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도로 가는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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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로 가는 길

운명을 거슬러 문을 열어젖힌 이방인

리뷰 총점 8.4 (14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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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 > 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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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19세기 에도로 떠난 여인 평점10점 | YES마니아 : 로얄 n*****m | 2023.01.15 리뷰제목
에도에서 서쪽으로 여러 날을 걸어야 갈 수 있는 에치고라는 지역의 이시가미라는 마을 한 절이 있었다. 절집 주지 에몬과 그 집안은 자신에게 날아든 온갖 세금고지서와 마을의 문서들과 함께 그가, 그리고 그 집안의 사람들이 나눈 편지들을 정성스럽게 문서함에 보관했다. 세월이 흘러 그 문서함이 세상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게 어떤 중요한 의미를 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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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도에서 서쪽으로 여러 날을 걸어야 갈 수 있는 에치고라는 지역의 이시가미라는 마을 한 절이 있었다. 절집 주지 에몬과 그 집안은 자신에게 날아든 온갖 세금고지서와 마을의 문서들과 함께 그가, 그리고 그 집안의 사람들이 나눈 편지들을 정성스럽게 문서함에 보관했다. 세월이 흘러 그 문서함이 세상이 드러날 것이라고 전혀 생각하지 못했을 것이고, 그게 어떤 중요한 의미를 띨 것인지도 예측하지 못했을 것이다. 하지만 에몬 가문의 문서함은 니가타현의 문서관에 보관되었고, 문서관리자들은 그 문서에서 한 여인의 이야기를 웹사이트에 올렸다. 그것을 미국의 한 역사학자가 읽게 된다. 에이미 스탠리는 쓰네노라는 여인의 삶에 빠져 10년간 조사했고, 거의 온전하게 그녀의 삶을 복원해냈다.

 

1800년대 초반부터 중반에 이르는 쓰네노의 삶은, 말하자면 신산했다. 고작 열두 살에 고향에서 떨어진 곳으로 시집을 갔다. 역시 절집이었다(일본의 정토진종은 가족을 이룰 수 있었고, 또 마을에서 가장 부유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무슨 연유에선지 15년 후 이혼을 당하고 만다. 아이도 없었다. 고향으로 돌아온 그녀는 재혼을 했지만, 1년도 되지 않아 다시 이혼당하고, 또 결혼했지만 또 몇 달 만에 다시 이혼사유서를 받아들고 만다(과거 일본에서 이혼이 그리 어렵지 않았다는 것은 얼핏 들어 알고 있었지만, 이렇게 쉽게, 즉 남편의 종이 한 장으로 이뤄지고, 또 재혼도 흔했다는 것은 처음 알았다).

 

그렇게 서른 가까이 나이가 든 쓰네노는 새로운 결심을 한다. 에도로 가자! 당시 에도는 인구 100만에 이르는 거대 도시를 이루고 있었다. 임진왜란 이후 도쿠가와 막부가 자리를 잡은 에도는 확장에 확장을 거듭했다. 수백 년 동안 큰 전란 없이 평화로운 시기가 이어졌던 일본이었다. 쓰네노는 넓은 세상에 나아가고 싶었다. 좁은 시골 마을에서 오빠가 정해주는 사람과 원치 않는 결혼을 하고 싶지 않았다(그 즈음에는 아버지가 죽가 오빠 절집 주지 자리를 이어받고 있었다). 허락도 받지 않고 에도로 향했다.

 

에도에서는 그야말로 악전고투였다. 갈아입을 옷도 없었고, 변변한 일자리도 없었다. 겨우 몸 누일 넓이의 셋방에서 주변의 온갖 악다구니 소리를 들으면 가끔 고향에 편지를 보냈다. 그러다 자신이 선택한 남자와 결혼하기에 이른다. 하지만 그 결혼도 결국 (일단) 실패로 끝나고 만다. 하는 수 없이 고향으로 내려왔던 쓰네노는 에도의 (이미 이혼을 했던) 남편이 번듯한 자리를 잡았다는 소식에 다시 에도로 건너간다. 집안과는 절연하겠다는 보증을 남기고. 그렇게 쓰네노의 도시 생활이 시작된다. 도시의 공기를 맡은 이가 그 공기의 냄새를 못 잊었던 것이다. 아무리 고된 삶이라도 도시의 공기를 자유의 냄새였던 것이다.

