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안과 함께 살아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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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안과 함께 살아지다

마음이 위태로운 나에게, 철학과 그림이 손을 내밀다

민이언 | 다반 | 2018년 4월 2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 10.0 (2건)
분야
에세이 시 > 에세이
파일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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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불안과 함께 살아지다 - 현대철학 한 권으로 쉽게 이해하기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n****k | 2019.04.29 리뷰제목
민이언 교수의 글을 해외 주재 시절 우연히 접했다.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과 <화양연화> 그리고 <해피 투게더>의 해석을 찾던 중이었을 것이다.  그의 블로그 'Mini of Dyonisos'를 통해서 였다.  영화를 무척이나 쉽게 풀어주는 글들을 많이 즐겼다.  때론 해석 - 영화 <2046> -을 강요(?)하기도 했다.  지젝이 영화 비평을 통해 그의 성가를 극단으로 올렸던 사실도 상기
리뷰제목

민이언 교수의 글을 해외 주재 시절 우연히 접했다.  왕가위 감독의 <아비정전>과 <화양연화> 그리고 <해피 투게더>의 해석을 찾던 중이었을 것이다.  그의 블로그 'Mini of Dyonisos'를 통해서 였다.  영화를 무척이나 쉽게 풀어주는 글들을 많이 즐겼다.  때론 해석 - 영화 <2046> -을 강요(?)하기도 했다.  지젝이 영화 비평을 통해 그의 성가를 극단으로 올렸던 사실도 상기되었다.  


이 책은 그의 글들을 오래 동안 활용(?)해 왔던 부채의식으로  구매했다.  매우 만족한다.  영화의 해석도 그렇지만, 현실 생활, 특히 현대인의 불안을 아주 쉽고도 평이한 문체로 인식된다.  흔히 구조주의 등 현대철학의 대방가로 일컬어지는 니체, 샤르트르, 라캉, 푸코, 들뢰즈, 데리다, 보드리야르 등의 빛나는 아포리즘은 화끈한 덤이다.   특히 엄친아, 친구 남편, 명품족 등 한국적 상황과 관련한 용어 탄생의 비의를 철학적 사유로 분석해 준다.  때로는 취준생, 공시족, 연애에 이어 SNS, 인싸와 아싸, 미술 뒤에 숨은 불안의 감성을 집어 주고 있다. 철학의 재미를 자연히 더해 준다.


그는 어떤 불안도 혼자인 경우 존재할 수 없다는 점을 강조한다.  왕가위 감독의 영화 <동사서독>을 인용하면서 사막 너머에는 사막이 있을 뿐이라며, 인간의 기억력이 인간을 고독하게 만든다고 말한다.  금붕어의 3초 기억력의 행복을 덧붙여서 말이다.  라캉의 욕망 이론을 꽤 많이, 자주 활용하고 있다.  '우리는 타자의 욕망을 욕망하며, 욕망의 타자의 담론'이라는 유명한 명제가 아주 쉽게 다가오고 있다. 


라캉의 욕망의 담론과 샤르트르의 시선을 블렌딩하여 그만의 말의 성찬을 만들어 내기도 한다.  샤르트르가 말했던 '타인의 지옥이다'를 기어코 쉽게 말해 낸다.


라캉에 의하면 가면 뒤에 진짜 얼굴이 있는 것이 아니라 텅빈 공백만 있으며, 개인의 무의식 조차 타자의 담론에 오염되어 있다.  너가 있기에 너와 구분되는 내가 있고, 내가 있기에 너와 그들이 존재한다.  그 매개가 '시선'이며 내가 아니라 타인이 나를 보고 평가하고 인정해 준다.  그래서 타인은 지옥이다.


1인 미디어 SNS의 익명성을 풀이하면서 보드리야르의 시뮬라시옹 이론을 활용한다.  "미국 전체가 가상이라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 디즈니랜드가 만들어졌다"는 그의 말은 여전히 유명하다.  또 그가 걸프 전쟁에 대해 말했던 "어느 쪽도 승리를 주장할 수 없고, 전쟁은 이라크에서 아무 것도 변화시키기 않았다며, 걸프전은 일어나지 않았다"라는 주장을 펴 논란이 되기도 했다.


