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이번 1년은 헛되이 쓰지 않으려고 한다. 살아만 있어도 칭찬을 받아 마땅한 나날들이 계속되고는 있지만, 창작의 하늘 아래 모든 나라의 경계선이 한 군데로 모이는 지점에 멋진 집을 지을 수 있도록 모자란 부분을 채워나가려고 한다. 실천을 하지 않은 결심만 해도 수백 개는 될 테지만, 결심을 한다는 것 자체도 실천의 일부라고 자기합리화를 해본다. 아직 단추는 채우지 않았지만 옷에 몸을 끼워 넣긴 한 거라고. 그런데 짝을 잃은 결심들은 어디로 갈까? '작심삼일의 배'에서 태어난 그 수많은 결심들은? p.55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의 첫 번째 에세이집이다. 오디션 프로그램에서 첫 등장할 때도 그랬지만, 또래 가수들과는 다르게 독보적인 자신만의 음악 색깔을 가지고 있는 가수이다. 창법도 일반적인 가요의 그것이 아니라 타령에 가까운데다, 작곡, 작사, 편곡까지 혼자 다하는 그녀의 음악 또한 대중적인 방향과는 다르게 특유의 컬러가 있다. 오죽하면 팬들이 음악 장르 자체가 안예은이라고 하겠는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히트곡이 몇몇 있는데, 전혀 대중적이지 않은 멜로디와 분위기로 대중의 사랑을 받는 걸 보면 그야말로 마성의 매력을 가진 게 아닐까 생각해 본다.
그럼에도 안예은은 스스로를 '창조적 모방도 하지 못하고, 자기의 것도 없는, 그저 '카리스마 있는 여성 싱어송라이터의 아류'로 나 자신을 정체화한 채 쭉 살았다'고 한다. 모방도 잘 못했고, 자신이 쓴 곡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도 받지 못했지만, 그래도 곡은 계속 썼다고. 사실 그 지속가능함이 가장 어려운 것이고, 매우 중요한 지점일 것이다. 꿈 꾸기를 포기하지 않는 것 말이다. 게다가 스스로 태어나서 한 번도 특이하다거나 특별하다고 생각해본 적이 없다고 하니, '평범'이라는 단어와는 지구 끝까지의 거리가 있는 것처럼 보이는 인물의 사고방식치고는 독특하기 그지없다. 암튼, 그렇게 세상에서 가장 독특하고 개성있어 보이는 인물의 '평범하기 그지 없는' 일상 이야기와 음악으로 생계를 유지하는 직업인으로서의 마음가짐 등이 경쾌하고, 발랄하게 그려진다.
너무나도 악랄한 상황이 닥쳤을 때, 도저히 이불 밖으로 나가고 싶지 않을 때, 일이 끝도 없이 밀려 들어올 때, 모험 만화의 주인공이 되는 상상을 한다. 나는 사실 주인공보다는 조연을 더 좋아한다. 대장보다는 넘버 투가 멋진 법이다. 최후에는 대장을 도와 멋진 죽음을 맞으며 그 만화의 명대사로 길이길이 꼽히는 대사를 날리는. 아무튼 나는 흑백의 그림 속으로 들어가 폐허가 된 거리 한가운데에서 짓궂은 웃음을 짓는 캐릭터 옆에 "쉽지 않네. 가보자고" 라는 대사를 말풍선에 넣는다. p.175
책 표지 뒤편에 추천사가 있는데, 이상하게도 세브란스 심장혈관병원장의 멘트가 있었다. 알고 보니 대체 불가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이라는 이름 뒤에 생각지도 못했던 시간들이 있었다. 어린 시절 선천성 심장 질환으로 가슴을 여는 수술을 다섯 번이나 했고, 지금까지 정기적인 검진을 받고 있다고 하니 말이다. 태어날 때부터 자다가 죽을 수도 있다는 진단을 받았던 아이가 서른한 살이 되도록 살아 있는 것부터 기적이 아닐 수 없다. 그리고 데뷔 이후 겪은 우울증으로 인해 1년 동안 정신과에서 치료를 받기도 했다고 한다. 하지만 자신의 우울증을 회피하지 않고 정면으로 마주해 당당하게 이겨낸다.