 

쓰네노는 1853년 마흔 여덟의 나이로 숨을 거둔다. 그해 페리 제독은 미시시피호, 즉 흑선을 끌고와 위협을 하고 돌아갔고, 1년 후 돌아와 협정을 맺는다. 말하자면 쓰네노가 살다간 시대는 일본에도 엄청난 변화를 앞둔 마지막 몸부림의 시기였다.

 

쓰네노의 삶이 어떤 교훈을 주지는 않는다. 단순하게 말하면 고집 센 한 여인이 도시의 삶을 경외하며 살다 결국 도시에서 온갖 고생을 하다 죽은 이야기다. 하지만 저자는 왜 이야기에 주목하게 되었을까? 그건 한 사람의 삶에서 발견할 수 있는 특수성과 보편성 때문이 아닐까 싶다.

 

쓰네노의 삶 자체가 당대 여인들의 삶과는 달랐다. 많은 여인들이 자신이 태어난 고장에서, 혹은 조금 떨어진 고장에서 한 남자의 아내로, 엄마로 가족들의 수발을 들며 살다 떠나갔다. 이혼이 쉬웠지만, 그만큼 재혼도 가능했기에 어쨌든 그렇게 살다 간 사람들이 대부분이었고, 쓰네노도 그런 삶을 강요받았다. 하지만 쓰네노는 그런 삶을 못견뎌했다. 결국 에도로 갔고, 온갖 힘든 조건에서도 견뎌냈고, 한 사람의 이름 없는 여인으로 살다 갔지만, 결국 에도 사람으로 죽었다.

 


 

 

그러나 이 삶은 또한 보편성이 있다. 저자는 에도에서 살다간 수많은 여인들을 떠올렸다. 에도는 쇼군과 사무라이들만 있는 도시가 아니었다. “그들의 옷을 빨고, 이웃들에게 선물과 질문을 받고, 아이들의 수업과 부모님을 챙긴여인들이 있었다. “그릇을 치우고, 차를 따르고, 이불과 요를 개고, 물을 떠오고, 등롱에 불을 켜고, 아이를 안고, 하인들에게 지시를 내리고, 밤에도 잠 못 이루며 외투와 설피와 땔감, 코감기와 혼례식가 점쟁이, 글 쓰는 종이와 엽전 걱정을 했던여인들이 있었다. 모두 나름의 동기를 지니고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에도에 눌러사는 이유가 있었던 사람들이었다. 그런 이들이 있었기에 에도가 번성했고, 그리고 나중에 도쿄라는 도시가 될 수 있었던 것이다. 쓰네노의 삶은 보편적이기도 했던 것이다.

 

모든 삶이 그렇다. 나의 삶의 나의 것이기에 특수한 것이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는 수많은 사람들과 공유하는 보편성을 띠고 있다. 이 두 가지 성격이 모두 소중하다. 나의 특수한 삶은 나의 고유성을 지키기 위한 조건이며, 보편적 삶은 남과 함께 살아가는 삶으로서 이유가 있다. 나의 삶 자체가 시대의 삶이기도 한 것이다.