SNS는 일종의 가상현실이다.  1인 미디어이고, 남들에게 가치를 인정받아야 한다.  그래서 고급 외제차를 사고, 성형을 하고, 익명성을 즐긴다.  보드리야르는 미국을 디즈니랜드에 비유한다.  경제대국의 꿈의 공간을 현실로 제시하는 효과이다.  한국은 롯데월드이다.


지금 한국 사회의 가장 핫한 이슈인 비혼 혹은 결혼기피 현상을 들뢰즈의 '되기'의 개념으로 해설함도 재미있다.  사실 청춘의 최대 고민은 생존이다.  서은국 교수의 책 <행복의 기원>에서의 강력한 표현이 떠오른다.  "사람은 동물이다.  동물의 1차적 본능은 생존이다.  생존이 불안하면 종족 번식은 어렵다.  말하자면 결혼의 희망도 허황된 꿈"이라고 단언했던 그 언어들을. 


무엇인가 그럴듯한 뭔가가 되기(becoming) 위해 노력했지만, 무엇인가 되고(being) 난 후 여전히 힘든 현실을 고발한다.  공무원이 되고 공기업에 취직하니 오히려 희망도 없고 행복하지 않다는 말로.  


취직만 하면 다 될 줄 알았는데, 취직 너머에 또 다른 초가의 아파트 마련하기의 공성장벽이 펼쳐진 한국의 현실을 고발하고 있는 것이다.   민 교수가 '사랑'에 관해 썼던 글이 가장 와닿는다.  사랑은 애초 비극이 내재되었고, 사랑을 위해서가 아니라 나를 사랑함으로 사랑이 절대 성립하지 못했던 기억들을 고발하고 있다.


사랑은 오해에서 비롯된다.  '그'인 줄 알았던 모습에 끌렸던 그녀와 '그녀'인 줄 알았던 모습에 끌린 그가 만나 사랑한다.  헤어진 후 내가 알던 그와 그녀는 어디로 갔냐고 묻는다.  니체는 말했다.  사랑의 대상을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대상을 향한 자신의 사랑을 사랑했던 것이며, 사랑은 사랑할 때가 아니라 헤어진 후에 비로소 깨닫는 것이다.


민교수는 이런 저런 다얗한 철학의 언어를, 그만의 문체로 변용하여 위로하려고 노력한다.  어떤 것은 딱 들어 맞고, 어떤 것은 모르겠고, 어떤 것은 모호했다.  한 번의 독서로만으로는 다 이해하기 힘들 수도 있다.  두 번을 읽으면 머리에 남는 것이 생긴다.  세 번을 읽으니 작가의 몇 마디를 따라할 수준에 도달했다.  철학은 절대 어렵지 않다.  열 번을 숙독하면 반드시 이해된다는 누군가의 말은 맞는 듯 하다.  독서백편의자현의 깊이! 


작가가 오랜 세월 습득하고 성찰하며 터득했던 본질을 쉬운 문체로 읽을 수 있다는 즐거움에 감사한다.  그리고 책의 화두 '불안'은 '희망'의 또 다른 표현이라고 본다.  가까이 있는 것을 찾지 못해 늘 엉뚱한 곳을 찾아 헤매는 우리에게, 치르치르의 파랑새는 결코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바로 옆에 놓인 새장 속의 새일거라고 넌즈시 위로해 준다.   그의 말대로 알려면 때론 먼 길을 돌아야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불안과 함께 사라지다>를 읽으며 현대철학을 조금 더 깊고 넓게 이해할 수 있는 계기가 되리라 감히 일독을 강추한다.  


( 책의 인용글은 원문과 일치하지 않을 수도 있음을 말한다.  여기 저기 손으로 메모한 것들을, 이쪽의 공간으로 옮기는 과정의 오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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