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임금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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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임금 잔혹사

조민기 | 책비 | 2014년 6월 16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 9.0 (13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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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인물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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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주간우수작 그들에 매혹되다 [조선임금 잔혹사] 평점9점 | 이달의 사락 v*****7 | 2014.06.13 리뷰제목
역사란 확실히 "과거와 현재의 대화"가 맞나 봅니다. 관(官)에서 강요한 충. 효 위주의 사관(史觀)이 지배적일 때에는, 조선이건 고려건 그저 두루뭉술, 무색무취, 운명, 필연 위주의 시야를 강요당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세상이 장밋빛으로 충만하지도 않고, 순리보다는 모순과 비위가 더 많은 곳이라는 사실을 굳이 은폐하려는 세력이 수그러든 다음에는, 그저 양반님네들이 공자의
리뷰제목
역사란 확실히 "과거와 현재의 대화"가 맞나 봅니다. 관(官)에서 강요한 충. 효 위주의 사관(史觀)이 지배적일 때에는, 조선이건 고려건 그저 두루뭉술, 무색무취, 운명, 필연 위주의 시야를 강요당하던 시절도 있었습니다. 세상이 장밋빛으로 충만하지도 않고, 순리보다는 모순과 비위가 더 많은 곳이라는 사실을 굳이 은폐하려는 세력이 수그러든 다음에는, 그저 양반님네들이 공자의 가르침에 따라 질서 정연하게 다스렸을 것만 같은 조선의 역사도, 요즘이나 마찬가지로 음모와 모략, 부정과 불의가 판을 쳤다는 사실에 일반 대중도 눈을 뜨기 시작했습니다. 이덕일 씨 같은 대중저술가가 인기를 끈 것도, "가면 뒤에 숨겨진 잔혹한 진실"의 폭로에다가, 특유의 상상력까지 가미하여 재미있게 펼쳐 내는 그의 솜씨 덕분이었을 줄 압니다.


그래서 이 책을 처음 열었을 때에는, "우리가 몰랐던 또 어떤 무서운 진실을 저자분이 시원하게 파헤쳐서, 진실만이 안겨다 줄 수 있는 건강한 카타르시스를 맛 볼 수 있을지"가 기대되었습니다. 태종, 연산군, 인조, 영조 등 그러잖아도 우리가 잘 알고 있던 "잔혹 군주" 외에, 우리가 그저 명군, 성군, 혹은 인격자로만 받아들이던 나라님들에 대해서까지도 그 숨겨진 어떤 잔혹한 면이 더 있었을까 생각하면, 환상이 깨지는 두려움보다는 잘 짜여진 미스테리의 결말만이 안겨줄 수 있는 짜릿한 각성의 쾌감에 설레기에, 이런 책은 표지에서부터 먹고 들어가는 면이 있습니다.


막상 책을 열고 보니, 이 책은 날것의 진실이 안기는 충격 외에, 몰개성의 외피 안에 숨겨져 있던, 왕들의 빼어난 자질과 개인적 매력을 샅샅이 파헤쳐 주는, 대단한 무게가 느껴지는 내용이었습니다. "잔혹사"가 아니라, "매혹의 역사"라고 해도 될 만큼, 수백만 인민의 삶과 삼천 리 국토의 얼개를 어루만졌던, 빼어나고 영명한 이들의 연대기가 좍 펼쳐지더군요. 동시대(조선 전기 기준)에 대륙 저편에서, 일부러 그리 가려 뽑으려 해도 어려울 것 같은 암군, 혼군들이 줄을 서서 제국을 다스린 사실과 대조하면, 이씨 왕조의 DNA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었나 하는 생각이 들 만큼, 매력적인 통치자들이 시대와 공간을 수놓고 있었습니다. 아마도 대륙에 비해 왕권이 강력하지 않았기에, 개인으로서 왕위 계승자들이 그만큼 권신들에 우습게 보이지 않으려고 긴장, 노력을 한 결과 아니었을까 짐작도 되었습니다.


