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마지막까지 삶을 산다는 것
권신영
출판사쿨/2022.4.11.
sanbaram
<그래도 마지막까지 삶을 산다는 것>은 삶의 마지막 길을 함께해주는 호스피스 병동의 코로나19 시대 풍경을 일선 간호사의 눈으로 기록한 것이다. 그래서 ‘여는 글’에서 “호스피스 병동과 간호사들의 생생한 현장 이야기들을 담은 이 책을 통해 많은 분들이 호스피스의 정신과 역할을 이해하고 공감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p.6)”라고 말하고 있다. 또한 삶과 죽음의 의미와 가치를 한 번 더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고, 연명의료 중단에 관한 환자의 의사를 존중하는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었으면 좋겠다고 한다. 내용은 3장으로 나뉘어 있으며, 1장 호스피스 병동 소개, 2장 코로나19 발생 이후의 변화, 3장 코로나 시대를 생각하다. 등으로 나뉘어 있다. 저자 권신영은 원자력병원 내과 병동에서 간호사의 삶을 시작했다. 이후 약 20년간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로 일하면서, 환자가 호스피스 병동에서 환자를 돌봤다. 임상에서 쌓은 많은 경험을 자산으로 현재는 강동대학교 간호학과에서 미래 간호사들을 교육하고 있다.
“호스피스 병동은 죽음을 맞이할 때까지 함께 살아가는 곳이지요. 환자가 편안하게 아픔 없이, 신체적인 고통뿐 아니라 사회, 심리적, 영적 고통 없이 살아가실 수 있게 초점을 맞추고, 하루하루 진솔하게 의미 있게 살아가는 데 목적을 두고 있잖아요.(p.156)”라고 호스피스 병동 간호사는 말한다. 그래서 호스피스 병동을 죽어가는 곳이 아닌, 죽어가는 그 과정에서 삶을 갈아가는 곳이라고 받아들이고, 환자가 포근하다고 느끼는 게 중요하다고 한다. 환자 곁에서 고통스러워하고 울기보다, 환자 혼자 언제 끝날지도 모르는 깜깜한 곳에서 터널을 혼자서 걸어가고 있을지 모르니 환자가 두렵고 무섭지 않도록 가족들이 환자 곁에서 괜찮다고 계속 쓰다듬어주라는 것이다. 하지만 터널은 언젠가는 끝나고 터널의 끝으로 가면 아주 희미하게 시작해 문처럼 밝아지는 빛이 올 것이라는 희망을 말한다.
“코로나19 확산에 따라 확진자 치료를 위한 병상이 필요하게 되면서 2022년 1월 기준으로 입원형 호스피스 88곳 중 21곳이 휴업하고 감염병전담 병원으로 전환되었습니다.(p.41)” 2022년 3월을 기준으로 입원형 호스피스 전문 기관은 88개소, 1463병상으로, 우리나라 인구를 생각하면 아쉬운 수준이다. 가정형 호스피스는 자신에게 편안하고 익숙한 공간인 가정에서 지내기를 원하는 말기암, 말기후천성면역결핍증, 말기만성폐쇄성호흡기질환, 말기만성간경화 환자와 가족이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의 돌봄이다. 코로나 19로 호스피스병동이 폐쇄되고 그곳에서 일하던 간호사들이 코로나병동으로 옮겨가게 되면서 여러 가지 문제가 발생하게 되었다. 환자나 간호사, 보호자 모두 방황하고 당황하게 된 일이었다. 특히 코디네이터들은 코로나 병동의 근무가 혼란스러워 했다.
“의사는 환자의 상태를 확인하고, 그에 맞는 처방과 처치를 한다는 점에서는 비슷하지만, 그 목적이 치료가 아닌 돌봄에 있다는 점이 다르며, 완치가 아닌 고통을 줄인다는 점에서 다릅니다. 의사는 호스피스 팀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하며, 일반 의학 분야에 능통하고 통증 및 말기증상 관리에 능숙해야 합니다.(p.25)” 환자 치료 전에 기본 정보 및 질병력과 연명의료 계획을 파악하여 환자와 가족을 면담하고, 이를 바탕으로 증상을 어떻게 조절할지 등 돌봄 계획을 수립한다. 환자와 가족 간에 치료 방향에 대한 갈등이 있을 때 최종적인 처방을 결정하기도 한다. 또한 환자의 임종을 선언하는 역할도 맡고 있다.