그럼에도 당장 5초 뒤에 죽어도 상관없다고 할 만큼 이승의 삶에 미련이 없다고. 하지만 아직은 조금 더 살아보려고, 일단은 이를 악물고 버티는 수밖에 없으니 자신의 삶을 풍자와 해학으로 적극 미화시켜야 한다는 말이 뭔가 웃기면서도 짠한 마음이 들기도 했다. 이번 생에 미련은 없지만 태어났으니 재미있게 살기 위해 고군분투한다는 것, 쉽지는 않지만 힘든 날에도 웃음을 추구한다는 것, 그 솔직함이 반짝반짝 빛나는 글들이었다. 인생은 결코 아름답지 않지만, 이를 악물고 주머니 속에서 가운뎃손가락을 날리더라도,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노력한다는 그녀의 삶을 응원해주고 싶어졌다. 씩씩한 삶까지 가는 길이 참 멀고 험하지만 해볼 만하다고, 굳이 멋지고 비장할 필요 없이, 어떻게든 멈추지만 않으면 된다고 말이다.
*출판사로부터 도서를 제공받아 주관적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
안 일한 하루
안예은
웅진리더스하우스
* 이번 생에 미련은 없지만 태어났으니 재밌게 살아보려는
매일의 고군분투!
*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의 첫 번째 에세이
‘안일하다’
편안하고 한가롭고, 편안함만을 유지하려는 태도.
이 단어를 굉장히 오랜만에 만나보는 듯 하다. 여태 살아오면서 ‘안일하다’ 는 꽤 부정적으로 쓰였고 그렇게 들어왔는데, 이 에세이 책은 정반대였다.
시대가 그만큼 많이 변해왔음을 짐작하는 책 제목처럼, 우리의 삶도 내 인생을 바라보는 안목도 조금더 편안해지고 여유로워지길 바라는 건 아닐까.
그런 마음을 가득 담아 가수 안예은 님은 ‘이번 생은 그렇게 미련이 없다지만, 그래도 재밌게 살아야겠다.’ 라며 매일을 힘차게 살아가는 여정들의 이야기를 예쁜 일러스트 그림이 담겨진 이 책으로 만날 수 있다.
가창력 뿐만 아니라, 곡만드는 실력도 천재성을 인정할 만큼 뛰어난 싱어송라이터. 평소 예술가들의 살아온 인생 이야기가 꽤나 궁금했었는데, 책을 몇 장 펼치자마자 너무나 솔직한 매일의 일상을 들여다볼 수 있어서 신선했고, 유쾌했다. ^^
이 책을 읽는내내 안예은 님은 ‘정말 열심히 꿈을 향해 달려왔구나.’ 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노래라는 것을 선택하기까지 무수히 많은 갈등과 고민들이 있었고, 가수가 되고나서도 내 자신을 과감히 드러내기까지 우여곡절을 겪어왔던 이야기들을 접하고보면, 누구에게나 반짝반짝 빛나는 순간이 있고, 그 뒤에 빛을 내고자 노력하는 까칠까칠한 돌맹이들이 있다는 것을 말이다.
자신만의 아이덴티티가 확고한 안예은 작가님의 파워풀한 음색과 음악을 들으면 전율이 찌릿찌릿해진다. 내가 하고 싶은 음악을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끝까지 이어갈 수 있는 내면의 힘은 무엇이었을까?
태어나서부터 죽을지 모른다는 심장질환병을 앓고 학창시절까지 병원과 양호실을 내집처럼 다니며 살아온 작가님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현재 강인한 자신을 만들어낸 건 아니었을까? 무수히 드러낸 수술자국들은 내 몸의 아픔보다 마음의 아픔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 했을 것이며, 사람들의 시선도 따가웠을 테지만, 그럼에도 잘 견디며 살아왔기 때문에 단단해진 마음으로 내 자신을 표현하고, 더 좋아하는 것들을 해야겠다는 다짐을 할 수 있었을 것이다.
마치, 노래 ‘문어의 꿈’ 가사를 곱씹어들으면 작가님의 마음을 이해할 수 있다고 할까? 정말 즐겁고 사랑스러운 노래라고 생각했는데 슬픈 노래였다는 사실도 반전이었고, 아이들이 무척 좋아하는 노래로 오래 사랑받을 수 있다는 것. 어쩌면 인생은 반전의 반전이겠다.