특히 저는, 저자분이 연산군에 대해, 각별한 정성을 쏟아 그 재조명을 시도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사실 월탄 박종화 같은 분들도, 이 휘를 "융"으로 쓰는, 자격과 혈통에 아무 하자 없는 젊은  군주에 대해,그 빼어난 잠재력을 내심 아까워하는 마음을 작품에 표현하는 데에 전혀 주저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워낙 gimmick이 그리 굳어버렸으니, 후대인이 그를 상기할 때 애써서 그 밝고 축복받고 매력 가득한 기남자의 모습을 떠올리지 않는 게 당연했습니다. 작가분이 이 책에서 그려내는 연산군은, 마치 그리스 비극의 주인공과도 같은 장엄한 파멸의 주인공입니다. 체자레 보르자를 형상화한 시오노 나나미가 연상될 정도입니다. 다른 점이 있다면, 저자는 대단히 신중한 자세로, 그 인격의 단점과 한계, 미숙함을 지적하는 데 주저함이 없다는 것입니다. 특정 인물이나 주인공에 저자가 지나치게 빠져들어 허구와 진실을 스스로 혼란시키는 게 역사책에서는 가장 볼썽사나운 폐단입니다. "알고 봤더니 모두를 매혹시킬 만한" 참으로 멋진 남자 이융에 대해, 저자는 그 억울한 평가에 대해 상당 부분 교정을 시도하면서도, 지적할 것은 매섭게지적하고 넘어가는 태도가 돋보였습니다. 


선조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최근에 불어닥친 충무공 열풍 덕분에, 선조는 조선 역대 군왕 중에서도 최악의 찌질이로 대중에 낙인이 찍히다시피했습니다. 굳이 억지스럽게 선양하려 들지 않아도, 그저 진실만 눈 앞에 펼쳐줘도 결론은 동일하게 날 것을, 부자연스럽게 국가주의 교육과 결부하다 보니 이처럼 새삼스러운 재평가 과정을 거치게 된 충무공. 그 최종 평가야 달라진 게 없지만, 그 부작용으로 선조 임금은 완전히 만인의 공적, 경멸 대상으로 폭삭 주저앉았습니다. 그런데 아주 예전만 해도, 나이 드신 교육자 중에 선조를 좋게 말하는 분들도 있었어요. 역사 왜곡의 희생물일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뭔가 좋은 점이 있으니까 그런 작은 인식상의 트렌드도 남아서 전했겠죠. 저자는 1차 문헌을 꼼꼼히 조사한 후, 개인적 미덕이나 장점, 혹은 가능성 등은 확실하게 평가를 해 주고 넘어갑니다. 물론 결론이 달라지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출범(즉위) 당시만 해도 꽤 좋은 평가를 받았던 정부가, 왜 최악의 국난을 맞이하여 국가를 초주검 상태로 몰고 간 주범으로 전락하게 되었는지, 군주 개인의 특성과 성격에 초점을 맞추어 차근차근 반추하는 서술이 매우 흥미로웠습니다.