“호스피스 간호사는 간호의 목적을 돌봄에 둡니다. 환자가 입원하기에 앞서 환자와 가족을 만나 다방면으로 상황을 체크하고, 환자를 어떻게 간호할지, 앞으로 어떤 상담과 심리적 지지가 필요할지 계획합니다.(p.26)” 그리고 호스피스 코디네이터는 교대 근무를 하는 병동 간호사와는 달리 상근을 하면서 호스피스 서비스를 기획하고 운영하며 관리하고 조정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환자가 재원 기간이 만료되면 외부 호스피스 전문 기관과 연계하여 병원을 옮길 수 있도록 안내하기도 한다. 자원봉사자는 환자가 일상을 영위하는 데 실로 많은 도움을 준다. 의료진과 사회복지사, 성직자, 요법치료사, 때때로는 가족도 할 수 없는 일을 해낸다. 호스피스 병동을 찾는 자원봉사자는 권역별호스피스센터나 호스피스 전문기관, 종교단체 등에서 최소 10시간 이상 이론 교육을 받는다. 호스피스, 완화의료가 무엇인지, 말기암 환자의 통증 등 신체적 증상은 어떻게 관리해야 하는지, 호스피스 자원봉사자의 역할과 자세는 어떠해야 하는지 등에 관해서 필수적으로 배운다. 그리고 선택적으로 아로마 마사지와 요법 프로그램 등에 관해 배울 수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호스피스 병동의 변화를 살펴보면, 코로나19로 보호자의 출입이 제한되어 생긴 일과 마스크 때문에 의사소통에 문제가 많았다. 소통부재로 불편을 겪고, 궁금증 해소의 어려움, 상주 보호자의 지침과 돌봄의 어려움, 장례절차, 화장장 선택 등이 쉽지 않았다. 직계가족의 방문자 및 시간제한, 방문자들의 PCR검사, 아이들의 임종 지키기가 어려웠다. 간호사가 인수인계시 대면에서 서면으로 하는 과정에서 디테일한 부분이 누락되는 경우가 있어 소통상 문제가 생기기도 했다. 외국 거주 자녀들의 격리기간으로 임종을 지키기가 힘들었다.
호스피스병동 운영상의 문제로, 호스피스행사가 불가능해지고 성직자 출입금지 등으로 환자의 마음 안정이 쉽지 않았으며, 정서적 불안 상태가 있었다. 자원봉사자 출입이 제한되면서 간호사들이 할 일이 너무 많아 부담되었다, 환자의 외로움을 해소하기 위해 온라인으로 소통을 꾀했으나 쉽지 않았다. 또한 목욕, 이발, 외출, 등 돌봄이 제대로 안되었다. 외국의 가족이 입국하여 격리기간 중이라 임종을 지켜보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다. 성직자 출입 제한으로 임종을 함께하지 못하는 경우 발생. 장례식장과 가족거주지가 다를 경우 사별가족의 방문자 수 문제, 장례식장 방문자 수 문제. 떨어지는 임종의 질 등 많은 문제점이 노출되었다.
“요양병원에서는 환자들이 버려졌다는 생각을 많이 한다고 해요. 가족도 곁에 없고, 면회도 안 되고, 집에 갈 수도 없고, 굉장히 힘들 것 같아요. 저희 병동은 보호자가 함께 있는 경우가 많지만, 그래도 집에 가고 싶어하는 환자들이 있어요.(p.120)” 집에 있는 반려견을 만나고 싶을 수도 있고, 사실 집에 아무것도 없어도 가고 싶을 수 있다. 코로나19 발생 이전이라면, 외출이나 외박을 하실 수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외출하면 여러 사람과 접촉을 하고 오니까 환자가 집에 가고 싶다고 할 때 배우자나 자녀가 그 상황을 어떻게 대처할지 난감하기도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우리가 소중하게 생각해온 호스피스 간호가 무엇인지 다시 깊게 생각해보게 되더라고요.(p.170)” 코로나19가 딱 터지고 자원봉사자, 성직자와 요법치료사의 방문이 막히는 상황들이 되니까 일반 병동하고 호스피스 병동하고 뭐가 다른지를 생각하게 됐다. 환자를 간호하고 떠나보내면서 성찰하는 게 좋지만, 어떤 간호사는 임종한 환자를 생각해보는 것조차 힘들어하기도 한다. 환자에게 잘해주고 싶었지만, 내 마음이 슬퍼서 환자를 외면했던 적도 있을 수 있다. 매일 상실을 경험하니까 그게 소진으로도 이어질 수도 있다. 코로나19는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태도와 죽음을 대하는 방식에 많은 변화를 가져왔다. “이 시대에 호스피스 전문 간호사로서 지키고자 하는 것은 생의 말기에 있는 환자들이 인간적으로 대우받고 존엄성을 유지하면서 남은 삶 동안 의미 있게 살다가 평안한 임종을 하도록 돕는 것입니다. (p.178)”라고 인터뷰에 응한 간호사들은 이구동성으로 말하고 있다.
(예스24 리뷰어클럽 서평단 자격으로 작성한 리뷰입니다.)