만, 결론이 꽤나 마음에 들지 않아서 찝찝한 책으로 남았다.

 

그렇다고 내용마저 마음에 들지 않은 것은 아니다.

-       도덕만이 우리를 인간으로 대한다. 우리 각자 라고 말할 수 있는 인간으로 대한다. (p.199)

-       , 특별한 사람이 되어서 나다워지겠다는 목표를 세워서는 안 된다. 그 끝은 모든 사람과 비슷해지는 것이다. 그보다는 진정한 자기 자신이 되어 특별함으로 빛나겠다는 목표를 세워야 한다. , 인간미가 있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다. (p.210)

정치인은 사람들을 시민으로 대하고, 경제는 소비자로 대한다는 저자의 말에 공감했다. 도덕만이 우리 모두를 하나의 동등한 인간으로 대한다는 것, 그래서 우리가 도덕적인 삶을 살아야 한다. 나에게 도덕적인 측면이 이상향이 되어 줄 것이다. 그것이 진정한 인간미 있는 진정한 자신의 모습이 될 거라는 걸 믿는다. 마지막 인용문이 가장 좋았다. 특별한 사람이라는 것은 속물의 목표가 되는 것이고, 그것은 모두가 같은 사람이 되도록 만드는 원리임을 이해할 수 있었다. 나만의 특별함을 나의 선택으로, 나의 도덕적인 이상을 근거로 내가 선택함으로써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겠다.

 

표지가 뭔가 고무 재질인 것 같은 느낌이 드는, 묘한 책이다. 책 뒷날개에 함께 기재되어 있는 시리즈들이 맥락이 뚜렷해 보여 탐난다. 고전을 읽어야 할 이유를 다시 한 번 생각했다. 어려운 건 맞지만 그만큼 우리의 존재와 본질에 대해 어려운 내용을 다루고 있으니 어려운 것도 맞다. 내가 고민해야 하는 문제를 함께 고민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고전의 가장 큰 장점이라고 생각된다. 키에르케고르를 만나 볼 수 있는 좋은 기회였다. 비록 오타가 좀 많고 기승전 신앙으로 끝나는 것이 아쉽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자음과모음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7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7 댓글 4
종이책 다미앵 클레르제-귀르노, 『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 평점10점 | o*****s | 2018.11.01 리뷰제목
절망을 넘어서는 길은 언제나 자기 마음속에 있다- 다미앵 클레르제-귀르노, 『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       데모크리토스가 절망에 빠지자 아브디라의 시민들은 절망이라는 병을 고치기 위해 당시 최고의 의원인 히포크라테스를 불렀다. 데모크리토스와 면담을 마친 히포크라테스는 이 사람만큼 건강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아브디라의 시민들이 병이라고
리뷰제목

절망을 넘어서는 길은 언제나 자기 마음속에 있다

- 다미앵 클레르제-귀르노, 『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

 

 

 

데모크리토스가 절망에 빠지자 아브디라의 시민들은 절망이라는 병을 고치기 위해 당시 최고의 의원인 히포크라테스를 불렀다. 데모크리토스와 면담을 마친 히포크라테스는 이 사람만큼 건강한 사람은 본 적이 없다고 이야기했다. 아브디라의 시민들이 병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히포크라테스는 건강함이라고 본 것이다. 『절망한 날엔 키에르케고르』(자음과모음, 2018)에서 지은이는 절망을 병으로 볼 경우, 우리 또한 아브디라의 시민들처럼 데모크리토스를 오해할 거라고 이야기한다. 절망은 고쳐야 할 병이 아니다. 약으로 병을 치유한 사람들은 정상적으로사회에 복귀할 수 있다고 사람들은 생각한다. 이리 보면 절망은 비정상이다. 비정상을 정상으로 돌리기 위해서는 병을 치유하는 의사가 필요하다. 지은이는 절망을 비즈니스로 이용하는 시장만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으며 그럴 듯한 해결 방법을 파는 사람, 상담가, 코치, 자기 관리 전문가들만이 정체성 불안을 겪는 사람들을 이용해 호황을 누리고 있다.”(20)라고 비판한다.

 

한국사회라고 예외가 아니다. 서점에 나가면 자기 계발서가 가장 좋은 위치에 놓여 있다. 자기 계발서는 자기를 계발하지 않는 사람들을 병자로 취급한다. 병자에게는 언제나 병을 치유하는 약을 제공해야 한다. 자기 계발서에는 그래서 자아를 치유하는 방법들이 즐비하게 나온다. 이 책에 적힌 약을 먹으면 자기 계발의 목표를 달성해 사회에 정상적으로나아갈 수 있다고 그들은 이야기한다. 정말 그럴까? 지은이 식으로 표현한다면 진정으로 절망은 질병으로 보아야 하는 것일까?”(21) 지은이는 절망의 이유를 외부에서 찾으면 안 된다고 강조한다. 절망의 이유를 외부에서 찾으면 정작 자신을 들여다보는 힘을 기르지 못한다. 자아를 평가하는 기준은 언제나 외부에 있다. 자아를 외부 기준에 맞추면, 그러니까 사람들이 제시하는 치료약을 먹으면 절망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사람들은 섣부르게 판단한다. 자기를 정확히 들여다보지 않은 상태에서 이런 방식을 받아들이는 게 과연 무슨 의미가 있을까?

