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시대 왕들의 이야기를 다룬 역사책은 많이 있지만 대부분 그들의 업적위주의 책입니다. 그러나 이 책은 왕들의 업적의 나열이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인간적인 모습도 볼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단순히 학교에서 역사공부로만 알았던 조선시대를 좀 다른 시각으로 볼 수 있었고, 더 넓은 지식이 쌓여서 좋았습니다. 역사에 관심이 있고, 그중에 조선에 대해서 흥미가 있는 사람에게 많이 유익할 것 같습니다^^ |
조선 임금 잔혹사 사실적인 시각으로도 임금들의 삶을 알고 싶어하는 사람들에게 긁적임을 주는 책
제 1부 왕으로 선택된 남자 - 세종, 성종, 중종 제 2부 왕이 되고 싶었던 남자 - 선조, 광해군, 인조 제 3부 왕으로 태어난 남자 - 연산군, 숙종, 정조 제 4부 왕이 되지 못한 남자 - 소현세자, 사도세자, 효명세자 크게는 이렇게 나뉘며 마지막에는 한 눈에 보는 왕위 계승 표가 마련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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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게가 진득하니 있는 책 한 권을 만났다. 가까이 하기에는 너무 먼 임금님들을 책속에서 만나다 보면 '더' 가까이 하기에 먼 존재들이 되고는 하지.. 우리는 역사를 훑어보고 전체적으로 어떻게 변화되어 왔는지에 대해 알아갈 뿐 임금이 인간이며 그들이 어떤 고통이나 책임을 짊어진 상태에서 그자리를 지키거나 오르려 했었는지를 제대로 들어본 적이 없는것 같다. 바로 이 책은 누구보다 치열한 인생을 살아간 9명의 임금과 3명의 임금이 되지 못했던 세자를 만나게 해주며 그간 만나본 역사라인이 주가 되는 책과는 달리 조선과 임금에 대한 공감을 갖게끔 도와 주는 힘이 있다. 너무 힘들고 가혹했던 그들의 이야기 속으로 들어가는 나는 역사에 대한 조각지식은 잠시 뒤로하기로 한다.
역사상 완벽한 성군이라 불리우는 세종도 사실은 가정사에 있어서는 그다지 좋은 환경이 아니었음을 처음으로 엿보게 된다. 흔히 우리가 말하는 세종은 눈이 안좋아지고 건강이 나빠지는것도 아랑곳 하지 않고 책읽기에 빠졌던 분이며위대한 업적을 남기고 완벽한 군 주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셨다는 것과 대표적으로 훈민정음 창제를 떠올리고 있다. 그런데 그가 처음부터 왕위에 오를 수 있었던 상태가 아니었거나 아버지 태종이 어머니인 원경왕후의 친정과 아내인 소현왕후의 친정까지 몰락시키는 것을 고스란히 지켜보며 자라야 했고 자식 세대에서도 근친 살해의 비극을 지켜봐야 했다는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세월을 보냈던 세종이 성군으로 불리워진 이유는 업적때문만이 아니라 그런 아버지에 대해 보복을 하거나 치우치는 일이 없이 성군이 되기위한 필살의 노력만을 거듭했기 때문이다. 공부를 너무 좋아하던 세종은 운동을 피하고 육식을 즐겨했으므로 비만과 당뇨에 시달렸고 지나친 학업으로 누적되어있던 만성피로로 인해 몸은 급격히 나빠졌다. 체력이 나빠지면서 가장 문제가 된 것은 안질.. 눈에 나타난 병이어서 시력이 떨어졌는데 이 내용은 우리가 잘 아는 내용이기도 하다. 그의 힘듦을 더 많이 느낄 수 있었던 한 줄 한줄 속의 인간 세종을 만나고 나니 조금은 답답한 가슴과 함께 더 깊은 감사함을 느끼게 되기도 한다.