연산군을 평가할 때에도, 저자는 예능(요즘 TV 버라이어티 쇼에서 말하는 그 "예능"이 아닌)적 자질이 뛰어났던 개인적 특질에 유난히 초점을 둡니다. 행정적 능력, 학문적 능력은 어쩌면 조선 같은 문치주의 체제에서 드물게 보는 자원은 아닙니다. 그러나 예술적 천재성은, 당시 같은 엄숙한 분위기에서 지배 계층 출신이 쉽게 꽃피우거나 드러낼 것은 아니었죠. 중간 단계를 생략하고 한 순간에 결론에 도달한다거나, 복잡한 현상 뒤에 감춰진 진상을 한눈에 꿰뚤어 보는 능력은, 예술적 자질을 지닌 천재라야 가능합니다. 그래서 저자는, 연산군, 그리고 효명 세자처럼, 머리도 영특하고 유난히 예술적 기질이 강했던 왕재들에게 큰 아쉬움을 표현합니다. 효명세자가 김조순의 등쌀에 덜 시달리고 스트레스를 조금만 적게 받아서, 20대 후반 정도까지 건강을 잘 관리하여 넘겼더라면 이후 조선의 역사는 어찌되었을까요? 역사에 만약이란 존재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역사란, 그리고 우리가 지금 호흡하고 있는 현실이란, 꽉 짜여진 제약과 초기 조건의 수레바퀴에 그저 압살되어 끌려가야만 하는 운명은 아닙니다, 포기하지 않는 불굴의 의지가 모이고 모여, 있을 수 없는 기적도 일어나는 것이고, 뻬어난 천재, 개인의 중요성은 그래서 더욱 두드러집니다. 미처 피지 못하고 져 버린 그 숱한 가능성 때문에, 핏빛의 잔혹은 모두를 매혹하는 장밋빛으로 거듭나는 것이고, 우리는 척박한 현실을 개선하려는 벅찬 희망에 더욱 부푸는 것입니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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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조선임금 잔혹사 평점8점 | YES마니아 : 로얄 l****0 | 2014.05.31 리뷰제목
역사를 이끄는 것은 누구인가? 혹은 무엇인가? 조선 시대를 보면 분명 왕이 중요한 역사적 방향키이다. 고도로 발달된 관료제를 이룬 조선이지만 정점에는 무한권력의 왕이 있었다. 일면 법치국가로 보이는 조선이었지만 법치를 초월하는 것이 왕의 권력이었다. 하지만 역사라는 무대에서 왕이 주연이기는 하지만 모노드라마는 아니었다. 조선을 보면 성리학적 이념으로 무장한 사림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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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를 이끄는 것은 누구인가? 혹은 무엇인가? 조선 시대를 보면 분명 왕이 중요한 역사적 방향키이다. 고도로 발달된 관료제를 이룬 조선이지만 정점에는 무한권력의 왕이 있었다. 일면 법치국가로 보이는 조선이었지만 법치를 초월하는 것이 왕의 권력이었다. 하지만 역사라는 무대에서 왕이 주연이기는 하지만 모노드라마는 아니었다. 조선을 보면 성리학적 이념으로 무장한 사림이라는 계층이 역사를 흔들었다. 사림이외에도 다양한 계층이 역사를 변화시킨다. 또한, 조선 시대 내내 한냉한 기후였으며 18세기 일시적인 기후 온난화로 영정조 황금기를 이룰 수 있었고 반면 소빙하기의 자연재해 속에서는 어떤 왕도 권력을 제대로 행사하기 어려웠다. 다양한 역사 원동력이 존재한다.  [조선임금 잔혹사]에서 저자 조민기는 역사 원동력의 핵심을 왕으로 보았다. 조선의 왕을 "왕으로 선택된 남자,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왕으로 태어난 남자, 왕이 되지 못한 남자"라는 재미있는 분류로 나누었다.


내가 가장 주목한 부분은 과연 조선의 임금들은 어떻게 왕이 되었는가였다.

그리고 저자는 실록중심의 자료로 조선의 왕을 분석하고 이야기를 풀어간다. 그런데 흥미로운 것은 저자는 왕의 역할을 강조한다. 전통적인 역사 해석이다. 요즘은 왕의 역할을 축소하고 주변의 역할을 강조하는데 정통으로 돌아간다. 예를 들면 "성종은 남성 우월주의적인 가치관이자 통치관을 가졌다."라면서 역사의 흐름을 왕의 능력과 성향으로 파악한다. 재미있지만 왕은 바람부는 방향을 보여주는 깃발이 아닐까 한다. 다시 성종때를 보면 당시에는 성리학이 국가 이념으로 안정되면서 남성 우월주의적인 사고가 조선 전역에 뿌리를 내렸다. 이를 반영하는 것이 성종의 태도 아닐까? 그리고 남성우월주의를 뿌리 내리게 하는데 큰 기여를 준 삼강행실도 등은 성종의 롤 모델인 세종이 명으로 편찬되어 널리 퍼진다. 결코 세종은 남성우월주의에서 벗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역사는 카오스이론처럼 여러 나비들이 일으키는 바람이 모여 미풍이 되기도 하고 커다란 바람이 되어 방향을 바꾸기도 한다. 왕은 자신이 큰 바람이기도 하지만 바람의 방향을 보여주는 깃발이다. 조선의 역사를 보는데 새로운 관점으로 볼 수 있는 책이다.