    

진부한 말처럼 들릴 수 있다. 한 남자가 있다. 꿈꾸던 직업을 선택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인생이 실패했다고 생각한다. 지금의 아내는 결혼하고 몇 년 지나고 보니 진정한 반쪽이 아닌 것 같다. 흔히 말하는 실패한 인생이다. 우리는 이러한 상황에 놓이면 섬세하게 판단하지 못한다. 이 남자는 본성을 외면했기에 자신다운 삶을 살지 못한다고 생각해야 할까? 그런데 달리 생각하면 혹시 이 남자는 단 한 번도 본성을 따른 적이 없는데 이제 와서 변명만 하는 것은 아닐까? 현재 만족스럽지 않은 결과는 전부 그가 선택한 것이 아니던가? 지금의 직업을 선택한 것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 남자 자신이다! 지금의 아내와 결혼한 것도 다른 사람이 아니라 바로 그 남자 자신이다! 이 남자는 어떻게 전부 나의 본성이 선택한 길이 아니야!”라고 말할 수 있을까? 어떤 이유로 이 남자는 실제로 선택한 길보다는 선택하고 싶었으나 가지 못한 길이 자신의 본성과 가깝다고 확신할 수 있을까? 개인 정체성은 놀랄 정도로 이분법적이어서 누구든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정답을 내릴 수가 없다. (58~59)

    

지은이는 이 책을 다음 네 가지 방식에 맞추어 서술하고 있다. 우선 진단하기가 있다. 자신의 문제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는 단계이다. 문제를 파악했으면 그것을 새로운 시선으로 바라볼 필요가 있다. 지은이는 이를 이해하기로 규정한다. ‘적용하기는 새로운 시선을 바탕으로 우리의 현재 모습을 변형시키는 과정을 가리킨다. 일상에 적용하는 방법을 스스로 찾는 과정이라고 해도 좋겠다. 마지막으로 내다보기가 있다. 이 단계에서 독자들은 삶의 목적, 삶의 궁극적 목적에 관한 질문에 직면하게 될 것이다.”(12)라고 지은이는 말한다. ‘진단하기라는 구체적인 상황을 분석하는 과정을 거쳐 우리는 삶의 궁극적인 목적에 이를 수 있는 거라고 지은이는 말하고 있는 셈이다. 꿈을 꾸는 사람은 늘 현실의 한계와 부딪힌다. 절망은 그러니까 현실의 한계를 극복할 수 없는 마음에서 비롯된다고 하겠다. 돌려 말하면 자기가 처한 상황(절망)이 어떤지 스스로 판단하는 힘을 길러야 거기서 벗어날 수 있는 힘 또한 나올 수 있다. ‘진단하기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으면 이해하기로 나아가기 힘들다는 얘기다.

 

절망으로 아픈 사람들에게서 지은이는 열정의 망각을 찾아내고 있다. 사람들을 열정으로 이끌어내는 길목에서 지은이는 우선 생각하는 주체사유하는 주체를 구분한다. 생각하는 주체는 육체, 감정, 열정을 갖춘 구체적이고 독립적인 개인이다. 반대로 사유하는 주체는 생각 그 자체다. 생각이 진정한 주체가 되었다.”(85) 우리는 과연 사유만 하며 살 수 있을까? 인간은 육체, 감정, 열정을 고루 갖춘 구체성을 지닌 존재이다. 사유가 인간을 형성하는 절대적인 조건은 아니라는 말이다. 키에르케고르는 사유의 주체로 전락한 대중들이 지배하는 사회를 비판한다. ‘군중’, ‘다수’, ‘국민’, ‘대중이라는 말들에는 생각하는 주체가 없다. 개성을 잃은 다수들이 현대인을 대변하고 있는 것이다. 사유의 반대편에서 지은이는 열정과 사랑을 발견한다. 열정적인 사람은 완전한 행복을 추구한다. 완전한 행복은 를 바깥의 기준에 맞춘다고 오는 게 아니다. 완전한 행복을 갈망하는 사람은 자기 한계와 두려움 없이 마주한다. 열정은 결국 자기 자신을 똑바로 보는 힘을 통해서만 내면에서 길어올릴 수 있는 셈이다.

 

지은이에게 자기 본질과 마주하는 삶은 무엇을 의미할까? 자신의 삶을 픽션으로 꾸미지 않는 삶이다. 우리의 삶을 무대처럼 꾸미고 삶을 늘 아름다운 대상처럼 감상하려는 태도는 진짜 삶을 사는 것이 아니라 그저 자신이 살아가는 모습을 관객처럼 바라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145) 픽션에 빠지지 않으려면 이상, 곧 절대적인 것을 추구하는 마음을 가져야 한다. 물론 이런 마음만으로는 안 된다. 그 마음을 유지하기 위해 현실 속에서 끊임없이 노력해야 한다고 지은이는 강조한다. 픽션은 환상이다. 환상은 열정과 상관이 없다. 열정적으로 이상을 추구하는 사람은 환상에 빠지지 않는다. 현실에 충실하며, 반복되는 현실 속에서 새로운 것을 찾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 이렇게 되면 우리는 결국 수없이 반복되는 현실(=일상)을 살면서 무언가를 끊임없이 선택하는 존재가 된다. 무엇을 선택하느냐에 따라 우리 인생이 달라질 수 있다. 내면이 강한 사람일수록 마음에서 속삭이는 윤리를 따르게 될 가능성이 높을 것이다.