그는 계속 외로웠고, 건강이 너무 나빠짐과 동시에 계속되는 아들들의 죽음과 아내를 잃는 슬픔을 겪어야 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우리에게는 잘 전해지지 않는 세종답지 못한 처사나 궁이 아닌 자식들의 집을 돌며 지내다가 승하하는 내용까지 고스란히 담겨 있다. 그렇게 그는 위대한 업적을 남긴 동시에 많은 숙제를 세상에 내놓고 떠나게 되고 그가 정치에 참여 시킨 아들들로 인해 뒤를 이은 문종이 세상을 떠남과 동시에 혈육끼리 왕위 쟁탈을 위한 살육전이 일어나게 되는 것이다. [왕의 한 시대를 정리해놓은 연혁표] ![]()
성종이 왜 최고의 왕으로 칭송되는지에 대한 보다 자세하고 고개가 끄덕여지는 이유들을 읽을때는 역시 정치는 그때나 지금이나 무서우리만치 흐름에 대세를 지켜가고 있었구나 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그가 칭송받는 것이 거짓이라는 이야기는 아니니까.. 그러나 보다 정확한 내용을 보면서 더더욱 고개가 끄덕여질 수 밖에 없었다. 어찌되었든 그는 그만한 노력과 시간투자를 해서 다지고 다져갔으며 임금이 된 후에도 각고의 노력으로 조정신료 대다수와의 관계를 돈독하게 다지지 않았던가. 이것이 능력이 아니라고는 할 수 없다.
세종이 업적을 남기고 학업에 열중한 부분이 부각되었으나 가정사가 매우 암울했듯.. 성종은 성군으로 칭송받는 반면 사실 폭군의 두 얼굴을 지니고 있었다고 한다. 즉 임금과 자식으로서는 더할나위 없으나 남편으로서는 최대의 이기적인 자세를 취해왔던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부분들이 암묵되었던 것은 대비들이 모른척하고 조정관료들과의 사이가 돈독하며 처세가 뛰어났기 때문이었을터.. 남편으로서의 감점은 그 외에 붙여진 가산점에 비해 왕으로서는 큰 흠이 아니었을지도 모를일이기도 하고 말이다. 그는 어찌되었은 현명함과 인내의 미덕을 갖춘 군주였던 것은 확실하다.. 적어도 조정신료들의 재산이나 관리, 목소리에 탄압하는 일이 없었고 군신간의 조화를 최고의 센스로 지켜냈던 왕이었던 것이다. 그리고 최종적으로 그의 성군으로서의 시대가 풍미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는 37세에 단명한 까닭이기도 하다. 만약 그가 장수했더라면 그의 태도는 분명 문제가 될 수 있었던 문제이니까..
이렇게 임금들의 이야기는 알고 있는 것에서 더 깊이 들어가 쉬쉬할 수 있었던 사실적인 근본 이야기를 다뤄주고 있다 이것이 내 입장에서는 정말 알고 싶어 간지러워 했던 부분들을 살살 시원하게 긁어주는 느낌까지 든다고 말하고 싶다. 조선의 임금의 묘호, 종 과 조 의 차이는? 왜 조와 종으로 나뉘는지와 실록이 아닌 일기로 남겨진 왕이 있는지에 대해서 설명이 [토막상식]으로 나와있는데 책의 전반적인 단락마다 이런 토막상식이 매우 큰 이해를 돕고 있고 더 알차게 책을 꾸려주는 것 같다는 생각을 해본다. 조 와 종은 아래와 같이 나뉜다. * 나라를 세운 임금과 재위 기간 중 재 건국에 준하는 상황에서 탁월한 공을 세운 임금을 조라 호칭하고 부자간의 왕위를 계승한 군주는 종으로 호칭한다. *공이 높으면 조, 덕이 많으면 종이라 칭한다. *왕자가 아니었던 사람이 임금이 되면 조이고 정상적으로 계승하면.. 즉 왕자가 임금이 되면 종이다. 조선의 임금들은 종보다 조를 더 선호했던 것을 알고 있으면 되고 사실상 위에 세 가지가 섞여 그에 준하는 어떤 부분이 부각될때 호칭이 결정된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평소 조금 헷갈려하던 부분인데 아이와 이야기 나눌때에도 쉽게 설명해줄 수 있을것 같다. ![]()