* 이 리뷰는 예스24 리뷰어클럽을 통해 출판사에서 도서를 제공받아 작성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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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광고쟁이의 감각이 돋보인 역사서-조선임금 잔혹사 평점8점 | e****0 | 2014.12.14 리뷰제목
확실히 역사가 많이 대중화되고 있나보다. 역사 전공 대학교수나 역사전문 저술가뿐 아니라, 다양한 직종의 필자가 등장해서 역사서를 내고 있으니. 독자 입장에서야 다양한 시각을 가진, 다양한 경력을 가진 필진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역사서를 접할 수 있으니 환영할만한 일일 것이다.   '조선임금잔혹사'의 필자는 직업이 카피라이터인데 책 전체에 광고쟁이의 감각이 여지없이 묻어
리뷰제목

확실히 역사가 많이 대중화되고 있나보다. 역사 전공 대학교수나 역사전문 저술가뿐 아니라, 다양한 직종의 필자가 등장해서 역사서를 내고 있으니. 독자 입장에서야 다양한 시각을 가진, 다양한 경력을 가진 필진들이 선보이는 다양한 역사서를 접할 수 있으니 환영할만한 일일 것이다.

 

'조선임금잔혹사'의 필자는 직업이 카피라이터인데 책 전체에 광고쟁이의 감각이 여지없이 묻어나고 있었다. 왕을 분류한 목차에서부터 수시로 등장하는 도표,군더더기 없는 문장 등 카피라이터라는 장점을 충분히 발휘하고 있었다. 

 

목차를 보면 왕으로 선택된 남자,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왕으로 태어난 남자, 왕이 되지 못한 남자, 이렇게 4부로 구성돼 있는데,시대 순도 아니고 업적 평가도 아니지만, 그럼에도 이 분류 기준과 해당 왕들에 충분히 공감이 갔다.

광고의 특징이 상품에 관한 이미지나 메세지를 남긴다는 것인데, 이 목차를 보는 순간, 왕들의 이미지가그려졌다. 세종, 성종, 중종은 선택 남,  선조, 광해군, 인조는 싶었던 남, 연산군, 숙종, 정조는 태어난 남, 소현세자, 사도세자, 효명세자는 못한 남으로. 

소제목을 통해 왕의 특징이나 상황을 피부에 와닿는 단어로 적절하게 표현하고 있어서 광고 카피를 읽는 듯 했다. 또 복잡한 왕의 가계도 등 복잡한 내용을 도표로 제시하고 있는 것도 효과적이었다. 그냥 풀어썼으면은 상당히 많은 또 복잡한 정보가 됐을텐데, 도표로 시각적으로 압축해서 전달함으로써 독자들이 그 많은 내용을 한눈으로 읽고 파악하는데  도움이 됐다.

 

그런데 이런 광고인으로서의 감각을 살린 것이 장점인 동시에 단점이 되지 않았나 싶었다. '조선임금 잔혹사'는 제목과는 달리 별로 잔혹스럽게다기보다는 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던 것을 보면. 왕이 될 수 있었던 상황이나, 업적, 통치 스타일, 문제점 등을 다 담고 있음에도  너무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전개되고 있어서가 그런 생각이 들었나보다. 워낙 유려하게 전개되다보니 시선이 멈추거나 막히는 법없이 술술 잘 읽히고 잘 넘어간 것이다.

 

특히 어떻게 왕이 됐는지에 대해서 기술한 것을 보면  왕의 정통성 문제와 맞물려있어서도 그렇고, 권력의 총아라서 그런지, 컴플렉스를 느낀 임금도 있을 법했다. 적장자가 왕이 된 경우가 오히려 드물었고, 그것은 그만큼 세자 자리를 두고 목숨을 건 피비린내나는 권력 투쟁의 가능성을 안고있는 것이다.

왕이 아니었다면 겪지 않아도 되는 파란만장한 일을 겪고 핏줄을 죽이거나 죽는 것을 봐야하니,그러다보면 피도 눈물도 없어지고 비정해 지겠지. 대체 왕이 뭐길래 싶었다. 태어날 때부터 죽음까지, 아침에 눈 떠서 밤에 잠자리에 들때까지 모든 것이 정치적일 수 밖에 없는 것이 왕의 운명이니 그걸 다 감수해야 해야 할 만큼  권좌가 황홀한  것일까?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왕으로 산다는 것은 자신의 삶과 선택이 모두 정치일 수 밖에 없다는 사실을 받아들여야 했을 것이다.