    

윤리적인 선택은 완전한 행복이라는 이상을 포기하지 않고 여기에 충실할 때 나온다. 충만한 기분을 느끼기 위해 이상적인 자신의 모습을 받아들이는 방식이다. 내 안의 모습에 충실하고 싶다는 모습이 간절하면 절대로 자신에 맞지 않는 모습을 그대로 참고 견디지 않는다. 명예와 관련된 문제로 보는 것이다. 내 안의 모습은 생명력이 넘치고 완전한 행복을 열망한다. 자신에게 맞지 않는 모습은 자기부정이요 자기 상실과 같다. 우리는 더욱 고귀하고 발전된 모습을 추구하며 앞으로 나가야 한다. 자기답지 않은 모습은 이상을 배반하는 일이기 때문이다. (181)

    

지은이는 윤리를 자기다운 모습과 연결시키고 있다. 윤리라는 게 외부에서 주어지는 조건이 아니라는 걸 분명히 밝히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은 늘 다른 사람과 자신을 비교한다. 다른 사람이 원하는 걸 원하면서도 마치 그것이 자기의 이상인 것처럼 포장한다. 픽션이다. 지은이는 우리만의 개성을 보호하려면 진정한 자신을 유지해야 한다. , 특별한 사람이 되어서 나다워지겠다는 목표를 세워서는 안 된다. 그 끝은 모든 사람과 비슷해지는 것이다.”(210)라고 주장한다. 특별한 사람이 되려는 욕망은 모든 사람과 비슷한 꿈을 꾸는 것에 불과하다. 돌려 말하면 모든 사람은 특별한 사람이 되는 꿈을 꾼다. 특별한 사람이 되어야 완전한 행복에 이를 수 있다고 생각한다. 특별한 사람이 되는 기준은 바깥에 있다.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는 삶을 우리는 특별한 삶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자기 마음이 가는 길을 따르지 않고, 다른 사람이 원하는 길을 따른다는 점에서 이것은 자기기만이다. 지은이는 완전한 행복은 자기기만을 두 눈 똑바로 뜨고 보는 과정 속에서 이루어진다고 말한다.

 

네 번째 단계인 내다보기에서 지은이는 신의 진정한 존재를 인정하자고 이야기한다. 지은이가 말하는 신을 생각한다는 건 초자연적인 신성과 연결되어 어떻게 인간다운 삶을 살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태도를 가리킨다. 사랑의 감정이 그런 것처럼 종교의 감정 또한 비합리적인 열정을 따른다. 어떤 종교를 믿든, 무신론자든 사람들은 저마다 자기 마음속에 절대성을 향한 믿음을 지니고 있다. 무신론자 또한 결과적으로 신을 상정하고 있지 않은가? 신이 없다는 말에는 에 대한 사고가 가능하다는 전제가 깔려 있다. 지은이는 신을 종교=신앙과 연결시키고 있지만, 이 책을 읽는 우리는 이를 다르게 받아들여도 상관없다. 동양에서는 신을 내면에 있는 존재로 말하고 있지 않은가? 내 안에 있는 신을 이야기하는 것은 자신의 본질과 올곧게 대면하겠다는 믿음과 이어져 있다.

 

절망을 이야기하면서 지은이는 왜 신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일까? 절망은 병이 아니다. 병을 고칠 약을 먹는다고 절망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절망은 그렇다면 무엇일까? 절망은 자아가 세상과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느냐는 문제와 이어진다. 세상과 대면하는 자아를 들여다보지 않으면 절망에서 벗어나는 일은 불가능하다. 지은이는 자기 내면과 긴밀하게 대화하는 존재를 이야기하기 위해 신을 이야기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신을 외부에 있는 절대적인 존재로 한정할 필요가 없다. 내 마음속에 있는 존재로서 신을 상정하면, 절망을 극복하는 일이란 결국 마음속의 신을 발견하는 일과 다르지 않은 것이 된다. 부처는 마음이 곧 부처라고 했다. 자기 마음과 제대로 마주하면 깨달음에 이를 수 있다는 말이겠다. 돌려 말하면 자기 본질과 마주하는 건 엄청나게 힘든 일이다. 키에르케고르 철학을 경유하여 지은이는 우리 스스로 자기 내면과 마주할 용기를 내보여야 한다고 주장한다. 절망한 날일수록 자기 마음을 들여다볼 줄 알아야 한다. 해결책은 결국 자기 마음속에 들어 있는 것이다.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5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5 댓글 0

한줄평 (10건) 한줄평 이동

총 평점 10.0점 10.0 / 10.0
뒤로 앞으로 맨위로 공유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