마치 소설이나 애니메이션이라도 보는듯한 선조의 이이를 향한 군주로서의 일편단심은 보는 재미를 높여주는 대목이라 읽는 내내 이이에 대한 그림을 그려보는 여유까지 부릴 수 있었다. 개혁을 주장하면서도 도를 넘지않고 우아한 군자의 풍모를 지닌 이이의 모습이 선조의 이상형이라는 것은 매우 상상력을 자극하는 대목이었기 때문이다
만약을 허용하지 않는 역사에 대한 이야기 또한 너무나도 흥미롭고 고개를 끄덕이게 하였다. 만약 선조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을 맞지 않고 연산군 시절에 왕시대를 맞았더라면 그는 성군이 되었을 것이고 연산군 역시 선조시절에 임금이었더라면 절대적 카리스마로 당쟁을 없애고 전란의 위기를 극복하는데 도움되었을지도 모른다는 책 속의 만약은 너무나도 그럴싸했다. 물론 역사는 다시 말하지만 그런 만약을 허용하지 않는다는 것.. ![]()
몸과마음이 지쳐 후궁의 악행을 그대로 이루게 했던 패륜의 인조 이야기.. 백번 다시 읽어봐도 그는 잘못 선택했지만 인간으로서의 그는 이런 내용을 읽으면서 조금은 안스럽기까지 했다. 우리는 주로 역사적 부분에서 통으로 편집된 결과를 들여다 보기 일쑤인데 이런 스토리는 임금도 사람이고 참으로 힘든 인생이었겠구나.. 라는 생각을 갖게 해준다는 점에서 고맙기까지 한 것이다.
우리가 너무나도 잘 아는 폭군 연산군의 다른 면모, 갈등관계에 있던 사람들에 의한 최악의 군주로 기록하기에 대한 필살 대동단결 내용이나 사도세자의 죽음을 직접 목격한 정조의 트라우마 이야기.. 정조가 마침내 왕위에 오를때 "짐은 사도세자의 아들이다"라는 말을 하며 시대를 열었던 것도 그들의 마음속에 자리잡은 그림자를 대변하는 이야기 들이었다. 사도세자의 무덤을 이장하고 묘호를 내린 이야기는 청와대 견학이후 칠궁에서 도슨트로 들어 알고 있는 내용이기도 해서 그의 효심을 확인하는 페이지는 조금 더 각별하게 다가왔더랬다. ![]() ![]() ![]()
이틀 내리 읽어내면서 든 많은 생각을 어찌 여기 다 옮길 수 있을까? 그때에도 지금에도 참으로 많은 파란을 겪으며 나랏일을 하는 사람들은 참 힘이 들겠다는 생각을 하며 잠시 인간적인 부분으로 다가서 보았고 조선에 보다 가까워짐을 느끼기도 했다. 한눈에 보는 왕위 계승표는 그냥 훑어보았을때에 든 막연함이 책을 다 읽고 바라볼때는 달라져 있었다. ![]()
뒷표지에 있는 내용을 보니 파란만장했던 임금들의 삶이 참으로 고단하면서도 대단하다는 생각과 함께 한 시대를 이렇게 풍미하고 그려나가 준 부분에 대해 어떤 모습이었을지라도 우리가 존재할 땅을 지키고 엮어준 것에 대해서 감사함을 느끼게 된다. 더불어 읽던도중 소현세자와 사도세자에 대한 언급을 하면서 나왔던 문장이 문득 기억난다 '어쩌면 조선에서 세자로 태어난다는 것은 처음부터 목숨을 담보로 한 일이었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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