내가 생각한대로 삶을 살아간다면, 무엇이든 시작하는 재미가 없을테고, 밑바닥으로 내려갔다 올라가는 노력의 순간들도 누려보지 못한 채 허무하게 살아갈 것이다.
어렸을 때 큰 수술을 받고 건강하게 텔레비전에서 노래를 부르며, 수많은 사람들에게 위로와 힘을 건네줄 수 있어 행복하다는 작가님의 뭉클한 이야기들이 나에게도 힘이 되었다.
사람에게 상처받고 흔들리더라도 무엇보다 내가 나를 위해 할 수 있는 것들을 하나씩 해나가다보면 재미있는 인생을 조금씩 만날 수 있을 거라는 마음. 무척 공감이 된다.
사람 사는 냄새 솔솔 나는 싱어송라이터 안예은 님의 인생 이야기.
인생의 해답은 없고, 걸어가는 인생길의 과정이 구불구불 힘들지라도 언젠가 꽃길을 만날 수 있다는 희망으로 하루하루를 안일하게 살아가보는 방법.
내 이야기같아서 읽는 내내 외롭지 않았던 것 같다.
아무튼, 문어의 꿈으로 우리집은 매일 야~~~~ 외치는 중입니다.
조만간 작가님이 어릴 때 다녀왔다던 그 노래방을 저도 아이들과 다녀오고 싶다.
오늘의 내가 미룬 일을 떠안는 내일의 나도, 모레의 나도, 나다. 그래, 나는 그럼에도 살아볼 만한 인생을 만들기 위해 생각을 멈출 것이다. 적어도 노력은 해볼 것이다.
“무슨 생각을 해. 그냥 하는 거지. 그냥 사는 거지.”. P.17
한계가 정해져 있다면, 그 한걔를 최대한 미루는 것이 내가 할 일이겠다. 그리고 수많은 창작자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각자의 방식으로 나아갈 것이다. p.34
그리고 그 고민은 시간이 흐르며 형태를 바꾸거나, 때로는 운 좋게 없어지거나, 절대로 떨어지지 않는 오래된 껌같이 신발 밑창에 들러붙어있기도 하여, 그 옆에 새로운 껌이나 종이테이프가 자리하기도 한다. P.50
아무튼 인생이란… 그 뭐냐, 그거다. 청소가 되지 않은 너저분한 길을 운동화 달랑 하나로 밑창이 다 뜯어질 때까지 버텨야 하는 것 같다. 껌을 밟을 때도, 은행을 밟을 때도, 압정을 밟을 때도 있는 것이다. 이물질을 제거하고 다시 걸을 수는 있지만 흔적은 남는다. 그리고 이 세상을 떠날 때쯤 발을 내려다보면, 신발은 진작 사라져 있고, 신발 밑창이라고 믿고 있던 것은 발바닥의 굳은살인 것이다. p.56
<이 도서는 해당 출판사로부터 도서 제공받아 솔직하게 작성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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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이 내 맘같이 않더라도 할 수 있는 걸 하면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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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바일 SNS 플랫폼인 틱톡(Tiktok)에 <문어의 꿈>이라는 노래가 큰 인기를 얻은 적이 있습니다. 알고 보니 오디션 노래 프로그램(K팝스타 시즌 5)에서 모든 경연을 자작곡으로 결승까지 진출한 TV스타입니다. 그런 사람이 에세이를 냈다니 이거 뭐 앤디워홀의 말처럼 ‘일단 유명해져라 그럼 네가 X를 싸도 사람들이 알아본다’처럼 일단 인지도를 쌓고 이제 에세이를 쓰니 세상 살기 참 쉬워보일수도 있겠습니다. 저 역시 책 표지를 보고 처음에 그런 생각이 안들었다면 거짓이었겠죠? 하지만 저는 알고 있습니다. 세상엔 보여지는 것이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싱어송라이터 안예은의 <안일한 하루>는 바로 보여지지 않는 것을 담은 기록입니다.