 

에이미 스탠리는 편지의 기록을 토대로 쓰네노의 삶을 밟아가며, 당시 일본의 풍경과 세계의 풍경을 겹쳐놓고 있다. 평화로웠던 에치고의 풍경과 부산스러움을 넘어서 소란스러웠던 에도의 풍경을 대비시키고 있고, 평화로우면서도 뭔가 일어날 것만 같은 일본의 상황과 이미 격변하고 있던 세계 열강의 움직임도 대비시키고 있다. 쓰네노는 세계 정세와 관련한 일본의 운명에 전혀 관심이 없었겠지만, 결국은 그 운명에 결부되어 있었다. 그녀가 기록으로 남아 미국 역사학자에게 발견된 것도 결국은 그 영향이다. 나는 이 시기의 조선을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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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에도로 가는 길] 19세기 여성의 삶을 통해 배우는 일본사 평점10점 | YES마니아 : 골드 이달의 사락 j****y | 2023.10.10 리뷰제목
19세기 일본 여성은 어떻게 살았을까. 노스웨스턴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에이미 스탠리의 책 <에도로 가는 길>은 1804년 일본 에치고(현재의 니이가타 현)에서 승려의 딸로 태어나 자기 힘으로 운명을 개척한 '쓰네노'라는 여성을 통해 당시 여성의 삶은 물론이고 19세기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을 보여주는 논픽션이다.    쓰네노는 1804년 린센지의 승려 에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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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일본 여성은 어떻게 살았을까. 노스웨스턴 대학교 역사학과 교수 에이미 스탠리의 책 <에도로 가는 길>은 1804년 일본 에치고(현재의 니이가타 현)에서 승려의 딸로 태어나 자기 힘으로 운명을 개척한 '쓰네노'라는 여성을 통해 당시 여성의 삶은 물론이고 19세기 일본의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예술 등을 보여주는 논픽션이다. 

 

쓰네노는 1804년 린센지의 승려 에몬의 장녀로 태어났다. 당시 승려는 사무라이보다 낮지만 평민보다는 높은 계급이었다. 덕분에 쓰네노는 유복한 형편에서 자랐고, 어릴 때부터 혼담이 많았다. 열두 살 때 첫 결혼을 한 쓰네노는 15년 만에 이혼을 당하고 고향으로 돌아온다. 이후 두 번째 결혼, 세 번째 결혼까지 했지만 모두 불행하게 끝이 났고 아이도 남기지 못했다. 집안에서 네 번째 결혼을 준비할 때, 쓰네노는 일생일대의 결단을 내렸다. 에도(현재의 도쿄)로 가는 것이다. 

 

당시 에도는 일본의 수도는 아니지만 도쿠가와 막부의 근거지로서 가장 빠른 속도로 성장하는 도시였다. 세 번의 결혼 생활을 불행하게 마친 쓰네노로서는 결말이 뻔한 네 번째 결혼을 하느니 새로운 도시로 가서 자기만의 인생을 살아보고 싶다는 꿈을 가졌을 법하다. 하지만 당시에도 여자 혼자 여행하는 건 위험천만한 일이었다. 에도에 사는 친척이나 지인이 있는 것도 아니었고, 생활의 기반을 닦는 데 필요한 초기 자금이 풍족한 것도 아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집안의 반대를 무릅쓰고 에도로 향한 쓰네노는 1839년 우여곡절 끝에 에도에 도착한다. 쓰네노가 에도에서 구한 첫 일자리가 하녀인 점, 가난한 사람들이 모여 사는 '나가야'에 살았던 점 등 때문에 미야베 미유키의 '미시마야 시리즈' 생각이 많이 났다. 이 책의 내용이 어렵게 느껴진다면, 이 책과 비슷한 시대, 같은 공간을 다루는 '미시마야 시리즈'를 먼저 읽어보는 것도 좋겠다. 

 