 

그럼에도 왕 또한 여전히 인간이었음을..임금 또한 마음을 열고 의지하는 사람이 필요했다는 점이 눈에 들어왔다. 모자 관계나 애정관계를 살펴보는 것은 그래서 의미가 있었다.

두돌도 안돼서 어머니를 잃었던 광해군은 힘겨운 궁궐생활에서 따뜻하게 품어줄 모정이 그리웠을 것이고,인조가 조강지처인 인렬왕후가 살아있을 적에는 후궁을 두지 않았던 것은 의외였다. 아들과 며느리 손자들을 혹독하게 내친 것을 보면 비정하기 이를데 없다고 생각했는데, 반정 전 함께 고생한 아내에 대한 의리를 지켰다니 왕 이전에 인간으로서의 면모를 엿볼 수 있었다.

군주로 키워졌던 왕이지만, 그들 역시나 어쩔 수 없는 인간이라는 것.

하지만 이렇게 왕의 사랑,믿고 기댈 수 있는 사랑이 임금을 행복하게 해주었지만, 그 또한 통치에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었다. 군주제에서는 그 애정이 바로 권력이 돼버리니.

 

'조선임금 잔혹사'를 읽는 동안  임금의 인생과 왕국 조선의 부침을 함께 생각해볼 수 있었다. 설령 평가가 박하고 내가 끔찍히도 싫어하는 임금이라도 그들의 고뇌에 대해서 조금은 인정해주고 싶은 마음도 생겼다.

그리고 한번 물어보고 싶었다. 다시 태어난다해도 여전히 왕으로 살고 싶은가요?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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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조선 임금 잔혹사 평점8점 | q******5 | 2014.07.02 리뷰제목
오천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시대가 조선왕조 500년이다. 조선왕조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대였고 그 시대를 호령한 왕들은 치열하게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허나 정통성과 상관없이 왕위에 오른 분들도 계시고 시대의 흐름에 의해 본의 아니게 왕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왕위 자리에 설 수 있었으며 왕의 자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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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천년 역사를 통틀어 가장 많이 알고 있는 시대가 조선왕조 500년이다. 조선왕조는 우리나라 역사상 가장 중요한 시대였고 그 시대를 호령한 왕들은 치열하게 자신의 위치를 지키기 위해서 최선을 다했다. 허나 정통성과 상관없이 왕위에 오른 분들도 계시고 시대의 흐름에 의해 본의 아니게 왕의 자리에 오르기도 했다.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왕위 자리에 설 수 있었으며 왕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어떤 행동을 취했는지 '조선 임금 잔혹사'는 냉혹한 왕의 자리를 둘러싼 역사적 진실을 낱낱이 알려준다.

 

역사를 돌아볼 때 개인적으로 끌리는 왕이 있고 정말 저 왕은 통치를 하지 않았으면 좋았을 걸 하는 왕도 있다. 대표적으로 끌리는 인물은 정조임금님과 군으로 인조반정에 의해 왕권을 물러준 광해군이다. 정조임금의 아버지는 비운의 사도제자다. 사도세자가 학문보다는 무인 기질을 타고났기에 아버지 영조임금의 엄한 규율을 버거워 했으며 대리청정 때 세 번의 양위는 그를 더욱 힘들게 하고 아버지 영조임금과 더욱 사이가 벌어지는 계기가 된다. 소론과 가까웠던 사도세자는 기득권층 노론과 영조임금에 의해 조선왕조 500년 중 가장 슬픈 사건으로 생을 마감하고 만다. 조선 왕조 역사상 세종대왕과 함께 성군으로 일컬어지는 정조임금은 아버지 사도세자가 뒤주에서 죽음을 맞는 것을 직접 눈으로 본 사람이다. 그 슬픔이 얼마나 깊었을지는 충분히 짐작을 하고도 남는다. 세손이지만 노론은 세자를 없애고 싶어 했지만 여든두 살의 영조임금이 세상을 떠나자 드디어 왕의 자리에 오른다. 자신이 생각했던 방식대로 개혁 정치를 실현하기 위해 규장각을 세우는 등 신분과 상관없이 능력 있는 인재를 뽑는다. 새로운 나라를 세우기 위해 노력했던 정조임금은 재위 25년 마흔 아홉 살에 생을 마감한다. 정조임금이 죽자 수렴청정을 시작한 정순왕후로 인해서 정조임금의 개혁정치는 폐지되고 이로 인해 조선은 멸망으로 이끈 안동 김씨 60년의 세도정치가 시작된다.