저자는 초반부터 뻔뻔하지만 진솔하게 얘기합니다. 책에서 자신의 철학도, 다른 가수의 서적처럼 거창한 상상력도 내세울 수 없지만 일단 ‘출간의 기회를 얻었으나 일상의 끄적거림’으로도 책을 써보는 나 같은 사람도 있어야 겠다고. 어설픈 위로나, 있어보이지만 읽어보면 별것도 없는 서적보다 이런 접근이 훨씬 맘에 듭니다. 그리고 저자의 선언(?)그대로 본서는 자신의 생각과 삶을 끄적거린 기록이지만, 한장 한장 읽다보면 안예은이란 사람이 어떤 철학을 가지고 있고 삶의 유지를 넘어 고군분투해왔는지를 알게됩니다.
본서의 장점은, 어릴적 소화심장과를 다니며 5번의 수술을 받고 성인이 된 지금, 같은 질병을 안고 있는 사람들에게 희망이 된다보다, 이제는 자신의 흉터를 가리지 않겠다는 콤플렉스를 견뎌낸 것들보다, 우울증과 정신과 이력이라는 치부를 드러내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인생을 살아가는게 내 맘같지 않을 수도 있다’라는 인정입니다. ‘작가’ 안예은이 <안일한 하루>에서 그 장점을 살리는 방식은 자신의 환경과 병, 그리고 어려움에 대해 그 누구의 탓도 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인생에서 맞이한 돌발상황을 꾸역꾸역 이겨낸 점과,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선택하면서 살아가는 방식의 문제와 돌파구를 초연하게 얘기합니다. 그 어떠한 의미없는 포장없는 1급 청정수 에세이와 다름없지요.
이 초연한 기록을 읽으면서 위로/공감에세이를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저는, 위안과 힘을 받지는 않았지만, 이상하게 안예은이라는 사람의 삶에 대해 인간적으로 존경심을 품게되더군요. 그리고 삶의 이력서를 하나하나 채워나가는 과정에서 비슷하지만 다른 어려움을 겪었던 동질감과 함께 결국 주어진 인생의 환경은 각자 다르지만, ‘지금 할 수 있는 것을 한다’는 것의 위대함을 다시 한번 느꼈습니다.
‘올해 만난 최고의 에세이 중 하나’
안 일한 하루
솔직히 안예은이라는 가수를 몰랐지만 이 책을 집어들고 안예은을 검색했다가 그녀의 노래에 빠져들어 한참을 듣고 나서 읽게 되었다. 일단 안예은이란 가수를 좋아하게 되고 나서 읽은 책이라 즐거웠고 노래만으로 알 수 없었던 인간 안예은을 알게되어 즐거운 시간이었다.
책 속의 이야기는 K팝스타에 출연하며 이름을 알리고 싱어송라이터 활동을 하며 겪은 경험과 여러 에피소드, 생각, 더 나아가 인생철학까지도 엿볼 수 있는 다양한 글이 엮여있는 형식이다.
겉으로 보이나 밝은 이미지와는 다르게 안예은은 어린 시절, 가슴을 여는 수술을 다섯 번이나 했고 선천성 심장 질환을 앓고 있다는 점에 놀라기도 했지만 어떻게든, 어떻게든 이 악물고 사는 것이다. 인생이 아름답지 않아도, 나 자신이 사랑스럽지 않아도 살아낼 수 있는 것 같다. 그렇게 살다 보면 아주 가끔, 아름다운 일이 일어나기도 한다는 말과 역경을 이겨낸 이야기들이 나같이 건강하고 평범한 이들에게는 희망과 용기로 다가왔다.
에세이 책으로 시작해 읽다보면 뼈때리는 어떤 대목에서는 자기계발서를 방불케 하기도 한다.
늪에 빠지더라도 올라오는 법을 알고, 올라올 수 있게 되었다. 사람들과 함께한 후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더 이상 오늘의 비디오를 되감으며 나의 모습을 분석하지 않았다. 한없이 스트레스를 받는 날에도 주어진 임무는 이를 악물고 해냈다. 일상생활이 가능해졌다. 그걸로 된 것이다.
나는 나를 사랑하는 방법을 모른다. 몰랐고, 모르고, 앞으로도 모를 것이다. 그러나 나를 미워하지 않는 방법은 찾았다. 그중 하나가 내 모습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일 같다. 어떠한 긍정적이거나 부정적인 감정 없이 ‘그냥 이게 나야’ 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