저자는 이러한 연구의 의미가 단지 역사상에 기록되지 않은 실존 인물의 생애를 조명하고 이를 통해 당시 시대상을 다각도로 살펴보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고 설명한다. 19세기 일본이 그토록 빠르게 발전할 수 있었던 것은 이런 사연들을 품고 도시로 가서 저임금 노동을 했던 여성 노동자들 덕분이기도 하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는 것이다. 20세기 한국의 발전을 이끈 -그러나 저평가된- 여성 노동자들에 대해서도 생각해 보게 만드는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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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구매 19세기 에도의 풍경이 눈앞에 보이는 듯 평점8점 | YES마니아 : 플래티넘 j*****2 | 2024.01.22 리뷰제목
책은 19세기 초중반을 살았던 승려의 딸 쓰네노가 가족과 주고 받았던 편지를 토대로 작가가 살을 붙여 이야기를 만들고 여기에 당시 일본의 사회모습과 국제정세까지 곁들어 만든 책이다. 책을 읽기 시작할 무렵에는 이 책이 소설인지 기행문인지 모를 낯선 진행에 당황했고 쓰네노의 이야기에만 흥미를 가졌다. 하지만 중반을 넘으면서 큰 역사의 흐름과 그 안을 살아가던 한 사람의 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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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은 19세기 초중반을 살았던 승려의 딸 쓰네노가 가족과 주고 받았던 편지를 토대로 작가가 살을 붙여 이야기를 만들고 여기에 당시 일본의 사회모습과 국제정세까지 곁들어 만든 책이다. 책을 읽기 시작할 무렵에는 이 책이 소설인지 기행문인지 모를 낯선 진행에 당황했고 쓰네노의 이야기에만 흥미를 가졌다. 하지만 중반을 넘으면서 큰 역사의 흐름과 그 안을 살아가던 한 사람의 인생이 대비되면서 책을 덮을 무렵이 되어서 뒤늦게 감동이 밀려왔다.

 

쓰네노라는 인물이 상당히 매력적이다. 고향에서 부모님이 정해준 결혼을 3번하고 이혼도 3번을 했다. (그래도 조선보다는 인간적이다. 이혼이 가능하다니...그것도 3번이나) 쓰네노는 서른 네살의 나이에 가진것도 없이 홀로 에도로 간다. 지금의 34살과 비교하기 어려운 많은 나이일테고 게다가 여자다. 그녀가 에도로 출발할 때 나도 떨리는 마음으로 기대반 걱정반 그녀와 함께 출발했다. 에도에서의 생활이 뜻대로 되지는 않았지만 쓰네노는 여전히 고집이 세고 당당했다. 나는 그녀가 에도에서 분투했던 것에 공감하면도 시대를 잘 타고 나지 못했던 그녀가 안쓰러웠다. 남들처럼 순종적이지 않고 하고 싶은 걸 한다는 이유로 큰 비난을 받았을 터다. 욕망과 현실 사이에서 얼마나 외롭고 힘들었을지... 쓰네노가 죽은 후 얼마 되지 않아 일본이 개항을 하고 근대화를 시작하면서 이제 여자들도 이전보다 자유로워지는 시대를 맞았다. 조금만 더 늦게 태어났더라도 자유롭게 살 수 있었을텐데...

 

읽는 내내 쓰네노가 살았을 고향마을과 에도의 모습이 머릿속에 그려졌다. 멋진 드라마로 다시 한번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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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이책 에도로 가는 길 평점8점 | YES마니아 : 골드 d**********r | 2023.03.05 리뷰제목
책의 겉표지가 예뻐서 눈에 확 띄었다. 제목은 '에도로 가는 길'로 마치 막부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같았다. 저자가 외국인이고, 겉표지 한 켠에 '운명을 거슬러 문을 열어젖힌 이방인'이라는 부제까지 보고 나니 소설이라는 생각이 거의 확신이 되었다. 마침 '야마모토 시치헤이'의 '기다림의 칼'이라는 일본 역사서적을 읽으면서 힘에 부친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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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의 겉표지가 예뻐서 눈에 확 띄었다. 제목은 '에도로 가는 길'로 마치 막부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 같았다. 저자가 외국인이고, 겉표지 한 켠에 '운명을 거슬러 문을 열어젖힌 이방인'이라는 부제까지 보고 나니 소설이라는 생각이 거의 확신이 되었다. 마침 '야마모토 시치헤이'의 '기다림의 칼'이라는 일본 역사서적을 읽으면서 힘에 부친다고 생각하던 찰나였다. 가벼운 마음으로 일본 역사 소설을 읽어봐야지 하는 마음으로 가볍게 펼쳐 들었다.