 

역사를 통해 재평가 받고 있는 인물로 광해군을 꼽을 수 있다. 연산군과 함께 폭군으로 묘사되던 광해군... 광해군은 임진왜란으로 세자에 오르고 피난길에 오른 선조를 대신해 위험에 처한 조정을 훌륭하게 이끈다. 혼란한 시대에 능력을 발휘 했지만 적장자가 아니란 이유로 명나라로부터 세자 책봉을 거부당한다. 우여곡절 끝에 임금의 자리에 오르고 대동법과 호패법을 시행하는 등 왕으로서의 능력을 보여주었지만 대북 세력을 옹호하고 실리외교가 추구했지만 인조반정에 의해 왕위를 내어주고 유배지에서 고독하게 살다가 생을 마감하고 만다. 더불어 광해군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나왔을 때도 재밌게 보았지만 케이블 TV에서 하는 '광해 왕이 된 남자'를 어제 보았는데 진짜 광해군은 하나도 멋지게 그려지지 않았지만 광해군으로 나온 광대가 더 왕 같은 이야기가 재밌고 흥미로웠지만 진짜 광해군은 조선 왕 중 능력이 뛰어난 인물임에는 틀림없고 그가 실패한 정치를 펼치지 않았더라면 어떤 임금으로 남았을지 생각해 보게 된다.

 

개인적으로 조선의 왕 중 가장 한심하고 이런 왕은 없었다면 하는 왕이 인조임금이다. 자식을 질투하고 죽이는 나쁜 아버지에 왕으로서의 능력 역시 없는 최악의 왕이란 이야기에 공감한다.

 

조선의 왕들은 사극이나 책, 영화를 통해서 너무나 익숙하다. 왕위 자리에 오르는 것도 힘들었지만 왕의 자리를 지키기 위해서 필사적일 수밖에 없었던 모습이 생동감 있게 다가온다. 왕의 자리에 앉은 사람보다 오랜 시간 세자의 자리에 있으면서도 왕위에 오르지 못한 인물들이 많았음을 새삼 생각해 알게 된다. 권력의 힘을 알고 느낀 사람은 그것을 놓기 힘들다. 한 나라의 군주로 세상을 호령했던 왕들의 진짜 모습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었고 왕을 통해 조선왕조 500년을 만나는 의미 있는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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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조선 임금 잔혹사] 조민기 지음 평점8점 | y*****9 | 2014.06.08 리뷰제목
재작년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저잣거리의 만담꾼인 하선은, 왕인 광해와 똑같이 생겼다는 이유로 왕의 대역을 하게 된다. 제왕학에 대해서는 전혀 듣도 보도 못했던 하선은 인간적인 면모만으로 왕의 역할을 하고, 그런 따뜻함에 끌려 도승지 허균은 하선에게 '원하신다면 왕으로 만들어드리겠다'는 제안을 한다. 절대군주제를 택한 조선에서 왕 한 사람에 의해 세상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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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작년 개봉한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에서 저잣거리의 만담꾼인 하선은, 왕인 광해와 똑같이 생겼다는 이유로 왕의 대역을 하게 된다. 제왕학에 대해서는 전혀 듣도 보도 못했던 하선은 인간적인 면모만으로 왕의 역할을 하고, 그런 따뜻함에 끌려 도승지 허균은 하선에게 '원하신다면 왕으로 만들어드리겠다'는 제안을 한다. 절대군주제를 택한 조선에서 왕 한 사람에 의해 세상은 상당히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처럼 왕으로 태어나지 않았더라도 왕은 만들어질 수 있었다. '왕자의 난'으로 왕위를 차지한 태종에서 시작해서 여러 반정으로 왕위를 차지한 왕들의 경우에서처럼 말이다. 선왕의 적자로 태어나 왕위를 정상적으로 계승했더라도, 실정으로 또는 찬탈로 왕위에서 밀려나는 경우도 있었다. 아들도 경쟁자가 되고, 아내도 지키지 못한다. 그런 점에서 보면 왕이라는 것은 상당히 고독하고 힘든 자리다.

<조선 임금 잔혹사> (2014, 조민기 지음, 책비 펴냄)는 그런 조선 시대의 왕들을 '왕으로 선택된 남자',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왕으로 태어난 남자', '왕이 되지 못한 남자'의 네 부분으로 나누어 세 사람씩 소개한다. 문화인류학을 전공한 저자는 카피라이터, 칼럼니스트로서 대중문화와 고전문학, 인문역사에 대해 강연을 활발하게 진행 중이라는 소개가 책 표지에 나와 있다.

 

가장 먼저 나오는 '왕으로 선택된 남자'에는 왕의 적장자가 아니었는데도 왕이 된 세종, 성종, 중종이 소개된다. 세종은 훈민정음 및 집현전과 연계해서 위인전에 항상 등장하는 분이고, 성종은 인수대비와 폐비 윤씨, 이후 연산군에 엮여 많이 들어보았는데, 중종은 연산군을 몰아내는 반정에 의해 왕이 된 것 정도만 알았을 뿐이다. 그런데 알고 보니 이율곡이 동방4현으로 꼽아 존경한 김굉필, 이언적, 정여창, 조광조 중 조광조를 발탁하고 중용하다가 내친 사람이 바로 중종이었다. 저자는 세종, 성종, 중종의 인간적인 삶과 사람을 정치와 연계해서 흥미롭게 풀어낸다.

제2부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편에는 선조, 광해군, 인조가 나온다. 임진왜란 전에는 당쟁의 어려움 속에서도 나라를 잘 끌고 가는 듯했으나, 임진왜란 이후 실정을 거듭한 선조, 그런 선조의 아들로 태어나 왕이 되기까지도 많은 어려움을 겪었고, 왕위에 올라서는 대동법과 호패법, 실리 외교 등 나라를 위한 정치를 했으나 결국 당쟁에 희생된 광해군, 반정을 통해 광해군을 꺾었지만 온갖 내란과 전쟁과 의심으로 최악의 정치를 펼친 인조. 이들의 삶은 임진왜란과 정묘호란, 병자호란이라는 전쟁과 맞물려 더 큰 어려움을 겪었으니, 왕위의 무거움을 알 수 있다.

제3부 '왕으로 태어난 남자'에서는 연산군과 숙종, 정조가 소개된다. 사극과 영화, 소설 등에서 많이 만나본 이들이어서 익숙하다. 어머니를 잃은 상처로 폭군이 된 연산군과 달리, 아버지인 사도세자의 죽음이라는 트라우마를 가진 정조는 아버지의 지위를 승격하고 초인적인 노력으로 나라를 개혁한다.

마지막 '왕이 되지 못한 남자'에서는 인조의 아들로서 청나라에 볼모로 갔다가 돌아온 지 2개월 만에 갑작스럽게 사망한 소현세자, 뒤주 속에서 사망한 사도세자, 순조의 장남이고 헌종의 아버지로서 대리청정 3년 만에 과로로 사망한 효명세자의 이야기이다.

 

왕의 이야기는 절대 개인의 이야기일 수가 없다. 그의 한마디에 많은 이들의 목숨이 달려 있고, 나라가 나아갈 방향, 크게는 나라의 존망이 달려 있다. 왕의 가족, 왕을 둘러싼 신하들의 목소리도 크지만, 왕에게 집중된 힘이 너무나도 크기에, 우리는 왕조 시대에서 왕의 일생을 통해 나라의 역사를 보는 것이다. 과장되고 왜곡된 드라마나 영화를 통해서가 아니라, 사실에 근거한 왕들의 삶을 보는 것은 새로운 경험이었다.

왕으로 선택된, 왕이 되고 싶었던, 왕으로 태어난, 왕이 되지 못한 남자들의 너무나도 드라마틱한 삶을 보면서, 이제는 왕이라는 절대 권력이 아니라 국민이 주권을 행사할 수 있는 나라에서 사는 것이 참 다행이라는 생각을 새삼 한다. 며칠 전 있었던 선거와 같은 절차를 통해 잘못을 바로잡을 수 있는 것도 얼마나 고마운가. 제목 그대로 '조선 임금의 잔혹한 역사'를 읽으면서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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