'에도로 가는 길'은 소설이 아니었다.

저자인 '에이미 스탠리'는 노스웨스턴대학교의 역사학 교수다. 사학자란 얘기다. 원제는 'Stranger in the Shugun's City'고, 부제는 'A Japanese Woman and Her World'다. 직역하면 '쇼군 도시의 이방인: 한 일본 여인과 그녀의 삶(세상)' 정도가 되겠다.

쓰네노라는 일본 여인이 남긴 편지와 메모들을 기본으로 만들어진 역사 다큐 같은 책이다.

물론 '기다림의 칼'처럼 많은 수의 다이묘 이름, 사무라이 이름, 지명이 나오지는 않으며, 내용도 딱딱하지 않다. 1804년에 태어나 50세 정도까지 산 평범한 일본 여인의 이야기니 그렇다.

쓰네노는 일본 에치고 지방의 린센지 주지의 딸로 태어났다. 12살때 처음 시집을 갔다가 이혼했다. 이후 너댓번의 결혼을 한다. 모험심이 있고, 진취적이고 고집이 샌 여성으로 생각된다. 시골 에치고를 떠나 혼자 몸으로 에도(현재의 동경)에 가서 여생을 개척한다. 훌륭한 여성 지도자나 리더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냥 평범한 에도 사람으로서 살다가 생을 마감한다.

쓰네노가 남긴 편지와 메모 등이 모두 린센지에 보관되어 있다가 역사학자인 저자의 눈에 띄게 되었고, 그녀의 삶을 추적하고 이 책을 출판하게 된 계기가 된다. 중간 중간 저자의 추측이 가미되어 있지만 대부분 편지와 메모라는 사실적 자료에 근거하였고 역사학자로서 주변 자료들을 기반으로 작성된 책이므로 이 책을 소설로 보기는 어렵다. 실제 예스24에도 동양사로 분류되어 있다. 책에서 묘사된 19세기 초 일본인의 삶에 대한 묘사, 에도의 모습 등이 사실적으로 그려져 읽는 내내 흥미로웠다. 편지의 내용은 대부분 돈이 없으니 보내달라, 전당포에 맡긴 옷가지 등을 오빠가 돈 좀 대신 내주고 찾아서 보내달라, 결혼을 잘 못했으니 구해 달라, 등 어려움을 호소하는 철부지 여동생이나 딸의 모습이 대부분이다. 편지의 내용이 중요한 것은 아니다. 당시 화폐 가치나 평범한 에도 사람들의 삶의 방식이나 주거 형태, 상인들의 모습 등 시대적 배경으로부터 많은 것을 알 수 있다. 다이묘, 로주, 사무라이, 평민, 상인 등의 계급체계에 대한 정보들도 흥미로웠다. 그 사이사이 저자가 그려내는 자본과 노동계급의 부의 차이와 분배에 대한 문제나, 페리제독의 일본 개항과 쓰네노의 삶을 연결시키면서 여성의 역할에 대해 서술하는 부분에서 젠더에 대한 저자의 생각을 생각해 볼 수도 있었다.

'에도로 가는 길'은 역사 소설은 아니지만 딱딱한 역사책도 아니다. 조선 후기나 개화기 조선의 모습을 그려낸 책들(혼마의 조선잡기 같은)처럼 일본의 19세기 초를 이해하는데 좋은 책이다.

아쉬운 점은 한글 제목과 표지 디자인이 너무 소설 같은 분위기를 낸다는 것이다. 최근 '파친코'나 '작은 땅의 야수들' 같은 소설들이 인기를 끌었기 때문에 역사책 같은 분위기의 제목이나 표지보다는 소설 같은 분위기의 제목과 표지가 더 매력적이라는 것에는 동의한다. 순전히 비즈니스 마케팅 측면에서의 동의다. 독자의 입장에서는 좀 아닌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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